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4881 - 챕터 4890

5026 챕터

제4881화

옆에 또 한 대의 차가 들어왔다.명빈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희유의 차를 한눈에 알아봤는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둘이 약속이라도 한 거예요?”“어.”명우가 담담하게 답했다.어찌 보면 약속한 셈이었다.그 말에 명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그럼 난 안 들어갈게요.”명우가 명빈을 힐끗 봤다.“왜? 찔리는 거라도 있어?”그러자 명빈이 코웃음을 쳤다.“누가 찔린대요?”명우는 더 말하지 않고, 그대로 마당 안으로 들어갔다.명빈은 잠시 그 자리에 서 있다가 결국 따라 들어갔다.마당에 들어서자마자 뒷마당 쪽에서 희유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이에 명빈이 말했다.“아버지 또 희유 씨 데리고 마당에서 뭐 하시나 보네요. 형은 가요. 난 화장실 좀...”두 사람은 마당에서 갈라졌다.한 명은 뒷마당으로 향하고 한 명은 집 안으로 들어갔다.명빈은 문을 열고 들어가 거실을 훑어봤다.테이블 위에 놓인 찻잔과 과일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그대로 돌아서 화장실로 향했다.화장실 문은 완전히 닫히지 않고 살짝 열려 있었고, 명빈은 아무 생각 없이 문을 밀고 들어갔다.그러나 눈앞에 들어온 것은 눈부시게 하얀 어깨였다.석유는 거울 앞에 서 있었다.검은 셔츠 단추를 반쯤 풀고, 한쪽 소매를 벗어 어깨와 등을 드러낸 채, 물티슈로 뭘 닦고 있었다.검은 셔츠와 하얀 피부의 대비가 유난히 도드라졌다.기척을 느껴 재빨리 옷깃을 끌어 올리고 돌아선 석유는 명빈과 눈이 마주쳤고, 둘 다 순간 멈췄다.“여기서 뭐 해요?”“왜 왔어요?”두 사람의 말이 동시에 튀어나왔고 동시에 미간을 찌푸리며 서로를 경계했다.석유는 포도를 따다가, 옆의 감나무에서 완전히 익은 감 하나가 떨어지는 바람에 봉변을 당했다.감이 그대로 옷 안으로 떨어져 즙이 어깨를 타고 흘러내렸고, 끈적거려 견딜 수가 없었다.그래서 화장실에 와서 씻고 있었던 것이다.희유의 말로 이 집에는 윤정겸 혼자 산다는 걸 알고 있었다.또한 지금은 희유와 함께 뒷마당에 있었기 때문에, 셔츠를 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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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2화

이미 이곳이 사실 명씨 집안이라는 걸 알게 된 이상, 석유는 뒤뜰에 도착해 명우를 보았을 때도 더 이상 놀라지 않았다.그보다 더 놀라운 건, 희유와 명우 집안과의 관계가 이렇게까지 깊다는 사실이었다.지난 2년 동안 명우가 없었음에도, 그 인연은 끊긴 적이 없었던 듯했다.“석유 언니!”희유가 부르자 명우가 시선을 돌려 바라봤다. 길게 찢어진 눈매에 순간 놀람이 스쳤는데, 석유가 여기에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희유가 뒤돌아 명우에게 설명했다.“원래는 언니를 집에 데려가려고 했는데, 엄마가 야근하신다고 해서 여기로 데려왔어요.”명우는 평소와 다름없는 어조로 말했다.“괜찮아요. 친구니까 환영해요.”석유는 명우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대신했다. 그리고 곧장 윤정겸이 따놓은 포도 상자를 옮기는 걸 도왔다.희유가 다가가 고개를 갸웃하며 웃었다.“명우 씨 보고도 왜 안 놀라요?”석유는 담담하게 말했다.“아까 이미 명빈 씨를 봤거든.”“아!”희유의 눈이 커지더니 참지 못하고 웃었다.“명빈 씨도 왔어요?”“언니 보고 어떤 표정이었어?”석유는 방금 전의 난처한 상황이 떠올라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날 보고 싶어 하지 않더라고. 너도 알잖아. 날 여기에 데려오면 안 됐어.”그 말에 희유가 미안한 듯 말했다.“지난번에 명빈 씨가 언니 괴롭힌 일은 아버님도 아셨어요. 명빈 씨를 혼내시고는 시간 나면 데려오라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오늘 데려온 거예요.”“명빈 씨는 신경 쓰지 마요. 아버님은 정말 좋은 분이니까요.”석유는 희유를 어떻게 탓하겠냐는 듯 옅게 웃었다.“괜찮아.”“안 화났죠?”희유가 석유의 팔을 붙잡았다.“희유 씨!”명우가 희유를 부르자 석유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좀 도와줘요!”석유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난 괜찮으니까 명우 씨한테 가. 난 이 포도 씻고 있을게.”그때 윤정겸이 갑자기 외쳤다.“명빈아, 빨리 좀 와라! 꾸물거리지 말고 석유 좀 도와!”희유가 고개를 들자 마침 명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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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3화

