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3811 - Chapter 3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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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11화

하지만 그 순간, 여경은 문득 맥이 풀리고 말았다. 무슨 수를 써도, 이제 더는 주윤숙을 이길 수 없을 것만 같았다.정선숙 아주머니의 말투는 더없이 냉정해졌다.“할 말은 다 했어요. 사모님은 널 만날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하세요. 말 섞을 시간도 아깝다고 하시니, 이제 돌아가세요.”여경은 그렇게 저택에서 떠났다.차에 타자마자 조변우의 전화가 걸려 왔다. 그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그 안에 불쾌함과 불안이 섞여 있었다.[당신, 주윤숙 찾아갔어?]여경은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래요. 주윤숙한테 갔어요.”조변우는 격한 분노를 드러냈다.[누가 당신더러 조씨 저택에 가랬어? 내가 뭐라고 했지? 거기엔 가지 말라고, 주윤숙 앞에 나타나지도 말라고 했잖아! 여경, 너 정말 자기 위치를 모르겠어?]여경의 눈가에 눈물이 흘러내렸다.“조변우, 당신은 아직도 날 사랑하긴 해요?”전화기 너머로 조변우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침묵을 일관했다.여경은 흐느끼며 절망적으로 물었다.“그러면 언제부터 주윤숙을 사랑하게 된 거죠?”조변우는 끝내 대답하지 못했다. 여경은 흐느끼다 말고 조용히 말했다.“알았어. 강성에서 떠날게요.”여경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정과 백림이 조씨 저택으로 돌아왔다.내일은 설날이었다. 유정은 저녁을 먹고 나서 친정으로 가 부모님과 함께 설을 보내기로 했다.최근의 일을 겪은 뒤, 주윤숙은 유정을 더욱 살뜰히 챙겼다.“이따가 백림이랑 같이 가. 준비한 설 예물도 함께 가져가야지.”유정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감사드려요, 어머니.”“이제 한 가족인데 뭘 그리 격을 차려?”주윤숙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웃었다.저녁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고, 유정이 입맛이 센 걸 감안해 주방에서는 유정이 좋아하는 요리들을 다양하게 준비했다.하지만, 유정은 접시를 밀어놓으며 백림에게 말했다.“나도 같이 담백한 거 먹을게.”그러자 백림이 접시를 다시 그녀 앞으로 밀며 말했다.“괜찮아, 너 먹고 싶은 거 먹어. 네가 맛있게 먹으면, 나도 기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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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12화

병원.여경의 손목은 이미 붕대로 감겨 있었고, 과다출혈로 인해 얼굴은 병색이 완연하게 창백했다. 그녀는 기운 없이 병상 옆에 선 조변우를 바라보며 말했다.“시안인 감옥에 갔고, 당신도 날 버렸어. 내가 완전히 떠나는 게 당신들 마음엔 더 들겠지. 그런데 왜 날 살렸어?”조변우는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왜 이렇게까지 해야 해? 시안인 다시 돌아올 거야. 당신이 없으면, 그 아이는 엄마도 없이 살아야 하잖아.”여경의 눈에는 소리 없이 눈물이 흘렀다. 절망으로 가득 찬 눈빛이었다.“시안인 설령 나와도 인생이 망했어요. 게다가, 내가 엄마가 아니면 그 애 인생이 오히려 더 순탄할 수도 있어요.”“더는 사람들이 그 애를 두고 사생아라며 손가락질하지 않을 테니까.”조변우는 후회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내 잘못이야. 처음에, 나랑 주윤숙이 결혼하고 나서, 우린 그냥 깔끔하게 정리했어야 했어. 다시는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고.”여경은 눈물을 머금은 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를 바라봤다.