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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11장

오인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아래로 동생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름은 오스한이고, 지금은 좌위대 내부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오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오스한에게 당분간 임시로 총사령 직무를 대행하게 해라. 하는 모습을 지켜보겠다. 그리고 오스본에게는 대우를 조금 더 해 주고, 아내와 자식, 노인과 아이들까지 잘 챙겨줘라.”여기까지 말한 오시연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이런 놈은 원래 본보기로 처형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오스틴이 전에 감쪽같이 사라졌으니, 분명 내가 처형했다고 의심하는 사람이 많을 거야. 오스본을 물러나게 해 여생을 보내게 하는 것도 다른 사람들에게 안도감을 주는 셈이다. 그렇지 않으면 총사령이 두 대 연속으로 감쪽같이 사라지는 꼴이니, 앞으로 총사령 자리는 오히려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다.”오인천은 조금 마음을 놓고 급히 말했다.“영주님께서 선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오인천이 오시연과 다른 점은 오씨 집안의 혈연과 정을 꽤 중시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오시연 곁에서 시중을 들며 후손이 없었기 때문에, 오씨 집안의 후손들에게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당시 오스틴이 처형됐을 때도 그는 몹시 안타까워했다. 오스본마저 양손을 잃은 채 버려진다면 남은 생을 비참하게 보내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조금 더 돌봐 준다면 최소한 여유로운 생활 조건은 갖출 수 있을 터였다.오시연은 오인천을 바라보며 말했다.“인천, 네가 집안 사람들에게 정이 깊다는 건 좋다. 나도 이해한다. 하지만 때로는 알아야 한다. 우리 집안은 지난 수백 년 동안 내 보호 아래 번성해 이미 매우 큰 규모가 되었다. 사람이 많아질수록 통제하고 단속하기는 어려워져. 누군가는 자신이 오씨라는 이유만으로, 부적절한 때에 분수에 넘치는 마음을 품게 된다. 그러니 나는 장담할 수 있다. 앞으로 폴른 오더 안에서 사고를 치는 자들도 반드시 오씨 집안 사람들일 것이다. 독하게 마음먹어야 할 때는 독해져야 한다. 조카손자가 하나라면 제 자식처럼 여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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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12장

쇠약해진 오스본은 아직 자신의 운명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알지 못했다.손에서 밀려오는 극심한 통증 때문에 정신이 한순간은 또렷했다가, 또 한순간은 흐릿해지기를 반복했다.불안에 휩싸여 있던 그때, 갑자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밖에서 애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총사령, 윗선에서 관련 사안을 상의하라며 저에게 연락주셨습니다. 전화 너머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오스본은 미간을 찌푸렸다. 애덤이 말한 윗선은 자신이 할아버지라 부르는 오인천이었다.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시할 일이 있다면 왜 자신에게 직접 연락하지 않고 애덤을 찾은 것일까?의아한 와중에도 오른쪽 눈꺼풀이 미친 듯이 떨렸다. 왠지 좋지 않은 징조 같았다.하지만 지체할 수도 없었다. 애덤도 말하지 않았는가. 할아버지가 전화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아마 두 사람에게 동시에 지시할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오스본은 힘겹게 몸을 일으켜 방문을 열었다. 애덤은 휴대전화를 든 채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총사령, 영상 통화입니다.”말을 마친 그는 휴대전화 화면을 오스본 앞으로 내밀었다.오스본은 화면 속 오인천을 보자 곧바로 말했다.“어서 들어가서 말해라.”애덤은 휴대전화를 들고 안으로 들어온 뒤, 전화기를 향해 말했다.“예, 총사령께 왔습니다.”전화 너머의 오인천이 말했다.“스피커폰으로 바꿔라.”“예.”애덤은 휴대전화 스피커를 켜고 말했다.“스피커폰으로 바꿨습니다.”“좋다.”영상 속 오인천이 가볍게 응수한 뒤 말했다.“오스본, 들리느냐?”오스본이 급히 말했다.“들립니다, 할아버지. 무슨 지시가 있으십니까?”오인천이 말했다.“전화를 건 것은 너희 두 사람에게 영주님의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서다.”오스본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그는 무심코 말했다.“할아버지, 말씀하십시오. 귀담아듣겠습니다!”오인천은 잠시 침묵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오스본, 앞서 영주님께서 삼대 장로에게 네 왼손을 자르게 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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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13장

