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4171 - Chapter 4180

4344 Chapters

제4171화

그런 생각이 스치듯 지나갔지만 우행은 더 깊이 따지지 않았다.그래서 코트를 걸어두고 거실 안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집 안은 어둡고 고요했기에 우행은 화영이 이미 잠들었을 거라 생각했다.그런데 화영의 방 앞을 지나치려는 순간 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실내는 희미한 어둠에 잠겨 있어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문이 열려 있는 걸 보니 화영이 방에 없는 게 분명했다.우행은 무심히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으나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이에 우행은 조심스럽게 문을 밀고 들어가 불을 켰으나 역시 침대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이 시간에, 대체 어디 간 걸까?’우행은 무의식적으로 눈썹을 찌푸렸다.이에 잠시 생각하다가 역시 전화를 걸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그래도 지금은 내가 화영 씨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니까.’우행이 휴대전화를 꺼내는 순간 시선이 거실 맞은편 복도로 향했다.집 구조는 좌우 대칭이었고 그쪽에도 두 개의 방이 있었다.하나는 화영의 서재였고 다른 하나는 화영이 임시로 쓰는 방이었다.복도 안쪽에서 희미하게 빛이 새어 나오고 있자 우행은 발걸음을 옮겨 조금 열린 문 앞에서 다시 한번 노크했다.그러나 이번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이제는 조금 짜증이 나던 우행은 문을 밀고 들어갔다.옷장과 진열장이 놓인 짧은 복도를 지나자 시야에 환한 조명이 들어왔다.화영이 책상에 기대어 앉아 있었는데 손등으로 턱을 괸 채 그대로 잠이 들어 있었다.화영은 진한 자줏빛의 실크 가운을 걸치고 있었다.가운의 매끄러운 재질이 조명 아래서 은은한 윤곽을 드러냈다.희고 매끄러운 피부와 어우러진 실루엣은 기품 있으면서도 묘하게 유혹적이었다.우행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지면서 조심스럽게 다가갔지만, 화영의 목덜미 근처에 난 붉은 자국을 본 순간 걸음을 멈췄다.가운의 옷깃이 그 자국을 절반쯤 가리고 있었지만 그래서 더 눈에 띄었다.오늘 하루 세 번의 술자리를 소화한 우행인지라 남은 술기운이 한꺼번에 치밀어 올랐고 묘하게 심장이 막히는 기분이었다.우행
Read more

제4172화

다음 날 아침, 화영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우행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공항 가는 중이에요. 며칠 출장을 다녀올 거예요. 도우미 아주머니께 화영 씨 잘 챙겨주라고 부탁했어요.]잠시 뒤, 또 메시지 한 통이 왔다.[미안해요. 요즘 너무 바빴어요.]화영은 몸을 일으켜 커튼을 열자 창밖은 안개가 자욱하게 내려앉아 있었다.햇빛은 짙은 회색빛 안개에 가려져 힘없이 퍼져 있었다.이에 화영은 그 메시지에 답장을 보냈다.[괜찮아요. 제 다리 이제 다 나았어요. 오늘 집으로 돌아갈게요.]그러자 몇 분이 지나서야 답이 왔다.[내가 돌아온 다음에 가요.]화영이 다시 키보드를 쳤다.[괜찮아요. 캐리어 하나뿐이에요. 혼자 옮길 수 있어요.]그러나 우행의 답은 똑같았다.[내가 돌아오면 그때 가요.]이에 화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휴대전화를 내려다봤다.[왜요?]잠시 후, 짧은 답이 왔다.[돌아가서 얘기해요.]한마디 한마디 아껴 쓰는 사람답게 필요 이상으로 말하지 않았다.화영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뭐, 주말인데 집에 없으니 어디 있든 별다를 게 없지 않나?’날씨가 흐려 외출할 마음도 들지 않았기에 화영은 혼자 소파에 기대 해외 패션쇼 영상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점심 무렵, 도우미 아주머니가 도착해 집 안을 정리하고 점심 준비를 시작했다.아주머니는 장을 봐온 식재료들을 한가득 들고 오자 화영이 대신 들어주며 말했다.“이걸 다요? 저 혼자 못 먹어요.”“이건 선생님이 따로 사 오라고 하셨어요.”아주머니가 싱글벙글 웃으며 대답했다.“선생님이 그러시더라고요. 화영 양이 편식하면 안 되니까 반찬을 여러 가지로 하라고요.”화영이 피식 웃었다.“그럴 리가요.”화영은 거의 매일 혼자 점심을 먹었지만, 항상 반찬 네 가지에 국 한 그릇을 먹었다.또한 그 반찬들도 고기와 채소가 균형 잡혀 나왔으며 한 번도 같은 메뉴가 반복된 적이 없었다.아주머니는 과일 봉지를 꺼내며 덧붙였다.“진 선생님은 참 세심하세요. 요 며칠 몸이 안 좋으니까 수박이나
Read more

