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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1화

안석이 연하를 바라보며 말했다.“방 비서는 뭐라고 할 건가요?”연하는 담담한 목소리로 설명했다.“이건 제가 아버지께 드리려고 산 다도 세트예요. 방금 택배로 받은 거예요.”휘연이 곧장 따져 물었다.“방 비서님, 아버지께 드릴 다도가 얼마짜리예요?”연하는 잠시 멈췄다가 차분히 대답했다.“112만 원이요. 친구에게 부탁해 구입했고 송금 내역도 있어요.”휘연은 상자를 열어 조심스레 안석 쪽으로 밀었다.“이사님, 댁에 귀한 도자기들을 많이 소장하고 계시잖아요. 한번 보시겠어요? 이 다도 세트가 얼마쯤 되는지?”안석은 찻잔 하나를 집어 들고 놀란 듯 말했다.“이건 조선시대 있었던 진품이네요. 잔 하나가 수십억은 하고, 이 한 쌍은 최소 20억 이상이겠는데요?”연하는 오늘 일이 너무 많아, 택배가 도착했을 때 바로 옆에 두고 열어보지도 못했다.하지만 확실히 이건 자신이 산 다도세트가 아니었다.이윽고 연하는 비웃듯 말했다.“이런 허술한 조작으로 날 몰아가려는 건가요?”이에 휘연은 곧장 맞받았다.“방 비서님, 제가 직접 확인했습니다. 이 택배는 ‘기문’이라는 회사에서 발송된 거고, 배송 추적도 전부 확인했는데 중간에 바꿔치기 된 흔적은 전혀 없었습니다. 게다가 방 비서님이 직접 받으셨잖아요!”연하는 여전히 침착했다.“누군가 고의로 날 모함했다면요?”“그럼 그걸 어떻게 증명하실 거죠?” 휘연은 자신만만한 기세로 몰아붙이자 연하는 더 말싸움할 생각이 없었다. 대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서 비서, 당신 목적이 뭐죠?”이에 휘연은 숨김없이 내뱉었다.“방 비서님이 스스로 사표내고 나가면, 나랑 이사님은 이 일 없던 걸로 해줄 거예요.”연하는 조소를 띠며 말했다.“사장의 비서가 자기 상사를 멋대로 해고하겠다고 결정하나요? 이사님도 그 말에 따르시고요?”휘연은 순간 굳어졌다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난 그저 방 비서님을 위해 그러는 거예요. 조용히 떠나면 흠 없이 끝날 일이에요. 하지만 이게 크게 번지면, 뇌물 의혹이 경력에 박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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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2화

그러자 연하는 비웃으며 말했다.“이사님과 서 비서는 한통속이네요. 그런데 서 비서가 이사님 속셈을 안다면, 과연 계속 협력할까요?”안석은 확신에 차 대답했다.“그건 신경 쓸 필요 없어요.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요.”연하는 곤란한 듯 말했다.“하지만 내가 걱정되는 건, 사장님이 그렇게 허술한 계략을 믿지 않을 거라는 거예요.”안석은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방 비서는 어차피 박슬윤이 꽂아 넣은 사람 아닌가요? 그런데 사장님이 당신을 신경이나 쓸 것 같아요?”“게다가 날 제치고 방 비서 편에 설 거라 생각해요? 순진하네요!”연하는 차분히 맞받았다.“사장님이야 비서 하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겠죠. 하지만 이사님 같은 회사의 좀벌레는 결코 용납하지 않을 거예요.”말을 마치며 연하는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화면에는 영상 통화가 켜져 있었고 반대편은 회의실이었다.카메라가 안석의 쪽을 향해 있어 연하를 위협하며 추잡한 태도로 협박하는 모습이 전부 생중계되고 있었다.이에 안석은 벌떡 일어나 화면을 보았다. 반대편에는 진구와 인사부 행정부 고위 임원들이 모두 앉아 있었다.순간 안석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고 남자는 다급히 손을 뻗어 휴대폰을 잡으려 했다.하지만 연하는 재빠르게 휴대폰을 낚아채며 웃었다.“깨뜨리지 마세요. 새로 산 건 데다 이미 다 나갔으니 지금 부숴도 소용없어요.”“방 비서!” 안석은 분노에 치를 떨며 주먹을 들어 올렸다.[손대지 마세요!]진구의 표정이 급변하며 목소리가 폭발했다.