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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 한 경감은 눈에 띄게 놀란듯한 표정을 지었다. AI가 이제는 결론을 내리기 전에 먼저 자신의 결론을 스스로 검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조금 전처럼 곧바로 답만 내놓던 것보다 훨씬 성숙한 모습이었다.직원을 교육해 이런 수준까지 끌어올리려면 몇 년이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게다가 이해력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평생을 가르쳐도 이런 사고방식으로 바뀌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AI에게는 고작 몇 번의 대화만으로 가능한 변화였다.AI를 어떻게 훈련시키느냐가 중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최고 수준의 형사가 AI를 훈련시킨다면, AI 역시 매우 치밀한 논리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제이크 한 경감도 무척 만족스러운 듯 다소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AI 모델이 대답했다.제이크 한은 시후를 바라보며 물었다.“시후 도련님, 죽음의 전사 주둔지에서 수천 명이 사용할 전력을 추가로 공급하려면 그 부족분이 상당하겠지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였다.“엄청나더군요. 게다가 그 전력은 단순히 수천 명의 생활용 전기만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저는 키프로스의 구리 광산에 있는 시설에 직접 가본 적이 있었어요. 그곳에서는 수천 명이 지하 벙커에서 생활하고 있었는데, 벙커 규모가 엄청났죠. 수천 명의 일상생활은 물론 죽음의 전사부대의 훈련까지 모두 감당해야 했으니 사실상 하나의 지하 도시나 다름없었습니다. 게다가 그렇게 거대한 벙커는 24시간 환기를 해야 하고, 지하수를 쉬지 않고 배수해야 합니다. 또 그들의 시간 감각을 흐리게 만들기 위해 조명도 하루 24시간 내내 대낮처럼 밝혀 놓습니다.”“그뿐만이 아닙니다. 폴른 오더의 죽음의 전사 주둔지는 단순한 수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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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75장

AI가 정리해 낸 단서들을 종합해 보면, 켄세일 오일은 10여 년 전 단위 전력 소비량이 지나치게 높다는 이유로 나이지리아 전력공사로부터 징벌적인 전력 공급 제한 조치를 받은 것이 거의 확실해 보였다.당시에는 국가 전체적으로 전력 부족이 심각했던 만큼, 켄세일 오일의 과도한 전력 사용이 나이지리아 전력공사에도 상당한 부담을 안겨주었을 것이다.그런데 켄세일 오일은 바로 그 시점부터 겉으로는 용도를 알 수 없는 건물을 짓기 시작했고, 그 건물에는 비밀리에 송유관까지 연결했다. 이후부터는 단위 전력 소비량이 업계 평균 수준으로 다시 떨어졌다. 이 모든 정황을 종합해 보면 AI의 분석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다. 그 건물은 소형 석유 발전소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발전소라고는 하지만 실제 내부에는 가스터빈 몇 기만 설치되어 있을 가능성이 컸다. 켄세일 오일의 전력 부족분 자체가 아주 큰 규모는 아니었고, 지하 벙커의 전력만 자급자족할 수 있으면 충분했기 때문이다.제이크 한은 AI의 활약에 크게 만족했다. 그는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많은 유용한 정보를 찾아낸다는 게 정말 놀랍군요. 마치 사건을 수사할 때 미국 전역의 경찰과 FBI가 모두 나 혼자만을 위해 움직여 주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대응 속도가 상상을 초월하네요.”시후도 감탄하며 말했다.“제이크 한 경감님께서 조금만 더 훈련시켜 준다면 앞으로 발전할 여지가 훨씬 더 클 것 같습니다.”제이크 한이 고개를 끄덕였다.“훈련도 중요하지만,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히 스카이라인이 수년간 축적해 온 위성 데이터가 정말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게 아니었다면 켄세일 오일까지 특정하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사실 AI가 켄세일 오일을 특정하기 전까지는 저는 라파엘 오일이 가장 유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7개 유전의 자본 구조와 주주 정보를 보면 서구권 자본이 지배하는 기업이 네 곳, 나이지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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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76장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폴른 오더의 조직 체계는 고구려의 군제와 관료 체계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영주가 직접 고구려 제도를 연구해 만든 조직이라 삼대 장로는 오시연의 최측근입니다. 설령 오시연 집안 출신이 아니더라도 지위는 매우 높습니다. 반면 좌위대 사령부 총사령은 넓은 지역을 책임지는 최고 지휘관일 뿐입니다. 설령 오시연 집안 출신이라도 삼대 장로보다 격이 낮습니다. 삼대 장로가 자신의 관할 구역을 찾아왔다면 반드시 직접 나와 최고의 예우를 갖출 겁니다. 직접 나와 맞이했을 가능성이 크고, 지금쯤은 삼대 장로와 함께 켄세일 오일 유전에 머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시후는 농담조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쉽게도 아직 제 실력이 부족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당장 달려가 삼대 장로와 좌위대 총사령까지 한꺼번에 처리했을 텐데요. 그렇게만 된다면 폴른 오더에도 엄청난 타격이 될 겁니다.”제이크 한 경감이 말했다.