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도아영이든, ‘여우’든, 민지영이든 결국 모두 같은 사람이잖아요.”“이미 말했잖아요. 저는 도아영이 아니에요.”여우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전이혁 씨, 당신은 정말 비열한 사람이에요. 진실도 모른 채 저를 건드려놓고 이제 와서는 또 도아영 씨를 건드리다니. 그건 양다리예요. 저도, 도아영 씨도 그런 남자는 절대 받아들이지 못해요.”전이혁의 검은 눈동자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마치 도아영의 마음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듯한 시선이었다.“당신이 도아영 씨가 아니라면 그럼 한 번 보여주세요. 그 얼굴 아래 숨겨진 진짜 모습을. 가면을 벗어보세요.”“제 진짜 얼굴을 본 사람들은 어떤 최후를 맞는지 알아요? 죽어요. 제 진짜 얼굴을 본 사람은 모두 죽었어요. 전이혁 씨, 죽고 싶다면 기꺼이 이루어드리죠. 하지만 저는 전씨 가문을 적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저를 자극하지 마세요. 당신을 정말 죽게 만들기 싫으니까.”‘여우’는 오늘 단 한 장의 인피 가면만 붙였다. 그것을 벗는 순간 본래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날 것이다.전이혁은 미소 지었다.“겁이 나죠? 제가 진짜 얼굴을 보게 되면 모든 게 드러나니까. 당신이 바로 도아영 씨고 또 민지영 씨이기도 하니까요. 저는 할머니와 형수님, 그리고 형을 믿어요. 그분들이 절대 사람을 잘못 가리키지 않아요.”‘여우’가 비웃듯 웃었다.“그 말을 진심으로 믿어요? 그렇게 믿는데 그때 왜 끝까지 도아영 씨에게 다가가지 않았어요? 왜 중간에 포기하고 저한테 와서 매달렸어요?”전이혁은 할 말을 잃었다.그때 그는 몰랐다. 도아영이 ‘여우’라는 것도, 그녀가 오제당 공은호의 제자라는 것도.전씨 할머니는 그저 한 장의 사진만 건네주었다. 사진 뒤에는 신분, 나이, 주소만 적혀 있었고 나머지는 모두 그가 스스로 찾아내야 했다. 그녀를 직접 만나서 알아가고 사랑하게 되기를 바라셨던 것이다.“저는 그 대가를 충분히 치렀어요. 할머니를 믿지 않았던 대가로 지금 이렇게 애타게 지내고 있잖아요. 하지만 마음이 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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