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4561 - 챕터 4570

4618 챕터

제4561화

희유는 고개를 기울여 명우의 가슴에 기대었다.몇 번 가쁘게 숨을 삼킨 뒤에야 정신이 조금씩 또렷해졌고, 방금 들은 말을 곱씹으며 마음 한켠에 기쁜 감정이 생겨났다.너무 기뻐서 오히려 쉽게 믿지 못했고, 그의 말 속 의미를 바로 받아들이는 것도 망설여졌다.명우는 달래듯 희유의 눈가에 입을 맞추고, 뺨을 따라 천천히 내려오다 입술을 가볍게 머금어 두 번쯤 쪽쪽거리다가 더는 참지 않겠다는 듯 깊이 입을 맞췄다.희유는 그 키스에 정신이 혼미해졌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명우와 완전히 끝내겠다고, 다시는 보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마음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명우를 보고 목소리를 듣고 품에 안기는 순간, 희유는 더 이상 자신을 통제할 수 없었다.몸은 여전히 예민하게 반응했고 그 예민함의 원인은 언제나 명우 때문이었다.멀리서 희미하게 사람들 말소리가 들려왔다.이에 명우는 움직임을 멈추고 차 문을 열어, 힘이 풀린 희유를 안아 안쪽으로 앉혔다.부드러운 니트 외투를 입은 희유는 허리가 가늘고 몸이 유연해, 남자의 가슴에 거의 기대듯 엎드린 채 눈을 반쯤 감고 숨을 골랐다.명우는 턱을 희유의 정수리에 얹고, 낮고 거친 목소리로 물었다.“이제 마음은 좀 괜찮아?”희유는 눈빛을 흔들리듯 움직이며, 명우의 가슴을 붙잡은 채 고개를 들어 물었다.“정말 그 여자랑 약혼한 거 아니에요?”“아니야.”명우는 단호하게 말했다.“그 사람하고는 아무 사이도 아니야.”희유는 명우의 임무를 떠올리며 자연스럽게 퍼즐을 맞추자, 가슴을 눌러오던 불안함과 답답함이 그제야 사라졌다.약혼한 사람도 없었고 다른 여자와 얽힌 감정도 없었으며 명우는 여전히 희유가 믿어온 바로 그 사람이었다.안도감과 기쁨이 동시에 밀려왔고, 마치 큰 재난을 지나 살아남은 듯한 감정이 들었다.다만 붉어진 눈꼬리에는 아직 서운함이 남아 있었다.그러자 희유는 시선을 내리깔며 작게 말했다.“나 설도 제대로 못 보냈어요.”“내 잘못이야.”명우는 그렇게 말하며 희유의 얼굴을 쓰다듬었다.손끝에 닿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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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2화

희유는 오는 내내 명우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린 채 창밖만 보고 있었다.창밖의 밤은 불꽃처럼 화려했고, 그 빛이 그대로 희유의 붉어진 뺨에 비쳐 묘한 대비를 이뤘다.명우가 희유의 손을 잡아 자기 손바닥 안에 꼭 쥐며 낮게 말했다.“너무 급해하지 마.”그 말에 희유는 더 민망해져 손을 빼내며 말했다.“누가 급해한다고 그래요?”이에 명우가 입꼬리를 올렸다.“내가 급해서 그래.”희유는 봄물처럼 흔들리는 눈빛으로 명우를 한 번 흘겨봤다.차는 빠르게 도로를 가르며 달렸고, 이내 명우의 집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린 뒤에도 명우는 계속 희유의 손을 놓지 않은 채 엘리베이터로 이끌었다.희유는 살짝 뒤처진 채 남자의 곧고 단단한 뒷모습을 바라봤는데, 겨우 진정시켰던 심장이 다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D국에서는 어쩔 수 없었고 그때는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지금은 달랐다.희유는 스스로 한 남자의 집으로 들어가고 있었다.어릴 때부터 배워온 기준과는 전혀 다른 행동이었다.불안한 마음이 다시 고개를 들었으나 명우는 희유가 물러설 틈을 주지 않았다.현관에 들어서자마자 희유를 번쩍 안아 올려 거실로 향했고, 넓은 소파 위에 내려놓은 뒤 곧장 몸을 숙여 입을 맞췄다.실내는 어둡고 고요한 데다가 오직 명우의 뜨겁고 강한 분위기만이 희유를 감싸안았다.예전에는 명우의 집이 어떤 곳일지 궁금했지만, 지금은 주변을 둘러볼 여유조차 없었다.명우는 입을 맞춘 채 외투를 벗어 던지고, 능숙한 손길로 희유의 니트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검은 소파 위에서 희유의 어깨는 부드럽게 드러났고, 가느다란 팔과 잘록한 허리선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다.달콤하면서도 요염한 표정까지 더해져 보는 사람의 이성을 위태롭게 만들었다.곧 명우는 희유의 손을 잠시 떼어내며 낮게 물었다.“왜 그래?”희유는 고개를 살짝 들어 올렸다.눈에 남아 있던 불안함은 사라지고, 대신 몽롱한 눈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희유는 입술을 한 번 깨물고는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만져보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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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3화

