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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화. 태성의 석방

Author: 안나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22 18:00:18

한편 경찰청에서는 태성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긴박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었다.

검찰은 불법 침입과 기밀문서 절취, 방화 혐의를 근거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려 했다.

그러나 진혁과 지민이 확보한 자료가 상황을 조금씩 바꾸고 있었다.

화재 신고보다 일곱 분 먼저 작성된 기사 초안.

CK 물류 터미널 인근 CCTV에 찍힌 수상한 화물 차량.

화재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 방재 설비 관리업체 직원으로 위장한 사람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

그리고 강 회장이 변호인을 통해 제출한 진술서.

강 회장은 20년 전 비서실 특별관리계좌가 자신의 지시가 아니라 이창석에 의해 이용되었으며, 자신이 뒤늦게 그 사실을 알고도 회사의 위기를 이유로 조사를 중단했다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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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공장 안에서는 남자들이 연수의 손목을 붙잡았다. 연수는 몸을 비틀며 빠져나오려 했지만 숫자가 너무 많았다. 그 순간 어둠 속에서 느린 박수 소리가 들렸다. 짝. 짝. 짝. “역시 하정우의 딸답군요.” 이민우가 희미한 조명 아래로 모습을 드러냈다. 말끔한 정장 차림이었다. 마치 누군가를 납치하기 위해 나온 사람이 아니라 중요한 계약을 앞둔 사업가처럼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연수는 그를 차갑게 노려봤다. “편지는 어디 있죠?” “이 상황에서도 편지부터 찾는군요.” “그걸 보여주겠다고 해서 왔잖아요.” 이민우는 테이블 위의 봉투를 집어 들었다. “물론 보여드릴 겁니다.” 연수가 손을 뻗자 그는 봉투를 뒤로 물렸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에요.” “처음부터 줄 생각이 없었군요.” “그건 하연수 씨가 얼마나 협조하느냐에 달렸습니다.” 연수는 자신을 붙잡은 사람들을 바라본 뒤 다시 이민우에게 시선을 돌렸다. “언제까지 이런 유치한 짓을 할 생각이죠?” 이민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유치하다…….” 그는 천천히 연수에게 다가왔다. “나는 오히려 아주 품격 있는 실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납치하는 게 실험이에요?” “강태성이라는 사람이 무엇을 선택하

  • 희미한 실루엣의 그대에게   157화. 태성의 석방

    한편 경찰청에서는 태성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긴박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었다. 검찰은 불법 침입과 기밀문서 절취, 방화 혐의를 근거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려 했다. 그러나 진혁과 지민이 확보한 자료가 상황을 조금씩 바꾸고 있었다. 화재 신고보다 일곱 분 먼저 작성된 기사 초안. CK 물류 터미널 인근 CCTV에 찍힌 수상한 화물 차량. 화재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 방재 설비 관리업체 직원으로 위장한 사람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 그리고 강 회장이 변호인을 통해 제출한 진술서. 강 회장은 20년 전 비서실 특별관리계좌가 자신의 지시가 아니라 이창석에 의해 이용되었으며, 자신이 뒤늦게 그 사실을 알고도 회사의 위기를 이유로 조사를 중단했다고 인정했다. 동시에 태성은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분명히 밝혔다. 강 회장의 진술은 태성을 완전히 무죄로 만들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그가 아버지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 창고에 침입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균열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방화 혐의와 관련된 새로운 감식 결과가 제출됐다. 발화 지점은 태성과 일행이 있던 지하 공간이 아니라 건물 외부 배관실이었다. 누군가 미리 설치한 원격 점화 장치가 작동한 흔적도 발견됐다. 결국 법원은 방화 혐의의 직접 증거가 부족하고,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낮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청 출입문이 열렸다. 태성은 다친 어깨에 보호대를 한 채 밖으로 걸어 나왔다. 밤공기가 얼굴을 스쳤지만 그는 주변에 몰려든 기자들을 보지도 않았다.

  • 희미한 실루엣의 그대에게   156화. 사라진 연수

    평창동 저택을 떠난 연수의 차가 어두운 도로 위를 미끄러지듯 달렸다. 조수석에는 강 회장이 적어준 주소와 오래된 녹음테이프가 놓여 있었다. 강원도 평창, 백설원. 태성이 평생 다시 찾지 않으려 했던 가장 아픈 기억. 그리고 이창석이 원본 장부를 숨겼을 가능성이 있는 곳. 연수는 신호등 앞에 차를 세우고 접어둔 주소를 다시 바라봤다. 강 회장의 고백을 듣고도 마음은 조금도 편해지지 않았다. 강 회장은 자신이 모든 일의 주범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창석이 자신의 이름을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침묵했다. 회사를 지킨다는 이유로 조사를 중단시켰고, 그 결과 연수의 아버지 하정우는 모든 죄를 뒤집어쓴 채 무너졌다. 그의 침묵은 끝났지만, 그 대가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연수는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이제 강 회장의 죄를 묻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아버지의 누명을 벗겨야 했다. 태성을 구해야 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을 뒤에서 조종한 이민우를 반드시 세상 밖으로 끌어내야 했다. 연수의 눈빛이 단단하게 가라앉았다. 이전의 연수였다면 누군가 자신을 지켜