“그게 후회야? 당신이 후회해야 할 건, 주윤숙이랑 결혼한 거 아니에요?”조변우는 멀리 어디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말했다.“아니야. 내가 후회하는 건, 결혼한 이후에도 너와의 관계를 끊지 못했던 거야. 그래서 우리 셋 사이에 이 지긋지긋한 30년의 얽힘이 생겼지.”“난 너한테도, 주윤숙한테도 죄인이야. 30년이야. 너무 길었어. 이젠 이 잘못도 끝내야 해.”여경은 원망 어린 눈빛으로 조변우를 노려보았다.“당신, 도대체 언제 주윤숙을 사랑하게 된 거예요?”조변우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나도 몰라.”아마 주윤숙에게 미안함을 느끼기 시작한 때부터였을지도 몰랐다. 어쩌면 밤마다 서재에서 경전을 필사하던 주윤숙의 뒷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던 순간부터였을지도.또는 어느 날 문득, 여경보다도 윤숙이 마음속에서 더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깨달았던 그때부터일지도 모른다.어쨌든 조변우는 그녀의 고요하고 우아한 기운에 끌렸고, 점점 더 후회했다. 왜 결혼하고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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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13화

같은 반 친구가 조변우에게 그 사람의 이름을 알려줬는데, 그녀는 주윤숙이라고 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씨 집안과 주씨 집안이 정략결혼을 맺게 되었고, 여경은 주윤숙이라는 이름으로 조변우 앞에 나타났다. 그날, 여경이 입고 있던 건 바로 그 하얀색 롱 드레스였다.반년이 지난 후에서야 조변우는 진짜 주윤숙이 유학을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여경을 찾아가 따졌다. 더는 숨길 수 없던 여경은 결국 오열하며 모든 것을 고백하고 사과했다.그 무렵 두 사람은 이미 반년 가까이 교제 중이었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사이였다. 미래를 약속한 사이이기도 했다.조변우는 결국 잘못된 만남일지라도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이제는 여경을 택하기로 했다.그가 진정으로 사랑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그 물음에 답을 내리기까지, 삼십 년이 걸렸다.주윤숙의 손끝이 잠시 멈췄다. 고개는 들지 않은 채, 담담하게 말했다.“먹 좀 갈아줘요.”이에 조변우는 눈을 들었다.마치 학창 시절, 누군가에게서 주윤숙의 이름을 들었을 때처럼, 마음이 설렜다. 곧 그는 걸음을 옮겨 주윤숙에게 다가갔다.주윤숙은 예전처럼 변함없이 아름다웠지만, 조변우는 이미 온몸에 상처투성이였다.“그래.”이 나이가 되면, 더 이상 무릎 꿇고 눈물로 용서를 구할 일도, 손을 맞잡고 맹세를 주고받을 일도 없다.삼십 년의 세월은 이미 지나갔고, 앞으로 또다시 삼십 년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지난날은 놓아주고, 남은 삶을 아끼는 것, 그게 가장 큰 지혜라고 봐야 했다.조백림은 유정을 집에 바래다주었다.미래의 장인어른을 모시고 한참을 함께 차를 마셨고, 유정이 외할아버지와 영상통화를 시작하자, 백림도 옆에 다가가 서정후에게 인사를 건넸다.“할아버님, 설 연휴 넷째 날에 유정이랑 같이 경성으로 찾아뵐게요.”백림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서정후가 웃으며 응답하자, 유정이 물었다.“내일은 혼자 명절 보내세요? 아니면 주칠강 할아버지네랑 같이 보내실 거예요?”서정후가 답했다.[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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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14화

