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3771 - Chapter 3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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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1화

“지금 그걸 해야겠다는 거야?”조변우는 눈살을 찌푸리자, 여경은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당신이 낳은 자식은 자식도 아니라는 거예요? 왜 조백림 일은 중요하고, 시안의 일은 뒤로 밀려야 해요?] [약혼 때도 이미 간소하게 했잖아요. 이번엔 단지 상견례일 뿐인데, 그것마저 미뤄야 한다고요? 그게 우리 아들한테 공평한 거예요?”조변우는 분을 참지 못했다.“언제 해도 될 일을 하필 지금 하겠다고? 유정이 막 세상을 떴어. 주윤숙도, 백림이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이건 누가 봐도 일부러 그러는 거잖아!”여경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이미 정해졌던 일이에요. 나는 시안이한테 더는 참으라 말 못 해요. 당신이 오면 좋고, 안 오면 나 혼자라도 갈 거예요.”“당신, 요즘 정말 선을 넘네!”조변우는 화가 치밀어 전화를 끊었다. 이에 여경은 전화를 내려놓으며 냉소를 지었다.“우리가 이렇게까지 하는 건 다 그 모자 때문이야. 주윤숙이랑 조백림이 우리를 얼마나 몰아세웠는데!”같은 시각, 유탁준은 며칠째 서은혜를 돌보고 있었다. 그녀가 계속 방안에만 있자, 기분 전환 삼아 저택으로 함께 나왔다.그런데 거실에 들어서자, 뜻밖의 광경이 펼쳐졌다. 어른들이 모두 모여 예물 상자를 놓고 무언가 상의하고 있었던 것이다.상 위에는 귀한 선물들과 장신구, 예복까지 올려져 있었다. 유탁준 부부가 들어오자 신화선이 일어나며 어색하게 말을 건넸다.“네 와이프는 좀 괜찮아? 몸이 안 좋으면 며칠 더 푹 쉬어도 돼. 누구도 뭐라 안 할 거야.”이에 유탁준은 묻듯 말했다.“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그러자 조엄화가 나섰다.“신희랑 조시안 상견례를 내일로 잡았어요. 원래부터 정해진 일정이라 미루기 어려워서요.”“유정이 장례도 아직 정해진 게 없으니, 예전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했어요.”서은혜는 그 말을 듣고 한순간 얼굴이 일그러졌다. 며칠 사이 폭삭 삭아버린 얼굴에 눈물 자국이 남아 있었다.서은혜는 조엄화를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우리 유정이 아직 땅에 묻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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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2화

“이 집안, 그냥 망해버려.”서은혜는 본래부터 기력이 없던 상태였고, ㅈㅎ엄화가 밀치자 한순간 휘청이며 넘어질 뻔했다.유탁준이 급히 아내를 부축했지만, 눈빛이 돌변하더니 그대로 앞으로 나가 식탁을 세게 밀어버렸다.“불길하다고요?”“그럼 이건 어때요?”요란한 소리와 함께 식탁이 완전히 뒤집혔다. 위에 놓였던 금장 장신구와 예물 상자들이 와장창 바닥에 쏟아져 산산조각이 났다.“꺄악!”조엄화와 신희는 동시에 비명을 질렀고, 유지태는 벌떡 일어나며 화를 냈다.“탁준아, 미친 거야? 이게 무슨 짓이야!”“미쳤네, 진짜 미쳤네!”조엄화는 고함을 쳤다.“이 집안 사람들 다 미쳤어! 딸 하나 잃었다고 우리까지 못살게 굴어요? 신희가 질투 난다고 이러는 거잖아요!”신희는 생전 처음 보는 유탁준의 격분에 얼굴이 새하얘졌고, 가슴을 부여잡고 뒷걸음질 쳤다.신화선은 바닥에 떨어진 귀한 물건들을 바라보며 울상이 되어 소리쳤다.“이 집안 이제 끝이야. 다 박살 났어.”그러자 유탁준은 체념한 듯 냉랭하게 말했다.“박살 나면 박살 났죠. 다들 날 아들로도 생각 안 하잖아요. 유정이도 손녀로 안 보고요.”유탁준은 서은혜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우린 오늘 당장 나갈 테니, 마음껏 잔치하세요. 다만, 우리 눈에 띄지만 않게 하시고요.”두 사람은 말없이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신화선과 유지태는 눈빛을 주고받았다.