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5181 - 챕터 5190

5228 챕터

제5181화

오흥월의 일은 당연히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류씨 집안은 이 사실을 알게 된 뒤 먼저 파혼을 선언했고, 대신 줬던 4천만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오흥월의 올케는 곳곳을 돌아다니며 오흥월을 욕했는데, 가끔 희유 일행이 마트에 가도 여자의 욕설이 들릴 정도였다.그 여자는 오가촌 사람이었는데, 오흥월이 읍내에서 일했다는 사실을 알고 일부러 읍내까지 와서 오흥월의 평판을 망치고 있었다.그렇게 오흥월의 일은 순식간에 작은 읍내 전체에 퍼졌다.희유는 지나가다 올케가 사람들에게 오흥월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표정은 날카롭고 독했다.심지어 여성에게 모욕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욕을 퍼붓고 있었다.희유는 예전처럼 통쾌한 기분이 들지 않고 오히려 마음 한구석이 무겁게 가라앉았다.그런데 사건은 모두의 예상을 벗어나 흘러갔다.며칠 지나지 않아 오흥월이 석방된 것이다.칼에 다친 여성의 부상이 심하지 않았고 팔에 작은 상처가 난 정도였다.그리고 조사 과정에서 오흥월에게 정신질환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오흥월은 정신질환 환자였고, 그 병은 어머니에게서 유전된 것이었다.그동안은 증상이 안정적이어서 발병하지 않았기에 주변 사람들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그러나 오흥식이 체포되고 연인에게 배신까지 당하면서 연이어 큰 충격을 받은 오흥월은 결국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되었다.처음에는 옥기를 이용해 몰래 사람을 해치려 했고 나중에는 직접 칼을 들었다.희유는 이 소식을 듣고 더욱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문득 그날 오흥월을 찾아갔을 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죽음 앞에서만 모두가 평등해진다는 그 말 말이다.오흥월과 오흥식은 어릴 때 아버지를 잃었고 어머니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남매는 성장하는 동안 분명 많은 냉대와 차별을 겪었을 것이었다.오흥월은 대학까지 진학했지만 어린 시절의 상처는 계속 여자를 따라다녔다.거기에 어머니의 유전적 영향까지 더해지니 오흥월의 심리는 점점 비뚤어졌다.세상을 원망하게 되었고, 특히 작업 기지에 대도시 출신 여자들이 들어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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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82화

“걱정하지 마세요. 저랑 희유 씨가 매일 조금씩 더 일하면 돼요. 진도 절대 안 밀릴 거예요.”모두가 한목소리로 권하는 바람에 진백호는 결국 짐을 챙겨 집으로 돌아가는 차에 올랐다.차에 타면서도 끝까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집에 가서 얼굴만 보고 바로 돌아올게요.”백하가 웃으며 말했다.“한 달이에요. 하루도 줄이시면 안 돼요. 교수님도 이제 좀 쉬셔야죠.”“어쨌든 집에 가시면 교수님 마음대로 못 하세요. 사모님 말씀이 법이에요.”진백호는 웃으며 모두에게 인사했다.“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요.”희유는 아침 햇살처럼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교수님, 조심히 다녀오세요.”진백호가 떠난 뒤 며칠이 지나 어느새 섣달그믐날 전날이 되었다.아침 일찍 명우가 욕실에서 씻고 나오자 희유가 무언가를 뒤적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뭐 찾아? 내가 같이 찾아줄게.”명우가 묻자 희유는 고개를 들며 말했다.“신분증이요. 분명 이 가방 안에 있었는데 안 보여서요.”그러다 명우를 바라보며 물었다.“혹시 당신이 가져갔어요?”명우는 곧바로 떠올렸다.“며칠 전에 서류 처리할 일 있어서 내가 가져갔어. 내 거랑 같이 넣어뒀는데.”명우는 신분증을 찾으러 가며 무심하게 물었다.“근데 신분증은 왜?”희유는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혼인신고하러 가야죠.”그 말에 명우의 걸음이 순간 멈칫하더니 곧바로 뒤돌아 희유를 바라봤다.아침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고 있었고, 금빛 햇살이 희유의 휘어진 눈매 위로 내려앉았다.유리처럼 맑고 반짝이는 눈동자였다.곧 희유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왜 그렇게 놀라요? 설마 싫은 거예요? 나랑 결혼하기 싫어요?”명우는 눈앞의 희유를 바라봤다.겉보기에는 평온했지만 마음속은 이미 거센 파도로 뒤흔들리고 있었고 목소리도 조금 잠겼다.“여기서?”“네.”희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기서요.”희유는 명우와 함께 살기 시작한 뒤부터 혼인신고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어차피 자신과 명우는 평생 서로를 선택할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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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83화

