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경호원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불렀다.이윤미는 눈을 뜨며 조용히 말했다.“차 세우세요. 하지만 내리지는 마세요. 저쪽에서 움직임이 보일 때만, 정말 피할 수 없을 때만 내리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몸부터 지키세요.”“아가씨.”“저도 제 몸 잘 챙겨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쉽게 죽을 사람이 아니에요. 앞으로 살아갈 날도 많고 아직 시작도 못 한 좋은 날들이 많은데 제가 왜 죽겠어요.”이윤미는 미소를 띠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는 서늘한 슬픔이 깔려 있었다.남매 사이가 결국 이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생각하니 그들의 인연이 얼마나 가벼웠는지 새삼 실감 날 뿐이었다.이윤미는 태어나자마자 뒤바뀐 탓에 잘못된 집에서 자라며 굶고, 헐벗고, 사랑을 받아본 적도 없었다.친부모에게 돌아갔을 때는 이제라도 제자리를 찾은 거라 믿었지만 그 기대는 허망하게 무너졌다.이처럼 많은 가족이 있음에도 그녀는 언제나 혼자였다.정작 그녀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챙겨 준 사람은 방윤림과 하예진 일행이었다.경호원들은 이윤미가 오늘 밤 벌어질 일을 이미 각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들은 말없이 그녀의 지시를 받아들였다.“뒤쪽 화물차가 따라붙으면 바로 내릴 준비 하세요.”상대가 일부러 브레이크가 고장 난 척 달려들면, 앞뒤로 대형 화물차에 끼이기라도 한다면 살아남기 힘들 터였다.이윤미는 오늘 누구도 죽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다칠 사람은 자신 한 명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앞길을 막아선 화물차 운전사는 마치 차량에 문제가 생긴 것처럼 보이도록 일부러 엔진 상태를 점검하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이윤미 일행의 차가 멈춰 섰지만 정일범 쪽 사람들은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뒤에서 쫓아오는 화물차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히 움직이면 이윤미가 그대로 차를 돌려 빠져나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몇 분 뒤, 뒤편에서 달려오던 대형 화물차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그 순간, 이윤미가 먼저 문을 열고 내렸다.경호원들과 운전기사도 곧바로 빠져나왔다.그들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