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4531 - Chapter 4540

5034 Chapters

제4531화

“당장 우리 집에서 나가세요.”주강연은 차갑게 남자를 바라보며 단호한 기세를 내보였다.남자는 이를 악물며 어둡게 웃고는 뒤에 있던 남자를 불러 함께 돌아섰다.하현순 아주머니는 재빠르게 달려가 문을 닫고 스스로를 책망했다.“전부 제 잘못이에요. 아까 아래층 손전순 아주머니가 뭐 좀 갖다준다고 해서, 그 사람들인 줄 알고 문을 열었어요. 이렇게 집까지 찾아올 줄은 몰랐어요.”이 시대에 아직도 이런 식으로 대놓고 물건을 들고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니, 너무 뻔뻔스러웠다.곧 주강연은 담담하게 말했다.“괜찮아요.”그런 일은 수도 없이 겪었다. 월요일에 재판이 열리고 사건이 끝나면, 저런 사람들은 금방 조용해질 것이다.희유가 다가와 엄마를 껴안고 올려다보며 웃었다.“엄마, 아까 사람 내쫓는 모습 진짜 멋졌어요. 나 엄마가 너무 자랑스러워요.”주강연은 미소를 억누르며 희유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거야. 내 딸이야말로 내 자랑이지.”희유는 주강연에게 더 바짝 기대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건 다 엄마가 훌륭하니까 이런 훌륭한 딸이 나온 거죠”주강연의 눈빛이 부드럽게 빛났다.“맞아. 네 말이 맞네.”희유는 툭 던진 농담이었는데, 주강연이 진지하게 받아주니 오히려 자신이 웃음이 났다.다음 날 오후, 희유는 근처 서점에서 책을 사려고 차를 몰고 나갔다.출발하기 전 주강연이 말했다.“일찍 와요. 저녁에 우리 본가에 가서 같이 식사하자.”“알았어.”희유는 차 키를 들고 집을 나섰다.먼저 할머니가 좋아하는 꽃향기 나는 과자를 사서 차에 넣어두고, 옆 서점에서 필요한 자료를 찾으러 들어갔다.큰 서점에는 학생들로 가득했고 희유는 책장을 따라 걸으며 필요한 책을 찾았다.허리를 굽혀 책을 고르고 있던 순간, 주머니 속 휴대폰이 진동했다.이에 희유는 자연스럽게 터치해서 귀에 댔다.“여보세요?”[희유야.]남자의 낮고 깊은 목소리가 들리자 희유는 순간 표정이 굳었다. 그렇게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마음속에서 알 수 없는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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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2화

희유를 끌어안고 나가는 남자는 평범한 얼굴에 평범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남자는 희유를 반쯤 부축한 채 밖으로 향하다가 매장을 지나던 직원과 마주쳤다.이에 순간 민망한 듯 얼굴에 억지 미소가 번졌다.“제 여자친구가 다이어트하다가 저혈당이 와서 어지러워하네요. 책은 다음에 살게요.”서점은 계속 사람들이 드나들어 직원들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직원이 남자에게 ‘사탕이라도 드릴까요?’ 하고 물었다.“괜찮아요. 고마워요.”남자는 감사하다는 듯 웃어 보이며 희유를 반쯤 안은 채 서점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희유를 자신의 차에 태운 뒤 그대로 차를 몰고는 사라졌다.곧 주강연의 번호로 희유의 손발이 묶인 사진 한 장이 도착했고 이어서 전화가 걸려 왔다.[검사장님, 따님이 밖에서 쓰러졌길래 저희가 이틀 정도 돌봐드리려고요.]이에 주강연의 얼굴이 삽시간에 하얗게 질렸다.“주진훈이 시킨 거죠? 대체 뭘 하려는 거예요?”[뭘 하려는지는 검사장님이 더 잘 아시잖아요. 내일 주운재 사건 재판 열리잖아요. 주운재가 무죄로 풀려나면 따님도 무사히 돌아갈 거고요.][하지만 주운재가 실형 선고를 받으면 따님의 처지가 어떨지 장담 못 해요.][여자애 괴롭히는 방법은 검사장님이 그동안 많이 보셨을 테니 제가 굳이 설명 안 해도 되죠?]주강연의 온몸이 떨렸고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재판 결과는 내가 혼자 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그건 우리랑 상관없죠. 엄마라면 방법이 있겠죠? 검사장님?]남자의 목소리는 낮고 서늘했다.[그리고 절대 신고하지 마세요. 경찰이 사람 찾는 속도보다 우리가 사람 해치는 속도가 더 빠르니까요.]그 말과 함께 전화가 끊겼고 주강연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명우는 즉시 명길을 찾아가 주소를 전달하며 희유 집 근처의 서점을 모두 검색하라고 지시했다.이미 해가 저물 무렵이었다. 희유가 할머니 댁에서 저녁을 먹겠다고 했으니 멀리 가지 않았을 것이고, 집과 가까운 서점에서 납치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명길은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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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3화

