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4451 - 챕터 4460

4618 챕터

제4451화

희유의 머리는 폭신한 베개에 파묻혀 있었고 드러난 얼굴선은 아름다웠다.눈동자는 깊고 맑아 물처럼 투명했으나 감정 또한 스며 있어 보였다. 그렇게 희유는 아무 말없이 유변학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유변학의 숨이 거칠어지더니 곧 희유의 얼굴을 잡아 살짝 힘을 주었고, 아픈 듯 벌어진 입술을 내려다보더니 그대로 입을 맞췄다.‘건드리지 않는다고?’그 말을 믿지 않는 건 유변학은 물론이고 희유 또한 마찬가지였다....다음 날, 희유는 장부를 품에 안고 홍서라가 쓰는 사무실을 오가며 일을 처리했다.그러니 사람들은 자연스레 길을 터주었고 누구 하나 말을 걸지 않았다.오전에 홍서라가 자리에 없자 희유는 잠시 앉아 기다리다가 자리를 떠났다.희유는 우한을 찾아 함께 점심을 먹었는데 식사하다 우한은 머뭇거리며 말했다.“어젯밤 열 시에 출근했는데 혜경을 또 만났어. 순간 참지 못해서 물어봤거든.”“전에는 어디 있었고 뭘 했는지. 그런데 오갈 때 눈을 가리고 있었다고, 정확한 데가 어딘지 모른다고 했어.”희유는 마음속에 불안감이 번지는 것을 느꼈다.“다음에 혜경이 만나면 아무것도 묻지 마.”그러나 우한은 분통이 터진 표정으로 말했다.“나는 그냥 알고 싶어. 우리를 정말 속였는지.”희유는 눈을 내리깔고 담담하게 말했다.“결국에는 알게 될 거야. 그건 시간문제니까.”우한은 고개를 숙이며 훌쩍였다.“어젯밤 엄마 아빠 꿈꿨어. 그리고 유재하도 나왔어. 이제 나 기다리지 않는다고, 새 여자친구 생겼다고...”희유는 심장이 순간 덜컥거리는 느낌을 받았고 이내 손을 뻗어 우한의 어깨를 가만히 쓸었다.“꿈일 뿐이야.”우한은 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 숟가락 가득 밥을 떠 입에 넣었다. 애써 버티려고 힘주어 밥을 먹는 모습이 꽤 안쓰럽게 느껴졌다.식사가 끝나자 우한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혜경이 너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또 물어봤는데 나 아무 말도 안 했어.”셋 사이에는 어느새 보이지 않는 틈이 생겨 있었다. 예전처럼 뭐든 말하던 사이가 아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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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52화

홍서라는 혜경을 똑바로 바라보며 손을 들어 턱을 집어 올렸다.“독하네.”혜경은 시선을 떨구었는데 입매는 어딘가 굳어 있었다.“언니가 도와주셨으면 좋겠어요. 비록 딜러 한 명은 잃으셨지만 제가 더 많이 데려올게요.”서라는 짧게 웃고 손을 놓았다.“별일 아니야. 이틀 안에 사람 보내서 송우한을 이해준 쪽으로 넘기게 하지. 마침 그쪽에서도 인원을 요청했어.”도혜경의 얼굴이 벅찬 기색으로 물들었다.“정말 감사드려요, 언니.”“고마워할 필요 없어.”홍서라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난 머리 잘 돌아가는 사람이 좋아. 열심히 해. 실적만 쌓이면 네가 이곳에서 목소리 낼 자리가 점점 커질 거야. 원하면 뭐든 손에 넣을 수 있어.”혜경은 연달아 고개를 끄덕였다.“정말 열심히 할게요.”혜경은 이곳의 화려함을 눈앞에서 봤다.예전엔 상상조차 못 하던 값비싼 물건이 이곳에선 아무렇지 않게 굴러다녔다.홍서라가 한 번 포상하면 수천만 원짜리 명품 가방이 바로 손에 들어갔다.그랬기에 이 공간에서는 돈이란 단순한 숫자에 불과했다.곧 홍서라는 담담히 말을 덧붙였다.“네 언니, 강이협이 운영하는 산업단지에 있지? 나중에 방법을 써서 이쪽으로 옮겨줄게.”“정말 감사드려요!”혜경은 얼굴을 붉히며 연거푸 감사 인사를 했고 그 눈빛에는 기대와 욕망이 뒤섞여 있었다.“가서 일 봐.”서라가 턱짓했다.“다녀올게요. 필요하시면 언제든 불러주세요.”혜경은 몸을 한 번 더 숙이고 천천히 뒤로 물러나 사무실을 나갔다.희유는 그 뒷모습을 숨죽여 지켜보았는데 등줄기를 타고 서늘한 기운이 흐르는 것만 같았다.‘혜경은 이곳에 끌려온 뒤 달라진 걸까? 아니면 원래부터 이런 사람이었을까?’이제 혜경은 홍서라를 위해 사람을 끌어오고 있었고 그 대상이 자기 친척이라는 사실조차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이에 희유는 숨을 들이켰고 더 이상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희유와 우한 역시 혜경에게 팔려 온 것이었다.혜경은 죄책감이 있었으나 그 죄책감은 두려움으로 이어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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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53화