제4173화

송혜라가 손에 과일과 간식을 들고 다정하게 웃었다.“나랑 희유가 근처에 볼 일이 있어서 들렀어요. 방해한 건 아니죠?”화영이 급히 말했다.“아니에요, 어머님, 희유씨 들어오세요.”희유는 슬리퍼로 갈아신으며 거실로 들어가 자연스러운 어조로 물었다.“언니, 꽃병 있어요? 제가 이 꽃들 꽂아드릴게요.”우행의 집에는 꽃병이 없었다. 우행은 꽃을 사는 법이 없었고, 누가 보내온 꽃도 모두 1층 관리인에게 맡겨버리곤 했다.화영은 잠시 생각하다가 진우행의 서재에 장식용으로 두었던 예술 작품 꽃병이 떠올랐고, 어쩔 수 없이 그것을 꺼내 희유에게 내밀었다.우행이 먼 곳에서 출장 중이지만, 만약 이 장면을 본다면 수억 원을 주고 산 I국 작가의 작품을 꽃병으로 써버린 화영을 보고 과연 태연할 수 있을까?그러자 희유가 꽃병을 보며 살짝 불만을 내비쳤다.“이거 너무 크고 입구가 좁네요. 그래도 뭐, 그냥 이걸로 쓸게요.”희유도 아마 이 사촌오빠 집에서 꽃병 하나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이에 화영은 꽃병을 건네고 다시 부엌으로 가 송혜라를 도왔다.송혜라는 가져온 보관용기를 냉장고에 넣으며 부드럽게 웃었다.“이건 우리 집 아주머니가 만든 반찬들이에요. 이틀은 거뜬히 둘 수 있으니까 천천히 먹어요.”화영이 감사히 말했다.“정말 드려요, 어머님.”송혜라가 미안한 듯 말했다.“더 일찍 와봐야 했는데 괜히 방해될까 싶어서 미뤘어요. 오늘 우행이가 출장 갔다길래 희유랑 같이 온 거고요.”화영은 차분히 웃었지만 속으로는 불안이 스쳤다.지금의 자신은 ‘가짜 여자친구’인데, 송혜라의 따뜻한 마음은 너무나 진심이었기 때문이었다.희유는 꽃을 거실 중앙 테이블 위에 놓자 차가운 색감의 인테리어 속에서 꽃이 선명히 피어나듯 어우러졌다. 약간의 이질감이 오히려 공간을 생기 있게 만들었다.이에 화영이 가볍게 웃었다.“고마워, 희유씨.”“우리 가족끼리 그런 말 하지 말아요.”희유가 송혜라 곁으로 다가가 딸처럼 팔짱을 끼며 화영에게 웃었다.
Read more

