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3801 - Chapter 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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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1화

강희가 웃으며 말했다.[나 휴가야. 오늘 쇼핑하면서 너 줄 거 몇 개 샀는데, 어디 있어? 내가 가져다줄게.]유정이 대답했다.“남자친구 간호 중이야.”강희도 유정의 약혼자가 그녀를 구하려다 다친 걸 알고 있었다. 며칠 전 만났을 때 병원에 들러 인사하려 했다. 지만, VIP 병실이라 출입이 안 돼 유정을 불러냈고,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 금방 돌아가야 해서 결국 병실까지 올라가 보지 못했다.이번 기회에 꼭 인사하겠다는 듯, 강희가 서둘러 말했다.“주소 찍어 줘. 지금 갈게. 아직 너희 남자친구 얼굴도 못 봤잖아. 이제는 봐야지!”유정도 백림을 강희에게 소개할 때가 됐다고 생각해서 저택 주소를 보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릴게.”강희가 전화를 끊고 막 집을 나서려던 찰나, 전소은의 전화가 걸려 왔다.요즘 소은은 강희에게 자주 연락을 해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소은의 사촌 여동생이 내년에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데, 하필 강희 아버지가 그 입시관이었다.이렇게까지 친분이 생긴 걸 보면, 인생이란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유정이 납치됐을 때도 소은은 전화를 걸어와 울먹이며 유정과의 우정을 잃은 걸 후회한다고 말했다.강희가 전화를 받자, 소은이 달콤하고 발랄한 어조로 말했다.[강희야, 나 지금 남자친구랑 쇼핑 중인데, 너 줄 목도리 하나 샀어. C사 신상이야. 내가 직접 가져다줄게!]강희는 곧바로 말했다.“괜찮아, 나 지금 나가야 해.”소은이 자연스럽게 물었다.[쇼핑 가?]“아니, 유정이 보러 가.”강희는 굳이 숨기지 않았다.[지금 집에 있대?]“아니, 조씨 별장에서 약혼자 간호 중이래.”소은은 눈을 반짝이며 되물었다.[그 조백림?]지금 소은은 진기호와 함께 쇼핑 중이었다. 그래서 기호는 그 대화를 듣고 고개를 돌려 소은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강희 씨한테 같이 가자고 해.]소은은 진기호를 의아하게 쳐다보았다는데, 남자는 말을 아끼고 계속 고개를 끄덕이며 눈짓을 보냈다.소은은 바로 전화를 붙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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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2화

전소은은 속으로 한결 안심하며 일부러 말했다.“유정이 약혼자는 유정을 구하려다 크게 다쳤다던데, 보니까 두 사람 사이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진지한가 봐.”진기호는 시큰둥하게 받아쳤다.“그렇게 사이가 좋았으면, 미스터 임은 뭐였겠어?”소은의 눈빛이 스치듯 흔들렸다.“그건 그냥 집안 사정 때문이었겠지.”기호가 비웃듯 말했다.“정말 복잡하네.”곧바로 말을 바꿔 이어갔다.“거기 가면 네가 먼저 유정한테 사과해. 너무 틀어지진 말고. 나도 조백림 사장님한테 잘 보일 필요가 있잖아.”소은은 그 말에 살짝 기분이 상했지만 애써 웃으며 말했다.“알았어.”기호가 유정의 약혼자한테 아쉬운 소리를 하겠다고 하니 썩 내키진 않았지만 곧 마음을 고쳐먹었다.자신이 유정과 관계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호가 백림에게 잘 보이려 할 때 어느 정도 이득을 볼 수 있을 테니까.기호는 이왕 가는 길, 비싼 보약도 몇 가지 더 사들였다. 부탁할 일이 있다면 그만큼의 성의도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차는 번화가를 지나 남쪽 고급 주택가로 접어들었다.도로 양옆으로 백 년은 족히 넘었을 듯한 거목들이 줄지어 서 있고, 점점 더 고요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피어올랐다.그 광경을 보며 소은은 다시 감탄했다.