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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화

Author: 진헤이
“대표님도 그동안 힘드셨을 텐데.”

지현우가 조곤조곤하게 말했다.

이유영은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지 비서님, 어떻게 처리할 계획인지 말씀해 보세요.”

이번 일은 작은 일이 아니다.

자칫하면 아무리 크리스탈 가든 같은 대기업이라도 불필요한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그것은 이유영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

지현우도 그것쯤은 알고 있다.

두 사람 사이에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지현우가 뭐라고 더 말하려는 순간, 펑 하는 굉음과 함께 회의실 문이 열렸다.

누군가 밖에서 발로 찼다.

순식간에 이유영에게 집중되어 있던 시선들이 일제히 문 쪽으로 돌려졌다.

문 어구에는 강이한이 얼음장 같은 얼굴을 하고 서있었다.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내려다보았다.

워낙 화가 나있던 이유영은 지금 폭발하기 직전이다.

하지만 강이한이 위협하는 눈짓을 보고 애써 화를 꾹꾹 누르고야 말았다.

“강이한 씨, 이건 좀 실례인 것 같습니다만?”

강이한이 길쭉한 다리로 이유영에게로 다가갔다.

기세등등한 모습이 다가올수록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은 조마조마해났다.

그들도 당연히 강이한의 얼굴을 안다. 그리고 그와 이 대표가 이혼 한 사실도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 이건 무슨 상황이지?

헉! 강이한의 행동에 다들 놀라 입이 떡 벌어졌다. 어떻게 사람들 보는 앞에서...

이유영은 입술이 따가워났다.

방금 전 강이한의 위협에 화는 이미 어느 정도 가라앉혔었다.

하지만 지금은 참으려야 참을수가 없다.

이유영은 강이한의 뺨을 치려고 손을 올렸다.

찰나, 강이한이 손목을 잡아당겨 그녀를 품안에 꽉 껴안았다. 이유영은 화나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조그마한 몸집이 강이한 품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강이한이 가정폭력 버릇은 없었기 망정이지 아니면 이유영의 덩치로 진작에 맞아죽었을 것이다.

강이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외투로 품에 있는 그녀를 감쌌다. 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당황해서 멍해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이 대표가 피곤하답니다. 오늘 회의는 끝났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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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지음의 존재는 이온유에게 너무나 무거운 짐이었다.“알겠어요.”강이한이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아 한다는 걸 느낀 이온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바닥 먼저 치울게요.”“장 아주머니한테 부탁하면 돼. 넌 숙제하러 가.”“네.”아이는 정말이지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렸다.때때로 너무 착한 온유의 모습은 오히려 어른들을 당황하게 하곤 했다.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고 무엇보다 외면할 수도 없었다....한편 파리에서.이유영은 오후 3시 정각에 법원에 도착했지만 박연준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그 자리에 나타난 사람은 다름 아닌 용준이었다.용준을 보자 이유영의 가슴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형수님.”“지금 이게 무슨 짓이에요?”이유영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녀가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은 분명 박연준이었다.“돌아가세요. 형님은 오지 않으실 겁니다.”이유영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 순간 복잡하고 무거운 감정들이 스쳐 지나갔다.‘오지 않는다고? 결국 이렇게 뻔뻔한 방법을 택하겠다는 건가?’그렇게 생각한 이유영의 마음은 싸늘하게 식었고 눈빛에는 차가운 기운이 깃들었다.“저는 기다릴 거예요.”이유영은 용준에게서 시선을 돌렸고 물러날 기색은 전혀 없었다.“형님은 지금 엔데스 셋째 도련님을 만나고 계십니다.”“...”그 말을 듣자 이유영은 잠시 멍해졌다.용준은 심각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깊이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형수님, 형님을 너무 몰아붙이지 마세요.”‘몰아붙이다니? 지금 사람들이 내가 박연준을 몰아세운다고 생각하는 거야?’용준의 목소리에는 분명한 경고가 담겨 있었다. 마치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파리에서 무언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처럼.풍산 그룹은 과거에 이유영에게 위협적인 존재였지만 지금 박연준은 서주에 있었기에 풍산 그룹은 더 이상 큰 위협이 아니었다.그러나 여긴 파리였다.풍산 그룹은 엔데스 가문, 나아가 정씨 가문 전체에게도 충분히 위협이 될 수 있었다.“형수님을 위해 드리는 말씀입니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61화