설날을 이틀 앞두고, 조백림과 유정 모두 별일 없이 안전하다는 걸 확인한 소희는, 이제 운성으로 돌아가 설 준비를 하기로 했다.저녁, 샤워를 마친 뒤 임구택이 소희의 머리를 말려주었다.소희의 머리카락은 풍성하고 부드러웠다. 꽤 오랜만에 자르지 않아 조금 더 길어진 상태였다.구택은 다섯 손가락으로 소희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빗으며, 약한 바람으로 살살 말려주었다.머리를 다 말린 뒤, 구택은 소희를 품에 안아 무릎 위에 앉혔다. 그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소희야, 올해는 우리 운성에 안 가고 여기서 명절 보내자. 어때?”막 목욕을 끝낸 소희는 촉촉한 피부에 부드러운 검은 머리칼이 흘러내려, 한층 더 맑고 투명한 눈빛을 띠고 있었다.“왜?”구택은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살짝 넘겨주며 다정하게 말했다.“이제 배도 많이 나왔잖아. 괜히 왔다 갔다 하며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 오후에 할아버지랑 통화했는데, 할아버지도 같은 생각이시래.”소희는 그의 말을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게 진짜 할아버지 뜻이야? 아니면 임구택 네 생각이야?”구택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우리 둘 다 같은 마음이지. 너 아끼는 건 똑같으니까.”소희는 시큰둥하게 배를 쓰다듬었다.분명 눈에 띄게 배가 나온 건 사실이지만, 딱히 몸이 전보다 불편하다고 느껴지진 않았다.‘내 아이가 이 정도 흔들림도 못 견딜 리가 없는데...'그러나 구택은 계속 설득했다.“할아버지가 그러시더라. 명절 지나고 강성으로 오신대. 그러면 매일 얼굴 볼 수 있으니까 굳이 이번에 오라는 소리 안 하셨지.”소희는 구택을 바라보며 말했다.“근데 난 괜찮은데?”아직 임신 막바지가 아니었고, 비행기로 한 시간이면 도착하고, 차로 몇 시간이면 되는 거리였다.구택은 소희의 뺨을 조심스레 어루만지며 말했다.“이상하게 요즘 뉴스나 병원 기록을 보면, 임산부가 아무 이상 없다가도 차에 살짝 흔들리거나 물건 하나 들었다가 갑자기 유산하는 경우가 있대.”“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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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15화

[당연하지. 아직 태어나진 않았지만, 이미 우리 집 식구니까.]소희의 배 속 아이 이야기가 나오자, 강재석은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며 더없이 다정한 눈빛으로 말했다.그의 목소리에는 할아버지로서의 설렘과 기대가 가득 담겨 있었다.강재석과 소희는 한참을 대화했다.그 사이 임구택이 연화죽을 들고 올라왔고, 소희는 전화를 끊었다.구택은 소희 맞은편 나무 찻상에 앉아 연화죽을 식힌 뒤, 숟가락으로 떠서 건넸다.“할아버지가 말씀하셔야 들을 거였어?”이에 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안 가면 안 가는 거지 뭐. 올해는 오빠랑 아심이 할아버지랑 같이 있으니까.”소희는 손을 뻗어 그릇을 받으려 했다.“이제 내가 먹을게.”“움직이지 마, 내가 먹여줄게.”구택은 소희를 쳉기는 일을 전혀 귀찮아하지 않았다.“아기 키우는 것도 힘든데, 이런 건 다 나한테 맡겨.”하지만 소희는 숟가락을 빼앗듯 그릇을 들었다.“너무 느려서 답답해.”그러고는 옆으로 비켜 앉으며 말했다.“앉아.”구택은 얇은 무릎담요를 가져와 소희의 다리에 덮어주고, 곁에 나란히 앉았다.산속의 밤은 고요했고, 옅은 물안개가 피어올라 마을의 불빛조차 희미하게 비쳤다.저 멀리 산등성이가 아련하게 드러나며, 마치 세상과 동떨어진 듯한 고요함이 감돌았다.소희는 구택의 어깨에 기대며 말했다.“임구택, 벌써 또 설이네.”구택은 소희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유리창에 비친 그의 단정한 얼굴에는 애정이 가득했고, 눈빛 또한 깊고 따뜻했다.“우리 소희가 또 한 살 더 먹네.”소희는 웃으며 받아쳤다.“자기도 곧 한 살 더 먹지!”구택은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흥얼거렸다.“내가 늙어서 싫어졌어?”소희는 그의 손을 피해 웃었고, 구택은 소희를 놀래키듯 슬며시 몸을 눕히며 배에 귀를 대고, 아이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엄마는 아빠 늙었다고 했는데, 우리 아기는 어떻게 생각해? 아빠 늙었어?”“음, 아니래. 역시 아기가 더 착하네.”“그래도 엄마가 아빠 싫다 해도, 우리는 엄마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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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16화

