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4541 - Chapter 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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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1화

희유는 화장실로 가지 않고 마당의 병풍을 돌아 사장을 찾았다.“사장님, 저희 거의 다 먹었어요. 계산할게요.”이렇게 정성스러운 개인 요리인 데다 맛도 훌륭해 가격이 싸지 않을 게 분명했다.그래서 희유는 명우가 너무 큰돈을 쓰지 않길 바랐다.명우는 경호 일을 하며 돈을 버는 것이 쉽지 않을 테고, 집에는 형제도 많아 생활이 넉넉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설치현은 웃으며 물었다.“어땠어요? 입에 맞았나요? 오늘은 좀 급하게 준비했어요. 다음에 명우랑 같이 오면 미리 먹고 싶은 걸 준비해 둘게요.”평소라면 몰라도 명우가 어린 여자친구를 데려왔으니 더 신경을 쓰는 눈치였다.“음식이 정말 맛있었어요. 감사합니다.”희유는 밝은 미소로 진심을 담아 말했다.“그럼 됐어요.”설치현의 표정은 더없이 부드러워졌다.“아가씨가 계산할 필요 없어요. 명우가 자주 와서 먹어서 계산은 전부 월말에 하거든요.”“아, 그렇군요.”희유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번 사장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명우를 찾으러 돌아갔다.돌아오는 길에 복도를 지나며 보니 밖에 눈이 내리고 있었다. 솜털처럼 가벼운 눈송이가 소리 없이 떨어지며 맑고도 가벼웠다.희유는 등불 아래서 잠시 눈을 바라보다가, 명우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서야 방으로 돌아왔다.희유의 얼굴은 눈처럼 희었고 몸에는 찬 기운이 감돌았지만, 표정은 환하게 빛나며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눈 와요.”명우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았는데 불빛에 비친 눈발 아래 모든 것이 고요했다.남자가 풍기는 아우라는 차분하지만 서늘했고 옆모습은 조각상처럼 윤곽이 뚜렷했다. 희유는 명우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남자를 바라보다가 알 수 없는 연민이 일었다.집에는 형제가 많고 부모님의 몸도 좋지 않을지도 몰랐다. 학교도 마치지 못한 채 열여덟에 나와 목숨을 걸고 돈을 벌었을 것이고, 번 돈은 동생들을 먹이고 부모의 병을 돌보는 데 쓰였을 것이다.이리저리 떠돌며 살아온 세월 동안, 명우를 진심으로 아껴 준 사람이 없었을지도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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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2화

명우는 우산을 희유의 머리 위로 받쳐 들고 함께 걸음을 옮겼다.골목은 길고 고요했다. 노랗게 빛나는 벽등 아래로 눈이 잇따라 떨어지며, 차가운 밤의 적막이 더 짙어졌다.청석으로 깔린 길에는 이미 눈이 한 겹 쌓여 있어 미끄럽고 걷기 쉽지 않았다.희유는 이런 눈 오는 날을 보자 설명하기 어려운 설렘이 일었다. 이에 희유는 명우의 손을 놓고 발이 미끄러지는 대로 앞으로 나아갔다.명우는 살짝 미간을 좁혔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느릿하게 뒤따라왔다.조금 멀어지자 희유는 다시 달려와 미끄러지듯 몸을 던져 명우의 품에 안겼다.골목 안에는 희유의 가쁜 숨과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고, 눈마저 생기 있게 느껴졌다.명우는 분위기에 맞춰 희유를 들어 올리며 낮게 웃었다.“그렇게 즐거워?”희유는 명우의 목을 끌어안았는데 눈은 촉촉하고 맑았고 입술을 다문 채 웃고 있었다. 우산이 빛을 가려 어둠이 드리운 하늘 아래에는 두 사람만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명우는 한 손으로 우산을 들고, 다른 팔로 희유의 가는 허리를 받쳤다.깊은 눈빛에서는 차가움과 냉기가 사라졌고 그저 별처럼 반짝거렸다.그리고 그 눈빛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희유의 또렷한 모습만 담겨 있었다.우산 위로 떨어지는 눈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다. 