    지나간 일들에 대해 강이한은 이제야 모두 깨닫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이유영이 박연준과 이혼하려는 결정을 듣고 더더욱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박연준이 동의했어?”강이한의 목소리는 이미 긴장한 듯 떨리고 있었다.“동의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지금은 뭐?’지금 가장 걱정되는 것은 이유영과 엔데스 셋째 도련님 사이의 관계였다.강이한 역시 알고 있었다.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가 두 사람의 관계라는 것을.강이한은 말했다. “박연준에게 셋째 도련님과 유영이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사해 보라고 해.”강이한은 이유영이 셋째 도련님에게 마음이 생겼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이유영은 엔데스 가문의 사람과 얽히는 것을 누구보다 더 꺼려했으므로 이번 일도 예전의 엔데스 명우 사건처럼 협박에 의한 상황일 것이라 믿었다.그렇게 생각한 강이한은 미간을 찌푸렸다.“알겠습니다.”신시욱은 고개를 끄덕였다.강이한은 옆에 놓인 물잔을 들기 위해 손을 뻗었다.“쾅!”아무리 주변을 예민하게 감지해도 손이 닿는 순간 컵은 바닥에 떨어지며 귀가 찢기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그 소리에 강이한의 가슴도 유리컵처럼 산산조각이 나는 듯했다.어둠 속에서 살아간다는 건 바로 이런 거였다.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 아무리 날카로운 감각이라 해도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선생님.”“아빠.”신시욱과 이온유의 긴장된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강이한은 어둠 속에서 생생한 무력감을 느꼈다.차가운 작은 손이 그의 손을 잡았다.“다친 곳은 없는지 볼게요.”이온유는 긴장한 얼굴로 강이한의 손을 조심스레 살펴보았다. 아이의 목소리에는 걱정과 애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강이한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지만 그 미소에는 깊은 씁쓸함이 배어 있었다.“아빠, 필요한 게 있으면 제가 가져다드릴게요.”이온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그 말에 강이한의 목소리도 한없이 부드러워졌다.“그래.”신시욱은 묵묵히 강이한과 이온유를 바라보았다.우천시에서 함께 지내는 동안, 그들은 이온유에게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60화

    시력을 잃은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는 주변을 더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었다. 심지어 사람들의 감정까지도 느껴졌다.이유영이 아무것도 볼 수 없었을 때, 그의 모든 미세한 변화를 다 알아차렸던 것을 떠올리며 문득 궁금해졌다.‘그때 유영이는 어떤 마음이었을까?’이유영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도 그의 모든 감정을 다 느끼고 있었다.그 사실을 떠올리자 강이한의 가슴이 먹먹해졌다.“말해 봐. 무슨 일이야.”결국, 강이한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신시욱의 심각한 분위기를 감지한 강이한은 이유영에게 안 좋은 일이 발생했다는 것을 직감했다.신시욱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사모님께서 오늘 오후, 박연준 씨와 이혼하십니다.”“...”“게다가 태도가 매우 강경하십니다.”강이한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쾅’ 하고 울리는 듯했고 이마의 핏줄이 꿈틀거리며 고통이 밀려왔다.“엔데스 가문의 그 도장은 아직 소식 없어?”“아직 없습니다.”‘그런데도 지금 이혼하려 한다고?’‘엔데스 가문의 상속자가 되려면 정씨 가문의 지지가 얼마나 절실한지 알고는 있는 걸까?’이혼을 강행한다면 정씨 가문은 엔데스 가문과 정면으로 맞서게 될 것이다.‘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정말 아무것도 상관없다는 건가?’“그리고...”신시욱의 목소리엔 걱정이 깊게 실려 있었다.“그리고 뭐?”강이한은 이미 상황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마음이 무거웠다.‘이유영,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어젯밤, 사모님께서 엔데스 셋째 도련님과 함께 계셨습니다. 박연준 씨는 굉장히 초조해 보였고요. 그리고 오늘 아침, 사모님이 먼저 이혼을 제안하셨고 태도는 단호했습니다. 그래서...”신시욱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바로 이거였다.어젯밤, 이유영은 엔데스 셋째 도련님과 함께 있었고 그다음 날 아침 박연준에게 이혼을 강하게 밀어붙였다.그렇다면 이 일에 엔데스 셋째 도련님과 상관있지 않을까?셋째 도련님의 이름이 언급되자 강이한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그 바보 같은 놈...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59화