제4174화

화영이 답장을 보내기도 전에 우행에게서 다시 메시지가 도착했다.[여기 일이 조금 복잡해서 이틀쯤 더 머물 것 같아요.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내가 돌아갈 때까지 기다려요.]바로 그때 희유가 옆으로 다가와 앉더니 화영의 휴대폰 화면을 흘끗 보고는 장난스럽게 웃었다.“와, 우리 오빠도 이런 말 할 줄 아네요? 나는 맨날 일 얘기만 하는 사람인 줄 알았어요.”그 말에 화영은 반사적으로 휴대폰을 뒤집으며 웃었다.“옷은 마음에 들어요? 잘 맞아요?”우행의 말은 집을 나가지 말고 자신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뜻이었다.하지만 그걸 희유에게 설명할 수는 없었다.희유는 화제를 바꾸려는 화영의 의도를 모르는 듯 여전히 미소를 띠며 말했다.“우리 오빠, 사실 엄청 다정해요. 나 고등학교 때 기숙사에 있었거든요.”“그때 자주 차 몰고 와서 간식도 챙겨주고, 날씨 추워지면 부모님보다 더 빨리 옷을 가져다줬어요. 그때 오빠는 또...”희유가 갑자기 말을 멈췄다. 얼굴빛이 순간 굳었고 무심코 잘못된 이야기를 꺼낸 걸 깨달은 듯했는지, 잠시 머뭇거리다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아무튼 겉으로는 차가워 보여도, 속은 따듯한 사람이에요!”속은 뜨겁다는 말에 화영은 속으로 웃음을 참았다. ‘과연 그 말이 우행 씨를 묘사할 수 있는 말이 맞을까?”그때 송혜라가 다가왔다.“둘이서 무슨 이야기하고 있어?”“오빠 얘기요!” 희유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아까 오빠가 언니한테 보낸 메시지 살짝 봤는데, 마음이 엄청 급해 보이던데요?”화영이 놀라 눈을 살짝 떴다.‘어디를 봐서 마음이 급해 보인다는 걸까?’송혜라는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연애하니까 사람이 달라졌네.”희유는 눈썹을 장난스럽게 치켜올렸다.“그러니까요. 우리 오빠도 결국 평범한 남자예요. 언니 같은 미인은 보고 있으니 당연히 마음이 움직이죠.”화영은 뭐라 답하지 못하고 그저 조용히 웃었다.그 분위기가 정말로 연인 사이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그때 우행에게서 또 메시지가 왔다.[?
Read more

제4175화

화영은 화요일 저녁, 이신혁의 할머니인 하영희의 생일파티에 참석했다.며칠 전 화영이 디자인한 루비 세트 주얼리는 이미 신혁의 손에 전달되었고, 남자는 결과에 무척 만족했다. 신혁은 심지어 약속된 금액보다 10%를 더 얹어 주었다.화영은 별도로 진심이 담긴 생신 선물도 준비해 두었다.신혁의 집안은 강성에서도 손꼽히는 명문가였다. 하영희는 아들 셋과 딸 둘 그리고 손자 손녀들까지 대가족을 이루고 있었고, 친척들과 손님들이 한자리에 모여 잔치 분위기는 매우 성대했다.파티장은 전통적인 분위기로 꾸며져 있었다. 벽면의 병풍에는 장수를 상징하는 자수가 걸려 있었고, 센터에는 붉은빛의 금사로 학 무늬가 수 놓인 긴 한복을 입은 하영희가 단정히 앉아 있었다. 그 모습에서 기품과 여유가 동시에 느껴졌다.신혁은 화영을 데리고 하영희에게 인사드리며 말했다.“할머니, 이건 제가 드린 선물인데 화영 씨가 직접 디자인한 작품이에요.”할머니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정말 근사하네요. 고마워요, 화영 씨.”화영은 고개를 숙이며 부드럽게 웃었다.“보석보다 더 귀한 건 신혁 씨의 효심이죠.”그 말에 하영희의 웃음이 더욱 깊어졌고 옆에 있던 신혁의 눈빛도 유난히 따뜻했다.이신혁의 어머니 배문희는 아들의 눈빛을 보고 모든 걸 눈치챘다. 그리고 은근히 둘을 이어보려는 듯 직원에게 말했다.“화영 씨는 귀한 손님이니 여기 자리를 하나 더 마련해요.”이에 화영이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괜찮아요. 사실 친구가 따로 와 있어서 그쪽으로 가야 해요.”그러자 배문희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그럼 그렇게 해요. 듣자 하니 지엠의 봄 신상품이 곧 나온다던데 나중에 꼭 소개 좀 부탁해요.”“물론이죠.”화영은 단정하게 웃었다.“그럼 전 실례할게요. 할머님 생신 다시 한번 축하드려요.”화영이 물러나자 배문희는 아들에게 살짝 눈짓을 보냈다.그 신호를 바로 알아챈 신혁은 화영을 뒤따라 나섰다.복도에서 신혁이 다가오자 화영은 미소를 지었다.“굳이 신경 안 써도 돼요.
Read more