석유는 명빈을 상대하지 않았다.명빈은 석유가 양손으로 일을 하고 있어 불편한 줄 알고, 그대로 포도를 여자의 입가로 내밀었다. 그러고는 거리낌 없는 태도로 말했다.“입 벌려요.”석유는 잠시 멈칫하더니, 무심한 눈으로 고개를 들어 명빈을 봤다.“저쪽 가서 먹어요. 일하는 데 방해하지 마요.”명빈은 핀잔을 들어도 개의치 않았다. 그저 고개를 돌려 포도를 따고 있는 사람들을 한번 보더니 장난스럽게 말했다.“방금 딴 건 안 씻어서 못 먹어요.”석유는 말이 없었다.그리고 더 이상 상대하기 귀찮았는지 씻은 포도를 들어 올려 건조대 쪽으로 옮겼다.이 상황을 본 윤정겸은 멀리서 보고 크게 외쳤다.“명빈아, 게으름 피우지 말고 석유 좀 더 도와!”“알겠어요!”명빈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대답하고, 다시 석유 뒤를 따라갔다.윤정겸은 미리 건조대를 설치해 두었다. 총 5층으로 되어 있었고, 층마다 대나무로 엮은 납작하고 둥근 소쿠리가 놓여 있었다.석유는 금세 아래 두 층을 말려놓았고, 희유와 명우가 씻은 포도 한 바구니를 더 가져왔다. 그리고 석유는 망설임 없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위쪽에 포도를 널기 시작했다.“바구니 좀 들어 올려요.”석유가 명빈에게 말하자 명빈은 말없이 손을 들어 바구니를 높이 들었다. 키도 크고 팔도 길어, 석유가 포도를 꺼내기 딱 좋은 높이였다.옆에서 보고 있던 희유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명우를 바라봤다.‘명빈 씨가 언제 이렇게 말을 잘 들었지? 아니면 일부러 보여주는 걸까?’그러나 명우는 아무렇지도 않게 희유의 손목을 잡아끌며 다시 포도 따러 돌아갔다.“가요.”희유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뒤를 한 번 더 돌아봤다. 명빈은 여전히 바구니를 들고 있었고, 햇볕에 눈을 가늘게 뜨며 표정은 조금 짜증스러워 보였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희유는 고개를 돌리며 웃었다.“명빈 씨가 진짜 잘못한 거 아는 것 같아요. 지금 열심히 만회하려는 거죠.”명우는 명빈을 잘 아는 듯,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하기 싫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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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4화

