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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나는 재벌가 사위다: Chapter 6791 - Chapter 6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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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91장

심지어 새끼손가락부터 시작해 엄지손가락으로 끝내야 한다거나, 손가락 하나하나의 각도와 간격까지도 엄격한 기준이 있는 듯했다. 수인이 변하는 과정에서 아주 조금이라도 틀리면 그 수인은 아무런 효력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었다.그때 하늘의 광점들은 시후에게 여덟 가지 수인을 모두 보여 준 뒤, 다시 첫 번째 수인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한 번 더 시연하기 시작했다.시후는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은 채 모든 과정을 응시했다. 자칫 작은 동작 하나라도 놓칠까 봐 온 신경을 집중했다.그렇게 눈 덮인 언덕 위에서 한 시간이 넘도록 서 있은 끝에, 시후는 마침내 모든 세부 동작을 머릿속에 완벽히 새겨 넣었다.그러자 하늘의 광점들도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형상이 점점 옅어지더니 대부분의 빛줄기들은 다시 원래의 오로라로 돌아갔다.20여 분이 더 지나자 모든 것이 처음처럼 회복되었다. 오로라는 다시 하늘에서 땅까지 길게 드리워진 거대한 휘장처럼 밤하늘을 수놓으며, 신비롭고도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았다.그동안 릴리는 시후가 말한 장면을 어떻게든 보려고 애썼지만 끝내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마치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착시 그림을 들여다보며 다른 사람들은 이미 스무 개의 얼굴을 찾아냈는데, 자기만 하나도 찾지 못하는 아이 같은 기분이었다.오로라가 완전히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자 릴리는 보여 줄 것은 모두 끝난 것임을 직감했다. 결국 아무것도 알아보지 못했다는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허탈해졌다.그때 시후가 정신을 차린 듯 말했다.“릴리, 이제 들어가자.”릴리가 서둘러 물었다.“선비님은 방금 오로라에서 무엇을 보신 거예요?”“수인이었어.”시후는 사실대로 대답했다.“굉장히 복잡한 수인이었는데, 아마도 손동작을 사용하는 술법인 것 같아.”릴리는 놀라서 말했다.“술법이었다고요? 그렇다면 어떤 효능이 있는지 한번 시험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였다.“원래는 돌아가서 해 보려고 했어. 그런데 생각해 보니 공격 계열 술법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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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92장

영기가 늘어난 것이 착각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한 시후는 크게 기뻐했다.그는 릴리에게 말했다.“이 수인은 수행을 위한 수련법인 것 같아. 몸속 영기를 양손에 모은 뒤 수인을 맺으면, 그 수인이 영기를 추가로 되돌려주는 거야. 하나의 진법처럼 말이지. 영기로 더 많은 영기를 만들어 내는 진법인 셈이야.”릴리는 수행 자체를 익힌 것은 아니었지만, 오랜 세월을 살아온 릴리는 수행 세계의 여러 이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시후의 말을 듣자 그녀는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을 입 밖에 냈다.“선비님, 그렇다면 이 수인을 익히는 순간 현재의 가장 큰 한계를 극복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 아닌가요?”시후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이 수인을 익힌 사람은 말법시대를 돌파할 방법을 손에 넣은 거나 마찬가지야.”말법시대란 마치 산업 사회 전체에서 갑자기 전기가 사라진 것과 같았다. 전기가 없으면 생산 활동을 할 수 없고, 산업의 발전도 자연히 멈춰 버린다.그런데 말법 시대에 영기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방법을 찾아냈다는 것은, 모두가 전기를 쓰지 못하는 세상에서 혼자 태양광 발전기를 손에 넣은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만큼 엄청난 의미를 지닌 일이었다.시후는 『구현보감』을 얻은 이후 지금까지 영기를 흡수한 방법이 단 두 가지뿐이었다.하나는 영석이었고, 다른 하나는 환약이었다.말법 시대 이전의 수행자들은 천지에 가득한 영기를 공기 속에서 직접 흡수해 수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말법 시대가 시작되면서 세상에서 자연적인 영기가 사라졌고, 가장 근본적인 수행 방식도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이 때문에 수행은 극도로 어려워졌다. 대부분의 수행자는 영기를 얻을 방법 자체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영석은 말법 시대 이전, 천지에 영기가 충만하고 영맥이 풍부하던 시절에 생성된 산물이었다. 긴 말법 시대를 거치는 동안 수행자들은 영석을 찾아 온갖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지금에 와서는 영석이 극도로 희귀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환약 역시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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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93장