[이사님, 지금 방 비서 손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남은 평생 감옥에서 썩게 만들 거예요!]회의실 안 사람들은 모두 놀란 눈빛으로 진구가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달려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그 순간 안석은 멈칫했고, 연하는 재빨리 문으로 달려가 열고 뛰쳐나갔다. 안석도 뒤늦게 뒤쫓으려 했으나 문 앞에 있던 휘연이 가로막았다.휘연은 영문을 몰라 놀란 표정으로 안석의 팔을 붙잡았다.“무슨 일이에요? 왜 방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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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3화

연하는 눈썹을 치켜세웠다.“괜찮아요.”휘연이 나가자 연하는 문을 열고 들어가 진구 맞은편에 앉았다.“휘연 씨 말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걸 보니, 여안석이 무슨 일을 벌였는지 이미 알고 있었던 거네요.”진구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저지른 불법 거래 뒤에는 얽힌 이해관계가 많이 얽혀있어. 건드리지 않는 게 최선일 때도 있지.”그래서 개인적인 문제를 이유로 안석을 밀어내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었다.시간이 좀 흐르면 다른 구실을 붙여 완전히 회사에서 쫓아내면 됐었다.연하는 그런 진구를 바라보며 속으로 내심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진구는 이미 훌륭한 경영자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문득 안석이 자신을 때리려 했던 순간이 떠올랐다.‘그때 선배가 내뱉은 말, 내 몸에 만약 상처라도 났더라면, 모든 이해관계를 무시하고 여안석을 감옥으로 보냈을까?’진구는 손을 뻗어 담배를 집으면서 옅게 웃었다.“서휘연은 늘 너에게 적대적이었어. 그래서 내가 직접 내보냈는데, 어떻게 보답할래?”연하는 생각에서 깨어나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진구의 손에서 담배를 뺏어 다시 케이스에 넣었다.“나도 여안석을 처리하는 데 힘을 보탰으니 퉁친 거죠. 서로 고마워할 필요 없고요.”그렇게 말하고 연하는 몸을 돌려 사무실을 나갔다.진구는 케이스를 흘깃 보고 낮게 웃었다.“조만간 새로운 비서를 뽑아서 붙여줄게. 네가 직접 회사 안에서 고르든가. 골랐으면 내게 말해.”“괜찮아요. 선배가 적임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면 되니까요.”연하는 담담하게 말하며 문을 닫고 나갔다.이틀 뒤, 연하는 아버지 방건홍에게서 전화를 받았다.[연하야, 네가 보낸 찻잔을 받았어. 이건 진품이랑 똑같던데 꽤 돈 들였겠구나.]연하는 순간 멈칫했다. ‘내가 산 찻잔 세트는 아직 집에 가져오지도 못했는데.’[정말 대단하구나. 보면 볼수록 진짜 같아.] 방건홍은 흥분된 목소리로 덧붙였다.그 찻잔은 사실 진품이었지만 본인이 믿지 못했을 뿐이다.이런 찻잔 두 개라면 값이 수십억 원을 넘어 수백억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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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4화

여씨그룹 안은 새 프로젝트가 몰려와 매일 야근이 이어졌다.진구는 연하를 돕기 위해 인사팀 출신 두 명을 비서로 올렸다.한 명은 유희윤, 다른 한 명은 손로운이었다.둘은 사장실 층에 올라오자마자 조심스레 일에 임했는데, 특히 희윤은 눈치가 빠르고 머리가 잘 돌아가며 업무 능력도 손로운보다 한 수 위였다.그래서 연하는 중요한 고객을 만나거나 회의에 나설 때 늘 희윤을 데리고 다니며 경험을 쌓게 했다.희윤도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자신을 키워주려 한다는 걸 감지한 후,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아침에는 일부러 도시락을 챙겨와 연하에게 건넸고, 연하가 야근하면 곁에서 끝까지 남아 함께 일을 도왔다.