“지금 지태랑 은혜가 집을 나가면 조씨 사람들은 뭐라 하겠어?”신화선은 조심스레 말했다.“절대 못 나가게 해야 해요. 이런 건 안에서만 해결해야지, 밖에 새어 나가면 안 돼요.”유지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조엄화를 시켜서 탁준이 내외한테 사과하게 해. 우리도 같이 가고.”신화선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조엄화한테 말해볼게요.”유탁준과 서은혜가 짐을 싸고 있을 때, 신화선 부부와 조엄화 식구들이 모두 찾아왔다.조엄화는 이미 신화선에게 혼이 났는지, 억지로 얼굴에 웃음을 띠고 서은혜에게 고개를 숙였다.“내가 미쳤었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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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3화

[어차피 앞으로 그 사람들 봉양하고 장례 치를 사람도 신희랑 명현이잖아요? 지금 그 몫의 재산을 가져오는 게 당연하고 합리적이지 않나요?]조엄화는 들을수록 일리가 있다며 말했다.“남편이랑 상의해 보고, 내일 바로 회사 갈게요!”이에 여경은 부드럽게 웃었다.[가족 재산은 한데 모아야 계획도 세우고 운영도 수월해지죠. 그게 결국엔 가족 전체에 이익이 되니까요.][유씨 집안 어르신들도 이치에 밝으시다면 당연히 지지하실 거예요.”“맞아요, 정말 감사해요!”조엄화는 흥분한 듯 말했다.한편, 여경은 전화를 끊고,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시안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요 며칠 어디 간 거야? 왜 집에 안 들어왔어?”“아무 데도 안 갔어요.”시안은 말하고 싶었다. 자신은 그저 집에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고. 어머니가 남의 불행을 즐기기라도 하듯 기뻐하는 모습을 보기 싫어서라고.“너 마음 안 좋은 거 알아. 하지만 유정이는 살아 있었다고 해도 너랑 이어질 수 없었어.”“넌 아무것도 잃은 게 없어. 그러니 너무 슬퍼할 필요도 없어.”여경은 커피잔을 들고 천천히 한 모금 마시며, 무척 기분 좋은 얼굴이었다.“엄마가 유신희 부모님 보고, 이참에 유정네 집안 재산 빼앗으라 했어요?”시안은 어두운 눈빛으로 여경을 노려보았다.그 말에 여경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사람은 돈 때문에 죽고, 새는 먹이 때문에 죽는 법이야. 허를 찌를 때 가장 효과가 크지. 이익 앞에서 혈육이 무슨 의미가 있니?”“유씨 집안 사람들 마음이 아직 약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좀 일깨워준 것뿐이야.”시안은 눈빛이 흔들렸는데, 무언가 깊이 생각하는 듯한 눈이었다.“넌 가장 잘 알잖아.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여경은 부드러운 미소로 아들을 바라보았다.“모두 너를 위해서야. 신희의 모든 건 앞으로 네 것이잖니.”그 말에 시안은 고개를 들었다.“형이 가만히 보고만 있을까요?”“걔는 이제 유씨 집안이랑 아무 관련도 없어. 근데 무슨 자격으로 그 집안일에 끼어들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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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4화

조엄화는 겉으로는 한숨을 쉬는 척하며 말했다.“연말이라 재무도 정리해야 하고, 다른 부서들도 다 연말 정산하고 정리할 일이 산더미잖아요. 이렇게 바쁠 때 누가 관리 안 하면 어떻게 해요?”“형님은 유정이 일로 침대에 누워 계시고, 아주버님도 간병하느라 여유 없으실 테니, 제가 남편이랑 상의해서 우리가 좀 도와드리러 온 거예요.”“다 가족이잖아요. 이럴 때 외부 사람에게 틈을 보이게 할 순 없잖아요, 안 그래요? 아주버님?”유탁준은 조엄화의 궤변을 들으며 분노가 점점 치밀어 올랐다.“내가 알아서 잘할 수 있어요. 그러니 제수씨네 내외 도움은 필요 없어요. 지금 당장 나가시죠!”“아주버님.”조엄화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잘 생각해 봐요. 유정인 이미 세상에 없어요. 앞으로는 희랑 명현이가 아주버님 부부 부양하고 장례도 치를 텐데요?”“당신들 같은 인간 말종한테 기대겠다고?”