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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01장

제이크 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안내해 주십시오.”상대는 곧바로 대답했다.“이쪽으로 오시죠.”그는 몸을 돌려 건물 안으로 들어가 2층으로 올라갔다.시후와 제이크 한은 그의 뒤를 따라 복도 끝에서 두 번째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그가 문을 가리키자 제이크 한이 앞으로 나가 두 번 노크했다. 안에서는 프랑스어로 짧게 대답이 돌아왔다.“들어오세요.”제이크 한이 문을 열고 들어갔고, 시후도 뒤따라 들어섰다. 안에 있던 남자는 두 사람을 보고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두 분은 누구십니까?”말이 끝나기도 전에 시후는 그에게도 최면을 걸었다.이어 시후가 제이크 한에게 말했다.“경감님, 여기 운영 방식과 듀크 마이닝의 화물 운송 기록을 물어봐 주세요. 열차 운행 기록까지 확인할 수 있으면 더 좋고요.”제이크 한은 곧바로 프랑스어로 질문했고, 남자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관리소 운영 전반을 설명하기 시작했다.모로코는 매년 약 4천만 톤의 인산염을 생산한다. 그 가운데 천만 톤이 넘는 물량은 원광 그대로 수출되고, 나머지는 약 2천만 톤 규모의 인산염 가공 제품으로 만들어 다시 수출되는데, 대부분이 비료였다. 이 3천만 톤이 넘는 수출 물량 가운데 일부는 아프리카 국가들로 향하고, 대부분은 카사블랑카 항만을 통해 세계 각국으로 수출된다. 그만큼 이곳 철도 물류는 매우 바빴다. 하루에도 최소 20편에서 30편 가까운 화물열차가 만재 상태로 항만에 들어왔다.항만 철도는 24시간 운행이 아니라 하루 14시간만 운영됐다. 오전 7시에 시작해 밤 9시에 끝났고, 오늘도 앞으로 화물열차 두 편이 30분 안에 차례로 들어올 예정이었다. 그 두 편성이 도착하면 오늘의 입선 작업은 모두 종료되고 관리사무소 직원들도 퇴근하며, 야간 당직자 두 명만 남게 된다.반면 화물 야적장은 24시간 쉬지 않고 운영된다. 밤에 도착한 화물열차는 곧바로 하역 작업을 진행했고, 다음 날 아침 출발할 화물 역시 밤사이에 모두 적재를 마쳐야 했다.모로코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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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02장

시후는 이번에 듀크 마이닝으로 운송될 화물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제이크 한이 곧바로 프랑스어로 관리 책임자에게 묻자, 그는 망설임 없이 다음 날 운송 계획서를 가져다주었다.제이크 한은 종이로 된 운송 계획서를 넘겨보며 시후에게 말했다.“도련님, 운송 계획서에 있는 세 번째 열차가 내일 아침 듀크 마이닝으로 들어가는 편입니다. 모두 20량인데, 냉장 화차 6량과 일반 밀폐 화차 14량으로 편성되어 있습니다.”그는 계획서를 다시 훑어보며 말을 이었다.“이번 화물의 의뢰인은 모어 트레이드입니다. 이 모어 트레이드는 듀크 마이닝의 수출입을 대행하는 회사로, 듀크 마이닝의 인산염을 판매하고 각종 산업 장비를 조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 같습니다.”시후가 물었다.“운송 계획서에 화물 목록도 적혀 있습니까?”“있습니다.”제이크 한이 고개를 끄덕였다.“미국에서 수입한 쇠고기와 각종 육류 가공품이 모두 120톤, 유제품이 40톤, 그리고 수입 곡물 식품이 일부 있습니다. 나머지는 통관 서류상 대부분이 광산 장비와 정밀 기기, 그리고 보안 장비로 기재돼 있습니다.”“보안 장비?”시후가 미간을 찌푸렸다.“죽음의 전사와 기병대로만 구성된 거점에서 무슨 보안 장비가 그렇게 많이 필요하죠?”제이크 한이 말했다.“서류상으로만 봐도 보안 장비가 거의 80세제곱미터나 됩니다. 규모가 너무 큽니다. 어쩌면 보안 장비라는 건 겉으로 내세운 명목일 뿐이고, 실제로는 다른 물품을 숨겨 운송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시후는 고개를 저었다.“위장인지 아닌지는 조금 뒤 직접 보면 알겠죠. 하지만 제 생각엔 위장은 아닐 가능성이 커요. 폴른 오더가 지금 모든 거점의 보안을 강화하기 시작했을 수도 있어요. 우리가 예전에 키프로스에서 했던 것처럼 최첨단 보안 장비로 경계망을 구축했다면, 제가 직접 들어간다고 해도 들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현대 과학기술은 이미 무인이나 수련자의 능력만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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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03장

