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4831 - Chapter 4840

5026 Chapters

제4831화

그러자 희유가 다시 대답했다.“그런 것도 아니에요.”석유의 말투에는 드러나지 않는 씁쓸함이 묻어 있었다.[근데 지금 되게 행복해 보이는데?]희유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고개를 들어 밤빛 아래 화려하게 빛나는 거리와 도시를 바라봤다.그러자 눈동자에는 별빛처럼 반짝이는 불빛들이 비쳤다.“언니, 명우가 없던 지난 2년 동안 이 도시는 저한테 죽은 곳이었어요. 여기서 살고 있었지만 숨결이 느껴지지 않았어요.”“그런데 그 사람이 돌아왔어요. 무사히 이 도시에 돌아왔어요.”“그 사람이 이 도시 어디에 있든, 우리가 만나든 안 만나든, 나는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이 도시도 다시 살아난 것 같아요.”살아 있는 사람만이 심장이 뛰고 기쁨과 분노, 슬픔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석유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희유가 다시 말했다.“언젠가 누군가를 진짜로 사랑하게 되면 알게 될 거예요.”석유가 담담하게 말했다.[나도 지금은 알아.]“아니에요, 아직 그 느낌은 모를 거예요.” 희유는 낮게 웃었다.“그래도 언젠가는 저처럼 될 거예요.”희유는 천천히 다가오는 차를 보며 말했다.“저 이제 가야 해요, 언니랑 우한의 몫으로 야식도 사 왔으니까 조금만 기다려요.”석유는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래.]희유는 휴대폰을 넣고 명우의 차 쪽으로 걸어갔다.차에 올라탄 뒤 희유는 남자의 얼굴을 스치듯 바라보다가 창밖의 불빛과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밖이 되게 북적이네요.”명우가 한 번 보고 담담하게 말했다.“연예인이 와서 행사 중인가 봐요.”희유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그렇구나...”“내려서 볼래요?”명우의 질문에 희유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덥고 사람도 많아서 싫어요.”차 안에서 느끼는 정도면 충분했다.그러자 명우가 옅게 웃었다.“덕질하는 건 한 번도 못 본 것 같네요.”희유는 눈썹을 살짝 움찔거렸다.그리고 마음속으로는 자기 옆에 있는 이 남자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 있냐고 묻고 싶었다.명우는 잘생긴 얼굴도,
Read more

제4832화

명우는 희유를 한 번 바라보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윤정겸과 기문식은 서로 아는 사이였고, 그런 인연이 있었기에 기문식에게 희유를 잘 부탁했던 것이었다.자기 며느리를 도와주는 일이니 유전겸은 분명 매우 신중하고 진지하게 임했을 것이었다.그리고 사람 보는 눈 역시 틀리지 않았다.차가 건물 아래에 도착하자 희유는 안전벨트를 풀고 고개를 돌려 웃으며 말했다.“오늘 명길 씨 못 와서 직접 감사 인사는 못 드렸지만, 제 마음은 꼭 전해 줘요.”어둑한 불빛 아래에서 명우는 깊은 눈빛으로 희유를 바라봤다.“굳이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다들 기꺼이 한 일이니까요. 걔들한테는 희유 씨는 이미 가족이니까요.”그러자 희유는 시선을 내리며 살짝 웃었다.“그렇게 말하시니까 더 미안해지네요.”명우는 고개를 숙인 채 눈썹을 내린 희유를 보자 마음이 약해졌고, 무심코 손을 들어 얼굴을 만지려 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고...”손이 막 닿으려는 순간 희유는 본능적으로 몸을 피했고, 약간 경계하는 눈빛으로 명우를 바라봤다.그 반응에 명우는 손을 주먹 쥔 채 내려놓았고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희유 씨, 난 다른 사람 건드린 적 없어요. 그러니 그런 눈으로 보지 마요.”그러나 희유는 이 상황이 어색했는지 그저 웃으며 몸을 뒤로 기대더니 곧바로 차 문을 열었다.“저 올라갈게요. 운전 조심해요.”희유는 말을 마치자마자 문을 밀고 내려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르게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명우는 시야에서 허둥지둥 사라지는 희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그 눈빛은 한층 더 깊고 어두워졌다....인터넷에는 의혹의 목소리가 넘쳐났지만, 프로그램 제작진과 박물관은 여전히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리안이 올린 영상은 원래 이호필의 명성을 이용해 자신을 입증하려던 것이었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내며 더 많은 허점을 드러냈다.지금의 리안은 감히 더 움직일 수도 없었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영상을 삭제하면 찔리는 게 있어서 그런다고 욕을
Read more