소리가 가까워지자 눈앞의 철문이 열리고 남자 몇 명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중 한 명이 앞으로 나와 희유의 입을 막고 있던 테이프를 거칠게 떼어냈다.희유가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침착한 척할 수밖에 없었다.“나를 왜 납치를 했죠? 지금은 기술이 워낙 발달해 있어서 경찰이 금방 찾아낼 거예요.”“네 엄마가 신고를 못 한다면 어떡할래?”한 사람이 비웃듯 말하자 희유는 잠시 멍해졌다가 곧바로 말했다.“나를 납치한 건 돈 때문인가?”“무엇을 원하는지는 신경 쓰지 말고 얌전히 협조하면 돼. 네 가족이 말 잘 들으면 너도 무사할 거니까.”몇 사람은 그렇게 말한 뒤 더는 희유를 신경 쓰지 않고 옆에 놓인 야전침대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를 나눴다.잠시 후 다시 일곱, 여덟 명이 더 들어와 희유를 둘러싸더니 음흉한 시선으로 희유의 몸을 훑어보았다. 술 냄새를 풍기는 한 남자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탐욕스럽게 희유를 노려보며 말했다.“부잣집 딸은 역시 잘 키웠네. 피부가 하얗고 고와.”다른 이들이 불순한 웃음을 터뜨렸다.“이렇게 괜찮은 애는 처음 아니냐?”얼굴이 붉은 남자는 야전침대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보며 혀가 꼬인 채로 말했다.“양정학 형님, 제가 데려온 사람이니 먼저 저한테 맡겨야 하지 않겠습니까?”양정학은 코웃음을 쳤다.“너희 몇 명이 쟤를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사람은 살아 있어야 쓸모가 있어.”“형님, 사장님이 정말로 살아서 돌려보내라고 했겠습니까?”붉은 얼굴의 남자가 음산하게 말했다.“빨리 죽으나 늦게 죽으나 어차피 죽을 사람이죠.”양정학의 시선이 희유 쪽으로 스쳤지만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에 희유는 공포에 질린 채 몸부림쳤다.“당신들 사장님, 주씨 성을 가진 사람이 아닌가요? 이번에 일이 잘 풀린다 해도, 그 아들은 무죄로 풀려났어도 공소시효가 남아 있어요.”“나한테 손대면 우리 엄마가 그 아들을 다시 잡아들이게 할 거고, 사형받게 해서 평생 사회에 못 나오게 할 수도 있고요.”희유의 목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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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4화

