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4161 - Chapter 4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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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1화

“화영 씨 안목은 제가 믿어요. 그러니 화영 씨가 어울린다고 하면 분명 어울릴 거예요.”신혁이 시원하게 웃으며 말하자 화영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그래도 한 번 직접 보세요.”기둥과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우행은 그 자리에 잠시 서 있었다.우행은 두 사람이 진지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몇 분간 바라보다가 조용히 돌아섰다.파티가 거의 끝나갈 즈음, 화영은 문득 우행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그래서 신혁에게 정중히 인사하고 남자를 두고 밖으로 나섰다.파티장 복도, 우행은 통유리창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이때 화영이 다가가며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고객 한 분을 만나느라 늦었어요. 오래 기다렸죠?”그러자 우행은 돌아서며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화영은 우행의 셔츠 위에 묻은 붉은 입술 자국을 보고 장난스럽게 말했다.“오, 여성분을 만나기라도 하셨나 봐요? 제가 눈치 없게 온 건가요?”우행은 시선을 내려 셔츠를 확인하고 담담히 말했다.“단순한 사고였어요.”그러고는 담배를 꺼트리며 물었다.“이제 돌아갈까요?”“전 잠깐 회사에 들러야 해요. 처리할 일이 조금 있어서요.”“그래요. 조심해서 가요.”“네, 이따 연락할게요.”화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조용히 돌아섰다.파티장은 3층이었다.우행은 창가에 서서 화영이 호텔 정문을 나서는 모습을 내려다봤다.마이바흐 한 대가 화영의 앞에 멈춰 섰고 신혁이 뒷좌석에서 내려 직접 문을 열어주었다.문을 열어주는 신혁의 표정에는 다정함이 묻어 있었다.차가 멀어질 때까지 우행은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도시의 고층 건물들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으나, 우행의 눈앞에는 그 어떤 빛도 없었고 그저 공허함만 남아 있었다.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이었다.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휴대전화를 꺼낸 우행은 화면에 아무 메시지도 없는 것을 발견했다.집 안은 어둡고 조용했고 우행은 현관등만 켜둔 채 발코니로 나가 담배를 피웠다.겨울 저녁은 짧았다.한 대를 다 피울 즈음 마지막 희미한 빛마저 어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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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2화

두 사람은 저녁을 먹으러 나가지 않았다.화영은 비서에게 배달 음식을 주문하게 했고, 식사를 마치자마자 다시 일에 몰두했다.잠시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밤 10시가 넘어 있었다.쉬는 틈에 휴대폰을 확인하니 메시지가 여러 개 들어와 있었다.오여윤이 보낸 풍경 사진, 가족의 부재중 전화, 그리고 고객의 연락도 있었다.화영은 메시지 몇 통을 답하고 가족에게 전화를 걸자 그렇게 또 30분이 훌쩍 흘렀다.비서가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들고 들어왔다.“인제 그만 쉬세요. 남은 건 제가 할게요.”화영은 잠시 생각에 잠긴 채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눈앞에 쌓인 보고서와 자료들을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었다.“이제 늦었어요. 우리 둘 다 퇴근하죠. 이건 집에 가져가서 볼게요.”“그럼 사인만 하시면 제가 내일 아침에 가져갈게요.”