다소 빠른 리듬으로 툭툭 떨어지는 그 소리는 희유의 가슴이 뛰는 소리와 닮아 있었다.명우가 입을 맞추려는 순간, 희유는 웃음을 거두고 긴 속눈썹을 내리깔며 숨을 멈췄다.명우의 입술은 조금 차가웠고 희유의 입술 위를 여기저기 맞추다가, 여자가 입술을 살짝 벌리자 목울대가 움직이더니 더 깊게 입을 맞췄다.희유가 집에 돌아왔을 때, 우한은 거실 소파에 앉아 숏츠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희유가 들어오자 무심히 물었다.“어디 다녀왔어?”희유는 옆에 앉아 경쾌한 목소리로 답했다.“영화 보고 왔어.”“영화표 환불 안 했어?”우한은 미안한 표정으로 희유를 끌어안았다.“내가 잘못했네. 너 혼자 영화 보게 해서.”희유의 몸에서는 부드럽고 향긋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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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3화

희유는 전화를 끊고 짐을 싸기 시작했다.기사님은 곧 도착해 건물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한은 아직 일어나지 않아, 희유는 메시지를 보내 집에 간다고 알린 뒤 내려가 차에 올라 떠났다.신서란 댁에 도착해 잠시 머문 뒤, 기사님이 짐을 모두 차에 싣자 곧바로 공항으로 향했다.집을 나서기 전, 희유는 명우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그래서 희유는 어쩔 수 없이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 할머니를 모시고 청주에 가며, 며칠은 그곳에 머물다 돌아온다는 내용이었다.공항으로 가는 길에 희유는 몇 차례 휴대폰을 확인했지만, 명우의 답장은 오지 않았다.‘근무 중에는 휴대폰을 보지 않는 걸까?’희유는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다가, 분홍빛 입술 사이로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공항에 도착해 탑승을 앞두고서야 명우에게 메시지가 왔다.[언제 돌아와?]얼마나 기다렸든 그사이에 불만과 투덜거림이 얼마나 쌓였든, 명우의 메시지를 보는 순간 모든 부정적인 감정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이에 희유는 휴대폰을 보물처럼 두 손으로 감싸 쥐고 답장을 보냈다.[설 전에는 꼭 돌아와요.]설도 며칠 남지 않았기에 희유는 눈빛에 옅은 웃음을 머금고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기다려요.][알았어.]희유는 휴대폰을 내려놓았고 기분은 단숨에 밝아졌다.그날 밤, 명우는 거처로 돌아와 차를 세우고 내리려는 순간, 뒤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유변학.”명우의 발걸음이 멈추고는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명우의 몇 미터 뒤, 한 여자가 어둠 속에서 서서히 걸어 나왔다.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고, 반가움에 찬 표정으로 명우를 바라봤다.“드디어 찾았네.”여자는 키가 크고 피부는 다소 검었지만 이목구비는 유난히 또렷했다. 높은 콧대와 별처럼 빛나는 눈동자, 도톰하고 관능적인 입술, 주변의 흐릿한 불빛마저 여자로 인해 선명해 보였다.명우는 잠시 여자를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왜 말이 없어? 나 구리연이야. 헤어진 지 겨우 1년인데, 날 못 알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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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4화