“유정은 참 복도 많아. 금수저로 태어나서, 결혼도 재벌가랑 하잖아.”이에 기호는 앞만 바라보며 담담히 웃었다.“부러워?”“당연히 아니지!”소은은 얼른 기호의 팔에 매달리며 고개를 치켜들었다.“돈이 아무리 많아도 가족끼리 서로 계산하고, 부부 사이도 겉만 번지르르하면 무슨 소용이야. 우린 사랑하는 사람이랑 연애하고 결혼하잖아. 그게 더 행복한 거지.”기호는 소은의 팔을 뿌리치듯 빼내며 말했다.“운전 중이니까 장난치지 마.”그 무심한 태도에 소은은 서운함과 실망이 겹쳐졌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돌려 앉았다.그러고는 말을 이었다.“유정도 돈 많긴 해도, 미스터 임 좋아했는데 결국 못 만났잖아. 그래서 하나도 안 부러워.”기호는 묘한 눈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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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3화

“이제 아주 좋아졌어. 아직 회사엔 못 나가고 있는데, 지금은 위층 서재에서 화상 회의 중이야. 조금 있으면 내려올 거야.”유정이 자연스럽게 설명했고, 소강희는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널 구하려다 다쳤다니, 널 정말 많이 좋아하나 봐.”유정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나도 그 사람 좋아하니까.”그 순간 전소은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둘이 뭐 그렇게 속닥속닥해? 나만 빼놓고 얘기하기 없기!”강희는 웃으며 대답했다.“별거 아니야. 그냥 조백림 씨 상태가 어떤지 물어봤어.”세 사람이 자리에 앉자, 도우미가 차와 커피를 가져왔다.진기호는 타이밍을 틈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지난번 일은 정말 미안했어요. 소은이도 자기가 잘못했다는 걸 알아요. 유정 씨,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요.”“유정 씨랑 소은이,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몇 년 친구인데 나 때문에 틀어지면 안 되잖아요.”기호가 일부러 그 일을 언급하자, 유정도 피하지 않고 곧장 말했다.“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오해는 생기기 마련이죠. 서로 솔직하게 말하면 풀릴 수 있고요.”소은은 기호의 팔을 끼며 억지웃음을 지었다.“유정이는 애초에 신경도 안 썼어. 자기만 안 꺼냈으면, 아마 기억도 못 했을걸?”강희는 그런 분위기가 못마땅한 듯 소은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소은아, 그래도 네가 직접 유정이한테 사과해야 이 일도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거잖아.”그러나 소은은 눈을 살짝 들어 올렸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유정이 됐다고 넘겨줄 줄 알았다.다들 불편할 수도 있으니 대충 묻고 가려 했는데, 유정이 아무 반응도 하지 않자 순간 당황했다.기호가 조용히 그녀의 팔을 밀며 말했다.“강희 씨 말이 맞아. 유정 씨를 오해한 건 너니까, 네가 사과해.”소은은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어색하게 말했다.“유정아, 내가 잘못했어. 나 원래 말이 좀 직설적인 거 알잖아.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직설적? 그게 사과야, 자랑이야?’유정은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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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4화

