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3751 - Chapter 3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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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1화

권한진은 문득 떠오른 듯한 표정으로 얼굴이 굳었다.권씨 집안과 조씨 그룹은 경성에서 몇 가지 협력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 중이었다.그런데 자신이 그 조씨 그룹의 대표를 건드린 셈이라니. 이게 잘못되면 사업에도 타격이 클 게 뻔했다.아버지한테 들키기라도 하면, 제명은 물론 뼈도 못 추릴 일이었다.“형님?”옆에서 함께 온 친구 하나가 조심스럽게 눈짓을 보냈다. 이는 계속 밀어붙일까 하는 의미였다.남자가 입을 떼는 순간, 식당 안에 있던 보안 인력들이 백림의 앞에 일제히 나서며 벽처럼 섰다. 그들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냉랭하게 한진 무리와 대치했다.누가 이곳 주인인지, 누가 월급 주는 사람인지 다들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에 한진은 잽싸게 태도를 바꿨다.“이런, 이런. 사장님이실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조씨 그룹이랑 저희 집이랑도 오래된 사이인데, 제가 눈이 어두워서 그만...”한진은 효석을 향해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효석아, 너도 말을 좀 해주지. 사장님 오신다고 했으면, 내가 그냥 문 앞에 나가서 기다리지 않겠냐?”효석은 그 입에 발린 소리를 듣고도 냉소를 숨기지 못했다.“그냥, 오해가 풀리면 다행이지.”한진은 황급히 자기편 애들에게 말했다.“오해였어, 오해! 저분은 우리 식구야. 오늘은 내가 쏠 테니까 다 같이 사장님께 한잔 올리자고.”그러곤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우리 아버지한테도 전화 드려야겠네. 사장님 경성 오시면, 예전부터 많이 배워오라고 하셨는데...”“전화 안 하셔도 돼요.”백림은 담담하게 말을 잘랐다.“이번엔 사적인 일로 온 거라 굳이 귀찮게 할 필요 없어요.”이에 한진은 빠르게 눈치를 챘다.“그럼, 사적인 모임으로 생각하고 즐기겠습니다. 괜한 말 꺼내서 죄송하네요.”남자는 곧 무리를 이끌고 다시 룸으로 들어갔다.식당 매니저는 보안팀을 해산시키고, 이만형은 백림을 직접 에스코트했다.다시 자리에 앉았을 때, 식탁 위에 놓인 2천만 원짜리 술과 20만 원짜리 푸아그라가 그 어느 때보다 웃기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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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2화

고효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조백림을 바라봤다.“권한진 일로 꼭 정식으로 사과드리고 싶네요.”이에 백림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효석 씨 잘못은 아니에요.”그러나 효석은 고개를 저었다.“경성처럼 편한 데서 오래 살다 보니, 바깥세상이 어떤지도 잊게 되네요.”효석은 백림에게 앉으라 손짓하고는 조심스레 화제를 옮겼다.“사실 유정이 일로도 한 말씀 드리고 싶었어요. 서정후 할아버지 성격이 좀, 말씀은 독하게 하셔도 속은 여려서요.”“무슨 말씀하셨다 해도 꼭 오해 없이 받아주셨으면 해요.”그 말에 백림은 미간을 살짝 올리며 말했다.“당연하죠. 유정의 할아버지면 제 할아버지기도 하죠. 손주 혼 좀 낸다는데, 당연한 일 아닙니까?”효석은 미소 지으며 백림에게 차를 따라주자, 백림은 잔을 받으며 눈을 들었다.“혹시 유정을 좋아하나요?”차라리 애매하게 돌려 말하느니, 똑 부러지게 물어보는 게 나았다. 효석은 순간 멈칫했지만, 이내 솔직하게 말했다.“사실 유정이 이번에 경성에 올라왔을 때, 서정후 할아버지께서 저한테 연락하셨어요.”“그때는 둘이 정말 헤어진 줄 알고 솔직히 약간의 기대는 했죠.”