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3421 - Chapter 3430

3434 Chapters

제3421화

유정은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건네고, 몸을 돌려 게스트룸 쪽으로 걸어갔다. 두 발자국쯤 옮긴 순간, 문득 조백림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순간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유정은 돌아서서 조백림의 등을 향해 매섭게 노려보았다.‘진짜 못된 놈.’속으로 투덜거리며 씩 웃은 유정은 게스트룸 문을 열고 들어갔다.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운 유정은 핸드폰을 열어보니, 서은혜가 보낸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미안하다며, 화 풀고 푹 자라고, 내일 일찍 집에 오라는 내용이었다. 유정은 그 메시지를 보며 백림이 자신의 행방을 어머니에게 알렸다는 걸 바로 눈치챘다.[잘 자요.]짧게 답장을 보내고, 유정은 천천히 오늘 있었던 일들을 되짚어보았다.사실, 오늘 있었던 오해는 자신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었다. 오후에 어머니가 전화했을 때, 자신은 그저 바쁘다는 말만 하고 급히 전화를 끊었다.그때 상황을 제대로 설명했어야 했다. 그리고 또 떠오른 사람, 백림. 솔직히 말하면, 그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었다. 부드럽고, 세심하며, 말 한마디에도 상대를 배려하는 사람이었다. 물론, 농담을 던질 때만큼은 예외였다.저녁에 백림과 함께 집으로 돌아올 때, 운전은 기사가 맡고 조백림은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유정은 그때 그의 옷깃에서 아주 희미한 향수를 맡았다.아마 진짜는 모임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여자와 데이트 중이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조금 미안했다.과연 어떤 데이트의 어느 순간에 자신 때문에 끊겼을까? 유정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서서히 잠에 들었다.다음 날 아침.오늘도 유정이 먼저 일어났다. 빨래를 돌리고, 아침 식사로 먹을 것을 주문했다.배달음식이 도착해 문을 열었는데, 예상과 다르게 익숙한 배달복장이 아닌 두 명의 여성 직원이 서 있었다. 이윽고 둘은 급히 설명했다.“안녕하세요, 저희는 백화점 전속 매장 직원이예요. 주문하신 옷을 배달하러 왔어요.”옷은 백림이 주문한 것이었고, 유정은 멍하니 쇼핑백을 받아들었다. 라벨을 확인해보니, 사이즈도 딱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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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2화

유정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그럼 이 집 나한테 임대해. 당분간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여기서 회사도 가까우니까.”조백림은 놀란 눈으로 유정을 바라보았다.“여기서 살겠다고?”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게스트룸만 쓰면 돼. 한 달 뭐 이렇게 길게 머물 것도 아니니까 월세는 뺴고. 대신 내가 머무는 동안 청소비나 관리비, 수도세 전기세 같은 건 다 내가 부담할게.”백림은 가볍게 웃었다.“우리가 남이라도 아니고, 술도 같이 마신 사이인데 이런 거 따질 필요 있을까? 편하게 있어. 얼마를 살든 상관없어.”유정은 감사의 뜻을 담아 말했다.“고마워.”백림은 눈빛을 가늘게 좁혔다.“네 가족이 널 혼자 내보내 줄까? 필요하면 내가 대신 얘기해줄게.”유정은 손에 쥔 숟가락을 꼭 쥐고 씩 웃었다.“필요 없어.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백림은 고개를 끄덕이고 더는 말하지 않았다.아침 식사를 마친 뒤, 유정은 직접 운전해 유씨 저택으로 향했다.거실에는 할아버지 유지태와 할머니 신화선, 그리고 부모님 유탁준, 서은혜 모두 모여 있었다.조엄화도 하품하며 2층에서 내려오자, 신화선은 재빨리 물었다.“신희는 어때?”지엄화가 답했다.“어젯밤 한숨도 못 자서 이제야 겨우 잠들었어요.”신화선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잠들었으면 다행이네.”그러고는 서은혜를 돌아보며 말했다.“유정이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어제 내가 분명히 늦게 다니지 말라고 얘기했는데, 밤늦게 들어와서 개 짖고, 신희 잠 다 깨고, 결국 오늘 심장 더 안 좋아졌잖아.”서은혜는 고개를 떨구며 변명했다.“유정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회사에 일이 있어서 늦게 끝난 거예요.”신화선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맨날 회사 핑계야. 결혼도 얼마 안 남았는데 아직도 회사일에 그렇게 매달려? 혹시 유정이가 조씨 집안으로 갈 때 회사까지 가져가려는 거 아냐?”서은혜는 얼굴이 굳어졌다. 처음으로 차분하지만 단단하게 맞받아쳤다.“우리 회사는 한때 위기에 빠져 거의 망할 뻔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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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3화