“시후 도련님, 삼대 장로는 너무 강합니다. 그런 위험은 감수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지만 총사령의 위치만 확실히 특정할 수 있다면 적당한 기회를 노려 제거하는 것은 훨씬 현실성이 높습니다.”시후는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였다.“삼대 장로가 켄세일 오일에서 계속 저를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결국은 떠나게 될 겁니다. 그들이 떠나면 좌위대 총사령도 계속 그곳에 머물 이유가 없어지겠죠. 그 출신의 위치만 확실히 파악할 수 있다면 뒤를 추적해 좌위대 본거지까지 찾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적절한 기회를 잡아 그 사람을 제거하면 됩니다.”……바로 그 시각.나이지리아 라고스 켄세일 오일.끝없이 늘어선 펌프잭은 오늘도 평원 위에서 쉼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좌위대 총사령 오스톤은 다시 한번 높은 전망대 위에 서 있었고, 그의 뒤에는 변함없이 최측근 참장 애덤이 서 있었다.오스톤은 난간에 기대 광활한 평원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재채기를 했다.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코를 문지르며 투덜거렸다.“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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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77장

오스톤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가 나이지리아의 유전에서 하루하루를 일 년처럼 버티고 있는 동안, 스카이라인의 위성은 이미 그가 있는 지역을 가능한 한 촘촘하게 촬영하기 시작했다.한편 엘에이치 그룹의 소성봉은 좀처럼 얻기 어려운 기회를 잡아 시후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가장 빠른 속도로 나이지리아 최대의 자동판매기 회사를 인수했다. 그리고 20만 달러가 조금 넘는 로비 자금만으로 라고스 공항과 항만, 기차역의 책임자들을 설득해 자동판매기 설치 수를 기존보다 두 배 이상으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그중 공항 책임자는 5만 달러를 받은 뒤 자동판매기 설치를 적극 허가했다.덕분에 지금 라고스 공항의 자동판매기 밀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공항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각 체크인 카운터 앞, 거의 모든 탑승구 주변까지 자동판매기가 설치되어 각종 음료와 비행 중 필요한 물품을 판매하고 있었다.이렇게 배치가 완료되자 누군가 공항에 들어오기만 하면 어디를 가든 최소 한 대 이상의 자동판매기에 달린 감시 카메라에 반드시 모습이 포착됐다.다만 VIP 터미널은 조금 달랐다. VIP 터미널은 일반 여객터미널과 출입구를 함께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소성봉은 VIP 터미널에도 자동판매기를 설치하려다 문득 어색한 점을 느꼈다. 그는 전화로 자신의 우려를 소민지에게 털어놓았다.“민지야, VIP 터미널은 원래 음식과 음료를 모두 무료로 제공하잖아. 술도 마음껏 마실 수 있고. 그런데 여기에 자동판매기를 들여놓는 건 좀 이상한 것 같구나. 괜히 쓸데없는 짓을 하는 느낌인데, 은 선생님에게 한번 물어보는 게 좋지 않겠니?”소민지는 잠시도 고민하지 않고 말했다.“할아버지, 은 선생님이 왜 자동판매기를 이렇게까지 설치하려는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가능한 한 빈틈없이 설치하라고 했으니 그대로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VIP 터미널은 접근 방식을 조금 바꾸면 될 것 같은데. 책임자를 만나 앞으로 VIP 터미널에서 제공되는 음료는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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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78장

한국의 탄탄한 공급망 덕분에 자동판매기의 기능 업그레이드는 놀라울 만큼 빠르게 진행됐다.시후가 구축하려는 지상 감시망에는 특별히 첨단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자동판매기마다 구현해야 할 기능은 사실 두 가지뿐이었다. 하나는 촬영, 다른 하나는 무선 네트워크 연결이었다.일반적으로 이 기능은 와이파이에 연결되는 감시 카메라 하나와 무선 네트워크만 갖추면 충분했다. 카메라는 와이파이를 통해 촬영한 영상을 실시간으로 서버에 전송할 수 있었다. 시후는 데이터가 가로채이거나 해킹 당하는 문제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전송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평범한 감시 영상일 뿐이었다. 그 영상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찾아내는 역할은 노르웨이에 있는 AI가 맡고 있었다.실시간 영상이 한 프레임의 손실도 없이 AI 데이터베이스에 즉시 업로드되기만 하면, AI는 전 세계 감시 카메라에 포착되는 모든 사람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었다. 또한 특정 인물의 얼굴을 미리 등록해 두면, 그 사람이 감시 범위 안에 들어오는 순간 즉시 사용자에게 경고를 보낼 수도 있었다.이런 장비는 한국에서 새로 개발할 필요조차 없었다. 이미 많은 보안 장비 업체들이 이동통신망을 통해 감시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원만 연결하고 USIM 카드만 꽂으면 이동통신 신호가 잡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실시간 감시가 가능했다.자동판매기와 자연스럽게 결합하기 위해 소성봉은 국내 제조사에 거액을 지급하고 자동판매기 외형에 맞춰 감시 장비의 디자인을 새롭게 수정하도록 의뢰했다. 워낙 큰 계약이었던 만큼 제조사는 최대한 빨리 수주를 확정하기 위해 금형을 제작할 시간도 아끼고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했다. 