명우는 낮게 웃음을 흘리고는 고개를 숙여 희유의 눈가에 입을 맞췄다.따뜻한 입술의 감촉은 마치 낙인처럼 깊게 새기자 희유는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그래서 갈 거예요? 말 거예요? 오늘이 연휴 전 마지막 업무일이래요.”“우리 빨리 가야 해요. 가는 길에 여러 가지 사야 할 것도 있고 시간이 진짜 없단 말이에요.”“옷만 갈아입고 올게.”명우의 차가운 얼굴에는 보기 드문 진중함이 어려 있었다.“안 돼요.”희유는 명우의 팔을 붙잡더니 반짝이는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웃었다.“정장 안 입어도 돼요. 지금도 충분히 잘생겼어요. 더 꾸미고 가면 다른 사람들이 다 질투할걸요?”그 말에 명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럼 서류만 챙길게. 바로 출발하자.”집을 나서며 명우가 물었다.“아버님이랑 어머님은 알고 계셔?”희유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걱정 마요. 다 허락받았고 두 분 다 찬성이세요. 증인으로도 서주신대요.”명우는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고는 희유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섰다.읍내에는 외지에서 일하던 젊은이들이 하나둘 돌아오고 있었고, 겨울 내내 조용했던 마을도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집집마다 등도 달고 여러 장식을 걸었으며 돼지와 양을 잡는 소리도 들려왔다.또한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많아졌다.설 명절 분위기가 하루가 다르게 짙어지고 있었다.희유는 차창 밖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오늘은 결혼하러 가는 날이었고, 그래서인지 유난히 마음이 들떠 있었다.창밖의 모든 풍경이 새롭고 사랑스러워 보였다.앙상한 나뭇가지조차 세월이 남긴 따뜻함을 품고 있는 것만 같았다.구청에 도착한 두 사람은 혼인신고 창구로 향하다가 희유가 문득 무언가 떠올랐는지, 고개를 돌려 명우를 바라보며 물었다.“결혼을 이렇게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거예요?”그러자 명우가 눈썹을 치켜올렸다.“마음대로 결혼이라니? 난 조금도 가볍게 생각한 적 없어. 넌 오래전부터 내 배우자라고 생각했고.”희유는 웃음을 터뜨렸다.“말 돌리지 말고 무슨 뜻인지 알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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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84화

