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4181 - Chapter 4190

4344 Chapters

제4181화

화영은 전화를 끊기 전 화성국의 건강을 다시 한번 물었다.가벼운 안부와 담소가 오가며 통화는 거의 30분 가까이 이어졌다.전화를 마치자 우행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추씨 집안이 아직도 매달리고 있어요?”화영은 가볍게 웃었는데 그 웃음에는 냉기 어린 단호함이 섞여 있었다.“신경 쓸 일 아니에요.”화성국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있었기에 화영은 더 이상 불안하지 않았다.추씨 집안이 더는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없다는 걸 알았기에 우행도 그 표정을 보고는 더 묻지 않았다.차가 지엠 사옥 앞에 멈췄고 화영이 내리기 전 입을 열었다가 한참 머뭇거리며 말을 바꿨다.“운전 조심해요.”그러자 우행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저녁엔 내가 데리러 올게요. 혹시 늦게 되더라도 걱정하지 말고 나 기다려요.”화영의 어깨 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햇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났다.가느다란 얼굴선이 한층 더 도드라지며 입가에는 장난기 섞인 미소가 번졌다.“임씨그룹 부사장님이 제 전용 기사까지 해주시네요. 이 정도면 임구택 사장님도 못 받는 대우 아닌가요?”이에 남자는 부드럽게 웃었다.“그 대신 조건이 있어요. 오늘 저녁은 화영 씨가 사요.”화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약속이에요.”“그럼 오늘 밤에 봐요.”우행의 얼굴에는 미소가 짧게 번졌고 화영은 차에서 내렸다.화영은 차가 멀어질 때까지 바라보다 천천히 빌딩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햇살은 유난히 밝았고 바람도 차갑지 않아서 그런지 화영의 걸음은 느긋했다.예전의 화영은 늘 서두르는 사람이었다.하루 종일 빠른 걸음으로 움직였고 조금만 늦어도 불안했다.하지만 이번 부상 이후 어쩔 수 없이 속도를 늦추자 비로소 주변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겨울 햇살도 이렇게 따뜻할 수 있다는 것, 로비 직원의 볼에 귀여운 보조개가 있었다는 것, 엘리베이터 옆 화분에 숨듯 자란 네잎클로버가 있다는 것...화영은 그 모든 작은 것들을 새삼스럽게 바라보았다.사람들은 화영을 보면 예의 바르게 길을 비켜주면 여자
Read more

제4182화

대충 설명이 끝나자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첫 번째 스테이지는 단순했기에 화영은 우행을 이끌며 손쉽게 클리어했다.두 번째 스테이지는 훨씬 까다로웠다.멈추지 않고 흔들리는 거대한 시계 위로 점프한 뒤, 그 반동을 이용해 맞은편 창문으로 뛰어올라야 했다.시계 아래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기에 점프 각도가 조금만 빗나가도 그대로 추락해 죽는 것이었다.결국 화영은 한 번, 두 번, 세 번을 시도했음에도 계속 떨어졌다.우행은 옆에서 잠자코 지켜보다가 화영이 살짝 초조해지는 걸 느끼고 손에서 게임스틱을 받아들었다.그리고 두 손으로 단번에 타이밍을 맞춰 시계 위로 뛰었고, 그다음 한 번 더 점프하자 캐릭터가 정확히 창문 위에 안착했다.이에 화영이 눈을 크게 떴다.“이거 해본 적 있어요?”“아니요? 처음 해봐요.”화영이 할 말을 잃자 우행은 웃음을 참으며 덧붙였다.“게임은 남자가 좀 더 감이 빠를 수도 있죠. 괜찮아요. 금방 익숙해질 거예요.”이에 화영은 이를 악물 듯 말했다.“흥, 격려 고마워요.”“별말씀을.”세 번째 스테이지는 종말의 도시였고, 우행은 화영의 뒤를 따라가며 화면을 주시했다.거리를 돌아다닌 지 십 분이 넘었지만 출구는 여전히 찾을 수 없었다.좀비의 공격을 피하며 단서를 찾아야 하는 구간이자 우행은 참다못해 조용히 말했다.“아까 우리가 지나온 술집 기억나요? 거기 몇 명 생존자 있었잖아요. 가서 물어보면 단서가 있을지도 몰라요.”“그거 괜찮네요!”화영은 즉시 방향을 틀어 술집으로 향했다.게임 속 술집은 이미 폐허였다.좀비의 습격으로 도시가 초토화된 뒤라 손님이라곤 몇 명뿐이었다.그리고 바텐더는 바닥에 숨어 술을 훔쳐 마시고 있었다.화영이 손님들에게 말을 걸었지만 다들 겁에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뒤로 물러설 뿐 입을 열려 하지 않았다.그때 우행이 바 쪽으로 다가가 바텐더에게 느긋하게 말을 걸었다.우행이 주의를 끄는 사이 화영은 재빨리 술 한 병을 챙겼다.말 한마디 주고받지 않았지만 둘의 손발은 기
Read more