전소은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강희, 너 유정이 집안 잘 사니까 그쪽 편만 드는 거 아냐?”이에 강희는 숨을 들이켰다.“소은아, 네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여자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목소리엔 분노가 섞였다.“우리 유정이랑 친해졌을 때, 걔네 집이 그렇게 부자인 줄 누가 알았어? 우리는 그냥 잘 맞아서 친했던 거야.”“그동안의 시간은 뭐였어? 내가 유정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지낸 줄 알았다면 우리 또한 쓸데없는 만남을 가진 거네.”강희가 진심으로 화가 난 걸 느낀 소은은 급히 말했다.“장난이었어. 왜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여?”강희는 지친 듯 고개를 저었다.“소은아, 넌 정말 많이 변했어.”이에 소은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다 졸업하고 사회생활 몇 년씩 했는데, 아직도 학교 다닐 때처럼 순진하게 굴 순 없잖아?”강희는 냉랭하게 대답했다.“그게 어른스러움이라면, 난 차라리 우리가 예전처럼 유치한 게 낫겠어.”소은은 목소리를 높이며 따졌다.“지금 나더러 위선적이고 속물 같다는 거야?”이에 강희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전보다 더 비교하고 계산하는 것 같아. 연애에만 몰두하는 건 여전하지만. 오늘도 마찬가지야.”“유정이 보러 온다면서, 결국 진기호 씨 일 도와주려는 거잖아. 솔직히 좀 놀랐어.”소은은 언짢은 얼굴로 변명했다.“유정이도 보러 오고, 오빠랑 조백림 사장님이 일 얘기하는 게 무슨 상관이야? 두 개 다 할 수 있는 거잖아?”그러자 강희는 비웃듯 말했다.“기호 씨가 안 왔으면 넌 여기에 오지도 않았을 거잖아?”소은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날 그렇게 생각하면 더 할 말 없네.”화를 이기지 못한 소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위층으로 올라가려 했고, 기호와 함께 나가려는 듯했다.복도는 길었고, 방도 많았다.소은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걸어가다가, 문이 반쯤 열린 방에서 들려오는 대화를 엿들으려 발걸음을 죽였다.그러나 막 문가에 다다랐을 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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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5화

조백림의 얼굴을 본 순간, 전소은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믿기지 않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미스터 임? 어떻게 당신이 여기에...?”‘유정의 약혼자 집에서 몰래 만난다고? 이건 도가 지나쳐도 한참 지나친 일 아닌가?’소은은 아연실색한 채 굳어 있었고, 옆 홀에서 기다리던 진기호가 소은의 소리를 듣고 급히 달려왔다.“무슨 일이야?”소강희도 그제야 위층으로 올라왔다가 백림을 보고는 멍하니 얼어붙었다. 그러자 조백림은 여유롭게 웃으며 유정을 바라보았다.“우릴 불륜 커플쯤으로 보는 것 같은데, 이쯤에서 공개해도 되지 않을까?”유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백림의 팔짱을 끼고 또렷하게 말했다.“정식으로 소개할게. 내 약혼자, 조백림이야.”정면에 서 있던 세 사람은 동시에 눈이 커졌고, 유정은 강희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미안, 그동안 말 못 해서.”처음 백림을 봤던 건 그 술집에서였다. 그 상황에선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고, 그 뒤로는 계속 비밀로 해왔다. 그리고 유정은 백림과 약속했었다. 언젠가 그가 바람둥이란 이미지에서 벗어나, 부끄럽지 않은 남자가 되면 친구들에게 당당히 소개해 주겠다고.하지만 그사이에 기은미 일도 터졌고, 오해는 계속 이어졌던 것이다.이제야 마음이 정리되어, 드디어 유정은 백림이 자신의 약혼자란 사실을 기꺼이 말할 수 있게 되었다.강희는 처음엔 충격에 말을 잃었지만, 곧 기쁨으로 얼굴이 환해졌다.“너무해! 나 혼자 걱정하게 만들고선, 알고 보니 둘이서...”백림은 유정의 손을 다정히 쥐며 웃었다.“유정이가 아니라 제 탓이에요. 제가 초라해 보여서 괜히 민망할까 봐 숨기자고 한 거죠.”강희는 진심으로 받아들여 바로 말했다.“그럴 리가요! 미스터 임 아니, 조백림 사장님처럼 멋진 분이 무슨 걱정이에요.”백림은 유정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우리 유정이가 워낙 뛰어나서요. 그만큼 나도 잘해야 어울릴 수 있잖아요.”유정은 백림의 손을 살짝 쥐어 조용히 신호를 보냈다. 그만 좀 허세 부리라는 의미였다.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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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6화