남자의 어깨가 관통되며 단검에 실린 거대한 힘에 의해 몸이 날아가 뒤에 쌓인 화물에 부딪힌 뒤, 다시 바닥으로 세게 떨어졌다.희유는 눈부신 빛 속에서 성큼성큼 걸어오는 명우를 보는 순간, 온몸의 피가 다시 흐르는 듯했고 심장은 쿵쿵거리고 눈물은 주르륵 흘러내렸다.명우는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몸을 일으키려는 남자를 한 번 더 발로 차 넘어뜨렸다.그러고는 허리를 굽혀 칼자루를 움켜쥐고 사나운 기색을 띠며, 손에 힘을 주어 남자의 오른팔을 통째로 갈라버리려 했다.핏줄이 도드라진 명우의 손목이 그 자리에서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희유를 바라봤고, 여자 역시 자신을 보고 있었다.물기 어린 눈망울은 사슴처럼 흔들렸고, 의지하는 기색이 역력해 마음이 약해지게 했다.그 순간 명우는 잠시 망설였다. 희유가 자신의 피비린내 나는 잔혹한 모습을 보게 될까 두려웠고, 그로 인해 마음에 상처가 될까 걱정됐다.결국 명우는 단검만 뽑아 들었다. 바닥에 쓰러진 남자의 옷으로 피를 닦아낸 뒤 희유에게 다가가 몸에 묶인 밧줄을 끊어냈다.희유의 몸이 풀리자마자 희유는 벌떡 일어나 명우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힘껏 끌어안고 명우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로서야 흐느끼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다행히 명우가 와서 망정이지 몇 초만 더 늦었어도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웠을 것이었다.명우를 본 그 순간, 마음이 터질 것 같았다.주변에서는 여전히 간헐적인 몸싸움 소리가 이어졌고, 명우의 사람들이 양정학 일행을 제압하는 데에는 아무런 변수가 없었다. 양정학이 들고 있던 총은 방아쇠를 당길 틈도 없이 몽둥이에 맞아 산산조각이 났다.현장은 아수라장이었고 피가 사방에 튀자 명우는 희유를 안아 올리며 말했다.“우리 밖으로 나가서 기다리자.”희유는 명우의 팔에 의해 들어 올려지자 다리로 명우의 허리를 끼고, 익숙한 동작으로 목을 끌어안았다. 명우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고 눈물에 젖은 눈으로 납치범들이 맞아 울부짖는 모습을 보았다.대부분의 악한 자들은 이미 제압됐고, 남은 몇 명도 별 힘을 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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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5화

수화기 너머에서 명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람은 찾았어?]“응.”명우는 콧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짧게 답했다.[이번에는 제대로 고마워해야 할 거야.]명길의 말에 명우는 낮고 거친 목소리로 대답했다.“그 전화를 안 했으면 더 고마웠을 거야.”명길은 잠시 멈칫하더니 곧 상황을 알아차렸다.[내가 잘못했네. 그럼 그렇게 퉁 치는 걸로 해. 이만 끊을게.]말을 마치자마자 둘은 깔끔하게 전화를 끊었다.희유는 명우의 가슴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조금 민망하면서도 웃음이 나올 것 같아 입술을 꼭 다물었다.밖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자 명우는 희유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잠깐 나갔다 올테니까 차에서 기다려.”희유는 급히 몸을 일으켰다.“내가 경찰에게 상황을 설명할까요?”“그럴 필요 없어. 내가 처리할게.”명우는 희유를 좌석에 앉힌 뒤 문을 닫고 차에서 내렸다.창고 안으로 들어가자 경찰이 현장을 정리하고 있었고, 창고 관리자가 달려와 변명하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었다.앞서 명우에게 오른쪽 어깨를 찔렸던 남자는 어깨를 부여잡고 억울함을 외쳤다.“나는 창고를 지키기만 했을 뿐이에요.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 일도 하지 않았어요.”명우는 그 소리를 듣고 남자 쪽으로 걸어가자, 남자는 명우에게서 풍기는 살기를 느끼고 연거푸 뒤로 물러섰다. 그러고는 얌전한 척하며 물었다.“뭐 하는 거죠?”“전화로 이야기했잖아요.”명우는 냉랭하게 남자를 바라보며 미간을 좁혔다.“잊은 건가요?”남자는 곧 서점에서의 그 전화를 떠올렸다.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눈에는 더 이상 취기가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고는 공포에 질려 경찰 쪽으로 달아나려 했다.명우의 손에서 검은 냉기가 번뜩이더니 단검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 쇠를 베듯 남자의 팔 절반을 단숨에 잘라냈다.그러자 남자는 어깨를 움켜쥐고 비명을 질렀다.명우는 재빨리 다가가 두 다리 사이를 정확히 걷어찼다.곧 남자의 몸이 날아갔고, 바지 사이로 피가 흘러내리면서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명우는 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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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6화