희유의 눈에 부끄러움과 짜증이 스치듯 지나갔고, 다리를 들어 명우를 밀어냈다.명우는 희유의 다리를 붙잡아 막으며 몸을 낮췄고, 허리께에 조심스레 입을 맞췄다.그 온기가 천천히 아래로 이어지자 희유는 눈을 가늘게 뜬 채 명우를 바라봤다.시선은 흐릿했고 숨결은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이에 희유가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사장님.”“응.”명우의 손길이 희유의 얼굴선을 따라 머물렀다.희유는 시선을 내리깔고 명우를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무슨 사이예요?”이미 서로를 끌어안았고 입을 맞췄고 지금은 같은 침대 위에 있었다.그랬기에 희유는 이 관계를 분명히 짚고 싶었다.명우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더니 희유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낮고 흔들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내 아내지?”갑작스러운 호칭에 희유의 얼굴에 당황스러운 기색이 스쳤고 이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아직 제대로 사귀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바로 아내예요?”명우의 손이 희유의 허리를 받쳤고 목소리는 낮고 거칠어져 있었다.“그러면 뭐라고 부르면 돼?”희유는 잠시 입술을 열었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당연히 여자친구죠.”명우는 입꼬리를 올렸다.“좋아. 그럼 여자친구로 정하자.”희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사실 그 말을 듣고 싶었는데 결국 먼저 말해버린 쪽은 희유였다.그러나 그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입술이 다시 막혔다.명우는 희유의 손을 붙잡아 손가락을 엮고 침대 위로 눌렀다.집은 높은 층이라 고개를 들면 별이 가득한 하늘이 보였고, 아래로는 수많은 불빛이 펼쳐져 있었다.차가운 밤공기와 따뜻한 실내의 온기가 맞닿아 긴 밤을 밀어내듯 번져갔고, 불빛은 마치 밤하늘에 피어나는 불꽃 같았다.간혹 스쳐 지나가는 빛에 희유는 유성이라도 본 것처럼 착각했다.어릴 적 책 속에서, 꿈속에서 보았던 모습과 다르지 않게 아름다웠다.밤은 깊어졌고, 불빛은 차츰 사그라들었고, 연한 연무만 남아 별무리처럼 흩어졌다.곧 명우는 몸을 돌려 희유를 품에 안았고, 반쯤 내려다보는 눈빛에는 숨기지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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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4화