명우는 잠시 침묵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네 아버지는 어떻게 할 생각 이셔?”그 말에 리연의 표정이 단숨에 어두워졌다.“오빠랑 언니들이 더 많은 유산을 받으려고 매일 병상 곁을 지키면서 나를 아버지에게 가까이도 못 가게 해.”“심지어 형제자매 정까지 무시하고 사람을 시켜 나를 해치려 했어. 그래서 사실은 엄마가 나에게 너를 찾아가라고 했고.”목소리는 점점 더 낮아졌다.“엄마는 아버지의 세 번째 부인이야. 아버지가 엄마를 편애해서 다른 부인들의 질투를 늘 받아왔어.”“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우리 집안에는 나와 엄마가 발붙일 곳이 없어.”리연은 간절한 눈빛으로 명우를 바라봤다.“엄마가 그러셨어. 내가 널 찾기만 하면, 더 이상 아무도 나를 괴롭히지 못할 거라고. 이게 아버지가 미리 마련해 둔 내 마지막 길이래.”명우의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았고, 태도는 가늠하기 어려웠다. 한참 뒤에야 담담하게 한마디 했다.“알겠어.”명우는 리연을 호텔로 데려가 반달 치 숙박비를 바로 결제하고 방까지 안내한 뒤 말했다.“당분간 여기서 지내. 이곳은 안전하니까.”잠시 멈춘 뒤 다시 물었다.“돈은 필요해?”리연은 고개를 저었다.“아버지가 전에 R국 은행에 내 이름으로 개인 계좌를 만들어 주셨어. 거기에 있는 돈이면 몇 평생을 써도 남아. 보석도 많아. 우리가 결혼하면 전부 너에게 줄게.”명우는 별다른 표정 없이 자신의 전화번호를 적어 건넸다.“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 나는 갈게.”리연이 명우의 팔을 잡으려 손을 뻗자, 남자는 몸을 비켜 피했다.“말로 해.”이에 리연은 머쓱하게 손을 내렸다.“언제 다시 나를 보러 올 거야?”“바빠. 시간 날 때 올게.”리연은 선명하고 요염한 눈으로 명우를 바라봤다.“알겠어. 꼭 와.”명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섰다.차에 돌아온 명우는 좌석에 몸을 기대고 검은 눈을 반쯤 내리깔고는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듯했다.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는데 희유에게서 온 메시지였다.[외가 쪽 가족들이랑 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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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5화

리연의 표정은 곧바로 굳어졌고, 자세도 조금 더 바르게 고쳐 앉으며 낮은 목소리로 잘못을 인정했다.“내가 잘못했어. 떠나진 않을 거야.”리연은 자신의 접시에 담긴 고기를 모두 먹고, 우아하게 입을 닦은 뒤 말을 이었다.“외삼촌이 여기로 오실 거야. 엄마가 외삼촌에게 우리를 좀 살펴봐 달라고 부탁했거든. 시간 괜찮아?”명우는 시선을 내린 채 담담하게 물었다.“언제?”“모레 저녁이야.” 리연이 답하자 명우는 고개를 들어 여자를 바라봤다.“괜찮아.”이에 리연은 환하게 웃었다.“고마워.”“별말을.”식사를 마친 뒤, 명우는 리연을 호텔로 데려다주었고 여자는 웃으며 말했다.“강성이 아름답다고 들었어. 나랑 좀 돌아다녀 주라. 어디든 괜찮아. 호텔로만 데려다주지 마. 호텔은 너무 지루하거든.”그러나 명우의 표정은 냉담했다.“난 아직 할 일이 있어. 가이드 붙여 줄 수는 있어.”리연은 곧바로 말했다.“낯선 사람이랑 노는 건 싫어. 네가 하는 일이 뭐든, 너랑 같이 갈 수 있어.”명우는 고개를 돌려 무심하게 리연을 바라봤다.“외삼촌을 어떻게 맞이할지나 잘 생각해.”구리연의 얼굴빛이 살짝 바뀌었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얌전히 호텔로 돌아갔다.모레는 설 전날이었고, 아침 일찍 명우는 희유에게서 메시지를 받았다.[주소 좀 보내 줘요.]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지만, 명우는 자신의 주소를 보내 주었다.그 뒤로는 더 이상 희유의 메시지가 오지 않았다.곧 저녁이 되자 명우는 영효관에 자리를 예약해 리연의 외삼촌을 기다렸다.명우는 사람을 보내 외삼촌을 마중 나가게 했고, 자신은 호텔로 가서 리연을 데리러 갔다.길이 막혀 명우와 리연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신치수는 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식당에 들어서며 리연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먼저 명우의 팔을 끼고 낮게 말했다.“우리가 좀 더 다정해 보여야 외삼촌도 안심해.”명우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지만 리연을 밀어내지는 않았고 표정은 다시 평온해졌다.리연은 오늘 C사 정장을 입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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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6화