신화선의 얼굴에도 한결 여유가 돌았다.“신희 몸 좀 좋아지면, 유정아, 너도 이 집으로 다시 들어와. 계속 밖에서 사는 건 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예전엔 유정이도 유지태, 신화선을 참 좋아했다. 학교에 다닐 때는 신화선이 매주 전화까지 걸어오곤 했다.유정은 유신희에게 조금 편파적인 건 알면서도, 신희가 몸이 안 좋으니 다들 신경을 더 쓰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신화선이 자신에게 해주는 걱정과 인사는 늘 어딘가 가볍고 형식적이었고, 신희에게 보여주는 애정만이 진심이었다는 걸 점점 깨달았다.유정이 집을 나간다고 말하자, 조엄화가 웃으며 말했다.“네가 이렇게 나가면, 나도 많이 섭섭해할 거야. 자주 들르렴!”이에 유정은 담담하게 웃었다.“여기는 제 집인데 당연히 자주 오죠.”그 말에 조엄화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맞아!”다들 있는 공간을 나와서 유정이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짐을 챙겼다.서은혜는 한편으로는 이런 충동적인 결정을 내린 걸 나무라면서도, 한편으로는 독립하게 된 유정에게 몸 잘 챙기라고 당부했다.유정은 자기 부모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을 사랑하면서도, 그딴 현실에서 지켜낼 힘은 없어서, 결국 푸념만 늘어놓는 그 모습이 말이다.그러다 문득 생각난 게 있어 서은혜에게 옷 정리를 부탁하고, 자신은 뒷마당으로 내려갔다.집에서 키우는 두 마리의 개는 모두 대형견이었다. 한 마리는 도베르만, 또 한 마리는 래브라도였다. 두 마리 개는 각각의 우리 안에 웅크리고 있다가 유정을 보자마자 일어났다.유정이 철문을 열자 래브라도가 곧장 달려오자, 유정은 몸을 반쯤 낮추고 그 귀를 잡아당기며 비웃듯 말했다.“지금은 왜 짖지도 않아? 내가 밤에 들어올 땐 왜 그렇게 떠들더니? 내 발소리가 익숙하지 않아서야, 아니면 내 차 소리가 생소해서 그랬던 거야?”이 래브라도는 원래 유정이가 데리고 온 개였고, 석 달 전까지도 직접 돌보며 정을 쌓은 아이였다 그래서인지 유정이의 손바닥을 코로 슬며시 밀며, 여전히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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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4화

