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4061 - Chapter 4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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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1화

그러나 연하는 끝내 자기 뜻을 굽히지 않았다.“선배 호의는 감사하지만, 저는 제게 더 맞는 곳을 찾아갈게요.”그러자 진구는 도발적인 눈빛으로 되물었다.“시도도 안 해 보고 어떻게 안 맞는다고 단정해? 설마 겁이 나서 못 오는 건 아니지? 자기 능력이 부족해 유진이한테 민폐 끼칠까 봐 두려운 건가?”연하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는데 이미 불쾌감이 드러난 표정이었다.“내가 왜 굳이 선배에게 증명해야 하죠?”두 사람의 말투가 점점 날카로워지자 유진이 못 참고 나섰다.“선배, 지금 사람을 초빙하는 거예요? 아니면 억지로 강요하는 거야?”슬윤도 서둘러 분위기를 달래려 했다.“연하 씨가 원치 않는다면 그만두죠. 애초에 이건 제가 괜한 제안을 한 거니까요.”그러자 진구는 갑자기 웃음을 흘리며 어깨를 으쓱였다.“왜들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해? 난 그냥 인재를 절실히 원해서 진심으로 연하를 데리고 오고 싶을 뿐이야.”유진은 진구의 속마음을 알 수 없었지만 그저 연하에게 말했다.“그래도 한번 생각은 해 봐.”연하는 더는 말을 늘리지 않고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그때 진구가 연하 쪽으로 접시를 밀며 생선 살을 올려주었는데 목소리엔 묘한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잘 고민해 봐. 어떤 선택은 단 한 번뿐이야. 잘못 선택하면 상상 이상의 것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연하는 눈앞의 희고 부드러운 생선 살을 바라보다가, 가슴속에 알 수 없는 무거운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시선을 들었을 때, 진구의 눈과 마주쳤고 순간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그제야 깨달았다. ‘아마도 선배는 일부러 그러는 거야.’아까부터 연하가 좋아하는 음식을 집요하게 골라내고, 집요하게 여씨그룹으로 오라고 압박하는 것까지 모두가 계획된 듯했다.겉으로는 단순한 배려와 초대였지만 연하의 속뜻은 분명했다. 연하 스스로가 ‘자신이 진구와 슬윤 사이에 끼어든 불청객’이라는 불편한 자각을 하게 만들려는 것이었다.진구가 가장 잘 아는 연하의 약점, 가장 싫어하는 상황을 교묘히 찔러넣는 방식이었는데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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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2화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연하는 화장실을 간다는 핑계로 계산대로 갔으나 이미 계산이 끝났다는 말을 들었다.영수증을 확인하니 결제한 사람은 진구였다.연하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지만, 돌아와서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유진과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을 때 빗방울은 이미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진구는 식당에서 우산을 챙겨 차를 가지러 갔고, 돌아와서는 자기 외투를 벗어 슬윤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그리고 유진에게 인사를 건넸다.슬윤은 진구의 넉넉한 외투에 파묻히고는 얼굴 가득 수줍고 행복한 기색을 띠며 남자의 품에 기대었다.회색빛으로 가라앉은 날씨라 물안개가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그 흐릿한 비안개 사이로 연하는 진구의 시선이 스쳐 지나가는 듯한 착각을 받았다.그 순간, 작년 여름이 떠올랐다.