희유는 우한과의 통화를 끊고 연락처에서 명우의 번호를 찾았고 휴대폰을 쥔 손은 미세하게 떨렸다.희유는 저 사람이 명우가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그래서 반드시 전화를 걸어 확인해야 했지만 이 전화를 거는 순간 무엇을 마주하게 될지도 알고 있었다.잠시 망설인 뒤, 희유는 결연하게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앞에 있던 두 사람은 이미 룸 앞에 도착해 문을 열려는 참이었고, 그때 명우의 발걸음이 갑자기 멈추고는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희유는 명우의 표정을 볼 수 없었지만, 가슴이 깊게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통증이 순식간에 가슴을 덮치며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무언가를 예감한 듯, 명우는 전화를 바로 받지 않고 고개를 돌려 희유가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희유 역시 명우를 바라봤다. 불과 십여 미터 남짓한 거리였지만, 마치 산과 바다를 사이에 둔 듯 도저히 건널 수 없는 먼 거리처럼 느껴졌다.희유는 여전히 명우의 표정을 알아볼 수 없었고, 더는 알아보고 싶지도 않았다.그래서 바로 전화를 끊고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리연은 호기심 어린 눈길로 명우가 바라보던 방향을 따라봤다. 돌아서 떠나는 여자를 본 뒤 다시 명우를 보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꽤 예쁘긴 한데 너랑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명우의 턱선이 굳게 굳어 있었고, 표정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고는 리연을 지나쳐 룸의 문을 밀고 들어갔다.룸 안에는 세 명의 남자가 앉아 있었다. 가운데 남자는 마흔을 넘긴 나이로, 고급 맞춤 회색 정장을 입고 있었고 체형은 다소 불었으며, 웃음 가득한 얼굴로 일어나 말했다.“구리연.”리연도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외삼촌.”나머지 두 남자는 보디가드인 듯했고, 명우와 리연이 들어오자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가 문 앞에 섰다.명우도 인사를 나눴고, 신치수는 남자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마을에 오래 가지 못해서 도련님이랑 좀 서먹해졌네.”명우는 깊은 눈빛으로 옅게 웃었다.“앞으로 익숙해질 기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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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7화

세 사람은 약속을 정했고 분위기도 점차 느슨해졌다.리연은 신치수와 구씨 집안의 일을 이야기하며, 앞으로 집안의 권력과 재산이 어떻게 분할될지를 분석했다리연은 자신이 얼마나 많은 재산을 받게 될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명우를 보며 말했다.“나는 그저 엄마와 내가 평안하기만 하면 돼요.”그러자 신치수는 달래듯 웃으며 말했다.“유변학만 있으면 너와 네 어머니는 자연스럽게 안전할거야.”그 마렝 리연의 눈빛이 반짝이며, 남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한층 더 간절해졌다.명우는 고개를 숙여 차를 마셨고,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구씨 집안의 일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어 보였다.원래 성정이 담담한 편이라, 다른 이들도 이미 익숙한 듯 자기들 이야기를 계속 이어 갔다.식사는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이어졌고, 배가 부른 뒤 신치수는 호텔로 돌아가려 했고, 명우와 리연은 함께 남자를 차에 태워 보냈다.두 사람은 영효관 앞에 서서 검은 차가 멀어지는 모습을 지켜봤다.명우가 자신의 차를 가지러 가려다 돌아섰을 때,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한 여자를 보았다.그러자 명우의 동공이 순간적으로 수축하더니 뒤에 있던 리연에게 말했다.“여기서 기다려.”말을 마치고 곧바로 희유를 향해 걸어갔다.아까 식당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와 마찬가지로, 희유는 얇은 니트 한 장만 걸친 채 서 있었다.