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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8화

Author: 진헤이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진영숙에 대해서 만큼은 이해도 공감도 할 수 없었다.

이런 이유영의 마음을 박연준은 진짜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혹은 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도 진영숙과 마찬가지로 믿고 싶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지금 이 모든 일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말았다.

“유영아, 너는 정말 아무것도 몰라...”

“알 필요 없어!”

박연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유영은 매섭게 말을 잘랐다.

그녀의 단호하고도 냉정한 태도에 박연준은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왜 이토록 차갑게 변해버린 걸까?’

“너에겐 그럴 자격이 없어, 알아?”

한참의 침묵 끝에 박연준이 입을 열었다.

그의 말에는 좌절과 체념이 묻어 있었다.

이유영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가 덧붙였다.

“진영숙은 아이의 할머니야. 아이를 만나는 걸 막을 권리는 없어.”

“아니, 나에겐 그럴 권리가 있어.”

이유영은 단호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의 어조는 더욱 단단해졌다.

이미 박연준과의 관계는 끝나 있었다. 지금 와서 그의 감정을 신경 쓸 이유도 없었고 그럴 여유도 없었기에 직설적으로 있는 그대로 말하면 되는 것이었다.

“유영아!”

박연준이 목소리를 높이려는 찰나, 이유영이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때 황산이 쏟아졌을 때, 넌 이미 거기서 기다리고 있었지?”

박연준의 머릿속이 순간 하얘지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그 이야기를 꺼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무 말 없이 침묵만 이어지자 이유영의 입가에 옅은 웃음이 번졌다.

“그렇다면 내가 뭘 더 신경 써야 한다는 거지? 응?”

물론 이유영의 마음 한편에는 아주 작은 여지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지금 박연준의 모습을 보며 그 여지조차 사라지고 말았다.

박연준은 무언가를 말하려 입술을 달싹였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유영 역시 더는 단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모든 것이 이미 정해진 일이었다.

그녀가 강이한에게 씻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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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78화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진영숙에 대해서 만큼은 이해도 공감도 할 수 없었다.이런 이유영의 마음을 박연준은 진짜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혹은 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도 진영숙과 마찬가지로 믿고 싶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어쨌든 지금 이 모든 일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말았다.“유영아, 너는 정말 아무것도 몰라...”“알 필요 없어!”박연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유영은 매섭게 말을 잘랐다.그녀의 단호하고도 냉정한 태도에 박연준은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왜 이토록 차갑게 변해버린 걸까?’“너에겐 그럴 자격이 없어, 알아?”한참의 침묵 끝에 박연준이 입을 열었다.그의 말에는 좌절과 체념이 묻어 있었다.이유영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가 덧붙였다.“진영숙은 아이의 할머니야. 아이를 만나는 걸 막을 권리는 없어.”“아니, 나에겐 그럴 권리가 있어.”이유영은 단호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녀의 어조는 더욱 단단해졌다.이미 박연준과의 관계는 끝나 있었다. 지금 와서 그의 감정을 신경 쓸 이유도 없었고 그럴 여유도 없었기에 직설적으로 있는 그대로 말하면 되는 것이었다.“유영아!”박연준이 목소리를 높이려는 찰나, 이유영이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때 황산이 쏟아졌을 때, 넌 이미 거기서 기다리고 있었지?”박연준의 머릿속이 순간 하얘지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녀가 그 이야기를 꺼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아무 말 없이 침묵만 이어지자 이유영의 입가에 옅은 웃음이 번졌다.“그렇다면 내가 뭘 더 신경 써야 한다는 거지? 응?”물론 이유영의 마음 한편에는 아주 작은 여지가 남아 있었다.하지만 지금 박연준의 모습을 보며 그 여지조차 사라지고 말았다.박연준은 무언가를 말하려 입술을 달싹였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유영 역시 더는 단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았다.그녀에게는 모든 것이 이미 정해진 일이었다.그녀가 강이한에게 씻을 수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77화