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뒤, 연하는 진구와 함께 자기 아파트에서 사흘 동안 꼼짝하지 하지 않고 지냈다. 결국 배달 음식이 질려 비를 무릅쓰고 밖으로 나갔던 그날, 비바람은 거세고, 그들의 우산은 바람에 날아가 버렸다.진구는 외투를 벗어 연하의 머리에 씌워주었고, 남자의 티셔츠는 금세 흠뻑 젖었다.그러나 연하도 외투를 거둬내고 진구와 함께 비를 맞았다.얼굴에 내리꽂히는 빗줄기는 시원하고 통쾌했다.언제부턴가 두 사람은 서로 껴안은 채, 처마 밑에서 입을 맞추고 있었다.폭우 쏟아지는 골목, 경적도, 가게에서 흘러나오던 록 음악도 모두 빗소리에 묻혀버린 순간.세상은 오직 빗소리뿐이었고 연하는 축축한 벽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그리고 진구는 연하의 허리를 세차게 끌어안았다.연하가 눈을 뜨자, 진구의 흑발 끝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창백한 피부는 옥처럼 차가웠다. 눈빛은 촉촉히 젖어 있었고 시선은 오직 연하만을 향해 있었다.연하의 시선이 닿자 진구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키스는 더욱 깊어졌다.“연하야, 나도 이제 갈게. 집에 도착하면 연락해!”가랑비 속에서도 유진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는데 그 웃음이 잿빛 빗속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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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3화

연하는 슬윤이 왜 이렇게까지 자신을 여씨그룹으로 끌어들이려 하는지 의아했다.어제 설득이 안 되자 오늘은 굳이 따로 전화를 걸어와, 심지어 돈으로 유혹하려 들다니.는 곧 눈길을 돌리며 깨달았다.자신이 여씨그룹에 간다는 건 곧 유진의 대체자가 된다는 뜻이었다.즉, 자신이 들어가면 유진은 당분간 회사에 복귀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그렇다면 슬윤의 진짜 목적은 바로 유진을 밀어내는 것이었다.진구가 유진을 좋아한다는 걸 알기에 경계하는 것이나 그녀의 신분과 위치는 슬윤이 직접 건드릴 수 없다. 그래서 이런 우회적인 수를 쓰는 것이다.이에 연하는 우습게 느껴졌다.설령 진구가 여전히 유진을 마음에 둔다 해도, 유진은 이미 결혼해 아이까지 있는 사람이다. ‘그게 어떻게 자기에게 위협이 된단 말이지?’진짜 속이 좁은 사람은 따로 있었고 연하는 웃음을 띠며 단호히 거절했다.“정말 죄송하지만, 제가 아무리 돈을 좋아해도 노력하지 않고 얻는 건 받을 수 없어요.”“슬윤 씨라면 월급 두배를 주고도 더 뛰어난 사람을 얼마든지 구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저는 일이 있어서 이만 끊을게요.”말을 마치자마자, 연하는 슬윤이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더는 얽히고 싶지 않았고, 여씨그룹에는 절대 가지 않을 것이었다.거절당한 슬윤은 차 안에서 얼굴을 굳힌 채 앉아 있었다.연하가 연달아 거절하는 태도는, 오히려 슬윤에게 다른 생각을 불러일으켰다.마치 연하가 유진과 여구의 관계를 알고, 일부러 도우려는 것처럼 보였다.아니면, 왜 자신이 제시한 두 배나 되는 월급을 마다하겠는가?‘세상에 누가 돈을 마다하겠어?’연하가 유진을 도우려 하면 할수록, 자신은 절대 그렇게 두지 않을 작정이었다.눈을 이리저리 굴린 슬윤은 기사에게 말했다.“방연하가 어제 면접 본 회사가 어딘지 알아봐요. 최대한 빨리 알고 싶으니까.”그 기사는 슬윤이 아버지가 붙여준 전용 기사이자 경호원이었고, 가끔은 여자의 사적인 일까지 대신 처리해 줬다.이에 기사도 곧바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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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4화