찬바람에 귀는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코끝도 붉었다. 얼마나 오래 여기서 기다렸는지 알 수 없었다.명우는 미간을 깊게 찌푸리며 외투를 벗어 희유에게 걸쳐 주려 하자, 여자는 고개를 저으며 뒤로 물러섰다.바람이 불어 희유의 관자 옆 머리칼이 어지럽게 얼굴을 스쳤다.희유의 눈은 평소처럼 밝지 않았고, 빛을 잃은 듯 보였다. 곧 희유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 여자, 누구예요?”복도에서는 분노와 실망이 치밀었지만, 돌아선 뒤에는 그렇게 포기할 수가 없었다.희유는 명우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었다.명우는 깊은 눈빛으로 희유를 바라봤고, 얇은 입술이 열렸지만 끝내 아무 말도 나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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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8화

리연은 멀어져 가는 희유의 뒷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정말 가련해 보이네. 내가 봐도 마음이 아플 정도야.”명우의 옆얼굴은 단단히 굳어 있었고,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고는 갑자기 몸을 돌려 걸어가 버리자 리연도 서둘러 뒤따라갔다.차에 오르자 리연은 안전벨트를 매고, 반은 농담처럼 반은 진담처럼 말했다.“내 말은 진심이야. 네가 그 여자아이를 좋아해도 나는 신경 쓰지 않아. 우리 아버지에게도 부인이 셋이나 있었어.”“네가 훗날 족장이 되면 네 곁의 여자는 아버지보다 더 많아질 거야.”리연은 고개를 돌려 명우를 보며 웃었다.“내가 그 여자아이를 만나서 이야기해도 돼. 내가 함께 너를 나눠 가질 수 있다고 말할게. 네가 좋다면 그 아이도 분명 받아들일 거야.”말이 끝나기도 전에, 명우가 갑자기 몸을 내밀었다.명우의 손에는 단도가 쥐어져 있었고, 날카로운 칼날이 리연의 목에 닿았다. 곧 리연의 여린 피부가 베이자 피가 맺혀 목을 따라 흘러내렸고, 여자는 즉시 숨을 죽이며 뒤로 물러섰다.명우의 눈에는 음울한 기색이 가득했고, 냉혹한 시선으로 리연을 노려보며 말했다.“저 아이에게 관심을 두지 마. 가까이 가지도 마. 저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내 마지막 남은 인내심도 그때로 끝일 테니까.”리연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눈빛에는 긴장과 공포가 어렸다. 차갑게 빛나는 칼날을 보자 방금 전의 태연함을 온데간데없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알았어.”곧 명우는 칼을 거두고 몸을 돌려 자리에 앉았다. 곧바로 시동을 걸자 얼굴에 남아 있는 냉기 외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해 보였다.리연은 자세를 바로잡고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 목에 묻은 피를 닦았다. 이어 스카프를 꺼내 상처를 가린 뒤, 아무렇지 않은 듯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그 후로는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호텔에 도착하자 리연은 가방을 들고 내렸다. 차 문을 닫자마자 남자는 시동을 걸었고, 차는 바람을 가르듯 빠르게 사라졌다.리연은 손에 쥔 휴지에 묻은 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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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9화