유준탁은 분노로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이제야 모든게 확실해졌네요. 내가 회사를 넘기면 당신들은 우리를 뼈도 못 추릴 정도로 삼켜버릴 거잖아요!”조엄화는 유준성에게 눈짓을 보내자, 남자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어머니한테 전화 드렸어요. 금방 오실 거예요.”유준탁은 더는 말하고 싶지 않았고, 회사 직원들에게 명령했다.“보안팀 불러요. 이 사람들 다 쫓아내요!”그러나 조엄화는 아예 의자에 앉아버리며 팔짱을 끼고 거들먹거렸다.“어디 한번 해봐요. 이 회사는 유씨 집안 회사예요. 앞으로 우리 명현이가 물려받을 회사인데 누가 날 건드리기만 해봐요. 바로 해고당할 거라는 것만 알아둬요!”유준탁의 얼굴은 핏기 없이 질려 창백해졌고, 유준성을 노려봤다.“나랑 와이프가 아직 살아 있는데, 지금부터 우리 재산을 다 집어삼키겠다고 작정한 거냐?”“너, 아직도 내 동생이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네 마누라 데리고 나가!”그러나 유준성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형, 너무 확대해석하지 마. 우린 그냥 도와주려는 거야.”이에 유준탁은 온몸이 떨릴 정도로 화가 났다.“그럴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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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5화

그 말에 조엄화는 날카롭고 독한 어조로 끼어들었다.“나 좀 못된 말 하나 할게요. 아주버님과 형님 나중에 돌아가시면, 그 재산 누구한테 줄 건데요?”“제수씨!”유준탁은 원래도 무던한 성격이었지만, 조엄화의 모욕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는 한마디도 제대로 하지 못할 만큼 분노가 치밀었다.조엄화는 유준탁의 아픈 데를 정확히 찔렀다. 유일한 딸을 잃은 사람에게, 상실의 고통을 다시 상기시키는 비열한 짓이었다.이때 신화선이 물었다.“명현이는 언제 돌아온다고 했니?”조엄화가 얼른 대답했다.“오늘 오후 비행기예요. 내일 아침이면 집에 도착해요.”신화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그렇게 하자. 회사 일단 명현이한테 맡기고, 너희 내외는 잠시 쉬어.”“안 돼요!”유준탁이 단호하게 거절했으나 조엄화는 냉소적으로 웃으며 말했다.“아주버님, 이제 어머님 말씀도 안 듣겠다는 거예요? 어쨌든 이 회사는 유씨 집안 회사예요. 부모님 말씀이 통하지 않으면 도대체 누가 결정해요?”조엄화는 유준탁이 반박할 틈도 주지 않고 고개를 돌려 자기편 사람들에게 명령했다.“당장 회계 장부 열어봐요. 재무부서 접수하고, 각 부서 고위직들 회의실로 불러요!”조엄화는 이미 스스로를 회사의 주인이라 여기는 듯했다.재무부 사무실 문이 열리자 조엄화가 데려온 사람들이 기존 재무부장을 밀어냈다.“얌전히 협조해요. 안 그러면, 명절 끝나고 돌아올 자리 없을 줄 알아요!”기존 회계 직원들이 막아섰고, 부서는 순식간에 엉망이 되었다. 유준탁이 직접 나서서 조엄화 사람들을 끌어내려 했지만, 신화선이 그를 가로막았다.“유준탁, 진정해. 유준성이랑 조엄화는 너희 친동생 내외야. 절대 널 해칠 사람들 아니야.”“오히려 네 회사 안에 있는 애들이나 조심해. 그런 놈들이야말로 재산 좀 꿀꺽하려는 마음 가득해.”조엄화는 자기 쪽 경호원에게 눈짓을 보냈고, 그 사람들은 곧바로 유지태를 붙잡았다.“요즘 몸도 안 좋으신데, 저희가 모셔다드릴게요.”“나 안 가! 너희 같은 인간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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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6화