시후는 냉혹한 사형 집행인도 아니었고, 한 사람의 성공을 위해 수많은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장수도 아니었다. 정말 그런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그는 끝내 그런 마음을 먹지 못할 사람이었다.그래서 모로코 정부에 이 사실을 알리는 일만큼은 최후의 수단이 아니면 선택하고 싶지 않았다.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던 그는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말했다.“경감님, 관점을 조금 바꿔 봅시다. 이번 화물에 정말 첨단 장비가 들어 있다면 오히려 안심해도 될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그 장비들을 실제로 운용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그들을 찾아냈다는 뜻이니까요.”제이크 한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시후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었다. 아무리 가능성이 높아 보여도 확실한 증거가 없는 이상 그것을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만약 그 추측이 조금이라도 빗나간다면 그 대가는 치명적일 수도 있었다.그러나 그는 동시에 지금 이 자리에서 시후의 판단을 반박하는 것이 아무 의미도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시후의 추측 역시 완전히 입증된 것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그것을 부정할 만한 확실한 근거를 가진 것도 아니었다. 근거 없이 서로의 의견만 부정하기 시작하면 결국 끝없는 내부 소모전으로 빠질 뿐이었다.시후가 가설을 제시했으니, 제이크 한의 임무는 그와 협력하여 그 가설을 뒷받침할 증거를 최대한 많이 찾아내는 것이다. 만약 아무런 증거도 찾지 못하거나, 오히려 모순되는 증거만 발견된다면, 그 일은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없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 경우, 제이크 한은 시후를 반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시후 스스로 그 사건이 진행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할 테니까.수십 년 동안 강력계 형사로 일해 온 그는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열 사람이 함께 하나의 사건을 수사할 때 누군가 새로운 가설을 제시하면, 나머지 아홉 명은 실제 증거를 통해 그 가설이 맞는지 틀린지를 검증해야 한다. 아무 근거도 없이 처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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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04장

그 시각 항만 철도 화물역은 대부분의 직원이 이미 퇴근한 뒤였다. 하역장에서는 여전히 작업 인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 외 구역에서는 사람 그림자를 찾아보기 어려웠다.시후와 제이크 한 경감은 관리 책임자의 안내를 받아 하역장에서 조금 떨어진 선로로 이동했다. 잠시 뒤 듀크 마이닝에서 온 화물열차의 화차를 분리하면 기관차는 이곳으로 이동해 하룻밤 동안 대기하게 되어 있었다.시후의 계획은 간단했다. 기관사가 기관차를 세우고 내리면 최면으로 그를 제압한 뒤 운전실에 올라가 운행 기록을 확인하는 것이었다.잠시 후 멀리서 기적 소리가 울려 퍼졌고, 몇 분 뒤 인산염을 가득 실은 화물열차가 천천히 역사 안으로 들어왔다. 관리 책임자가 들고 있던 무전기에서 관제 지시가 흘러나오자 선로가 자동으로 전환되며 열차는 지정된 승강장으로 진입했다.철도 직원들과 수십 명의 하역 인부들은 이미 현장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열차가 완전히 멈추자 철도 직원들은 기관차를 화차에서 분리했고, 하역 인부들은 곧바로 화차 안의 인산염을 밖으로 옮기기 시작했다.기관차는 다시 관제 지시에 따라 지정된 대기 위치로 천천히 이동했다.시후는 이미 영기로 기관차 내부를 확인해 둔 상태였다. 안에는 기관사 한 명뿐이었고, 그는 수련자도 무인도 아니었다. 아무래도 폴른 오더와는 무관한 평범한 철도 직원인 듯했다.기관차가 완전히 정차하고 시동이 꺼지자 기관사는 문을 열고 높은 사다리를 뒤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마지막 발판까지 내려와 옆으로 뛰어내리려는 순간, 누군가 뒤에서 그의 바짓단을 툭 건드렸다. 깜짝 놀라 뒤돌아본 그는 한 동양인 남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순간 장난이라도 치는 줄 알고 화를 내려던 그는 갑자기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어 버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 직후 동양인 남자가 손짓으로 위로 올라가라는 신호를 보내자 그의 몸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다시 사다리를 타고 기관차 안으로 올라갔다.뒤따라온 제이크 한 경감이 프랑스어로 한마디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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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05장