    이유영이 백산 별장에 돌아왔을 때, 정국진은 이미 나가고 임소미만이 집에 남아 있었다.이른 아침만 해도 괜찮았던 그녀의 표정은 지금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엄마, 무슨 일 있어요?”임소미의 얼굴을 보고 이유영은 다급히 다가갔다.임소미는 딸의 눈앞에서 감정을 억누르려 했지만 이내 힘이 빠진 듯 주저앉았다.숨을 몇 번이나 고르며 마음속의 울분을 꾹꾹 눌러 담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림도 없었다.“무슨 일인데요, 엄마?”임소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이유영은 곁에 앉아 그녀의 손을 잡았다.이유영이 소파에 앉자마자 임소미는 이유영을 끌어안았고 묵직한 기운이 그녀의 몸에서 전해졌다.‘늘 이성적이던 엄마가 이토록 감정을 드러낼 정도라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이유영은 임소미의 가슴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잠시 후, 임소미가 숨을 길게 내쉬며 입을 열었다.“진영숙의 변호사가 왔어.”“...”그 말에 이유영의 머릿속이 하얘졌다.‘변호사라니?’“무슨 일로?”질문은 했지만 그녀의 마음속엔 이미 답이 있었다.진영숙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속이 뒤집힐 것 같았다.어젯밤, 이유영은 진영숙이 다음엔 어떤 방식으로 들이닥칠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강이한이 줬던 상처를 견디기 위해 여태 했던 노력을 생각하면 화가 나 몸이 떨릴 지경이었다.강이한이 저질렀던 짓들로 하여 그녀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진영숙은 그런 그녀를 통해 아무것도 얻어낼 수 없을 것이다.진영숙뿐만 아니라 이유영도 강이한이 지금 어디에 있는 건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어제 진영숙이 남긴 말들이 머릿속에서 다시 떠오르려는 찰나 임소미가 먼저 말을 꺼냈다.“그 여자가... 월이를 데려가려고 해.”역시 예상대로였다.진영숙이 정씨 가문에 변호사를 보낸 이유는 그녀에겐 지금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강이한조차 사라진 상황에서 진영숙은 결국 남아있는 유일한 핏줄에 기대고 싶었던 것이다.아무리 이유영을 미워해도 월이만큼은 그녀의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58화

