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4471 - Chapter 4480

4618 Chapters

제4471화

남자는 점점 가까워졌는데 큰 키의 실루엣이 싸늘한 기운을 몰고 다가왔다.“진희유!” 유변학의 목소리였다.희유는 유변학의 얼굴을 확인하자 순간 멈칫했다. 몸이 약간 풀렸지만 곧바로 다시 긴장했고 한 발 뒤로 물러섰다.“나를 다시 끌고 가려고 온 거예요? 절대 안 돌아가요!”“난 이미 도망쳐 나왔고 다시는 그곳으로 안 돌아갈 거예요!”희유는 거의 울부짖듯 소리쳤다.“집에 갈 거예요! 제집으로 돌아갈 거예요!”그 악취와 살육으로 가득한 곳을 벗어나 자신의 나라, 자기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유변학은 고요한 눈빛으로 희유를 바라봤다.“정말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사장님이 보내주면 가능하잖아요!”희유의 눈빛은 어둠 속에서도 날카로웠는데 그 속에는 경계와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전 사장님에게 있어서 그렇게 중요한 사람 아니잖아요. 게다가 저도 사장님 도왔고요. 그러니 양심이 있다면 그냥 가게 해줘요!”유변학의 시선이 희유의 손에 들린 총으로 향했다.“내가 안 보내준다면? 나를 쏠 거야?”“날 몰아붙이지 마세요!”희유는 다시 뒤로 물러섰고 눈가는 붉게 젖어 있었다.“아니면 정말 쏠 거예요! 제가 진짜 사장님을 좋아했다고 생각해요? 그럼 솔직하게 말해줄게요.”“사장님이 만지고 입 맞출 때마다 토할 것처럼 역겨웠어요. 그 자리에서 확 죽여 버리고 싶을 정도였다고요!”희유의 목소리는 떨렸고 그 모든 감정은 증오로 번져 있었다.“사장님이 날 구했어도 결국 날 망가뜨렸잖아요. 사장님도! 홍서라도! 다 짐승만도 못한 인간쓰레기라고요!”희유의 삶은 처참히 짓밟혔고 돌이킬 수 없이 더럽혀졌다.희유에게 있어서 그 모든 시간은 악몽이었다.유변학은 어둠 속에서 우뚝 서 있었고 온몸에서 냉혹한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유변학의 표정은 읽히지 않았고 눈동자는 밤빛보다 더 짙었다.그렇게 희유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한 걸음 다가섰다.“그러면 지금 쏘면 되잖아. 차라리 나를 죽여.”남자가 다가오자 반사적으로 한발 물러나는 희유의 모습으로 보아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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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72화

희유는 속으로 절망했다. ‘낮에 내가 살아 있는 걸 눈치챈 사람들이 놓친 나를 없애려고 한밤중에 다시 쫓아온 걸까?’‘대체 어떤 사람들이길래 이렇게까지 몰아붙이는 걸까? 혹시 내가 속인 게 드러나 분노해서 죽이려는 걸까?’누가 됐든 붙잡히면 끝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했다.다행히 밤이라 사방은 칠흑 같고 나무 그림자와 울창한 덤불 속에 숨으면 그렇게 티가 나지는 않았다.희유는 조심히 뒤로 물러나며 숨을 만한 곳을 찾고 있었는데, 날카로운 외침이 어둠을 가르며 들려왔다.“여기!”그러자 희유는 얼굴이 굳어지자마자 곧장 달렸다.상대는 이미 훈련된 듯한 데다가 이 숲에 익숙한 것 같았고 금세 거리를 좁혀왔다.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는 새하얘졌다. 덤불에 걸려 넘어져도 본능적으로 다시 일어나 무턱대고 앞으로 달렸다.총에는 이제 다섯 발만 있었고 모두 맞힌다 해도 저 많은 사람을 다 쓰러뜨릴 수는 없었다.그래서 도망쳐야 했다. 죽을 힘을 다해 달아나야 단 한 줄기의 희망이라도 품을 수 있었다.악을 쓰고 달린 탓에 목에서 피 맛이 났고 뒤에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와 세지는 조명의 세기로 보아 거리는 점점 가까워졌다.조명이 희유의 어깨를 스치자 다시 비틀거리며 넘어졌고, 겨우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누군가가 팔을 낚아챘다.그렇게 힘껏 끌려 앞으로 쏠리며 낯선 품에 안겨졌다.신경이 곤두선 희유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거친 손이 여자의 입을 막았다.“조용해.”희유는 숨을 멈춘 채 유변학의 옆얼굴을 보았다.두 사람은 큰 나무뿌리가 파인 틈새, 마치 굴처럼 깊게 팬 곳에 몸을 숨겼다.그렇게 유변학은 희유를 가볍게 끌어안은 채 바깥을 주시했다.숲 전체가 불빛으로 환하게 물들었다가 다시 어둠으로 꺼졌다.거친 발소리와 잡음이 주변을 뒤흔들었고 한참을 뒤지던 무리는 이내 멀어져갔다.소리가 완전히 사라지자 유변학은 그제야 희유를 놓아줬고 여자는 즉각 거리를 만들며 경계했다.유변학은 또 희유를 살려줬지만 그렇게 쉽게 풀릴 마음이 아니었다.“계속 따라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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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73화