정신없이 바쁜 하루가 지나갔고, 밤이 되자 유정은 회사 건물 아래에서 저녁을 먹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오자, 밤 9시였다.유정이 머무는 아파트는 크지 않았다. 대략 50평 정도로, 방 두 개에 서재 하나가 있는 구조였다.더군다나 유정은 여기에서 잠시 머무는 중이라 조백림의 서재를 차지하긴 어려웠다. 그래서 거실과 베란다 사이에 임시로 책상과 의자를 두고 퇴근 후 업무를 보는 공간으로 삼았다.샤워를 마치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유정은 노트북 앞에 앉아 메일과 문서를 확인했다.“이렇게 바쁜데, 집에 와서도 일해?”맑고 차분한 남자 목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지자, 유정이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 낯익은 잘생긴 얼굴을 보고 나서야, 아침에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유정은 정신없이 바빠서 백림과 통화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었고, 유정은 안경을 벗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답했다.“대학 동기가 문서 번역 좀 도와달라고 해서.”백림은 냉장고를 열었는데, 안에는 온갖 칵테일 병들이 화려한 색깔로 정리돼 있었고, 보기에도 꽤 예뻤다. 그는 살짝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생수 하나를 꺼냈다.유정은 작은 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손에 들고 나왔다. 그러고는 지퍼백 하나를 책상 위에 올려두며 말했다.“네 회사에 전자기술 전담팀 있잖아. 이 안에 든 게 뭔지 좀 알아봐 줄 수 있을까?”백림이 다가와 그것을 들어 살펴보며 물었다.“어디서 찾았어?”유정이는 솔직하게 말했다.“우리 집 강아지집에서.”백림은 의미심장하게 입꼬리를 올렸다.유정이는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사실 대충 짐작은 가. 그래도 혹시나 해서, 확인도 해보고. 가능하면 자세한 정보도 얻고 싶었어.”백림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가져가서 확인해 볼게. 내일 연락해 줄게.”그 말에 유정은 고맙다는 듯 말했다.“고마워.”백림은 차 키를 집으며 말했다.“그럼 나 먼저 간다.”유정은 그를 문 앞까지 배웅했다.그때 백림의 휴대폰이 울렸고, 전화를 받았다. 유정은 그 뒤에 서 있다가,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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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5화

조백림의 얇은 웃음기 속에 묻어있는 목소리는 싸늘했다.[복수해 줄까?]유정이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응. 좋은 방법 있어?”백림은 차가운 눈빛을 머금은 미소로 대답했다.[당연히 있지. 내 약혼자를 건드렸으면, 자기가 얼마나 멍청했는지 뼈저리게 알게 해줘야지.]그 말에 유정이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백림은 평소에도 농담처럼 가볍게 말을 던지는 편이라, 이제 웬만한 말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오늘은 유난히 휴대폰을 댄 귀 쪽이 달아오르는 듯했다.잠시 정적이 흐른 뒤, 유정이 조용히 물었다.“어떻게 할 건데?”백림은 자신의 계획을 유정에게 설명하자, 유정은 눈꼬리를 살짝 올리며 작게 들뜬 듯한 표정을 지었다.“좋아.”백림은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오늘 오후에 사람 시켜서 물건 돌려보내 줄게.]유정은 벌써 기대하는 표정으로 말했다.“응!”오후, 유정이는 정시에 퇴근해서 본가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마침 서은혜도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왔고, 딸이 보고 싶다며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유정은 강성에서도 유명한 한 과자점 앞을 지나다가 차를 멈추고, 계절 한정으로 나온 신선한 화과자와 강정을 사 들고 들어갔다.집에 도착하니 마침 온 가족이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고, 유정이 들어서자 신화선과 조엄화가 놀란 듯 말했다.“유정아, 웬일로 왔어?”그런 말투에 서은혜는 불편한 기색이 들었다. 여기도 유정의 집인데, 왜 딸이 오면 안 된다는 듯 말하는 걸까?그러나 곧 서은혜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보고 싶어서 불렀어. 퇴근하고 집에 오라고 했지.”그 말에 조엄화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밖에서 살더니, 퇴근도 빨라졌구나?”그러나 유정은 그런 말에 일절 반응하지 않고, 사 온 간식거리들을 식탁 위에 올려두었다.“할머니가 좋아하시는 화과자예요.”신화선은 여전히 자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자기 집 오는 건데 뭘 또 사 오고 그래?”사실 유정은 가족에게 선물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었다. 학창 시절에도 집에 올 때마다 지역 특산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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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6화