제4833화

오경후가 지닌 온화하고 박학다식한 전문가 이미지가 완전히 무너졌다.오경후는 영상을 확인하자마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바로 이씨 집안의 소행이라는 것이었다.분노를 주체하지 못한 오경후는 곧바로 역공에 나섰다.인터넷에 공개 사과문을 올리며, 해당 프로그램이 편집으로 조작된 것이라고 폭로했다.리안이 자신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꾸미기 위해 자신에게 부탁했다고 했다.희유를 속여 고서 복원 프로그램에 한 회 출연시키게 한 뒤, 편집을 통해 리안 본인이 한 것처럼 만들어 유명세를 얻으려 했다는 것이었다.오경후의 발언은 순식간에 온라인을 초토화했다.그 폭로를 보고 완전히 얼어붙은 리안은 곧바로 오경후에게 전화를 걸었다.[교수님, 계정 해킹당하신 거 아니에요?]오경후는 외도 사건으로 이미 여론의 공격을 받고 있었고, 감정이 극도로 격해진 상태였다.그래서 이전처럼 온화한 스승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리안 씨, 더 이상 모른 척하지 말죠? 지난번에 내 아내를 호텔로 부른 다음, 몰래 사진 찍은 것도 리안 씨 사람들이죠?”오경후의 외도 사실은 리안만 알고 있었고, 아내의 연락처 역시 리안만 가지고 있었다.따라서 그날 일이 이씨 집안이 일부러 아내를 불러내 사진을 찍고, 자신을 압박하기 위한 증거를 만든 것이라는 결론은 어렵지 않았다.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 그 사진을 공개한 것도, 결국 리안을 지키라고 협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이에 리안은 다급하게 해명했다.[그거 저희 집안에서 한 거 아니에요.]그러자 오경후는 믿지 않는 다는 듯 냉소적으로 웃었다.“리안 씨가 어떤 사람인지는 내가 잘 알고 있어요.”리안은 목소리를 높였다.[제가 정말 교수님 약점을 쥐고 있었다면, 굳이 인터넷에 올릴 이유가 있었을까요? 개인적으로 말씀드리면 됐잖아요.]그 말에 오경후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고 리안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저희 둘 다 이용당한 거예요.]연이은 사건들로 오경후는 판단력이 흐트러진 상태였고, 그제야 당황한 기색으로 물었다.“
Read more

제4834화

윤정겸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그건 아마 좀 어려울 거야.]기문식은 순간 뭔가를 떠올린 듯 눈빛이 흔들렸다.“설마 명우가 희유 씨를 좋아하게 된 건가?”그게 아니라면 도무지 설명되지 않았다.명우가 왜 이렇게까지 일을 키우며 오경후와 리안을 몰아붙이는지, 기문식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그때 윤정겸이 갑자기 웃었다.[자네 정말 명우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인 줄 알았나? 매일 시간 맞춰 박물관에 얼굴 비추는 게 다 이유가 있었던 거야.]그러자 기문식은 멍하니 표정이 굳어졌다가 이내 불쑥 말했다.“명우가 희유 씨 때문에 박물관에 온 거였다고?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그날 제가 희유 씨를 사무실로 불러서 명우에게 직접 소개했을 때, 두 사람은 분명 처음 보는 사이 같았어.”윤정겸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두 사람은 2년 전쯤 결혼 직전까지 갔던 사이야.]기문식은 그 말을 듣고 완전히 얼어붙었고 곧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그런 사이였으면 처음부터 말해줘야지. 희유 씨를 박물관에 보낼 때는 옛 친구 딸이라고만 하고 잘 챙겨 달라고만 했잖아.”윤정겸은 태연하게 답했다.[그때는 이미 둘이 헤어진 뒤였잖아. 내가 뭘 어떻게 소개하겠나?]“어쩐지 명우가...”그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진 듯 기문식은 다급해졌다.“알겠어. 이번 일은 내가 명우에게도 미안한 짓을 했네. 바로 처리하지.”윤정겸이 단호하게 말했다.[서둘러. 자칫하다간 쌓아온 명예까지 다 잃을 수 있으니까.]그 말에 기문식은 더 말할 겨를도 없이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한순간도 더 미룰 수 없던 기문식은 곧바로 박물관 명의로 공지를 올렸다.박물관은 최근 온라인에서 논란이 된 방송 프로그램 사안에 대해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다각도의 확인과 증거 수집을 통해 해당 방송에 실제로 편집과 합성 정황이 존재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또한 방송 속에서 고서 복원을 진행한 사람은 리안이 아니라, 박물관 소속의 다른 문화재 복원사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이번
Read more