그날 점심, 희윤은 일부러 연하가 일을 끝낼 때까지 기다렸다가 함께 구내식당으로 향했다.자리에 앉자마자 물티슈를 꺼내 탁자를 닦아주고는 웃으며 물었다.“방 비서님, 사장님이랑 지내기 편하세요? 제가 여기로 올라온 지 며칠 됐는데 아직 직접 뵐 기회가 없어서요.”연하는 웃으며 대답했다.“꽤 편하게 지내는 편이죠. 겉으론 무뚝뚝할 때도 있지만 속은 의외로 따뜻하고, 배려심도 많은 좋은 상사죠.”희윤은 안도한 듯 숨을 내쉬었다.“그럼 다행이네요.”그런데 오후, 희윤이 사장실에 결재 서류를 들고 들어가려다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진구가 연하를 꾸짖는 듯한 목소리였고, 두 사람이 언성을 높이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돌아온 희윤은 로운에게 귀띔했다.“사장님이 화를 내고 계시는데 완전 무서워요.”로운은 연하를 두둔했다.“방 비서님이 얼마나 잘하시는데, 사장님이 뭐가 불만일까요?”희윤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방 비서님이 워낙 기가 세잖아요. 사장님이 화내면 그냥 듣고 넘어가야 하는데, 버릇처럼 맞받아치니까 더 불편해지는 거죠.”로운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딱히 대꾸하지 않았다.“우리야 그냥 자기 일 잘하면 되죠. 괜히 휘말렸다가 같이 혼나면 곤란해지잖아요.”희윤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뭐, 그렇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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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5화

희윤은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벽 가까이 다가가 엿듣다가, 커피잔을 들고나온 연하와 마주쳤다.“저, 저 사장님 결재 받으러 왔어요. 아무것도 못 들었어요!”희윤이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했고 연하는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할 마음은 없었기에 옅게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들어가 보세요.”그러나 희윤은 겁이 나서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사장님이 화나신 것 같아서요.”“걱정하지 마. 저한테 불만이 있으신 거죠.”연하는 커피잔을 들고 그대로 걸어 나갔다.결국 희윤은 끝내 들어가지 못하고, 자료를 꼭 끌어안은 채 발길을 돌렸다.그 뒤 이틀 동안, 연하는 꼭 필요한 보고와 인수인계 외에는 일부러 진구를 피해 다녔다.로운은 눈치 빠르게 두 사람이 냉전 중임을 알아채고 물었다.“사장님, 원래 저렇게 까다로우세요?”연하는 쓴웃음을 지었다.“아니요. 그냥 내가 마음에 안 드는 거죠. 다른 사람한테는 그렇지 않거든요. 로운 씨는 본인 일만 잘하면 돼요.”희윤은 참지 못하고 나섰다.“비서님이 뭘 하셔서 사장님이 화내신 거예요?”연하는 잠시 생각하다가 문득 그날 밤이 떠올랐다.아버지께 찻잔을 보낸 걸 알고 감사 인사를 했을 때, 진구가 자기에게 와달라고 했지만 가지 않았다.그리고 바로 다음 날부터 진구는 이상해졌다.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보아 슬윤하고는 천생연분일지도 몰랐다.연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젓고는 다시 묵묵히 일에 집중했다.슬윤의 이야기하자면 휘연이 해고된 뒤 본인이 직접 회사까지 와서 그녀를 위해 선처를 구했다.그러나 진구는 요지부동이었다.이틀간 공을 들였지만 끝내 입장을 바꾸지 않자, 슬윤은 휘연이라는 패가 더는 쓸모없음을 깨닫고 이번엔 연하에게 태도를 바꿨다.그래서 직접 전화를 걸어 지시했다.[진구 오빠 평소 술자리가 많아요. 만약 술자리에서 어떤 여자가 꼬드기면 바로 나한테 알려요. 회사 안에서 여자가 다가와도 마찬가지고요.]연하는 담담히 물었다.“그럼 사장님이 다른 여자를 꼬시면요?”슬윤은 분노와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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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6화