희유의 얼굴이 단단히 굳어 있었다.“그냥 그거 가져오기만 하면 돼요.”이성은 잠시 생각했다.“언제까지 필요해?”“빠를수록 좋아요.”“그럼 오늘 밤 레스토랑에서 봐. 어떻게든 건네줄게.”희유는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요.”“고마울 거 없어. 저번에 내가 너무 큰 실수했잖아요. 그거 만회하는 셈이라고 생각해.”이성은 희유를 바라보다가 다시 한번 당부했다.“무리하지 마.”“알아요.”희유의 목소리는 낮고 침착했다.두 사람이 헤어진 뒤, 희유는 아까 주문했던 디저트를 들고 6층 사무실로 향했다.문을 열기 전에 안쪽에서 목소리가 새어 나왔는데 홍서라가 옆에 선 경호원에게 묻는 것 같았다.“78번 딜러는 오늘 몇 시에 올라와요?”이에 경호원이 휴대폰을 꺼내어 확인 전화를 걸었다.곧 희유는 문을 두드렸다.“언니, 제가 늦었네요.”홍서라는 경호원에게 눈짓하자 경호원은 말없이 방을 나갔다.“들어와.”희유는 경호원과 스치듯 지나 사무실 안으로 걸어가 디저트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지난번에 언니가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요. 한 번 더 가져왔어요”초콜릿 쿠키를 바라보던 홍서라의 눈빛이 순간 멈칫했으나 곧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돌아왔다.“신경 썼네.”곧 희유는 품에 안은 장부를 톡톡 두드렸다.“그럼 전 일부터 할게요. 어젯밤에 문제 몇 가지 봤는데 이따 말씀드릴게요.”“응.”홍서라는 알겠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날 오후 내내 희유는 장부를 들여다보았다.홍서라가 다른 일을 보러 자리를 비우면 희유도 자연스럽게 37층으로 돌아갔다.저녁, 희유는 먼저 식당에서 밥을 먹고 방에서 잠시 쉬었다.9시가 가까워지자 조용히 지하로 내려갔다.희유의 손에는 커피 잔이 들려 있었고 접시 위엔 칩 세 개가 올려져 있었다.희유는 이를 서비스 직원에게 건네며 말했다.“오늘 37번 테이블 딜러 운이 좋더라고요. 팁이에요.”고객이 딜러에게 팁이나 술을 주는 일은 흔했다.그래서 직원은 공손히 인사하고 칩과 커피를 들고 37번 테이블로 향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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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54화

