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빈은 마당을 지나가다가 창문 너머로 소파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하석유, 혹시 결혼 사기라도 치려는 거 아니야?’‘아버지도 참, 아무것도 모르면서 중매를 서다니.’‘나중에 승일이 피해라도 보면, 이신아 아주머니가 매일 찾아와 난리 치겠지.’명빈은 당장 들어가 승일에게 알려주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는 결국 뒤뜰로 발걸음을 옮겼다.사다리 세 번째 발판이 부러져 있었는데 나무판을 덧대어 다시 못질해야 했다.명빈은 한 번 훑어본 뒤, 옆 창고로 가서 공구를 찾았다.거실에는 석유와 승일 둘만 남았고, 승일은 꽤 적극적이었다.계속 말을 꺼내며 어색한 분위기를 깨보려 했지만, 석유는 승일의 이야기에 전혀 흥미가 없는 듯했고 태도는 줄곧 차갑기만 했다.승일도 그 냉담함을 눈치챘는지 웃으며 물었다.“이런 식으로 만나는 거 많이 불편해요?”승일은 딱히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세상 사람들은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만나니까, 소개도 그중 하나일 뿐이라고 여겼다.그러자 석유는 곧장 말했다.“죄송한데 전 연애할 생각 없어요. 앞으로도 없고요.”그 말에 승일은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앞으로도 없다는 건 무슨 말이에요? 일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일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잖아요.”“어쨌든 우리는 안 맞아요. 윤정겸 국장님께는 제가 직접 말씀드릴게요.”그때 마침 석유의 휴대폰이 울리자 석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미안해요. 전화 좀 받을게요.”“먼저 받아요. 이따 다시 얘기해요.”승일이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였다.거실 옆에는 정원으로 이어지는 뒷문이 있었는데 석유는 휴대폰을 들고 뒤뜰로 나갔다.아버지에게서 온 전화였고, 몇 번 울리다가 끊겼다.그래서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부녀 사이가 원래도 서먹했기에, 석유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석유는 통화가 되지 않자 휴대폰을 내려놓았고, 돌아가려던 순간, 화단 쪽에서 탕탕 못질하는 소리가 들려왔다.다시 들어가 승일과 어색한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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