  • 희미한 실루엣의 그대에게   155화. 태성의 가장 아픈 장소

    “별장이요?” “태성이 어머니가 살아 있을 때 자주 머물던 곳이 있었다.” 강 회장의 목소리가 떨렸다. “태성이가 어린 시절 가장 행복해했던 장소였지.” “지금도 남아 있습니까?” “아니다.” 강 회장은 고개를 저었다. “태성이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폐쇄했다.” “어디에 있습니까?” 강 회장은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무언가를 떠올린 그의 눈에 공포에 가까운 감정이 번졌다. “강원도 깊은 산속에 있었다.” 연수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폐쇄했다는 건 건물을 없앴다는 뜻입니까?” “아니.” 강 회장은 힘없이 말했다. “소유권만 다른 재단으로 넘겼다.” “어느 재단입니까?” 강 회장은 눈을 감았다. “이창석이 관리하던 문화재단.” 연수의 얼굴이 굳었다. 이창석은 처음부터 그 장소를 알고 있었다. 태성의 어머니와 관련된 장소. 태성이 너무 아픈 기억 때문에 다시는 찾지 않았을 장소. 강 회장이 가장 사랑하는 가족의 기억을 간직한 곳. 그곳이라면 정말 태성이 영원히 찾지 않을 수도 있었다. 연수는 녹음기를 꽉 움켜쥐었다. “주소를 알려주세요.” 강 회장이 고개를 들었다. “혼자 갈 생각이냐?” “혼자 가지 않을 겁니다.” 연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진혁 씨와 경찰에도 알릴 거예요.” “이민우가 이미 지켜보고 있을 수 있다.” “알아요.” “

  • 희미한 실루엣의 그대에게   154화. 테이프 속의 협박

    연수는 뒤를 돌아봤다. 강 회장의 얼굴에도 당혹감이 떠올랐다. “분명 자료를 함께 넣어뒀는데…….” “누군가 가져간 겁니까?” “모르겠다.” 강 회장은 힘겹게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다시 의자에 주저앉았다. “이 저택 금고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어.” 연수는 카세트테이프를 꺼냈다. 겉면에는 날짜도 이름도 적혀 있지 않았다. 그러나 강 회장은 그것을 알아보는 듯했다. “이창석과 마지막으로 통화한 날의 녹음이다.” “통화를 녹음하셨어요?” “그날 그자가 협박할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서재 한쪽에는 오래된 녹음기가 놓여 있었다. 연수는 테이프를 넣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딸깍. 한동안 지지직거리는 잡음만 흘러나왔다. 이윽고 젊은 시절 강 회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창석, 당장 그 계좌를 폐쇄해. 지금보다 훨씬 힘 있고 날카로운 목소리였다. 곧이어 한 남자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이제 와서 깨끗한 척하시는 겁니까, 회장님? 이창석의 목소리였다. —내 비서실 계좌를 더 이상 이용하지 마. 자금 흐름도 모두 돌려놔. —이미 늦었습니다. —무슨 뜻이야? —회장님도 그 돈 덕분에 살았잖습니까. 이제 와서 나만 잘라내면 끝날 줄

  • 희미한 실루엣의 그대에게   153화. 죄를 여는 열쇠

    강 회장은 주범이 아니었다. 직접 하정우를 몰락시키라고 명령하지도 않았고, 비자금을 빼돌린 사람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방관자였다. 자신의 왕국을 유지하기 위해 진실을 외면했고, 무고한 사람이 희생될 가능성을 알면서도 조사를 멈췄다. 그 침묵으로 이창석에게 시간을 벌어준 공범이었다. 연수는 가슴 깊은 곳이 저려왔다. 자신의 아버지는 이들에게 한 사람의 인생이 아니었다. 이창석에게는 범죄를 덮기 위한 도구였고, 강 회장에게는 그룹보다 우선순위가 낮은 희생양이었다. “아버님께는 회사가 그렇게 중요하셨습니까?” 연수가 물었다. “한 사람의 인생보다도요?” 강 회장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눈가에는 깊은 후회가 배어 있었다. “그때의 나는 회사를 살리는 일이 곧 사람들을 살리는 일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 한 명쯤은 희생되어도 된다고 생각하신 거군요.” 강 회장의 입술이 떨렸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는 고개를 숙였다.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됐다.” 오랜 침묵 끝에 강 회장은 비로소 자신의 죄를 인정했다. “내 명예와 그룹을 지키기 위해 나는 진실을 외면하는 쪽을 선택했다.” 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게 나의 비겁함이었다.” 강 회장은 주름진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 비겁함이 네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고, 지금은 너와 내 아들을 지옥으로 끌고 들어가고 있구나.” 연수는 눈물을 참으며 물었다. “태성 오빠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까?” 강 회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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