유변학은 희유에게 화가 난 듯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고, 나무에 등을 기댄 채 서서히 잠들었다.희유 또한 기진맥진한 상태로 품에 총을 안은 채 몸을 비스듬히 나무줄기에 기대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숲은 어둡고 고요했다. 바람도 불지 않아 나뭇잎조차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두 사람이 모두 잠잠해진 뒤에야 풀숲에서 들려오는 벌레 소리와, 멀리서 희미하게 야생동물의 울음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를 무렵, 희유는 잠결에 목덜미가 간질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무심코 손을 들어 긁는 순간, 손끝에 무언가 잡혔는데 뭔가 말랑말랑하고 다리가 여러 개 달린 것이 손안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곧 깜짝 놀란 희유는 번쩍 눈을 뜨며 비명을 질렀다.손에 잡힌 것을 허둥지둥 내던진 뒤, 그대로 유변학 쪽으로 몸을 던졌다.이에 유변학은 즉시 손을 뻗어 희유를 끌어안으며 낮고 쉰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야?”“모르겠어요. 벌레 같기도 하고 거미 같기도 했어요.”희유는 유변학의 품을 꽉 끌어안은 채 얼굴을 가슴에 묻고 몸을 떨었다.어둠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은 지금까지 마주쳤던 사람을 물어뜯는 들개나 살인자들보다도 더 공포스럽게 느껴졌다.유변학은 주변을 한번 훑어봤지만 빛이 너무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희유를 자신의 다리 위로 끌어올린 뒤, 가볍게 머리를 한 번 두드렸다.“여기서 자.”희유는 눈을 꼭 감은 채 잔뜩 움츠린 목소리로 물었다.“벌레는요?”“네가 놀라서 도망갔잖아.”유변학이 말하자 희유는 남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억울한 듯 두어 번 흐느끼더니 곧 다시 잠들었다.남자의 품 안에서 희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깊고 편안하게 잠들었고, 해가 훤히 뜰 때까지 깨지 않았다.아침 햇살이 나무 속으로 스며들자, 희유는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떴다. 몇 초 뒤, 희유는 갑자기 고개를 들자 보이는 남자의 차갑고 날 선 얼굴에 깜짝 놀라 몸을 떼어냈다.“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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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74화