효석 또한 백림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하지만 오늘 보니 완전히 마음 접었어요. 유정이가 얼마나 조백림 씨를 좋아하는지 보였어요.”“그리고 저도 할아버지께 말씀드렸어요. 저는 유정이와 그냥 어릴 때부터 친구였을 뿐, 앞으로도 그 이상은 없을 거라고요.”백림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요.”이에 효석은 호쾌하게 웃었다.“유정이 참 맑고 솔직한 사람이니까, 백림 씨 꼭 잘 대해줘야 해요.”백림도 웃으며 답했다.“물론이죠.”식사를 마친 뒤, 일행은 식당 앞에서 인사를 나눴다.이때, 효석은 유정에게 다가와 말했다.“원래는 백림 씨께 감사 인사드리려고 자리를 만든 건데, 괜히 불편하게 만들어서 미안해. 결국 네 탓이야.”유정은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괜찮아. 우리 둘 다 아무렇지도 않아요.”효석은 백림에게도 인사를 건넸다.“경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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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3화

집에 돌아오니 서정후는 마당에 나와 있었는데 어지간히 마음이 풀리지 않았는지 얼굴빛이 좋지 않았다.“툭하면 집을 나가겠다고 하는 게, 아직도 철 안 든 애냐?”유정은 웃으며 말했다.“누가 집을 나갔다 그래요? 진짜 가출이면 전화도 안 받고, 문자도 안 보내고, 걱정되게 만들어야죠!”말을 마친 유정은 성큼 다가가 서정후의 팔짱을 끼었다.“조백림이 일부러 돌아가면서까지 개현거리 회운방에서 오리구이 사 왔어요. 이거 드시고 인제 그만 화 푸세요, 네?”서정후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오리 한 마리 사 왔다고 나를 매수할 수 있을 것 같아?”“할아버지 화해 신청을 이렇게 하는 데 더 튕기지 마시고 화해하시죠!”유정이 눈짓을 하며 말하자, 서정후는 비웃듯이 웃었다.“화해 싫으면 이대로 끝내시던지요. 그리고 장기판 다 풀었잖아요. 약속하신 말은 지키셔야죠?”“풀었다고? 그깟 장기 말 하나 더 얹었다고 그러는 거야?”유정은 눈을 크게 떴다.“그거 알아보셨어요?”서정후는 당당하게 말했다.“너 그 꼼수로 날 속이려고 했냐?”“맞아요, 맞아. 우리 할아버지는 제갈량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명석하신데, 제가 그것도 모르고 아무렇게나 떠들었네요.”유정은 서정후의 팔을 꼭 안고 장난스럽게 웃었다.두 사람이 이야기하고 있을 때, 백림이 차를 주차하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할아버님.”백림이 공손히 인사하자, 서정후는 냉랭하게 대답했다.“그래.”태도는 미적지근했지만, 일단 응답했다는 건 백림을 손주사위로 받아들였다는 뜻이었다.“짐은 위층에 올려놓을게요.”백림이 말하자, 유정은 그에게서 오리구이를 받아 들었다.“이건 제가 주방에 두고 올게요.”서정후는 두 사람이 함께 걸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얼굴빛은 한결 부드러워졌다.서정후도 유정이 백림을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무리 자기가 막으려고 해도 소용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래서 바라는 건 단 하나 백림이 유정을 실망하게 하지 않는 것 그거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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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4화