명우가 희유에게 물을 따라주고 있을 때, 희유는 갑자기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목 어떻게 된 거예요?”귀 아래에서부터 선명하게 긁힌 자국이 몇 줄 이어져 있었다. 희유가 명우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누군가에게 할퀸 상처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그러자 명우는 손을 들어 목을 한번 만지며 담담하게 웃었다.“괜찮아요. 나뭇가지에 긁혔어요.”“가만히 있어요!”희유는 가까이 다가가 고개를 기울여 남자의 목에 난 상처를 자세히 살폈다.“약 발라야겠어요.”명우는 원래 이 정도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려 했지만, 입 밖으로 꺼내려던 말을 삼키고 낮게 한마디만 했다.“그래요.”“약상자 있어요?”희유가 물었다.“있어요.”명우는 잠시 생각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의 술장으로 가더니 아래 서랍에서 약상자를 꺼냈다.“지난번에 아버지 아프셨을 때 간호사가 여기 놔두고 갔는데 아직 안 썼어요.”희유는 약 상자를 받아 열어 뒤적이다가 소독약을 꺼냈다.“먼저 소독부터 할게요.”명우는 별다른 의견 없이 말했다.“그래요.”희유는 면봉에 약을 묻혀 명우의 목에 조심스럽게 발랐다. 표정은 진지했고 어딘가 긴장된 기색도 엿보였다.“아프면 말해요. 살살 할게요.”그저 작은 상처 하나였을 뿐이었다. 명우는 물론이고 희유 자신이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희유의 눈에 담긴 걱정은 마치 이 상처가 아주 심각한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깊었다.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석유의 눈빛에,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마치 깊은 바닷속 소용돌이처럼, 쉽게 드러낼 수 없는 감정이었다. 그저 혼자 삼켜야 하는 통증이었고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든 고요해 보여야만 했다.자격도 없는 역할과 감정, 다치고 아파도 결국 스스로 감당해야 할 일이었다.석유는 희유가 조심스럽게 약을 바르는 모습을 보며, 문득 지난번 자신이 명빈에게 약을 발라주던 장면이 떠올랐다.그때 명빈이 왜 계속 자신을 거칠다고 불평했는지 이제야 이해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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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5화

윤정겸은 석유의 솔직한 성격이 마음에 들었다. 겉으로는 차분하고 말이 없는 듯 보였지만, 속은 아주 성실한 아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요리도 할 줄 알아?”석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최근 몇 년 동안 희유랑 같이 살면서 자주 해주다 보니까 조금 배우게 됐어요.”“좋네, 좋아! 요리 쉽지 않은데 말이야!”윤정겸이 기뻐하며 말했다.“그럼 나도 사양 안 할게.”“네.”석유가 옅게 웃었다.재료들은 이미 손질이 끝난 상태였다. 생선과 새우는 깨끗이 정리되어 있었고, 채소도 씻어 보관 용기에 가지런히 담겨 있었다. 심지어 요리에 쓸 양념까지 종류별로 나눠 담겨 있었다.재료를 조리대 위에 꺼내 놓자 한눈에 들어왔고, 윤정겸이 물었다.“어떤 거 만들까?”석유는 한번 훑어보고 바로 말했다.“장어는 조림으로 하면 좋겠고요. 이 계절에는 털게는 찜이 제일 좋아요.”“연근은 새콤달콤하게 하고, 요즘 건조하니까 채소 반찬 두 개에, 녹두랑 백합 넣은 죽도 하나 끓이면 좋겠어요.”윤정겸은 눈이 반짝이더니 목소리도 더 밝아졌다.“나랑 생각이 똑같네!”석유는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그러면 생선부터 밑간할게요.”윤정겸은 석유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말 뿐이 아니라 정말 요리를 해본 아이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다. 요즘 젊은 사람 중에 요리할 줄 아는 사람은 드물었기 때문이다.명빈이 부엌으로 들어왔을 때, 윤정겸은 석유에게 생선에 칼집을 내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었다.“이렇게 해야 간이 잘 배어. 내가 연구해서 만든 방법이야.”명빈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벌써 꽤 친해 보였다.‘아버지가 괜히 더 챙기는 건가?’명빈은 부엌문에 비스듬히 기대서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웃으며 말했다.“오, 석유 씨 요리도 할 줄 알아요? 새삼 다시 봤어요. 설탕이랑 소금은 구분해요?”비아냥대는 명빈에 윤정겸은 돌아보며 인상을 썼다.“너 같은 놈이랑 달라. 쓸데없는 소리 말고 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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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6화