“휴대폰 찾았어.”희유는 놀란 얼굴로 휴대폰을 받아 들었다. 하나를 또 잃게 될 거라 생각했는데 다시 찾을 수 있을 줄은 몰랐다.희유는 서둘러 전원을 켰지만 화면이 잠깐 깜빡이더니 다시 꺼졌다. 배터리가 완전히 바닥 난 상태였다.“괜찮아. 어차피 집에 가는 길이잖아.”희유는 뒤돌아보며 웃었다.“아직도 무서워?”명우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전혀 안 무서워. 나는 죽은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서 나온 사람이야. 이런 건 그렇게 큰 일이 아니야.”희유는 완전히 마음이 풀린 듯 얼굴이 환해졌고, 눈빛에는 은근한 자만심까지 묻어 있었다.명우는 희유를 한 번 바라본 뒤, 얇은 입술을 살짝 올리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렇구나.”희유는 문득 조금 전, 무섭다며 명우의 품으로 파고들던 자기 모습이 떠올랐다.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고 머뭇거리며 변명했다.“아까는 조금 무섭긴 했어요. 그 사람들이 총을 들고 있었잖아요.”남자의 입가에 걸린 미소는 쉽게 사라질 기색이 없었다. 명우는 고개를 한 번 더 끄덕였다.“알겠어.”희유는 명우의 말투에서 은근한 놀림을 느끼고는 민망해져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자기는 제 마음대로 키스할 수 있는데, 난 먼저 안으면 안 되는 건가?’남녀평등인데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다.잠시 후 명우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 휴대폰에 네 위치 추가해 뒀어. 이 일만 정리되면 해제할게.”희유는 명우가 자신의 안전을 걱정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사건이 끝나지 않으면 사람들이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점도 알고 있었다.마음이 따뜻해진 희유는 얌전히 대답했다.“알겠어요.”집에 도착하자 명우는 차에서 내려 희유가 마당으로 들어가는 것을 바라봤다.“들어가.”“오늘 나를 구해줘서 고마워요.”희유는 진심 어린 눈으로 명우를 바라봤다. 밤바람은 차가웠지만 눈동자에는 부드러운 빛이 깔려 있었다.“또 한 번 빚졌네요.”명우는 짙은 눈빛으로 희유를 보았다.“어떻게 갚을지 생각해 본 적 있어?”희유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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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7화

희유는 마음을 가다듬어야 했다. 조급해하지 말고 차분히 길게 생각해야 했다.주운재는 고의 살인죄로 기소됐고, 자신을 구하려던 주진훈 역시 붙잡혔다. 부자는 결국 그 안에서 원하던 재회를 이뤘다.희유를 납치했던 사람들 또한 마땅한 처벌을 받으면서 사건은 빠르게 종결됐다.희유는 종강이 되어 방학이 되었으나 곧 집으로 돌아가 살지는 않았다. 부모는 연말로 갈수록 더 바빴고 집에 돌아가도 혼자 지내야 했다. 차라리 월세방에 남아 있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게 적어도 우한이 곁에 있었다.명우도 바빴고, 그날 이후 두 사람은 한 번 밥을 먹은 뒤로는 다시 만나지 못했다.그날 오후, 희유는 우한과 영화 보러 가기로 약속했다. 영화표까지 예매해 두었는데, 장준형이 갑자기 우한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았다.결국 우한은 망설임도 없이 희유를 두고 남자친구에게 달려갔다.“남자친구만 챙기고 친구를 버리다니.”이에 희유는 분한 표정을 지었다.이미 신발을 갈아 신은 우한은 현관 옆 선반에서 가방을 집어 들고 뒤돌아보며 말했다.“티켓 환불하는 거 잊지 마.”우한은 그렇게 말을 마치고 문을 열고 나갔다.곧 희유는 휴대폰을 꺼내 환불하려다 손가락을 멈추고는 화면에서 빠져나와 명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우한이랑 볼 영화표를 샀는데 걔가 또 남자친구 만나러 갔어요.”명우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희유는 입꼬리를 누르며 일부러 걱정하는 척 물었다.“시간 있어요?”[있어. 지금 갈게.]희유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나 옷 갈아입고 나갈게요. 이따 봐요.”희유는 옷 몇 벌을 몸에 대어 보다가, 해가 질 녘 오렌지색 셔츠에 흰 캐시미어 코트를 걸쳤다. 웨이브 머리는 반묶음으로 정리하고,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어깨에 흘러내리게 했다.추운 날씨 속에서도 산뜻한 온기가 감돌았다.이목구비가 또렷해 진한 화장은 필요 없었다. 그저 오렌지 톤 입술만 발랐을 뿐인데도 충분히 화사했고, 준비를 마치고 잠시 기다리자 명우에게서 전화가 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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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8화

