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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내 남편은 억만장자: Chapter 4021 - Chapter 4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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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1화

황서진은 늦은 밤에 딸의 방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벌써 잠들었겠지. 그만해. 너무 늦었어.”황서진은 딸의 방문을 바라보다가 아쉬운 듯 손을 내렸다.한 지붕 아래 함께 살고는 있지만 젊은 세대는 모두 각자 사업으로 바삐 돌아쳤다.아침 일찍 나갔다가 밤늦게 돌아오는 생활이 이어지고 설 연휴라고 해도 온전히 쉬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명절날에는 고객들에게 인사하러 다니느라 그조차 온전히 쉬지 못했다.도씨 그룹이 해성에서 손꼽히는 큰 그룹이라 해도 그들과 거래하는 고객들 실력 또한 만만치 않았다. 모두 자본과 영향력을 가진 대기업들이라 언제든 경쟁자에게 빼앗길 수도 있는 존재였다.그만큼 관계 유지가 필수였다.사업이란 게 다 그렇다. 서로의 체면을 세워주고 신뢰를 쌓는 것이 곧 생존이었다.“딸이 보고 싶으면 회사로 가면 되잖아.”도성준이 아내와 함께 걸으며 말했다.“그 애가 얼마나 바쁜데요. 제가 가면 괜히 시간만 뺏죠. 일이 밀리면 또 야근할 텐데. 사실은 아영이가 이번 주말에 공항에 간다고 했거든요. 태경이 돌아온다네요.”“태경이가?”“네. 그 아이가 어릴 때부터 봐왔잖아요. 능력도 있고 인성도 좋아요. 그 전씨 가문의 그 자식보다는 백배 낫죠. 전씨 가문도 좋은데... 그 자식도 나쁜 사람은 아니라 오히려 우수한 편이죠. 그런데 문제는 그 애가 우리 아영이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여우’를 사랑했다는 거예요. 그게 늘 마음에 걸려요.”“뭐가 걸려? 다 우리 딸이잖아.”도성준은 방문을 열며 조용히 불을 켰다.“우린 그냥 옆에서 조금만 밀어주면 돼. 너무 노골적으로 행동하지만 않으면 괜찮아. 어차피 아영이는 아직 그 녀석을 좋아하잖아.”황서진은 남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그래도 태경이는 정말 괜찮은 아이잖아요. 집안끼리도 오래된 인연이고 믿을 만한데...”“태경이는 아영이를 여동생처럼 여긴다는 게 문제야. 그 둘이 마음이 있었으면 진작에 이어졌겠지. 지금까지 아무 일 없었던 건 서로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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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2화

전이혁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탁자 건너편에 멈추어 섰다.그녀 옆으로 다가가면 어깨 위로 내던져질 것만 같았다.그녀는 자신의 곁에 누가 가까이 오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전이혁은 이제는 잘 알고 있었다.“아영 씨, 이제 와서 여전히 인정하지 않으실 건가요? 저는 할머니한테서 들었어요. 도아영 씨가 곧 민지영 씨이고 민지영 씨가 바로 ‘여우’라는 것을요.”도아영은 책을 덮고 고개를 들었다.그녀의 빛을 머금은 눈동자는 반짝였고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가 걸렸다.“정말로 전씨 할머니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제가 도아영이라는 증거는 있나요? 제가 그 사람과 닮았나요? 얼굴이 닮았나요? 아니면 몸매?”전이혁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솔직히 말했다.“얼굴은 안 닮았어요. 목소리도 조금 달라요. 하지만 몸매는 약간 비슷하긴 합니다. 당신 별명은 ‘여우’죠. 그 말은 곧 당신이 교활하고 또 위장에 능하다는 뜻이에요. 지금 세상에서 그런 수준의 변장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오제당의 몇몇 제자뿐이죠. 