화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류를 정리했다.“다음 주쯤엔 나도 출근할 수 있을 거예요.”그러자 비서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정말요? 너무 잘됐네요!”화영은 바람처럼 코트를 걸치고 문을 열었다.“오늘은 여기까지 해요. 택시비는 내가 처리해 줄 거고 이번 야근수당은 세 배로 계산해 줄게요.”“총괄 디자이너님 만세!”뜻밖의 호사에 비서는 환호하며 손을 들었다.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자정이 가까웠다.현관 불만 켜져 있었고 그 빛이 은은하게 공간을 비췄는데 우행이 켜둔 불이었다.화영은 신발을 갈아 신고 조용히 거실로 걸어갔다.집 안은 고요했지만 창밖 도시는 네온사인과 물결처럼 일렁이는 불빛에 여전히 눈부셨다.화영은 발코니에 서서 잠시 야경을 바라보다가 방으로 돌아갔다.그날 밤, 화영은 이상한 꿈을 꾸었다.늘 가던 바에서 바텐더가 낯선 얼굴로 물었다.“무엇을 드릴까요?”그 순간 장면이 바뀌었다.우행, 박수호, 이희문 등이 테이블에 함께 앉아 있었다.이때 수호가 물었다.“우행아, 셔츠에 왜 여자 립스틱 자국이 있어?”그러자 우행은 고개를 숙여 셔츠를 보고 묘하게 웃었다.“왜 안 데려왔어? 우리 다 아는 사인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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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3화

“그럼 대신 수령해 주시겠어요?”직원이 그렇게 말하며 손에 들고 있던 쇼핑백을 화영에게 내밀었고, 여자는 그것을 받아 들며 차분히 말했다.“제가 전해주죠.”“감사드려요.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볼게요.”직원은 공손하게 인사하고 돌아서자 화영은 문을 닫고 쇼핑백을 들고 거실로 돌아왔다.가방 안에는 고급 셔츠 한 벌과 함께 작은 카드 한 장이 들어 있었다.[화내지 마요. 같은 브랜드 새 셔츠 하나 선물할게요. 그리고 다음엔 꼭 조심할게요!]서명한 사람은 현연이었다.화영은 문득 어제 봤던 장면이 떠올랐다.우행의 셔츠에 묻어 있던 립스틱 자국, 그리고 새벽녘 꾸었던 이상한 꿈까지.이미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꿈속의 장면이 다시 생생하게 되살아났다.역시 꿈은 꿈이었는지 머릿속은 뒤죽박죽 알 수 없는 혼란뿐이었다.곧 화영은 휴대폰을 꺼내 우행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누군가 셔츠를 집으로 보냈어요. 현연이라는 사람이 보냈네요.]메시지를 보내자마자 화면이 꺼지기도 전에 우행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그 여자가 어떻게 집 주소를 알았죠?]이에 화영은 눈썹을 살짝 올리며 부드럽게 웃었다.“난 그 사람이 누군지도 몰라서 그건 답할 수 없네요.”우행은 잠시 말이 없었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요.]“괜찮아요.”우행이 다시 묻자 화영은 시선을 돌렸다.[그 셔츠 받았어요?]“집에 아무도 없어서 제가 대신 받았어요. 미리 물어보지 못한 건 미안해요.”[아니에요, 그게 화영 씨 탓은 아니죠.]우행은 말을 잠시 멈추고 덧붙였다.[알겠어요.]“그럼 셔츠는 거실에 둘게요.”화영의 목소리는 잔잔하고 고요했다.“이제 일 방해 안 할게요.”이에 우행이 짧게 대답하자 화영은 전화를 끊었다.한편, 우행은 휴대폰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고 의자에 몸을 기대며 두 손을 깍지 끼었다.이유를 알 수 없는 답답함이 가슴 깊은 곳에서 느껴졌다.우행은 원래도 냉정한 인상이었지만 이 순간의 얼굴은 더 차갑게 굳어 있었다.깊게 찌푸린 미간과 날 선 분위기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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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4화