소강희는 난간 앞에 서서, 전소은이 가방을 움켜쥔 채 빠르게 대문을 나서는 모습을 내려다보다가 조용히 말했다.“소은이, 정말 예전이랑 많이 달라졌어.”유정이 다가왔다.“그러면 나한테 속은 건 안 섭섭해?”강희는 고개를 저었다.“아니, 오히려 좋아. 네가 좋아하는 사람을 포기하지 않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그 말에 유정의 가슴이 따뜻해졌다. 친구의 수는 많지 않아도, 마음이 진실한 사람 하나면 충분했다.유정은 더는 소은의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 않아, 강희의 팔짱을 끼며 물었다.“너는? 너희 둘은 잘 돼 가? 부모님께 소개는 했어?”이에 강희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다.“했었지. 근데 우리 부모님이 그 사람을 마음에 안 들어 하셔. 요 며칠 계속 헤어지라고 하셔.”“혹시 지방 출신이라서?”“응.”강희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사는 지역이 그렇게 중요해? 사람 됨됨이가 더 중요하지 않아? 그 사람 정말 능력 있고 나한테도 잘해줘. 근데 우리 부모님은 그런 얘긴 아예 들으려고도 안 하셔.”그때 백림이 조용히 물었다.“강희 씨, 그분이랑 같은 회사 다니시죠?”이에 강희는 그에게 약간 긴장한 듯 빠르게 대답했다.“네, 맞아요.”백림은 가볍게 고개만 끄덕이고 더는 묻지 않았다.백림이 아직 완쾌 전이라 휴식이 필요했기에, 강희는 잠시 머문 후 자신이 가져온 보양식만 두고 먼저 자리를 떴다.유정이 강희를 배웅하고 돌아오니, 백림이 거실에서 통화 중이었다.“리카오 쪽이랑 계약 안 했으면 바로 철회해요. 다른 협력업체로 바꿀 거예요.”백림이 전화를 끊자, 유정이 물었다.“진기호네 회사랑 계약 취소한 거야? 설마 너, 강희네 회사랑 하려는 거야?”여자의 질문에 백림은 웃으며 답했다.“강희 씨가 남자친구 능력 있다고 했잖아. 한번 시험해보려고.”유정은 피식 웃었다.“시험은 무슨, 기회 주는 거잖아.”한편, 기호는 차를 몰며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소은은 속이 뒤집혀 참지 못하고 투덜거렸다.“내가 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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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7화

유정은 어쩔 수 없이 운전대를 잡고 조백림을 조수석에 태웠다.상처를 핑계로 매번 유정의 양보를 받아내는 이 상황이 백림에게는 꽤 유쾌한 일이었다.신호등 앞에서 정차하던 중, 남자는 슬쩍 눈을 좁히며 그녀를 바라봤다.“요즘 신호등만 봐도 PTSD 와. 앞으로 네가 운전할 땐 난 무조건 조수석에 앉을 거야. 아니면 네가 내 조수석 앉아.”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 있어야 한다는 듯이 말하자, 유정은 담담히 말했다.“의외로 사고나 음모 같은 건 일반인이 겪을 확률이 높지 않아.”백림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근데 난 매번 죽을 고비를 넘기고 있잖아.”그 절박함과 공포는,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그 말에 유정의 마음이 찡해졌다.“그럼 나를 믿어. 나는 복도 많고 운도 좋아. 매번 살아남을 테니까.”백림은 유정의 손을 잡으며 서운하게 말했다.“다시는 그런 일 없게 해줘. 유신희가 심장병으로 죽기 전에, 내 심장이 먼저 터질 것 같단 말이야.”이에 유정은 웃음을 터뜨렸고,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뀌자, 유정은 다시 차를 출발시켰다.망강 아파트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유정은 창가에 붉게 내려앉은 석양을 보고 잠시 멍해졌다. 