제이크 한은 말을 마치고 기관사에게 화면에서 해당 영상을 열어 보라고 지시했다. 기관사는 진행 막대를 원하는 시점까지 옮긴 뒤 한 걸음 물러서더니 공손하게 손을 내밀며 제이크 한에게 보라는 뜻을 전했다.화면에는 열차가 막 듀크 마이닝의 적재 구역으로 진입하려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멀리서 바라본 듀크 마이닝은 광활한 황백색 평원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었고, 열차가 지나가는 양옆으로는 인산염 채굴 구역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수많은 중장비가 채굴 현장을 분주하게 오가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다.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엄청나게 넓은 채굴 구역 곳곳에서 작업자들이 높이 20~30미터는 되어 보이는 철탑을 세우고 용접하고 있었던 것이다. 철탑의 전체적인 구조는 고압 송전탑과 비슷했지만, 중간보다 약간 위쪽에는 사람이 올라설 수 있는 작업용 발판이 용접되어 있었다. 영상 속 작업자들의 크기를 기준으로 보면 그 발판에는 적어도 일곱 명에서 여덟 명 정도가 동시에 설 수 있을 정도였다. 이와 비슷한 철탑은 채굴 구역 전체에 이미 열댓 기 이상 완성되어 있었고, 아직도 여러 기가 추가로 건설 중이었다.제이크 한은 영상을 일시 정지한 뒤 철탑들을 가리키며 말했다.“도련님, 저 철탑은 경계용으로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저들도 지금 보안 체계를 강화하고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저곳은 지형이 워낙 평탄한 데다 전부 인산염 광산이라 주변에 높은 건물이 하나도 없습니다. 저 정도 높이의 철탑만 세워도 상당히 먼 거리까지 감시할 수 있겠죠. 거기에 전문 감시장비까지 설치한다면 외부에서 침투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영상으로 보니 채굴 구역과 듀크 마이닝의 핵심 시설 사이에도 꽤 거리가 있습니다.”“맞습니다.” 제이크 한이 말을 이었다.“스카이라인의 자료도 확인해 봤는데, 축척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이들의 채굴 범위는 지난 수년 동안 최소 6킬로미터 이상 바깥으로 확장됐습니다. 채굴 구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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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06장

이후 기관차는 본선을 따라 방향을 바꾼 뒤 약 10분 정도 대기하다가 다시 광산을 빠져나갔다.영상을 모두 확인한 시후는 나지막이 말했다.“듀크 마이닝은 이제 거의 난공불락 수준입니다. 특히 핵심 공장은 교도소처럼 지어 놨고, 바깥에도 저렇게 넓은 완충 구역이 있으니 아무도 모르게 잠입하기는 쉽지 않겠어요. 결국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화물열차를 이용하는 것뿐이에요.”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인 뒤 기관사에게 몇 가지를 물어보고는 시후에게 말했다.“기관사 말로는 듀크 마이닝이 이렇게까지 경계를 강화한 건 몇 년 전부터 강력 범죄가 계속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예전에 누군가 공장 안으로 침입해 회계 담당 직원 두 명을 살해하고 수백만 달러를 빼앗아 간 적도 있었고, 또 다른 침입자는 백만 달러가 넘는 정밀 장비를 훔쳐 갔다고 합니다. 인산염 도난도 자주 발생했고요. 그런데 그 사건들은 결국 모두 미제로 남았고, 듀크 마이닝은 현지 경찰의 수사 능력을 신뢰하지 못해 자체적으로 보안을 강화했다고 합니다.”시후는 피식 웃었다.“듣기만 해도 자기들이 꾸며 낸 자작극 같네요. 이유 없이 보안만 강화하면 의심을 사기 마련이지만, 미리 성격이 심각한 사건 몇 건을 만들어 놓으면 그걸 명분 삼아 경계를 강화해도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지.”“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제이크 한도 고개를 끄덕였다.“아마 전부 자기들이 꾸민 일일 겁니다.”그는 말을 이었다.“도련님, 원래도 철통 같은 곳인데 이제는 외곽 방어선까지 확대하고, 곧 최신 감시장비까지 들여온다고 하니 모든 장비가 갖춰지고 나면 정말 파고들 틈이 없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시후는 턱을 매만지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시간이 없습니다. 새 장비가 가동되기 전에 반드시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그러고는 승강장에서 작업 중인 듀크 마이닝 직원들을 가리키며 말했다.“경감님, 저 사람들이 입은 작업복과 똑같은 걸 한 벌 구할 방법이 있을까요? 그리고 내일 저 화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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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07장