처음에는 동작이 아직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인 한 세트를 완성하는 데 제법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시후는 수인에 점점 익숙해졌고, 완성 속도도 눈에 띄게 빨라지면서 수행 효율 역시 크게 높아졌다.그렇게 어느새 열 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이 시후가 끊임없이 수인을 맺으며 연습하는 사이 흘러갔다.그 시간 동안 시후는 오직 수인을 맺는 데만 온 정신을 집중했다. 마침내 명상에서 깨어난 그는 곧바로 몸속의 영기를 살펴보았고, 놀랍게도 하룻밤 사이 체내 영기가 약 10%가량 늘어난 것을 확인했다!이처럼 뚜렷한 영기의 증가는 시후를 더없이 기쁘게 만들었다!무엇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새롭게 늘어난 영기가 모두 단전에 차곡차곡 쌓여, 단전이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만큼 충만해졌다는 사실이었다.시후는 이 수인이 가져다주는 이점이 단순히 영기를 계속 만들어 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수인은 체내 영기를 담아 둘 수 있는 한계 자체를 계속 넓혀 주고 있었다.게다가 이렇게 늘어난 영기는 환약으로 보충한 영기와는 본질적으로 달랐다.환약을 사용해 영기를 한계까지 채우면 남는 영기는 몸속을 억지로 휘돌다가 결국 자연스레 소멸되고 말았다. 하지만 수인을 통해 조금씩 늘어난 영기는 단전의 한계를 조금씩 확장해 더 많은 영기를 담을 수 있게 만들 뿐, 넘친 영기가 몸 밖으로 흩어지게 두지 않았다.어떤 의미에서 영기는 게임 속 마나와 비슷했다. 마법사나 술사가 기술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핵심 자원인 것이다. 실전 능력은 장비나 레벨, 재능, 각종 강화 효과 등 여러 요소의 영향을 받지만, 마나 총량 역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예를 들어 A와 B의 공격력이 모두 100이라고 해도, A의 마나가 100이고 B의 마나가 150이라면, 둘이 싸웠을 때 B가 승리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결국 체내 영기의 총량을 늘리는 것 역시 수행 경지를 높이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무엇보다 시후를 가장 흥분시킨 것은 단 하룻밤 만에 영기가 약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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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94장

“새로운 단서를 찾았다고?”시후는 그 말을 듣자마자 눈빛이 밝아졌다.“제이크 한 경감이 구체적으로 뭐라고 했어? 새로운 죽음의 전사 거점을 찾아낸 게 확실한 거야?”“네!”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제이크 한 경감 말로는 AI가 모로코에 있는 한 인산염 광산을 특정했다고 해요. 선비님께서 돌아오시면 자세한 내용은 직접 설명드리겠다고 했어요.”시후는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내 기억이 맞다면 모로코도 아프리카 국가였지?”“맞아요.”릴리가 대답했다.“모로코는 아프리카 북서부에 있고,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있는 이베리아 반도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어요. 또 세계 인산염 매장량의 약 70퍼센트를 보유한 나라로도 유명해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다면 인산염 광산도 상당히 많겠군. 폴른 오더가 죽음의 전사 거점을 그곳에 숨겨 두었다면 위장하기도 훨씬 쉬웠을 거야. 그렇다면 거의 확실하다고 봐도 되겠네.”릴리가 물었다.“선비님, 중요한 일이니 지금 바로 돌아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시후는 고개를 저었다.“조금만 더 있어 보자. 릴리도 오로라를 더 보고 싶다고 했잖아. 나도 오늘 밤 다시 오로라를 보면서 또 다른 변화가 나타나는지 확인해 보고 싶어. 아무 일도 없다면 오늘 밤 바로 오슬로로 출발하자.”“네. 선비님 뜻대로 할게요.”아직 해가 완전히 지기 전, 시후와 릴리는 차를 몰고 나가 간단히 식사를 마친 뒤 별장으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시후는 곧바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수인을 맺으며 다시 수행을 시작했다. 전날 밤 내내 반복해서 익힌 덕분에 그는 이제 이 수인을 완전히 몸에 익힌 상태였다. 손놀림은 막힘없이 이어졌고, 영기의 운용도 한층 자연스러워졌다.몇 시간이 흐르자 체내 영기는 다시 눈에 띄게 증가했고, 시후는 이 수인의 효과를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시후는 밤이 깊어 가도록 계속 수행했고, 마침내 오로라가 다시 밤하늘에 모습을 드러냈다.시후와 릴리는 함께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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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95장

