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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61 Chapters

6141장

글로리아가 말한 적이 있다. 네 명의 백작 가운데 카운트 에버윈이 가장 강하다고.그러나 카운트 에버윈은 자폭하지 않는 한, 시후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그렇다면 시후는 카운트 로이밸러 역시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시후는 자신이 있었다.다만, 자신이 있다는 것과 기회가 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뉴욕 같은 대도시 한복판에서 카운트 로이밸러와 공개적으로 싸우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도심에서 술법이 오가면, 카운트 로이밸러를 처리하기도 전에 영상이 실시간으로 퍼질 가능성이 높다.그렇다면, 카운트 로이밸러와의 정면 승부는 불가하다. 게다가 벼락을 떨어뜨려 한 방에 끝내는 방식도 사용할 수 없다. 만약 맨해튼 병원에 갑자기 벼락이 떨어져 한 남자가 즉사한다면, 거대한 소동이 벌어질 것이다.이는 시후가 카운트 로이밸러를 죽이려면 기습 공격을 가해 즉사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하지만 그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카운트 로이밸러가 먼저 주진운에게 손을 쓸 가능성이다.그를 이곳에서 떼어내지 못하면, 갑자기 공격당해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었다.카운트 로이밸러가 먼저 움직이면, 시후 역시 가만있을 수 없다. 그렇게 된다면 아마도 공개적인 충돌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시후의 눈빛이 미묘하게 바뀌었다.한 가지 수가 떠올랐다.그는 한크 길버트의 병실에서 일회용 마스크 하나를 집어 들고 착용한 뒤 병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응급실로 향했다.응급실 접수 데스크에는 젊은 여성 간호사가 한 명 앉아 있었다.시후가 물었다.“안녕하세요. 조금 전 교통사고 환자가 1707호로 올라갔다고 들었습니다. 그 환자를 담당한 의사가 누구입니까?”간호사는 약간 경계하며 되물었다.“실례지만, 보호자이신가요?”시후는 아주 미세하게 영적 의식을 흘려보냈다.그리고 담담히 말했다.“나는 오늘 부임한 응급의료 총괄 책임자입니다. 닥터 리라고 부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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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42장

시후는 차트를 훑어보았다.환자 이름은 쏘니. 차량에 치여 입원했고, 연골 타박상과 다수의 찰과상이 있었지만, 뼈에 금이 가거나 근육이 찢어진 정도는 아니었다. 겉보기엔 큰 부상은 아니었다.시후가 물었다.“상태가 심각하지 않은데, 굳이 입원까지 시킬 필요가 있나? 응급실에서 경과 관찰만 해도 충분했을 텐데.”피트 박사가 곧바로 답했다.“닥터 리, 그게… 이 쏘니라는 사람은 박지민의 보좌관이에요. 박지민은 Samson 그룹 사위로 뉴욕에서 꽤 영향력이 있습니다. 직접 병원 이사장에게 연락을 했고, 이사장이 17층 종합병동으로 배정해 특별히 관리하라고 지시했지요.”시후의 눈썹이 단단히 굳었다.“뭐라고? Samson 그룹의 사위 박지민?”“맞습니다! 바로 그 사람입니다!”순간, 시후의 턱이 굳게 다물렸다. 주먹에도 힘이 들어갔다.그러니 조금 전 1707호 병실에 있던 세 사람은 먼저 들어온 ‘부상자’, 네 명의 백작 중 하나인 카운트 로이밸러, 그리고 박지민이었던 것이다!그동안 Samson 그룹 측에서는 그를 강하게 의심만 했을 뿐, 명확한 물증은 없었다. 하지만 오늘, 그는 카운트 로이밸러와 함께 이곳에 나타났다.이것으로 모든 것이 입증되었다!이렇게 생각하며 시후는 비웃었다. ‘오시연이 이번엔 정말 집착하는군. 사방보당을 위해 박지민과 로이밸러를 동시에 움직이다니.’시후는 곧바로 휴대전화를 꺼냈다. 그런 뒤 외조부 안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그 시각.서울.서울은 이른 아침이었다. 안산은 이미 단정히 차려 입고 있었다. 오늘은 중요한 경제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다.최근 며칠간, 안충주, 안태풍, 그리고 제이크 한과 함께 안산 회장은 여러 정부 부처와 전략적 협약을 체결했다.안산 회장에게 조국에 투자하고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를 들뜨게 했다.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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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43장