마치 다시 살아 돌아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공간은 백림과 사랑을 키워가던 모든 순간이 담긴 곳이었다. 여기 돌아오면 모든 것이 현실처럼 또렷해졌다.백림도 그날 밤을 떠올렸고, 모든 걸 걸었던 그 순간은 아직도 생생했다.유정은 그를 보며 말했다.“나 서재에 좀 다녀올게. 아까 어머님이 연락 주셨는데, 저녁 같이 먹자 하셨어.”백림은 따뜻한 눈빛으로 답했다.“응, 좋아.”유정이 서재로 향하자, 백림은 곧장 침실로 들어갔다.침대 위에는 그날 밤의 반지가 아직도 그대로 놓여 있었고, 빛나는 다이아몬드가 석양을 받아 눈부신 광채를 뿜었다.백림은 서랍을 열어 그 안에 숨겨두었던 주사기를 꺼냈다.그날 밤, 그는 한 가지 결정을 내렸고, 유정은 결코 그걸 알지 못할 것이다. 그는 주사기를 욕실로 가져가 폐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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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8화

조씨 저택, 정선숙 아주머니는 저녁 준비 중이었다. 고기와 채소를 고루 갖추었고, 채소 요리는 주윤숙을 위한 것이고, 고기 요리는 유정을 위한 것이었다. 유정은 고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정선숙은 유정의 입맛과 좋아하는 음식을 아주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오전엔 주윤숙이 매화를 많이 따 와 깨끗이 씻고 말려두었고, 오후에는 정선숙과 함께 매화떡을 만들었다.주윤숙은 매화떡을 일부러 식힌 후, 손수 포장하여 바구니에 담으며 말했다.“올해 매화떡은 예년보다 더 잘 됐어요. 이건 유정이 집에 가져가서 부모님께 드리게 하죠.”장선숙은 매화떡 위에 찍힌 평안, 복 같은 글자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올해 더 잘 된 건, 사모님의 마음이 담겼기 때문이에요.”주윤숙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나는 위층에 가서 경전을 제본할 거예요. 두 사람이 도착하면, 방해될까 봐 걱정하지 말고 바로 알려줘요!”정선숙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럴게요!”주윤숙이 떠난 후, 정선숙은 계속 바삐 움직였다. 남은 매화로는 매화죽을 끓이도록 지시했고, 그 시각 주방 안은 은은하고 향긋한 기운으로 가득했다.곧 해가 질 무렵이 되었고, 정선숙은 백림과 유정이 집에 돌아오기를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바깥에서 도우미가 들어와 알렸다.“정선숙 아주머니, 여경 여사님이 오셨는데 사모님께 알려야 할까요?”정선숙은 표정이 단숨에 싸늘하게 굳었다.“그 여자가 감히 여길 왔다고요? 당장 내보내세요. 이 정원에 발 들일 자격도 없고, 사모님을 뵐 자격은 더더욱 없으니까요!”도우미는 조심스러운 얼굴로 즉시 고개를 끄덕이고 나갔다.십여 분쯤 지나, 도우미가 다시 와서 말했다.“여경이 가지 않겠다고 해요. 오늘 반드시 여사님을 뵈어야 한다고 하네요.”정선숙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주윤숙이 사람을 시켜 여경을 그녀가 20년간 살았던 저택에서 내쫓은 뒤로, 그녀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찾아온 것이다. 사정하러 왔든, 문제를 일으키러 왔든, 주윤숙을 만나지 못하면 물러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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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9화

