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유는 백하가 얼굴이 굳은 채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가지 말라고 했잖아요.”어떤 결과가 나올지 이미 알고 있었다.백하는 희유의 팔을 붙잡아 밖으로 끌며 말했다.“가요, 더 안 볼 거니까요.”희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백하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주변에서 여러 시선이 쏟아졌지만, 희유는 마음이 고요했고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통로를 지나 회의실을 나섰다.리안도 뒤를 돌아보다가 희유와 백하가 떠나는 뒷모습을 보았다. 왠지 마음이 편치 않은 듯 낮은 목소리로 오경후에게 말했다.“백하 씨가 좀 걱정되네요.”리안의 집안 배경 때문에 다른 직원들과 동료들은 리안을 어느 정도 의식했다.거기에 오경후의 경력과 인맥까지 더해져 두 사람을 쉽게 건드리는 이는 거의 없었다.하지만 예외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백하였다.유씨 집안은 재력이 있었고 외가 역시 해성에서 권력을 쥐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귀하게 자란 백하는 누구에게도 주눅 들지 않았고, 힘든 문화재 복원 일을 하는 것도 전적으로 취미 때문이었다.그래서 리안은 백하를 늘 조금은 경계했다.게다가 백하는 희유와 꽤 가까운 사이였고, 그 점이 굉장히 거슬렸다.그러나 오경후는 여전히 태연했다.“이미 방송은 나갔어요. 이제 와서 뭘 할 수 있겠어요? 끽해야 제가 관장님께 몇 마디 듣는 정도겠죠. 걱정하지 마요. 별일 없어요.”기문식의 위치에서는 박물관 전체를 고려해야 했고, 리안을 폭로해 박물관의 명예를 훼손하는 선택을 할 수 없었다.오경후는 바로 그 점을 확신하고 있었기에 이렇게 당당할 수 있었다.그래서 오경후는 리안에게 당부했다.“좀 더 자신 있게 행동해요. 문화재 복원사 홍보대사는 리안 씨고, 이번 프로그램도 본인이 전부 촬영한 거예요.”“다른 사람과는 아무 상관 없어요. 조금 있다가 기자 인터뷰도 있으니까 위축되지 마요.”위로를 가장한 가스라이팅에 리안은 곧바로 기운을 차렸다.“네, 교수님 말씀대로 할게요.”오경후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시 프로그램 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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