    이유영의 말은 박연준의 가슴을 깊게 파고들었다.이유영이 이혼을 결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정국진이었다.그렇다. 아버지로서 이유영이 이런 삶을 사는 것을 지켜보기만 할 수 없었을 것이다.그래서 그는 이유영이 이혼하고 가장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한 것이다.하지만 정씨 가문의 딸이 평범한 삶을 누릴 수 있겠는가?박연준은 알고 있었다. 이유영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딸과 함께 가장 조용하고 가장 평범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이라는 것을.그러나 그것은 정씨 가문과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다.박연준은 깊게 숨을 들이켰다. 가슴속의 억눌린 감정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끼며 겨우 입을 열었다.“강이한이 떠나기 전에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용성시에서 돌아온 후, 아니, 우천시에서 돌아온 그날 이후로 이유영은 단 한 번도 강이한의 안부를 묻지 않았다.서주에서 큰일이 있었을 때조차 강이한은 그녀의 마음속에서 이미 낯선 사람이 되어 있었다.박연준 역시 그녀 앞에서 강이한을 거의 입에 올리지 않았다.그들의 사랑이 철저히 부서져 가는 과정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본 사람이기에 이유영이 강이한을 얼마나 깊이 미워하게 되었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그것이 박연준이 바라왔던 결말이었다.하지만 정작 그 끝을 마주하니 가슴이 무너지는 듯했다.특히 요즘의 이유영은 마치 타락해 버린 사람처럼 때때로 낯설만큼 달라졌다.“...”이유영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박연준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강이한이 서주를 떠나기 전 가장 두려워했던 건, 정씨 가문과 엔데스 가문의 악연이 너한테까지 얽히는 거였어. 그래서…”“그래서, 너더러 나랑 결혼하라고 한 거지?”이유영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 날카롭고 차가운 말에 박연준은 잠시 말을 잃었다.“그렇다고 그 사람 말을 곧이곧대로 들었어? 겉으론 싸우는 척하면서 두 사람 사이가 이렇게까지 가까운 줄 난 몰랐네.”그들의 관계는 단순한 친분을 넘어섰다. 아버지의 서재에서 우연히 본 사진 속에서 두 사람은 어딘가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57화

    이유영이 조용히 차 문을 열고 내리려고 하자 순간 손목에 닿는 남자의 힘이 느껴졌다.더는 박연준과 어떤 말도 나누고 싶지 않았다. 이쯤 되었으면 둘 사이에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유영아.”박연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이유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차가운 침묵만이 흐르고 있었다.그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박연준의 가슴엔 미세한 통증이 밀려왔다.‘그래, 이 모든 건 나 때문이야.’그가 한지음을 강이한 곁에 보내지만 않았더라면 연서의 대역이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를 것이고 이유영과 강이한은 지금쯤 행복했을 것이다.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이유영과 강이한의 인생 전반 부분을 철저히 망쳐 놓은 건 바로 박윤준이었다.그래서 이유여도 이렇게 변해버린 것이다.박연준의 가슴에 거센 통증이 밀려왔다.“지금 우리 사이에 더 말할 게 있다고 생각해?”“걱정되지도 않아? 엔데스 가문 쪽에서...”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박연준은 입을 다물었다.자기 모습이 너무 비겁해 보였기 때문이다. 한 여자를 붙잡기 위해 이런 말까지 하는 자신의 모습이 낯설게만 느껴졌다.엔데스 가문과 정씨 가문의 관계는 언제나 예민한 화두였다. 특히 최근 이유영과 강이한이 이혼한 후로는 더욱 그랬다.엔데스의 여섯째 도련님, 이제는 셋째 도련님까지 나서서 정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엔데스 회장이 세상을 떠난 지금, 파리에서 정씨 가문이 차지하는 위치는 어마어마했다.흩어진 엔데스 가문의 사람들은 다시 권력을 갈망했고 그들에게 정씨 가문은 꼭 붙잡아야 할 대상이었다.그리고 그 중심에 선 사람이 바로 이유영이었다.모두가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이유영에게 접근하고 있었다.“박연준, 너도 알고 있지? 너 참 비참해 보여.”그녀는 박연준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그는 누구와 함께 있든 결국 불행하기만 했다. 그게 연서든 이유영이든.“네가 강이한을 그렇게 미워하는 이유는 예전에 연서도 강이한을 사랑했기 때문이지?”박연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말을 들은 그의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56화