슬윤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는데 아마도 연하의 말에 제대로 화가 난 듯했다.한참 후에야 다시 입을 열었을 때, 슬윤의 어조는 이미 달라져 있었다.[연하 씨, 도대체 왜 여씨그룹에 오지 않으려는 거예요?]이에 연하는 차분히 반문했다.“내가 왜 꼭 여씨그룹에 가야 하죠?”슬윤은 더는 돌려 말하지 않았다.[그럼 앞으로 당신이 새 직장을 찾는 과정은 절대 순탄하지 않을 거예요.]연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과연 슬윤 씨가 얼마나 힘이 있는지 두고 보죠.”슬윤은 언성을 높였다.[내가 이미 월급도 두 배를 제안했는데, 아직도 뭘 더 바라죠?]연하는 단호히 잘라 말했다.“나는 선택할 권리가 있어요. 여씨그룹에 가지 않는 게 내 선택이에요.”슬윤은 오만하게 소리쳤다.“그럼 당신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예요. 직장은커녕, 앞으로 당신 아버지도 여안병원에서 치료받을 생각은 접으셔야 할 거예요!”연하는 속으로 욕설을 삼키고는, 오히려 비꼬듯 대답했다.“좋아요. 그토록 날 데려가고 싶다면 갈 수 있죠. 하지만 두 배는 안 돼요. 열 배를 줘야 갈 거예요.”슬윤은 몇 초간 침묵하다가 차갑게 말했다.[좋아요, 그렇게 해드리죠.]그 순간, 연하는 할 말을 잃었고 오히려 화가 가셨다.심지어 이 여자가 바보 같으면서도 귀엽게 보였다.이에 연하는 다시 한번 확인했다.“정말로 날 여씨그룹에 가게 만들고 싶어요?”슬윤은 혹여 반대할까 두려워 곧장 못 박듯 말했다.[만약 당신이 말을 번복한다면, 난 반드시 당신이 강성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하게 만들 거예요.]연하는 천천히 미소 지었다.“좋아요. 10배를 준다면 나도 약속을 지킬 거예요. 슬윤 씨만 약속을 어기지 않는다면요.”슬윤은 들뜬 듯 말했다.[걱정 마세요. 회사에서 지급하는 급여 외에, 나머지는 제가 따로 당신 통장에 넣어드릴게요. 언제 출근할 건가요?]연하는 태연하게 답했다.“내일이요. 내일부터 출근하죠.”월급이 열 배라면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기에 슬윤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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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5화

“사장님은 손님 접견 중이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사장님께 오셨다고 전해드릴게요.”비서는 그렇게 말하며 슬윤에게 커피를 내주고는 곁에 서 있었다. 그러고는 바로 가지 않고 조심스레 물었다.“슬윤 씨, 지난번에 말씀하신 저를 정식으로 수석 비서로 올려주신다는 건 사장님께 말씀하셨나요?”“그럼요, 당연히 말씀드렸죠.”슬윤은 환하게 웃자 그 말을 들은 비서는 감격한 듯 자세를 고쳐 서며 충성을 맹세했다.“슬윤 씨, 앞으로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안심하세요. 사장님의 일거수일투족, 어떤 모임에 가는지, 곁에 어떤 여자가 있는지까지, 제가 반드시 제일 먼저 알려드릴게요!”이때 슬윤의 표정이 순간 굳더니, 눈짓으로 연하를 힐끗 보고는 가볍게 헛기침했다.“나는 그저 사장님이 걱정돼서 묻는 것뿐이에요. 어서 가서 볼일 보세요.”그러나 비서는 신난 나머지 멈추지 않았다.“요즘 임유진 씨가 회사를 안 오고, 사장님과 통화해도 전부 일 얘기뿐이고요...”“크흠, 크흠!”슬윤은 일부러 크게 기침하며 입술을 꼭 다문 채 이를 악물 듯 낮게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어서 가서 사장님께 내가 왔다고 전해요!”비서는 영문을 몰라 주위를 둘러봤다. 여기에는 슬윤이 데려온 ‘친구’ 말고는 아무도 없는데, 이런 얘기를 하면 뭐가 문제란 말인가?‘전에는 무척 즐겨 듣던 얘기였는데...’하지만 슬윤이 기분이 상한 듯하니 더 말할 수 없었기에 비서는 얼른 고개를 끄덕이고 진구를 찾아 나섰다.소파에 앉아 있던 연하는 웃음을 꾹 참았다.누군가 옆에서 불을 지펴 왔기에 슬윤이 유진을 그토록 경계했던 것이었다. 이에 슬윤은 민망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나는 그냥 사장님이 걱정돼서 그런 거예요. 저 비서는 말이 좀 많을 뿐이고요.”연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그러네요. 말이 많은 정도가 아니라 선을 지킬 줄 모르네요. 사장님의 사생활을 엿듣는 게 과연 비서로서 할 짓인가요?”연하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제가 여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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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6화

