다음 날, 은하는 약속된 로펌을 찾아 변호사와 면담했다.그리고 반나절을 꼬박 들여 이혼합의서를 작성했다.양육권은 포기하고, 위자료로 60억 원.이 정도면 은하도 깨끗하게, 아주 말끔하게 떠날 수 있었다.‘60억... 유정후한테는 그리 큰돈도 아니야.’‘결혼 7년 동안 내가 감당한 것들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받아야 해.’은하가 합의서를 가방안에 넣은 채 집에 돌아왔을 때, 집 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현관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안에서 희미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모, 이모! 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 나도 배우고 싶어!”석진은 채원 품에 파묻히듯 안겨 있었고, 두 눈은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이모는 진짜 멋져! 마술도 할 줄 알고! 우리 엄마는 아무것도 못 해!”정후의 무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가 널 낳고 키웠는데,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돼. 예의도 없니?”문을 밀려던 은하의 손이 잠시 멈췄다.‘저 말... 처음도 아니잖아. 남채원이랑 조금만 놀다 오면, 석진은 꼭 나랑 비교해서 깎아내리곤 했지.’처음엔 은하도 참 많이 속상했다. 열이 나는 아이를 끌어안고 식히며 밤을 새웠던 날들, 미운 투정도 다 받아주며 견뎌낸 그 시간이, 고작 그 말 한마디에 무너지는 것 같았다. 은하는 그런 석진의 말이 마음에 걸려, 조심스레 정후에게 말해본 적도 있었다.하지만 돌아온 건 무심한 한숨이었다.“애가 뭘 안다고? 당신도 왜 그런 걸로 아이한테 감정 소비를 해?”그 말에, 은하는 처음으로 ‘이 사람은 내 편이 아니구나’라는 걸 느꼈다.그리고 지금, 은하는 코웃음을 치며 문을 열었다.거실 한가운데, 채원이 정후의 팔을 가볍게 툭 치며 부드럽지만 나무라는 어투로 말했다.“석진이는 아직 어리잖아요! 애가 한 말 가지고 왜 그렇게 진지해요? 애가 무서워하잖아요!”그 말투, 그 표정, 그 태도.마치 이 집의 안주인이라도 된 것 같았다.정후는 근엄한 아버지, 채원은 다정한 어머니... 어쩐지... 잘 어울리긴 했다.은하가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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