안산이 먼저 뜻을 밝히자, 곁에 있던 안충주가 주저 없이 말했다.“아버지, 시후가 이미 확실한 증거를 확보했다면 저도 아버지와 같습니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였다.“저 역시 형님과 같습니다. 아버지의 결정을 따르겠습니다.”제이크 한은 잠시 입술을 다물었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회장님, 저도 동의합니다. 다만… 이 일이 끝난 뒤 유진이가 시후를 원망하지는 않겠습니까?”안산은 손을 들어 말을 막았다.“Samson 그룹 사람이라면 그 정도 판단은 할 줄 안다. 그러니 유진이도 이해할 거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안산은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이 일은 시후와 우리 네 사람만 안다. 일이 끝난 뒤 유진이가 어떤 생각을 하든, 우리는 입을 닫는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으로 한다.”세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이런 일에는 암묵적인 합의가 최선의 해결책이다.잠시 후, 안산은 눈가를 조용히 훔쳤다. 그리고 단단한 표정으로 시후에게 답장을 보냈다.곧이어 한 통을 더 보냈다.안산은 박지민을 한때 몹시 아꼈다.박지민은 집안 배경은 평범했지만, 젊은 시절부터 재능이 뛰어났고 학식과 판단력이 남달랐다.안산은 그에게서 은서준의 그림자를 보았던 것이다.은서준과 딸을 잃은 뒤, 안산의 마음 한구석은 오랫동안 비어 있었다. 박지민은 그 빈자리를 조금이나마 메워주는 존재였다.은서준에 대한 깊은 미안함 때문에, 그는 박지민을 친아들처럼 여기며 키웠고 전폭적으로 신뢰했다.그러나 시후가 박지민이 폴른 오더의 잠복 인물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잡았다고 말한 순간 안산은 배신감과 함께 묘한 허탈함을 느꼈다.그가 은서준에게 느끼던 미안함을 박지민을 통해 조금이나마 덜어냈다고 믿었지만, 그것은 결국 혼자만의 착각이었다.오히려 그 사실은 은서준에 대한 죄책감을 더 깊게 만들었다.그토록 귀한 사위였던 은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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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44장

시후는 외조부의 답장을 확인한 뒤, 아무 말없이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앞에 서 있는 피트 박사에게 물었다.“1707호 환자, 어떤 검사들을 했지? 차트 좀 보자고.”피트 박사는 곧바로 의무기록을 건넸다. 시후는 몇 장을 빠르게 넘겨보더니 짧게 말했다.“여분 가운 있나? 하나 가져와.”“있습니다!”피트는 서둘러 자신의 예비 가운을 내주었다. 시후는 가운을 입고 마스크를 단단히 고쳐 썼다.“가자고 1707호로.”“그러시죠, 닥터 리!”1707호 병실.카운트 로이밸러는 눈을 감은 채 영기를 뿜어 낸 뒤 1701호의 병실과 인근 병실의 상황을 감지하고 있었다.FBI 요원들이 열댓 명 넘게 잠복해 있다는 것을 느끼자, 그의 얼굴에 미묘한 긴장감이 스쳤다.이 상황에서 피터 주를 조용히 빼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었다. 시후조차 확신하기 어려운 작전을, 하물며 카운트 로이밸러라고 다를 리 없다.따라서 카운트 로이밸러는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마침 눈을 뜬 카운트 로이밸러를 향해 박지민이 다가왔다.“어떻습니까?”카운트 로이밸러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쉽지 않다. 인원이 많아. 단시간에 끝내기 어려울 거야...”박지민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낮게 말했다.“기회가 없다면 무리하지 말고 여기서 감시를 계속하시죠. 영주님의 다음 지시를 기다리는 게 낫겠습니다.”카운트 로이밸러는 못마땅한 표정이었다.“그럼 공을 세울 기회를 놓치는 셈이잖나!”박지민이 차분히 답했다.“공은 흐름을 타야 세울 수 있습니다. 불가능한 일을 억지로 밀어붙였다가 실수라도 나면, 윗선의 문책을 받는 쪽은 우리입니다.”카운트 로이밸러가 다시 입을 열려는 순간 그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쉿 조용히... 누가 온다!”그는 두 사람이 병실 쪽으로 다가오는 기척을 느꼈다.그러나 시후는 자신의 기운을 완전히 봉인해 두고 있었다. 그렇기에 카운트 로이밸러는 시후가 자신보다 강한 존재라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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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45장