“아, 그 수를 못 봤네요. 할아버지, 봐주셔서 감사드려요.”조백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서정후는 한껏 뿌듯한 얼굴이었다.“내가 봐주지 않았으면, 너 벌써 장기 말 하나도 못 남기고 전멸했겠지!”백림은 웃으며 말했다.“할아버님처럼 장기 잘 두시는 분, 처음 봤어요.”서정후는 찻잔을 들며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장기는 전쟁터와 같아서, 수싸움도 중요하지만 상대가 파놓은 함정을 꿰뚫어 보는 눈도 있어야 하지.”그때 욕실에서 내려온 유정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잠깐 머리 감고 올라갔다 왔을 뿐인데, 두 사람 분위기가 좀 달라진 것 같았다. 진전이 한두 걸음이 아닌 듯했다.백림은 유정을 바라보며, 여자의 뽀얀 얼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부드럽게 말했다.“머리 다 말려. 감기 걸려.”유정은 서정후 옆에 앉으며 머리칼을 만지작거렸다.“괜찮아, 금방 마를 거야.”“안 돼. 너 원래 몸에 냉기 많은 체질이잖아.”백림은 이마를 찌푸리고는 서정후에게 말했다.“할아버님, 잠깐만요. 유정의 머리 좀 말려주고 올게요.”서정후는 백림의 세심함이 마음에 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녀와.”백림은 유정의 손을 잡고 2층으로 올라갔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백림은 여자를 뒤에서 꼭 껴안았다. 그리고 유정의 허리를 감싸 쥔 손에 힘을 주며 몸을 기울여 입을 맞췄다.유정은 눈을 감고 백림의 입맞춤에 응했다.뜨겁고 강렬한 백림의 입술이 여기저기 파고들자, 유정의 다리에 힘이 풀려 점점 서 있기도 힘들어졌다.유정은 백림의 셔츠를 움켜쥐고 숨을 헐떡이다가, 눈가가 촉촉하게 물든 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머리 말려주는 게 목적은 아니었구나?”백림은 따뜻하고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계속 장기 뒀다간 할아버님이 나 멍청한 줄 알고 너 안 주실까 봐.”유정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장기 두는 거, 그렇게 재미없었어?”백림은 고개를 저었다.“아니, 할아버님이랑 두는 거 은근히 재밌어. 근데 네가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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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5화

칠강 할아버지의 본명은 주칠강이었다. 서정후 집에서 200미터 정도 떨어진 독채 한옥에 혼자 살고 있었다.장석호가 문 앞에서 다급하게 말했다.“우리 집사람이 족발을 삶았거든. 걔가 그걸 참 좋아해서 내가 가져다주려고 했더니, 거실에서 쓰러져 있는 거야. 어서 가봐!”“119에 전화는 하셨어요?”유정이 급히 물었다.“했지!”거실로 들어서자, 유정은 소파에 누운 주칠강의 얼굴이 이미 퍼렇게 질린 걸 보았다.서정후가 다가가 상태를 확인하고는 얼굴이 굳어졌다.“빨리 병원에 데려가야겠다.”유정은 재빨리 말했다.“그러면 구급차 기다리지 말고, 우리 차로 바로 모시고 가요!”그러나 조백림은 차분하게 말했다.“안 돼. 지금 길도 막히고 속도도 못 낼 텐데, 그럴 바엔 구급차를 기다리는 게 나아. 거긴 간호사도 있고 산소도 있어서 응급처치도 할 수 있어.”서정후가 장석호에게 물었다.“칠강의 딸한테 연락은 했어?”“아, 그걸 깜빡했네! 지금 바로 할게.”장석호가 허둥지둥 전화기를 들었고, 그 사이 구급대에서 다시 전화가 들려왔다.[119에 전화하신 분 맞으시죠? 지금 골목 입구에 차량이 세워져 있어서 저희 구급차가 안으로 못 들어가고 있어요.]장석호가 급히 말했다.“누구 차인데 그래요? 빨리 빼라고 하세요!”[차주가 안 보여서요.]백림이 전화를 넘겨받아 말했다.“그러면 들것이라도 가지고 들어오세요. 거기로 옮겨야 하니까요.”[입구가 좁아서요. SUV 차량이 딱 막고 있어서 들것도 들어가기 힘들어요.]백림이 눈썹을 찌푸렸다.“알겠어요. 그러면 제가 직접 어르신을 옮길 테니, 거기서 기다려주세요.”전화를 끊자 유정이 다급히 물었다.“어떻게 옮길 건데?”“내가 업고 갈게. 도와줘.”백림이 말하자, 다들 함께 움직여 조심스럽게 주칠강을 그의 등에 올렸다. 백림의 키는 크고 체격도 튼튼해서, 한 손으로 어르신 다리를 받쳐 들고도 걸음걸이가 흐트러짐 없었다.주칠강 집에서 골목 어귀까지 300미터가 조금 넘는 거리였고, 백림은 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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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6화