제4176화

“현연아, 어서 와서 할머니께 축하 인사드려라!”주홍석이 부르자 현연은 급히 앞으로 나가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할머님,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웃을 일이 가득하시길 바랄게요.”정성 어린 축하 인사에 하영희의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그래, 착하구나. 네 아버지 닮아서 말도 곱게 하네.”그렇게 주홍석 부녀가 인사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자 현연은 자연스레 파티장을 둘러보았다.그때 멀리서 화영의 모습을 발견했다.하지만 사람들 사이로 시선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막상 그곳으로 향했을 때는 이미 화영이 사라진 뒤였다.그래도 이제 확신할 수 있었다.방금 사람들이 떠들던 화영이라는 사람은 바로 며칠 전 호텔에서 자신이 마주쳤던 바로 그 여자라는 것을.파티장은 점점 더 떠들썩해졌다.이씨 집안은 유명 가수와 연예인까지 초청해 축하 무대를 준비했지만, 현연에겐 그저 따분할 뿐이었다.결국 화영은 슬그머니 자리를 빠져나와 1층 로비로 내려가 휴대폰 게임을 켰다.막 첫판이 시작되었을 무렵 맞은편에 누군가가 앉았는데 현연이 흘깃 올려보곤 속으로 욕이 나왔다.‘운도 더럽게 없네.’그 자리에 앉은 사람은 다름 아닌 노가윤이었다.이에 현연은 게임에 집중하는 척하며 일부러 못 본 체했지만 가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나 모르는 척하는 거예요?”그 순간 캐릭터가 게임 속에서 죽자 분노가 치민 현연은 고개를 들어 가윤을 노려보았다.“설마 나 따라온 거예요? 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이에 가윤은 냉소를 띤 채 비웃었다.“따라왔다고요? 본인이 그런 대접받을 사람이라고 생각해요?”역시 만만한 성격이 아닌 현연은 순식간에 자리에서 일어서서 쏘아붙였다.“남의 연애에 끼어든 주제에 큰소리를 쳐요? 그런 인간은 욕먹어도 싸죠! 그날 맞은 것도 봐준 거예요!”현연이 말하는 ‘남의 연애’는 화영과 신혁을 두고 한 말이었지만 가윤은 그걸 오해했다.화영과 우행을 떠올린 가윤의 표정은 단단히 굳었다.“웃기지 마! 끼어든 건 그 여자야!”“그 여자라고요?”현연이 비웃었다.“
Read more

제4177화

우행의 얼굴은 이미 분노로 굳어 있었다.“그래, 맞아. 나는 지금 감싸고 있는 거야.”우행의 단호한 말에 현연의 눈가가 촉촉해졌다.감동과 안도 그리고 복잡한 감정이 뒤섞인 눈빛으로 현연은 우행의 곁에 다가와 조심스레 섰다.우행은 여전히 차갑게 가윤을 노려보았다.“내 일에 네가 끼어들 자격은 없어. 앞으로 내 주변 사람 건드리지 마. 그렇지 않으면 나도 더는 참지 않을 거야.”남자의 목소리는 낮고 날카로웠다.“너도 알고 있잖아. 난 이미 오래전부터 널 참고 있었다는걸.”가윤은 멍한 얼굴로 우행을 바라봤다.그토록 익숙했던 남자의 냉정한 표정, 그 속에서 더 이상 자신을 위한 온기라고는 없었다.“지금 네 말은, 그동안 날 참아줬다는 뜻이야?”희문이 인상을 찌푸리며 가윤의 앞으로 다가서 우행을 막았다.“우행아, 그건 말이 좀 지나친 거 아니야?”“지나쳐?”우행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다음에도 이런 일이 생기면 우리 관계는 거기서 끝이야.”화려한 호텔 로비 한복판에서 긴장감이 팽팽히 흘렀다.그때 멀찍이서 그 장면을 보고 있던 화영의 시선이 우행에게 닿았다.우행 또한 화영을 보는 순간 굳게 닫혀 있던 얼굴이 잠시 흔들렸다.그때 위층에서는 여전히 파티가 한창이었고 화영은 신혁에게 작게 인사했다.“오늘 초대해 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먼저 가볼게요.”신혁은 화영을 직접 배웅하며 엘리베이터 앞까지 함께 내려왔다.그런데 로비로 내려서는 순간 두 사람은 뜻밖의 광경을 목격했다.우행이 현연을 감싸고 가윤과 격렬히 다투고 있었던 것이다.이에 화영은 놀란 눈으로 우행을 보았다.‘출장 중이라던 사람이 벌써 돌아온 걸까?’그 장면은 화영의 머릿속에 오래전의 기억을 불러왔다.청호 별장에서 가윤이 자신을 곤란하게 만들던 그날, 우행은 냉정히 사과 한마디만 남겼었다.그런데 지금은 현연을 위해 이렇게까지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그제야 화영은 알 것 같았다.우행은 무심한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를 진심으로 아낄 때는 분노를 숨기지 못하는 사람이라
Read more