    진영숙의 마음속에는 늘 같은 생각이 자리하고 있었다.강씨 집안은 원래 평온하고 잘 지내던 집안이었다. 강서희는 비록 입양한 딸이었지만 늘 그녀를 친어머니처럼 섬기며 따랐다. 그리고 그녀의 아들 강이한은 세상에서 둘도 없이 뛰어난 존재였다.그렇다면 마찬가지로 훌륭한 집안의 며느리를 맞이해야 격에 맞는 것이다. 그가 떠난 뒤로 진영숙의 삶은 하루하루가 고통이었다.설상가상으로 서주에서 벌어진 일을 알게 되었을 때는 심장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더해졌다.진영숙은 서주에서 일어난 일이 모두 이유영과 관련되어 있다고 믿고 있었다. 결국 그녀에게 발생한 모든 불행은 이유영 탓인 것이다.강이한은 결국 그녀 때문에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진영숙은 그 절망을 견딜 수 없었다.“이유영, 뭐가 됐든, 난 그 아이를 반드시 데려오고 말 거야.”긴 침묵 끝에 진영숙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말을 뱉었다.오직 아이만 데려올 수 있다면 진영숙은 이제 이유영이 어떤 말을 뱉든 중요하지 않았다.그 외의 것들은 신경 쓸 여력도 없었고 신경 쓰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그 말을 들은 이유영의 표정이 순간 더욱 싸늘해졌다.“당신이 기어코 그렇게 하겠다면, 좋아...”이유영은 뒷말을 이어가지 않았지만 그녀의 뜻은 분명했다.진영숙이 계속 아이를 빼앗으려고 한다면 그녀가 패배를 인정할 때까지 싸울 수밖에 없었다.···진영숙이 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박연준이 찾아왔다.이유영은 박연준과 진영숙 때문에 요즘 파리에서 엄청 고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었다.당연히 그녀의 표정도 좋을 리 없었다.“무슨 일이야?”이유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다녀갔어?”“응.”“뭐라고 하던데?”“아이를 꼭 빼앗고 말겠대.”이유영은 차가운 눈빛으로 박연준을 바라보았다. 박연준의 눈빛은 깊고 어두운 바다처럼 알 수 없는 심연을 품고 있어 그의 속마음을 도저히 읽을 수 없었다.이 깊고 냉정한 표정 아래 과연 어떤 감정이 숨겨져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박연준이 입을 열었다.“유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76화

    “유영아!”화가 치민 진영숙은 호흡이 점점 더 거칠어졌다.소송 중인 상황인데도 이유영은 아이를 파리에서 내보낸 것이다.설령 소송에서 이긴다 한들 대체 어디서 아이를 찾아야 한단 말인가?이미 아들을 찾을 길이 없어진 진영숙은 이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무너질 지경인데 이제 손녀마저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지금 그녀가 느끼는 압박감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유영아, 강이한이 널 위해 무슨 짓까지 했는지 정말 모르는 거야?”“그건 그 사람이 당연히 받아야 할 벌이야.”이유영의 대답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그녀의 눈빛은 냉정하기 그지없었다.상황은 결국 이 지경까지 치달았고 이유영이 이런 말까지 내뱉은 이상 설령 사실을 알게 된다 해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수많은 풍파를 겪어 온 이유영과 강이한 사이에는 어떤 일로도 돌이킬 수 없는 강이 흐르고 있었다.“난 이미 다 잃었어. 그런데도 꼭 그래야만 했어?”“당신이 이 지경까지 오게 만든 거야. 난 강요한 적 없어.”이유영은 한 글자 한 글자 눌러 담듯 차분히 말했다.진영숙의 일그러진 표정은 이유영의 그 말에 더욱 굳어졌다.그렇다. 아무도 그녀에게 강요하지 않았다.진영숙 자신이 먼저 변호사를 내세워 이유영을 벼랑 끝까지 몰아붙인 것이었고 이제는 아이를 뺏어오기는커녕 아이를 만날 수조차 없게 되었다.“유영아, 너 정말 잔인하구나.”속으로 온갖 생각을 하며 겨우 입을 뗀 진영숙은 매서운 눈빛으로 이유영을 노려보았다.‘내가 잔인하다고?’아마 진영숙은 평생 이렇게 잔인한 여자를 본 적이 없을 것이다.“당신만큼 잔인하지는 않아.”“...”“당신이 무슨 낯짝으로 아이를 요구하는지 이해가 안 돼. 그 아이가 어떻게 죽었는지 기억 안 나?”“...”“그때, 어떻게 그런 짓을 저지를 수가 있었어?”이유영은 냉소를 머금고 진영숙을 바라보았다.그 일에 대해 언급하자 진영숙의 낯빛이 순간 어두워졌다.그날 이후, 그녀가 이유영을 얼마나 가혹하게 몰아세우고 모욕했든 간에 아이에게 저질렀던 자신의 짓에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75화