명우는 침대 곁으로 가 앉았다.이미 깊이 잠든 희유는 몸을 옆으로 돌린 채 숨을 고르고 있었다.짙은 속눈썹이 부채처럼 내려와 옅은 그림자를 만들었고, 말랑한 뺨과 오뚝한 코끝 위로 부드러운 빛이 얹혀 있었다.지쳐서 완전히 잠든 모습이었고 전화를 걸어도 깨어나지 않을 만큼 깊은 잠을 자는 것 같았다.명우는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희유의 뺨을 살폈다.조금 전 통화에서 송우한의 말투는 마치 자신이 희유를 잡아먹기라도 할 사람처럼 들렸다.‘맞네.’그렇게 생각한 명우는 희유를 온전히 끌어안았다.온전히 품에 담았다고 생각한 명우는 저도 모르게 낮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명우는 불을 끄고 침대에 올라 희유를 끌어안은 채 눈을 감았다.반년 넘게 떨어져 지냈지만 희유는 여전히 몸에 밴 기억을 잊지 않았다.그저 조용히 명우의 품으로 파고들어 가슴께에 얼굴을 묻고 의지하듯 몸을 비볐다.다음 날.희유가 눈을 떴을 때 방 안은 여전히 어두웠고, 커튼은 단단히 닫혀 있어 시간이 가늠되지 않았다.눈을 한 번 깜빡인 희유는 온몸이 쑤시는 느낌에 다시 눈을 감았다.잠시 뒤 다시 눈을 뜨고 큰 눈으로 여기저기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들어 남자를 바라봤다.명우는 희유의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안은 채 낮고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깼어?”“네.”희유는 명우의 팔을 베고 누운 채 쉽게 움직이지 못하고 괜히 태연한 척했다.그때 명우가 갑자기 몸을 뒤집어 희유 위로 올라탔고 짙은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희유야.”희유는 즉시 팔을 들어 명우의 가슴을 짚었다.“말로 해요.”명우는 웃음을 참는 듯 희유의 손을 잡아 베개 위로 내려놓고는 여자의 눈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무슨 관계지?”희유의 눈이 커졌다.“말해.”명우의 미간이 살짝 좁혀지자 희유는 눈을 굴리다 작은 소리로 말했다.“어젯밤에 이미 말했잖아요.”“다시 말해 봐.”명우의 시선은 진지했다.희유는 명우를 똑바로 보며 또렷하게 말했다.“사장님은 내 남자친구고, 나는 사장님의 여자친구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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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5화

희유는 닫힌 방문을 한 번 훑어보고는 주강연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 주강연의 목소리가 바로 들려왔다.[희유야, 몇 시에 집에 올 거니?]희유는 조심스럽게 말했다.“잠을 좀 늦게 깼어요. 조금 늦게 들어갈 것 같아요.”주강연이 말했다.[나 오늘 해성으로 출장 가야 해서 곧 공항으로 가야 해. 아빠도 주말인데 출근이야. 너 들어오면 하현순 아주머니한테 한마디 해.]희유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그럼 엄마랑 아빠 둘 다 집에 없는 거잖아요. 오늘은 그냥 안 들어갈게요. 엄마 돌아오면 그때 얘기해요.”주강연은 짐을 정리하는 중인 듯 잠시 말이 끊겼다가 대답했다.[그럼 그래. 혼자 있을 때 몸 잘 챙기고, 무슨 일 있으면 엄마나 아빠한테 바로 전화하고.]“알겠어요. 출장 잘 다녀오세요.”희유는 한결 가벼운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고 주강연 또한 몇 마디 더 당부한 뒤 전화를 끊었다.희유는 몸의 힘을 풀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이불을 집어 코끝에 가져가자 익숙한 향이 스며들었다.가슴 속이 잔잔하게 출렁였고, 저도 모르게 눈을 감은 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어딘가 여운이 남아 있는 얼굴이었다.“희유야.”방문이 갑자기 열리며 명우의 목소리가 울리자 희유는 화들짝 몸을 일으켰다.“아.”명우는 희유의 얼굴을 바라보며 눈썹을 치켜올렸다.당황하고 쑥스러움이 가득한 표정에, 어딘가 찔린 듯한 기색까지 섞여 있었다.“뭐 하고 있었어?”희유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무것도 안 했어요.”명우의 눈빛은 맑고 깊었다.곧 명우는 옅게 웃으며 말했다.“일어나서 밥 먹어.”“네.”희유는 이불을 끌어안은 채 헝클어진 머리를 한 번 쓸어내렸다.“세수하고 바로 나갈게요.”“서둘러.”“네.”명우가 먼저 방을 나갔고, 희유는 길게 숨을 내쉬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스스로가 너무 민망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희유, 꾸물거리지 말고 나와.”거실 쪽에서 명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지금 가요.”희유는 침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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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6화

