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내 남편은 억만장자: Bab 4011 - Bab 4020

4167 Bab

제4011화

도아영은 전이혁의 메시지에 답하지 않았다.사실 그녀는 아직 회사에서 퇴근도 하지 못하고 사무실에 있었다.전이혁이 보낸 메시지는 확인조차 하지 못한 채였다.그녀는 그저 오늘 업무만 빨리 마무리해서 퇴근 후 밥을 먹자는 생각뿐이었다.‘전이혁 그 사람은 일도 안 하나?’도아영은 속으로 투덜거렸다.그 역시 자기 명의로 된 회사가 있고 전씨 그룹 일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해도 자신의 회사를 돌봐야 할 터였다.그런데 그는 매일 한가하게 그녀에게 연락을 보내고 있었다.반면 도아영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어제부터 줄곧 회의와 고객 미팅, 문서 결재, 그리고 계열사에서 발생하는 돌발 문제까지 처리하느라 하루 종일 정신이 없었다.메시지에 답할 시간은커녕 물 한 모금 마실 틈조차 없었다.도아영은 자신이 이렇게 바쁘게 돌아다니는 동안 전이혁이 한가하게 서성이는 모습을 보면 괜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그래서 더더욱 그를 무시하고 싶었다.‘내가 시집 못 갈 사람도 아니고 꼭 전이혁이어야 할 이유는 없잖아!’굳이 이 남자일 필요는 없었다.마음먹으면 언제든 다른 남자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다.물론 나중에 정말 전이혁을 받아들이게 된다 해도 그가 자신을 오랫동안 진심으로 쫓은 뒤에야 가능할 것이다.그리고 그가 다시 그녀의 소중함을 모른다면 언제든 떠나면 그만이었다.똑똑!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도아영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말했다.“들어오세요.”이 시각까지 회사를 떠나지 않은 사람이라면 비서 아니면 그녀의 언니, 즉 도씨 그룹의 대표일 것이다.사촌 오빠가 가업을 잇기 싫다 하자 결국 쌍둥이 언니가 대신 그룹을 맡았다.도아영의 사촌 오빠는 느긋한 인생을 즐기고 사촌 언니는 그야말로 타고난 워커홀릭이었다.문이 열리며 도씨 그룹의 첫째 딸 도아림이 들어왔다.그녀는 도아영과 키가 비슷했고 몸매 역시 잘 관리되어 있었다.다만 이목구비는 도아영만큼 뚜렷하지 않았지만 차분하고 단정한 미모였다.그녀의 표정은 언제나 진지하고 눈빛에는 묘한 위엄이 서려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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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2화

도아영이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여우’라는 신분으로 나서서 사람들과 어울려 다니지는 않았을 것이다.사실 그녀는 그냥 밖에서 구경하고 남들 이야기 듣고 가끔은 남을 위해 나서기도 하고 또 가끔은 일을 저질러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기도 할 뿐이었다.도아림이 걸어와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았다.그녀는 동생의 고운 얼굴을 바라보며 웃었다.“그 남자 또 왔더라. 회사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 손에는 꽃다발 들고 새로 산 차는 바로 뒤에 세워놨더라고. 보아하니 너랑 저녁 같이 먹고 데이트라도 해보겠다는 속셈이겠지. 무슨 의미래? 너, 그 남자의 마음을 받아들일 생각이 있어?”전이혁은 해성에 온 뒤 당분간은 호텔에서 지내고 있었다. 집은 둘러보고 있지만 아직 마음에 드는 곳을 찾지 못했다.전씨 할머니는 전이혁에게 예준하의 작전을 참고하라고 조언하셨다.도씨 가문의 저택 근처에 집을 한 채 사두면 정해진 약혼녀의 마음을 얻는 데 편하다고 말이다.하지만 도씨 가문의 이웃들은 집을 팔 생각이 없었다.도씨 가문과 이웃으로 살 수 있는 사람들은 애초에 돈이 부족한 사람들이 아니었고 그런 사람들이 굳이 집을 팔 이유는 없었다.그래서 전이혁은 돈으로 도씨 저택의 옆집을 살 수 없었다.다만 그 주변에서 적당히 가까운 거리의 집을 찾아 조금이라도 거리를 좁히는 수밖에 없었다.차는 해결하기 쉬웠다. 그는 어제 오후에 바로 새 차를 한 대 사고 호텔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밤 여덟 시가 넘은 뒤였다.지금은 번호판이 아직 나오지 않아 임시 번호판을 달아 두고 있다.“나는 지금 당장은 받아들일 생각 없어요. 나중에는... 아직 모르겠어요.”도아영이 조용히 말했다.잠시 생각하던 그녀는 이어서 덧붙였다.“하지만 전이혁 씨 개인보다 전씨 가문이 더 좋아요. 언니, 나 전씨 가문에 시집가고 싶어요.”도아림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한 듯 미소 지었다.“언니도 알아. 전씨 가문은 정말 훌륭하지. 네 예비 형부 집안보다도 나아. 여자가 결혼할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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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3화