집에 돌아온 유정은 서정후의 팔짱을 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할아버지도 갑자기 어디 편찮으신데, 우리 없을 때면 어떡해요?”서정후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집에 셰프도 있고 가사 도우미도 있는데, 뭘 그리 걱정이냐.”서정후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칠강이도 딸이 간병인 붙여줬었거든. 자긴 괜찮다며 그만두게 했지.”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술도 좀 줄이시고,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 있으면 꼭 전화 주세요.”“알았다, 걱정하지 마라.”서정후는 손을 휘휘 저었다.“오늘 조백림은 병원에 남았을 테니, 너는 얼른 자. 내일 아침 일찍 병원 가자.”“네.”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방에 들어온 유정은 침대에 엎드리자마자 백림에게서 메시지를 받았다.[일찍 자.]유정도 바로 답장을 보냈다.[새벽엔 좀 추울 수도 있으니까 간병인하고 같이 두꺼운 이불 챙겨요.][보고 싶어.][떨어진 지 한 시간밖에 안 됐는데.][곧 하룻밤을 떨어지게 되잖아.]유정은 피식 웃었는데, 긴 속눈썹이 눈빛 속의 부드러운 기색을 가렸다.[간병인도 있으니까 잠깐이라도 자요. 나도 보고 싶어.]백림에게는 누군가를 위해 병원에서 밤을 지새우는 일이 처음이었다.게다가 주칠강과는 혈연도 아니었고, 그 자리를 지키는 이유는 오직 유정 때문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백림이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어르신은 아직 의식이 없고, 간병인이 지키고 있어. 전화 끊고 나도 좀 눈 붙일게.]유정은 부드럽게 말했다.“할 얘긴 다 했잖아. 굳이 전화까지는...”[혹시 네가 날 보고 싶어서 잠 못 자면 어떡하나 싶어서.]이에 유정은 피식,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다음 날 이른 아침.유정은 직접 운전해 서정후와 장석호를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주칠강은 이미 의식을 되찾았고, 막 죽 한 숟가락 정도 떠먹은 상태였다.여전히 힘없이 누워 있었지만, 서정후 일행이 도착하자 눈에 띄게 감정이 격해졌다.서정후는 주칠강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됐어, 무슨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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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7화

두 노인은 서정후의 말에 피식 웃었지만, 굳이 꼬치꼬치 캐묻지는 않았다.돌아오는 길, 운전대는 유정이 잡았다. 조백림은 셔츠 소매가 조금 구겨져 있었고, 눈가에는 피곤함이 엿보였다.유정이 강성을 떠난 뒤, 백림이 제대로 잠든 날이 없자, 유정은 미안한 듯 말했다.“많이 고생했어.”백림은 의자에 몸을 기댄 채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남이면 몰라도, 네가 나한테 그런 말 하냐?”“그런 뜻 아니야.”유정은 전방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그냥 안쓰러워서.”이에 백림의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백림은 몸을 옆으로 틀어 유정을 바라보며 말했다.“호텔로 가자. 방 아직 안 뺐어.”유정은 얼굴이 붉어지더니, 한 손으로 그의 얼굴을 밀어내며 말했다.“조백림, 머릿속에 다른 생각은 없냐고!”백림은 창밖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남자에게는 다른 생각은 없고 오직 유정뿐이었다.누군가를 사랑하면 아프기도 하지만, 서로의 마음이 닿은 기쁨은 그 모든 고통을 백 배로 상쇄시킨다. 그래서 사랑은 사람을 홀리고, 빠지게 만든다.