하룻밤 만에 자동판매기에 최적화된 외형을 제작했고, 새 디자인은 카메라를 자동판매기 전면 진열창 안에 자연스럽게 설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전원 공급 장치와 무선 통신 모듈 역시 자동판매기 내부에 통합했다.원래라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때는 먼저 금형을 제작해야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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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세일 오일 유전을 특정한 뒤 북유럽에 있던 일행은 곧바로 후속 작업을 분담했다.제이크 한은 AI 모델의 학습을 계속 진행하는 한편, 이전에 세워 두었던 구상대로 AI를 이용해 아프리카 전역의 광산과 공업 기업을 선별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폴른 오더의 거점은 대규모 공업 단지나 광산 기업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이런 기업은 규모가 크면서도 외부와 비교적 단절되어 있기 때문에 수천 명에 달하는 죽음의 전사들과 그 가족들을 숨기기에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다.물론 이런 규모의 기업은 아프리카에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여러 조건을 추가로 적용해 대상을 걸러냈다. 국가를 대표하는 유명 기업이나 국제적인 대형 자본이 투자한 기업,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는 기업, 연일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언론에 자주 등장하거나 현지 정부의 집중적인 관리를 받는 기업은 우선 후보에서 제외했다.여기에 스카이라인이 지난 10여 년 동안 축적해 온 위성 사진까지 확보하게 되면서, 특정 기업이 지난 10여 년 동안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비교, 분석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의심스러운 흔적을 찾아 다른 죽음의 전사 거점을 특정할 가능성도 이전에는 거의 없던 수준에서 이제는 충분히 현실적인 단계로 올라섰다.한편 통신 기술 분야를 맡고 있는 나훈구는 스카이라인의 기존 사업을 전면적으로 정비하기 시작했다. 스카이라인의 기술은 블랙 드래곤이 중동에서 세력을 확장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주변 군벌과 각종 무장 세력의 움직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고, AI가 위성 사진을 고해상도로 복원해 주면 상대가 어디에 소형 박격포 한 문을 배치했는지까지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반면 시후는 다음 죽음의 전사 거점이 특정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새로운 거점만 찾아내면 곧바로 직접 찾아가 폴른 오더를 기습할 생각이었다.다만 다음 거점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릴리와 함께 노르웨이 북부를 다녀올 계획이었다. 예전에 릴리에게 오로라를 보여 주겠다고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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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80장

시간이 넉넉한 편은 아니었지만 노르웨이 북부는 사람이 드물어 항공편도 많지 않았다. 설령 북부의 큰 도시에 도착하더라도 다시 렌터카를 빌려 오로라를 볼 수 있는 마을까지 이동해야 했다. 전체 이동 시간을 따져 보면 오히려 직접 차를 몰고 가는 편이 더 빠를 수도 있었다. 결국 두 사람은 지난번에 탔던 SUV를 몰고 가기로 했다.시간을 아끼기 위해 시후는 저녁 식사를 마치자마자 길을 나섰다. 열 시간 정도 달리면 다음 날 정오쯤 목적지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링엔은 이미 북극권과 매우 가까운 곳이었다. 아직 극야가 시작된 것은 아니었지만 낮의 길이는 거의 의미가 없을 정도로 짧았다. 언제 도착하든 큰 차이는 없었다. 하루 대부분이 밤이나 다름없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출발하기에 앞서 시후는 먼저 헬레나를 찾아가 앞으로 며칠 간의 일정을 설명한 뒤 안산과 제이크 한, 나훈구 등을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헬레나는 시후가 릴리를 데리고 노르웨이 북부로 오로라를 보러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적잖이 놀랐다. 그녀는 시후가 왜 항상 곁에 있는 17~18 살가량의 소녀를 그렇게까지 세심하게 챙기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게다가 중요한 일에도 언제나 그녀를 데리고 다니는 것 같았다. 헬레나는 두 사람의 관계가 단순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지만, 릴리의 어려 보이는 외모를 떠올리자 자신이 괜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그래서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은시후 씨, 걱정하지 마세요. 다른 분들은 저와 왕실 식구들이 잘 모시겠습니다.”잠시 뒤 헬레나가 다시 말을 이었다.“아, 그리고 노르웨이 왕실은 링엔에 별장을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제 할머니의 아버지께서 할머니가 어릴 적 지어 주신 곳인데, 오로라를 보기에는 그보다 더 좋은 장소가 없습니다. 주변 수십 킬로미터가 모두 왕실 소유라 방해 받을 일도 없고, 지금까지 계속 관리해 와서 상태도 아주 좋습니다. 괜찮으시다면 릴리 씨와 그곳에 머무셔도 좋습니다. 집도 깨끗하고, 추우면 벽난로만 피우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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