호텔 안으로 들어선 뒤, 주홍석은 부하 직원들에게 예약해 둔 방으로 가라고 지시하고는 자신은 현연을 데리고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이제 말해봐. 이번엔 또 무슨 꿍꿍이야?”주홍석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묻자 현연은 입술을 깨물며 기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아빠, 오늘 임씨그룹의 진우행 부사장 만나신다면서요? 나도 같이 가면 안 돼요?”“같이 가서 뭐 하려고?”“아빠가 나한테 회사 경험 쌓으라고 하셨잖아요. 지금이 딱 좋은 기회라고요.”“안 돼. 오늘은 아주 중요한 건이라 네가 끼어들면 안 돼.”주홍석은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아빠, 제발요. 그냥 구경만 하게 해주세요. 절대 끼어들지도, 방해하지도 않을게요.”현연이 간절하게 주홍석의 팔을 흔들었다.딸의 간절한 모습에 주홍석은 눈을 가늘게 뜨며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평소엔 회사 일이라면 귀찮다며 관심도 안 두더니 오늘은 왜 이렇게 적극적이냐? 뭔가 수상한데?”현연은 시선을 피하며 말없이 입술만 달싹였다.그러나 부녀 사이는 부녀 사이인지라 주홍석은 단번에 눈치를 챘다.“설마 너 진우행 부사장 만나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정곡을 찌르는 말에 현연의 얼굴은 순간 붉게 달아올랐다.“그냥 뭐 그럴 수도 있죠.”주홍석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너 그 사람을 좋아한다고? 언제부터야?”“아빠 왜 그렇게 놀라요? 좋아하면 어때요? 나 벌써 알아봤어요. 결혼도 안 했잖아요.”주홍석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우행은 인품 단정하고 유능하며, 임씨그룹의 부사장이자 구택의 신임을 받는 핵심 인물이었다.“하지만 그 사람은 너보다 거의 열 살은 많아.”“열 살이면 어때요? 결혼만 안 했으면 상관없죠.”현연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당당하게 말하자 주홍석은 말문이 막혔다.지금까지 임씨그룹과의 협력을 위해 우행에게 늘 낮은 자세로 대했는데, 그런 사람이 사위가 될지도 모른다니.참 말 그대로 황당한 일이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게 꼭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아빠, 도와주세요.”현연이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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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5화

“술 취하면 어떻게 데이트해요?”현연이 혼잣말하듯 중얼거리자, 주홍석은 피식 웃으며 대답 대신 손을 흔들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현연은 혼자 남은 방 안에서 조급함과 기대가 뒤섞인 얼굴로 기다렸다.한 시간 반쯤 지나서야 아버지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현연은 반사적으로 소파에서 뛰쳐나오며 신발을 신으려다 문 앞에서 갑자기 멈춰 섰다.거울 속 자신의 얼굴이 떠올랐다.“이대로 나가면 안 되지.”그러고는 재빨리 화장실로 들어가 화장을 고쳤다.립글로스를 덧바르고 머리를 다듬은 후, 온몸을 거울 앞에서 한 바퀴 훑어보고야 비로소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현연은 가볍게 숨을 고른 뒤 설레는 마음으로 호텔 2층 레스토랑으로 향했다.그곳은 F국풍의 레스토랑이었다.우아한 바이올린 선율이 공간을 감싸고, 크리스털 조명이 천장에서 반짝이자 벽쪽에 있는 조각에 은은한 그림자가 생겼다.현연은 안내받은 자리에 앉은 뒤 작은 거울을 꺼내 화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왠지 모르게 맞선을 보러 온 사람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그때, 입구 쪽에서 낯익은 실루엣이 다가왔다.남자는 곧장 이쪽으로 걸어왔고 그 순간 현연의 긴장이 기쁨으로 바뀌었다.“부사장님!”현연이 반짝이는 눈빛으로 일어나 인사하자 우행은 순간 놀란 표정으로 걸음을 멈췄다.“주현연 씨?”우행은 잠시 이해가 되지 않았다.술자리가 끝나기도 전에 주홍석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호텔 2층 식당으로 내려오라고 한 것이었다.그래서 우행은 단순히 비즈니스 이야기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정작 마주한 건 주홍석의 딸이었다.우행이 곧바로 상황을 파악할 거라는 걸 그제야 눈치챘고 이에 얼른 그럴싸한 핑계를 대면서 둘러댔다.