희유와 혜경은 9층으로 향했고, 희유는 익숙한 걸음으로 혜경을 우한의 방 앞까지 데려갔다.방 안을 둘러보던 혜경이 낮게 말했다.“우한이 혼자 방을 써? 홍서라 언니가 챙겨주는 편인가 보네.”그러자 희유는 무심한 듯 되물었다.“너랑 홍서라 언니 꽤 가까운 사이구나?”“어?”혜경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가 급히 말을 이었다.“여기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홍서라 언니 이름쯤은 알잖아.”희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처음 오는 날 다들 그 사람이 뭘 할 수 있는지 제대로 봤으니까.”혜경이 고개를 갸웃했다.“우한이는 어디 갔어?”희유가 시간을 확인하고는 대답했다.“곧 일할 시간이라 화장실 쪽에 갔을 거야.”“아...”혜경의 눈빛이 잠깐 흔들렸다.두 사람은 마주 앉았고 먼저 입을 연 건 혜경이었다.“우한이 말로는 너 37층에 있다던데 정작 걔도 자세히 모르더라고. 어떻게 올라간 거야? 누구랑 있는 거야? 말해봐, 내가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희유의 눈빛이 살짝 가라앉더니 시선은 낮게 떨어져 있었다.“여기선 뭐든 내 마음대로 안 되잖아.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곳이야.”“우한이한테 말 안 한 건 걔까지 휘말릴까 봐 그랬어. 그러니까 나 때문에 걱정하지 마.”혜경은 죄책감이 깃든 얼굴이었다.“다 내 잘못이야. 너랑 우한이를 잘 챙기지 못해서 이런 데까지 끌려온 건데...”그러자 희유는 조용히 손을 잡아주었다.“네 잘못 아니야. 너도 원한 건 아니었잖아.”혜경은 고개를 숙인 채 작게 중얼거렸다.“너희가 날 원망만 안 하면 돼.”희유는 눈을 가늘게 뜨며 시선을 고정했다.“우린 같은 학교에서 4년을 붙어 다닌 사이잖아. 그런 사이인데 네가 우릴 속였을 리가 없잖아. 안 그래?”혜경은 동공이 갑작스럽게 흔들리더니 잡힌 손을 살짝 빼냈다. 그러고는 억지웃음을 지었다.“그, 그럼. 내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해?”희유는 숨을 깊이 들이마신 뒤 마음속에서 일렁이는 감정을 눌러 앉혔다. 이에 곧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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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55화

이해준 쪽 사람들은 일을 빠르게 처리했다. 어젯밤에 이미 반쯤 정신을 잃은 혜경을 경매에 넘겼고, 곧바로 해외에서 온 한 재벌이 데려갔다. 그래서 홍서라가 다시 데려오려고 해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그 시각 희유는 홍서라의 사무실에서 장부를 보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경호원 둘이 들어와 희유를 양쪽에서 제압했다.홍서라는 분노에 찬 얼굴로 다가오더니 손을 번쩍 들어 희유의 뺨을 내리쳤다.혜경이 잘못 끌려간 이유는 알기가 쉬웠다. 전날 밤의 CCTV 화면만 확인하면 바로 희유가 연관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희유는 경호원들 사이에 붙잡힌 채 한쪽으로 얼굴이 돌아갔지만 여자는 저항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홍서라를 바라보았다.그저 지금의 결과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한 모습에 홍서라의 두 눈에는 분노가 들끓었다.“감히 나한테까지 손을 쓰려고 한 거였어?”“내 일을 돕겠다고 먼저 찾아온 게 아니라 당당하게 정보를 훔치려고 들어온 거였네?”“내가 널 너무 얕봤어.”희유는 이곳에 온 뒤 많은 고생을 했지만 혜경처럼 수그러들지는 않았다.지금의 눈빛은 단단했고 오히려 불손함마저 서려 있었다.“여기 있는 사람 모두가 언니가 의리를 지킨다고 말하는데 그 의리는 어디에 있죠?”“내가 언니를 위해 윤단아를 끌어내렸을 때, 우한이를 지켜주겠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내게 한 약속을 저버리셨고요.”홍서라는 잠시 멈칫하다가 눈을 가늘게 뜨고 희유를 차갑게 바라보았다.“전에 볼 땐 말랑해 보였는데 알고 보니 가시가 많네. 근데 난 사람의 각진 모습을 깎아내리는 데 제일 자신 있어.”말이 끝나자 차갑게 명령했다.“데려가서 감옥에 가둬.”희유는 경호원들에게 밀려 앞으로 걸음을 옮겼는데 그 어떤 저항하지 않은 채 담담하게 말했다.“언니가 나랑 윤단아를 같이 가둬놨던 그 이틀 동안 비밀 하나를 말해줬어요.”“언니에 관한 비밀, 그리고 언니가 살면서 가장 아끼는 사람에 관한 비밀이요.”그 말에 홍서라는 급하게 돌아섰다.“잠깐.”홍서라는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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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56화