서로 시선이 맞닿는 순간, 희유의 눈에 잠깐 멍한 기색이 스쳤다가 곧 기쁨이 물결처럼 번져 올랐다.희유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가볍게 흥얼거리듯 말했다.“그럼 또 사주면 되죠. 그건 가족분들 드리려고 산 거였잖아요.”명우의 말은 그때 이미 자신을 여자친구로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뜻이었다.표현이 서툰 사람이었으나 명우가 해온 모든 행동은 늘 희유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가장 분명한 증거였다.굳이 정식으로 고백했는지 따질 필요도 없었고, 그동안 희유는 괜히 마음을 졸였을 뿐이었다.“얼마를 사든 내 건 내 것뿐이야.”명우의 검은 눈동자는 깊었고 말투는 진지했다.이에 희유의 심장은 순간 쿵하고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그러고는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진 채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그러면 앞으로 옷은 다 명우만 사줄게요.”명우는 입꼬리를 올렸다.“밥 먹자.”희유는 달걀샌드위치를 집어 크게 한입 베어 물자 볼이 통통해진 채 연달아 고개를 끄덕였다.“맛있어요.”명우는 의자에 기대어 그런 희유를 바라봤다.차분한 눈빛 속에 옅은 온기가 스며 있었다.“이거 다 당신이 만든 거예요?”희유는 구운 만두 하나를 또 집어 입에 넣으며 물었다.“재료는 아침에 관리실에서 가져다줬어. 그냥 간단히 만든 거고 평소엔 잘 안 해서 맛이 완벽하진 않아. 점심은 밖에 나가서 먹자.”명우는 차분하게 설명하며 내내 희유를 보고 있었다.희유는 입가에 묻은 소스를 살짝 닦으며 말했다.“충분히 맛있어요.”명우의 시선이 잠시 흔들리더니 자기 몫의 샌드위치도 희유 쪽으로 밀어줬다.“맛있으면 더 먹어.”희유가 얼마나 잘 먹는지 알고 있었기에 잘 먹게 하려면 자신이 더 벌어야 한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그 생각에 명우의 날 선 눈매에 웃음기가 번졌다.곧 희유는 사양하지 않고 만두를 명우 앞으로 밀었다.“이건 당신이 먹어요.”명우는 우유를 반쯤 마신 뒤 말했다.“어젯밤 우한이 전화했더라. 집에 갔더니 네가 없어서 걱정하더라고.”희유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고는 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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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7화

명우는 희유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그럼 네가 학교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결혼하자. 나는 기다릴 수 있어.”희유는 명우의 배려가 고마워 마음이 놓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다.“그럼 어젯밤은 어떻게 해요?”“잠깐만.”명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옆 서랍을 열고는 안에서 약 한 알을 꺼내 희유에게 건넸다.“이거 먹어.”희유는 약을 들고 미간을 찌푸렸다.“부작용은 없어. 보름에 한 번만 먹으면 돼.”명우가 설명했지만, 희유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봤다.“근데 왜 이런 약이 이 방에 있어요?”명우의 눈빛이 더 깊어지더니 약을 자기 입에 넣고는 희유에게 입을 맞췄다.“왜냐하면 오래전부터 너를 데려오고 싶었으니까.”약이 혀끝에 닿자 의외로 달았다.사탕처럼 달콤해 오히려 가슴이 묘하게 답답해질 정도였다.그렇게 희유는 팔을 들어 명우의 어깨를 감쌌다.눈을 감고 입을 맞춘 채, 점점 거칠어지는 명우의 움직임에 몸을 맡겼다.시간 감각은 무뎌졌고 낮과 밤의 경계도 사라졌다.희유에게는 명우와 함께 있다는 것만이 전부였고, 잃어버렸던 시간의 허전함과 불안을, 서로의 온기로 채우고 있었다.상대가 분명히 곁에 있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듯이.월요일이 되어서야 희유는 스펜빌리지로 돌아왔고 명우는 여자를 내려다 준 뒤 출근했다.문을 열고 들어서자 소파에 앉아 있던 우한이 보였다.우한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희유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이에 희유는 태연하게 외투를 벗고 옆에 앉았다.“뭐가 궁금한데? 다 물어봐.”우한은 장난스러운 웃음을 거두고 물었다.“진짜로 유변학이랑 사귀는 거야?”희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응.”우한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현실감이 없다는 듯했다.“그럼 전에 그렇게 기운 없던 것도 다 그 사람 때문이었어?”희유는 멋쩍게 웃었다.“다 설명 들었어. 오해였어.”우한은 그동안 끝까지 부인하던 희유의 태도가 떠올라 코웃음을 쳤다.“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된 건데. 고백은 받았어?”희유는 반달처럼 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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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8화