두 사람은 앞뒤로 간격을 두고 숲을 가로질러 걸어 나갔다.숲을 벗어날수록 점점 밝아졌고 이내 눈앞에 작은 시냇물이 모습을 드러냈다.어제 희유가 물소리를 들었던 바로 그곳이었다.희유는 곧바로 걸음을 재촉해 시냇가로 달려가 무릎을 꿇고 앉아 두 손으로 물을 떠 올려, 참을 새도 없이 크게 들이켰다.아침 산속의 샘물은 차갑고도 달았다. 희유는 살면서 이렇게 맛있는 물을 마셔본 적이 없다고 느꼈다.배가 찰 만큼 마신 뒤에야 희유는 물 위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됐다. 그 순간 잠시 멍해졌다가 조금 전 유변학의 시선을 떠올리며 바로 이해했다.곧 희유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급히 샘물을 다시 떠 얼굴에 묻은 피와 흙을 씻어냈고 손으로 헝클어진 머리도 정리했다.유변학도 옆에서 얼굴을 씻더니 이내 손을 들어 입고 있던 티셔츠를 벗었다.희유는 깜짝 놀라 고개를 홱 돌려 남자를 바라봤다. 아침부터 갑자기 옷을 벗다니,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었다.희유는 반사적으로 한발 물러서며 언제든 도망칠 수 있는 자세를 취했다.유변학은 희유의 시선을 느끼고는 담담하게 한 번 힐끗 바라봤다.그리고 아무 말없이 티셔츠를 샘물에 담가 흠뻑 적셨다.옷이 충분히 젖자 유변학은 희유를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리 와.”그러나 희유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검고 촉촉한 눈동자, 햇빛 아래서 희미하게 빛나는 하얀 얼굴, 긴장으로 굳은 표정이 어딘가 어설프게 보였다.유변학은 조용히 희유를 내려다보며 말했다.“내가 뭘 하려고 했다면 어젯밤에 이미 했을 거야.”희유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그 말이 맞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꾸물거리며 유변학 쪽으로 다가갔다.유변학은 희유의 손목을 잡아 산 바위 위에 앉게 했다. 그리고 젖은 티셔츠를 수건처럼 사용해 희유의 목과 머리 뒤에 묻은 오물을 닦아냈다. 이어서 바짓단을 걷어 올리고는 다리에 난 상처들을 하나하나 닦아줬다.유변학은 반쯤 무릎을 꿇은 자세로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었다. 그 자세에서 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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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75화

유변학은 손질해 둔 물고기를 물에 씻어 깨끗이 한 뒤, 칼로 얇게 포를 떠서 희유에게 내밀었다.“먹어.”희유는 순간 눈을 크게 떴다.회는 먹어본 적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아무 물고기나 날로 먹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희유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저으며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짓자 유변학은 굳이 설득하지 않았다. 그대로 회를 입에 넣고 씹기 시작했고 다시 칼로 포를 떠먹었다.한 마리는 순식간에 다 먹어 치웠고 남은 것은 가시와 머리뿐이었다.남자는 곧바로 두 번째 물고기를 먹기 시작했다.사실 희유는 사실 몹시 배가 고팠다. 어제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밤이 되자 배가 심하게 고파왔다. 거기에 공포와 긴장 속에서 밤을 보내고 나니 속은 텅 빈 느낌이었다.아까 물을 조금 마셔 그나마 버텼지만 지금은 오히려 더 배가 고팠다.희유는 입술을 살짝 누르며 눈썹을 찌푸린 채 유변학에게 물었다.“맛있어요?”유변학은 희유를 한 번 흘끗 보더니 회를 한 점 떠서 몸을 돌려 건넸다.이번에는 희유가 잠시 망설이다가 손을 내밀어 받았다. 곧 유변학을 한 번 보고는 조심스럽게 회를 입에 넣었다.입에 넣고 씹자 희유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고 생각보다 훨씬 맛있었다. 살은 부드럽고 결이 고왔으며 비린내는 전혀 없었다. 삼키고 나니 은은한 단맛까지 느껴지는 것이 이전까지 먹어본 어떤 회보다도 맛이 좋았다.“맛있어요.”희유는 참지 못하고 감탄하며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유변학 곁에 쪼그리고 앉아 얌전히 회가 나오기를 기다렸다.유변학은 살을 아주 얇게 떠서 한 점씩 희유에게 건넸다. 두 번째 물고기를 다 먹고 나서도 세 번째 물고기를 계속 떠 주며 줄곧 희유를 먹이고 있었다.희유가 거의 다 먹었을 무렵, 자연스레 유변학의 손에 들린 단검이 눈에 들어왔다.전체는 검은색이었고 형태도 독특했다. 일반적인 단검보다 조금 더 길어 보였고 날이 몹시 예리해 보였는데 회를 뜨는 데 쓰기엔 오히려 과분해 보였다.희유는 유변학의 허리 쪽을 한 번 훑어본 뒤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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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76화