오후가 되어 서정후가 병원에서 돌아왔을 때, 얼굴빛이 좋지 않았다.유정은 혹시 주칠강의 상태가 나빠진 줄 알고 급히 물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서정후는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정윤이가 돌아왔대. 주칠강이 좀 나아지면 바로 해외로 모시고 간다더라.”유정은 곧 서정후의 심정을 이해했다. 평소 함께 장기도 두고 술도 나누던 친구가 갑자기 떠나게 된다는 건, 노년의 외로움 속에선 큰 이별이 될 수밖에 없었다.이 나이 또래의 작별은, 종종 마지막 작별이 되기도 하니까.유정은 서정후의 손을 꼭 잡으며 다정하게 말했다.“이모도 아버지를 혼자 두는 게 마음에 걸렸겠죠. 이젠 함께 살 수 있으니 좋은 일이라 생각해요.”서정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알아.”유정은 장난스레 물었다.“그럼 할아버지는 어때요? 강성 가서 엄마랑 같이 지내실 생각 없어요? 강성 기후도 경성보다 훨씬 좋고, 요즘 그쪽으로 이사 가는 분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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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8화

유정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는데, 그녀는 화면을 확인하고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서선혁의 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너 경성 온 거야? 왜 나한텐 말 안 했어?]유정은 담담히 말했다.“너 일하잖아. 굳이 말할 필요가 있어?”[경성까지 온 건데, 내가 어떻게든 챙겨야지!]선혁은 일부러 경성 특유의 억양을 흉내 내며 말했다.“오늘 딱 쉬는 날인데, 너 지금 어디야?”유정은 원래 거절하려 했지만, 고개를 돌려 장의현을 본 순간 마음을 바꿨다.“뭐 사줄 건데?”선혁은 웃으며 말했다.[네가 먹고 싶은 거, 네가 말하면 다 되는 거지.]유정은 말했다.“뭐 먹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나 말고 두 명 더 붙어도 돼?”이에 선혁은 바로 흔쾌히 대답했다.[그럼, 당연히 되지. 유정 네가 나한테 밥 얻어먹겠다니, 뚝배기 깨서라도 대접해야지!]유정은 웃으며 말했다.“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위치나 보내. 지금 갈게.”전화를 끊고, 유정은 의현을 돌아보며 말했다.“동창이 밥 사준다니까, 같이 가자.”의현은 대수롭지 않게 물었다.“무슨 동창?”“고등학교 동창이야.”유정이 말했다.“전에 너한테 소개시켜 주려고 했던, 집안도 괜찮고 외모도 너 맘에 들 거라고 했던 사람.”그러나 의현은 바로 거절했다.“안 가. 나 장거리 연애는 안 한다고 했잖아.”유정은 의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그 사람한텐 너 얘기 안 했어. 네가 싫다길래 나도 그만뒀고. 이번엔 그냥 우연히 밥 한 끼 같이 먹는 거야.”의현은 숨을 내쉬었다.“그러면 다행이지. 괜히 어색할 뻔했네. 만나서 그런 얘기 꺼내지만 마.”“알겠어.”유정은 대답하고, 백림에게로 다가갔다.“선혁이 밥 사준다는데, 갈래?”백림은 눈썹을 찌푸리며 뭔가 말하려 했지만, 유정이 그의 팔을 끼며 조용히 물었다.“서선혁이랑 장의현, 둘이 어때 보여?”백림은 순간 멈칫하더니, 곧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고개를 끄덕였다.“정말 잘 어울려.”이에 유정은 피식 웃고는 조백림을 놓고 장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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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9화

