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은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건네고, 몸을 돌려 게스트룸 쪽으로 걸어갔다. 두 발자국쯤 옮긴 순간, 문득 조백림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순간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유정은 돌아서서 조백림의 등을 향해 매섭게 노려보았다.‘진짜 못된 놈.’속으로 투덜거리며 씩 웃은 유정은 게스트룸 문을 열고 들어갔다.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운 유정은 핸드폰을 열어보니, 서은혜가 보낸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미안하다며, 화 풀고 푹 자라고, 내일 일찍 집에 오라는 내용이었다. 유정은 그 메시지를 보며 백림이 자신의 행방을 어머니에게 알렸다는 걸 바로 눈치챘다.[잘 자요.]짧게 답장을 보내고, 유정은 천천히 오늘 있었던 일들을 되짚어보았다.사실, 오늘 있었던 오해는 자신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었다. 오후에 어머니가 전화했을 때, 자신은 그저 바쁘다는 말만 하고 급히 전화를 끊었다.그때 상황을 제대로 설명했어야 했다. 그리고 또 떠오른 사람, 백림. 솔직히 말하면, 그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었다. 부드럽고, 세심하며, 말 한마디에도 상대를 배려하는 사람이었다. 물론, 농담을 던질 때만큼은 예외였다.저녁에 백림과 함께 집으로 돌아올 때, 운전은 기사가 맡고 조백림은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유정은 그때 그의 옷깃에서 아주 희미한 향수를 맡았다.아마 진짜는 모임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여자와 데이트 중이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조금 미안했다.과연 어떤 데이트의 어느 순간에 자신 때문에 끊겼을까? 유정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서서히 잠에 들었다.다음 날 아침.오늘도 유정이 먼저 일어났다. 빨래를 돌리고, 아침 식사로 먹을 것을 주문했다.배달음식이 도착해 문을 열었는데, 예상과 다르게 익숙한 배달복장이 아닌 두 명의 여성 직원이 서 있었다. 이윽고 둘은 급히 설명했다.“안녕하세요, 저희는 백화점 전속 매장 직원이예요. 주문하신 옷을 배달하러 왔어요.”옷은 백림이 주문한 것이었고, 유정은 멍하니 쇼핑백을 받아들었다. 라벨을 확인해보니, 사이즈도 딱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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