진구의 사무실에 들어서자, 깊은 회색과 검정이 주조를 이루는 모던한 분위기가 눈에 들어왔다. 넓은 집무 구역 옆에는 작은 휴식 공간이 있었지만, 그곳에도 컴퓨터 한 대만 놓여 있어 진구가 일하는 공간임을 드러냈다. 옆쪽 벽에는 진열장이 길게 놓여 있었는데, 값비싼 예술품들 사이로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다.형형색색의 조명 아래 놓인 것은 다름 아닌 애니메이션 피규어였다. 화려하고 과장된 조형은 옆에 있는 고급 예술품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듯했지만, 특수 조명이 비추자 인물들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생생했다. 차갑고 무거운 전시 공간 속에서 오히려 생기와 색채를 더해주고 있었다.이에 연하는 순간적으로 숨이 멎는 듯했다.그 피규어들은 전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속 인물들이었기 때문이다.‘설마 진구 선배도 좋아했단 말이야?’“두 사람 앉아.”진구의 목소리가 연하의 생각을 끊었다. 연하는 천천히 걸어가 의자에 앉았고 슬윤은 공을 세운 듯 얼굴에 미소를 띠고 물었다.“연하 씨를 데려왔는데 기뻐요?”“기뻐. 아주 기뻐.”진구는 그렇게 말했지만 목소리는 담담했다.“다만 궁금하네. 어떻게 연하 씨를 설득한 거야?”이에 슬윤은 눈빛을 굴리며 대답했다.“당연히 진심으로 설득했죠.”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연하를 보며 말했다.“맞죠?”연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천 퍼센트의 진심이었죠.”“천 퍼센트?”진구가 놀란 듯 되묻자 연하는 태연히 대꾸했다.“진심이 열배였죠.”슬윤은 얼른 말을 보탰다.“연하 씨가 와주신 것만으로도 다행이에요. 유진 씨가 당분간 회사에 나올 수 없지만, 저는 유진 씨 안목을 믿거든요. 연하 씨라면 틀림없을 거예요.”진구는 시선을 연하에게 고정하며 말했다.“나도 믿어. 연하야 어떤 직책을 원해?”마침 커피를 들고 들어온 비서 서휘연이 있자 연하는 여자를 흘겨보고는 단호하게 말했다.“수석 비서 자리요.”그 말은 마치 일부러 못 박는 것만 같았다.‘내 눈앞에서 어떻게 유진을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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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7화

연하의 얼굴에는 흔들림 없는 자신감이 번져 있었다. 그 빛은 마치 연하를 한 겹 감싸는 후광처럼 보이자 진구의 마음이 순간 흔들렸다.이에 남자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말했다.“좋아. 네 그 자신감만으로도, 내가 사람 잘못 고르지는 않은 것 같네.”슬윤은 진구가 그렇게 말하자 얼굴 가득 기쁨이 번져 나왔다.“연하 씨, 내일부터 바로 출근하시면 되겠네요!”연하는 차분히 대답했다.“내일은 아버지 병원 재검이 있어서 안 되고,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할게요.”내일이 목요일이라 하루만 나오고 곧 주말이 되는 만큼, 월요일부터 시작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좋아요.”진구는 시계를 힐끔 본 뒤 담담히 말했다.“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이제 점심을 먹으러 가지.”“네, 좋아요!”슬윤은 반색하며 대답하자 연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정중히 말했다.“저는 여기서 먼저 가볼게요.”그러나 진구는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그렇게 급할 게 뭐 있어? 같이 가.”“선배, 제의는 감사드립니다만 두 분 식사에 제가 끼어드는 건 불편할 것 같아서요.”연하의 태도 역시 더할 나위 없이 예의 바르지만 냉랭했고 슬윤은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이 여자는 눈치라도 있네.’