유변학의 손바닥은 넓고 힘이 셌다.험한 길을 지날 때면 유변학은 망설임 없이 희유를 안아 그대로 건너게 했다.희유는 주변을 둘러봤는데 나무 하나하나가 모두 낯설었다.이전에 지나왔던 길과는 전혀 다른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유변학이 송우한을 찾으러 간다고 했기에 더 묻지 않았다.해가 서쪽으로 기울 무렵, 희유는 더는 발을 옮길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나무 한 그루에 기대 멈춰 서자 온몸이 축 늘어졌다.너무 지치고 배도 몹시 고팠다.유변학은 그런 희유를 그 자리에 남겨 두고 먹을 것을 찾으러 가겠다고 했다.산속 지형은 경사가 가팔랐고 셀 수 없이 많은 교목과 관목이 뒤엉킨데다 굉장히 어두웠다. 그렇게 유변학의 모습은 금세 숲속으로 사라졌다.주변이 고요하기만 하자 희유는 사방을 살피다 점점 불안해졌고 혼자 남아 있겠다고 한 것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차라리 함께 따라갈걸.’ 그렇게 안절부절못하며 잠시 기다리던 중, 숲 뒤에서 사람의 형체가 보이자 희유는 마음이 놓였는지 곧장 그쪽으로 다가갔다.유변학은 작은 산딸기를 몇 개 따 왔고, 또 코코넛 껍질처럼 생긴 열매 껍질에 담긴 우윳빛 액체도 함께 가져왔다.“이건 우유나무에서 나온 수액이야. 마실 수 있어.”희유는 목도 마르고 배도 고픈 상태라 수액을 두 손으로 받쳐 한 모금 크게 마신 뒤, 곧바로 얼굴을 찌푸렸다.“맛없어요.”“맛없어도 마셔야 해.”유변학이 담담하게 말했다.“언제 숲을 빠져나갈지 모르니까 체력부터 유지해야 해.”희유도 그 말이 맞다는 걸 알았기에 고개를 들어 몇 모금 더 마셨다.하지만 남은 양은 도저히 더 마실 수가 없었고 차라리 새콤한 산딸기를 먹는 편이 나았다.나무 아래 앉아 산딸기를 먹던 희유는 고개를 돌려 유변학이 자신이 남긴 수액을 마시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 장면을 보고 마음이 움직였는지 희유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우유나무를 찾았을 때 먼저 조금이라도 마시지 그랬어요?”유변학은 시선을 내린 채 담담하게 답했다.“그럴 틈이 없었거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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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77화

뒤쪽에서 들려오는 격투 소리와 비명이 어두운 숲속에 울려 퍼졌다.희유는 유변학 혼자서 열댓 명을 상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돌아가면 분명 유변학보다 먼저 죽게 될 거라는 사실만은 분명했다.희유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자신이 남아 있는 건 유변학에게 짐이 될 뿐이라고, 그러니 먼저 도망치는 게 가장 이성적인 선택이라고 말이다.열댓 명이 유변학을 포위했다. 다들 총을 들고 있었으니 금세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상황은 전혀 예상과 달랐다.유변학의 몸놀림은 마치 표범처럼 날렵했다. 유변학은 탄환을 피해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고, 이어 비명과 함께 남자 중 한 명의 팔이 잘려 나갔다.나머지가 멍하니 굳은 순간, 유변학은 그림자처럼 스쳐 지나가자 다시 두 명의 목이 잘려 쓰러져나갔다.유변학의 움직임은 너무 빨랐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빨라서 반응할 틈조차 없었다.근접전이 되자 오발로 동료를 맞힐지 두려워 더 이상 함부로 총을 쏘지 못했다.유변학이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본능적으로 주먹과 몸으로 맞섰지만, 그 선택이 오히려 학살의 기회가 되고 말았다.유변학의 손에 들린 짧은 칼은 눈처럼 날카로웠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쓱쓱 베어냈고 잠깐 사이에 열댓 명 중 절반 이상이 죽거나 쓰러졌다.피비린내가 퍼지며 숲의 침묵이 깨져버렸다. 새 떼가 놀라 날아올랐고 여기저기서 고통의 비명이 끊임없이 이어졌다.그때, 탕하는 소리와 함께 총성이 울렸다.조금 떨어진 곳에서 전투를 피해 숨어 있던 한 사람이 그대로 쓰러졌다.유변학이 순간 고개를 돌리자 희유가 총을 쥔 채 서 있었는데, 방금 사람을 쐈다는 사실에 눈에는 당황과 공포가 가득했다.유변학은 희유를 한 번 바라본 뒤 갑자기 팔을 뒤로 휘둘렀다. 그렇게 단도는 정확하고도 잔혹하게 기습하려던 남자의 심장에 박혔다.유변학은 시체를 발로 차 밀어내고 몸을 날려 남은 자들을 단숨에 처리했다.희유는 한 남자가 유변학에게 걷어차여 튕겨 나가고는 땅에 떨어진 총을 집으려는 것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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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78화