“지난번에는 외투만 벗고 서 있었는데도 겨우 반 시간 만에 감기에 걸렸어요. 생강차를 한 그릇 가득 마시고 감기약까지 먹었으니까 그나마 괜찮았던 거죠. 체력이 좋아서 버틴 것이지 보통 사람이면 열흘 이상 앓아누웠을걸요. 그냥 조금 혼내주려 했던 것이지 죽이려던 건 아니에요. 그래도 그 사람 덕에 전씨 가문에 시집가야 하는데.”도아림이 웃으며 말했다.“전씨 가문에 손자들이 그렇게 많은데 꼭 그 사람이어야 해? 그 밑의 사촌 동생 중에도 너 같은 또래가 있잖아?”“전씨 가문의 다섯째는 나랑 나이 차가 거의 없는데 이미 약혼자가 있어요. 여섯째도 이미 정해졌고요. 일곱째 이하의 셋은 아직 너무 어려서 나에게 그냥 주겠다고 해도 싫어요. 연하남은 내 취향이 아니에요.”특히 아홉째 전지율은 아직 미성년이었다.도아림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중얼거렸다.“그래? 전씨 할머니는 참 특이한 분이긴 한데 그래도 보는 눈은 정말 있으시지. 솔직히 말해서 나는 전이혁 씨가 너랑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싸워도 네가 이기잖아. 머리도 너보다 떨어지는 것 같고. 잘생긴 것 말고는 내세울 게 뭐가 있어?”도아영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무술 실력으로만 따지면 그 사람이 나보다 못하죠. 내 스승님이 누구신데. 나랑 붙어서 이길 수 있는 사람 몇 명이나 있겠어요. 그렇지만 다른 면에서는 절대 나한테 밀리지 않아요. 만약 진짜로 싸운다면 아마 비길 수도 있어요. 어쩌면 내가 질 수도 있고요. 언니, 전씨 가문의 남자들을 얕보면 안 돼요. 그 사람들은 모두 전씨 그룹을 이끌 능력을 갖췄어요. 그냥 본인들이 그 짐을 지기 싫어할 뿐이에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큰형인 전태윤 대표님이 그 자리를 맡은 거죠.”전태윤은 장남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동생들은 피할 수 있었지만 그는 장남으로서 물러설 수 없었다.도아림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그래, 언니가 전씨 가문의 남자들을 몰랐던 거군. 넌 그 사람들과 직접 부딪힌 적이 있으니까 언니보다 잘 알겠지. 어쨌든 네가 아직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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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4화

