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 시후는 아내 유나가 퇴근해 집에 돌아왔을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릴리와 작별한 뒤 이화룡의 차를 타고 청년재로 돌아갔다.자신의 별장 앞에 도착한 시후는 마당에 유나의 BMW만 세워져 있고 장인 김상곤이 타는 컬리넌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집에는 유나만 있는 듯했다. 시후는 장거리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사람처럼 보이도록 옷매무새를 다듬은 뒤 현관 앞으로 걸어갔다.문을 열려던 순간, 가족은 아니지만 무척 익숙한 사람의 목소리가 집 안에서 들려왔다.“유나야, 시후 씨한테 언제 일이 끝나는지 물어보면 안 돼? 가능한 한 빨리 돌아오라고 해 봐. 시간에 맞춰 오면 셋이 같이 가고, 못 오면 우리 둘이 가면 되잖아.”말을 한 사람은 유나의 절친한 친구 권여빈이었다.시후는 권여빈이 유나를 어디에 데려가려는지 궁금했다. 그때 유나의 목소리가 들렸다.“시후 씨가 외딴 지역에 있어서 연락도 잘 안 돼. 게다가 중요한 일 때문에 간 건데 이런 일로 빨리 돌아오라고 재촉할 수는 없잖아.”시후는 문을 열고 들어가며 웃었다.“무슨 일인데 그렇게 비밀스럽게 얘기해요?”시후의 목소리를 들은 유나와 권여빈은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거의 동시에 외쳤다.“여보, 돌아왔어요?”“시후 씨, 돌아왔네요!”시후가 웃으며 말했다.“네, 방금 돌아왔어요.”유나는 황급히 시후에게 다가가 말했다.“여보, 돌아온다는 말도 없이 갑자기 오면 어떡해요? 미리 말해 줬으면 공항으로 데리러 갔을 텐데.”시후가 웃으며 말했다.“이화룡 씨가 데려다줬어요. 비행기가 이륙하기도 전에 공항에 나와 기다리고 있을 정도로 신경을 써 줬거든요. 그래서 굳이 말하지 않았어요. 깜짝 놀라게 해 주고 싶기도 했고요.”권여빈도 소파에서 일어났다. 커다란 두 눈을 반짝이며 시후를 바라보던 그녀가 반가움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시후 씨, 정말 오랜만이에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여빈 씨, 언제 왔어요?”“나도 방금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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