윤단아 이야기를 꺼낸 뒤, 희유는 좀처럼 표정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언니가 윤단아를 직접 데려와 보시면 아시잖아요.”경호원이 곧장 움직였으나 금세 돌아와 고개를 숙였다.“누님, 윤단아는 어젯밤 이미 숨졌다고 하네요.”희유는 숨을 가다듬었다.며칠 전 윤단아와 함께 갇혀 있던 동안, 이미 생명을 다한 사람이라는 걸 느끼고 있었다.그래서 희유는 시간을 계산했고 윤단아가 살아 있다고 해도 더는 입을 열 수 없으리라 짐작했다.윤단아에게서 확인할 길이 막히자 홍서라는 직접 확인하겠다며 희유를 다시 돌아보지도 않고 급하게 자리를 떠났다.희유는 홍서라가 사라진 뒤에야 조용히 복도로 나왔다.문을 닫고 몇 걸음 걷자 익숙한 기척이 길목에 서 있었다.밤을 밝히는 조명이 어둡게 깔린 복도에서 유변학이 희유를 발견했다.희유는 멈칫하지 않고 그저 두 걸음, 세 걸음, 곧장 남자의 품에 안겼다.차가운 공기와 달리 유변학의 몸은 뜨거웠고 심장은 마구 뛰었다.이에 유변학이 희유의 얼굴을 감싸며 물었다.“무슨 일이야?”희유는 유변학의 품에 얼굴을 묻은 채 낮게 말했다.“하마터면 사장님을 다시는 못 볼 뻔했거든요.”말을 잇는 순간, 유변학은 무언가 번쩍 떠오른 듯 고개를 들었다.“아마 일이 벌어질 것 같아서요.”곧 남자의 눈빛이 가라앉았다.“일단 돌아가서 얘기하자.”유변학은 희유의 손을 잡고 큰 보폭으로 37층으로 향했다.방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유변학이 물었다.“무슨 일이 있었어?”희유는 더는 숨길 생각이 없었다.지난밤 혜경과 번호표를 바꿔치기한 일, 그리고 오늘 아침 홍서라에게 불려 갔던 일, 마지막으로 혜경이 모습을 드러낸 뒤로 생긴 모든 일을 차례로 말했다.유변학은 말없이 듣고 있었다.표정은 무표정했지만 눈빛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남자는 아무 말없이 서재로 향했다.문이 닫힌 뒤 전화 거는 목소리가 낮게 새어 나왔다.말의 내용은 구분되지 않았지만 짧고 빠르게 이어지는 호흡만으로도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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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57화

다음날도 희유는 방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고 심심해지면 포커 카드를 꺼내 손을 풀었다.언제 쓸지 모르는 기술이라도 몸에 익혀두면 언젠가 반드시 도움이 된다는 걸, 희유는 지난번 혜경의 번호패를 바꿔치기하며 실감했다.평소 손에 익힌 동작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빠르고 들키지 않게 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카드를 충분히 만지고 난 뒤에는 유변학이 준 총을 꺼내 들여다보았는데 이번에는 절대로 멋대로 쏠 수 없었다.유변학이 곁에 없고 탄환도 한정돼 있으니 더더욱 실수해서는 안되니까.이틀이 그렇게 지나가고 셋째 날, 여전히 포커 카드를 만지작거리던 희유는 머리 위에서 갑작스러운 폭음이 터져 나오는 소리에 손을 멈췄다.깜짝 놀라 창문가로 뛰어가 바깥을 확인한 희유는 눈앞에 벌어진 상황들에 말문이 막혔다.하늘 위로 전투기가 몰려들어 희유가 있는 이 건물을 폭격하고 있었다.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솟구치고 비명, 전투기 엔진음, 폭발음이 한꺼번에 뒤섞여 땅뿐만 아니라 창문이 흔들렸다.마치 영화 속 종말 장면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듯했다.희유는 겁에 질려 뒷걸음질 치며 바로 문을 향해 달리려다 유변학이 남긴 말이 번쩍 떠올랐다.‘사장님이 돌아오지 않으면 절대로 이 방을 나가서는 안 돼.’하지만 폭음은 더욱 가까워지고 건물 전체가 부서질 듯 흔들렸다.희유가 갈팡질팡하는 순간 방문이 벌컥 열리고 직원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외쳤다.“빨리 나와요, 여기 곧 무너져요!”그 말에 희유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총을 두고 나온 게 생각나 다시 방으로 뛰어 들어가 총을 움켜쥔 뒤 급히 문을 나섰을 때는 이미 직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37층의 천장은 여러 곳이 무너져 전선이 드러나 불꽃을 튀겼고 복도의 조명은 불안하게 깜빡였다.아무렇게나 흩어진 서비스 직원들과 기타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자욱하고 매캐한 연기로 인해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이대로 머뭇거리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한 희유는 더는 망설이지 않고 계단을 향해 달렸다.지금 엘리베이터에 타는 건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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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58화