전이혁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도아영 씨, 봐요. 벌써 어두워졌잖아요. 밥 먹을 시간이에요. 배 안 고파요? 그러지 말고 잠깐 나와요. 같이 저녁 먹어요. 식사 끝나면 제가 다시 회사로 모셔다드릴게요. 어때요? 아직 일 많이 남았어요? 제가 영화표 두 장 샀거든요. 일 끝나면 영화 보러 가요.”도아영은 차가운 목소리로 거절했다.“죄송하지만 저는 시간이 없어요. 일 마치면 바로 집에 가서 저녁 먹을 거예요. 오늘은 오랜만에 회식도 없고 그냥 조용히 쉬고 싶어요.”도아영은 이미 친구 몇 명과 약속이 있었다. 저녁 여덟 시에 만나 쇼핑을 하기로 했던 것이다.전이혁과 함께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도아영에게 다시 구애하기 시작한 지 고작 하루인데 전이혁은 벌써 저녁을 먹자, 영화를 보자는 말을 내뱉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그녀 앞에서 자신이 바로 ‘여우’임을 인정한 적도 없는데 그를 받아줄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나를 진짜로 만만하게 보는군.’도아영은 속으로 중얼거렸다.한때 그녀는 진심을 내놓으면서 다가갔지만 그는 그녀의 진심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절했었다.도아영은 김태경을 마중 나갈 생각이 없었지만 지금은 마음을 바꾸었다.그녀는 이번 주 토요일에 공항으로 직접 나가 김태경을 맞이하기로 했다.물론 그와 연애하려는 것은 아니었다.그녀에게 김태경은 오빠와 같은 존재였다. 김태경 역시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다.하지만 두 가문의 어른들이 오래전부터 두 사람을 가깝게 지내게 하려 한 이상 그 의도에 굳이 반항할 필요는 없었다.그저 조금 더 자주 만나고 함께 다니면 될 일이다. 그러면 전이혁이 신경이 쓰며 질투라도 나게 해야 정신 차릴 테니까.어차피 김태경은 도아영에게 오빠 같은 사람이었다. 그와 더 가까이 지낸다고 해서 문제 될 건 없었다.전이혁이 견디든 못 견디든 그건 그의 문제였다.“그럼 영화는 관두죠. 저녁이라도 같이 먹어요. 제가 살게요.”전이혁이 말을 바꿨다.하지만 도아영의 태도는 여전히 차가웠다.“제가 돈이 없어서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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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5화

“그건 나중에 얘기해요. 전이혁 씨, 우리 언니가 조금 전에 나갔어요. 저는 아직 바빠서 먼저 전화 끊을게요.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이상 저한테 다시 전화하지 마세요. 일을 방해해서 제가 야근하게 되면 그땐 정말 전이혁 씨를 더 싫어하게 될 거니까.”“알겠어요. 방해하지 않을게요. 일하세요. 너무 무리하지 말고요.”도아영은 더는 대꾸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그녀가 막 전화를 끊자마자 전이혁은 아직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기도 전에 회사 대문 쪽에서 한 대의 고급 승용차가 천천히 빠져나오는 것을 보았다.퇴근 시간대는 이미 지나 있었고 직원들은 대부분 떠나가고 없었다.그 차는 유난히 눈에 띄는 차량이었다.전이혁은 곧장 짐작했다.‘아까 아영 씨가 말한 언니의 차인가?’그는 도씨 가문의 어른들과 형제자매 중 몇 명은 예전에 본 적 있었지만 인상에 남을 만큼 깊게 알지는 못했다.도아림은 도씨 그룹의 대표였다.비록 위에는 회장이 존재했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도아림이었다.하여 그녀는 언제나 바빴다.전이혁이 과거 도아영에게 접근하며 좋은 인상을 남기려 애썼을 때도 도아림은 멀리서 한 번 얼굴을 본 것이 전부였다.그가 도씨 가문에서 가장 낯선 사람이 바로 도아림이었기에 당연히 지금 이 차가 누구의 것인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하지만 아까 도아영이 언니가 나갔다고 한 말을 떠올리며 전이혁은 눈앞의 차량이 바로 도아림의 차라고 짐작했다.그 차는 회사 대문을 빠져나오다가 전이혁이 서 있는 쪽으로 다가와 멈췄다.뒤쪽 창문이 천천히 내려가더니 도아림이 차 안에서 그를 쳐다보았다.“도 대표님, 안녕하세요.”전이혁은 예의를 지키며 인사했다.“여기서 뭐 하고 있습니까?”도아림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아영 씨의 퇴근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녁이라도 함께 먹으려고요.”“퇴근 기다려서 밥 먹자고요? 전이혁 씨, 그게 무슨 뜻입니까? 우리 아영에게 무슨 일이라도 부탁하려는 겁니까? 아니면 예전처럼 다시 쫓아다니려는 겁니까?”전이혁이 대답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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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6화