“여사님이 당신한테 뭘 빚졌다는 거죠?”정선숙 아주머니는 마침내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였다.“당시 사모님이랑 회장님이 이미 약혼한 사이였어요. 하지만 당신은 여사님이 유학 중인 틈을 타서, 사모님인 척하고 조변우한테 접근했잖아요.”“처음부터 끝까지 남의 걸 훔쳐놓고, 무슨 염치로 사모님이 너한테 빚을 졌다고 하죠?”주윤숙은 열아홉 살에 유학을 떠났고, 출국한 지 반년도 되지 않아 집안에서 조씨 집안의 둘째 아들 조변우와의 약혼을 결정했다. 두 집안의 결혼은 명백한 정략이었다.여경은 어릴 적 어머니를 잃었다. 주윤숙의 어머니는 자기 여동생이 세상을 떠나기 전 부탁을 받고, 조카인 여경을 집으로 데려와 길렀다.그래서 여경은 주윤숙과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났다.원래 둘이 함께 유학을 떠날 예정이었지만, 여경은 주씨 집안에서 귀하게 자라서 그런지, 해외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 달 동안 세 번이나 아팠다. 결국 여경은 그 나라 환경이 맞지 않아 유학을 포기하고 귀국했다.그 무렵 주윤숙이 약혼하게 되자, 여경은 그녀의 약혼자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그래서 주윤숙의 이름을 도용해 조변우에게 몰래 접근했다.그런데 첫눈에 조변우에게 반해버렸고, 그때부터 계속 주윤숙 행세를 하며 조변우와 만나왔다.시간이 지나면서 두 사람은 정이 들었고, 결국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주윤숙이 귀국하고 양가가 혼사를 진행하려 할 때, 상견례 자리에서 여경과 조변우의 관계가 터지고 말았다.조변우는 주윤숙을 거절했고, 여경과 결혼하겠다고 고집했다. 그녀가 진짜든 아니든 상관없다면서 말이다.이미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누구의 잘못인지를 따지는 건 의미가 없었다. 주윤숙은 두 사람을 위해 물러서려 했지만, 양가 모두 완강하게 반대했다.여경의 집안은 이미 몰락했고, 조씨 집안은 조변우를 후계자로 키우고 있었기에 그가 맞이할 아내는 철저히 검증된 여성이어야 했다. 그랬기에 여경 같은 인물은 절대 허용되지 않았다. 주씨 집안 역시, 여경이 주윤숙 대신 시집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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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10화

여경의 눈빛이 번뜩였다.“당연하지. 조변우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니까. 주윤숙은 날 어쩌지도 못해서 가만히 있는 거야.”“정말 회장님이 아직도 당신을 사랑한다고 믿나요?”정선숙 아주머니는 냉정하게 되물었다.“회장님이 당신이랑 마지막으로 다정하게 지낸 게 도대체 몇 년 전이죠?”여경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고, 정선숙은 말을 이었다.“아이 하나 몰래 품고, 천진난만한 척 나타나면 이긴 줄 알았죠? 어림없어요. 그때 회장님이 당신을 안 데려갔다면, 앞으로도 데려갈 일은 없어요.”“회장님은 이미 사모님을 사랑하고 있어요. 다만 당신에게 미안해서 말을 못 했을 뿐이죠.”“회장님이 널 강성에서 떠나게 하자고 했을 때, 사모님이 당신을 남기자고 했어요.”“왜 그랬을까요? 당신한텐 아직 쓸모가 있었거든요.”“회장님처럼 돈 많고 지위 높은 남자를 유혹하려는 여자들이 얼마나 많았겠어요?”“그런데 당신은 그런 여자들이 본인 자리를 빼앗을까 봐, 사모님 대신 하나하나 쫓아냈죠.”“그래서 사모님은 그냥 당신을 두기로 한 거예요. 본인이 알아서 앞장서서 싸울거고그래야 사모님은 그 뒤에서 고요한 삶을 사실 수 있으니까요.”“그리고 정말 기대 저버리지 않았더라고요. 당신 자리는 어디까지나 이름 없는 그림자였으니까, 불안했겠죠.”“젊고 예쁜 여자한테 빼앗길까 봐, 안간힘 쓰면서 정부라는 명찰을 붙들고 있잖아요.”“본인 꼴 좀 봐요. 짙은 화장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그 늙은 얼굴, 눈빛에 독기가 가득하죠.”“그런데 사모님은 어때요? 아무 일에도 흔들리지 않고, 여전히 고요하고 우아하죠. 젊은 시절처럼 고운 얼굴, 평온한 삶. 당신이 회장님이라면 누구를 택하겠어요?”여경은 말문이 막힌 듯, 정선숙을 멍하니 바라봤다. 창백했던 얼굴이 점점 더 생기 없이 바래졌다.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정통으로 내리꽂혀,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래. 그동안 조변우 주변을 맴돌던 수많은 여자를 그녀는 쫓아냈다.매번 눈을 부릅뜨고 주변을 감시했다. 조금이라도 젊은 여자가 다가오면, 조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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