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은 눈을 반쯤 뜨고 조백림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혹시 독심술 할 줄 알아?”그러자 백림은 유정과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없어. 하지만 신경 쓰이는 사람의 감정은, 평소와 다르면 바로 느껴지지.”어둑한 밤빛 속, 유정의 눈동자에 희미한 물결이 일렁였다. 이 나쁜 백림이 또 은근슬쩍 들이대는 거였다.유정은 눈꼬리를 살짝 치켜올리며 술기운이 어린 눈빛으로 말했다.“진짜 감동적이네.”백림은 싱긋 웃었는데, 그 미소는 눈꼬리까지 번지며 요염하고도 매혹적인 분위기를 뿜었다.그는 일어나 부엌으로 가더니, 잠시 후 물 한 병을 가지고 나와 뚜껑을 열고 유정 앞에 두었다.“집에 해장할 만한 게 없네. 물이라도 좀 마셔.”유정은 몸을 일으켜 앉더니 물을 들이켰다. 급하게 마신 탓에 물방울이 눈썹과 코끝에 튀었고, 그 모습이 더없이 청순해 보였다.유정은 백림을 바라보며 말했다.“괜히 수고했네. 우리 할머니는 신희 핸드폰 도둑맞고 해킹당했다는 말을 믿어버렸어. 이미 다 용서했고, 오히려 내가 병문안도 안 갔다고 뭐라 하셨다니까.”말할수록 분이 치밀어 오르는 듯, 유정은 이를 악물었다.“내가 병문안 가서 산소호흡기를 뽑아버릴 거란 생각은 안하시나 봐!”유정의 말에 백림은 푸하하 웃음을 터뜨렸다.“난 네가 질투해서 화난 줄 알았는데, 내가 착각했네?”유정은 그를 옆눈으로 쳐다보며 비웃듯 말했다.“역시나 정 많고 마음 넓은 남자네?”백림은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안방으로 향하자, 유정이 놀란 듯 물었다.“야, 너 그냥 가? 뭐라도 한마디하고 가야지!”예를 들어, 신희 욕이라도 같이 좀 해준다든가 그런 걸 기대한 유정이었다. 백림은 멈춰 서서 돌아보며 말했다.“네 성격 보면 괴롭힘당할 사람은 네가 아니던데? 그리고...”백림은 장난스럽게 한쪽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나 있잖아.”유정은 순간 어질어질해지며 소파에 털썩 쓰러졌고,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나중에 누가 날 어떻게 죽었냐고 묻거든, 벼락 맞은 너 옆에 끼어서 죽었다고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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