윤정겸이 크게 웃으며 석유를 흐뭇하게 바라봤다.“참 기특하네!”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 사람에 따라 방법을 달리하는 감각이 있는 모습이 마치 타고난 리더 같았다.희유가 왜 석유를 그렇게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았다. 석유는 확실히 남달랐다.명빈은 당근을 깍둑썰기하느라 점점 짜증이 올라오던 참이었는데, 웃음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어 물었다.“뭐가 그렇게 웃겨요?”윤정겸이 숨김없이 말했다.“석유가 똑똑해서 웃는 거야.”명빈은 석유의 옆모습을 한번 힐끗 보더니 코웃음을 쳤다.“그럼 저는 안 똑똑해요?”‘맨날 남만 칭찬한다니까.’“넌 잔머리고, 석유는 지혜로운 거고.”윤정겸이 거리낌 없이 말하자 명빈은 붉은 입술이 벌려지더니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아버지, 너무 뻔해요. 일부러 석유 씨 칭찬해서 요리 시키려는 거죠?”윤정겸이 화가 나 눈을 부릅뜨고는 아직 까지 않은 콩꼬투리를 한 움큼 집어 명빈에게 던졌다.“저리 가! 넌 밥도 먹지 마!”명빈은 몸을 피해 웃으며 말했다.“아버지, 좀 솔직해지세요.”이번에는 윤정겸이 칼을 집었고 명빈은 그제야 얼른 도망갔다.윤정겸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쟤 말은 신경 쓰지 마.”석유는 고개를 숙인 채 담담하고 예의 바른 목소리로 말했다.“그래도 성격은 괜찮은 편이에요.”“저렇게 가볍고 철도 없는데 뭐가 괜찮아.”윤정겸이 한숨을 쉬었다.“우리 애 중에 쟤가 제일 그래.”석유는 조용히 말했다.“일만 제대로 하면 괜찮아요.”윤정겸은 석유를 보며 웃었다.“명빈의 회사에서 일한다며? 평소에 좀 봐줘. 쟤가 너 괴롭히면 나한테 전화해. 내가 혼내줄게.”“아니에요. 제가 해결할 수 있어요.”석유는 칼질을 빠르고 가지런하게 마치고 칼을 내려놓은 뒤 말했다.“이제 불 켜셔도 돼요. 아저씨가 메인으로 하시고 저는 옆에서 도울게요.”“좋아!”윤정겸이 시원하게 답했다.희유가 다가왔는데 앳된 얼굴에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셰프님들, 제가 도울 거 있을까요?”“넌 기다렸다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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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7화

두 사람이 함께 요리했고, 가끔 명빈과 희유가 와서 오히려 일을 더 늘려 놓기도 했지만 점심은 금세 완성되었다.다들 식탁에 앉았다. 희유와 석유는 각각 윤정겸의 양옆에 앉았고, 희유의 오른쪽에는 명우가, 석유 옆에는 명빈이 자리했다.“간단한 점심이니까 격식 차리지 말고 뜨거울 때 먹자.”윤정겸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래도 오늘은 석유가 처음 집에 왔고, 와인도 담그는 걸 도와주고 요리도 했으니 고생 많았다. 우리 다 같이 석유를 환영하는 의미로 한잔하자.”석유가 급히 말했다.“아저씨, 저는 괜찮아요.”명빈이 아무렇지 않게 덧붙였다.“그러게요. 자기 사장 일 도와주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윤정겸의 얼굴이 굳더니 술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마침 그 얘기 하려던 참이야. 지난번에 너랑 네 여자친구가 석유 괴롭힌 일, 이번엔 넘어가지만 다음에 또 그러면 다리 부러뜨릴 거야.”살벌한 말에 명빈이 숨을 들이켰다가 난처하게 웃었다.“아버지, 그 정도까지는 아니잖아요.”희유는 옆에서 그 모습을 보며 몰래 웃었지만 끼어들지 않았다. 아주 재밌는 구경을 하는 표정이었다.“안 믿으면 해보든지.”윤정겸은 명빈을 흘끗 보고는 석유에게 말했다.“이 잔은 내가 대신 사과하는 거니까 그냥 받아줘라. 쟤 말은 신경 쓰지 말고.”석유가 말하려 하기도 전에 명빈이 먼저 말했다.“석유 씨 술 못 마셔요.”“왜?”윤정겸이 명빈을 바라봤다.“석 잔이면 완전히 취해서 정신 못 차리거든요.”명빈이 피식 웃었다.석유는 지난번 일이 떠올랐는지 드물게 얼굴이 붉어졌다.“맞아요. 술은 잘 못 마시는 데 마음은 감사히 받을게요.”“그러면 주스로 하자.”희유가 석유에게 주스를 따라주며 말했다.“같이 건배해요!”“건배!”윤정겸이 웃으며 잔을 부딪쳤다.명빈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젓가락을 들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고 한 입 먹고는 말했다.“이 연근조림 맛 괜찮네요.”“석유가 한 거야.”윤정겸의 말에 명빈은 석유를 힐끗 보더니, 갑자기 맛이 덜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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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8화