한편 그 시각, 화물열차 적재 전용 화물장에서는 수십 명의 작업자가 분주하게 움직이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다.시후와 제이크 한은 관리 책임자의 안내를 받아 화물장으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가기 전, 시후는 먼저 영기를 펼쳐 내부를 살폈다. 확인 결과, 이곳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수련을 익힌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고, 무도의 기초를 갖춘 사람도 없었다. 또한 몸속에는 폴른 오더가 조직원을 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독도 존재하지 않았다.지금까지 시후가 만난 폴른 오더 조직원들은 지위가 아무리 높든 모두 릴리가 심어 둔 기이한 독을 몸속에 지니고 있었다. 사대 백작들조차 예외는 아니었다. 물론 삼대 장로에게도 같은 독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최소한 그들이 지금은 나이지리아에서 자신을 기다리며 매복 중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따라서 이곳에 나타날 가능성은 없었다.결국 시후는 지금 화물을 싣고 있는 작업자들 가운데 폴른 오더 조직원은 없다고 확신했다.두 사람은 곧바로 관리 책임자에게 안내를 맡긴 채 화물장 안으로 들어갔다. 승강장 위에는 목재 프레임까지 덧댄 대형 포장 화물이 산처럼 쌓여 있었고, 작업자들은 소형 지게차와 핸드 팔레트 트럭을 이용해 각각의 화물 열차 안으로 화물을 옮기고 있었다.관리 책임자가 두 사람을 데리고 들어오자 작업자들은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감히 다가와 말을 거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모두 더욱 열심히 작업에만 집중했다.제이크 한은 관리 책임자에게 몇 가지를 확인한 뒤 시후에게 작은 목소리로 설명했다.“도련님, 이곳 작업자들은 12시간씩 2교대로 근무하면서 하루 24시간 내내 화물을 적재합니다. 규정된 시간 안에 모든 화물을 지정된 화물 열차에 실어야 하고, 화물장에서는 적재 목록만 책임자에게 전달합니다. 이 목록에는 열차 번호나 편성 정보는 없습니다. 화물 번호와 적재해야 할 화물 열차 번호만 적혀 있습니다. 그래서 작업자들은 어떤 화물을 어느 화물 열차에 실어야 하는지만 알 뿐, 그 화물이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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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08장

이후 제이크 한과 시후는 다른 화물칸들도 차례로 둘러봤다. 확인해 보니 적재된 물품은 대부분 보안 장비 분야의 세계적인 브랜드 제품들이었다.모든 화물을 살펴본 뒤 시후는 듀크 마이닝이 아직 대규모 감시 시스템을 완전히 구축한 단계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이번에 들여오는 장비에는 엄청난 돈을 쏟아부은 것이 분명했다. 이 장비들이 모두 설치되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하면, 듀크 마이닝을 중심으로 반경 수 킬로미터 안에서는 참새 한 마리가 날아가도 즉시 탐지될 수준이었다.시후는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말했다.“경감님, AI에게 모어 트레이드와 플리어 간 거래 내역을 확인해 보라고 하세요. 장비 목록까지 확보할 수 있는지 알아봅시다.”제이크 한은 곧바로 AI를 조작하기 시작했다.“가능할 겁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AI에게 기업 시스템 하나를 해킹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작업이 아니었다. 가장 짧은 시간 안에 서버나 웹사이트의 취약점을 찾아낸 뒤, 사용자가 원하는 데이터만 정확하게 추출해 낼 수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AI가 결과를 찾아냈다. 플리어 서버의 작은 보안 취약점을 이용해 모어 트레이드와 플리어 사이의 거래 내역을 확보한 것이다.거래 명세서에는 고정 설치형 열화상 장비와 야간 투시 장비가 천 대 이상 포함되어 있었고, 그 밖에도 개인 휴대용 장비 천 세트가 주문되어 있었다. 심지어 플리어의 최신 생체 감지 레이더까지 구매 목록에 포함되어 있었다. 현재 민간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장비였는데, 그것만도 무려 여섯 세트를 주문한 상태였다.목록을 모두 확인한 시후가 입을 열었다.“우리가 정말 절묘한 시점에 도착했군요. 듀크 마이닝의 보안 시스템은 아직 완전히 구축되지 않았어요. 이 틈을 이용해서 내일 철도를 통해 먼저 안으로 들어간 뒤, 내부에서 돌파구를 찾는 수밖에 없어요.”제이크 한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카사블랑카에는 우리를 도와줄 지원 병력이 한 명도 없습니다. 도련님 혼자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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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09장

