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그걸 해야겠다는 거야?”조변우는 눈살을 찌푸리자, 여경은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당신이 낳은 자식은 자식도 아니라는 거예요? 왜 조백림 일은 중요하고, 시안의 일은 뒤로 밀려야 해요?] [약혼 때도 이미 간소하게 했잖아요. 이번엔 단지 상견례일 뿐인데, 그것마저 미뤄야 한다고요? 그게 우리 아들한테 공평한 거예요?”조변우는 분을 참지 못했다.“언제 해도 될 일을 하필 지금 하겠다고? 유정이 막 세상을 떴어. 주윤숙도, 백림이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이건 누가 봐도 일부러 그러는 거잖아!”여경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이미 정해졌던 일이에요. 나는 시안이한테 더는 참으라 말 못 해요. 당신이 오면 좋고, 안 오면 나 혼자라도 갈 거예요.”“당신, 요즘 정말 선을 넘네!”조변우는 화가 치밀어 전화를 끊었다. 이에 여경은 전화를 내려놓으며 냉소를 지었다.“우리가 이렇게까지 하는 건 다 그 모자 때문이야. 주윤숙이랑 조백림이 우리를 얼마나 몰아세웠는데!”같은 시각, 유탁준은 며칠째 서은혜를 돌보고 있었다. 그녀가 계속 방안에만 있자, 기분 전환 삼아 저택으로 함께 나왔다.그런데 거실에 들어서자, 뜻밖의 광경이 펼쳐졌다. 어른들이 모두 모여 예물 상자를 놓고 무언가 상의하고 있었던 것이다.상 위에는 귀한 선물들과 장신구, 예복까지 올려져 있었다. 유탁준 부부가 들어오자 신화선이 일어나며 어색하게 말을 건넸다.“네 와이프는 좀 괜찮아? 몸이 안 좋으면 며칠 더 푹 쉬어도 돼. 누구도 뭐라 안 할 거야.”이에 유탁준은 묻듯 말했다.“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그러자 조엄화가 나섰다.“신희랑 조시안 상견례를 내일로 잡았어요. 원래부터 정해진 일정이라 미루기 어려워서요.”“유정이 장례도 아직 정해진 게 없으니, 예전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했어요.”서은혜는 그 말을 듣고 한순간 얼굴이 일그러졌다. 며칠 사이 폭삭 삭아버린 얼굴에 눈물 자국이 남아 있었다.서은혜는 조엄화를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우리 유정이 아직 땅에 묻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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