희유는 혼인관계증명서를 펼쳐 들고 한 글자 한 글자 꼼꼼하게 읽어 내려갔고 다시 명우의 것을 펼쳐 보았다.신기하면서도 벅찬 기분이었다.명우는 그런 희유를 바라보다가 결국 손을 들어 머리를 쓰다듬었다.너무 들뜨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정작 자신도 이렇게 기쁜데 무슨 말로 말릴 수 있겠는가?구청에서 나온 뒤 명우가 말했다.“다 같이 식사 한번 하자. 겸사겸사 결혼한 것도 알리고.”“내일 저녁은 어때요? 마침 내일이 섣달그믐이잖아요. 다 같이 모여서 식사해요.”“좋아.”명우는 흔쾌히 수락하고는 덧붙였다.“가기 전에 뭐 좀 사자.”“뭘요?”희유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결혼반지.”명우는 깊은 눈빛으로 희유를 바라봤다.“다른 건 다 생략해도 되는데 이건 안 돼. 미안, 나머지는 나중에 다 해줄게.”어느 여자가 자신의 결혼식을 기대하지 않겠는가?희유는 물결처럼 부드러운 눈빛으로 명우를 바라봤다.“고마워요. 그럼 반지 보러 가요.”...두 사람은 쇼핑몰로 향했다.명우는 매장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이아몬드 반지를 골라 희유에게 선물했고, 희유도 커플 반지를 골랐다.두 사람은 서로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고는 고개를 들어 서로를 바라봤다.곧 두 사람은 동시에 웃었는데 그 웃음에는 너무나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수많은 고난과 시련을 지나 마침내 두 사람의 사랑은 완전해졌다.점심에는 분위기 좋은 식당에 들러 희유가 만족스럽게 식사를 한 뒤, 오후가 되어서야 두 사람은 작업 기지로 돌아갔다.차가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요란한 폭죽 소리가 들려왔고, 공기에는 화약 냄새가 가득했다.희유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이게 설 명절의 냄새지.’마치 자신들의 결혼을 축하해 주는 것 같기도 했다.작업 기지에 도착한 뒤 명우는 전화를 한 통 받더니, 잠시 나가봐야 할 일이 생긴 모양이었다.그래서 희유에게 먼저 들어가 쉬고 있으라고 했다.“금방 올게.”희유는 방으로 돌아가 혼인관계증명서를 다시 꺼내 들어 몇 번이고 펼쳐 보았다.특히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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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85화

희유는 어깨를 으쓱했다.“별말 아니에요. 구리연 씨는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니까 설을 쇠지 않잖아요.”구리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문득 깨달은 듯 말했다.“그래서 그런가 보네요. 어쩐지 여기저기서 폭죽을 터뜨리더라니. 설 쇨 준비 하고 있었던 거였네요.”그러고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근데 왜 하필 이렇게 추운 계절에 설을 보내는 거죠? 얼어 죽겠던데...”희유는 부드럽고 차분한 얼굴로 말했다.“설은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을 의미해요. 관습이기도 하고 전통이기도 하고요.”“구리연 씨는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니까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네요.”희유는 몸을 돌려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 주었다.구리연은 오는 내내 추위에 떨었던 모양이었다.자리에 앉아 컵을 감싸 쥔 뒤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희유를 바라봤다.“희유 씨는 예전이랑 많이 달라졌네요.”희유가 웃으며 물었다.“뭐가요?”구리연은 잠시 생각했다.“훨씬 성숙해졌어요.”그러고는 덧붙였다.“성격 얘기 말이에요. 얼굴은 예전처럼 여전히 젊고 예쁘고요.”“근데 날 보고도 화내지 않네요. 문 열자마자 욕부터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침착하네요.”희유는 맑고 깨끗한 눈빛으로 말했다.“아마 이제는 구리연 씨가 명우 씨를 제 곁에서 데려갈 수 없기 때문이겠죠.”“그래요?”구리연의 붉은 입술이 천천히 올라갔다.“그렇게 자신 있어요?”희유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담담한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답이 되었다.구리연의 시선이 희유의 왼손 약지로 향했고 반짝이는 결혼반지가 눈에 들어오자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 하지만 곧 다시 도발적인 표정으로 돌아왔다.“이제야 알겠네요. 그래서 그렇게 침착했던 거네요. 하지만 희유 씨, 한 가지는 알아둬요.”“지금 둘이 어떤 관계든, 명우가 얼마나 희유 씨를 사랑하든, 얼마나 좋아하든 지금 다랑 사람이에요.”“내가 돌아오라고 하면 언제든 나와 함께 돌아가야 하고요.”희유는 당황하지도 않고 화내지도 않았다.고운 얼굴에는 여전히 잔잔한 평온함만 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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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86화