채경별장.이미 해가 기울 무렵이었다.명길수는 활동센터에서 바둑을 두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길에서 예전 동료들을 여럿 만나 인사를 나누다 보니 걸음은 자주 멈췄고, 집에 도착할 즈음에는 날이 거의 저물어 있었다.마침 옆집 마당에 차를 세우고 내리던 이신아가 명길수를 보고 먼저 인사를 건넸다.“정말 은퇴하시더니 정말 여유롭게 지내시네요.”명길수는 인상이 엄격해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웃음은 온화했다.“나도 내가 좀 더 젊어진 것 같아.”이신아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년이면 우리 집 사람도 정년 퇴임이에요. 뭐, 그 사람이 은퇴하든 말든 저는 상관없긴 하지만요. 저는 그냥 우리 아들 도군이만 잘 챙기면 되니까요.”명길수가 물었다.“도군이, 올해 수능이지?”이신아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자부심이 떠올랐다.“네. 그래도 전혀 걱정 안 해요. 성적은 늘 안정적이거든요. 담임 선생님도 경성대학교는 문제없다고 하셨어요.”“근데 본인은 경성대가 마음에 안 든다네요.”명길수는 옅게 웃었다.“아쉽군. 우리 애들은 전부 특별전형이었어. 특히 명우는 계속 월반해서 14살에 바로 국립대학교로 갔어. 나는 그런 즐거움은 누려볼 기회가 없었거든.”이신아는 아들을 자랑하려다 말문이 막혀 멋쩍게 웃었다.“누가 명우랑 비교하겠어요. 그런데.”잠시 말을 멈춘 뒤, 조심스럽게 물었다.“명우도 이제 서른 가까이 됐죠. 여자친구는 있나요?”명길수의 표정은 여전히 여유로웠다.“그럼 있지. 설 전에 며느리가 될 애가 보약도 사다 줬어. 아주 살뜰하더군. 다만 둘이 워낙 바빠서 집에 자주 못 올 뿐이지.”“그것 참 잘됐네요.”이신아도 빈틈없는 미소로 말했다.“나중에 명우가 여자친구 데리고 오면 꼭 알려주세요. 큰 봉투 하나 준비해야죠. 어쨌든 명우는 제가 어릴 때부터 봐 온 아이잖아요.”“물론이지. 그때는 명우가 직접 전화하게 하지.”몇 마디 더 인사를 나눈 뒤에야 명길수는 집으로 들어갔다.거실에 들어서자 위층에서 내려온 명빈이 바지 주머니에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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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9화

