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Все главы 내 남편은 억만장자: Глава 4121 - Глава 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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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1화

“늘 제 곁에 있다가 갑자기 이렇게 숨어 지내니 솔직히 좀 습관이 안 돼요.”이윤미가 혀를 차듯 말하더니 또 장난스럽게 한마디를 덧붙였다.“키스하고 싶어도 이제는 꿈에서나 가능하겠어요.”하예진은 말문이 막혔다.그 표정을 본 이윤미는 씩 웃었다.“왜요? 제가 이럴 줄 몰랐죠?”“그러네요. 윤미 씨가 이런 사람이란 건 처음 알았어요.”이윤미는 빙그레 웃었다.“윤림 씨가 너무 진지하잖아요. 저한테도 지나치게 예의 바르고 제가 먼저 손을 잡지 않으면 결혼해서 같은 침대에 누워 있어도 분명 각자 잠만 잘걸요. 아마 뒤척이는 것도 조심할걸요.”하예진은 방윤림이 항상 굳은 얼굴을 유지하고 오직 이윤미 앞에서만 긴장이 풀리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는 이윤미에게 늘 조심스럽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확실히 지키는 사람이었다.“지금은 아직 윤미 씨의 비서잖아요. 부부가 되면 많이 달라질 거예요. 그 사람이 이윤미 씨를 얼마나 좋아하고 얼마나 충실한지는 저도 잘 알아요.”그러자 이윤미는 주변을 흘끗 살피더니 슬며시 목소리를 낮춰 부부 사이의 은밀한 질문을 던졌다.그 말을 들은 하예진은 두 번의 결혼을 겪은 사람임에도 얼굴이 금세 붉어지며 그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그런 건 저한테 묻지 말고 정말 궁금하면 영상 같은 거 보면서 연습해 봐요.”“요즘엔 그런 것도 안 나와요. 검색해도 하나도 안 나오던데. 전부 막혀버렸잖아요.”하예진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체념하듯 작게 중얼거렸다.“그래요? 부부 사이의 일은 때가 되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거예요. 사람에게 본능처럼 새겨진 거니까 별다른 경험이 없어도 그 순간이 오면 저절로 알게 돼요. 그러니까 윤미 씨도 굳이 걱정할 필요 없어요. 윤림 씨가 그렇게 순진한 사람이 아니니까. 남자는요, 침대 위의 모습과 내려온 모습이 전혀 달라지거든요. 그때 가보면 알아요.”이윤미가 다시 입을 열었다.“저도 모르지는 않아요. 다만 경험이 없어서... 예진 씨한테 남편 다루는 법을 좀 배우고 싶어요.”하예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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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2화

점심 무렵, 노동명은 일부러 조금 일찍 회사를 찾아와 하예진의 퇴근을 기다렸다가 함께 식사하려고 했다.이윤미는 회사 입구 앞에 서서 노동명 부부가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부러움이 밀려왔다.그리고 문득 방윤림이 그리워졌다.그가 계속 이윤미를 따라다니고 있긴 했지만 지금은 대놓고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 함부로 나설 수 없었다.이윤미는 그 공백이 익숙하지 않았다.하지만 세 오빠를 덫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고 지금은 견디며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하여 속으로 빨리 움직이라고, 괜히 시간을 질질 끌지 말라고 재촉하고 있었다.그때 정일범 형제가 엘리베이터에서 걸어 나왔다.세 사람은 무엇인가를 얘기하며 걷다가 건물 앞에 서 있는 여동생을 보자 문득 멈칫했다.그러나 곧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모른 척하며 이윤미 오른쪽으로 돌아 나가 그대로 자리를 벗어났다.곧바로 세 대의 차가 이씨 그룹 본사 앞을 빠져나갔다.이윤미는 그 자리에 잠시 서 있다가 주차장 쪽으로 걸어갔다.그녀의 경호원은 이미 차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그녀가 오자 서둘러 다가왔고 다른 한 명은 재빨리 문을 열어 주었다.한편 정일범은 차를 몰고 회사를 떠난 뒤 이씨 그룹의 호텔로 가서 식사하지 않고 강성의 고급 주택 단지에 있는 자신의 별장으로 향했다.그 작은 별장은 그가 결혼하던 해, 이은화가 대출 없이 전액 현금으로 사서 실내장식까지 완벽하게 꾸며준 신혼집이었다.등기부 등본에는 부부 공동명의로 적혀 있었다.이혼할 때 조윤은 그 집에 대한 권리를 포기했다.정일범은 그래도 십수 년의 결혼 생활에다 아이 셋도 모두 전처가 맡아 키우는 점을 생각해 금전적으로 크게 보상했다.정일군과 정일호 역시 그의 뒤를 따라 집으로 들어갔다.정일범이 차를 몰고 주택 단지로 돌아왔을 때, 단지 입구에 두 사람이 쭈그리고 앉아 있었고 경비원은 그들을 도둑이라도 되는 듯 수시로 흘깃거리며 경계하고 있었다.정일범의 차가 들어오는 것이 보이자 그 두 사람은 급히 벌떡 일어섰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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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3화