희유는 자신이 여기 남아 계속 이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이성적으로는 구리연의 말을 한마디도 듣지 않는 것이 맞았지만 당장 일어나 자리를 떠날 수도 없었다.구리연은 이미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명우가 다랑에 온 뒤, 나와 하나의 거래를 했어요.”“명우는 내가 족장이 되도록 도와주고, 나는 명우에게 자유를 주는 거였죠.”희유는 순간 멈칫했으나 구리연은 계속 말했다.“아마 이상하게 생각할 거예요. 아버지는 나를 정말 아끼시는 데다가 외동딸인데 왜 족장 자리를 나한테 바로 주지 않고, 오히려 명우를 족장으로 만들려고 했는지.”“사실 아버지는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족장으로 키웠어요.”“그런데 내가 열여섯 살이었을 때, 부족 제사에서 문제가 생겼죠. 내 피가 형석에 융합되지 않았거든요.”“그건 부족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신성한 물건이죠. 그런데 내 피가 융합되지 않았다는 건, 내가 족장으로 선택받은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었고요.”“그날은 부족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있었고, 전부 그 장면을 봤죠.”“그리고 바로 그때부터 부족 어르신들 가운데 일부가 다른 마음을 품기 시작했어요. 자기 세력을 키우기 시작한 거죠.”“그 후 몇 년 동안 그들의 세력은 계속 커졌고, 심지어 주변의 작은 나라들과 비밀리에 접촉하기도 하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죠.”“그래서 아버지의 족장 자리도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안정적이지 않았어요.”“아버지가 고민에 빠져 있을 때, 명우가 나타난 거예요. 명우는 아버지 목숨을 구했고 독수리의 주인으로 인정받았어요. 부족장 후보가 된 거죠.”“그래서 아버지는 어떻게든 명우를 나와 결혼시키려고 했어요. 그래야 나중에 부족장이 되는 것도 더 정당해지니까요.”“명우도 결국 동의할 수밖에 없었어요.”“만약 우리 부족의 군사권이 다른 사람들에게 넘어가면, 외국 세력과 손을 잡을 거고. C국 국경에 대한 위협은 지금보다 몇 배는 커질 테니까요.”“균형이 무너지면 지금의 평화도 사라지게 되는 거죠.”“우리 부족은 희유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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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87화

구리연은 차분히 말했다.“집착에서 벗어나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뒤에야 알게 됐어요.”“내가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에서 악역이었다는 걸요. 그러니 용서해 줬으면 좋겠어요.”희유는 한때 겪었던 고통을 떠올렸지만 눈빛은 여전히 맑고 단단했다.“예전에는 정말 구리연 씨를 많이 미워했어요. 하지만 그 이별과 시련 덕분에 오히려 명우 씨를 향한 제 마음이 더 확고해졌어요.”희유는 고난에 감사하지는 않았다.하지만 고난을 겪은 뒤에는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모든 것이 가장 좋은 방식으로 정해진 운명이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희유의 표정은 더욱 평온하고 담담해졌다.“명우에게는 명우의 책임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 모든 게 구리연 씨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해해요.”구리연은 감탄한 눈빛으로 희유를 바라봤다.“이제야 인정할 수 있겠네요. 희유 씨가 명우에게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걸요.”“그리고 명우에게도 희유 씨는 행운이고요.”희유는 웃으며 말했다.“사랑은 원래 서로 하는 거잖아요.”구리연도 따라 웃었다.“정말 부럽네요. 전 이제 사랑을 기대하지 않기로 했어요. 하지만 사랑이 존재한다는 건 믿어요, 두 사람이 그걸 보여줬으니까요.”권력을 선택한 순간, 구리연은 남녀 간의 사랑도 포기했다.사람은 언제나 선택해야 했고,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었다.지나친 욕심의 끝은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이니까.지금의 명우와 희유를 바라보며 구리연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할 말을 모두 마친 뒤 구리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 시간을 확인한 뒤 말했다.“이제 가봐야겠네요.”희유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벌써 오후예요. 지금 출발해도 시내에 도착하면 해가 질 텐데요? 비행기도 없을 거고요. 하룻밤 묵고 가는 게 어때요?”하지만 구리연은 고개를 저었다.“마음은 고맙지만 지금은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에요. 여기 오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았고, 너무 오래 비울 수는 없어요.”희유는 이해했다.지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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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88화