    물론 두 사람이 했던 말의 의미는 전혀 달랐다. 박연준은 대부분 이유영이 진영숙에게 양보하도록 설득하려고 했고 반면 여진우는 정면으로 맞서 싸우라고 했다.박연준은 신경 쓰지 말라며 이유영과 진영숙이 충돌하는 걸 말렸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진영숙을 보호하려 했던 것이다.하지만 여진우는 달랐다. 그는 직접 변호사를 만나게 해서 이유영이 더 이상 이 일에 끼어들지 않도록 했다.“좋아.”박연준에게 대답할 때와는 달리 여진우의 말에는 망설임 없이 따랐다. 지금 여진우가 어떤 말을 하든 이유영은 모두 받아들일 태세였다.진영숙은 또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하지만 예전과 달라진 점은 이제 이유영 곁에는 든든한 가족들이 있다는 것이다.그리고 아이는 곧 파리를 떠나 퀘벡으로 보내질 예정이었다. 그렇게 되면 진영숙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아이를 볼 수는 없을 것이다....진영숙은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다음 날, 그녀는 또다시 사람을 시켜 아이를 위한 선물을 보냈다. 아이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려는 눈물겨운 몸부림이었다.하지만 백산 별장에 아이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진영숙은 곧장 이유영이 일하는 회사로 찾아왔다.비서가 진영숙을 보고 말했다.“아주머니,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에요?”진영숙은 거칠게 사무실 안으로 밀고 들어왔고 뒤따라온 비서는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녀는 불안한 눈빛으로 이유영을 바라보며 말했다.“대표님, 이분이...”“먼저 나가 있어.”비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유영이 단호하게 끊어버렸다.비서는 진영숙을 노려보며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함부로 사무실에 들이닥치는 사람을 좋아할 리 없었다.결국 비서가 나가고 사무실에는 진영숙과 이유영 둘만 남았다.“쾅!”진영숙이 들고 온 핸드백을 책상 위로 세게 던졌다. 그녀는 음침하고 증오에 가득 찬 눈빛으로 이유영을 노려보았다.한때는 강이한 때문에 진심으로 이유영을 받아들이려 했었다. 두 사람이 잘 지내기를 바라며 일부러 멀리 떠나기도 했었다.하지만 다시 들려온 소식은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74화

    임소미는 단호하게 말했다.진영숙이 보내온 선물들은 조금의 여지도 없이 임소미가 모두 깨끗하게 처리했다.“알겠어요.”필요한 강경 조치는 이미 다 취했는데도 진영숙은 여전히 뻔뻔한 모습이었다.임소미의 말처럼 진영숙은 아이를 빼앗겠다는 결심을 굳힌 듯했다.‘정말 미친 게 분명해.’강이한이 세상에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기에 진영숙의 행동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었다.이제 강씨 가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강서희는 감옥에 갇혔고 강이한의 가정은 진영숙에 의해 무너졌다. 결국 그녀는 완전히 혼자가 되었다.진영숙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굳이 보지 않아도 뻔했다.“너무 걱정하지 마. 우리 다 여기 있잖아.”전화 너머에서 임소미가 부드럽게 말했다.“네, 알겠어요.”이유영이 작게 대답했다.“유영아.”“네?”“아니야, 됐어.”임소미는 끝내 하고 싶던 말을 삼켰다.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떤 위로가 옳은지 알 수 없었다.정국진조차도 이 상황에서 이유영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몰랐다.심지어 강이한이 희생했음에도 가슴속 깊은 원한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다.강씨 가문에서 당했던 수모를 모두 잊고 이제 와서 진영숙에게 예의를 지키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진영숙이 아이를 빼앗으려 하지 않고 단지 자주 찾아와 얼굴을 보겠다는 정도로 나왔다면 이유영은 충분히 허락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영숙은 이유영의 전부나 다름없는 아이를 빼앗으려 했다.“엄마.”“응?”“월이 데리고 잠시 퀘벡에 가서 지내요. 지금 파리에 있는 건 불안해요.”이유영은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두려움은 당연했다.진영숙이 이대로 계속 소란을 피운다면 그 끝이 언제가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그래서 이유영은 다짐했다. 아이만큼은 이 소용돌이에서 지켜내겠다고.어머니로서 누구도 아이를 해치게 둘 수 없었다.아이는 그녀의 전부와도 같은 존재였다.“알았어.”사실 이유영이 말하지 않아도 임소미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지금의 진영숙은 도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73화