10분 뒤.‘쾅’ 하는 굉음과 함께 화물역 전체가 순식간에 암흑에 휩싸였다.배전반이 과열되면서 합선이 발생했고, 그 여파로 화물역 전체의 전력 공급이 완전히 끊겨 버린 것이다.시설 관리 부서에는 당직 전기기사가 있었지만, 현장을 확인한 그는 곧바로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배전반 전체를 교체해야 했고, 필요한 부품도 내일이 되어야 모두 조달할 수 있었다. 따라서 전력 공급이 정상적으로 복구되려면 아무리 빨라도 다음 날 저녁은 되어야 했다.전기가 끊기자 조명도 모두 꺼졌고, 결국 현장 작업은 더 이상 이어질 수 없었다. 모든 작업자는 임시로 퇴근 조치를 받고 다음 날 아침 다시 출근하기로 했다.화물역 관리처는 다음 날 예정된 모든 화물열차 운행 일정을 일괄 연기했고, 관리 책임자는 제이크 한의 지시에 따라 듀크 마이닝으로 향하는 열차를 다음 날 오후 5시 출발로 가장 마지막 순서에 배정했다.운행 연기가 확정되자 직원들은 곧바로 고객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기 시작했고, 그 가운데는 듀크 마이닝과 긴밀하게 거래하는 모어 트레이드도 포함되어 있었다.모어 트레이드의 담당자는 출발이 최소 열 시간 이상 늦어진다는 말을 듣자마자 격앙된 목소리로 따졌다. “저희 화물은 미국에서 출발하는 것부터 이미 원래 계획보다 한참 늦어졌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하루를 또 미루겠다는 겁니까?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닙니까?”관리 책임자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화물역 전력 시스템 전체가 마비됐습니다. 그렇다고 조명도 없는 한밤중에 화물을 억지로 싣고 내릴 수는 없잖습니까? 게다가 귀사 화물은 대부분 정밀 장비로 보이는데, 작업 중 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은 저희가 감당할 수 없습니다. 면책 확인서를 써 주신다면 작업자들에게 불도 없이 작업하라고 시키겠습니다.”상대는 그 말을 듣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이번 장비는 오래전부터 발주한 물건이었다. 폴른 오더 여러 주둔지의 보안 시스템을 동시에 업그레이드해야 했고, 그 가운데에는 준 군용 장비와 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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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10장

상대가 열차 출발 연기를 받아들이자 시후가 제이크 한에게 말했다.“경감님, 책임자가 내일 몇 시부터 근무하는지 물어봐 주세요.”제이크 한이 곧바로 프랑스어로 질문한 뒤 시후에게 말했다.“도련님, 관리직은 2교대로 근무한답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한 조, 오후 4시부터 자정까지 한 조인데, 이 사람은 요즘 계속 오후 4시부터 자정까지 근무하고 있고 내일도 오후 3시 30분쯤 출근한다고 합니다.”“좋습니다.” 시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내일 오후에 다시 오죠. 오늘 우리를 만난 뒤 있었던 일은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 된다고 다시 한번 일러주세요.”제이크 한이 프랑스어로 경고하자, 최면에 걸린 책임자는 그의 지시를 절대적으로 따르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시후와 제이크 한은 관리처를 떠나 걸어서 호텔로 돌아갔다.다음 날, 제이크 한은 능숙한 언어 실력을 활용해 카사블랑카의 안전용품 공급업체를 찾아갔고, 듀크 마이닝 작업복과 거의 똑같은 작업복 한 벌을 구해 시후에게 건넸다.그 뒤 두 사람은 호텔에서 듀크 마이닝 잠입 작전에 대해 세부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이번 작전은 어디까지나 은밀한 잠입이 목적이었다. 따라서 시후는 시간에 쫓길 이유가 없었다. 듀크 마이닝의 죽음의 전사 대부분이 협조해 자신이 무사히 주도권을 장악하기만 한다면,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상황을 통제할 수 있었다. 그렇게만 되면 죽음의 전사와 그 가족들을 서둘러 이동시킬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시후도 잘 알고 있었다. 폴른 오더를 기습해 삼대 장로와 좌위대 수뇌부를 나이지리아에서 끌어내고 그들의 행적을 드러내려면, 듀크 마이닝 주둔지는 반드시 파괴해야 했다. 시간적 여유는 있었지만 수천 명을 어떻게 안전하게 빼낼 것인가는 여전히 가장 어려운 문제였다.한참 생각하던 제이크 한이 입을 열었다.“도련님, 듀크 마이닝은 폐쇄적인 곳이고, 모든 죽음의 전사들은 지하 갱도에 감금돼 있을 겁니다. 그러니 우선 죽음의 전사들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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