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정은 계단 위에 선 채로 아래층에 있는 우빈을 향해 소리쳤다.“우빈아, 엄마께서 전화했어!”전현림과 장기를 두던 우빈은 한창 집중하고 있었다.실력은 아직 전현림에게 미치지 못했지만 전현림이 가끔 몇 수를 봐줄 때도 대체로 우빈이는 지고 있었다.그래도 아이는 언제나 끝까지 버티며 장기를 두었다.전현림은 우빈이가 지는 순간마다 스스로 방식을 바꿔 가며 깨우쳐 나가는 모습을 보며 감탄하곤 했다.매우 영특한 아이였다.전현림은 온 집안 식구들이 이 작은 아이를 유독 예뻐하는 이유도 알 것 같았다.똑똑하고 배우려 하고 마음 씀씀이도 깊었다.그는 곧 태어날 장손도 우빈처럼 사랑스러운 아이로 자란다면 손자가 늘어나는 일조차 반가울 것이라 여겼다.“할아버지, 우리 잠깐 멈춰요. 엄마 전화를 먼저 받고 와서 다시 둘게요.”전현림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우빈아, 이제 곧 올라가서 쉬어야지. 내일 유치원도 가야 하잖아. 이 판은 내일 저녁에 네가 돌아오면 이대로 이어서 두자꾸나. 할아버지가 절대 손 안 대고 지금 이 모양 그대로 둘게.”우빈은 아무 말 없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기쁜 얼굴로 하예정을 향해 달려갔다.하예정에게서 휴대전화를 건네받아 화면 속 엄마가 보이자 꼬마 아이는 환하게 외쳤다.“엄마! 오늘 왜 이렇게 일찍 퇴근했어요? 엄마 지금 차 안이에요? 손님 만나러 가는 거예요? 아니면 집에 가는 길이에요? 엄마, 이제 새집에 사는 거예요? 새집 엄청 크다고 그랬잖아요. 우리 지금 집보다 훨씬 커요? 이모부네 집만큼 커요? 엄마는 언제 나 데리러 와요? 나 새집이 너무 궁금해서 빨리 가보고 싶어요!”우빈은 하예진이 대답하기도 전에 쉴 새 없이 질문을 퍼부었다.“엄마, 아저씨는요? 저를 만나기 어렵대요? 맨날 엄마 만나러 몰래 가고 제가 방학할 때 함께 가자고 해도 안 데려가잖아요. 저는 알아요. 아저씨는 내가 엄마와 아저씨 사이에 끼어드는 거 싫어한다는 거요. 엄마랑 둘이 있고 싶은 거죠. 그래서 나를 안 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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