    진영숙이 결국 이유영을 고소했다.소장을 받아 든 이유영은 두 손을 꼭 움켜쥐었다. 눈빛은 어둡게 번뜩였고 그 속에는 말할 수 없는 분노가 소용돌이쳤다.휴대폰을 들어 여진우의 번호를 눌렀다. 그녀의 의도는 말하지 않아도 분명했다.진영숙은 또다시 선을 넘었다.이유영이 바라던 평온은 단지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아이를 위해 조용하고 단단한 세계를 지키고 싶었을 뿐이다.하지만 진영숙은 파리에서도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결국 그 여파는 아이에게까지 미칠 게 뻔했다.여진우에게 전화를 걸기 직전 박연준에게서 먼저 전화가 걸려 왔다.이유영은 잠시 멈칫한 뒤 조용히 전화를 받았다.“...”말없는 침묵이 흘렀다.이 시점에 박연준이 전화를 했다는 건 그 역시 이 일을 알았다는 뜻이었다.이유영은 그가 무슨 말을 꺼낼지 기다렸다.“받았어?”“그래.”‘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건데?’예전에 박연준은 이 문제를 책임지고 처리하겠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지금 그 책임은 다시 이유영의 앞에 던져져 있었다.그녀는 그가 정말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했다.“내가 처리할게.”“어떻게?”그 말에 이유영은 비웃듯 조용히 웃었다.‘처리한다고? 진영숙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면서?’박연준은 지난 몇 년간 강이한을 조사하면서 진영숙의 실체도 함께 들여다봤을 것이다.그런 그가 진영숙을 상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니 우습기까지 했다.‘강이한조차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가 네가 풀 수 있을 거라 생각해?’“왜?”이유영은 결국 물었다.박연준은 언제나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진짜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렇게 오랜 시간 누군가를 속이고 이용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그런 박연준이 지금 진영숙의 편에 서 있다는 사실은 이유영에게 낯설고 불쾌한 충격이었다.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일이었기에 그녀는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유영아...”박연준이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목소리는 끝내 말로 이어지지 못했다.“어쨌든 이 일에 대해 신경 쓰지 마. 내가 해결할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72화

    이유영이 가장 큰 후회를 느꼈던 건 아마도 강이한이 이온유를 구하기 위해 저지른 일이었을 것이다.“됐어, 더 이상 생각하지 마.”이온유의 이야기가 나오자 소은지는 이유영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과거 강이한과 이온유에 관해 이야기했을 때도 그는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전혀 후회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그 모습을 본 뒤, 이유영은 마음을 굳혔다.강이한은 오직 한지음의 아이를 위해서만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심지어 이유영과의 관계가 완전히 무너질 위험까지 감수하면서도 월이를 이용해 이온유를 구하려 했던 것이다.‘만약 그 일이 없었다면 어땠을까?’그 일이 없었다 해도 이유영은 강이한을 용서하지 않았을 것이다.이미 두 사람 사이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일들이 쌓여 있었다.소은지조차도 얼마나 많은 일을 봐왔는지 기억이 흐릿할 정도였고 그보다 더 가까이서 고통을 겪은 건 당연히 이유영이었다.“응.”이유영은 더 이상 강이한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았다.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기에 이제 와서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는 건 아무 의미도 없었다.예전엔 강이한의 이름만 나와도 분노를 참지 못했지만 지금 그녀는 놀랄 만큼 평온했다.어쩌면 본인조차도 예상하지 못했을 그런 고요함이었다.그런 이유영의 위로 덕분에 소은지의 마음도 조금은 가벼워졌다.저녁 식사가 끝나고 이유영이 자리를 뜨려 하자 소은지가 그녀를 불렀다.“유영아.”“응?”“셋째 도련님 조심해야 해. 정말 교활한 사람이야.”그 이야기는 두 사람 모두에게 민감한 주제였다.이유영은 지금 박연준과 사이가 매우 좋지 않았고 끊임없이 그에게서 벗어나려 애쓰고 있었다.만약 그와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다면 이후 그녀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소은지는 알 수 없었다.겉보기엔 셋째 도련님이 교활한 사람처럼 보였지만 엔데스 가문 안에서 그의 존재는 단순히 '교활'이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소은지는 원래 이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이유영을 생각하니 차마 말하지 않을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71화

