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은 글로리아가 마지막에 라고만 답하자,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그 두 글자를 본 순간, 그의 기분은 한순간에 엉망이 되었다.그는 글로리아가 자신을 거절할 것이라는 걸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만, 막상 직접 거절을 당하고 나니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겉으로는 늘 신사처럼 굴었지만, 실제 오리온은 속이 좁고 앙심을 오래 품는 성격이었다. 자신을 거스른 자는 끝내 반드시 보복해야 직성이 풀렸다. 글로리아가 자신을 거절한 것은, 그의 눈에는 그저 배은망덕한 인간의 전형일 뿐이었다.그래서 오리온은 이를 악물며 중얼거렸다. “글로리아, 네가 감히 나한테 잘난 척을 해? 날 무시해? 두고 봐라, 언젠가 널 무릎 아래 굴복시켜 쾌락을 맛보게 만들어주마!”그 뒤로도 남은 비행 내내 오리온의 가슴 속에는 불길한 욕망과 분노가 들끓었고, 그것을 해소할 길이 없었다.밤 11시 반, 전용기는 라르나카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마음을 억지로 가라앉힌 오리온은 빈손으로 공항 밖으로 걸어 나왔다.이때 이미 깊은 밤이었고, 키프로스 남부에는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오리온은 공항 정문 앞에서 택시 한 대를 세워, 곧장 구리광산이 있는 방향으로 달려갔다.출발하기 전, 오스틴은 구리광산의 위치와 전체 평면도를 그에게 보여주었고, 오리온은 이미 지형과 내부 구조를 꿰뚫고 있었다.그의 계획은 먼저 광산 외곽에서 몰래 잠입해, 주 사무동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바로 그곳에 에이든이 거주하고 있었다.30분쯤 지나, 택시는 광산에서 1km도 채 안 되는 도로변에 멈춰 섰다. 그러나 엔진과 보닛은 여전히 뜨겁게 달궈져 있었음에도, 차 안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다. 승객도, 운전사도 없었다.그 시각, 광산 북쪽 숲 한가운데서 오리온은 거대한 나무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울창한 잎사귀 덕에 모습은 감춰지고, 가지 사이로 광산 북측의 움직임을 똑똑히 살필 수 있었다.그리고 그의 뒤쪽, 또 다른 나무에 끔찍한 시체가 매달려 있었다.그 시체는 목이 통째로 비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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