희유는 이미 우한에게 유변학의 본명이 명우라고 알려줬지만, 우한은 여전히 유변학이라고 불렀다.이에 희유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그렇게 무서워?”우한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는 무서워. 그리고 너도 대단해. 그런 사람이랑 연애할 생각을 하다니.”“정말 괜찮은 사람이야.”희유는 진지하게 설명했다.우한은 무엇이든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였고, 앞으로도 다 같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기를 바랐다.“얼른 가.”우한이 재촉했다.“유변학이 기다리다 답답해서 찾아오기라도 하면, 괜히 나한테 화풀이할까 봐 겁나.”“그렇게까지 무섭지 않다니까. 아직도 편견이 있는 거야?”희유는 웃으며 외투를 걸치고 집을 나섰다.주차장에는 익숙한 검은색 랜드로버가 서 있었다.희유가 문을 열고 올라타자, 명우는 마침 통화 중이었기에 여자는 조용히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며 기다렸다.업무 이야기처럼 들렸다.명우는 주로 듣기만 했고 마지막에 짧게 몇 마디로 응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희유가 고개를 돌려 말했다.“전화할 때 보면 보디가드 같지가 않네요.”명우가 입꼬리를 올렸다.“어디가?”희유는 눈을 굴렸다.“그냥요. 느낌이.”D국에 있을 때, 여러 세력 사이를 오가며 판을 읽고 움직이던 모습이 떠올랐다.그러나 명우는 웃기만 하며 핸들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정월대보름이 가까워지자 거리 분위기는 며칠 전보다 훨씬 북적였다.차량은 막히고 몇 사람들은 쉴 새 없이 오갔으며 도시는 한층 소란스러웠다.차가 멈춰 선 동안에도 희유는 전혀 짜증을 내지 않았다.오히려 밤 풍경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명우는 한 손으로 핸들을 잡은 채 침착하게 기다리다가, 시간이 길어지자 희유를 돌아봤다.“배고프지?”희유는 눈을 깜빡이며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배고파요.”명우는 그 모습이 귀여워 손을 들어 희유의 머리를 가볍게 만졌다.“조금 더 걸릴 것 같은데 편의점 들러서 뭐라도 사줄까?”희유는 그의 옷자락을 붙잡았다.“아니에요. 기다릴 수 있어요. 그렇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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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70화

명우는 앞을 바라본 채 운전하다가, 유제하의 얼굴을 떠올리며 눈빛이 잠시 차가워졌다.이에 명우는 담담하게 말했다.“별거 아니야. 유제하가 먼저 너랑 송우한을 모욕했잖아. 변호사를 불러서 상황을 정리해 주니까 집안에서 바로 이해하더라고.”희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아, 그래서였구나.”희유는 돌아보며 웃었다.“그럼 나는 어떻게 감사해야 해요?”명우가 말했다.“그날 이미 다 받았어.”희유는 순간 그날 차 밖에서 입을 맞췄던 장면이 떠올랐고 생각이 그대로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저는 그날 당신이...”사실 희유는 설호영 때문에 질투한 줄 알았다.그러나 말을 흐리는 희유에 명우가 물었다.“뭐라고 생각했는데?”희유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고 눈빛에는 장난기가 숨어 있었다.“비밀이에요.”명우는 더 묻지 않았다.사실 무슨 생각을 했는 지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기에 명우는 희유의 손을 잡았다.“그날 내가 입 맞춘 것 말고 다른 말 한 건 기억해?”마치 사랑에 빠져 중요한 말은 다 잊고, 그 장면만 기억하는 것 같다는 투였다.희유는 살짝 심통이 났다가 곧 고개를 갸웃했다.“무슨 말이요?”미간을 찌푸린 명우는‘역시 잊었네’ 라는 표정을 지었다.곧 희유는 멋쩍게 웃었다.“그날 말이 워낙 많았잖아. 근데 내가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하겠어요?”명우는 희유를 똑바로 바라봤다.“설호영한테서 떨어지라고 했어.”그날 밤 우한의 전화로, 호영이 아직도 희유에게 접근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이에 명우의 눈빛에 서늘함이 스쳤다.“네가 말하기 싫으면 내가 직접 가서 말할 거야.”그러자 희유는 급히 말했다.“아니에요. 제가 이미 얘기했어요. 당신이 나 보러 왔던 날, 그때 다시 거절했어요.”이번에는 확실히 정리됐다고 느낀 명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더 이상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알겠어.”명우는 예약해 둔 레스토랑으로 차를 몰았고 전용 주차 공간도 준비돼 있었다.차를 세우고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려던 순간, 희유가 망설이며 명우의 손을 살짝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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