두 남자는 이윤정의 친오빠들이었다.정일범은 짧게 대답했다.“몸이 좀 나아졌다니 다행입니다. 계속 슬퍼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죠. 이제는 윤정의 억울함을 풀어 드리는 게 먼저예요.”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사실 두 형제는 별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다.예전에는 그들의 아버지가 이씨 가문의 집사로 일하며 월급도 높고 보너스도 넉넉하여 집안 형편이 마을에서 손꼽을 정도로 좋았다.그 덕에 자신들이 잘사는 집안이라고 자만했고 공부에는 관심도 두지 않은 채 하루 종일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만 했다.그러다가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까지 생긴 뒤에야 비로소 철이 들었지만 그때는 이미 모든 것이 늦을 때였다.그리고 그들의 아버지는 감옥에 갔고 한때 자신들이 괴롭히던 여동생 이윤미는 결국 이씨 가문으로 돌아갔다.친동생 이윤정은 다시 친가족 곁으로 돌아올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었고 그저 돈만 조금 남겨 주고는 완전히 등을 돌렸다.두 형제는 시골에 각자 집을 지어 살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꽤 그럴듯했지만 그 비용은 이윤정에게서 받아낸 돈과 부모가 남긴 적금을 보태 마련한 것이다.하지만 그 이후로 집안 형편은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다.이윤미가 이씨 가문으로 돌아갔을 때 그들은 오히려 그녀를 다시 조종할 수 있다고 착각했다. 그녀를 통해 이씨 가문을 움직이고 그들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가문에서 온갖 이익을 챙길 수 있으리라 믿었던 것이다.두 형제의 아버지는 원래 이윤정을 다음 가주로 만들 계획이었다.딸을 통해 이씨 가문 전체를 장악하고 그 힘으로 집안까지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가 오랫동안 준비한 큰 판은 거의 성공 직전까지 갔지만 마지막 순간 모든 것이 들통나며 한순간에 무너졌다.결국 이윤미는 떠났고 이윤정 역시 돌아오지 않았다.따라서 두 형제가 바랐던 일들은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그 뒤로 그들의 어머니는 마지막 희망을 품으며 이윤미를 찾아갔지만 친부모 곁으로 돌아간 그녀는 더 이상 예전처럼 순한 아이가 아니었다.부드러움은 온데간데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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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4화