무엇보다 릴리는 평범한 소녀가 아니었다. 수백 년을 살아온 데다 헬기까지 조종할 줄 아는 사람이니, 장거리 운전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돌아오는 길에는 릴리가 운전대를 잡고, 시후는 뒷좌석에 앉아 계속 수행에 집중했다.두 사람이 오슬로에 거의 도착할 무렵, 시후의 체내 영기는 이미 처음보다 약 20% 가까이 늘어나 있었다.그는 릴리에게 말했다.“이 수인이 정말 영기를 계속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돌아가자마자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반지에 숨겨진 능력을 끌어내 볼 생각이야.”올 때도 AI 모델이 있는 데이터센터를 지나왔던 만큼, 시후는 곧바로 제이크 한 경감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침 제이크 한 역시 그곳에 있었기에, 시후와 릴리는 곧장 데이터센터로 향했다.두 사람이 도착하자마자 제이크 한 경감이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AI 모델이 의심도가 매우 높은 목표를 하나 찾아냈습니다. 모델 스스로도 99.99%는 확실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시후가 말했다.“그럼 이번에는 무엇을 찾아냈는지, 또 어떤 논리로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설명해 주시죠.”제이크 한 경감은 곧바로 모니터를 켜고 여러 장의 사진과 위성 영상을 띄웠다. 그는 화면의 한 구역을 가리키며 말했다.“시후 도련님, 여기가 모로코 중부의 인산염 광산 지대입니다. 모로코의 4대 인산염 광구 가운데 하나죠.”시후가 물었다.“이 광구에서 인산염을 채굴하는 회사는 몇 곳입니까?”“조사 결과 모두 여덟 곳입니다.”제이크 한 경감은 위성 사진을 확대했다. 거의 사막처럼 황량한 광구 곳곳에 여러 채굴 업체가 흩어져 있었고, AI가 화질을 보정한 덕분에 작업 차량과 인원까지 어느 정도 식별할 수 있었다.그는 화면 속의 한 구역을 가리켰다.“여기가 AI가 가장 강하게 의심하는 인산염 채굴 업체입니다. 회사 이름은 듀크 마이닝입니다. 설립된 지 35년이 되었고, 그동안 규모도 몇 배나 커졌습니다.”시후가 물었다.“AI는 무엇을 근거로 이곳을 폴른 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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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96장

제이크 한 경감의 설명을 모두 들은 시후가 물었다.“제이크 한 경감님은 오랫동안 강력 사건을 수사해 오셨잖습니까. 경감님이 보시기에는 AI의 분석을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십니까?”“충분히 믿을 만합니다.”제이크 한 경감은 고개를 끄덕였다.“물론 이곳이 폴른 오더의 죽음의 전사 거점이라는 직접적인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AI는 여러 관점에서 이곳이 얼마나 비정상적인지를 입증했습니다. 다른 후보들은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 정도라면 의심스러운 수준에 그치지만, 이곳은 여러 요소가 동시에 비정상적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의심의 정도가 단순히 더 커지는 것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집니다. 특히 핵심적인 정황들이 모두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그는 말을 이어갔다.“AI는 스카이라인의 데이터베이스를 전부 분석했습니다. 현재 모로코의 합법적인 인산염 채굴 업체 가운데 지하 광산을 계속 운영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불법 채굴조차 지하에서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노천 채굴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죠. 다른 광산들의 지하 갱도는 지난 10여 년간 어느 자료를 봐도 다시 가동된 흔적이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듀크 마이닝만은 달랐습니다. AI는 이 회사가 지하 갱도를 은밀히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여러 정황상 실제로 지하 시설을 다시 가동한 것도 맞습니다. 그런데도 인산염을 채굴한 흔적은 전혀 없습니다. 이 한 가지만으로도 이미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라고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자본의 본질은 이윤을 추구하는 데 있습니다. 이익은커녕 막대한 비용만 들어가는 일이라면 자본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듀크 마이닝은 엄청난 비용을 들여 지하 갱도를 다시 가동해 놓고도 그것으로 아무런 수익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그 정도 규모의 지하 시설을 그렇게까지 필요로 하는 조직이라면 폴른 오더 외에는 떠오르지 않는군요.”제이크 한 경감도 동의했다.“듀크 마이닝이 있는 곳은 모로코 최대 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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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97장