조엄화는 멍하니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물었다.“당신들은 누구지?”“소희.”“성연희.”소희와 성연희가 앞뒤로 이름을 밝히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 모두의 표정이 동시에 굳었다. 소희를 몰라도, 강성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연희는 이름만으로도 모두를 압도했다.신화선은 재빨리 앞으로 나서며 얼굴 가득 따뜻하고 너그러운 미소를 지었다.“아, 임씨 집안 사모님과, 노씨 집안 사모님이셨군요!”연희는 냉랭한 표정으로 주위를 훑더니, 매서운 목소리로 쏘아붙였다.“유정의 아직 장례도 안 치렀는데, 벌써 회사 욕심이 난 거예요?”“강성에서도 손꼽히는 집안이라는 사람들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물불 안 가리고, 그것도 자기 가족 피를 빨아먹을 수가 있죠?”연희는 본래 성격이 강했고, 말할 때 절대 상대를 봐주는 법이 없었다.그 한마디에 유씨 일가 사람들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가 퍼렇게 질려버렸다. 아무도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연희는 말을 끝내자마자 유탁준에게 다가가,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돈해주며 단호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삼촌. 오늘 여기 소희랑 나, 둘 다 와 있어요. 누가 감히 여기서 날뛴다면, 그날로 끝장날 거예요.”유탁준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벅찬 목소리로 말했다.“성연희 씨, 고마워요.”조엄화는 감히 임씨 집안이나 노씨 집안을 건드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강성 사람들이면 소희와 연희 둘 다 지금 임씨 집안과 노씨 집안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라는 것을 다 알고 있었고, 그 배 속의 아이들은 두 집안의 미래 상속인들이다. 그랬기에 둘 중 한 명이라도 다치기라도 하면, 두 집안은 가만있지 않을 것이었다.조엄화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연희 씨, 오해가 있으신 것 같아요. 저희는 그저 아주버님이 유정 일로 너무 슬퍼하셔서, 회사는 손도 못 대고 계시길래 도우러 온 것뿐이에요.”이에 연희는 냉소를 지었다.“삼촌을 쫓아내고 회사 경영권을 빼앗는 게 도와주는 거라고요? 좋아요, 그럼 나도 내일 사람들 데리고 조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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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7화

유탁준은 두 사람에게 거듭 감사 인사를 전했다.“그렇게까지 하실 필요 없어요. 직접 뵙는 건 처음이지만, 저희는 유정이랑 정말 각별한 친구였어요.”성연희는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 딸을 잃은 슬픔 앞에 그 어떤 말도 무의미해 보였다.소희가 말했다.“밖에 있는 경호원 몇 명은 당분간 여기 남겨둘게요. 혹시 우리 없는 사이에 저쪽에서 또 말썽을 부릴까 봐요.”유정의 회사 보안팀은 유씨 일가, 특히 조엄화에게 강하게 나설 수 없었다. 하지만 소희 쪽 사람들은 그런 걸 개의치 않았다.회사 건물에서 나오는 길, 소희가 연희를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빨리 알려줘서 다행이야.”이에 연희는 코웃음을 쳤다.“유씨 집안 셋째 집 쪽에서 이 틈을 타서 움직일 줄 알고 미리 사람 붙여놨지.”차에 올라탄 소희는 구택에게 전화를 걸었다.“조백림 상태 어때?”구택이 대답했다.[어제 통화했을 땐, 목소리는 평소보다 차분했어.]소희는 유정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전한 뒤, 잠시 생각하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둘 사이가 그 정도였는데, 백림이 유정 가족 일에 이렇게까지 무관심한 게 좀 이상하지 않아?”구택이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혹시 무슨 짓 한 건 아니지?]“아니야. 사람 데리고 같이 갔지만, 나도 연희도 손 안 댔어.”구택은 그제야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일단 집에 있어. 내가 장시원이랑 같이 가서 백림이 좀 볼게.]“응, 알겠어.”유정이 세상을 떠난 뒤로 조백림은 회사에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연락이 닿았지만, 오늘은 전화기도 꺼져 있었다.구택과 시원은 여러 군데를 수소문하다가 외곽의 한 별장에서 백림을 찾았다.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거실은 담배 연기와 술 냄새로 가득했고, 바닥엔 빈 술병들이 널려 있었다.소파 위엔 백림이 거의 숨만 붙은 사람처럼 누워 있었다. 얼굴은 창백했고, 마치 생기가 빠져나간 듯했다.“백림아!”시원이 이마를 찌푸리며 다가가 부르자, 백림은 천천히 눈을 떴다.그 깊은 눈동자가 무표정하게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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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8화