유변학이 돌아가려고 차를 몰고 있는 길에 전화가 걸려 와 스피커 모드로 받았다.[기용승이 H국에 무기 지원한 증거 확보됐어. 기용승도 이미 통제했고, 너는 세이만이랑 합류하면 돼.]낮고 건조한 목소리로 말하는 사람에 유변학 또한 담담하게 물었다.“건물 쪽 상황은?”[지금 파괴 중이야.]이에 유변학의 표정이 굳었다.“누가 폭격 명령을 내렸지? 왜 나를 기다리지 않았어?”[더 이상 얻을 정보가 없어.]유변학은 속도를 올리며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안에는 죄 없는 사람들도 많다고!”“그 건물 지하에 폭발물이 충분히 설치돼 있어. 우리가 폭격하지 않아도, 기용승은 정보가 새어 나갈 걸 우려해서 직접 건물을 날려버렸을 거야.] [지금처럼 점사식 폭격하는 편이 오히려 일부를 살릴 수 있어.]더 말해봤자 소용없음을 안 유변학은 전화를 끊고 차를 최대속도로 몰아 호텔 쪽으로 질주했다.도착했을 때 호텔의 가장 위 두 층은 흔적도 없이 무너져 있었다.거대한 건물이던 외형은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망가져 있었고 사방에서 시커먼 연기가 치솟았다.아래는 혼돈 그 자체였다.현지 경찰이 군대를 불러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고 건물 주변은 접근조차 어렵게 봉쇄됐다.유변학이 빠르게 다가가자 경찰이 막아섰다.곧 유변학이 본인의 신분을 밝히자 상대는 경계를 늦추고 길을 열어주었다.입구에서는 경찰들이 살아남은 사람을 확인하느라 분주했고 다른 경찰은 시신을 계속 실어 나르고 있었다.이때 다시 누군가 유변학의 앞을 막아섰다.“안으로 들어가야 해요.” 유변학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다.“살아남은 사람은 거의 다 구했어요. 지금은 시신을 정리하는 중이고요.”“생존자는 어디 있죠?”경찰이 옆을 가리켰다.“저쪽 천막이요.”건물 안의 사람들은 신분이 복잡하고 비밀이 많았기에 경찰은 신원을 확인한 뒤 처리 방향을 정해야 했다.유변학은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천막으로 향했다.천막 안에는 먼지투성이의 사람들로 빼곡했고 누구 하나 온전한 얼굴이 없었다.공포,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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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59화