오스본은 이미 완전히 절망한 상태였다. 그는 초점 없는 눈과 굳은 표정으로 최소 30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고개를 숙여 왼손으로 눈가의 눈물을 닦은 그는 자신의 왼손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영주께서 목숨은 살려주셨지만, 이제부터 나는 영락없는 폐인이야. 혼자 밥을 먹을 수도, 옷을 입을 수도 없고, 울어도 내 손으로 눈물조차 닦지 못해. 심지어 화장실에 가도 혼자 뒤처리조차 할 수 없겠지…… 내가 그래도 당당한 사내인데,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아……”오인천이 타일렀다.“오스본,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진리다. 그러니 사느니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은 하지 마라. 그리고 한 가지 더 일러 두마. 죽는다고 달라질 것 같으냐? 네가 죽어도 그 왼손은 지킬 수 없다. 그 손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현재 폴른 오더의 오씨 집안에 가장 큰 위험 요소니까!”그 말을 들은 오스본은 낙담한 척 하소연하고 애원하며 고분고분한 태도를 보여 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의 왼손은 신이 나타난다 해도 지킬 수 없었다.설령 그 의문의 인물이 자신에게 중소단을 한 알 더 준다 해도 마찬가지였다. 오시연이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자신의 두 손을 다시 한번 잘라 버릴 테니까.거기까지 생각한 오스본은 순간 몸을 부르르 떨었다.‘만약 지난 번 그 개자식이 또 찾아와 억지로 내 입에 중소단을 한 알 쑤셔 넣으면 어떡하지?’그때 오인천은 더 이상 그의 대답을 기다릴 인내심이 남아 있지 않아 애덤에게 명령했다.“참장, 영주께서 네게 총독의 왼손을 자르라고 명하셨으니 지금 즉시 실행하도록. 내가 여기서 모든 과정을 지켜보겠다!”애덤 역시 어찌해야 할지 몰라 황급히 오스본을 바라보며 무심코 입을 열었다.“총사령…… 저, 저는……”오스본은 이 재앙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영주께서 자르라고 명하셨으니 잘라!”애덤은 당황한 나머지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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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14장

애덤이 황급히 말했다.“그럼 제가 지금 바로 처리하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곧장 자리를 떠나려 했다.그때 영상 너머의 오인천이 입을 열었다.“잠깐.”애덤이 황급히 물었다.“무슨 분부라도 있으십니까?”오인천이 말했다.“참장, 영주의 명이다. 폴른 오더의 비밀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네가 목숨을 바쳐야겠다.”애덤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 당황한 나머지 손에 들고 있던 오스본의 피투성이 왼손마저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져 떨어졌다.그는 완전히 무너진 표정으로 영상을 향해 애원했다.“부디 영주께 말씀드려 주십시오. 저는 절대로 외부에 단 한마디도 발설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반평생 동안 폴른 오더를 위해 성실히 헌신한 것을 생각해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앞으로도 계속 폴른 오더를 위해 충성을 다하겠습니다!”오인천이 무표정하게 말했다.“영주의 명을 내가 어찌 거역할 수 있겠느냐? 걱정하지 마라. 영주께서 네가 죽은 뒤 대장군으로 추서하고, 가족에게도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내리겠다고 하셨다.”오인천은 진중한 어조로 타이르듯 덧붙였다.“참장, 자네가 추서되면 가족들은 평생 편안하게 살 수 있고 다시는 자네가 걸어온 길을 밟지 않아도 된다. 자네 한 사람을 희생해 자손 대대로 복을 누리게 하는 것이니, 이 또한 좀처럼 얻기 어려운 좋은 기회가 아니겠나?”애덤의 얼굴에도 어느새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오스본의 왼손을 자른 뒤 다음으로 끊어 내야 할 것이 자신의 목숨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오인천은 가족들이 평생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그럴듯하게 말했지만, 그 말에는 또 다른 의미가 숨어 있었다. 자신이 순순히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가족들도 편히 살 수 없다는 뜻이었다.게다가 애덤 역시 자신에게 오스본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선택권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지금 오스본은 두 손이 모두 잘렸고 삼대 장로도 멀리 나이지리아에 있으니, 자신이 도망치려고 한다면 당장은 달아날 수 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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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15장