이틀쯤 지난 어느 날, 유정이에게 서은혜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유정아, 지금 시간 괜찮니? 집에 좀 들렀으면 해.]그러나 유정은 일부러 모르는 척 물었다.“집에 무슨 일 있어요?”은혜는 자세한 설명은 피하며 짧게 말했다.[좀 일이 있긴 해.]“알겠어요, 바로 갈게요.”유정은 일정을 정리하고 운전해서 본가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니 거실에는 가족들이 모두 경건하게 앉아 있었고, 말소리 하나 없이 무거운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유지태와 신화선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신희는 할머니 옆에 앉아 흰색 롱 원피스를 입고 긴 생머리를 늘어뜨린 채, 조용하고 연약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그녀는 유정이를 한 번 힐끔 쳐다보더니 금세 고개를 숙이자, 유정은 놀라서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조엄화가 굳은 얼굴로 쏘아붙였다.“유정아, 우리 신희가 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니? 네가 이런 짓을 하다니 너무 잔인한 거 아니니? 신희를 죽이기라도 하려는 거야?”서은혜는 바로 반박했다.“아직 진상도 밝혀지지 않았는데 왜 우리 유정이가 했다고 단정하세요?”유지태는 무겁게 말을 꺼냈다.“그러면 유정이 아니면 누가 했다는 거야? 우리가 했단 말이야?”서은혜는 부글부글 끓었지만, 시아버지의 말에 맞설 수 없어 결국 입을 다물었고, 유탁준이 중재하듯 말했다.“일단 유정이 왔으니까, 먼저 유정이한테 직접 물어보죠.”그러더니 신희의 아버지가 거실 테이블 위에 무언가를 내밀며 물었다.“유정아, 이게 뭔지 설명 좀 해봐라.”유정이는 테이블 위에 놓인 검은 단추 모양의 물체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처음 보는 건데요?”조엄화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처음 본다고? 요 며칠 개들이 밤마다 짖은 건 다 이놈 때문이야. 너 일부러 늦게 들어와서 개가 너 때문에 짖는 줄 알게 했잖아.”“잠잠하던 게 네가 며칠 전 다시 왔더니 또다시 짖기 시작했어. 밤마다 몇 번씩이나!”“다행히 어머님이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개집을 점검시켰고, 그래서 이 물건이 발견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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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7화

서은혜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신화선을 바라보며 말했다.“아버님, 어머님, 그 사정은 부모님이 제일 잘 아시잖아요. 처음부터 저희는 그 약혼 얘기를 전혀 몰랐어요!”하지만 둘은 모른 척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조엄화는 흥분해 입을 열었다.“형님, 진짜 몰랐어요? 예전에 유정이가 성준이한테 차이고 죽네 사네 했을 때, 형님이 유정이 체면 생각해서 급하게 조씨 집안이랑 약혼시키신 거잖아요.”“그러니까, 우리 신희의 약혼자를 유정이 가로챈 거죠!”그 말에 유정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차가운 시선으로 조엄화를 쳐다봤다.서은혜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눈을 부릅떴지만, 말을 잇지 못했다. 유정이 성준과 헤어지고 나서 한동안 무기력했던 건 사실이었다. 마침 유지태가 조씨 집안과의 혼사를 논의하자고 둘째 아들 부부에게 제안했다. 유탁준과 서은혜는 조씨 집안이 조건도 더 좋았고, 딸이 실연의 상처에서 벗어나는 데도 도움이 되겠다 싶어 그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에 신희는 단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었다.서은혜는 결국 유지태를 향해 호소하듯 말했다.“아버지, 그때 조씨 집안 얘기 꺼내신 게 아버님 아니셨어요? 저랑 유정이 아빠랑 상의하자고 찾아오셨잖아요. 유정이 생각해서 얘기 좀 해주세요!”그러자 유지태는 냉정하게 말했다.“그때 일이야 나도 잘 기억 안 나. 지금 중요한 건 그 물건 아니냐? 쓸데없는 얘긴 그만하자.”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노골적인 편애에 유정이의 마음은 또 한 번 식어버렸다. 그리고 그녀의 부모는 또다시 참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거실 안은 깊은 침묵에 잠겼고, 그 정적을 유정이가 깼다.“혹시라도 이 물건을 누가 설치한 건지 밝혀지면, 할아버지 할머니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조엄화는 비웃듯 말했다.“유정아, 너 지금 자백하려는 거야?”유정이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냥 묻는 거예요.”신화선이 냉랭한 얼굴로 말했다.“가족한테 이런 악독한 짓을 했으면, 당연히 가볍게 넘어가선 안 되지.”유정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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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8화