이 순간, 박지민은 눈앞에 선 마스크 낀 동양인 의사를 전혀 특별하게 여기지 않았다.그의 기준에서 보면, 이 병원 이사장이 와도 허리를 굽혀야 할 위치였다. 하물며 응급실 책임자라니, 아마 인맥을 트고 얼굴을 익혀두려는 속셈이겠거니 생각했다.그래서 그는 시후의 인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시후는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박지민 씨, 저는 응급의학과 책임자입니다. 오늘 온 이유는 환자 보호자와 상의할 일이 있어서입니다. 혹시 보호자이십니까?”박지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거만하게 답했다.“제 보좌관입니다. 그러니 제가 보호자라고 보시면 되죠. 무슨 일입니까?”시후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박지민 씨께서는 저희 병원의 귀한 손님이시다 보니, 저희가 특별히 배려를 하고자 합니다. 환자분을 최상층 VIP 병실로 옮겨드리려고 하는데요. 공간도 훨씬 넓고, 시설도 완비되어 있으며, 동행하신 분들께서도 편하게 머무르실 수 있습니다.”말을 하며 시후는 안쪽에 앉아 있는 중년 남성을 향해 가볍게 손을 들어 인사를 건넸다.그는 바로 카운트 로이밸러였다.카운트 로이밸러는 여전히 영기를 숨기지 않은 채 앉아 있었지만, 시후가 자신의 기운을 완전히 봉인하고 있었기에 전혀 이상을 감지하지 못했다.자존심 강한 카운트 로이밸러는 박지민조차 자신과 동등하게 여기지 않았으니 의사 차림의 시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러자 그는 시후의 인사를 무심히 무시해버렸다.박지민은 시후의 제안을 듣고 당황했다. 직접 이사장에게 연락해 17층으로 배정받은 것이었고, 보좌관을 다른 곳으로 보낼 생각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차분하게 말했다.“호의는 감사하지만, 병실 이동은 필요 없습니다. 여기 조건도 충분히 좋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지내겠습니다. 두 분은 돌아가셔도 됩니다.”시후는 한 걸음 다가서며 말했다.“조금만 더 생각해 보시죠. 위층 VIP 병실은 환경이 훨씬 좋습니다. 절차는 저희가 모두 처리하겠습니다. 이동 인력도 배치해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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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46장

시후가 일부러 주진운과 FBI의 실상을 먼저 털어놓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 진실을 먼저 내보여 신뢰를 얻은 뒤, 거짓을 얹기 위함이었다.그의 목표는 분명했다. 박지민과 카운트 로이밸러를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것.둘을 떼어놓아야 하나씩 처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존재하지도 않는 FBI의 ‘요구사항’을 꾸며냈다. 하지만 앞선 사실들이 워낙 정확했기에, 뒤에 붙은 거짓말도 자연스럽게 설득력을 얻었다.박지민과 카운트 로이밸러는 따로 상의조차 하지 않았고 시후의 말이 사실이라 믿어버렸다.두 사람은 모두 FBI가 환자를 동반하는 인원수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은 잠재적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며, 이러한 요구는 합리적이고 정당하며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박지민은 쉽게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혹시 카운트 로이밸러가 자신을 견제할 수도 있다고 의심해 왔지만, 지금은 공을 세울 기회가 눈앞에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한 사람이 떠나야 한다면, 그 사람이 자신이 되어선 안 된다. 만약 혹시 일이 성사된다면 공로가 크게 줄어들 테니까.그래서 박지민은 냉정하게 말했다.“괜찮습니다. FBI는 제가 직접 이야기하겠습니다. 굳이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시후는 고개를 저었다.“그건 어렵습니다. FBI 측 요구는 분명합니다. 두 분이 함께 계시려면 병실을 옮기셔야 합니다.”그래서 시후는 일부러 다른 선택지를 던졌다.“그럼 이렇게 하시죠. 16층 엘리베이터 근처 병실을 비워두겠습니다. 이동 거리도 짧고, 금방 가실 수 있을 겁니다.”박지민의 표정이 굳었다.“안 됩니다. 제 보좌관은 조금 전 다친 사람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동은 무리입니다!”시후는 응급 차트를 펼쳐 보였다.“검사상 큰 이상은 없습니다. 입원 관찰도 가능하고, 자택 안정도 가능한 상태입니다. 원하신다면 의료진을 파견해 24시간 자택 관리도 해드릴 수 있습니다. 집에서 회복하는 편이 심리적으로도 낫습니다.”박지민의 인내심이 한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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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47장