민지영 씨는 공은호 어르신의 제자이고 ‘여우’는 당신의 또 다른 얼굴이죠. 확실한 증거는 없어요. 하지만 할머니와 형수님의 말을 잘 생각해 보면 세 사람은 결국 한 사람이에요. 바로 당신이죠. 아영 씨가 인정하든 안 하든 상관없어요. 저는 물러서지 않을 거고 포기하지도 않을 거예요.”그는 부드럽게 말하며 몸을 돌려 자기 외투를 가져와서 건넸다.“날씨가 추워요. 외투라도 걸치세요.”도아영은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저를 쫓아내려는 거예요?”“그런 뜻이 아닙니다. 감기 걸릴까 봐 그래요. 오고 싶을 때 오고 가고 싶을 때 가는 건 전부 아영 씨 자유예요. 저는 막을 수도 억지로 초대할 수도 없어요.”그는 조심스럽게 웃으며 물었다.“그럼 제가 아영 씨한테 야식이라도 대접해도 될까요?”“왜 이런 책을 보세요?”도아영은 화제를 바꾸며 그의 외투를 건네받지 않았다.그녀는 춥지 않았다. 호텔을 나서자마자 곧바로 차에 오를 것이고 차 안은 난방이 잘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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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3화

민지영이든 ‘여우’든 모두 도아영의 가면일 뿐이었다. 그녀의 진짜 얼굴은 바로 지금, 전이혁이 보고 있는 도아영이었다.그녀의 본래 모습을 사랑해야만 했다. 그래야 진짜로 그녀를 사랑하는 것이다.전이혁이 시선이 너무도 강렬하게 자신을 파고들자 도아영은 끝내 버티지 못했다.그녀는 조용히 일어나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제 물건은 언제 돌려주실 건가요? 빨리 돌려주세요. 그래야 우리가 완전히 끝낼 수 있어요. 다시는 엮이지 않게요.”“없어요. 늘 가지고 다녔는데 아영 씨가 찾으러 오질 않으니까 집에 두고 왔어요. 오늘은 안 가져왔어요. 그렇게까지 저랑 인연을 끊고 싶으세요? 그래도 우리가 반년 넘게 알고 지낸 사이인데. 처음에는 좀 안 좋았지만 나중엔 꽤 잘 지냈잖아요.”전이혁은 도아영의 이런 행동이 ‘여우’라는 가면을 쓰고 자신의 인생에서 사라지려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야만 그가 진짜 도아영을 받아들일 수 있을 테니까.“전이혁 씨, 혹시 ‘잘 지냈다’라는 말의 뜻을 잘못 알고 계신 거 아니에요? 우리 만날 때마다 서로 싸우기 바빴잖아요. 싸우거나 맞붙지 않은 날이 없었죠. 그걸 잘 지냈다고 하세요? 당신이 제 물건을 안 돌려줬으니까 제가 반년 동안 따라다닌 거잖아요. 안 그랬으면 진작에 끝났겠죠. 인정해요. 처음에는 제가 잘못했어요. 당신의 물건을 부수고 또 당신의 귀한 걸 가져갔죠. 하지만 그건 이미 가져갔잖아요. 저도 사과했고요. 그러니까 이제 제 것도 돌려주세요. 이제 도아영 씨에게 다시 다가가겠다고 마음먹었으면 그 사람에게 집중해야죠. 저를 끌어들이면 그 여자가 질투할지도 모르잖아요. 그건 양다리나 다름없어요.”그녀는 담담히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우리... 앞으로는 서로 연락하지 말아요.”‘여우’라는 얼굴로 나타난다고 해도 도아영은 이미 전이혁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그녀가 몰랐던 건 단 하나, 자신이 전씨 할머니가 직접 선택한 며느릿감이었다는 사실뿐이었다.예전의 그녀는 분명 먼저 전이혁을 도발했었다.그의 물건을 망가뜨리고 값비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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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4화