조백림이 눈을 떴을 땐 이미 병실 침대 위였다. VIP 병동의 개인실. 바깥 거실 쪽에선 주윤숙이 의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의사는 단호한 어조로 당부했다.“절대 다시 술 마시면 안 돼요.”주윤숙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꼭 지켜볼게요.”의사가 떠난 뒤에야 주윤숙은 백림이 깨어난 것을 알아챘다. 그녀는 곁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남자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물었다.“기분은 좀 어때?”백림은 손등에 꽂힌 링거 주사를 바라보다가, 쉰 목소리로 물었다.“이거 안 해도 되는 거 아니에요?”“영양제야. 지금 너무 쇠약해서 그래.”주윤숙이 다급히 설명했고, 백림은 더 말하지 않았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주윤숙이 다시 입을 열었다.“임구택이랑 장시원이 내내 옆에 있었는데, 전화가 계속 울리길래 내가 먼저 보내버렸어. 조금 전에 나갔어.”백림은 시선을 아래로 떨군 채 말했다.“전화 좀 전해줘요. 괜찮다고.”주윤숙은 백림의 손을 꼭 잡으며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조금 이따 전할게.”그때 조변우가 저녁 식사를 사 들고 들어왔다.“여보, 식사 먼저 해.”주윤숙이 자리를 비우자, 조변우는 병상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네 할아버지랑 유씨 일가가 상의 끝에, 유정을 우리 조씨 집안 묘원에 모시기로 했어. 네 아내로서 말이야.”백림은 조용히 말했다.“할아버지께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병원에 있는 건 말씀드리지 말아 주세요.”“이미 얘기 안 했다. 너 할아버지도 요즘 많이 힘들어하셔.”조변우는 아들과 이렇게 담담하게 대화하는 것이 처음이라, 어색한 기색이 역력했다. 위로를 전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저 낮게 한마디를 덧붙였다.“시간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아무리 큰 아픔도 결국은 지나가기 마련이다. 시간이 조금씩 덮어주리라 믿을 수밖에 없었다.조변우는 창백한 백림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뭐라도 좀 먹을래?”“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백림은 조변우를 바라보며 말했다.“어머니 잘 챙겨주세요. 전 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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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9화

조백림은 바싹 마른 입술을 한 번 적시고는, 불안과 조급함이 뒤섞인 눈빛으로 말했다.“유정이 원래도 추위를 많이 탔어요. 내가 그런 데다 두는 게 아니었는데.”백림은 고개를 돌려 주윤숙을 바라보았다. 그 어두운 눈동자에는 깊은 죄책감과 단단한 결심이 맺혀 있었다.“엄마, 저 유정이 곁으로 가고 싶어요.”주윤숙은 눈을 크게 뜬 채 그를 바라보다, 그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녀는 천천히 아들 앞으로 다가갔다.“그럼, 엄마는 어떡하라고? 나까지 버릴 거야?”백림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주윤숙 앞에 무릎을 꿇었다.크고 단단한 몸이 휘청이며 굽혀졌고, 등줄기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죄송해요, 엄마, 정말 죄송해요.”