“아빠가 급한 일이 생겨서요. 부사장님더러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하셨어요. 곧 내려오신대요.”우행은 현연의 거짓말을 단번에 알아차렸다.주홍석이 자신을 따로 부를 정도라면 업무상의 중요한 얘기일 터였다.그런데 딸을 보낸다는 건 분명 속셈이 있었다.우행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조용히 자리에 앉고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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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6화

화영은 고개를 돌려 다가오는 사람을 바라봤다.“한밤중에 불려 나왔는데, 본인이 나라면 기분이 좋겠어요?”화영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남자는 키가 훤칠했고 맞춤 슈트를 입은 채 긴 다리를 느긋하게 뻗으며 화영의 옆자리에 앉았다.“어쩔 수 없죠. 두 시간 전에야 강성에 도착했거든요. 내일 새벽엔 또 비행기 타고 경성으로 가야 하니까 이 시간밖에 안 됐어요.”화영은 와인 잔을 남자의 앞으로 밀며 말했다.“그럼 제가 영광이네요. 이 늦은 시간에 유 사장님을 모시게 돼서요.”유연성, 동아시아 최대의 보석 공급업체 사장으로, 서국에 자체 다이아몬드 광산까지 보유한 인물이었다.화영과는 오랜 협력 관계로 이젠 일 얘기뿐 아니라 사적인 대화도 나눌 만큼 편한 사이였다.그러나 아무리 가까워도 이익 앞에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화영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직접 오셨으니 성의도 보여주셔야죠. 저희 측이 요청한 원석 단가, 5% 더 낮춰주세요. 그 정도는 되죠?”연성은 미소를 띤 채 잔을 들어 올렸다.“공짜로 줄게요. 한 푼도 안 받을게요.”이에 화영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이번엔 또 무슨 꿍꿍이에요?”“이번엔 진짜 중요한 얘기예요.”연성의 표정이 진지하게 바뀌었다.“새로운 주얼리 브랜드를 직접 만들려고 하는데, 화영 씨 지엠 그만두고 우리 회사로 와줘요.”화영은 연성을 잠시 바라보다가 말없이 자리에서 내려왔다.“잘 가세요, 사장님. 내일은 늦잠 잘 거라 배웅은 생략할게요.”화영이 돌아서자 연성은 어이없는 듯 웃으며 말했다.“화영 씨, 잠깐만요! 일단 내 말끝까지 들어봐요.”화영은 멈춰서서 연성을 바라보다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회사 본사는 경성에 둘 거예요. 그러면 화영 씨도 부모님 곁으로 돌아갈 수 있죠.나는 당신의 실력과 인맥이 필요하고 우리 관계는 동업으로 해요.”“화영 씨 지분은 30%, 게다가 본사 근처에 150평 넘는 단독주택도 제공할게요. 어때요?”“내가 어떤 브랜드를 만들든 시작만 하면 바로 업계 일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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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7화

연성과 거의 한 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눈 뒤, 화영은 잠시 자리를 비워 세면대로 향했다.세면대에서 손을 씻던 중 옆에서 다소 놀란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화영 씨?”그 목소리는 겉으로는 공손했지만 묘하게 얕잡아보는 기색이 섞여 있었다.화영이 고개를 들어 거울을 바라보자 거기에는 노가윤이 서 있었다.가윤은 세면대 옆에서 손을 씻으며 거울을 사이에 두고 화영과 시선을 맞췄다.번쩍이는 대리석 벽과 황금빛 조명 속에서 가윤의 짙은 화장은 더욱 도드라졌고, 섬세하기보다는 날카로웠다.“이런 데서 다 보네요?”가윤이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을 걸었다.“그러게요.”화영은 짧게 대답하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대로 자리를 떠나려 했다.세상에는 굳이 시간을 써서 관계를 맺을 필요가 없는 사람이 있었고, 가윤은 그 부류였다.그러나 화영이 몸을 비켜 지나가기 전에 가윤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길을 막았다.“그날 음료 쏟았던 거 아직 갚지도 못했네요.”그 말투엔 묘한 비아냥이 섞여 있자 화영은 차분히 말했다.