제4178화

화영은 순간 얼어붙었고 신혁의 표정에도 놀라움이 스쳤다.“우행 씨!”화영이 손을 뿌리려 했지만 우행의 손은 더 강하게 붙잡았다.결국 몸이 끌리듯 우행의 걸음을 따라가야 했다.이윽고 화영은 뒤돌아 신혁을 향해 급히 말했다.“죄송해요, 다음에 뵐게요.”그렇게 말한 뒤 어쩔 수 없이 우행의 옆으로 향했다.뒤편에서 현연이 천천히 다가왔다.현연은 신혁 그리고 멀어져 가는 우행과 화영의 뒷모습을 번갈아 보며 중얼거렸다.“이게 뭐야? 무슨 상황이지?”호텔을 벗어나자 화영은 다시 손을 빼냈고 이번엔 억지로 잡지 않았다.우행은 이미 진정한 듯했지만 얼굴빛은 여전히 어두웠다.차가운 밤공기 속에서 화영은 숨을 고르며 물었다.“도대체 왜 그래요?”우행의 행동은 분명히 평소답지 않았다.그토록 이성적이던 사람이 아까는 거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 듯 보였다.‘설마 현연이 날 봤다고 불편해서? 아니면 내가 뭘 말할지 걱정돼서?’화영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뒤섞였고 우행은 미간을 눌러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일단 집에 가서 이야기하죠.”하지만 화영은 한걸음 물러섰다.“굳이 그럴 필요 없어요. 내일 출근도 해야 하고, 제 집이 더 편해요. 짐은 내일 회사로 보내주세요.”화영이 담담히 말하고 몸을 돌리자 우행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들려왔다.“화영.”이에 화영은 잠시 멈춰 섰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왜요? 아직 무슨 말이 남았나요?”“그래요. 해야 할 말이 있으니 같이 가서 이야기해요.”“굳이? 지금이요?”우행은 잠시 침묵하다가 단호히 말했다.“그래요, 지금이요.”결국 화영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고 우행의 차에 올랐다.사실 화영 역시 우행이 이토록 잃을 정도로 감정이 격해진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차 안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조수석에 앉은 화영은 옆으로 보이는 우행의 날렵한 턱선을 흘끗 바라봤다.우행은 아무 말없이 전방만 주시했고, 신호등 앞에서 차가 잠시 멈추자 입을 열었다.“오늘 비행기 타고 강성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밤이었어요
Read more