시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제이크 한에게 물었다.“경감님, 만약 저 죽음의 전사들과 가족 수천 명을 저 인산염 광산에서 모두 빼내 아무도 모르게 시리아까지 이동시켜야 한다면,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그건...”제이크 한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쉽지 않습니다. 수천 명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것 자체가 너무 큰 일이고, 게다가 그 광산은 해안도 아니니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는 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지요...”그는 잠시 생각한 뒤 말을 이었다.“제 생각에는 사실상 철도밖에 답이 없습니다. 배가 없는 상황에서 자동차나 항공기로는 수송 능력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결국 수천 명을 옮기려면 화물열차를 이용하는 것이 유일하게 가장 현실적일 겁니다.”시후가 다시 물었다.“만약 제가 수천 명의 사람들을 수송해달라고 부탁한다면 어떻게 계획하시겠습니까?”제이크 한은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설명했다.“우선 광산에서 항구까지 이어지는 철도의 운영 방식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화물열차의 적재와 하역 절차, 인산염 수출 승인 절차, 통관 과정, 선적 방식까지 모두 조사할 겁니다.”“인산염 전용 철도라면 광구에 있는 모든 업체가 이용할 수 있을 거고요. 광산 회사가 자체 화물열차를 운영하면서 철도 사용료를 내는 방식일 수도 있고, 정부가 철도를 운영하면서 운송료를 받는 방식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특정 광산이 항구까지 직행 화물열차를 편성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지요. 만약 듀크 마이닝이 자체 화물열차를 자주 운행한다면 사람들을 밖으로 빼낼 가능성도 훨씬 커집니다.”“그 다음에는 사람들을 화물열차를 이용해 여러 차례 나누어 항구까지 옮겨야 합니다. 그리고 항구 쪽에서도 허점을 찾아 하역과 선적 과정에서 사람들을 안전하게 화물선으로 옮길 수 있어야 하고요. 일단 배에만 태울 수 있다면 성공 가능성은 훨씬 높아질 겁니다.”시후는 낮게 중얼거렸다.“화물칸 하나가 50톤을 실을 수 있다면, 5천 톤 규모의 화물열차는 객차가 아니라 화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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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98장

다음 날, 시후와 제이크 한은 헬레나가 마련해 준 새로운 신분을 이용해 노르웨이에서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두 사람의 최종 목적지는 모로코 최대의 도시이자 최대 항구인 카사블랑카였다.이 도시는 동명의 고전 영화로 더 잘 알려져 있으며, 아프리카에서도 손꼽히는 현대적인 도시로, 규모와 발전 수준만 놓고 봐도 아프리카 상위권에 드는 곳이었다. 리스본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시후는 일등석 반독립형 좌석에 앉아 담요를 몸에 덮은 채, 오로라 아래에서 익힌 수인을 끊임없이 맺으며 체내의 영기를 계속 끌어올렸다.리스본에 도착했을 무렵 시후는 체내 영기가 다시 눈에 띄게 증가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시후는 속으로 결심했다. 영기가 조금만 더 늘어나면 릴리에게 받은 반지에 영기를 주입해 보기로. 그 반지에 정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다면, 이번에는 아예 영기로 끝까지 채워 넣어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직접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예전 같았으면 그런 시도는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반지는 아무리 영기를 쏟아부어도 끝없이 빨아들이는 밑 빠진 독과 같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수인을 통해 영기를 계속 만들어 낼 수 있는 만큼, 시후에게는 사실상 끊임없이 공급되는 영기의 원천이 생긴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그 정도의 영기를 쓰는 것을 아까워할 이유도 없었다.리스본에 도착한 두 사람은 혹시라도 훗날 추적의 실마리를 남기지 않기 위해 다시 한 번 변장을 하고 또 다른 가짜 신분으로 갈아탔다. 그리고 리스본에서 소형 항공기를 이용해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마침내 카사블랑카에 도착했다.카사블랑카에 도착한 두 사람은 포르투갈 국적의 한국계 사업가라는 신분으로 항구 근처의 최고급 호텔에 각각 방을 하나씩 잡았다.두 사람을 가장 놀라게 한 것은 카사블랑카에 생각보다 한국인이 훨씬 많다는 사실이었다.특히 그들이 묵은 호텔은 투숙객 가운데 한국인이 적어도 3분의 1은 되는 듯했고, 대부분 성공한 사업가나 전문직 종사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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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99장