“신경 쓰지 마세요. 그건 제가 드린 거라서요.”가윤의 입가에 비웃음이 번졌다.“술집에서 일부러 우연을 가장하고, 남자 취했을 때 옆에 붙은 다음, 상처 좀 내서 동정심 자극하고 참 능숙하시더라고요.”“화영 씨, 다들 재능 있다고 하던데 혹시 그 재능이 남자 꼬시는 기술인가요?”화영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이건 서로 원해서 생긴 일이고 가윤 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더럽지 않아요.”“그리고 같은 수법이라도 남자 상대로 쓰면 능수능란 여자 상대로 쓰면 어리석은 짓이죠.”그 말에 가윤의 얼굴이 굳었다.순간 분노가 치밀어오른 듯, 세면대 위의 핸드워시 병을 집어 들더니 화영을 향해 내리쳤다.그 병은 두꺼운 도자기 재질이었기에 맞기라도 하면 얼굴이 그대로 찢어질 만큼 위험했다.화영은 몸을 비틀며 피했고 순간적으로 손을 뻗어 가윤의 어깨를 밀쳤다.하이힐을 신은 가윤은 중심을 잃고 세면대에 부딪혀 비틀거렸다.그러나 곧 다시 몸을 일으켜 광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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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8화

화영의 손끝에 힘이 들어가자 가윤은 숨이 막히는 듯 몸부림쳤다.가윤이 고통에 찬 얼굴로 몸을 비트는 순간 화영은 손의 힘을 조금 풀더니 여자의 옷깃을 움켜쥐어 그대로 밀쳐냈다.가윤은 분노에 치를 떨며 다시 달려들려 하던 그때 뒤쪽에서 현연이 소리쳤다.“언니 비켜요! 내가 할게요!”화영이 고개를 홱 돌리자, 현연이 바닥에 있던 쓰레기통을 들고 가윤의 머리 위로 휘둘러 내리치려 달려오고 있었다.가윤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고 등 뒤는 바로 화장실 문이었다.그렇게 가윤은 그대로 밖으로 밀려 나가듯 나가버렸고, 화영은 곧장 문을 쾅 닫고 잠금장치를 돌렸다.현연은 미처 제동을 못 걸어 문에 부딪칠 뻔했지만, 화영이 재빨리 손을 뻗어 그녀를 잡아당겼다.“왜 그 문을 닫아요? 내가 그 여자 머리에 쓰레기통 씌워줄라 그랬는데!”화영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잠시 후 사람들이 몰려오면 누구 얼굴이 더 창피할지 생각해 봐요.”현연은 아쉬운 듯 쓰레기통을 내려놓았다. “진짜 너무 건방져요. 세상에, 나보다 더 건방진 여자는 처음 봤다니까요! 게다가 내 목숨을 돈 주고 산다니! 어이가 없어서!”밖에서는 여전히 가윤이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화영 씨! 열어요! 겁쟁이처럼 숨지 말고 나오라고요!”현연은 홧김에 문으로 달려갔지만 화영이 팔을 뻗어 그녀를 막았다.“상대할 가치도 없으니 그냥 둬요.”잠시 정적이 흐른 뒤 주현연이 호기심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언니, 근데 왜 싸운 거예요?”화영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남자 때문이요.”현연은 입을 벌리고 놀라다가 곧 고개를 끄덕였다.“아, 그러면 그렇죠!”두 사람은 몸에 묻은 핸드워시를 씻기 위해 세면대로 갔다.화영은 가방에서 티슈를 꺼내 현연의 머리카락에 묻은 액체를 닦아주었다.그러자 현연은 눈을 반짝이며 웃었다.“저는 주현연이라고 해요. 언니는요?”화영은 순간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현연, 그 사람이 이 사람이었구나.’“화영이에요.”짧게 답하며 물었다.“그런데 왜 여기에 온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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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9화

