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받자 수화기 너머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석유야, 엄마야.]석유는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세요?]백나라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석유야, 잘 지내고 있니?][네.]석유는 짧게 대답했다.[나는 지난 1년 동안 계속 N국에 있었어. 거기서 현지인인 남자친구도 만났고, 지금은 정말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 난 너도 꼭 행복했으면 좋겠어.]백나라는 자신의 근황을 부드럽게 들려주었다.석유는 베란다에 서서 저물어 가는 노을을 바라봤는데 어딘가 멍한 표정이었다.엄마는 새로운 행복을 찾았고, 아버지 역시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밖에서 명절을 보내고 있었다.그리고 본인은 혼자 텅 빈 집을 지키고 있었다.마치 섣달그믐 하늘 끝에 홀로 남겨진 한 점의 구름처럼, 그저 덤 같은 존재가 된 것만 같았다.그런데도 마음은 이상할 만큼 고요했다.마치 아무런 파문도 일지 않는 호수처럼 잔잔하기만 했다.백나라는 더 이상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고, 마지막으로 석유에게 즐거운 섣달그믐을 보내라고 몇 마디 덕담을 건넨 뒤 전화를 끊었다.백나라는 오늘 같은 날 가장 마음에 걸리는 사람이 석유라고 했지만, 석유는 그 말이 조금도 와닿지 않았다.그러나 석유도 오늘 가장 마음에 걸리는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진희유였다.그래서 곧 희유에게 전화를 걸었다.희유는 한창 공연을 보고 있었는데 예년과 다름없이 마을은 떠들썩했고 축제 분위기로 가득했다.희유는 북과 장구를 치며 흥겹게 공연하는 사람들에게 카메라를 비춰 주며, 석유에게 이곳의 설 분위기를 함께 느껴 보라고 했다.희유를 알아본 사람들이 하나둘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이곳에서 지낸 2년 동안 희유는 어느새 마을의 젊은 사람들과도 모두 가까워져 있었다.경사스럽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휴대폰 화면 너머로 그대로 전해졌다.석유는 따뜻한 미소를 띤 희유의 옆모습을 바라보다가, 그 순간만큼은 마음 한켠도 조금씩 평온해지는 것을 느꼈다.그때 명우가 희유를 찾아왔다.훤칠한 키와 반듯한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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