명우는 눈썹을 치켜올렸다.“커플관 티켓 사려면 두 사람이 연인이라는 증명서가 필요해?”희유는 곧바로 말했다.“필요 없죠.”명우가 말했다.“그럼 우리는 왜 못 사는 거야?”“본인만 신경 쓰지 않는다면 내가 사 올게요.”희유는 눈을 휘며 웃더니 몸을 돌려 다시 걸어갔다.이번에는 10분쯤 지나서야 희유가 돌아왔다. 손에는 영화표와 함께 밀크티 두 잔, 아이스크림 한 통, 팝콘 한 통이 들려 있었다.두 팔 가득 안고 사람들을 피해 다니느라 모습이 다소 어수선해 보였다.명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희유가 안고 있던 물건들을 받아 들며 담담히 말했다.“배고파? 아니면 먼저 밥을 먹을까?”희유는 고개를 들어 웃으며 물었다.“영화 본 적 없어요?”명우의 표정이 잠시 멈췄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처음이야.”희유는 조금 놀랐고 동시에 기뻤다. 한 남자가 영화를 본 적이 없다는 건, 이전에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생각이 들었다.곧 희유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이건 영화 볼 때 먹는 거예요. 그냥 영화만 보면 심심하잖아요.”영화 시작까지는 아직 20분이 남아 있었고 두 사람은 소파에 앉아 기다렸다.희유는 영화 볼 때 먹으려고 샀다고 했지만, 명우가 보기엔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팝콘 한 통이 절반이나 줄어 있었고 아이스크림도 이미 다 먹은 상태였다.“입이 좀 마르네.”희유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더니 밀크티에 빨대를 꽂고는 꿀꺽꿀꺽 마시자 한 잔이 순식간에 바닥을 보였다.명우는 그제야 D국에서 보낸 한 달 남짓한 시간 동안, 희유가 꽤 고생했음을 인지했다.명우는 남은 한 잔을 희유 앞으로 밀었다.“여기 하나 더 있어.”“괜찮아요. 그건 사장님한테 사 주는 거예요.”희유는 눈을 반짝이며 웃었다.명우는 희유가 사양하는 걸 보고 배가 부른 줄 알았는데,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서 말했다.“다시 사러 갔다 올게요.”명우는 잠시 말이 없었다.드디어 입장 시간이 되자 두 사람은 입장하려고 자리를 이동했다.그런데 그때 뒤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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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9화