“당신이 도아영이든, ‘여우’든, 민지영이든 결국 모두 같은 사람이잖아요.”“이미 말했잖아요. 저는 도아영이 아니에요.”여우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전이혁 씨, 당신은 정말 비열한 사람이에요. 진실도 모른 채 저를 건드려놓고 이제 와서는 또 도아영 씨를 건드리다니. 그건 양다리예요. 저도, 도아영 씨도 그런 남자는 절대 받아들이지 못해요.”전이혁의 검은 눈동자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마치 도아영의 마음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듯한 시선이었다.“당신이 도아영 씨가 아니라면 그럼 한 번 보여주세요. 그 얼굴 아래 숨겨진 진짜 모습을. 가면을 벗어보세요.”“제 진짜 얼굴을 본 사람들은 어떤 최후를 맞는지 알아요? 죽어요. 제 진짜 얼굴을 본 사람은 모두 죽었어요. 전이혁 씨, 죽고 싶다면 기꺼이 이루어드리죠. 하지만 저는 전씨 가문을 적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저를 자극하지 마세요. 당신을 정말 죽게 만들기 싫으니까.”‘여우’는 오늘 단 한 장의 인피 가면만 붙였다. 그것을 벗는 순간 본래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날 것이다.전이혁은 미소 지었다.“겁이 나죠? 제가 진짜 얼굴을 보게 되면 모든 게 드러나니까. 당신이 바로 도아영 씨고 또 민지영 씨이기도 하니까요. 저는 할머니와 형수님, 그리고 형을 믿어요. 그분들이 절대 사람을 잘못 가리키지 않아요.”‘여우’가 비웃듯 웃었다.“그 말을 진심으로 믿어요? 그렇게 믿는데 그때 왜 끝까지 도아영 씨에게 다가가지 않았어요? 왜 중간에 포기하고 저한테 와서 매달렸어요?”전이혁은 할 말을 잃었다.그때 그는 몰랐다. 도아영이 ‘여우’라는 것도, 그녀가 오제당 공은호의 제자라는 것도.전씨 할머니는 그저 한 장의 사진만 건네주었다. 사진 뒤에는 신분, 나이, 주소만 적혀 있었고 나머지는 모두 그가 스스로 찾아내야 했다. 그녀를 직접 만나서 알아가고 사랑하게 되기를 바라셨던 것이다.“저는 그 대가를 충분히 치렀어요. 할머니를 믿지 않았던 대가로 지금 이렇게 애타게 지내고 있잖아요. 하지만 마음이 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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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5화

‘여우’가 고개를 돌려 전이혁을 바라보았다.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부드럽지만 단호한 목소리가 이어졌다.“고마워요.”그 말은 곧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정리하는 마지막 인사였다.전이혁은 그녀를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앞으로는 한밤중에 그렇게 나돌지 마세요. 푹 쉬어야죠.”낮에 일할 때 기운이 빠져, 정신을 차리려고 커피를 몇 잔씩 마시게 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여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저는 그런 시간대가 좋아요. 깊은 밤에 나서는 게 제 습관이에요. 전이혁 씨, 잘 지내세요.”도아영은 가볍게 손을 흔들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 이내 그녀의 그림자는 천천히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여우’는 이제 자신의 물건이 서원 리조트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당장 찾으러 갈 생각은 없었다.지금 전이혁이 해성에 머물러 있기에 도아영이 관성으로 가버리면 전이혁이 도씨 그룹으로 찾아왔을 때 그녀가 보이지 않게 된다. 그렇게 되면 ‘여우’와 도아영이 같은 사람이라는 그의 의심이 확신으로 바뀔지도 모른다.게다가 서원 리조트는 전이혁이 머무는 개인 별장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전씨 할머니가 살고 계셨고 전씨 가문의 자녀들과 며느리들까지 지내고 있었다.아무리 그녀가 실력이 뛰어난 공은호의 제자라 해도 감히 전씨 할머니를 상대하고 싶지는 않을 터였다.‘만약 그분께 들키기라도 하면... 진짜 창피해서 죽어버릴지도 몰라.’도아영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다.그 시각, 전이혁은 휴대전화를 들고 침대로 돌아와 앉았다.그는 메시지를 쓰다 지우기를 반복했다.전태윤에게 전화를 걸까 했지만 시계는 이미 새벽을 가리키고 있었기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을 터였다. 이 시간에 전화를 걸면 또 욕을 한 바가지 들을 것이 뻔했다.그는 한숨을 내쉬며 잠시 머뭇거렸다. 결국 전창빈에게 연락했다.[창빈아, 자?]한참 후 메시지가 도착했다.[형, 이 시간까지 안 잤어? 난 벌써 한숨 자고 일어난 참이야. 아침 일찍 일어나서 민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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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6화