“비록 우리와 핏줄이 이어진 친여동생은 윤미지만 걔 눈에는 우리 같은 오빠들이 존재한 적도 없어요. 우리가 동생이라고 인정한 사람도 솔직히 윤정뿐이죠. 가끔은 시간이 다시 거꾸로 흘러갔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윤미가 이씨 가문으로 돌아오지만 않았어도 이렇게까지 일이 꼬이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 후로 우리 가문에 변고도 많았고 윤정은 죽었고.... 우리 어머니도 세상을 떠나셨고 아버지는 몸이 망가졌어요. 돌이켜보면 벌어진 일들 대부분이 결국 윤미와 이어지거든요. 윤미는 정말 잔인한 사람이에요. 핏줄보다 남을 더 믿고 관성 쪽 사람들과 한통속이었죠. 지금도 관성 쪽 사람들과 계속 연락하며 이씨 그룹을 아예 넘겨버렸어요. 원래 모든 건 우리 이윤정의 몫이었는데...”이윤정의 두 오빠는 여전히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사실 그들은 오래전부터 이윤미가 친여동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이씨 가문을 이어받을 후계자가 바로 그들의 친동생이었고 그들 형제가 마음속으로 동생이라고 여긴 사람도 언제나 이윤정뿐이었다.그래서인지 두 형제는 어린 시절부터 이윤미에게 늘 차갑게 대하고 심지어 괴롭히기까지 했다.이윤미가 크면서 반항하고 싶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그들 앞에서 이윤미는 늘 약자였다. 하여 그녀가 그들을 증오할 정도로 미워하게 된 것도 당연한 일이다.이윤미는 처음에 자신의 부모가 아들을 편애한다고만 믿었다. 그런 실망과 상처는 오랜 시간 쌓여 결국 마음속에 얼마 남지 않은 정마저도 서서히 사라지게 되었다.그러나 진실이 드러난 뒤에서야 이윤미는, 부모가 아들을 더 귀하게 여겨서 자신을 소홀히 대한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자신은 그들의 친딸이 아니었고, 오히려 자신을 이 지경으로 만든 가해자들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 순간 남아 있던 마지막 정까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그리고 이씨 가문의 모든 것은 처음부터 이윤정의 몫이 아니라 이윤미의 몫이었던 것이다.정일범이 조용히 물었다.“두 분은… 윤미를 원망하십니까?”정일범은 한참을 말했지만 두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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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5화

“그 여자, 저렇게 굴다가는 꼭 벌받을 거예요.”정일범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두고 보세요. 어떻게 망가지는지. 관성 쪽 사람들 손에 당해서 결국 끔찍하게 죽을 겁니다. 자기가 무슨 대의를 위해 가족을 버리면 관성 사람들이 좋아해 줄 줄 아나 봐요. 그 사람들이 우리를 얼마나 증오하는데요. 그래도 윤미는 우리 부모님의 친딸이에요. 혼자만 깨끗한 척하며 빠져나가겠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에요.”“맞아요.”그들은 가는 길 내내 이윤미를 험하게 욕했다.정일범의 작은 별장에 도착하자 그는 차를 안쪽까지 몰고 들어가 주차했고 정민욱 형제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주변을 둘러보며 눈앞의 별장이 제법 호화롭다고 느꼈다.정일범은 이곳을 작은 별장이라고 불렀지만 그들의 기준에서는 이 별장조차 시골에서 살던 집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였다.정일범이 두 사람을 집안으로 들였다.그를 따라 집 안으로 걸어가면서 정민욱이 조용히 동생에게 말했다.“민혁아, 지금 그 사람들이 윤미랑 유산 문제로 크게 다투고 있잖아. 이번에 우리를 여기로 부른 건 분명 좋은 일은 아닐 거야 그러니까 이따가 무슨 요구를 하든지 내가 동의하지 않으면 너도 절대 받아들이지 마. 그 사람들이 우리에게 무슨 일을 시키려 하면 값을 확실히 높게 불러야 해. 수십억 원이 아니면 우리 하지 말자. 윤정처럼 손해만 보고 사람까지 잃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해.”정민혁이 낮게 대답했다.“응. 알았어.”정민욱 형제는 정일범 삼 형제가 자신들을 이곳으로 부른 이유를 짐작하고 있었다.아마 함께 손을 잡고 이윤미를 상대해 보자는 얘기일 것이다.정일범 형제조차 그녀를 이기지 못하는데 자신들처럼 돈도 없고 힘도 없는 시골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대체 무엇으로 이윤미와 맞서겠다는 것인가.집에 들어서자 정일범은 예를 갖춰 두 사람을 소파에 앉히고 도우미에게 차를 준비하라고 일렀다.그리고 정일군에게 과일과 디저트를 가져오라 하고 이윤정의 두 오빠에게 권했다.정일범 형제는 긴 소파에 나란히 앉았고 이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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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6화