희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영화를 보았다. 깜빡이는 빛이 희유의 얼굴을 스치며, 눈꼬리에 맺힌 붉은 기운이 더욱 선명하게 비춰냈다.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했다. 몇 명의 젊은 사람들이 방 탈출 게임을 하러 갔다가, 이후 연이어 기이한 일들을 겪게 되는 내용이었다.전개는 단순했지만 완성도는 나쁘지 않았다. 장면 구성과 분위기 연출이 잘 되어 있어 확실히 무서웠고, 점점 몰입감이 더해졌다. 긴장되고 음산한 분위기가 짙어질수록 희유는 자신도 모르게 명우 쪽으로 몸을 기울였고, 결국 몸이 닿을 때까지 다가간 뒤에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그때 갑자기 장롱 안에서 머리를 풀어 헤친 여자귀신이 튀어나왔다. 이에 희유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명우를 끌어안고, 얼굴을 명우의 가슴에 묻은 채 눈을 꼭 감았다.곧 상영관 안에서는 비명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명우는 희유의 허리를 감싸안고는 고개를 숙여 여자의 귀 옆에서 말했다.“가짜야. 친구들이 일부러 놀라게 하는 거야.”희유는 눈을 떴지만 다시 영화를 보지는 않았다. 시선은 허공에 머문 채 그저 명우에게 기대어 낮게 숨을 골랐다.명우의 손가락이 희유의 머리 위로 올라가며 마디마디 뚜렷한 긴 손가락이 천천히 머리칼을 쓸어내렸다. 곧 명우는 긴 다리를 반쯤 앞으로 뻗은 채 의자에 느슨하게 기대고 있었는데, 분위기는 냉정했지만 손길은 부드러웠다.근데 희유는 명우의 가슴 앞 옷자락을 붙잡고 고개를 들어 남자를 바라봤다.“명우.”희유가 명우의 이름을 이렇게 부른 것은 처음이었다. 부드럽고 말랑한 어조에는 은근한 의지가 묻어 있었다. 이에 명우의 목울대가 한 번 위아래로 움직이더니 곧 고개를 숙여 희유를 내려다봤다.어둑한 빛 속에서 명우의 시선은 깊은 심연처럼 짙었다.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시선이 마주쳤다. 희유의 눈빛은 조금 흐릿해졌고 가슴은 더욱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리고 명우의 옷깃을 붙잡은 손에는 힘이 서서히 들어갔다.명우의 시선이 희유의 분홍빛 입술에 머무르더니 곧 손바닥으로 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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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0화

문 앞에는 고풍스러운 등이 하나 걸려 있었고, 방울은 찬바람에 흔들리며 맑은 소리를 냈다. 희유는 뒤를 돌아보며 그 장면을 바라보다가, 마음속에 설명하기 어려운 아득한 감각이 스쳤다.문 안쪽은 한옥이었는데 소박하면서도 말끔했다. 그리고 사방의 방들에서는 희미하게 웃음소리가 들려왔고, 공기에는 은은한 술 향이 떠돌았다.“명우 왔구나.”짙은 회색 앞치마를 두른 중년 남자 설치현이 한 방에서 나와 두 사람이 맞잡은 손을 보더니, 얼굴의 미소가 한층 더 푸근해졌다. 그러고는 명우에게 말했다.“늘 앉던 자리로 가.”명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늘은 요리 두 개 더 추가해 주세요.”설치현은 뜻을 알아차린 듯 웃었다.“알겠어. 내가 알아서 할게. 아가씨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밖은 춥잖아.”명우는 희유를 데리고 계속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작은 홀이 하나 나왔고, 안에는 테이블이 세 개 있었다. 그중 하나는 막 손님이 나간 듯했고, 개량한복을 입은 여자가 컵과 접시를 정리하고 있었다. 여자는 명우를 보자 익숙한 미소를 지었다.“왔네?”명우는 고개로 인사를 대신하고 희유와 함께 다른 테이블 앞에 앉았다.희유는 주변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둘러봤다. 오래된 장식이었지만 깔끔했고 가운데에는 화로가 놓여 있었다. 또한 화구에서 불꽃이 올라와 방 안은 봄처럼 따뜻했다.명우는 차를 따라 주며 말했다.“어릴 때 아버지가 형제들 데리고 자주 여기서 밥을 먹었거든. 사장님 솜씨가 좋아.”희유는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차를 마시며 웃었다.“형제자매가 많아요?”“누나랑 여동생은 없고, 형제는 많아.”명우가 말하자 희유의 말투는 잠시 가라앉았다가 곧 다시 웃었다.“나는 외동이에요. 그래도 사촌 오빠가 있죠.”명우는 희유가 우행을 말하는 걸 알고 있었다.“그럼 됐지.”“맞아요. 친오빠랑 다름없죠.”우행의 이야기가 나오자 희유의 눈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설치현은 곧 요리를 들고 왔고 손에는 도자기 그릇이 들려 있었다.“파를 넣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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