의현은 망설임 없이 악수를 건넸다.“안녕하세요!”몇 사람은 함께 룸 안으로 들어갔고, 의현은 뒤따라 걸으며 유정에게 작게 물었다.“그 사람, 너 좋아하는 거 아니야?”“아니야.”유정은 단호하게 말했다.“방금 그거, 조백림 보라고 일부러 그런 거야. 지난번에 고향 내려갔을 때, 나랑 백림이 싸운 걸 걔가 봤거든.”의현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룸에 들어가 메뉴를 고른 뒤, 유정은 장의현과 함께 화장실로 향했다.그 사이 서선혁이 먼저 조백림에게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저번에 유정이가 술에 취했었거든요. 속이 너무 안 좋아 보여서 그냥 제 집에서 하루 재웠어요. 물론 아무 일도 없었고요.”“유정이 성격상 굳이 설명 안 했을 수도 있어서 제가 먼저 얘기드리는 거예요.”백림은 이미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신경 써주셔서 고마워요.”선혁은 웃으며 말했다.“유정이 성격, 제가 제일 잘 알죠. 사장님이랑 다시 잘 지내는 거 보니까, 진심으로 좋아하는 게 분명해요. 워낙 솔직하고 꾸밈없는 애니까요.”“비록 처음엔 정략이었겠지만, 지금은 감정이 없으면 안 됐을 거예요. 부디 실망하게 하지 마세요.”백림은 차분히 대답했다.“물론입니다.”곧 유정과 의현이 돌아왔고, 주문한 음식들도 하나씩 나오기 시작했다. 선혁이 유정에게 술을 따라주며 의현에게 물었다.“의현 씨는 술 좀 하세요?”의현은 잔을 들며 말했다.“조금은 해요.”선혁은 웃으며 말했다.“역시. 유정이랑 어울리는 친구라면 술도 잘 마셔야죠.”의현은 순간 눈을 피하며 선혁을 바라보다가, 문득 심장이 두근거렸고, 그녀는 급히 말을 이었다.“사실은 평소에 잘 안 마셔요.”그러고는 얌전한 표정으로 유정에게 말했다.“그렇지, 유정아?”유정은 의현의 억지 청순 콘셉트가 우스워 보였지만, 맞춰주듯 고개를 끄덕였다.“응. 매번 바에 데려갈 때마다 내가 억지로 끌고 갔지.”의현은 유정에게 째려보듯 눈짓을 보냈다.“그런 데는 나한테 안 어울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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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0화

서선혁은 휴대폰 메시지를 확인하고, 다시 장의현을 바라보며 눈빛을 살짝 굴렸다.“의현 씨 게임 닉네임 뭐예요? 같이 하죠.”장의현은 반사적으로 핸드폰을 가리며 말했다.“그냥 막 지은 거예요.”서선혁은 눈빛이 반짝이더니 속으로 웃으며 조용히 접속했다. 그리고 게임 친구인 널 죽게 만들고 싶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오늘 출근 안 해? 한가하게 게임이나 하고, 뭐해?]두 사람은 몇 달 동안 게임에서 팀을 짜고 플레이한 사이였다. 꽤 친해진 상태라 답장도 곧장 왔다.[지금 경성이야, 친구들이랑 밥 먹고 있어!][나도 지금 경성인데, 우리 이제 얼굴 좀 볼까? 이렇게 오래 알고 지냈는데.]선혁이 고개를 들어 의현을 바라봤고, 의현은 분명히 잠깐 망설이다가 빠르게 타이핑했다.[아냐, 지금 일정이 좀 빡빡해. 다음에 보자!]두 사람은 아직 영상통화 한 적도 없었다. 의현은 늘 온라인 친구와 오프라인 만남은 피했다.상대가 혹시나 발냄새 나는 중년 남자라도 된다면, 다음부터 파티 짜기도 껄끄러울 테니까.[그러면 음성만 하자!]음성이 켜진 순간, 선혁의 첫 마디가 흘러나왔다.“지금 네 뒤에 있어. 어디 도망가?”의현은 반사적으로 되받았다.“야, 나 지금 피 다 빠졌거든? 안 보여?”그 말을 내뱉는 순간, 의현은 입을 틀어막고 멍해졌다.고개를 들어 선혁을 보니, 남자는 한 손으론 쉴 새 없이 조작하면서도 씩 웃고 있었다.“멍때리지 말고 얼른 피 채워. 타워 밀고 미드 라인 도우러 가자.”의현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고, 그 틈에 적에게 순식간에 잡혀 죽었다. 선혁은 게임 화면에서 그녀가 죽은 걸 보며 말했다.“도와준다더니 친구 배신할 거야?”의현은 성요 캐릭터를 하고 있었고, 선혁의 가로 캐릭터와는 늘 환상의 콤비였다. 재생 후엔 집중력을 되찾고 다시 전장에 뛰어들었다.유정은 두 사람이 핸드폰 붙잡고 바삐 움직이는 걸 보고 깜짝 놀라며 백림에게 물었다.“저 둘 지금 뭐야?”백림은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모르겠어? 게임 친구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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