전창빈은 자신이 남의 일을 궁금해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지만 전이혁의 속내는 듣고 싶었다.[통화 괜찮아?]전이혁이 물었다.전창빈은 곧바로 전이혁에게 전화를 걸었다.“괜찮아. 나 혼자 숙소 하나 쓰거든. 방도 넓고 시설도 좋고 월급도 제때 들어와. 밥 잘 먹고 잠 잘 자니까 요리 실력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전이혁은 어이없다는 듯 낮게 웃었다.“너는 진짜 요리밖에 모르는구나. 벌써 그쪽으로 간 지도 몇 달이잖아. 설날에도 안 내려오고 맨날 주방에서만 사는 거야?”“원래 그러려고 온 거잖아.”전이혁은 말문이 막혔다.맞는 말이었다. 전창빈은 처음부터 선우민아의 입맛이 까다롭다는 소문을 듣고 오히려 도전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원림성 A시로 달려간 것이다.형수님들과 통화할 때마다 들려오는 이야기도 비슷했다. 전창빈은 요즘도 주방에 틀어박혀서 요리 연구만 하며 하루 종일 냄비랑 싸운다고.그 사이, 원림성 H시의 용씨 가문의 대리 가주는 이미 선우씨 가문의 두 딸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전창빈은 조금도 서두르지 않고 여전히 묵묵히 매일같이 선우민아를 위해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내며 하루하루를 보냈다.전창빈은 곧바로 물었다.“형, 무슨 일로 그렇게 마음이 복잡해?”전이혁은 잠시 침묵하다가 천천히 이유를 털어놓았다.그가 다 말한 뒤 전창빈은 피식 웃었다.“형, 아직도 그 일로 고민해? 그건 자초한 거잖아. 할머니한테 당해도 싸.”“난 조심스러웠던 것뿐이야. 평생을 함께할 일인데 신중해야잖아.”전이혁의 귀 끝이 붉게 물들었다.다행히 통화라 그 표정을 들키지 않았다.전창빈은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그래도 형은 이미 선택했잖아. 그럼 흔들리지 말고 그 선택을 믿고 가야지. 우리는 어른이잖아. 선택했으면 끝까지 책임져야지.”전이혁은 말이 없었다. 그리고 한참 후 조심스럽게 물었다.“창빈아, 넌 그쪽에서 불편하거나 힘든 일은 없지?”“없어. 선우씨 가문의 가족들은 다 좋아. 내가 만든 요리면 뭐든 맛있다고 하니까.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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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7화

전태윤은 용태호가 선우씨 가문의 가업을 통째로 집어삼켜 자신의 개인 회사로 만들 속셈이라고 말했었다.용태호는 용씨 가문에 몸을 두고 있지만 그는 진정한 가주가 아니었다.가주가 갖추어야 할 전용 도장도, 권한 증표나 도템도 없었기에 욕심만 남은 사람이었다.“형, 사실 나도 형한테 딱히 조언해 줄 건 없어. 그냥 큰형이 말한 대로 할머니를 믿는 수밖에 없어. 할머니 말씀대로 하면 결국 손해 볼 일은 없어. 우리 이제 어릴 때처럼 할머니한테 혼나서 곤란해질 나이는 지났잖아.”어렸을 적 그들은 수없이 당했었다.조금이라도 방심하거나 일 처리를 허술하게 하면 전씨 할머니와 전씨 할아버지는 언제나 같은 말씀하셨다. 능력이 부족하면 손해를 본다고, 준비가 덜 되면 아무리 좋은 기회도 놓치게 될 거라고 말이다.그 시절의 말이 지금도 귓가에 맴도는 듯했다.“형, 나도 이제 좀 더 자야겠어. 두세 시간만 더 자고 일어나서 아침 운동하고 민아 씨의 아침 식사 준비해야 해.”“그래, 푹 자라. 너무 무리하지 말고.”“난 괜찮아. 오히려 즐거워.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다 좋아.”전이혁이 웃었다.