제4183화

좀비들은 둘이 밖에서 봤던 모습과 똑같았다.옷은 누더기였고 사지는 흉하게 뒤틀려 있었다.불거진 두 눈에는 이미 동공이 없어졌고 찢어질 듯 벌어진 눈매로 두 사람을 노려보고 있었다.그 두 좀비는 부부로 보였다.남자 좀비가 앞에 서서 화영과 우행을 경계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화영이 조금만 다가가자 남자 좀비는 발톱 같은 팔을 세차게 휘두르며 늑대 울음 같은 포효를 내질렀다.이에 우행은 재빨리 화영을 뒤로 잡아끌었다.“한 번만 잡혀도 죽어요.”화영은 손에 든 조이스틱을 조작하며 철창 주위를 왔다 갔다 했다.“가까이 갈 방법이 없어요. 열쇠는 어떻게 찾아요?”그러자 우행은 철창 너머를 바라보았다.뒤쪽 구석에 앉은 여자 좀비가 계속 침을 흘리며 듬성듬성한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있었다.“아까 밖에서 주운 아이템들이 뭐 있었죠?”이에 화영이 가방을 열어 안의 물건들을 보여주었다.그 안에는 망치 하나, 밧줄 한 줄, 이상한 병 몇 개, 그리고 거울 하나가 들어 있었다.“가방 줘요.” 우행이 말했다.“화영 씨는 앞에서 남자 좀비의 시선을 끌어요. 나는 철창 위로 올라가서 여자 좀비 쪽에서 열쇠를 찾아볼게요.”화영이 곧장 대답했다.“좋아요.”그러고는 이전처럼 철창 앞을 계속 오가며 움직였다.그 모습에 남자 좀비는 화영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낮게 으르렁거렸다.우행은 옆의 와인 선반을 디딤돌 삼아 몇 번 점프해 철창 위로 올라가더니 가방에서 거울을 꺼내 들었다.예상대로 거울은 여자 좀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여자 좀비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진우행이 손에 든 거울을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여자 좀비 목에 걸린 목걸이 그게 성의 금고 열쇠에요.”우행이 말했다.“여자 좀비가 거울을 잡으려 할 때 그 틈을 이용해서 목걸이를 빼앗을 거고요.”그때, 위층에서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났는데 바 주인이 돌아온 것이다.바 주인은 종말 속에서도 살아남은 자라 그런지 거칠고 강인한 데다 무기까지 지니고 있었다.만약 두 사람이 지하실에
Read more

