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연의 얼굴빛이 하얗게 질렸다.“사장님이 좋아하는 건 임유진이잖아요. 아무도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없죠.”안석은 더 말하지 않고 천천히 휘연을 풀어주더니 입꼬리를 비틀며 음흉하게 웃었다.“새로 들어온 사람이 있으면 뭐 걱정이겠어? 갑자기 꽂힌 사장 비서라 모두의 눈길을 끌긴 하지만, 슬윤이 억지로 끼워 넣은 거라 진구가 마음에 들어 하겠어? 차라리 실수할 때만 기다렸다가 내쫓아 버리면 되지.”휘연은 그제야 눈이 번쩍 뜨였다.진구가 연하를 일조로 받아들인 건 슬윤의 체면을 구기지 않으려는 것일 뿐, 속으로는 분명 꺼리고 있을 것이다.이에 휘연은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네요.”“역시 영리하네.” 안석은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휘연의 얼굴을 움켜쥐듯 쓰다듬었다.“나는 먼저 나갈 테니, 너는 좀 있다가 나와.”“네.” 휘연은 얌전히 대답했고 안석이 떠나자 여자는 겨우 안정을 찾았다. 그리고 곧바로 머릿속에 연하를 곤란하게 만들 대책이 떠올랐다.회의실.연하는 진구의 옆자리에 앉아, 처음으로 여씨그룹 고위 임원 회의에 참석했다. 그 자리에서 진구가 이 회사에서 처한 입장을 대강 읽어낼 수 있었다.엄숙한 표정의 원로 임원들, 하나같이 노련한 여우 같은 눈빛이었고, 그중에는 여씨 일가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이 연하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경계와 탐색이 섞여 있었다.연하가 느닷없이 나타나자, 모두 속으로는 ‘누구의 사람이지?’ 하고 저울질하고 있었다.진구는 담담하게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내면에서 풍기는 강한 기세가 주변의 날카로운 기운을 눌러버렸다. 숱한 암투와 계략을 거쳐야만 만들어질 수 있는 기류였다.연하는 무심코 진구의 얼굴을 바라봤다. 개인적으로는 늘 장난스럽고 불평 가득한 모습만 보던 남자가, 이 자리에서는 완전히 달랐다. 몇 년 사이 진구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새삼 실감했다.진구가 걸어온 길이 얼마나 고단했을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그래서 유진이 진구의 마음속에서 그토록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