제4835화

희유는 얼굴을 조금 붉히며 말했다.[관장님께서 말씀하실 만큼 대단한 사람은 아니에요. 저는 그냥 제가 원하는 게 뭔지 알고 있을 뿐이에요.]기문식은 진심으로 감탄했다.“그게 가장 어려운 거죠. 정말 기적 같은 일이고요. 이제 리안 씨랑 오경후 교수님도 다 정리됐고, 희유 씨 억울함도 풀렸는데 언제 다시 출근할건가요?”희유는 이미 너무 오래 쉬어서 몸이 근질거릴 지경이었다.얼른 박물관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터라 망설임 없이 선뜻 대답했다.“내일 바로 갈게요.”...전화를 끊자마자 마침 석유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마지막 말을 들은 모양인지 곧바로 물었다.“박물관에서 온 전화야?”“네, 관장님이요.”희유는 숨길 것 없이 그대로 답했다.석유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이번 일은 관장님도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해. 너무 좋게 받아줄 필요는 없었는데...”희유는 그저 웃어넘겼다.“진짜 괜찮아요. 사람은 한 가지 일이나 한 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잖아요. 그동안 관장님이 저한테 잘해주신 것도 사실이니까요.”석유는 더 말하지 않고 대신 짧게 당부만 했다.“이리안은 조심해.”질투심이 많고 한 번 원한을 품으면 끝까지 되갚으려 드는 사람은 혼이 나도 자기 잘못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남을 더 원망하게 마련이었니까.그러자 희유는 석유를 바라보며 말했다.“저도 언니한테 고맙다고 해야 해요.”석유가 눈썹을 치켜올렸다.“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명빈 씨가 전화해서 생색냈거든요. 다 언니 아이디어였다고 하던데요?”해맑게 웃는 희유에 석유는 코웃음을 쳤다.“쓸데없이 말이 많기는...”그 반응에 희유는 더 크게 웃었다.“명빈 씨가 언니가 자기 그렇게 말하는 거 알면 진짜 펄쩍 뛸 거예요.”석유는 콧방귀를 뀌듯 말했다.“그 인간은 차라리 화병 나서 죽는 게 나아. 그래야 나도 좀 덜 시달리지.”희유는 쿠션을 안고 소파에 기대앉은 채 물었다.“명빈 씨가 또 언니 귀찮게 했어요?”“그 정도는 아니야. 그냥 이름만 들어도 짜증이 나서 그
Read more

제4836화

석유는 희유의 웃음을 바라보다가 더는 거절하지 못하고,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진작에 이럴 것이지!”해맑게 웃는 희유의 모습을 본 석유는 자기도 모르게 따라 웃었다.“희유야!”그때 호영이 다가와 희유를 불렀다.석유의 웃음은 살짝 가라앉았고, 고개를 숙인 채 물을 계속 마셨다.소박하게나마 이번 일을 기념하는 자리라 네 사람은 밖으로 나가 식사를 했다.사실 희유는 마음속으로 이번에 진짜로 감사해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명우에게 전화를 걸어 시간이 되는지 물어보려 했지만, 휴대폰을 몇 번이나 만지작거리다가 결국 그 생각을 접었다.식당은 새로 문을 연 곳이었다. 한식과 중식 퓨전 전문점이라 인테리어도 꽤 신경을 쓴 스타일이었다.금빛으로 화려하면서도 고급스럽고 비즈니스를 해도 괜찮을 것 같은 분위기가 났다.호영은 미리 룸을 예약해 두었고 도착하자마자 메뉴를 주문하기 시작했다.그리고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이번 일로 이어졌다.곧 호영이 궁금한 듯 물었다.“희유야, 인터넷에 올라온 그 내부 폭로자 있잖아. 그 사람 누구야? 리안 씨랑 원한이라도 있는 거야? 아니면 너랑 아는 사이야?”정의를 위해 나섰다는 식의 온라인 이야기를 믿지 않았다. 만약 방송국 내부 사람이 아니라면, 그런 내부 영상을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도 설명이 되지 않았으니까.그 말에 우한은 전혀 상상을 못 했는지 놀란 얼굴로 말했다.“난 진짜 방송국 직원인 줄 알았어.”이에 희유는 숨기지 않고 바로 말했다.“명우 씨가 한 거야.”호영은 금세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우한은 눈을 더 크게 뜨며 말을 더듬었다. “명, 명우 씨? 강성에 돌아온 거야?”우한은 3년 전 병원에서 명우를 한 번 본 이후로, 단 한 번도 다시 만난 적이 없었다.희유가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우한도 명우가 강성을 떠났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그렇게 시간이 흐른 뒤, 명우가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순간 많은 것들이 머릿속에서 이어졌다.
Read more