제4179화

우행의 목소리가 잠시 멈췄다.“예전에 나한테 호감을 표현한 적이 있었지만 나는 거절했어요. 그리고 더 이상의 감정은 없고요.”화영은 조용히 우행을 바라보았다.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침묵 속엔 미묘한 거리감이 느껴졌다.그제야 우행은 화영이 자신을 피하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깨달았다.우행은 한 걸음 다가서며 낮고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아까 가윤이랑 다툰 건 주현연 때문이 아니에요. 예전에 청호펜션에서 화영 씨가 곤란했던 일을 문득 떠올랐거든요.”“그때부터 마음 한구석에 남은 감정이 있었는데 오늘 또 가윤이 주현연에게 똑같이 굴더라고요. 그게 겹치면서 참지 못한 거예요.”화영은 잠시 멈칫했지만 우행의 말을 믿었다.우행은 변명하기 위해 없는 사실을 덧붙이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모든 게 명확해지자 우행이 물었다.“그래도 나갈 거예요?”화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다리도 완전히 나았고요. 현연 씨가 신경 쓰든 말든, 이제는 제가 제자리로 돌아갈 때예요. 짐부터 챙길게요.”화영이 몸을 돌리려는 순간 우행이 갑자기 손을 들어 여자의 어깨를 잡았다.그리고 어깨를 잡은 팔에는 힘이 실렸다.“그렇게 서두르는 이유가 이신혁 씨 때문인가요?”갑작스러운 이름에 화영은 놀라 우행을 올려다보았다.“지금 뭐라고 했어요?”“이신혁. 그 사람 때문이냐고요.”화영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그 사람은 제 고객이에요.”화영의 목소리는 단호하고 차분했다.중요 거래처의 가족 행사나 경사에 초대받는 건 드문 일이 아니었다.이번 파티도 그저 업무의 연장선이었을 뿐 특별한 의미는 없었다.곧 우행의 시선이 깊어졌다.“주현연이 그러더라고요. 둘이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고요. 그거 무슨 뜻이에요?”화영은 잠시 놀란 듯 입술을 열었다가 이내 침착하게 말했다.“그건 어디서 들은 소문인지 모르겠네요.”현연은 솔직한 성격이지만 거짓을 꾸미는 타입은 아니었기에, 아마 파티장에서 들은 말을 그대로 옮긴 것뿐일 것이었다.게다가 현연은 화영과
Read more

제4180화

밤새 불어온 바람이 짙은 안개와 먹구름을 모두 밀어냈는지, 이른 아침의 하늘은 완전히 개어 있었고 햇살은 눈부시게 맑았다.어젯밤 어떤 일이 있었든 두 사람은 이미 말끔히 차려입고 출근할 준비를 마쳤다.둘은 출근 시간이 비슷했기에 함께 집을 나섰다.이때 우행이 물었다.“요 며칠은 어떻게 출근했어요?”“택시 타고요.”화영이 짧게 답했다.아직 다친 발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운전은 무리였다. 회사에서는 전용 차량과 운전기사가 배정돼 있었지만, 화영은 굳이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아 스스로 택시를 이용하고 있었다.“오늘부터는 내가 데려다줄게요.”우행의 목소리는 담담했다.“아니요!”이에 화영은 재빨리 손을 저었다.“택시 타면 돼요. 불편하지 않아요.”“택시는 기다려야 하지만 난 기다릴 필요 없어요.”우행은 단호한 말투로 시선을 돌렸다.“나한테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고요.”화영은 잠시 우행을 바라보았다.깊고 단단한 눈빛이 마주 닿자 심장이 미묘하게 흔들렸고, 굳게 다물었던 입술이 열렸다.“그럼, 고마워요.”우행이 눈썹을 살짝 올렸다.“또 고마워요?”화영은 웃었다.“습관이에요.”우행은 검은색 S450을 몰고 있었다.묵직하고 고급스러운 차량은 우행의 성격처럼 절제되어 있었고, 운전하는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차분했다.도로 위에서 화영은 문득 아침 식사 후 받은 선물이 떠올랐다.그때는 급히 가방에 넣느라 제대로 보지 못했었기에 화영은 조심스레 상자를 꺼내 뚜껑을 열었다.안에는 로고 없는 향수 한 병이 들어 있었다.심플하지만 독특한 디자인은 마치 예술품 같았다.“내 친구의 지인이 민주에서 전통으로 내려오는 향 제조를 이어온 장인인데, 직접 만든 향수예요. 향은 내가 직접 고른 건데 마음에 드는지 한번 맡아봐요.”화영은 향을 살짝 맡자 순간 눈빛이 환해졌다.“이건 유명 브랜드에서도 못 낼 향이에요.”그러자 우행은 미소를 지었다.“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네요.”화영은 향수를 소중히 가방에 다시 넣으며 진심을 담아 말했다.“
Read more
PREV
1
...
416417418419420
...
435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