“너는 요리만 시키면 세상이 무너져도 웃을 놈이지.”그의 얼굴에는 잠시 부러움이 스쳤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그 일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을 쌓아가는 동생이 솔직히 너무 부러웠다.두 사람의 대화가 끝나자 전이혁은 천천히 몸을 눕혔다.그리고 천장을 한참 바라보다가 휴대폰을 침대 머리맡에 내려두고 불을 껐다.밤은 순식간에 흘러갔다.이튿날 새벽, 멀리 원림성 A시에 있는 전창빈은 가장 먼저 일어나 정원에서 달리기 하고 있었다.선우민아 남매는 이 집에서 제일 이른 시간에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었다.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 않은 새벽이었다.곧 있으면 선우민아도 운동복을 챙겨 입고 나올 것이다.선우민기는 언제나처럼 누나가 흔들어 깨워야 비로소 꿈결 속에서 더듬듯 눈을 뜨는 아이였다.아이란 다 그렇다. 학교 갈 때는 죽어도 못 일어나면서 주말만 되면 해 뜨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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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8화

그것이 전창빈은 매일 아침 운동을 고집하는 주된 이유였다.그는 선우민아와 단둘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은 매우 적었다. 그녀는 늘 바빴고 아침 일찍 나가 밤늦게 돌아왔다.그리고 식사 때에야 얼굴을 볼 수 있었지만 식사 시간도 길지 않았고 식사 후에는 바로 휴식하러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은 그녀의 휴식을 방해할 수 없었기에 단둘이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은 오직 아침 조깅 시간뿐이었다.다행히 관성에 있을 때부터 그는 아침 운동에 익숙했다.“아가씨, 좋은 아침입니다.”선우민아가 가까워지자 전창빈이 웃으며 인사했다.그녀는 한참 뛰어 숨이 좀 가쁜 듯 멈추어 섰고 천천히 걸어오며 웃어 보였다.“좋은 아침이네요.”그가 관성 제일 재벌가 전씨 가문의 여섯째 아들이라는 것을 알고 난 뒤, 원래도 호감이 있던 그녀의 태도는 한층 더 부드러워졌다.요리하는 시간이 아닐 때면 선우민아는 전창빈을 친구처럼 대했다.그녀는 전창빈이 더 나은 요리를 위해 전씨 가문의 여섯째 아들이라는 신분을 내려놓고 먼 길을 떠나 자신의 전속 요리사가 되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그의 성실함과 배움의 태도는 그녀의 인정을 받았다.선우민아가 천천히 다가왔고 두 사람은 나란히 걸으며 대화를 나눴다.전창빈이 걱정하며 물었다.“연초라 회사가 매우 바쁘죠? 어젯밤에도 아주 늦게 귀가하셨더군요.”“언제나 바빠요. 새해가 지나고 다시 시작하면 더 바쁘고요. 우리 같은 사람들은 1분을 10분처럼 써야 하잖아요. 제가 몇 시에 돌아온 것을 알고 계셨어요?”그녀는 옆으로 고개를 돌려 전창빈을 보았다.“요즘은 일찍 쉬신다고 들었는데. 생활 리듬이 규칙적인 건 좋은 일이죠. 참 좋은 습관이에요. 요즘은 다들 누워서도 휴대폰을 보다가 잠들곤 하죠.”그녀는 전창빈이 원칙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전창빈이 가볍게 웃었다.“규칙적인 생활이 좋아요. 건강도 챙겨야 하니까요.”“아직 나이도 젊은데 무슨 건강 관리를요. 우리 같은 또래 아닌가요?”선우민아는 그가 자신과 동갑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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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9화