진구는 연하에 대한 불만이 점점 커져 하루 종일 차가운 태도만 보였다.그 탓에 회사에서 연하의 입지는 눈에 띄게 흔들리기 시작했다.모두가 사장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비서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다른 부서에 일을 부탁하러 가면 대놓고 무시를 당했고, 맡긴 일은 늘 가장 마지막으로 처리되니 업무 진도가 자꾸 지연되었다.심지어 희윤마저 눈치를 보며 태도를 바꿨다. 처음의 공손함은 온데간데없고, 연하가 맡긴 일을 대충 처리하거나 아예 로운에게 떠넘겼다.그날 점심, 로운이 재무부서에 다녀와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 희윤이 남자를 붙잡았다.“같이 밥 먹어요. 맞은편에 새로 생긴 돌솥밥집 있는데, 지금 이벤트 중이래요.”로운은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방 비서님은요? 같이 가자고 하죠.”그러자 희윤은 서둘러 눈짓하며 억지로 손을 이끌어 엘리베이터에 태웠다.밖으로 나오고 나서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눈치가 왜 그리 없어요? 사장님이 방 비서님 싫어하는 거 뻔히 보이는데, 아직도 가까이 지내려고 해요?”처음엔 연하가 농담처럼 말했을 때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이제 보니 진짜였다. 자신이 괜히 잘못된 편에 설 뻔한 것이다.이에 로운은 불쾌하게 얼굴을 찌푸렸다.“우리 처음 왔을 때 방 비서님은 단 한 번도 우릴 곤란하게 하신 적 없었어요. 오히려 자주 도와주셨죠.”“지난번 희윤 씨가 실수했을 때도 방 비서님이 대신 수습해 줬잖아요. 그런데 지금 우리가 이렇게 하는 게 맞아요?”이에 희윤은 짜증을 냈다.“나도 로운 씨 다치지 말라고 그러는 거예요. 로운 씨가 좋다고 따라다니다가 같이 휘말리면 어쩔 거예요? 나중에 불이익받아도 내 탓 하지 마요.”“난 누구한테 잘 보이려는 게 아니에요. 그냥 내 일이나 잘하려는 거죠. 그런데도 괜히 찍히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로운은 단호히 말하고는 몸을 돌려 회사로 돌아갔다.그리고 식당에서 도시락 두 개를 챙겨 사무실로 가져왔다.이에 희윤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바보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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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7화

“슬윤 씨, 피부 관리는 어떻게 해요? 저 18살 때 피부가 이만큼 탱탱하고 촉촉하지 않았어요.”“그 옷 비싼 거죠? 패션 잡지에서 본 스타일이네요. 모델보다 슬윤 씨한테 더 잘 어울려요.”“어쩐지 우리 진구 사장님이 슬윤 씨를 그렇게 좋아하시더라고요.”슬윤은 칭찬을 듣고 기뻐 얼굴이 환해졌다.“어떻게 알았어요? 사장님이 슬윤 씨한테 말했어요?”“그래요.” 희윤이 꾸며낸 듯 말했다.“저희 앞에서 자주 슬윤 씨 얘기하셨어요.”이에 슬윤은 더 기뻐하며 물었다.“회사에 사장님을 꼬시는 사람이 있어요? 일부러 다가가서 관심 끌려는 그런 사람 말이요.”희윤의 눈빛이 반짝였고 웃으며 대답했다.“제가 온 지 얼마 안 돼서 그런 사람은 못 봤어요. 다만 방 비서님이 자주 사장님 방에 들어가 오래 머무르더라고요.”“그리고 방 비서님이 사장님 방에 있으면 저희는 방해하지 못하게 하시고요.”슬윤은 비웃듯 소리 냈다.“연하 씨? 연하 씨가 그럴 리 없어.”이에 희윤은 즉시 동조했다.“맞아요. 사장님도 연하를 별로 안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아마 곧 다른 부서로 옮기실지도 몰라요.”슬윤은 생각이 싹 트인 듯 태도가 더 다정해졌다.“사장님 좀 지켜봐 줘요. 