    남자의 목소리가 한층 더 엄격해졌다.“무슨 말 할지 알아. 하지만 너도 내 대답을 알고 있잖아. 그러니까 시간 낭비하지 마.”그리고 잠시 말을 멈춘 그녀는 고개를 들어 남자의 눈을 깊이 들여다보았다.“우리 이혼하자.”그 말을 끝으로 이유영은 단호하게 돌아섰다.그녀의 걸음에는 망설임이 없었고 그 차가운 태도엔 일말의 여지도 없었다. 지금 그녀는 박연준에게도 강이한에게도 냉정하기만 했다.강이한이 우려했던 일이 결국 발생하고 말았다. 처음부터 그는 이이유영 서주에 가는 걸 반대했다.이유영이 연서의 존재를 알게 되는 순간, 자신이 숨겨온 모든 음모가 들통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렇게 되면 강이한도 박연준도 이유영의 인생에서 다시는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과거에 아무리 찬란한 기억이라 해도 연서라는 이름 하나로 이유영의 마음은 완전히 뒤집어질 수밖에 없었다.강이한은 이유영과 오랜 세월을 함께해 오며 그녀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그래서 이유영이 연서를 알게 되는 순간, 어떤 이해와 애절도 모두 단절될 거라는 걸 더욱 확신했다.그녀가 이혼을 선언하자 박연준은 반사적으로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두 사람은 그렇게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박연준은 쉰 목소리로 이유영에게 물었다.“내가 그렇게 미워?”그의 목소리엔 복잡한 감정이 실려 있었다.이유영의 최근 행동은 박연준에게 마치 조롱처럼 느껴졌다.밖에 나갈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 속에 그는 마치 아내의 외도를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대낮에 서재욱과 함께 있더니 엔데스 신우와의 관계도 애매하게 얽혀 있었다.결국 그것들은 이유영이 결혼 생활을 견디며 박연준에게 가하는 복수였다.만약 지금 이혼하게 된다면 사람들이 추측해 온 모든 소문이 진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그리고 그는 그야말로 완벽한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미워하는 마음은 중요하지 않아.”이유영은 그저 박연준과 아무 관계도 아니길 바랄 뿐이었다.그녀는 손목을 빼려 했지만 박연준은 오히려 더 강하게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55화

    진영숙에 관해서 정국진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가 조금이라도 이성적인 사람이었다면 오늘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굳이 품위를 지켜야 할 이유도 없었다.악인은 악하게 다스려야 했다. 진영숙에게야말로 딱 맞는 말이었다.“그러니까 박연준과 이혼해.”정국진은 이 한마디만을 반복했다.지금 정씨 가문 입장에서 보면 이유영과 박연준의 결혼이 이어지는 것도 나쁘지 않은 그림이었다.하지만 그는 이유영이 두 남자에 관해 이미 증오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강이한이 눈을 잃은 이유를 아무도 선뜻 이유영에게 말하지 않았던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이유영은 그 사실을 알고 나서도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임을.설령 강이한이 자신을 위해 그토록 희생했다는 걸 알게 되더라도 그는 그녀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용서받지 못할 존재였다.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상황은 더 혼란스러워질 뿐이다.박연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정국진은 아버지로서 이유영이 복수를 위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이유영만이 아니라 정국진조차도 박연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알았어요.”이유영이 고개를 끄덕였다.“가서 쉬어.”“응.”큰 소동이 지나갔으니 이유영은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다.진영숙은 여전히 파리에 있다. 이미 시작된 일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고 그녀가 앞으로 어떤 소란을 일으킬지 아무도 몰랐다.그러니 이유영은 무엇보다 자신을 지켜야 했다.임소미는 이유영이 돌아온 것을 알고 조용히 방에서 나왔다.이유영은 샤워를 마친 뒤, 월이를 품에 안았다.강이한을 빼다 박은 옆모습을 보며 이유영의 가슴에는 잔잔한 아픔이 스며들었다.결국, 그녀는 잘못 생각했다.자기 몸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아이가 온전히 자신의 것이라 착각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너무나 복잡하고 얽히고설킨 문제였다.월이를 낳을 때만 해도 그녀는 아이의 삶에 진영숙 같은 인물들이 나타날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이유영은 밤새 잠들지 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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