“형은 요즘 정말 많이 편해졌어요. 사실 우리 형이 그렇게 여유를 찾을 수 있었던 건 저희 형제들 덕분이 아니라 정남 형 덕이에요. 형이랑 정남 형은 대학 동기이자 절친이에요. 졸업하자마자 우리 큰형이 직접 손을 내밀어 전씨 그룹으로 데려왔죠. 지금은 형의 오른팔이에요. 일 처리도 빠르고 판단력도 과감해서 형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 중 하나예요. 형도 일할 땐 정말 미친 듯이 집중하는 편이었어요. 예전에는 회사 사람들도 형의 속도를 못 따라갔는데 결혼하고 나서는 좀 달라졌어요. 이제 일보다 형수님을 더 좋아하거든요. 매일 집에 가서 형수님 옆에 붙어 있는 게 제일 우선이에요. 밤늦게까지 회식하던 사람이 요즘은 열 시 전에 무조건 귀가해요. 누가 붙잡아도 말리지 못한다니까요. 그렇지만 전씨 그룹과 협력하는 대표님들도 이 점은 잘 알고 있어요. 우리 큰오빠와 협상할 일이 있다면 웬만하면 낮에 다 끝내려고 해요. 일을 밤늦게까지 끌고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거든요”선우민아가 그 말을 들으며 빙그레 웃었다.“그래서 제가 전씨 가문을 검색해 봤어요. 형제분들이 전부 다 아내 바보더라고요. 관성에서는 이미 소문이 자자하던데요?”전창빈이 눈웃음을 지었다.“그게 우리 가문의 가풍이에요. 전씨 가문의 남자는 다 그래요. 한 번 결혼하면 그게 평생이죠.”“그럼, 전씨 가문에 시집간 여자는 아주 행복하겠네요.”민아가 부드럽게 말했다가, 장난스레 물었다.“근데 전창빈 씨는 좋아하는 사람은 있어요?”“아직은 없어요.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잖아요. 저희 형도 서른 돼서야 결혼했거든요.”그의 목소리는 여유롭고 한결같이 평온했다.“당신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을 것 같아요.”선우민아가 가볍게 웃으며 던진 질문에 전창빈은 무심하게 대답했다.“없는 건 아닌데 제가 기회를 안 주면 금방 포기하더라고요. 게다가 관성에서 제 정체를 아는 사람도 거의 없어요.”전씨 성을 가진 사람은 관성에서는 수가 적은 편이었는데 그렇다고 없는 것은 아니었다.물론 전씨라는 성을 들으면 많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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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30화

“여자가 원하지 않으면 우리가 그쪽으로 들어가 살아도 된다고 하셨어요. 다만 큰형은 집안의 대표라서 불가능하지만 우리 나머지 형제들은 상관없어요. 어른들은 우리가 행복하기만을 바라세요.”그들에게는 막강한 전씨 그룹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었고 각자 능력도 뛰어났다.설령 다른 가문으로 사위로 들어가더라도 결코 상대방에게 얕잡아 보이지 않을 것이다.감히 그들을 함부로 대하려는 가문이라면 그들 뒤에 버티고 있는 전씨 그룹부터 의식해야 할 터였다.물론 아직 사위로 장가간 형제는 없었다.전창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쩌면 자신이 그 첫 번째 예가 될지도 몰랐다.선우민아의 어깨 위 짐은 매우 무거웠다. 어린 남동생이 성장해 가문을 이어받으려면 아직 십수 년은 걸릴 것이기에 그동안 선우민아는 홀로 선우씨 가문을 이끌어야 했다.“정말 전씨 가문의 어른들께서 참 현명하시네요. 그 정도 집안이면 굳이 사위로 들어갈 필요도 없을 텐데. 솔직히 그런 조건이라면 누가 감히 그런 요구를 하겠어요?”“우리 가문의 어른들은 진짜로 현명하시죠. 사실 우리 부모님이나 작은아버지, 작은어머니는 우리의 사적인 일에 일절 간섭 안 하세요. 다만 할머니가 좀 심심하시니까 가끔 나서서 잔소리하시죠. 우리가 언제쯤 가서 배추 좀 뽑아올 거냐면서요. 할머니께서 뭐라고 하시냐면요. 우리를 돼지들이라고 하세요. 자기가 그렇게 애써 키워서 공부시키고 출세시켜 놓았더니 배추 한 포기도 못 뜯어온다면서요. 우리야말로 진짜 돼지라고, 멍청하다고 하세요.”선우민아는 순간 놀라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듣던 그대로네요. 전씨 할머니는 정말 장난꾸러기시라던데 직접 들어보니 더 재밌어요. 성격이 아주 좋으실 것 같아요.”“그럼요. 우리 할머니는 정말 재밌는 분이세요. 게다가 우리 가문의 여자들을 얼마나 아끼시는지 몰라요. 손자며느리가 집에 들어오면 그때부터는 손자가 아닌 며느리만 보이나 봐요. 저희 형들이 형수님들랑 싸우기라도 하면 무조건 형수님 편이세요. 심하면 지팡이 들고 쫓아가기까지 하시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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