수많은 생사를 지켜봐 온 오스본은 그 순간 애덤의 죽음이 남의 일 같지 않은 서글픔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이 아직 살아 있는 이유가 결코 영주가 특별히 자비를 베풀었기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영주의 관점에서 보면 누군가 자신에게 중소단을 먹였다는 것 자체가 그녀의 체면을 짓밟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녀는 이 일이 영원히 세상에 드러나지 않기를 바랄 게 분명했고, 자신과 애덤을 모두 죽이는 것이 사실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었다.하지만 지금 애덤은 죽고 자신은 아직 살아 있었다. 그 이유를 따져 보면 형이 실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영주가 자신까지 죽였다가는 조직원들의 동요를 불러일으켜 오히려 손해가 더 클 수 있기 때문일 터였다.같은 집안의 핏줄이니 뭐니 해도 결국 영주에게는 핏줄의 목숨보다 자신의 체면이 더 중요했던 모양이다.그때, 영상 너머의 오인천이 말했다.“오스본, 반드시 명심해라. 평생 이 일을 그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 된다. 네 가족에게도 마찬가지다. 이 일은 영원히 가슴속에 묻어 두고 단 한마디도 외부에 발설해서는 안 돼! 그러지 않으면 목숨을 잃는 사람이 너 하나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알아들었지?”오인천의 말을 들은 오스본은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는 확신이 더욱 강해졌다. 이는 단순히 자신의 입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빌미로 협박하는 것이었다. 만약 이 일을 정말 누설했다가는 온 가족이 몰살당할지도 몰랐다.오스본은 속으로 분노가 치밀었지만 조금도 내색하지 못한 채 연신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단 한마디도 외부에 발설하지 않겠습니다!”오인천이 짧게 대답한 뒤 물었다.“좌위대 인원들은 모두 스페인으로 철수했겠지?”“그렇습니다. 모두 철수했습니다.”오인천이 말했다.“잠시 후 네 동생 오스한에게 연락해 즉시 총사령직을 맡으라고 하겠다. 그리고 사람을 보내 너를 데려오게 하지.”오스본이 갑자기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저는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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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16장

정신을 차린 오스본이 즉시 말했다.“말씀이 옳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제게 가장 안전한 피난처는 병원이군요! 그럼 지금 바로 병원으로 가겠습니다!”오인천이 당부했다.“그래, 가거라. 지난 며칠 동안 큰 고생을 했으니 몸이 많이 상했을 것이다. 당분간 병원에서 마음 편히 치료에만 전념해. 네 동생에게도 연락해서 적당한 때가 되면 너를 데려갈 방법을 찾으라고 하겠다. 당장 여건이 마련되지 않더라도 조급해하지 말고 병원에서 얌전히 기다리고.”“알겠습니다!”오스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명심하겠습니다!”“그래.”오인천이 말했다.“어서 가 보거라.”전화를 끊은 오스본은 두 발을 이용해 잘려 나간 자신의 왼손을 힘겹게 애덤의 옷 속에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즉시 모어 트레이드의 도일을 불러왔다.현장의 참혹한 광경을 본 도일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놀랐다.오스본은 그에게 상황을 설명할 여유가 없어 곧바로 명령했다.“아무것도 묻지 말고 우선 사람을 시켜 참장의 시신을 가져가 처리해. 반드시 흔적을 조금도 남기지 말고 깨끗하게 처리해야 한다. 시신을 처리할 사람에게 생화학용 시신 가방으로 단단히 감싼 뒤 소각하고 매장하고. 참장은 명령을 받고 독약을 먹어 자결했다. 참작이 먹은 독약은 자네들이 복용하는 것보다 독성이 훨씬 강해서 피부에 닿기만 해도 목숨을 잃을 수 있어.”도일은 감히 더 묻지 못하고 즉시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총사령. 지금 바로 처리하겠습니다!”오스본이 다시 말했다.“그리고 직접 운전해서 나를 카사블랑카에서 가장 큰 병원으로 데려다 주고. 앞으로 며칠 동안 입원 치료를 받을 생각이야. 병원에는 업무 중 사고를 당했다고 말할 테니, 자네는 내 고용주 자격으로 치료비를 대신 내도록 해. 그리고 반드시 1인 병실로 잡아.”도일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총사령. 잘 알겠습니다!”오스본은 여전히 허리띠가 감겨 있는 손목으로 바닥에 떨어진 장검을 가리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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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17장