도아림은 피식 웃었다.“당신이 진심인지 누가 알겠어요?”전이혁이 진심을 담아 말했다.“도 대표님, 제가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으시겠죠. 저는 행동으로 제 진심을 증명하겠습니다. 제가 만약 다시 아영 씨의 감정을 갖고 놀게 된다면 우리 집안에서야 제게 호되게 혼날 겁니다.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예전에는 우리 할머니의 뜻에 따라 아영 씨와 감정을 키워보려 한 것이었어요.”“그렇죠. 당신은 그러셨죠. 당신 할머니 명으로 몇 달간 우리 아영이를 쫓아다니다가 어느 순간 사랑이 아니니 함께 못 하겠다며 훌쩍 떠났잖아요. 그때 아영이가 상처받았던 건 누가 봐도 뻔한 일이었어. 아영이가 용기 내어 당신한테 진짜 이유를 묻지 않았으면 당신은 해명조차 하지 않았겠죠. 그런데 몇 달이나 지난 지금에야 와서, 아영이가 당신을 잊으려 할 때 다시 나타나 아영의 평온한 삶을 흔드는 이유가 뭐예요? 전이혁 씨가 진짜 사랑하는 여자에게 차여서 하는 수 없이 우리 아영에게 다시 돌아온 거예요? 진심이라고? 하... 웃기시네. 당신이 진심이면 지금 당장 고추를 한 봉지를 사 와서 여기 앉아 당장 먹어보세요. 그럼 제가 당신 진심을 좀 믿어줄지도 몰라요.”전이혁은 말문이 막혔다.도아림이 빈정대며 말했다.“왜, 겁이 나요? 못하시겠어요? 못하면 꽃다발 들고 꺼져요. 누가 당신 꽃다발을 바라는 줄 알아요? 우리 아영이는 원치 않아서 결혼하지 않는 것뿐이지 결심만 하면 줄 서서 데려갈 남자들이 널려 있거든요. 당신은 잘생긴 것 말고 무슨 장점이 있어요? 전씨 가문이 아무리 대단해도 우리 강성에서 그토록 멀리 떨어져 있는데 누가 자기 집 딸을 아무 생각 없이 먼 곳으로 시집보내겠어요? 여기 강성에 쓸 만한 청년이 널렸는데 굳이 전이혁 씨에게 멀리 가야 해요? 당신이 진짜 진심이라고 쳐요. 당신이 진짜 사랑하는 그 여자가 다시 찾아와 당신이랑 결혼하겠다고 하면 그때 너 우리 아영을 차버릴 거잖아요!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습니다. 제가 도아영 씨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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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7화

도아영은 전씨 할머니와의 관계가 매우 좋았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할머니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전씨 할머니는 아주 장난기 많은 어르신이라면?. 남의 일에 슬쩍 끼어들어 흥미로운 판 벌어지는 걸 구경하는 것을 가장 좋아하신다고 들었어. 아직 기력도 좋으시다니 한 번 우리 집에 모셔볼까 해서 그래. 겸사겸사 좋은 구경거리도 보여드리고.”도아영은 잠시 말을 고르고 나서 조심히 말했다.“언니, 불만이 있으면 전이혁 씨한테 직접 말하면 돼요. 전씨 할머니는 괜히 끌어들이지 말자. 몸은 정정하시다지만 그래도 여든을 훌쩍 넘으신 분이에요. 그런 연세에 먼 길 오가시다가 혹시라도 무슨 일이라도 생기기라도 하면 우리가 감당 못 해.”전씨 할머니는 전씨 가문의 정신적 기둥 같은 존재였다.도아영은 할머니의 안전을 두고 농담조차 하지 않을 만큼 전씨 할머니를 무척 좋아했다. 심지어 전씨 가문 사람들도 하나같이 마음에 들었다.공은호 또한 늘 말하곤 했다.그녀가 전씨 가문으로 시집을 간다면 한 치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하지만 다른 가문으로 시집을 가게 된다면 그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그 집안이 어떤 곳인지 끝내는 걱정하고 또 걱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전씨 할머니, 카카오톡 쓰실 줄 아셔?”도아림이 물었다.“쓰세요. 전씨 할머니는 휴대폰을 다루는 거에 정말 능숙하세요.”도아영이 대답했다.“그럼, 내가 전씨 할머니 카톡을 추가할게. 나중에 볼만한 일이 생기면 영상통화로 바로 보여드리면 되지. 할머니가 직접 보시면 제일 확실하잖아.”도아영은 언니가 정말로 전씨 할머니를 이쪽으로 부를 생각이 없는지를 몇 차례나 다시 확인했다. 그리고 정말로 불러올 의도가 없다는 것을 확신한 뒤에야 전씨 할머니의 전화번호를 내어주었다.그리고 조심스레 걱정되는 눈빛으로 물었다.“언니, 전이혁 씨한테 뭐 한 거예요?”“아무것도 안 했어. 그냥 몇 마디 가볍게 걸어준 정도지. 내가 때리기라도 했겠냐. 너 아직 그 사람 좋아하잖아. 나중에 내 제부 될 사람인데 내가 너무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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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8화