화영의 휴대전화가 울렸는데 유연성이 기다리다 못해 전화를 건 것이다.이에 화영은 전화받아 조용히 말했다.“금방 갈게요.”전화를 끊고 나서 현연에게 고개를 돌렸다.“오늘 일 도와줘서 고마워요.”“별말씀을요!”현연이 해맑게 웃자 화영은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가볍게 손을 흔들며 밖으로 걸어 나갔다.현연은 화영의 우아한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문득 우행이 떠올랐다.그 순간, 알 수 없는 감정이 스쳤다.‘아 저런 여자가 부사장님 같은 남자에게 어울리겠구나.’화영이 다시 라운지 바에 도착하자 연성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조금만 더 늦었으면 내가 직접 찾으러 갈 뻔했네요.”화영은 가볍게 웃었다.“잠깐 일이 생겨서요.”연성의 시선이 화영의 목선으로 내려갔는데 붉게 긁힌 자국이 선명했다.“무슨 일 있었어요?”연성의 목소리엔 놀라움과 걱정이 섞여 있었다.깨진 도자기 조각에 스친 상처였고 핸드워시가 닿아 더 붉게 보였을 뿐이었다.이에 화영은 태연하게 설명했다.“어떤 여자가 술에 취해서 화장실에서 소란을 피웠어요. 핸드워사 병이 깨져서 여기저기 튄 거예요.”연성은 안도하듯 숨을 내쉬며 코웃음을 지었다.“남자한테 안 통하니까 결국 여자들한테 화 푸는 거겠죠.”화영은 잠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유리창 밖으로 강성의 밤거리가 번져 있었다.그리고 화영의 마음속에는 가윤의 얼굴과 현연의 표정이 겹쳤다.“그럴 수도 있겠네요.”화영의 목소리는 조용하고 피곤했다.둘은 다시 일 얘기로 돌아가 계약서를 조정하자 마지막으로 연성이 서명을 마쳤다.화영은 서류를 정리하며 말했다.“이제 저는 가봐야겠네요.”연성이 웃었다.“이건 너무 빠른 퇴장이잖아요. 오랜만에 보는데 좀 더 있어 주면 안 돼요?”“내일 아침 비행기잖아요. 지금 자야 피곤 덜 하죠.”“하하, 역시 일 얘기 아니면 단호하네.”연성이 눈썹을 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곧 다시 강성에 올 거니까 그때 화영 씨 집에서 한잔해요.”화영이 미소를 지었다.“좋아요. 대신 술은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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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70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화영의 휴대전화가 울렸는데 소희였다.두 사람은 봄 시즌 신제품 발표회 준비 일정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나눴다.통화 중에 누군가 소희에게 무언가를 먹여주는 듯한 소리가 들리자 화영이 웃으며 말했다.“이 시간까지 일하는 거야? 임 사장님이 걱정하시겠네. 얼른 자, 내일 얘기하고.”소희는 입안에 음식을 물고 흐릿한 목소리로 물었다.[부사장이랑 잘 지내?]화영은 담담히 대답했다.“잘 지내지. 그 사람은 사람을 잘 챙겨주거든.”소희가 웃었다.[연희가 요즘 몸조리한다고 보양식 엄청 샀어. 그중에 상처 회복에 좋은 것도 있다던데 보내줄게.]성연희는 임신 중이라 늘 보양식을 두 세트씩 주문했다.자기 몫 하나, 소희 몫 하나였는데 같이 먹어야 복이 따른다는 게 연희의 논리였다.화영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이번 주 일요일에 제집으로 돌아갈 거야. 그리고 다음 주부터는 출근도 정상적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아.”[벌써 돌아간다고?]소희는 놀란 목소리를 냈다.두 사람이 꽤 오래 사귀고 있어서 동거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이었다.“다리 다 나았는데 계속 남의 집에 있을 순 없잖아.”화영의 목소리는 가볍고 평온했고, 그 말투에서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아 소희는 자신이 오해했음을 깨달았다.[짐 옮길 때 도와줄까?]“괜찮아. 짐도 얼마 없어.”둘은 몇 마디 더 나누고는 통화를 끝냈다.집에 도착했을 때 우행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집 안은 불이 꺼져 있었고 유리벽 밖으로 도시의 불빛이 잔잔히 반사되고 있어 고요하고 차분한 느낌이 물씬 났다.화영은 샤워를 마친 후 곧장 잠자리에 들지 않고 책상 위에 앉아 다음 분기 연성과의 협력 계약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한편, 우행은 현연을 단칼에 거절한 뒤 약속이 있던 호텔로 돌아왔다.이미 주홍석은 회의실로 복귀해 있었고 우행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남자는 급히 일어나며 말했다.“죄송해요. 제가 잠시 자리를 비웠네요.”그러나 우행은 담담히 손을 들어 보였다.“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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