제4184화

화영의 눈빛이 잠시 흔들리더니 못 들은 척하며 술병 하나를 집어 들었다.그러고는 병 속의 술을 따라 남자 좀비의 시선을 끌기 시작했다.남자 좀비는 생전에 술꾼이었는지 화영이 들고 있는 술병만 바라보며 침을 흘렸다.그러고는 손을 뻗어 그 병을 잡으려 애썼다.그 모습을 보던 화영은 문득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아니면 술로 취하게 해볼까요?”우행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은 생각이긴 하지만 조심해요. 잡히면 끝이니까요.”화영은 조심스레 병을 철창 사이로 내밀었다.남자 좀비는 곧 그 병을 낚아채더니 곧장 목을 젖혀 술을 들이켰다.한 병을 다 비운 좀비는 그대로 쓰러졌고 곧 코 고는 소리가 났다.이윽고 화영과 우행은 서로 눈을 마주친 뒤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이제 남은 건 여자 좀비뿐이었다.화영은 여자 좀비에게도 술을 먹이려 했지만 술에는 영 관심이 없어 보였다.결국 우행이 거울을 이용해 여자 좀비의 주의를 끈 뒤, 목에 걸린 목걸이를 빼내는 데 성공했다.두 사람은 임무를 마치고 떠나려던 찰나 지하실 문이 벌컥 열렸고 바 주인이 성난 기세로 나타났다.주인은 키가 2미터쯤 되어 보였고 거대한 몸집에 팔에는 해골 문신이 있었다.한 손엔 술병, 다른 손엔 총을 들고 있었다.“감히 내 지하실에 들어와?”주인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돌진했으나, 우행은 이미 퇴로를 생각해 두고 있었다.“천장 서까래로 올라가서 환기구로 나가면 돼요.”우행은 말하자마자 화영의 손을 잡고 와인 선반을 밟아 뛰어올랐다.이에 주인은 아래에서 욕설을 퍼부으며 분노에 찬 포효를 질렀고, 곧장 열쇠를 꺼내 좀비들이 갇힌 철창을 열었다.“나가서 저놈들을 잡아먹어!”하지만 남자 좀비는 여전히 취해 잠들어 있었고, 여자 좀비는 거울을 손에 들고 자기 얼굴만 비춰보며 정신이 팔린 상태였었다.술집 주인은 격분해 손에 든 술병을 남자 좀비 머리로 던졌다.순간, 남자 좀비가 벌떡 일어나더니 송곳니를 드러내더니 바 주인의 목을 물어뜯었다고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화영은 고개를
Read more

제4185화

우행은 여전히 침착한 얼굴로 말했다.“다른 가능성은 이게 그냥 게임 설정이라는 거지.”화영은 말없이 우행을 바라봤다.역시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건 여자 쪽이었다.우행은 화영의 표정을 살피며 약간 의아한 듯 물었다.“내 말이 틀려요? 이렇게 설정돼 있으니까 우리가 단계별로 단서를 찾을 수 있었던 거잖아요.”이에 화영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맞아요. 우행 씨 말이 다 맞아요.”“근데 말투가 좀 미묘한데요?”우행이 의미심장하게 웃자 화영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 생각은요 지금 빨리 나가야 한다는 거예요. 방금 문 두드리는 소리 들렸거든요.”‘그래, 어차피 설정이라면 생각해 봤자 뭐해? 괜히 고민하는 게 바보지.’화면이 전환되자 성 밖으로부터 수많은 좀비가 몰려오기 시작했는데, 모두 성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약간 소름이 돋는 화면에 화영이 눈살을 찌푸렸다.“왜 다 몰려와요?”“이것도 게임 설정이죠. 우리가 열쇠를 얻고 금고에 들어왔으니까 이제 마지막 단계가 시작된 거죠. 살아서 나가든, 여기서 죽든, 둘 중 하나뿐이고요.”우행은 덤덤하게 말했지만 그 안엔 묘한 여운이 있었다.삶도 마찬가지였다.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 보면 결국 어떤 선택의 순간이 오고, 피할 수 없는 결정을 내려야 하니까.화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도망치는 게 우선이네요.”화영은 조이스틱을 조작해 이금고 안을 이리저리 뛰어다녔으나 아무런 힌트도 표시도 없었다.밖에서는 좀비들이 성벽을 넘어오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자 화영이 조급하게 물었다.“이거 어쩌죠?”금화 더미 뒤를 살피다 커다란 금고 하나를 발견한 우행은 가방에서 도끼를 꺼내 몇 번 내리쳤다.쾅, 쾅, 쾅!그러자 문이 열렸다.안에는 보물이 아닌 낡은 오르골 하나가 들어 있었다.“봐요. 역시 쓸모없는 건 없네요.”화영이 감탄했다.우행이 오르골을 키자 그 안에서 작은 인형이 회전하며 춤을 추었다.그와 동시에 반짝이는 빛줄기가 천장을 향해 쏘자 둘은 고개를 들어 위를
Read more