마을에서는 사물놀이와 부채춤 공연도 열렸다.형형색색의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꽹과리와 장구를 치며 마을을 한 바퀴 돌았고, 일부러 작업 기지 앞까지 와서 한참 동안 공연을 펼쳤다.작업 기지 사람들은 이런 토속적인 풍경을 인터넷이 아닌 실물로 처음 접한 터라 신기하고 재밌어했다.고향에 가지 못해 아쉬워하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렇게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 어느새 향수도 잊고 있었다.하루종일 흥겨운 분위기가 이어졌고, 오후에는 작업 기지 자체적으로 마련한 공연도 열렸다.사탕과 과자도 넉넉히 준비되어 있었고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웃고 떠들었다.그 또한 아주 특별한 설날의 추억이 될지도 몰랐다.공연을 보던 중 희유는 조용한 곳으로 가서 가족들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예년과 마찬가지로 가족들은 모두 신서란 집에 모여 설을 보내고 있었다.신서란은 휴대전화를 받아 들고 희유가 그곳에서 설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이것저것 물었다.그러다 마지막에는 아쉬운 듯 말했다.[설인데도 못 오는구나. 앞으로도 몇 년 동안은 집에 못 오는 거냐?]희유는 웃으며 말했다.“갈 수 있어요. 지금 하고 있는 일만 마무리하면 가족 방문 휴가가 나오니까, 그때 찾아뵐게요.”그제야 신서란은 미소를 지었다.[거기서 건강 잘 챙기고. 결혼도 했으니까 이제는 서로 챙기는 법도 배워야지.]그러다가 또 희유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말했다.[결혼을 너무 급하게 했구나.]어제 혼인신고를 마친 뒤 명우는 직접 진씨 가족 모두에게 전화를 걸었다.희유에게 미안하고 예의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며, 나중에 하나씩 모두 보완하겠다고 말했다.희유가 미리 가족들에게 이야기해 둔 덕분에 진씨 가족도 별다른 반대는 없었다.“상황이 그렇잖아요. 게다가 제가 놓칠까 봐 얼른 혼인신고부터 했는걸요. 저는 지금 행복하면 됐어요.”희유는 웃으며 할머니를 달랬다.“제가 행복한 게 제일 중요하잖아요. 그렇죠?”그 말에 신서란도 결국 웃었다.[그래. 네가 행복한 게 제일이지.]그때 진우행의 아들이 달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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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89화