다음 날, 해가 훤히 떠오르고 나서야 소희는 잠에서 깨어났다.“좋은 아침, 소희야.”임구택은 소희에게 인사하고, 이내 여자의 배 쪽으로 얼굴을 기울였다.“우리 아기도, 좋은 아침!”창밖으로 쏟아지는 햇살을 바라보며, 소희는 나른한 미소를 지었다.아침 식사 중, 성연희에게서 영상통화가 걸려 오자, 소희는 국을 떠먹으며 전화를 받았다.연희는 하품하며 말했다.[어젯밤에 아기한테 발로 차여서 깼잖아. 얘가 얼마나 활발한지 몰라. 노명성이 옆에서 태동 측정까지 해줬다니까?][나는 나중에 겨우 잠들었는데, 그 사람은 밤새 못 잤대.]소희는 눈썹을 치켜올렸다.“네 남편 고생했네. 지금은 어때? 아기 아직도 발로 차?”연희는 짜증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지금은 얌전해. 아마 자는 중인가 봐.]배 속에 있을 때부터 이렇게 정신없으면, 태어나선 어떨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두 사람은 그런 얘기를 나누며 웃고 있었고, 그 사이 임구택은 껍질을 깐 새우를 소희 입가로 가져갔다.“소희야, 입 벌려.”소희는 새우를 받아 물었다. 탱글한 식감에 입안 가득 풍미가 퍼졌다.영상을 보고 있던 연희는 우유를 마시다 웃음을 터뜨렸다.[네 남편, 일부러 그러는 거 아냐? 우리끼리 수다 떠는데 왜 껴들어!]“안 돼. 그 사람 없으면 난 불안해서 밥도 안 넘어가.”소희는 고개를 저으며 진지하게 말하자, 연희는 우유를 뿜으며 웃었다.곧 옆에 있던 명성이 얼른 휴지를 건넸고, 구택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말했다.“연희 씨, 식사 중에 떠드는 건 소화에 안 좋아요. 소희를 대신해서 영상 끊을게요.”그렇게 말하고는 바로 통화를 종료해 버렸다.누가 누구를 나가 있으라 한 건지, 명확했다. 소희는 입꼬리를 누르며 웃었고, 구택이 까준 새우를 계속 받아먹었다.식사를 마치고 위층으로 올라가던 중, 소희는 우청아에게서 또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전화를 걸어왔다.여전히 회사를 나가는 청아는 지금도 출근길이었다.[소희야, 아침에 출근하면서 시원 오빠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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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17화

원래는 내일 아침에 임구택과 함께 도경수 댁에 인사드리러 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도경수는 이미 운성에 와 있었다.도경수가 영상통화 속으로 성큼 다가오며 말했다.[소희한테 뭘 자랑하듯 보여주고 그래? 내가 직접 전화할 줄도 몰라서?]강재석이 코웃음을 쳤다.[손녀한테 인사하는 게 잘못됐어? 손님이라고 그냥 넘어가는 거야, 아니었으면 벌써 따졌지.]도경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손녀 시집보내면서 외할아버지까지 따라붙는 집안은 처음 본다니까.]강재석은 웃음이 터졌다.[오기 싫으면 안 와도 돼. 좋은 건 다 챙겨놓고 불평은.]이에 도경수는 흥분해서 말했다.[내가 뭘 챙겼다고! 누가 오고 싶어서 왔다고 그래?]두 사람의 말투가 점점 거칠어지자, 소희가 얼른 말을 꺼냈다.“스승님!”그제야 도경수는 화면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소희구나!]“운성에선 편히 지내세요.”소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도경수는 그녀의 의중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라. 날 불러냈으면 쉽게 돌려보낼 생각은 하지 마. 강재석이 그놈 술 창고에 쌓아둔 수십 년 묵은 술들, 다 마시고 갈 거야.]그 말에 소희는 마음이 놓이며 웃음이 절로 났다.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심이 강시언과 결혼한 건 정말 잘된 인연이라는 걸.