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한 척의 화물선이 부산항을 떠나 남태평양에 위치한 타히티를 향해 항해를 시작했다.박상철은 선미에 서서, 밤빛 속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부산항을 바라보며 복잡한 심경에 휩싸였다.박상철은 시후의 아버지 은서준의 최측근이었지만, 20년 전 은서준은 그에게 두 가지 임무를 맡겼다. 하나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긴 뒤에도 반드시 시후의 안전을 지키라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모든 일을 안예선의 지시에 따르라는 것이었다.그 이후 수십 년 동안 박상철은 겉으로는 LCS 그룹에서 집사로 지내왔지만, 실제로는 모든 행동이 안예선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지난 10여 년 동안은 은충환조차도 자신의 손자 시후가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이는 은서준이 사고를 당하기 전, 박상철에게 시후의 소식을 언제 은충환에게 알릴지에 대해 아무런 지시도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모든 흐름은 안예선이 뒤에서 조율하고 있었다.안예선이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한 뒤에야, 박상철은 은충환에게 시후의 생존 사실을 털어놓았다. 은충환은 아들과 며느리에게 늘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고, 손자 역시 비극적인 운명을 타고났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 그 보상으로 그는 엠그란드 그룹을 인수했고, 박상철에게 100억 원 한도의 블랙카드를 건네 시후에게 전달하게 했으며, 그 뒤로 일련의 사건들이 이어지게 된 것이다.갑작스럽게 한국을 떠나게 된 것에 대해 박상철은 아쉬움이 컸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는 자신이 잠시 자리를 비우는 것이 최선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시후에게 아무 말없이 떠나온 것이었다.한편, 그 시각 시후는 LCS 그룹 옛 별장의 객실에 홀로 누워 쉽게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박상철의 갑작스러운 이탈은, 시후에게 하나의 분명한 사실을 깨닫게 했다.박상철은 은충환을 위해 일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아버지 은서준만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만약 박상철이 아버지를 위해 일하고 있었다면,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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