카운트 로이밸러의 입장에서 보면, 박지민이 곁에 남는 것이 분명 도움이 된다. 일이 성공한다면 철수 과정에서 엄호도 필요하고, 이후 은신처를 마련하는 데에도 그의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따라서 카운트 로이밸러는 사실 박지민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지금은 불필요한 변수를 만들 수 없는 상황이었다.그는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고 무엇이 우선인지 그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첫째, 떠나야 할 사람은 자신이 아니다.주진운을 FBI 손에서 빼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다.둘째, 그렇다고 박지민을 남겨 FBI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스르게 할 수도 없다.FBI가 직접 개입해 강제로 병실 이동을 요구한다면, 선택지는 두 가지 뿐이다. 그 자리에서 무력 충돌을 감수하든가, 아니면 다른 층으로 옮겨 기회를 영영 놓치든가.결국 그는 심사숙고 끝에 FBI의 눈을 피하기 위해 박지민을 먼저 보내기로 결단을 내렸다.박지민의 속은 끓어올랐고, 솔직히 말해 만 번을 생각해도 내키지 않았다.하지만 이 상황에서 고집을 부릴 수는 없다. FBI 병실은 불과 몇 칸 떨어져 있었기에, 괜히 일을 키웠다가 작전 전체를 망치면, 윗선의 문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결국 그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이곳을 잘 부탁드립니다.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하십시오.”카운트 로이밸러는 겉으로는 공손히 답했다.“네, 조심히 가십시오.”박지민은 시후를 한 번 노려보더니, 냉소를 흘리고 병실을 나섰다.시후는 일부러 안도의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도 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이해 부탁드립니다.”카운트 로이밸러는 별다른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서로 입장이 있는 것이니 이해합니다. 다만 FBI가 괜히 들락날락하지 않도록만 해주십시오.”“알겠습니다.”시후는 그렇게 말하고 피트 박사와 함께 병실을 나섰다.카운트 로이밸러는 뒤따라 나가는 피터를 잠깐 바라보았다. 박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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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48장

박지민은 속으로 눈앞의 의사도 결국 위에서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사람일 뿐이며 FBI 요구를 무시할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태도도 겸손하고 말투도 부드러웠으니 그는 화를 더 낼 이유가 없었다.그는 무표정하게 중얼거리듯 말했다.“맞는 말이군. FBI라는 것들, 하나같이 무능하기 짝이 없어. 자기 일도 제대로 못 하면서 남의 병실까지 간섭이라니!”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그러니까요!”그러고는 재빨리 목소리를 낮췄다.“너무 상심하지 마십시오. 밤에 상황을 한 번 더 지켜보겠습니다. FBI쪽에서 경계가 느슨해지는 시간이 있을 겁니다. 그때 오시고 싶으시면 제가 방법을 강구해보겠습니다.”박지민의 눈이 번뜩였다.“가능하겠나?”시후는 은근히 말했다.“아마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저 사람들, 상관이 있을 때만 엄격하니까요. 분위기 따라왔다 갔다 합니다.”박지민은 의사가 자신에게 줄을 대려 한다고 여겼다.“이 일을 처리해주면, 이사장에게 내가 직접 말해주지. 자네 앞날에 도움 되게 해주겠네.”시후는 과장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오오!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엘리베이터는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차량까지 모시겠습니다. 이동하면서 말씀 나누시죠.”박지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직접 운전해 공항에 갔던 터라 운전기사도 없었다. 대화하기 좋은 상황이었다.두 사람은 검은색 롤스로이스를 향해 걸어갔다.“몇 시쯤이면 느슨해질 것 같나?”시후는 급히 말했다. “한 2시간, 길어야 3시간 뒤면 분위기가 달라질 겁니다.”“제가 제안드리는데 절대…”시후가 말을 이으려는 순간, 맞은편에서 사람이 다가왔다. 그러자 박지민은 재빨리 말을 끊고 목소리를 높였다.“흠흠, 환자는 잘 부탁하네. 최고의 의료진과 약물을 써야 해. 후유증은 절대 남으면 안 된다고!”시후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물론입니다. 그 부분은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박지민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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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49장