유정은 자연스럽게 조백림의 허리를 끌어안고, 손에 힘을 줘 꾹 꼬집었다.“인제 그만 안 놓을래? 언제까지 안고 있을 건데?”“움직이지 마,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백림은 고개를 살짝 기울여 그녀의 귓가에 숨결을 불어 넣자, 유정은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물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백림이 약혼녀를 다정하게 위로해 주는 것 같았고, 두 사람 사이가 무척이나 돈독해 보였다.그 모습에 서은혜는 속으로 안도했다. 그동안 유정은 백림과의 약혼을 내내 거부해 왔고, 백림의 이름만 나와도 늘 냉소적인 반응이었다. 그런데 언제 이렇게 가까워진 건지, 본인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지금 이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은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커플을 또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다른 가족들은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쳤는지 당황한 눈빛을 감추지 못했고, 특히 유신희는 백림의 잘생긴 얼굴과 깊은 눈빛을 보며, 모르게 주먹을 꼭 쥐었다.신희는 꼭 백림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이렇게 완벽한 남자가 원래는 자신의 것이었는데 뺏겼다는 생각에 현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마침내 백림이 유정을 풀어주고는, 맑고 담백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할아버님, 할머님, 아버님, 어머님. 실례를 무릅쓰고 이렇게 방문하게 되었네요.”“하지만 통화 중 유정이 목소리가 너무 불안해서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었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어요.”유정은 백림의 빈틈없는 말솜씨를 들으며 입이 떡 벌어졌고 박수갈채를 보내고 싶었으나, 겨우겨우 참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이제부터는 유정은 백림에게 전적으로 모든 것을 맡기고, 자신은 억울한 피해자 역할만 잘하면 되었다.유지태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별일 아닌데 괜히 백림까지 오게 해서 미안하구나.”백림은 유정이의 손을 잡고,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제 눈엔 유정이랑 관련된 일이라면, 그 어떤 일도 작은 일이 아니에요.”그 말에 유정이는 입꼬리를 살짝 올라갔다가, 도무지 어떻게 할지 몰라 뻣뻣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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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9화