시후의 농담을 들은 제이크 한이 웃으며 말했다.“처음에는 도련님께서 정말 오스본에게 중소단 한 알을 공짜로 주시는 줄 알고 내심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니 환약으로 오시연에게 엄청난 자극을 주면서도 오스본은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하게 만들었으니, 그야말로 일거양득이군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환약이 귀한 건 사실이지만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 충분히 값어치를 한 셈이죠.”제이크 한이 다시 말했다.“오스본도 정말 지독하게 운이 없군요. 연달아 손을 세 번이나 잘렸으니 말입니다.”시후가 웃으며 말했다.“오시연의 보호를 받는 인간들은 하나같이 온갖 악행을 저지르거나 악인을 도와 나쁜 짓을 일삼았습니다. 그들이 지금까지 대를 이어 번성할 수 있었던 것도 폴른 오더가 노예처럼 부린 수만 명,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은 죽음의 전사와 특수부대 대원들의 희생과 떼어 놓을 수 없죠. 따지고 보면 그들 모두가 원죄를 지닌 셈이에요. 내가 오스본의 손만 자른 것만 해도 그자에게는 과분한 자비를 베푼 겁니다.”말을 마친 시후가 다시 덧붙였다.“아니, 그건 아니네요. 내가 먼저 손 하나를 선물한 뒤 다시 하나를 잘랐으니 서로 퉁친 셈이군요. 원망하려면 오시연을 원망해야죠.”제이크 한이 웃으며 말했다.“그렇긴 합니다. 지금 오스본이 가장 증오하는 사람도 도련님이 아니라 오시연일 겁니다.”그러고는 문득 궁금하다는 듯 시후에게 물었다.“그런데 도련님께서는 어떻게 이런 방법을 떠올리신 겁니까? 오시연이 반드시 오스본의 왼손을 다시 자를 거라고 확신하셨습니까? 제가 오시연이었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처음 왼손을 자른 것은 오스본에게 내린 형벌이었고, 당시 그자는 이미 형벌을 받아 치렀습니다. 그 후 누군가 약을 먹여 왼손이 다시 자라게 했다고 해서 손을 또 자를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오히려 왼손을 그대로 두고 도련님께서 주신 환약을 이미 벌어진 일로 받아들이면 자신의 공정함을 드러내는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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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18장

시후가 말했다.“송서아 씨의 재능이 보통 사람을 훨씬 뛰어넘는 건 사실입니다. 어린 나이에 그 정도 실력을 갖췄으니 대단한 인재인 것도 맞고요.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파악한 바로는 송서아 씨는 그저 평범한 전사에 불과해요. 나에게 붙잡히지 않았더라도 앞으로 폴른 오더 전체를 발전시키지는 못했을 겁니다. 지금 폴른 오더에 싸움을 잘하는 사람이 더 필요하지는 않죠. 그들에게 필요한 건 현대적인 사고를 지닌 두뇌입니다.”시후가 말을 이었다.“아참, 오스본의 실력이라면 두 손이 잘렸다고 해도 목숨이 위험할 정도는 아닐 텐데 굳이 병원에서 치료받을 필요가 있을까요? 게다가 저렇게 대놓고 병원에 갈 만큼 간이 크지도 않을 텐데... 경감님은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제이크 한은 잠시 생각한 뒤 대답했다.“중소단 사건을 겪으며 오스본의 신분은 이미 완전히 노출됐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병원에 대놓고 가더라도 모습을 숨기나 마나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을 겁니다.”제이크 한이 계속해서 말했다.“게다가 도련님께서 다시 중소단을 먹일까 봐 두려웠을 겁니다. 저희는 살인 사건, 특히 동기를 알 수 없고 수법까지 특이한 사건을 접하면 범인을 잡기 전에 두 번째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을 가장 걱정합니다. 이런 사건은 강도나 납치, 원한 또는 치정에 의한 살인과는 다르니까요. 강도나 납치는 범행 대상이 무작위이고 원한이나 치정에 의한 살인은 대부분 표적이 한 명으로 한정되지만, 동기를 알 수 없고 수법까지 특이한 사건은 연쇄 살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오스본의 입장에서도 도련님께서 같은 방법으로 자신을 다시 괴롭히는 것이 가장 두려울 겁니다. 이번에 양손이 동시에 자라난다면 오시연이 분노한 나머지 두 손을 또 잘라 버릴지도 모르니까요. 이미 한 번 끔찍한 일을 겪었으니 이제 오스본에게 중소단은 평생 두 번 다시 먹고 싶지 않은 물건일 겁니다. 병원으로 피한 것은 자신에게 두 손이 없다는 사실을 공개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런 상황에서는 도련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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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19장