저녁이 되자 희유와 명우는 밥을 샀다.주경안과 나린, 백하를 비롯해 강성박물관에서 함께 온 동료들까지 모두 초대했다.처음에 주경안은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다며 사양했다.작업 기지 식당에서도 충분히 괜찮은 설날 저녁상을 준비했으니 따로 식사를 대접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하지만 희유가 혼인관계증명서를 꺼내 식탁 위에 올려놓자 모두가 순간 멍해졌다.곧이어 백하를 비롯한 사람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주경안은 혼인관계증명서를 집어 들고 한 번 살펴본 뒤 웃으며 말했다.“어제 발급받은 거예요? 두 사람 정말 대단하네요. 조용히 큰일을 해버렸네요.”백하가 곧바로 장단을 맞췄다.“그럼 당연히 한턱내야죠. 사흘 연속으로 쏴야 하는 거 아닌가요?”나린과 다른 사람들도 잇달아 희유와 명우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곧 희유는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제 저도 당당한 유부녀예요.”백하는 곧바로 진백호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는데, 마침 진백호 가족도 설날을 보내고 있었다.진백호의 아내 김주향과 딸도 백하를 잘 알고 있었기에 화면 앞으로 와 모두에게 인사를 건넸다.“교수님. 희유 씨가 교수님 안 계신 사이에 큰일 하나 저질렀어요.”백하가 일부러 뜸을 들이며 웃자 진백호도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무슨 큰일인데요? 어디 한번 들어나 보죠.]백하는 희유를 화면 앞으로 끌어당겼다.“직접 말해봐요.”희유는 휴대전화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교수님, 사모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새해 복 많이 받아요.]김주향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집 양반이 거기서 여러분 덕분에 잘 지내고 있네요. 내가 우리 가족을 사장해서 말하는데 정말 고마워요.]이에 희유는 얼른 손사래를 쳤다.“아니에요. 교수님이 저희를 더 많이 챙겨 주셨어요.”진백호가 웃으며 말했다.[그런 인사는 됐어요. 근데 백하 씨가 한 말이 무슨 말이에요? 무슨 일 있었어요?]희유가 웃으며 말했다.[교수님. 저 결혼했어요.]진백호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얼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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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0화

희유의 맑은 눈동자에는 형형색색의 불꽃이 반짝이고 있었다.그 빛은 눈이 부실 만큼 찬란한 빛이었다.희유는 고개를 돌려 명우를 바라봤는데 눈가와 입가에는 웃음이 가득 번져 있었다.곧 희유는 몸을 기울여 명우의 볼에 깊게 입을 맞췄고, 그 입맞춤에는 말로는 차마 다 전하기 부족한 사랑이 담겨 있었다.“새해 복 많이 받아요.”여태까지 있었던 모든 기쁨과 슬픔, 만남과 이별은 모두 바람에 흩어진 연기처럼 사라져 갔다.그리고 두 사람만의 새로운 이야기는 새해와 함께 시작되고 있었다....설 연휴가 지나자 작업 기지 맞은편 건물이 마침내 문을 열었다.개업을 알리는 폭죽 소리는 설 분위기와 어우러져 더욱 흥겨웠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그곳은 커피와 디저트를 함께 판매하는 가게였고 매장 인테리어는 세련되고 아늑했다.따뜻한 노란빛의 빈티지 크리스털 조명, 감각적인 소품들까지 주변 풍경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도시적인 분위기였다.곧 백하는 웃으며 말했다.“언뜻 보면 강성 시내 오피스가 근처에 있는 카페를 통째로 공수해 온 줄 알겠어요.”반면 나린은 꽤 흥미로워했다.“이제 우리도 매일 커피 마실 수 있겠네요.”하지만 백하는 부정적이었다.“여기 가게 여는 사장은 열정이 과하거나 아니면 부업으로 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봐요.”“두고 봐요, 한 달 안에 망할걸요?”백하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도 이 가게의 전망을 좋게 보지 않았다.작업 기지 직원들은 여러 도시에서 왔지만 숫자가 많지 않았다.게다가 대부분 학자들이라 이런 곳을 자주 찾을 사람도 아니었다.마을 주민들은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설이 끝나면 젊은이들은 다시 타지로 일하러 나가고, 아이들은 학교로 돌아가면 마을에는 노인들만 남게 된다.그러면 누가 이런 곳에서 돈을 쓰겠는가?처음에는 실제로 손님이 거의 없었다.퇴근 후 희유와 나린, 백하 정도가 잠시 들러 앉았다 가는 것이 전부였다.밀크티 한 잔, 혹은 디저트 하나를 야식 삼아 먹고 가곤 했다.하지만 신기하게도 손님이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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