누가 뻔뻔스럽게 다가가면 바로 알려줘요.”희윤은 옳다구나 재빨리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잘 지켜볼게요.”“임유진이라고 아세요?” 슬윤이 물었다.“알아요. 회사에 오래 계셨고, 지금은 출산휴가 중이시잖아요.” 희윤이 답하자 슬윤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장님이 유진 씨하고...”“콜록!”두 사람이 문밖에서 나는 기침 소리에 깜짝 놀랐다.이윽고 연하가 문을 열고 들어와 희윤을 냉정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유 비서, 맡긴 일 다 했나요?”희윤 얼굴이 창백해지며 슬윤을 힐끔 보고는 어색하게 웃었다.“저 일하러 가볼게요.”“가봐요.” 슬윤은 의미심장하게 미소 지었고 희윤이 나가자 연하는 문을 닫고 진중한 표정으로 말했다.“박슬윤 씨, 사장님이 예전에 유진을 좋아한 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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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8화

연하의 거만하고 제멋대로 보이는 태도는 결국 슬윤을 완전히 분노하게 했다.그 뒤로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희윤은 어딘가 확실한 뒷배라도 얻은 듯 자신감이 넘쳤다. 처음 올라왔을 때의 조심스러움과 겸손은 온데간데없고, 매일 사장실로 들어가 진구에게 직접 보고하려고 앞다투었다.심지어 로운까지 자기 밑 사람인 양 부려 먹으며, 벌써 수석비서라도 된 듯 행동했다.진구와 접촉하는 시간이 늘자 희윤은 일부러 화장을 진하게 하고 옷차림도 대담해졌다. 블라우스의 목선은 점점 더 깊게 파였고 치마는 짧아졌다.예전부터 같은 부서에서 함께 일했던 로운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충고를 건넸지만, 돌아온 건 ‘질투하는 거지’라는 비웃음뿐이었다.금요일 오후, 진구는 전화 한 통을 받은 뒤 급히 자리를 떴다. 마침 연하에게 직접 전할 일이 있었는데 사무실에는 희윤만 있었다.“골든 프로젝트 파트너 일정이 바뀌었어요. 오늘 밤에 강성에 도착한다고 하더군요. 내일 아침 유 비서가 방 비서랑 계약서 들고 돌핀 호텔로 오세요.”“네. 방 팀장님께 제가 꼭 전할게요.”희윤은 부드러운 미소로 대답했다.진구는 다른 일정이 있어 더 묻지 않고 곧장 나갔다.다음 날 아침, 호텔에 도착한 진구의 첫 질문은 이것이었다.“방 비서는요?”새로 산 원피스를 입고 화장을 곱게 한 희윤이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아직 안 오셨어요. 조금 전에도 전화했는데 받질 않네요.”그러고는 곧바로 통화 기록을 열어 보여주자 진구는 흘끗 확인하곤 담담히 물었다.“일단 놔두고 계약서는 가져왔나요?”“네, 다 챙겨왔어요.”“좋아. 그럼 CB컴퍼니 쪽 사람들을 먼저 만나죠.”호텔의 비즈니스 룸에는 CB컴퍼니의 프로젝트 책임자가 이미 와 있었다.진구가 직접 나타나자 남자는 반갑게 일어나 악수를 건네며 열정적으로 맞았다.책임자는 부사장과 비서까지 데리고 왔고, 모두 네 명이었다. 다른 도시에서 일부러 찾아온 만큼, 오늘 협상을 마무리하고 계약을 체결할 생각이었다.그러나 세부 조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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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9화

CB컴퍼니 측은 자신들이 제공하는 기술 인력이 핵심이라며, 원래 합의된 이익 배분에서 5% 더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했다.처음에 연하는 완곡하게 거절했지만 상대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고, 결국 연하도 태도를 단단히 굳혔다.희윤은 전날 사장실에서 진구가 통화하는 걸 들은 적이 있었다. 진구의 계획 속에 이익 배분을 5% 정도 조정할 여지가 있다는 걸 알아낸 것이다. 그 순간 머리에 불이 켜진 듯, 이번이 자신이 눈도장을 찍을 기회라고 여겼다.“다른 부분은 모두 괜찮은 것 같아요. 이익 배분은 저희 사장님께서도 고려해 보실 수 있을 거예요.”