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됐어요. 아침 시간은 제게 너무 소중하거든요.”화영이 고개를 젓자 우행은 무언가 말하려다 멈췄다.이때 화영이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우행의 어깨에 조용히 기대었다.우행은 시선을 내려 화영의 감긴 눈을 바라보다가 말없이 그 자리에 함께 앉았다.화영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어릴 때 외할머니가 살아계셨을 땐, 이렇게 할머니 품에 안겨서 어깨에 머리를 기대곤 했어요.”“할머니는 제 머리를 쓰다듬으며, 머리숱이 많고 고집이 세다고 하셨죠. 그게 크면 꼭 좋은 일만은 아닐 거라고요.”우행은 잠시 묵묵히 듣다가 손을 들어 화영의 머리칼을 천천히 쓸었다.“그래요?”우행의 손길에 화영의 긴 속눈썹이 살짝 떨렸고, 여자는 몸을 더 가까이 기대며 그 따스함에 몸을 맡겼다.곧 주변은 삽시에 고요해졌다.두 사람 뒤로 나무들이 빽빽했고, 머리 위로는 가로등 불빛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었다.부서진 빛들이 바닥에 흩어져 마치 새벽녘의 잔광처럼 희미했다.그 빛이 더 환하게 퍼질지 아니면 흐린 구름에 삼켜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그 순간 두 사람의 그림자는 유난히 뚜렷했다.마치 오랜 세월을 홀로 견뎌온 두 영혼이 마침내 서로를 발견한 듯, 그곳에서 조용히 기대어 있었다.우행은 그녀의 귓가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살짝 쓸어내리더니, 조심스레 화영의 미간에 입을 맞췄다.마치 나비가 한 번 날갯짓한 것처럼, 그 미묘한 접촉이 화영의 가슴속에 거대한 파도를 일으켰다.그리고 그 파도는 한순간이 아니라 몇 년이 지나도 잔잔히 남을 것만 같은 감정이었다.한참 후, 사람들이 지나가자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산책로를 천천히 한 바퀴 돌았다.집에 돌아와 문을 열자 화영이 현관에 기대어 미소 지었다.“역시 산책이 소화에는 최고네요.”우행이 웃으며 물었다.“배고파요?”“프렌치 양갈비 어때요?”그러고는 차 키를 집어 들며 말했다.“가요.”두 사람은 옷도 갈아입지 않고 그 위에 코트를 걸친 채 다시 집을 나섰다.늦은 밤, 새로 문을 연 레스토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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