몇 분이 지나고 나서였다.도아영은 문 앞에 서 있는 얼음이 된 남자를 못 본 척하고 지나가려 했다.하지만 전이혁이 갑자기 튀어나와 차 앞을 가로막았다.다행히 속도가 빠르지 않아 바로 브레이크를 밟았다.창문을 조금 내리며 도아영이 차갑게 내뱉었다.“전이혁 씨, 죽고 싶으면 멀리 떨어져서 죽으세요. 제 차는 더럽히지 마세요.”“죄송합니다. 이렇게 위험한 방법으로 차를 세워서.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영 씨가 절대 멈춰주지 않을 것 같아서요.”전이혁은 재빨리 사과했다.도아영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담담히 물었다.“무슨 일이죠? 이 시간까지, 이렇게 추운데 여기서 뭐 하세요? 감기 걸려도 저한테 책임 묻지 마세요. 저는 한 번도 여기 서 있으라고 한 적 없어요. 감기 걸리든 말든, 전이혁 씨 일이지 제 일 아니잖아요. 그리고 저한테 밥 사주겠다고 따라다니지 마세요. 저는 전이혁 씨 밥 얻어먹을 이유 없어요.”전이혁은 억지웃음을 지었다.“아영 씨, 저 오래 기다렸어요. 한 번만 저한테 기회를 주세요. 같이 저녁 먹어요.”그는 품에 들고 있던 꽃다발을 내밀었다.차가운 공기에 얼어붙은 꽃잎이 하얗게 굳어 있었다.“날씨가 너무 추워서 꽃이 다 얼어버렸네요.”그는 잠시 관성의 온화한 겨울을 떠올렸다.관성에는 설 무렵에 며칠 춥다가 금세 기온이 올라 낮에 햇살이 비치면 20도를 훌쩍 넘기도 했다.하지만 해성의 겨울은 달랐다. 해가 져버린 도로 위에는 매서운 바람이 뼛속까지 파고들었다.“필요 없어요. 전이혁 씨랑 앉아서 밥 먹으면 제가 입맛이 없을 것 같네요. 더 이상 저를 괴롭히지 마세요. 저는 전이혁 씨가 찾는 그 여자가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찾아가세요. 가족이 뭐라 하든, 전 대표님 부부가 뭐라 하든, 그건 제 일이 아니에요. 괜히 시간 낭비하지 마세요. 그리고 나중에 평생 혼자 살게 돼도 그건 당신 탓이에요. 당신 입으로 말했잖아요. 제가 아무리 뛰어나도 당신이 사랑하는 여자는 아니라고.”그녀는 말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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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9화