제4186화

화영의 얼굴에는 감탄이 가득했다.“우행 씨, 진짜 대단한데요?”넓은 시야, 풍부한 지식, 냉철한 판단력.이 세 가지가 모두 갖춰졌기에 두 사람이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우행이 대답하기도 전에 금고의 정문이 벌컥 열리더니, 좀비로 변한 바 주인이 다른 좀비 무리를 이끌고 들이닥쳤다.이에 화영은 깜짝 놀랐다.그러나 우행은 침착하게 가방에서 밧줄을 꺼내 선풍기에 던졌다.“먼저 올라가요. 밧줄 잡고 문까지 몸을 던져요. 할 수 있겠어요?”화영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밧줄을 단단히 움켜쥐었다.순간 몸을 날려 위쪽 문의 턱에 매달리듯 올라가더니 돌아서서 우행을 바라봤다.뒤쪽에서는 좀비들이 이미 우르르 몰려들고 있었으나 우행은 서두르지 않았다.우행은 금 더미 위에 놓여 있던 거대한 다이아몬드를 집어 들고 힘껏 술집 주인 쪽으로 던졌다.다이아몬드가 바닥에 굴러가자 바 주인의 눈이 번쩍였다.바 주인은 반사적으로 그쪽으로 몸을 던졌고 순식간에 뒤따르던 좀비들을 덮쳐버렸다.그 틈을 타 우행도 밧줄을 잡고 몸을 날리고는 속으로 생각했다.‘어떤 사람은 뼛속까지 탐욕스럽지. 비록 좀비가 되어도 눈앞에 보이는 건 여전히 생전에 가장 중요했던 것뿐이고.’‘이 게임 정말 잘 만들었네, 인간의 본성까지 다 녹이다니.’그런 생각을 하며 우행은 화영 곁으로 가볍게 착지했다.두 사람은 곧장 어두운 문을 지나 긴 복도를 달렸다.화면이 전환되자 어느새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 있었다.“드디어 나왔네요.”화영이 긴 숨을 내쉬자 우행은 부드럽게 웃었다.“다 화영 씨 덕분이에요. 판단력과 리더십이 남다르네요. 우리가 무사히 깰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당신 덕분이에요.”아부하는 우행에 화영은 남자를 흘겨보았다.“지금 나 놀리는 거예요?”‘사실은 내내 지시해 준 대로만 움직였는데.’“아니요.”우행은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진심으로 하는 말이에요.”“혹시 공략 봤어요?”화영이 의심스럽게 묻자 우행은 코웃음을 쳤다.“그럴 필요 없죠.”화영은 살짝 상처받
Read more

제4187화

저녁 무렵, 우행은 퇴근 후 차 안에서 휴대폰 메시지를 확인하자 화영의 메시지가 또 도착해 있었다.남자는 화면을 열어 보고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었다.운전용 안경을 꺼내 쓰자, 평소 냉철한 인상에 한층 부드럽고 세련된 분위기가 더해졌다.그러고는 시동을 걸고 집으로 향했다.신호에 걸린 사이 우행은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늘 말한 새로 오픈한 레스토랑 어디라고 했죠? 위치 좀 보내줘요.”[네, 부사장님.]잠시 후, 비서가 위치를 전송했다.우행은 메시지를 확인한 뒤 화영에게 문자를 보냈다.[저녁에 뭐 먹을래요? 프렌치 양갈비 어때요?][집에 와서 얘기해요.]그러자 우행은 미소를 지으며 휴대폰을 내려놓고 운전을 계속했다.집에 도착해 신발을 갈아신는데 부엌 쪽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이에 우행은 외투를 벗으며 걸음을 옮겼고 부엌 안에서는 화영이 토마토를 씻고 있었다.“요리 중이에요?”우행이 놀란 듯 묻자 화영은 고개를 들어 미소 지었다.“네, 오늘은 제가 저녁 준비할게요. 곧 다 돼요.”우행은 문틀에 기대선 채 흥미로운 눈빛을 보였다.“언제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그냥 초등학생이 학교에서 배운 재롱을 집에서 자랑하는 기분이에요.”화영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그래도 제법인데요.”그럼에도 우행이 감탄하자 화영은 흐뭇하게 대꾸했다.“좋은 평가 고마워요.”곧 우행은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제가 뭐 좀 도와줄까요?”“오늘은 밥 먹을 거예요.”화영이 옆의 전기밥솥을 가리켰다.“밥만 해주세요.”이에 우행은 외투를 의자에 걸고 넥타이를 풀며 소매를 걷고는 밥솥 앞에서 잠시 멈칫했다.“근데 이거 어떻게 쓰는 거예요?”화영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말했다.“설명서 찾아봐요.”그러자 우행은 진지하게 사용 설명서를 펼쳤다.역시 Y국 명문대 출신답게 금세 이해하더니 밥솥 뚜껑을 열었다.“오, 잘하네요.”화영이 엄지를 들어 보이자 우행은 잠시 말이 없었다.순식간에 역할이 바뀐 듯한 기분이 들었다.뚜껑을
Read more