제4837화

석유는 이런 알록달록한 술을 참 좋아했지만 주량이 약해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희유를 향한 마음도 그랬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선을 지키면서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그 웃음을 곁에서 바라보는 것.그리고 사람들이 희유와 명우를 이야기하는 걸 듣기만 할 뿐 자신은 질투할 자격조차 없다는 것.그래서 가끔은 호영이 부럽기도 했다. 비록 희유의 마음을 얻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당당하게 고백할 수 있으니까.석유는 유혹을 참지 못하고 잔을 들어 살짝 한 모금 머금었다. 매콤한 것 같으면서도 은은한 신맛이 입안에서 퍼지며 자극적으로 번졌고, 묘하게 중독되는 느낌이었다.하지만 결국 이성을 붙잡고 잔을 내려놓은 뒤 밀어냈다.그래서 룸으로 돌아가려던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불렀다.“석유 씨?”목소리만 들어도 누구인지 알 수 있었지만 석유는 무시했고,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이에 뒤에서 비웃는 듯한 목소리가 이어졌다.“내가 그렇게 무서워요? 대답도 못 할 만큼?”석유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자신을 불쾌하게 하는 사람에게는 시선 하나도 아깝다고 생각했다.이러한 상황에 유민래는 오히려 더 짜증이 난다는 듯 빠르게 따라와 앞을 가로막으며 비웃었다.“처음엔 제가 사람 잘못 본 줄 알았는데 일부러 못 들은 척하신 거였네요.”석유는 하이힐을 신은 민래보다도 조금 더 키가 컸고, 마른 체형에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저희가 무슨 사이길래 민래 씨한테 답해야 하죠?”민래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아직도 강성에 계시네요? 일은 구하셨어요?”그 말에 석유는 잠시 멈칫했다. 명빈의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민래가 모르고 있었다.“본인이랑 상관없는 일이잖아요. 비켜 주세요.”석유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민래도 충분히 예쁜 얼굴이었으나 이는 말이 없을 때만 순수하고 귀여워 보일 뿐이었다.그리고 석유는 그 얼굴을 보는 순간부터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올라왔고 조금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민래는 기세등등하게 말했다.“왜요?
Read more

제4838화

명빈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우리 둘 다?”민래는 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석유가 했던 말을 한마디도 빼놓지 않고 그대로 명빈에게 전했다.“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명빈은 석유 특유의 도도하고 싸늘한 태도를 떠올렸다. 그랬기에 그런 독한 말이라면, 정말 석유가 하고도 남을 법했다.명빈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고, 다시 민래의 발을 내려다봤다.“병원부터 가 보자.”민래는 잠시 망설였다.며칠째 명빈을 보지 못했다.명빈이 이런 요리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일부러 기회를 만들어 먼저 약속을 잡은 자리였다.또한 명빈이 바쁜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고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는 점점 확신이 없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또한 사귄 지 꽤 됐는데도, 두 사람은 아직 한 번도 잠자리를 가진 적이 없었다.처음에는 민래 쪽에서 일부러 선을 그었다. 너무 쉽게 허락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명빈 쪽에서도 더 이상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고, 그럴수록 오히려 민래는 서운해졌다.원래는 오늘을 계기로 두 사람 사이가 한층 더 가까워지길 바랐다. 그런데 하필 석유를 마주쳤고 발목까지 다쳐버린 것이었다. 그랬기에 지금 병원에 가 버리면 오늘 데이트는 그대로 끝장이었다. ‘역시 저 여자만 만나면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됐어. 그렇게 심한 건 아닌 것 같아. 우리 음식도 다 시켜놨잖아. 먹고 나면 괜찮아질 수도 있어.”민래는 발목의 통증을 참으며 아무렇지 않은 척 억지로 웃어 보였다.그러나 명빈은 고개를 숙여 한 번 살펴보더니 말했다.“벌써 부었어. 그래도 병원은 가 보자. 확인해야 나도 안심이 되지.”명빈이 이렇게 신경 써 주는 모습에 민래는 가슴속에서 몽글몽글한 느낌이 번져 올랐다. 그래도 민래는 애써 얌전한 척 고개를 끄덕였다.“말 들을게.”“가자.”명빈은 민래를 그대로 안아 들어 올리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석유가 룸으로 돌아오자 희유가 바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단번에 석유의
Read more