주윤숙은 떨리는 손으로 백림의 어깨를 꽉 잡았고. 그녀의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우리가 유정을 잊지 않는 한, 그 애는 계속 우리 곁에 살아 있는 거야. 제발, 의미 없는 짓 하지 마. 유정이 네가 이렇게 되길 바라지 않을 거야.”백림은 눈을 질끈 감자 눈물은 턱선을 타고 목덜미를 지나 가슴팍까지 흘러내렸다. 밤공기처럼 차가운 눈물이 그의 심장 깊숙이 스며들었다.백림의 울음 섞인 숨소리는 어둠 속에서 누구의 가슴에도 아프게 와닿았다. 결국, 주윤숙은 간호사를 불러 안정제를 처방받았고, 그렇게 백림은 서서히 잠이 들었다.그날 밤, 주윤숙은 병실을 떠나지 못하고 새벽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녀의 눈앞에 스쳐 간 건 오래전의 기억이었다.자신의 오빠가 아내를 잃었을 때도 이랬다. 살아갈 의지조차 잃은 채, 삶 전체를 거부하던 오빠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그때처럼 자기 아들이 그 길을 따라갈까 봐, 두려웠다.다음 날 아침, 조백림이 깨어났을 땐 전날보단 훨씬 차분해 보였다.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시 입에 올리진 않자, 주윤숙은 그제야 마음을 조금 놓았다.백림은 치료도 거부하지 않고 약도 잘 먹었고, 링거도 제대로 맞았다.그날 저녁, 백림의 외할머니를 돌보는 도우미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르신이 계속 불안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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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0화

소녀의 눈동자엔 기쁨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발코니에서 걸어와 조백림의 손에 있는 반지를 향해 손을 뻗었다.하지만 막 닿으려는 순간, 손을 홱 움츠리며 말했다.“너무 차가워!”의젓한 인상의 여자는 백림을 바라보며 말했다.“조백림, 나 너무 추워.”백림은 순간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안으려 손을 뻗었지만, 그의 손끝은 공기만을 스쳤다.방 안은 고요하고 텅 비었고, 아무것도, 아무도 없었다.백림은 어둠 속에 오래도록 서 있다가, 천천히 발코니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언제였는지 모르게, 유정이 예전에 치웠던 책상을 다시 가져다 놓았던 모양이었다.그 자리는 늘 그녀가 그림을 그리던 곳이었기에 책상 위엔 그녀가 평소 사용하던 드로잉 도구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그 순간, 수많은 기억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고개를 숙이고 그림을 그리던 유정의 모습이 훅하고 떠올랐다.완성작을 자랑스럽게 내보이던 순간, 그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까르르 웃던, 때로는 귀엽게 화를 내던 그 모습. 너무도 생생해서, 마치 지금이라도 손에 닿을 듯했다.백림이 유정을 처음 본 건 한 번의 파티 자리였다.그날 백림이 데려간 여자가 유정과 부딪혔고, 유정이 들고 있던 케이크가 그 여자의 고급 드레스에 묻고 말았다.분명 먼저 부딪힌 건 유정이 아닌데, 오히려 그 여자는 목소리를 높였다.“먹을 걸 그렇게 잔뜩 들고 다니는 건 뭐예요? 못 먹어본 사람처럼. 완전 촌스럽게!”유정은 원래 휴지를 꺼내 닦아주려다가 그 말을 듣고는 손을 거두고는 대꾸했다.“그러면 당신은 파티에 왜 온 거죠?”이에 여자는 콧대 높게 말했다.“조백림 씨랑 같이 왔는데요?”“남자 따라온 거네?”유정은 시큰둥하게 받아쳤다.“당신은 남자 따라오고, 난 먹으러 왔고. 그런데 왜 당신이 날 무시하는 거야?”그 여자는 단번에 말을 잃었고, 얼굴까지 붉어졌다.백림은 옆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다, 옆 사람에게 물었다.“저 사람 누구야? 엄청 강하네.”이에 친구가 설명했다.“유씨 집안 둘째네 외동딸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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