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무렵, 노동명은 일부러 조금 일찍 회사를 찾아와 하예진의 퇴근을 기다렸다가 함께 식사하려고 했다.이윤미는 회사 입구 앞에 서서 노동명 부부가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부러움이 밀려왔다.그리고 문득 방윤림이 그리워졌다.그가 계속 이윤미를 따라다니고 있긴 했지만 지금은 대놓고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 함부로 나설 수 없었다.이윤미는 그 공백이 익숙하지 않았다.하지만 세 오빠를 덫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고 지금은 견디며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하여 속으로 빨리 움직이라고, 괜히 시간을 질질 끌지 말라고 재촉하고 있었다.그때 정일범 형제가 엘리베이터에서 걸어 나왔다.세 사람은 무엇인가를 얘기하며 걷다가 건물 앞에 서 있는 여동생을 보자 문득 멈칫했다.그러나 곧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모른 척하며 이윤미 오른쪽으로 돌아 나가 그대로 자리를 벗어났다.곧바로 세 대의 차가 이씨 그룹 본사 앞을 빠져나갔다.이윤미는 그 자리에 잠시 서 있다가 주차장 쪽으로 걸어갔다.그녀의 경호원은 이미 차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그녀가 오자 서둘러 다가왔고 다른 한 명은 재빨리 문을 열어 주었다.한편 정일범은 차를 몰고 회사를 떠난 뒤 이씨 그룹의 호텔로 가서 식사하지 않고 강성의 고급 주택 단지에 있는 자신의 별장으로 향했다.그 작은 별장은 그가 결혼하던 해, 이은화가 대출 없이 전액 현금으로 사서 실내장식까지 완벽하게 꾸며준 신혼집이었다.등기부 등본에는 부부 공동명의로 적혀 있었다.이혼할 때 조윤은 그 집에 대한 권리를 포기했다.정일범은 그래도 십수 년의 결혼 생활에다 아이 셋도 모두 전처가 맡아 키우는 점을 생각해 금전적으로 크게 보상했다.정일군과 정일호 역시 그의 뒤를 따라 집으로 들어갔다.정일범이 차를 몰고 주택 단지로 돌아왔을 때, 단지 입구에 두 사람이 쭈그리고 앉아 있었고 경비원은 그들을 도둑이라도 되는 듯 수시로 흘깃거리며 경계하고 있었다.정일범의 차가 들어오는 것이 보이자 그 두 사람은 급히 벌떡 일어섰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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