은서준이 세상을 떠났을 때, 안유진은 아직 학생이었다. 따라서 박지민 역시 은서준을 직접 만난 적은 없었다.하지만 그는 학창 시절부터 폴른 오더가 안유진을 위해 ‘맞춤 제작’한 인물이었다.당시 그와 함께 선발된 젊은 남성 ‘학자’들은 스무 명이 넘었다. 대부분은 순수 한국계였고, 일부는 혼혈, 심지어 외국계 인물도 포함되어 있었다.이유는 단순했다. 안유진이 성장한 뒤 어떤 배우자상을 선택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폴른 오더는 용모가 단정하고, 지적이며, 교양과 매너가 뛰어난 청년들을 대거 선발했다. 그런 뒤 혹독한 교육과 훈련을 거쳐, 자연스럽게 안유진의 주변을 둘러싸게 했다.안유진은 당시 그녀 주변에 나타났던 뛰어난 젊은이들, 즉 성적이 매우 우수하고 지식이 풍부하며 또래를 훨씬 능가하는 신사다운 면모를 지닌 그들이 거의 모두 폴른 오더 출신의 학자들이었다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고 있었다.폴른 오더의 목적은 간단했다. 엄선된 정예 요원들을 대거 동원해 그들 중 단 한 명만 Samson 그룹 내부로 들어가면 성공이었다.그리고 최종 승자가 박지민이었다.그는 젊은 시절부터 Samson 그룹 인물들의 정보를 암기하다시피 익혔다.비록 은서준을 직접 만난 적은 없었지만 그의 사진과 영상도 수없이 보았고 꼼꼼히 검토했었다.하지만 은서준은 이미 오래전에 죽었고, 안유진과 결혼한 후에는 은서준에 대한 과거 공부를 다시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에, 은서준의 외모를 거의 잊어버린 상태였다.하지만 십여 년 전에 열심히 외웠던 정보였기에, 그는 시후가 어딘가 낯익다고 느꼈다. 마치 전에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박지민의 약간 당황한 표정을 본 시후가 웃으며 물었다.“제가 낯익으십니까?”박지민은 경계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데… 바로 떠오르진 않는군.”시후는 웃으며 마스크를 벗어 롤스로이스의 대시보드 위에 올려놓았고 편하게 등받이에 기대며 말했다.“그렇게 느끼신다면, 굳이 더 숨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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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0장

“알고 있습니까? 키프로스에 있던 죽음의 전사들 주둔지는 이미 전부 제게 귀순했습니다.”“보잘것없는 학자 따위가 감히 총을 겨누다니. 내가 마음만 먹으면 당신 목을 비틀어버리는 건 순식간입니다. 더 나아가, 기회가 된다면 특수부대 출신이라는 당신 부모도 함께 정리할 수 있습니다!”그 말에 박지민의 동공이 순식간에 수축했고 얼굴이 일그러지며 살기가 번졌다.그는 이를 악물고 고함을 질렀다.“감히 내 가족을 입에 올려? 네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 한마디면 넌 죽어야 해!”그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그 찰나, 시후의 손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시후는 총을 쥔 손을 잡아챈 뒤, 엄지로 해머를 눌렀다.딱!총성은 울리지 않았고 대신 합금으로 된 해머가 그대로 부러져 떨어졌다!해머가 없어진 권총은 뇌관을 발사하는 데 필수적인 부품을 잃어버렸고, 박지민이 아무리 방아쇠를 당겨도 완전히 무용지물이 되었다.그는 시후가 그런 힘을 지녔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손가락 하나로 금속 해머를 꺾어 버리다니!그 순간, 그는 극심한 공포에 휩싸였다!학자들은 정체 노출을 막기 위해 무술을 배우지 못했다. 그들의 임무는 공부였다. 세계 어느 명문대에도 합격할 수 있을 만큼의 두뇌와 이력.그래야 어떤 가문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그 말은 곧 박지민은 맨손으로는 아무것도 못 하는 존재라는 뜻이었다.총이 없으니 시후에게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그는 급히 권총을 뒷좌석으로 던지고 두 손을 들었다.“시후야… 오해하지 마라. 나는 학자이지만… 정말 Samson 그룹을 위해 일했다. 네 작은 이모와도 진심이었다…”시후는 코웃음을 쳤다.“제가 폴른 오더의 사람들을 얼마나 죽였는지 알면서, 그런 말을 믿으라고요? 당신 말솜씨를 과신하는 겁니까, 아니면 제 머리를 얕보는 겁니까?”박지민은 눈물까지 흘리며 매달렸다.“우리는 선택권이 없었다! 어릴 때부터 영주가 시키는 대로 살았다. 거역하면 죽으니까. 반항은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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