제이크 한이 물었다.“항만은 보안이 상당히 엄격할 텐데, 우리가 쉽게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시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방법은 있습니다.”그러고는 말을 이었다.“경감님, 우선 객실부터 올라가죠. 제가 가장 높은 층으로 예약해 뒀으니 거기서 항만 전체를 대략 내려다볼 수 있을 겁니다.”두 사람은 체크인을 마친 뒤 객실 카드를 받아 호텔 22층으로 올라갔다. 객실은 하나는 남쪽, 하나는 북쪽을 향하고 있었는데, 북쪽 객실에서는 카사블랑카 항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북쪽 객실 거실의 통유리창 앞에 선 두 사람은 항만을 내려다봤다. 제이크 한은 가장 먼저 항만 남쪽에 최소 스무 개가 넘는 선로가 깔린 화물 철도 야적장을 발견했다. 그는 선로를 따라 동쪽을 바라보며 말했다.“제가 조사한 바로는 카사블랑카는 모로코 경제의 핵심입니다. 이 나라에서 생산되는 인산염 대부분이 이곳을 통해 세계 각지로 수출됩니다. 폴른 오더의 듀크 마이닝도 이 항구를 통해 인산염을 해외로 내보내고 있으니, 광산에서 생산된 인산염 역시 철도를 이용해 곧바로 부두까지 운송되는 것으로 보입니다.”시후가 물었다.“듀크 마이닝의 수출 내역은 조사해 봤습니까?”“조사했습니다.”제이크 한이 고개를 끄덕였다.“AI가 모로코 인산염 기업들의 수출입 자료를 모두 분석했는데, 그 안에는 듀크 마이닝의 이름이 없었습니다. 듀크 마이닝이 직접 수출하지 않는다면 다른 회사가 대신 수출 절차를 맡고 있다는 뜻입니다.”그는 이어 말했다.“그래서 AI가 카사블랑카 항만에서 수출입 업무를 하는 모든 회사를 조사했고, 그 가운데 한 곳을 특정했습니다. 이 회사는 세계 각국에 인산염을 수출하는 것이 주력 사업인데, 정작 자체 광산은 하나도 없습니다. 여러 인산염 업체의 수출을 대행하는 회사인 셈이죠. AI가 이 회사의 통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간 수출량이 듀크 마이닝의 생산량보다 조금 많았습니다. 아마 듀크 마이닝 외에도 몇몇 소규모 광산의 수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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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00장

화물열차는 밤이 깊어질 때까지도 끊임없이 항만을 드나들었다.시후와 제이크 한 경감은 오랫동안 열차의 운행 방식을 관찰했다. 대체로 디젤 기관차가 화차 한 편성을 부두 화물 야적장까지 끌고 들어오면 그곳에서 차량을 분리한 뒤 다른 선로로 이동해 방향을 바꾸고, 다시 새로운 화차를 연결해 끌고 나갔다.화물 야적장에 남겨진 적재 화차는 별도의 입환 기관차가 여러 선로 위에 세워진 대형 하역 창고 안으로 끌고 들어갔고, 그곳에서 하역이 이루어졌다. 하역을 마친 화물은 세관 검사를 거친 뒤 항만 내부 화물 트럭에 실려 벌크 화물 부두로 이동했고, 그곳에서 다시 선박에 적재됐다.화물 야적장 남동쪽에는 규모가 꽤 큰 철도 조차장도 있었다. 카사블랑카 항만으로 수입된 화물 가운데 철도로 운송해야 하는 물품은 통관 절차를 모두 마친 뒤 이곳에서 다시 편성되어 목적지로 출발했다.즉, 철도 화물 야적장은 항만 내부와 완전히 분리되어 있었다. 이곳으로 들어온 화물은 아직 통관을 마치지 않은 상태였고, 반대로 이곳에서 다른 지역으로 출발하는 화물은 이미 통관을 끝낸 상태였다. 덕분에 철도 화물 구역의 관리와 경비는 항만 내부보다 훨씬 허술한 편이었다.밤이 되자 시후와 제이크 한은 호텔에서 저녁 식사를 마쳤다. 식당에서 시후는 한국에서 온 젊은 직원 한 명을 보고 말을 걸었다.“실례합니다. 이곳 사람들은 주로 어떤 언어를 사용하나요?”직원이 대답했다.“손님, 일반 시민들은 아랍어를 가장 많이 쓰고, 공무원이나 학교 교직원들은 대부분 프랑스어를 사용합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로코는 오랫동안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으니 프랑스어가 행정과 교육 분야에 널리 쓰이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다만 시후는 프랑스어를 거의 하지 못했다. 어릴 적 부모에게 조금 배우기는 했지만 배운 기간도 짧았고 너무 오래되어 지금은 기본적인 표현 정도만 기억하는 수준이었다.직원에게 감사 인사를 건넨 뒤 그가 떠나자 시후는 제이크 한에게 물었다.“경감님은 프랑스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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