그러나 연하는 슬윤의 시선을 애써 무시했다.진구가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너는 유진의 절친 아닌가? 내가 슬윤이와 밥을 먹고 너를 빼놓았다면, 나중에 유진이가 뭐라고 할까? 같이 식사하면서 불편할 건 없을 거야.”슬윤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역시 오빠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유진이구나.’“제가 직접 유진 씨에게 설명할 테니 괜찮을 거예요.”연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가방을 챙겨 나가려 했다.그 순간, 진구가 연하의 손목을 단단히 붙잡았고 깊은 갈색 눈동자가 여자를 뚫어지게 응시했다.“그저 밥 한 끼일 뿐인데, 너는 대체 뭘 그리 두려워하는 거야?”연하는 숨이 막히듯 놀랐다. 진구가 슬윤의 앞에서조차 자신을 잡아끌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슬윤 또한 눈길을 옮겨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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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8화

진구는 줄곧 말을 아끼다 마지막에 한마디만 던졌다.“네가 먹고 싶은 건 다 시켜도 돼.”슬윤은 그 말을 곧장 애정 어린 배려로 받아들였고, 얼굴 가득 수줍은 미소를 번졌다.진구의 시선은 맞은편에서 휴대폰을 보고 있던 연하에게 옮겨갔다.“아버님은 회복이 어때?”연하는 고개를 들어 담담히 대답했다.“많이 좋아지셨어요. 신경 써주셔서 감사드려요.”예전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진구는 연하를 늘 덜렁대고 까불며 예의 없는 사람이라고 놀리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지나치게 예의를 차리는 연하의 태도에 묘한 답답함이 밀려왔다.“앞으로야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관계겠지만, 그래도 친구 사이인데 그렇게까지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잖아?”연하는 고요히 미소 지으며 반박했다.“사적인 관계는 친구일 수 있지만, 일할 때는 상사가 상사고 부하가 부하죠. 그건 혼동하면 안 되니까요.”진구의 마음속에서 억눌린 화가 고개를 들었다.“너 아직 입사도 안 했어.”“그럼 오늘 이 식사는 친구의 호의인가요? 아니면 상사의 지시인가요?”연하의 눈빛은 단호했다. 만약 진구가 단순히 친구로서 부른 거라면 절대 오지 않았을 것이고, 오늘 이 자리에 나온 건 남자가 상사라는 이름으로 압박했기 때문이었다.슬윤이 날카롭게 끼어들었다.“연하 씨, 지난 직장에서 상사랑 부딪혀서 잘린 거 아닌가요?”연하는 얄미운 미소를 지으며 되받아쳤다.“맞아요, 절반은 맞습니다. 상사가 내 마음에 안들어서, 내가 상사를 잘랐죠.”이는 분명 진구를 향한 돌려 까기였다. 이에 슬윤의 얼굴이 굳어지고, 반격하려던 순간 진구가 말을 잘랐다.“슬윤아, 내 업무용 휴대폰 차에 두고 왔네. 좀 가져와 줄래?”진구의 휴대폰은 개인용과 업무용이 따로였기에 슬윤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아, 금방 가져올게요.”슬윤이 사라지자 진구는 연하를 똑바로 응시했다.“넌 주위 모든 것에 경계와 적대심을 품고 있네.”연하는 얕은 웃음을 흘렸다.“아니요? 저는 약한 사람 앞에서는 약하고, 강한 사람 앞에서는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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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9화