제4188화

곧 화영의 토마토 달걀 볶음이 완성되었다.진한 색감과 풍부한 육즙, 맛과 향 모두 흠잡을 데 없었다.사실 원래 이 요리는 단순했는데 조미료를 많이 넣을 필요도 없고, 토마토만 신선하면 그 자체의 맛으로도 충분히 훌륭했다.음식을 식탁에 올려놓은 화영이 문득 생각이 난 게 있는지 입을 열었다.“우리 저녁 이거 하나뿐이에요.”그러자 우행은 미소 지었다.“괜찮아요. 저녁은 원래 가볍게 먹는 게 좋죠.”이에 화영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밥이 다 됐는지 볼게요.”그러고는 부엌으로 가서 밥솥 뚜껑을 열더니 화영은 잠시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고 이내 고개를 돌려 물었다.“오늘 저녁 흰죽도 괜찮죠?”우행이 다가와 안을 들여다보자 밥솥 안에는 이미 걸쭉한 흰죽이 한가득이었다.그러고는 웃음을 터뜨렸다.“내 실수네요. 물을 너무 많이 넣었어요.”“아니에요, 내 잘못이에요. 내가 더 넣으라고 했잖아요.”두 사람은 서로 책임을 떠안으며 웃었다.결국 우행이 상황을 정리하듯 말했다.“그래도 흰죽도 괜찮네요.”화영은 그런 우행을 보며 풉 하고 웃음을 터뜨리고는 국자를 들어 죽을 담았다.한 사람당 흰죽 한 그릇, 그리고 가운데엔 토마토 달걀 볶음 한 접시가 있어 보기엔 소박했지만 충분히 저녁이었다.우행은 달걀 볶음의 국물을 죽에 섞어 한 숟갈 뜨고는 맛을 보더니 놀란 듯 눈썹을 움찔거렸다.“맛있어요.”화영이 살짝 찡그렸다.“그렇죠? 이거 괜찮아요.”그러고는 젓가락으로 화영의 그릇에 반찬을 조금 덜어주며 말했다.“유명한 음식 중에도 이런 실수에서 탄생한 게 많아요. 우리 요리는 비록 역사에 남진 않겠지만 실패라고는 할 수 없죠.”화영은 그 엉뚱한 농담에 웃음을 터뜨렸다.“프렌치 양갈비 먹으려다 결국 흰죽이라니, 후회 안 돼요?”“양갈비는 입을 만족시키는 거지만, 이건 직접 만든 결과물이니까 성취감이 있죠.”화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토마토 국물을 떠서 죽에 섞고 한입 맛보았다.결국 단순한 한 끼로 배가 부른 화영은 움직이기
Read more