제4839화

명빈은 순간 석유의 표정을 읽어냈다.조금 전 레스토랑에서 민래와 석유 사이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자, 석유가 자신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까지 눈치챘다는 걸 알 수 있었다.명빈은 아무렇지 않은 듯 석유를 한 번 훑어본 뒤, 다시 희유를 향해 진심 어린 미소를 지었다.“식사 끝나셨어요? 제가 모셔다드릴게요. 형이 출장 가면서 희유 씨 잘 챙기라고 하더라고요.”희유는 반사적으로 물었다.“또 출장 갔어요?”이에 명빈은 입꼬리를 올렸다.“해성에 갔어요. 오늘 오전에 출발했고 내일이면 돌아와요. 그래서 따로 말 안 한 것 같네요.”희유는 순간 민망해져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아, 네.”“가시죠, 차 타세요.”희유는 손을 저었다.“아니에요. 방금 엄마한테 전화 와서 집에 들어가야 해요. 저 혼자 운전해서 갈게요. 명빈 씨는 석유 언니 태워다 주세요. 언니 술 드셔서 운전 못 하잖아요.”오늘 우한도 집에 들어가야 했는데 차를 안 가져와서, 희유가 이미 호영에게 부탁해 먼저 보내 둔 상태였다. 그리고 원래는 석유에게 같이 집에 가자고 하려던 참이었다.그런데 희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두 사람이 동시에 말했다.“필요 없어요.”“그건 좀 그렇죠.”희유는 두 사람이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걸 떠올리고는 더 권하지 않았다.“그럼 언니 오늘 저희 집에서 자요.”그 말에 명빈의 머릿속에 경고음이 울렸다. 석유가 희유 집에 가면 두 사람이 같은 방을 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뇌리에 스쳤다.“아, 그냥 제가 데려다드릴게요. 마침 가는 길에 업무 얘기도 좀 해야 해서요.”“퇴근하면 일 얘기는 안 할 건데요?”석유가 단호하게 잘라 말했고 명빈의 시선이 석유에게 향했다.“그럼 희유 씨랑 따로 하실 얘기라도 있으신가요? 그럼 저도 희유 씨랑 몇 마디 나눌까요?”이는 노골적인 압박이었고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석유뿐이었다.석유는 어두운 눈빛으로 명빈을 노려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럼 부탁드릴게요.”“별말씀을요.”명빈은 무심하게 답한 뒤
Read more

제4840화

석유는 그 차갑고 거친 시선을 아예 없는 것처럼 넘겼다.이길 수는 없어도 기세만큼은 한 번도 밀린 적이 없는 석유였다.두 사람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명빈은 묵묵히 운전에 집중했고 석유는 눈을 감은 채 쉬었다.둘 사이의 분위기는 여전히 팽팽했고, 지난번 협업 이후에도 전혀 누그러지지 않았다.거리에는 네온사인이 화려하게 빛났고 차 안에는 희미한 불빛이 스쳐 지나갔다,어둡고 좁은 공간 안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했다.명빈은 문득 석유가 잠을 자주 잔다는 걸 깨달았다.시간만 나면 눈을 감고 쉬었다. 요즘 사람들처럼 휴대폰을 붙잡고 계속 들여다보는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고집이 센 성격, 차가운 태도, 독특한 기질, 그건 마치 석유의 트레이드 마크이면서도 동시에 세상을 향해 두른 갑옷 같았다.뭐랄까, 자신을 지키기 위한 갑옷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명빈은 본인이 왜 이런 생각을 갑자기 하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집 앞에 도착하자 석유는 짧게 말했다.“고마워요.”그리고 바로 차 문을 열고 내렸다.명빈은 여자가 시원시원하게 걸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자 가슴속에서 알 수 없는 짜증이 피어올랐다.하지만 왜 화가 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어쩌면 단순히 석유라는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걸지도 몰랐다.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는데 희유에게서 온 메시지였다.집에 잘 도착했다는 내용이었고, 명빈은 답장을 보낸 뒤, 차를 몰고 자리를 떠났다....다음 날, 희유는 다시 박물관으로 출근했다.오전에는 기문식이 일부러 회의를 열었고, 장소는 여전히 그때와 같은 계단식 회의실이었다.일이 시작된 곳에서 다시 끝을 맺는 자리 같았다.기문식은 먼저 스스로를 돌아보며 이번 일의 실수를 진지하게 인정했다.이후 희유를 칭찬하고 오경후와 이리안 등 관련 인물들을 강하게 질책했다.프로그램 책임자 역시 엄중한 처벌을 받았고, 전체 프로그램은 전면 수정에 들어갔다.오경후의 분량은 당연히 삭제됐고 방송 일정 역시 미정으로 변경됐다.“다들 맡은
Read more
PREV
1
...
482483484485486
...
503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