희유는 가볍게 숨을 내쉬며 물속에서 민첩하게 움직이는 남자의 모습을 바라봤다.뭐랄까, 조금은 난처했고 또 한편으로는 부러웠다.어제부터 제대로 씻지 못한 데다 낮의 숲은 습하고 후텁지근했다. 몸에 달라붙는 끈적함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쾌했다. 그래서 희유 역시 물웅덩이에 뛰어들어 시원하게 몸을 씻고 싶었다.시선을 돌리자, 유변학이 벗어 둔 옷이 보였다. 검은색이라 핏자국이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코를 찌르는 비릿한 냄새가 풍겼다.희유는 그 옷을 집어 물의 하류 쪽으로 가서, 흐르는 물에 담근 채 두드리며 씻기 시작했다.핏자국이 물결을 따라 흘러가자 마음속에서도 설명하기 힘든 가벼움이 일었다. 마치 하늘 끝의 구름이 가볍게 물 위에 내려앉았다가 다시 가볍게 흘러가는 느낌 같았다.옷을 다 씻어 바위 위에 널어두었지만 유변학은 아직 물에서 나오지 않았다.희유는 신발을 벗고 물가에 앉아 다리를 물에 담그고는 두 손으로 물을 떠 올려 팔과 목을 조심스럽게 씻었다.무심코 고개를 들었을 때, 마침 남자가 물 위로 올라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드러난 어깨와 등은 넓고 단단해 저도 모르게 얼굴이 달아올랐다.이에 희유는 급히 시선을 피하고 하늘가의 노을을 올려다봤다. 물속에서 발을 첨벙이며 움직이자 오래 잊고 지냈던 편안함이 서서히 스며들었다.아직 유변학의 통제 아래 있기는 했지만, 그 빌딩을 떠났고 홍서라의 억압도 없었으며 경호원들의 감시도 사라졌다. 늘 긴장하고 경계해야 했던 상태에서 벗어나니 온몸의 힘이 풀리는 느낌이었다.그때 갑자기 물결이 크게 일렁였다. 유변학이 헤엄쳐 다가와 두 손으로 물가의 바위를 짚더니 희유를 두 팔 사이에 가뒀다곧 물기를 머금은 검은 눈동자로 희유를 바라봤다.“들어올래?”희유는 입술을 살짝 다물었다. 눈빛에는 망설임 속의 호기심이 반짝였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러자 남자는 갑자기 희유의 허리를 붙잡아 그대로 물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렇게 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한 채, 희유는 머리부터 물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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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79화