연하는 당연히 이견이 없었다.넓고 고급스러운 사장 전용 엘리베이터 안, 두 사람만의 고요한 시간이 흘렀다.잠시의 정적을 깨고 진구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슬윤이 어떻게 해서 너를 우리 회사로 끌어들인 거야?”연하는 여전히 똑같은 대답을 내놓았다.“성의가 10배라서요.”처음 들었을 때는 농담인 줄 알았지만, 다시 같은 말을 듣자 진구의 미간이좁혀졌다.“무슨 뜻이야?”그러나 연하는 더는 말하지 않았고 여자를 잘 아는 진구는 곧 눈빛이 어두워졌다.“걔가 약속한 건 돈이겠네. 성의가 열배라면, 월급이 열배?”뜻밖에도 정곡을 찔려 연하는 놀란 눈빛을 띠자 진구의 입술이 억눌린 듯 굳게 다물렸다. 얼굴에는 분노와 냉소가 동시에 스쳤다. 연하의 선택을 예상했던 듯 비웃으려 했지만, 정작 조롱할 기분도 사라졌다. 곰곰이 따져보니 이 일은 슬윤도, 자신도 모두 우스운 상황이었다.결국 진구는 아무 말도 남기지 않았고 엘리베이터가 멈추자 성큼 걸음을 내디뎠다.사무실로 돌아온 진구는 인사팀에 전화를 걸고, 이어 휘연을 불러 연하를 데리고 가 입사 절차를 진행하도록 했다.휘연은 사무실 안에서는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지만, 막상 문을 나서자 곧 표정이 돌변했다.며칠 전, 진구가 자신에게 유진에게 전화를 걸어 회사 복귀 시점을 알아보라 했을 때도 일부러 전화를 걸지 않았다. 대신 그 사실을 슬윤에게 흘렸다. 꾸준히 ‘진구가 유진을 특별히 아낀다’는 암시를 주어 슬윤의 경계심을 키우려 했다. 그렇게만 하면 유진의 복귀를 막을 수 있고, 비어 있는 수석 비서 자리를 자신이 차지할 수 있을 거라 계산했다.하지만 슬윤은 엉뚱하게 연하를 끌어들여 그 자리에 앉혀버렸다. 결국 본인은 허탕만 치고 오히려 밀려나는 신세가 된 것이다.속이 뒤틀린 휘연은 내색을 감추지 못했지만, 연하는 제 할 일에만 집중하느라 그 태도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절차를 마친 뒤 곧장 집으로 돌아갔고 사무실로 돌아온 휘연에게 진구가 물었다.“방연하 씨는요?”“입사 수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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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70화

유진은 약간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나 아직 회사에서 정식으로 퇴사한 게 아니야. 앞으로는 우리 동료네!”연하는 입꼬리를 올리며,“앞으로는 선배님한테 많이 배워야겠네.”유진은 호탕하게 웃었다.“걱정하지 마, 얼마든지 나한테 와. 내가 다 챙겨줄게!”연하도 따라 웃었고, 마음속에 쌓여 있던 음울하고 복잡한 기분이 대화 덕분에 한결 가벼워졌다.그날 밤, 슬윤이 약속한 아홉 배의 급여, 총 3천6백만 원이 통장에 입금되었다.잔고를 확인한 연하는 그제야 마음이 후련해졌다.주말아침 8시, 서천영은 아들인 진구의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섰다.현관을 들어서자마자 진한 담배 냄새가 코를 찔렀다.거실 테이블 위에는 경제 잡지가 널려 있고, 반쯤 남은 와인병이 놓여 있었다.그리고 재떨이는 담배꽁초로 가득 차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이에 서천영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예전엔 담배를 전혀 안 피우던 아들이 언제부턴가 담배를 손에서 놓지 못하게 된 것이다.그래서 서천영은 급히 가사 도우미에게 전화를 걸어 집을 치우라고 했다.그때 침실에서 인기척이 났다.헝클어진 머리 헐렁한 티셔츠와 바지를 입은 진구가 졸린 눈으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대충 손으로 머리를 쓸어 올리며 중얼거렸다.“엄마,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어요?”“너 늦잠 잘 줄 알고 아침 가져왔지.”서천영은 주방으로 향하며 안쓰러운 눈빛을 보냈다.“요즘 일 때문에 힘들지?”진구는 작은 찐빵을 입에 집어넣으며 퉁명스레 말했다.“괜찮아요.”“혼자 회사를 책임지느라 고생하는 건 알지만, 그렇다고 담배로 풀면 안 되지. 건강 다 해쳐.”서천영은 창문을 활짝 열어 신선한 공기를 들이고는, 보온병에서 해삼죽을 꺼내 그릇에 담아주었다.“하룻밤 내내 끓인 거야. 맛 좀 봐.”진구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 숟갈 떠먹었다.“맛있네요.”이에 서천영의 얼굴이 미소로 물들었다.“날씨도 좋은데 오늘은 슬윤이랑 데이트하지 그래.”“오늘은 회사 나가야 해요. 슬윤이한테도 얘기했어요.”“주말까지 일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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