    비록 밖에 나가지 않았지만 바깥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식들에 대해서 그녀는 이미 전해 듣고 있었다.게다가 지금 이유영은 정씨 가문의 외동딸이었기에 그녀에 관해 어떤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이유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영숙의 이름이 나오자 이유영의 표정은 급격히 어두워졌다.“3시간 전에 싸우고 왔어.”“뭐라고?”그 말을 들은 소은지는 깜짝 놀랐다.‘이유영과 진영숙이 싸웠다고?’그 두 사람의 과거를 떠올리자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소은지가 채 반응하기도 전에 이유영이 말했다.“너도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해?”이유영은 조심스레 소은지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엔 어딘가 불안한 기색이 담겨 있었다.“아니, 그냥 조금 놀랐을 뿐이야.”소은지와 박연준은 서도 생각하는 부분이 다르기도 했고 목격했던 과거도 달랐기 때문에 같은 일에도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과거 소은지의 눈에 비친 이유영은 진영숙에게 결코 맞서지 못했던 사람이었다.소은지는 그런 이유영의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까웠다.진영숙은 이유영을 며느리로 인정하지 않았고 심지어 대놓고 괴롭히기까지 했는데도 이유영은 묵묵히 참고 견뎠다.그랬던 이유영이 진영숙과 싸웠다는 말에 소은지는 놀라움을 넘어 충격까지 받았다.“너도 알다시피 강이한과 이혼한 이후로 나와 진영숙은 절대 서로 참지 않아.”“응.”사이가 좋지 않다는 말까진 들었지만 이렇게 격렬하게 다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왜 싸웠는데?”“그 여자가 월이를 빼앗으려고 해.”진영숙이 아이를 빼앗으려는 집념 어린 모습을 떠올리자 이유영은 속이 뒤집히는 듯한 격한 분노를 느꼈다.“싸울 만했어.”이유영의 말을 듣고 소은지는 문제의 중심에 누가 있는지 정확히 짐작할 수 있었다.진영숙은 예전에 손자에게 그런 짓을 하고도 뻔뻔하게 아이의 양육권을 주장하고 있었다.“진영숙은 강이한이 죽었다고 믿고 있어.”이유영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묘하게 억눌려 있었다.“휴...”그 말을 들은 소은지는 무슨 말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70화

    “응?”“파리에서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야.”그 말에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과거에 소은지에게 도움을 받았던 사람은 많지만 소은지에게는 오직 이유영이라는 친구만이 남아 있었다.이유영 말고는 그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그 말을 내뱉으며 소은지의 마음은 씁쓸함으로 물들었다.“난 언제나 네 곁에 있을 거야.”이유영은 더 깊은 감정을 담아 말했다.“좋아.”짧은 대답이었지만 이유영의 그 한마디는 소은지에게 커다란 힘이 되었다.예전에는 그 누구보다 강인했고 마치 여전사처럼 당당한 모습이었다.하지만 이런 상황을 겪어본 적이 없었던 지금 소은지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웠다.그리고 지금 이유영은 마치 과거에 소은지가 이유영을 지탱해 주었던 것처럼 소은지를 조용히 지탱해 주고 있었다.가장 힘들 때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가장 큰 행복이었다.소은지는 자신이 처한 처지에 대해 굳이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 상황을 견디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유영의 상황은 달랐다.“그 사람 소식은 있어?”사실 소은지도 알고 있었다. 겉으로는 정씨 가문의 보호를 받는 듯했지만 이유영의 상황도 별로 좋지 못하다는 것을.정씨 가문이 그녀를 사랑하고 지켜주고 있기에 오히려 그녀가 짊어진 책임은 더 무거웠다.이유영은 소은지의 질문 의도를 알았지만 무심하게 대답했다.“난 그 일에 관심 없어.”그것은 그녀의 진심이었다.강이한이 서주를 떠난 이후, 이유영은 단 한 번도 그의 소식을 묻지 않았다.소은지는 젓가락을 들고 있던 손을 멈췄다.이유영의 무심한 태도를 보고 그녀가 아직 진실을 모른다는 사실을 직감했다.“유영아.”“응?”“만약 강이한이 너를 위해 죽음까지 각오했다면 넌 그를 용서할 수 있겠어?”소은지는 정말 어렵고도 무거운 질문을 던졌다.이유영과 강이한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소은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만약 자신이 이유영의 입장이었다면 결코 용서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렇다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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