희유는 모임이 끝나기도 전에 집으로 돌아왔다.주강연이 집에 돌아와 방문을 두드렸을 때, 안에서 문이 잠겨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래서 주강연은 이상함을 느끼고 걱정스레 물었다.“희유야, 왜 그래?”“희유야?”한참 뒤에야 안에서 희유의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몸이 안 좋아서 먼저 잘게요.”“어디가 안 좋은 거야?”주강연이 곧바로 물었다.“감기예요. 한숨 자면 괜찮아질 거예요.”희유의 기운 없는 목소리를 듣고 주강연은 미간을 찌푸렸다.“일어나서 약 좀 먹어.”“괜찮아요. 그냥 자고 싶어요.”주강연은 더 말하지 못하고 물러났다. 하필이면 설을 앞두고 아프다니 마음이 쓰였다.하루만 지나면 곧바로 설날이었다.관례대로 이날은 진세혁 가족이 신서란의 집에 모여 설 전날 저녁을 함께 먹었다.하현순 아주머니는 하루 전에 이미 자기 집으로 돌아가 설을 준비했고, 희유 가족은 아침을 먹은 뒤 옛집으로 갈 예정이었다.희유는 늦게서야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에 주강연은 이른 아침부터 양고기 뭇국을 끓여 놓고 희유를 불렀다.“이리 와서 국 한 그릇 마셔. 몸 따듯하게 하는 데 좋아. 정말 많이 안 좋으면 병원 가야 해.”“괜찮아요. 많이 나아졌어요.”희유가 말했다.주강연은 여전히 코맹맹이 소리가 나는 딸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바라보다가, 곧바로 눈살을 찌푸렸다.“눈은 왜 이렇게 부었어?”이에 희유는 급히 시선을 내리고 손을 들어 눈을 비볐다.“눈이 좀 뻐근해요. 아마 잠을 잘못 자서 그런 것 같아요.”주강연은 의심스러운 눈길로 딸을 바라봤지만 더 묻지는 않았다.“일단 국부터 마셔.”희유는 고개를 숙였다. 식탁 위에는 희유가 좋아하는 아침 반찬들이 놓여 있었고, 국도 향긋했지만 한 숟가락도 넘어가지 않았다.자신이 정말 감기에 걸린 건지 알 수 없었다. 온몸에 힘이 빠지고 은이 막힌 듯 답답했으며, 머리는 돌덩이를 얹어 놓은 것처럼 무거웠다.희유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갑자기 일어섰다.“먹기 힘들어요. 방에 가서 좀 누워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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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0화

정오가 가까워서야 희유의 가족은 신서란 댁에 도착했는데 화영도 와 있었다.올해는 강성에서 설을 보내고, 설인 내일 오후에 우행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경성으로 갈 예정이었다.희유는 최대한 평소와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보이려고 애썼고, 모두에게 인사를 건넸다. 다만 눈빛은 계속해서 흐릿했고, 사람 자체는 줄곧 멍한 상태였다.그랬기에 사람들은 모두 희유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알아챘다.그래서 눈빛에는 은근한 걱정이 담겨 있었지만, 전에 있었던 D국의 일과 관련이 있을까 봐 감히 자세히 묻지 못했다.모두가 이야기에 열중하고 있을 때, 화영이 희유를 불러 밖으로 나가 걱정스레 물었다.“무슨 생각이 있는 것 같아 보이네요. 무슨 일 있어요?”희유는 바깥의 햇빛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밖에 나가서 좀 앉아 있고 싶거든요.”“가요. 내가 같이 가줄게요.”화영은 희유를 데리고 마당으로 나갔고, 두 사람은 감나무 아래에 놓인 등나무 의자에 앉았다. 겨울 햇살은 따뜻하지만 뜨겁지 않아 몸에 닿는 온도가 딱 좋았다.“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봐요.”화영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희유는 화영의 차분하고 온화한 눈빛을 마주하자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사람을 하나 좋아하게 됐는데 어제서야 알았어요. 그 사람 곁에 여자가 나만 있는 게 아니었고 약혼녀도 있었거든요.”이에 화영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얼마나 만났는데요?”희유는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쉰 목소리로 말했다.“안 지는 반년 됐어요.”“어디까지 갔는데요?”화영이 직설적으로 묻자 희유는 시선을 내리깔았다.“일어날 일은 다 일어났어요.”몸도 마음도, 전부 그 사람에게 줬다.화영은 사안이 심각하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리고 낮게 말했다.“그 사람이 일부러 널 속인 거야?”화영은 곧바로 일어나 우행을 찾으러 가려 했다. 쓰레기 같은 인간이 감히 희유를 건드렸다면, 이 일은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그러나 희유는 다급히 화영의 손목을 붙잡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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