명빈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고 곧바로 웃으며 말했다.“우리 그날 그냥 가볍게 겨뤄본 거였어요. 장난처럼요.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진짜 별거 아닌 작은 상처예요.”석유의 눈동자에 잠깐 놀란 기색이 스쳤고 고개를 돌려 명빈을 한 번 바라봤다.“얼른 식사하세요. 조금 있으면 식어서 맛없어져요.”명빈이 윤정겸에게 반찬을 건네며 말했다.“이 생선 진짜 괜찮아요. 많이 드세요.”“석유도 싸울 줄 알아?”윤정겸이 또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는 듯 물었다.“건강하려고 배우는 거죠.”명빈이 눈을 찡긋하며 능청스럽게 웃었다.“아버지, 너무 캐묻지 마세요. 밥도 못 먹게 하실 거예요? 아침도 못 먹은 것 같은 사람을 데리고요?”“그래그래, 일단 밥부터 먹자. 먹고 나서 얘기하자.”윤정겸이 희유와 석유에게 반찬을 챙겨주며 말했다.명우는 명빈을 한 번, 석유를 한 번 번갈아 보았다.두 사람이 모두 사실을 말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특히 명빈이 일부러 석유를 감싸주고 있는 듯했다.이 상처도 단순히 겨루다가 생긴 건 절대 아니었다.그러나 희유는 생각이 단순한 편이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같이 밥 먹으면 친구예요. 둘이 계속 싸우지 말고 절대 손대면 안 돼요.”그러자 석유가 희유를 안심시키듯 눈빛을 보냈다.“괜찮아.”“걱정 마요.”명빈이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제가 양보할게요.”석유는 비웃듯 입꼬리를 살짝 올렸지만, 방금 명빈이 자신을 감싸준 일을 떠올리며 공개적으로 받아치지는 않았다.그저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식사를 이어갔다.두 사람이 싸우지 않으니 식사는 비교적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다.식사가 끝난 뒤, 모두 거실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그때 옆집 이신아가 직접 만든 간식을 들고 윤정겸에게 건네러 왔다가 희유를 보자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또 국장님 뵈러 왔어요?”그러다 소파 쪽에 앉아 있는 석유를 보고 눈을 반짝였다.“명빈이도 여자친구를 데리고 왔네요. 너무 예쁘네요! 입이랑 코가 명빈이랑 닮았어요. 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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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9화