제4189화

“됐어요. 아침 시간은 제게 너무 소중하거든요.”화영이 고개를 젓자 우행은 무언가 말하려다 멈췄다.이때 화영이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우행의 어깨에 조용히 기대었다.우행은 시선을 내려 화영의 감긴 눈을 바라보다가 말없이 그 자리에 함께 앉았다.화영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어릴 때 외할머니가 살아계셨을 땐, 이렇게 할머니 품에 안겨서 어깨에 머리를 기대곤 했어요.”“할머니는 제 머리를 쓰다듬으며, 머리숱이 많고 고집이 세다고 하셨죠. 그게 크면 꼭 좋은 일만은 아닐 거라고요.”우행은 잠시 묵묵히 듣다가 손을 들어 화영의 머리칼을 천천히 쓸었다.“그래요?”우행의 손길에 화영의 긴 속눈썹이 살짝 떨렸고, 여자는 몸을 더 가까이 기대며 그 따스함에 몸을 맡겼다.곧 주변은 삽시에 고요해졌다.두 사람 뒤로 나무들이 빽빽했고, 머리 위로는 가로등 불빛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었다.부서진 빛들이 바닥에 흩어져 마치 새벽녘의 잔광처럼 희미했다.그 빛이 더 환하게 퍼질지 아니면 흐린 구름에 삼켜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그 순간 두 사람의 그림자는 유난히 뚜렷했다.마치 오랜 세월을 홀로 견뎌온 두 영혼이 마침내 서로를 발견한 듯, 그곳에서 조용히 기대어 있었다.우행은 그녀의 귓가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살짝 쓸어내리더니, 조심스레 화영의 미간에 입을 맞췄다.마치 나비가 한 번 날갯짓한 것처럼, 그 미묘한 접촉이 화영의 가슴속에 거대한 파도를 일으켰다.그리고 그 파도는 한순간이 아니라 몇 년이 지나도 잔잔히 남을 것만 같은 감정이었다.한참 후, 사람들이 지나가자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산책로를 천천히 한 바퀴 돌았다.집에 돌아와 문을 열자 화영이 현관에 기대어 미소 지었다.“역시 산책이 소화에는 최고네요.”우행이 웃으며 물었다.“배고파요?”“프렌치 양갈비 어때요?”그러고는 차 키를 집어 들며 말했다.“가요.”두 사람은 옷도 갈아입지 않고 그 위에 코트를 걸친 채 다시 집을 나섰다.늦은 밤, 새로 문을 연 레스토랑은
Read more

제4190화

길고 짙은 입맞춤이 끝나자 화영은 완전히 잠이 깼고 우행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일어나도 되겠네요.”화영은 잠시 멍하니 우행을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었다.이 남자는 하는 모든 행동에 이유가 있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이유를 알면서도 기꺼이 받아들이게 된다.아침을 함께 먹고 두 사람은 집을 나섰고, 우행은 화영을 자신이 자주 가는 실내 테니스장으로 데려갔다.도착하자마자 낯익은 얼굴이 보였는데 바로 박수호와 이희문이었다.화영은 이곳이 우행이 자주 오는 장소라는 걸 떠올리며, 희문을 마주친 게 그리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두 사람 모두 운동복 차림이었고 수호는 밝게 웃으며 인사했다.“화영 씨, 발목 완전히 나았어요? 테니스 해도 괜찮아요?”“이젠 거의 다 나았어요.”화영이 미소로 대답하자 수호는 장난스럽게 윙크했다.“우행이 데리고 왔으니까 다치면 책임은 전부 쟤가 질 거예요. 밤새 간호하게 만들어 버리세요.”화영은 우행을 향해 눈길을 주며 웃었다.“우행 씨 말로는 자기네 법무팀이 제 법무팀보다 훨씬 유능하대요.”그 말에 순간 주변이 웃음바다가 됐다.이때 희문이 나섰다.“수호야, 너랑 화영 씨 먼저 치고 있어. 나는 우행이랑 잠깐 할 얘기가 있어.”이에 수호는 의미심장한 눈빛을 스치며 미소를 지었다.“좋아. 그러면 제가 먼저 화영 씨의 실력을 느껴 볼게. 근데 두 사람 빨리 와서 구해줘. 나 오래 못 버틸 수도 있어.”“무리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바로 멈춰요.”우행의 말에 화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걱정 마요.”화영은 우행을 안심시키듯 미소를 지으며 수호와 함께 코트로 걸어갔다.사실 화영은 희문이 우행과 나눌 이야기는 아마 노가윤에 관한 것이리라 대충 짐작했다.이 사람들은 모두 가윤을 걱정했다.수호도 늘 입으로는 가윤을 욕하면서도 속으로는 여전히 감싸고 있었다.고등학교 때부터 이어진 우정이 그만큼 깊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멀어지자 희문이 입을 열었다.“가윤이 요즘 며칠째 방에 틀어박혀 있어. 찾
Read more
PREV
1
...
417418419420421
...
435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