그 덕에 할아버지와 스승님이 한자리에 모여 설을 함께 보낼 수 있게 되었고, 더 이상 누구도 외롭게 명절을 보내지 않아도 되었으니까.전화를 끊었을 땐 이미 해가 져 있었다. 하루가 저물고, 한 해도 저물어가고 있었다.이상하게도, 구택과 함께한 이후로 시간이 더욱 빠르게 흘러가는 것만 같았다. 해마다 무심히 지나가고, 어느덧 한 해가 더 흘러버린 느낌.지난날이 아쉬우면서도, 다가올 시간들이 기대되는 요즘.특히 올해는, 그와 그녀의 첫 아이가 태어나는 해이기도 하니, 그만큼 특별한 해도 또 없을 것이다.다음 날, 소희와 구택은 임씨 저택으로 향했다.설 하루 전날이라 그런지 이미 많은 방문객들이 임씨 집안을 찾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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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18화

임유진은 서재 앞에서 한참 동안 기다렸다. 그러다 임구택이 전화를 받으며 밖으로 나오는 걸 보자 잽싸게 따라붙었다.구택이 전화를 끊자, 유진은 환한 얼굴로 달려들었다.“삼촌!”임구택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유진을 훑어봤다.“무슨 부탁할 일 있어?”“아니요!”유진은 급히 고개를 저었다.“사실은 소희 숙모 걱정돼서 온 거예요⁸.”“소희가 왜? 무슨 일 있어?”구택은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며 거실 쪽으로 가려 했다.“괜찮아요, 아무 일도 없어요!”유진이 서둘러 구택의 소매를 붙잡았다.“내 말 좀 끝까지 들어줘요. 요즘 숙모 되게 심심할 것 같아서 그래요.”“삼촌은 서재에서 손님들 응대하느라 바쁘고, 할머니랑 엄마는 계속 숙모랑 얘기만 하시잖아요. 분명 지루할 거예요.”구택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유진은 헤헤 웃으며 말했다.“우리 다 같이 나가서 놀아요. 성연희 언니랑 우청아 언니도 부르고, 오늘이 올해 마지막 날이잖아요? 이렇게 뜻깊은 날을 그냥 보내기엔 아깝잖아요.”구택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럼 구은정도 같이 부르자는 거냐?”유진은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임씨 집안 남자들은 어쩜 이렇게 다 촉이 빠르지?'구택은 유진을 한번 쓱 보고는 아무 말 없이 방으로 돌아갔다.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중얼거렸다.'이게 도와준다는 건지 아닌 건지 도통 모르겠네. 답답해 죽겠네 진짜!''자기들은 맨날 붙어 있으면서, 가끔 연애하는 조카 좀 도와주면 안 되냐고!'거실에서 소희는 노정순과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그때 구택에게서 메시지가 왔다.[나가고 싶어?]소희는 메시지를 확인하고 답장했다.[당신이 심심한 거 아냐?]구택이 며칠 만에 제대로 쉬게 되었는데, 서재에서 손님들 상대하느라 지친 걸까 싶었다.소희가 아직 답장을 보내기 전, 이번엔 연희에게서 메시지가 왔다.[소희야, 너무 심심해. 너 지금 뭐 해?]노씨 집안 역시 명절 손님들로 붐비고 있었고, 노명성은 온종일 연희의 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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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19화

노정순은 못마땅해하며 말했다.“간신히 집에서 명절 보내는데, 오늘같이 중요한 날에 또 나가겠다고?”우정숙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젊은 애들이야 시끌벅적한 걸 좋아하니까요. 그냥 다녀오게 두세요.”노정순은 여전히 못내 불안한 듯, 임구택에게 당부했다.“소희는 임신 중이니까, 밤늦게까지 다니면 안 된다!”구택은 잔잔히 웃으며 말했다.“알고 있어요.”그때 2층에서 임유민과 임유진이 내려왔고, 우정숙은 미소 띤 얼굴로 물었다.“너희도 같이 가니?”유민은 점잖게 노정순 옆에 앉으며 말했다.“전 안 가요. 시끄러운 데 별로 안 좋아해서요.”사실 유민은 늘 설날에 구택이 집을 비우는 데 익숙했다. 하지만 이번엔 자신과 누나마저 집을 비우면 온통 어른들만 남게 될것이고, 그건 왠지 허전하게 느껴질 것 같았다.