희유는 눈빛이 반짝였고 기대감도 가득했다.해 질 무렵이 되자 명우가 시간을 확인하고 희유에게 말했다.“백하 씨가 오늘 저녁에 밥 산대요. 이따 같이 가요.”희유가 고개를 끄덕였다.“아까 저한테도 연락 왔어요.”백하 외삼촌 댁 사촌동생은 해성 임씨그룹 지사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계속 강성으로 옮기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인사이동은 절차를 거쳐야 했고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보장도 없었다.그래서 백하는 명우에게 도움을 부탁했다.박물관 일로 백하는 그동안 희유를 많이 도와줬고 명우도 흔쾌히 승낙했다. 게다가 이 일은 명우가 그저 한마디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일이 해결되자 백하는 사촌동생을 데리고 명우에게 식사로 감사 인사를 하려 했다.이전에 두 번이나 명우를 초대했지만 모두 거절당했고 이번이 세 번째였다. 게다가 희유까지 함께 부른다고 하자, 명우는 더 이상 거절하지 못하고 결국 수락했다.“둘이 약속 있어요?”석유가 물었다.“그럼 나는 혼자 운전해서 갈게. 희유 너는 명우 씨 차 타.”“네.”몇 사람이 일정을 정리하자, 윤정겸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저녁 안 먹고 가는 거냐?”희유가 밝게 웃으며 말했다.“다음에 언니랑 같이 또 올게요.”윤정겸이 호탕하게 웃었다.“바쁘면 먼저 가. 시간 나면 또 와라.”세 사람이 나가려 하자, 명빈은 아버지와 단둘이 남기 싫어 희유를 배웅해 준다는 핑계로 서둘러 차를 몰고 나갔다....석유는 곧장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오늘 밤 희유가 없으니, 뭔가 할 일을 만들고 싶어 회사로 향했다.사무실에 도착해 몇 가지 자료를 확인하는 사이, 어느덧 밤이 깊어졌다.주말이라 건물 전체가 조용했고, 이 시간에는 복도 불빛 외에는 석유가 있는 공간만 불이 켜져 있었다.가느다란 옆모습이 조명 아래서 더욱 여려 보였고 더없이 고요하고 쓸쓸해 보였다.잠시 후, 석유는 파일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갔다.밖의 화려한 야경을 바라보다가, 오늘 윤정겸 집에서의 활기찬 분위기가 떠올랐다.하지만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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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90화

명빈은 무의식적으로 석유를 힐끗 바라봤다.표정은 여전히 무덤덤했지만, 살짝 돌아간 눈빛에는 분명 비웃음과 냉소가 담겨 있었다.명빈은 이미 여러 번 민래에게 기야 ‘자기야’ 같은 호칭은 쓰지 말라고 했지만, 민래는 그런 더 친밀하다며 연인 사이의 쏠쏠한 재미라고 여겼다. 그래서 전화할 때나 둘만 있을 때는 여전히 그렇게 불렀다.하지만 지금처럼 다른 사람이 듣는 상황, 특히 그 사람이 석유일 때는 더 거슬리고 불편했다.귓가가 살짝 달아오른 명빈은 담담하게 말했다.“알았어. 지금 내려갈게.”석유는 이미 커피를 다 내리고 컵을 들고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명빈은 아까 받아 둔 물을 한 번에 들이켜고 뒤따라 나왔다.텅 빈 사무실 안에서 멀어져 가는 석유의 가느다란 뒷모습을 보며, 명빈이 입을 열었다.“저녁 먹었어요?”“네.”석유는 무심하게 짧게 대답하고는 그대로 멀어졌다.명빈은 문득 생각했다.아마 오늘 밤 희유가 바빠서, 석유가 혼자 야근하러 온 것일지도 모른다고.석유에게는 희유밖에 없었으니까.건물 아래로 내려가 차 문을 열고 타자, 조수석에 앉아 있던 민래가 바로 몸을 기울이며 애교를 부렸다.“자기야, 왜 이렇게 늦게 내려와? 나 엄청 기다렸어.”고작 30분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명빈은 민래의 표정이 어딘가 과장되어 보였다.그러나 애써 그런 생각을 누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뭐?”민래는 잠깐 멍하니 있다가, 이내 알아차리고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 친구도 남자친구 그렇게 부르니까 좋아하던데?”“사람마다 다르지.”명빈은 시동을 걸며 말하자 민래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그래? 나만큼 나 좋아하는 것 같진 않네.”명빈은 길게 찢어진 눈으로 민래를 흘끗 보며 말했다.“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그러자 민래는 금세 표정을 바꾸고 달콤하게 웃으며 말을 꺼냈다.“오늘 저녁 뭐 먹을까?”“먹고 싶은 거 있어? 네가 정해.”민래의 얼굴이 환해졌다.“스테이크 먹고 싶어. 지난번에 갔던 데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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