제이크 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확실히 쉽지는 않겠군요. 하지만 저희는 이미 상당수 폴른 오더 조직원의 얼굴 정보를 확보했습니다. 입원 병동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자동판매기를 설치해 두면 그들 중 누구라도 병원에 나타나는 즉시 알림을 받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 정기적으로 오스본을 찾아간다면 방문 주기도 파악할 수 있겠죠. 반대로 아무도 찾아가지 않는다면 오스본은 완전히 버림받았을 가능성이 큽니다.”시후가 물었다.“좌위대에서 찾아오면요?”제이크 한이 대답했다.“좌위대 구성원들은 지난번 나폴리 공항의 감시 카메라 영상을 통해 상당수의 신원을 이미 추려 냈습니다. 그들은 모두 AI의 1급 감시 대상이라 어디에서든 저희 자동판매기 카메라에 포착되기만 하면 AI가 즉시 보고할 겁니다.”제이크 한이 말을 이었다.“다만 당시 확보한 얼굴 정보는 좌위대 인원 중 일부에 불과할 겁니다. AI가 공항과 항구에서 수집한 낯선 사람들의 얼굴을 병원에 나타난 사람들의 얼굴과 실시간으로 대조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다른 지역에서 비행기나 배를 타고 카사블랑카에 도착한 뒤 그 병원으로 간 사람이 누구인지도 확인할 수 있죠.”“일반적으로 어떤 곳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병원부터 찾아가는 사람은 드뭅니다. 게다가 오스본은 입원 병동에 있으니, 비행기에서 내린 사람이 몸이 좋지 않아 병원을 찾더라도 곧바로 그곳에 나타나지는 않겠죠. 카사블랑카를 찾은 목적이 오직 환자 병문안뿐인 경우가 아니라면 말입니다.”“따라서 AI가 카사블랑카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오스본이 입원한 병원으로 간 사람을 발견한다면 상당히 의심스러운 인물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거기까지 말한 제이크 한은 무언가 떠올랐는지 다시 입을 열었다.“좌위대가 스페인으로 이동했다고 하셨죠? 그렇다면 조건을 하나 더 추가해 AI가 걸러 내도록 하겠습니다. 스페인에서 비행기나 배를 타고 카사블랑카에 도착한 직후 곧장 그 병원으로 가는 사람이 있다면 좌위대 소속일 가능성이 큽니다. 오스본에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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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20장

시후와 제이크 한이 함께 노르웨이로 돌아왔을 때, 릴리는 이미 헬레나 여왕과 무척 가까워져 있었다.노르웨이는 어느덧 한겨울에 접어들어 해가 떠 있는 시간이 눈에 띄게 짧아졌다. 온 나라가 반쯤 동면에 들어간 듯 조용해졌고, 왕실도 마찬가지였다.노르웨이 왕실은 매년 한겨울이 되면 연례 휴식기에 들어갔다. 대외 일정은 물론 국내 공식 행사도 거의 없어졌고, 여왕 역시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좀처럼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덕분에 헬레나도 처리해야 할 일이 거의 없어 매일 대부분의 시간을 릴리와 함께 있었다.시후가 헬레나에게 부탁해 구입한 농장은 이미 정리를 모두 마친 상태였다. 두 사람은 시간이 날 때마다 농장에 가서 반나절씩 머물렀다. 고양이와 강아지를 데리고 노는 것은 물론 농장의 다른 동물들도 직접 돌봤다.며칠 동안 함께 지내면서 헬레나는 릴리에게 점점 더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릴리는 겉보기에는 무척 어린 소녀였지만 매사에 침착했고, 누구에게 배우지 않고도 능숙하게 해내는 일이 많을 만큼 총명했다. 헬레나는 열일곱이나 열여덟 살밖에 되지 않은 소녀가 어떻게 그토록 생소한 기술들을 많이 알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심지어 소와 말에게 먹이를 주는 일조차 전문 농부들이 감탄할 정도로 능숙했다.하지만 릴리는 그 모든 것이 타고난 재능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세상에는 태어날 때부터 특정한 일에 소질을 보이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자신은 동물과 꽃, 나무를 돌보는 일에 가장 소질이 있다는 것이었다.시후와 제이크 한은 왕궁에 도착한 뒤에야 왕실 총괄 집사인 수잔에게 헬레나와 릴리가 농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시후는 두 사람이 편히 쉬도록 자신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서둘러 알리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수잔은 몰래 헬레나에게 이 사실을 전했고, 헬레나와 릴리는 기다렸다는 듯 서둘러 왕궁으로 돌아왔다.시후가 며칠 동안 자리를 비운 사이 두 사람 모두 그를 무척 그리워했다. 그가 돌아왔다는 말을 들었으니 당연히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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