주말, 화영과 진우행은 신서란을 찾아뵈러 갔다. 그리고 때마침 송혜라와 주강연도 본가에 와 있었다.송혜라는 주혜영 아주머니와 함께 부엌에서 요리하고 있었고 화영이 도우려 하자, 우행이 팔을 들며 막았다.“내가 할게요. 화영 씨는 할머니랑 있어 줘요.”이에 화영은 우행의 셔츠 소매를 반 접어주며 부드럽게 웃었다.“금방 다시 올게요.”“그래요.”우행은 고개를 기울여 화영의 관자놀이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화영은 혹여 누가 볼까 손으로 우행의 팔을 꼭 잡아 주고는 웃으며 돌아섰다.복도 끝에서 신서란은 휴대폰을 보고 있었고 화영이 다가가자 손짓하며 반겼다.“날이 이렇게 흐린데 안 올 줄 알았어.”신서란은 여전히 인자하게 웃었다.“요즘 좀 바빠서 못 왔어요. 저희도 할머니 많이 보고 싶었어요.”화영은 신서란의 손을 잡았다. 무릎 위에 놓인 휴대폰 화면이 눈에 들어왔고 그곳에는 희유가 보낸 풍경 사진 몇 장이 떠 있었다.신서란이 말했다.“희유가 어젯밤에 보낸 거야. 쟤는 정말 팔자가 좋아. 방학 내내 얼굴 보기 힘들겠어.”“저도 사진 받았어요.”화영은 웃으며 답했다.신서란은 휴대폰을 닫고 뒤쪽 장식장 서랍에서 나무 상자 하나를 꺼냈다.뚜껑을 열자 고풍스러운 옥 장식의 금 장식 귀걸이 한 쌍이 나왔다.옥은 거의 비둘기 알만 한 크기였고 초록빛이 유난히 선명했다.세월이 묻히지 않은 형태와 빛으로 보아 요즘 어떤 명품보다 기품이 넘쳤다.“오늘 주혜영 아주머니가 찾았어. 내가 시집올 때 할머니가 주신 혼수거든. 나중에 너랑 희유한테 하나씩 줄 거야.”신서란이 환하게 웃었다.“두 며느리에게도 못 준 건데 말이지.”화영은 상자를 덮어 다시 놓아두고 조심히 말했다.“할머니는 정말 희유 씨를 보고 싶으신 거죠?”그러자 신서란은 살짝 눈을 흘겼다.“내가 보고 싶다고 해서 그 아이가 나를 생각하기나 해? 영상통화만 하면 두 마디도 못하고 놀러 나가.”“경주에서는 특산물 보내 준다더니 벌써 구성이라잖아. 난 아직도 못 받았어.”“오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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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60화

희유는 수호를 좋아했지만 마음을 고백하려던 그때 수호에게는 이미 여자친구가 생겼다. 희유의 짝사랑은 그렇게 조용히 그리고 깊게 상처를 남긴 채 끝났다.출발 전, 희유는 모든 사람 앞에서 애써 웃었지만 눈동자 깊숙이 스며 있는 슬픔만큼은 숨기지 못했다.하지만 조금 전 영상 통화 속의 희유는 전과 달랐다.스무날 조금 넘는 시간뿐인데 정말 그 짧은 동안 잊을 수 있는 걸까? 이미 수호를 완전히 놓아버린 걸까?어쩌면 희유의 감정이 그렇게 깊진 않았고 수호에게 다른 사람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리가 된 걸 수도 있었다. 혹은 여행이 우울함을 밀어내고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었을지도 모른다.이는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였다.화영은 그렇게 생각하며 어깨에 걸칠 숄을 들고나왔다.작은 거실을 다시 지나는데 희유는 여전히 자신의 엄마와 여행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그때 화영은 걸음을 멈추더니 잠시 정신을 가다듬고는 다시 안으로 발길을 돌렸다.“벌써 햇살이 저리 쨍한데 아직 놀러 안 나갔어요?”화영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다가가자 희유는 소파에 기대어 느긋하게 말했다.[어제 늦게까지 돌아다녔어요. 우한이 아직 안 깼거든요.]“두 사람 다 게으름뱅이네요.”화영은 가볍게 타박하듯 웃더니 무심하지만 자연스럽게 덧붙였다.“근데 왜 수호 씨가 졸업식 날 준 팔찌는 안 했어요?”[아...]잠시 멈칫하던 희유는 곧 씩 웃어 보였다.[집에 두고 왔어요. 깜빡했나 봐요.]“게으른 데다 덤벙대기까지 하네요.”화영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그럼 두 분이 이야기 계속해요. 전 할머니랑 있을게요. 빨리 돌아와요. 할머니께서 많이 보고 싶어 하시거든요.”[할머니께 꼭 전해주세요. 나도 보고 싶다고요.]이에 희유는 환하게 답했다.“그럴게요.”화영은 손을 흔들며 돌아섰으나 등을 돌린 순간 얼굴에 웃음이 사라졌다.그리고 작은 거실을 완전히 벗어났을 때, 화영의 표정은 냉담해졌다.수호가 준 졸업 선물은 팔찌가 아니라 PP 시계였다.희유가 수호를 얼마나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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