그래서 차라리 자신은 남기로 했다. 식구들과 오붓하게 저녁을 먹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구택은 슬쩍 고개를 들어 유민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그는, 유민이 진짜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우정숙 역시 아들의 성격을 잘 알기에,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너도 같이 나갔다 와. 어차피 점심때 다 같이 모여서 식사도 했고, 저녁엔 나랑 너희 아빠가 할머니, 할아버지랑 고스톱 치면서 보내면 되니까.”“너까지 집에 있으면 우리가 오히려 신경 써야 해.”이때 유진이 다가가 유민의 소매를 잡았다.“엄마도 네 눈치 보잖아. 됐고, 그냥 나가자!”유민은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할머니, 만약 할아버지가 게임 안 하시고 저 부르시면 언제든 연락하세요. 바로 올게요.”노정순은 웃으며 말했다.“그래, 다녀와. 대신 너 숙모 잘 챙겨라!”유진이 빠르게 끼어들었다.“저도 있어요!”이에 노정순은 콧소리를 내며 말했다.“그래서 더 걱정이지!”그 말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구택은 직접 운전대를 잡고, 세 사람과 함께 조백림의 별장으로 향했다.설 전날 오후, 강성은 온통 명절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도심 곳곳은 교통이 통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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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0화

다들 한바탕 웃고 난 뒤, 소희가 물었다.“결혼식은 언제야? 날짜는 정했어?”백림이 대답했다.“4월 말.”원래는 좀 더 빨리하고 싶었지만, 결혼식은 준비할 게 많았다.두 달도 빠듯한 일정이었다. 유정을 허둥지둥 데려오고 싶진 않았기에, 그는 기다리기로 했다.소희는 고개를 돌려 유정에게 물었다.“내가 웨딩드레스 디자인해 줄까?”유정의 눈이 반짝였다. 하지만 이내 소희의 몸 상태를 걱정하며 망설였다.“네가 디자인한 드레스라면 당연히 좋지! 근데 무리 되는 거 아니야?”소희는 조용히 웃었다.“괜찮아. 요즘도 매일 디자인 스케치 그려.”연희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소희야, 네가 해준다는 건 좋은데, 문제는 어떤 분이 놓아줄지 모르겠네. 결국 결정은 그분이 해야 할지도?”백림은 바로 고개를 돌려 구택을 바라보며 말했다.“형, 초안만이라도 괜찮다니까요!”구택은 소희를 보며 잔잔하게 웃었다.“소희가 하겠다고 했잖아. 내가 뭐라고 해도 막은 적 없고, 이번도 마찬가지야. 괜히 나를 악역으로 만들지 마.”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노명성을 보며 말했다.“노명성 사장님 집사람은 늘 날 가상의 적으로 상정하던데, 이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명성은 무덤덤한 얼굴로 말했다.“우리 연희는 원래 그런 스타일이잖아요. 그러니까 넓게 이해해 주시죠.”이에 구택은 웃었다.“우리 소희도 편 들면 확실히 들어요. 물론, 내 편이긴 하지만요.”명성은 잠깐 말문이 막히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어쩔 수 없죠. 소희가 연희 씨한테는 절대적인 존재라, 나도 그러려니 하고 살아요. 사장님도 익숙해지셔야죠.”구택은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젓자 사람들은 다시 한번 웃음에 휩싸였다.백림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어쨌든, 고마워. 소희.”소희는 미소 지었다.“우리가 무슨 남남도 아닌데, 그런 말이 뭐가 필요해.”백림은 진심을 담아 다짐했다.“나중에 아기 태어나면, 우리 부부가 제대로 선물 준비할게.”잠시 후, 유정은 거실 한쪽에서 차를 끓이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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