희윤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끼어들었다. 협상을 성사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 조금 양보해도 괜찮다는 뉘앙스였다. 하지만 말이 끝나자마자 연하의 차갑고도 단호한 눈길이 향했다.“유 비서, 난 이미 사장님과 협의했어요. 우리가 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예요. 더는 불가능해요.”CB컴퍼니 책임자는 농담조로 말을 돌렸다.“방 비서님, 비록 우리는 늘 전화로만 소통했지만, 대화가 잘 통해서 이번 협상에 큰 기대를 걸었어요.”“우리 진심은 분명하니, 방 비서도 좀 더 성의를 보여주면 어떨까요?”연하는 단호하고 강한 어조로 맞받았다.“담당자님, 이것이 저희 그룹이 드릴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예요.”담당자는 살짝 언짢아졌다. 희윤이 진구와 함께 온 걸 보고 여자가 진구의 뜻을 대변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그런데 연하가 완강히 버티니 불만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사장님, 도대체 귀사에서는 누가 최종 결정을 내리는 거죠?”지금까지 조용히 차만 마시던 진구가 그제야 찻잔을 내려놓고 손가락을 깍지 낀 채 미소를 지었다.“저 분이 결정하죠.”그리고 시선은 연하를 향해 있었다.순간, 회의실 안은 정적이 흘렀고 모두가 놀랐다.결국 협상은 원래 합의했던 이익 배분안대로 마무리되었고, 양측은 손을 맞잡으며 계약을 체결했다.담당자는 악수하면서 감탄을 덧붙였다.“방 비서님, 대단하시군요.”연하는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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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0화

연하는 다시 백화점으로 갔다. 날씨가 추워지고 있어서 부모님께 각각 울 스웨터를 한 벌씩 사드렸다.산 옷을 들고 집에 돌아가니 주설주는 연하가 좋아하는 생선탕을 해놓고 있었다.그리고 연하가 사온 옷을 보더니 기분 좋게 받아들며 물었다.“지난번에 말했던 그 일, 생각 좀 해봤니?”연하가 고개를 들었다.“무슨 일요?”“맞선 말이야!” 주설주는 이렇게 중요한 일을 마음에 두지 않는 딸이 못마땅했다.연하는 말이 막혔다.“벌써 말씀드렸잖아요. 안 만난다고요.”“상대 조건이 아주 좋아. 만나보는 게 뭐가 무서워?” 주설주는 이어 말했다.“네가 스스로는 안 만나고, 남이 소개해 줘도 안 만나면 정말 혼자 늙어갈 셈이니?”연하는 비웃듯 웃었다.“저 하나도 안 외로워요. 얼른 옷이나 입어보세요.”“옷은 내가 얼마든지 살 수 있어. 언제쯤 남자 하나 데려와서 보여줄래? 그게 네가 백 벌, 천 벌 사주는 것보다 내 마음이 훨씬 놓일 거다.” 주설주가 화를 내며 말하자 연하는 어머니를 방 안으로 밀어 넣었다.“잔소리 좀 그만하세요. 저 겨우 집에 왔는데, 또 시작하시면 그냥 나가버릴 거예요.”주설주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저녁에 진구는 서천영의 부름을 받고 집에 돌아왔는데 슬윤도 와 있었다.“진구 오빠, 돌아왔네요!” 슬윤이 반갑게 다가오자 진구가 물었다.“너 왜 여기 있어?”슬윤은 살뜰히 진구의 외투를 받아주며 말했다.“저, 저 어머니 안부 보러 왔다가, 저녁까지 같이하게 됐어요.”서천영이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내가 부엌에 가서 저녁 준비가 다 됐는지 보고 올게. 진구야, 너는 슬윤이랑 이야기 좀 하고 있어.”말을 마치며 슬윤에게 눈짓하고는 부엌으로 들어갔다.슬윤은 진구와 함께 위층으로 올라가며 말했다.“오늘 주말인데 또 야근했어요?”진구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응.”슬윤은 코웃음을 치듯 말했다.“연하 씨를 오빠 비서로 두면 좀 도와줄 줄 알았는데, 보니까 별 능력도 없나 봐요.”진구는 뒤돌아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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