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빈이 크게 화를 낸 뒤 회사는 소문을 퍼뜨린 사람들에 대한 전면 조사에 들어갔다.하루 만에 여섯 명이 해고됐고, 나머지 직원들도 모두 불안에 떨었다.각 부서도 평소보다 훨씬 조용해졌다.다음 날, 예슬은 법원으로부터 소장을 받았다.사실을 날조하고 타인을 비방하며 모함한 혐의로 형사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이었다.예슬은 그제야 겁이 났다.황급히 회사로 전화를 걸어 자기 잘못을 인정하며 소송을 취하해 달라고 부탁했으나 전화받은 사람은 회사 법무팀 직원이었다.[죄송하네요, 한예슬 씨. 명빈 사장님께서 소송은 절대 취하하지 말라고 직접 지시하셨어요. 재판 준비를 하시는 게 좋겠어요.]그러자 예슬은 화를 내며 말했다.“제가 석유 부사장님을 비방하고 모함했다는 걸 누가 증명할 수 있는데요? 그건 전부 회사 쪽 주장일 뿐이잖아요.”상대는 말없이 녹음 파일 하나를 틀어주자 예슬은 그대로 얼어붙었다.녹음된 내용은 그날 자신이 명빈을 붙잡고 했던 말이었다.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녹음되어 있었다.그제야 예슬은 깨달았다.그날 명빈이 걸음을 멈추고 끝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준 이유는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을....예슬의 일이 마무리된 뒤, 석유의 비서는 결혼을 위해 고향으로 내려가게 되어 휴가를 쓰게 됐다.덕분에 석유 곁의 비서 자리는 당분간 비게 되었다.인사팀에서는 몇 명을 추천했지만 석유는 누구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날도 석유는 야근했고, 회사에서 나왔을 때는 밤 열 시가 넘은 시간이었다.마침 엘리베이터에서 하연과 마주쳤다.“부사장님, 안녕하세요.”하연은 수줍고도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인사하자 석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왜 이렇게 늦게 퇴근해요?”그러자 하연은 멋쩍게 웃었다.“제가 일을 좀 느리게 해서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려요.”석유는 담담하게 말했다.“괜찮아요. 업무에 익숙해지면 속도도 점점 빨라질 거예요.”석유의 격려를 들은 하연은 감격한 표정을 짓고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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