조엄화의 얼굴이 굳어지며 험악하게 일그러졌다.“역시나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역시 뭐가요?”조백림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을 잘랐다.“아직 끝난 게 아니죠.”그는 곧바로 기술팀에게 물었다.“어느 회사 제품이죠?”이에 기술자는 즉시 대답했다.“확인됐습니다. 하이텍 테크놀러지라는 회사 제품이에요.”“당장 그 회사 책임자와 연락해서, 제품 추적 코드를 기준으로 판매한 사람을 찾아요.”“네!”백림의 직원은 곧바로 하이텍 테크놀러지에 전화를 걸었다. 백림이 직접 문의했다는 말에, 상대방은 단 1초도 지체하지 않고 즉시 조사에 착수했고, 몇 분 만에 장치 판매자와 프로그래밍한 담당자를 모두 확인해 냈다.백림은 관계자들을 유씨 저택으로 오게 했다. 이 일련의 빠르고 단호한 조치에, 유씨 가족들은 말 그대로 얼이 빠진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하이텍 테크놀러지 측 사람들이 도착하길 기다리는 동안, 백림의 존재감은 무게감 있게 거실을 눌렀고, 유씨 가족들 또한 자기도 모르게 행동을 자제하게 되었다.그 와중에도 조엄화는 여전히 독설을 내뱉었다.“뭐, 밝혀지는 건 좋지. 근데 나중에 자기가 판 함정에 자기가 빠질 수도 있어!”그러나 백림은 그런 소리에 일절 반응하지 않고, 오히려 낮은 목소리로 유정이에게 다정히 물었다.“밖에서 지내는 동안 불편한 건 없었어? 몸은 괜찮고? 무리하지 말고, 건강 챙겨.”그 부드럽고 다정한 태도에, 유신희는 가늘게 눈을 가늘게 뜨며 눈빛을 숨기고는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형부, 언니한테 참 잘해주시네요. 전에는 언니가 이 결혼 싫다면서 큰아버지, 숙모랑도 한참 다퉜는데. 지금 보니까 언니, 정말 복이 많은 거 같아요.”유정은 입꼬리를 들어 올렸지만, 그 눈빛은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마침 백림 씨도 왔으니까, 오늘은 확실히 해두죠.”유정은 고개를 돌려 조백림을 바라보며 말했다.“신희 엄마, 그러니까 숙모가 그러는데, 원래 당신과 약혼하기로 한 사람은 신희였고, 우리 부모님이 뭔가 수를 써서 당신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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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30화

그 말에 유신희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으며, 벌떡 일어나 날카롭게 외쳤다.“왜 저를 모함하는 거예요? 도대체 얼마를 받고 저한테 누명을 씌우는 거예요?”조엄화도 강하게 몰아붙였다.“이 상황 너무 이상하잖아요? 백림 씨가 오자마자 금방 이 장치 출처 밝혀낸 거, 뭔가 미리 짜고 한 거 아니냐고요?”“기술자랍시고 누구 하나 끌고 와서는 우리 신희한테 죄 뒤집어씌우고, 이런 조작은 너무 유치하잖아요!”신화선 역시 얼굴 가득 불신이 담겨 있었다.“지금 이게 신희가 한 짓이라고? 며칠 동안 잠도 못 자고 몸 상태도 안 좋았는데, 자기 자신을 그렇게 괴롭힐 이유가 어디 있어?”이에 유정은 냉소를 터뜨렸다.“당연히 날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서죠. 자작극이라는 말 들어보셨어요, 할머니?”신희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눈가를 붉혔고, 숨을 들이켜 울먹이며 말했다.“언니, 우리 자매잖아. 어떻게 언니가 날 그렇게 생각해?”“다들 언니가 그런 짓 했다고 몰아갈 때도, 난 끝까지 아니라고 말했어. 우린 사촌이지만, 난 언니를 진짜 친언니처럼 생각해.”“난 그렇게 언니를 믿었는데, 언니는 날 그런 사람으로 봤구나.”신희는 울먹이며 진심을 토해내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 애절하고 억울한 표정에 가족들의 표정이 순간 흔들렸고, 사람들의 시선은 유정에게 더 차가워졌다.그런 상황에 유정은 거의 웃음이 나올 뻔했다.‘내 편을 들어줬다고? 정말 그랬다면, 백림이 도착하기 전, 모두가 자신을 몰아세울 때 한마디라도 해봤어야지.”그땐 입도 뻥긋 안 하더니, 이젠 가식적인 말로 사람들을 흔들고 있었다. 그런데도, 다들 신희의 말만 받아들이며, 유정을 몰아세웠다.그 순간, 백림이 유정이 곁에 서서 유씨 가족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진실을 알게 되면, 꼭 같은 태도로 그 진짜 범인을 대하셨으면 좋겠네요.”그러고는 프로그래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유신희 씨라는 걸 어떻게 알았죠?”프로그래머는 휴대폰을 꺼내며 말했다.“여기 있어요. 통화 내역, 이체 기록, 유신희 씨가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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