유변학도 곧 물가에서 올라와 바지와 신발을 챙겨 입었다.그러고는 희유에게 이곳에서 기다리라고 당부한 뒤, 다시 숲속으로 들어갔다.희유는 물뱀이 기어올라올까 봐 물웅덩이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앉았다. 이따금 숲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유변학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산속은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컸다. 해가 지자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고, 희유는 아직 젖은 옷을 입고 있어 바람이 불 때마다 온몸이 차갑게 식었다.유변학이 먹을 것을 찾으러 간 줄 알았는데 마른 나뭇가지를 한 아름 짊어지고 돌아왔다. 그러고는 그것을 바닥에 내려놓고 불을 피울 준비를 했다.희유는 옆에서 지켜보며 유변학이 어떻게 장작에 불을 붙일지 궁금해했다. 유변학은 모양이 조금 특이한 나뭇가지 하나를 꺾더니 가지 안쪽에서 나온 수액을 장작 위에 떨어뜨린 뒤, 짧은 칼을 꺼내 돌에 빠르게 그었다.불꽃이 튀어 오르며 장작더미에 떨어지자 장작에 곧바로 불이 붙었다.희유는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이 순간만큼은, 눈앞의 유변학은 정말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짧은 칼로 적을 상대하는 모습도 보았고 그 칼로 불을 피우는 장면까지 보고 나서야, 희유는 예전에 했던 말의 뜻을 이해했다.짧은 칼이 총보다 강한 게 아니라 그 칼을 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불이 붙자 한결 덜 춥게 느껴졌다.유변학은 자신의 웃옷을 가져와 나뭇가지에 걸어 불가에 말렸다. 그런 다음 다시 짧은 칼을 들고 물의 하류 쪽으로 향했다.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유변학은 물고기 대여섯 마리를 잡아 돌아왔다.만약 만난 시기가 달랐다면 희유는 자신이 유변학을 진심으로 존경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유변학이 물가에서 물고기를 손질하는 동안, 희유도 다가가 도우려 했지만 남자가 막았다.“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기다려.”희유는 자신이 서툴다고 생각해 그러는 줄 알고 다시 물러나 앉아 기다렸다.물고기 손질이 끝나자 유변학은 대나무 가지에 물고기를 꿰어 불 위에 올렸다.희유는 맞은편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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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80화

땅거미가 완전히 내려앉은 밤에 모닥불 주변을 제외하면 숲 깊숙한 곳은 손 앞조차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웠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와 밤새의 울음이 겹치며, 산림의 적막과 공허함이 더욱 또렷해졌다.옷은 모두 말랐고 생선도 다 먹은 희유는 젖은 옷을 벗어 말린 뒤, 유변학에게 티셔츠를 돌려주었다.그러나 유변학은 입지 않고 평평한 바위 하나를 골라 옷을 펼쳐 깔며 희유에게 말했다.“오늘 밤은 여기서 쉬어. 이 옷 위에서 자.”희유는 고개를 저었다.“밤에는 꽤 추우니까 옷은 입어요.”“괜찮아. 불 가까이에 있어서 안 추워.”유변학은 단호하게 말하고는 모닥불 옆으로 가 앉았다.희유는 유변학의 티셔츠가 깔린 바위 위에 몸을 웅크리고 누웠다. 어둡게 흔들리는 불빛 속에서 반쯤 눈을 감은 채 유변학을 바라봤다. 왜 그러는지 자신도 알 수 없었지만, 이렇게 바라보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놓였다.어둠 속에서 불꽃은 선명하고 뜨겁게 일렁였다. 밝아졌다가 어두워지기를 반복하자 유변학의 날카롭고 뚜렷한 얼굴을 비쳤다. 상의를 입지 않은 유변학의 몸은 낮보다 더 눈길을 끌 만큼 유혹적이었다.그 순간 유변학이 고개를 들어 희유를 바라봤다. 둘의 시선이 마주치자 희유는 흠칫 놀라 황급히 눈을 감았다.그러나 희유의 속눈썹은 한동안 가늘게 떨렸다.유변학은 아무렇지 않게 입가를 살짝 다물고는, 불에 장작을 더 얹은 뒤 바위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희유의 귀에는 장작이 타며 내는 잔잔한 소리만 남았다.한밤중, 추위에 잠에서 깬 희유는 눈을 뜨고 멍하니 주변을 살폈다. 여전히 어두웠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알 수 없었다. 모닥불은 이미 꺼져 있었고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찬 기운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희유는 찬 공기를 들이마셨다가 무심코 재채기를 했다.곧 유변학이 몸을 일으키며 부르듯 말했다.“희유야?”희유가 콧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대답하자 유변학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이리 와.”이에 희유는 깔고 있던 티셔츠를 집어 들고 유변학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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