도아영은 잠시 전이혁을 바라보다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전이혁 씨, 당신은 매운 것도 못 먹고 생강차 한 모금에도 얼굴을 찌푸리잖아요. 억지로 자신을 괴롭히지 않아도 돼요. 그냥 돌아가세요. 다시는 저나 제 가족 앞에 나타나지 마세요.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은 애초에 제가 아니잖아요.”그가 사랑하는 사람은 ‘여우’였다.비록 그 ‘여우’가 자신의 또 다른 얼굴이라 해도 도아영은 언제나 그가 사랑하는 대상이 자신이 아닌 듯한 착각에 시달렸다.‘내가 나의 다른 얼굴에 질투하는 여자라니.’그녀는 속으로 씁쓸히 웃었다.도아영은 더는 말하지 않고 창문을 올려 자리를 떠났다.전이혁은 곧이어 자신의 차로 돌아가 도아영의 차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도아영은 친구들과 만나 쇼핑을 하려던 참이었는데 그가 끝내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고 그 계획을 접었다.대신 곧장 집으로 향했다.도아영의 차가 도씨 가문의 저택 안으로 들어섰고 전이혁의 차는 자연스레 대문 밖에서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마침 도성준 부부는 집에 없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전이혁이 오늘 또 한 번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한참 동안 차 안에 앉아 있던 그에게 경비원이 다가왔다.차창을 두드리는 소리에 전이혁은 순간 숨이 멎었다.혹시 도아영이 부른 걸까 싶어 재빨리 창문을 내렸다.하지만 돌아온 건 냉정한 전달이었다.“전이혁 씨, 저희 아가씨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그만 돌아가시라고 하세요. 더는 따라다니지 마세요. 그리고 전이혁 씨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우리 아가씨가 아니라고 하셨고 아가씨께서 곧 새로운 연인을 만날 거라고 하셨어요. 억지로 자신을 괴롭히지 말라고 전하라고 하셨습니다.”전이혁의 미간이 서서히 좁혀졌다.그의 얼굴은 잿빛으로 굳었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창문을 올렸다.그렇게 또다시 반 시간이 지났다.그녀는 나오지 않았고 대문도 열리지 않았다.전이혁은 배도 고팠고 목도 말랐다. 결국 휴대폰을 들어 전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두 번, 세 번, 네 번의 벨 소리가 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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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0화

물론 아홉 형제 중에서도 전태윤이 할머니께 혼난 횟수는 가장 적었다. 어릴 적부터 그는 이미 맏형다운 침착함을 갖추고 있었고 행동이 흐트러지지 않았다.반면에 동생들은 마치 원숭이 떼 같았다. 그들은 장난이 끊이질 않아 전씨 할머니와 전시 할아버지께 자주 매를 맞았다. 그래도 그들은 늘 두 어른 곁에 붙어 다니기를 좋아했다.“됐고 네 얘기로 돌아가자. 도아영 씨가 자신을 ‘여우’라고 인정하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 본 적 있어? 그 ‘여우’는 단순히 도아영 씨가 쓰고 있는 또 다른 이름일 뿐이잖아. 그 사람의 진짜 정체는 도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 도아영이야. 도아영 씨가 바라는 건 네가 ‘여우’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진짜 도아영을 사랑하는 거야. 설령 ‘여우’가 도아영 씨라고 해도 그건 가면을 쓴 모습이지 본래의 얼굴이 아니란 말이야. 나중에 너희가 정말 부부가 된다면 평생 함께 살아야 할 사람은 ‘여우’가 아니라 도아영 씨야. 그 사람은 이미 도씨 가문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예전처럼 스승을 따라 돌아다니는 민지영 씨가 아니란 말이지. 사람들 모두 알고 있는 건 도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 도아영이라는 이름이야. 이제 이해돼? 네가 진심으로 도아영이란 사람을 사랑하기 전까지 절대 자신이 ‘여우’라고 인정하지 않을 거야.”전이혁은 고개를 숙였다.“하지만 형, 여우도 도아영 씨고 도아영 씨도 본인이잖아. 결국 같은 사람인데 뭐가 달라?”전태윤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게 바로 문제야. 넌 아직도 그 차이를 모르잖아. 겨우 며칠 가서 기다렸다고 사람 마음이 바뀔 거로 생각하지 마라. 꿈 깨! 이혁아, 그냥 도씨 가문 사람들이 너에게 주는 교훈과 시험이라 생각해.”전태윤은 전화를 끊기 전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남겼다.“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이상 나에게 전화하지 마. 난 진짜 바쁘다고. 너희들 연애사를 들어줄 시간 없어. 그리고 네 형수님도 건드리지 마. 지금 임신 중이야. 조용히 지내게 해. 너 조카 태어나면 그때 연락할게. 그때 가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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