정일범이 말했다.“만약 조작한 교통사고가 실패하면 두 번째 방법도 있어요. 윤미의 경호원 차를 들이쳐서 완전히 박살 내고 차를 강제로 멈춰 세우는 거예요. 그렇게만 되면 우리가 윤미를 바로 데려갈 수 있거든요. 그다음 일은 전부 우리에게 맡기면 돼요.”정일범은 처음부터 두 가지 계획을 준비하고 있었다.혹시 사고 위장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먼저 이윤미의 경호원부터 제거하려는 것이었다.경호원이 움직이지 못하면 이윤미는 완전히 무방비 상태일 것이다. 게다가 지금 방윤림은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데다 이윤미는 싸움할 줄 몰랐기 때문에 그들은 손쉽게 그녀를 제압할 수 있었다.그들은 이윤미를 납치해 죽인 뒤 토막 내어 바다에 던져버리면 누구도 그녀를 찾지 못할 것이라고 계산했다.이윤미만 사라지면 그들의 어머니가 남겨 놓고 간 거액의 유산은 모두 그들의 차지가 될 터였다.물론 그렇게 해도 이씨 그룹이나 이씨 가문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예진에게 직접적으로 어떤 압박을 가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하지만 이윤미가 죽고 나면 이제 막 가주 자리에 오른 하예진은 경험도 부족하고 인수인계도 하지 못한 상태라 가주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정일범 형제는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두 가지 목표를 정해 두었다.하나는 이윤미를 죽이는 것. 그들은 이윤미를 증오하며 그녀가 죽어야만 쌓였던 분이 풀릴 것 같았다.다른 하나는 이은화가 이윤미에게 남겨준 큰 유산을 되찾는 것. 그렇게만 된다면 정일범 형제는 고향으로 돌아가 마음 놓고 여유롭게 살 수 있었다.이은화가 남긴 개인 재산은 워낙 많았기에 세 형제가 나눠 가지면 평생 아무것도 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기에는 충분했다.정민혁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윤미 곁에 아주 대단한 남자가 있다고 들었어요. 그런 사람이 있는데도 우리가 계획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요?”그 남자가 상당히 위험한 인물이라는 소문은 정민욱 형제도 이미 알고 있었다.정일호가 대답했다.“방 비서는 출장 갔어요. 그것도 다른 외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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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7화

“40억이요!”뜻밖의 금액에 정일범 형제는 서로 얼굴만 바라봤다.40억 원을 요구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40억 원, 못 낼 돈은 아니었지만 그들에게도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었다.지금 상황에서 굳이 그만한 돈을 주고 싶지도 않았고 만약 정일범 혼자서 40억 원을 내야 한다면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그의 재산이 일반적인 기준보다 많다고 해도 대부분은 고정된 자산이었고 현금으로 들고 있는 건 수십억 원뿐이었다.그런 형편에 한 번에 40억 원을 꺼내는 일은 정일범도 선뜻 내키지 않았다.세 형제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정일범이 말을 꺼냈다.“40억 원은 너무 많아요. 저희도 그렇게 큰돈을 당장 마련하기는 힘들어요. 겉으로는 저희가 부자로 보일지 몰라도 사실 다 겉보기일 뿐이에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넉넉하게 살고 있는 건 아니에요. 아시잖아요. 이씨 가문은 딸이 후계자예요. 저희 같은 아들들은 성도 이씨를 쓰지 못하고 재산도 이어받지 못해요. 예전에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는 몰래 저희를 도와주셔서 덕분에 그동안 편하게 살 수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이제 어머니가 안 계시고 그 유산도 전부 윤미의 손에 들어가서 저희 셋은 거의 받은 게 없어요. 물론 이씨 그룹에서 아직 일하긴 하지만 연봉은 2억도 안 돼요. 어쩌면 앞으로 더 적어질지도 몰라요. 지금은 하예진 그 여자가 이씨 그룹을 맡았잖아요. 그 사람은 우리 원수라 우리가 회사에 오래 남게 둘 리 없어요. 이씨 그룹에서 평생 자리 잡는 건 이제 불가능하다는 말이죠. 머지않아 우리는 지금 이 직장도 잃게 될지도 몰라요. 나이도 들고 지금 회사를 나오면 일자리 구하기도 힘들어요. 요즘은 대학 졸업한 애들도 취업을 못 해서 고생하는데 우리 같은 중년 남자가 어디 가서 뭘 하겠어요. 일자리가 없으면 수입도 없고 가진 돈으로 남은 인생을 살아야 하는데 그 돈도 지금 얼마 남지 않았어요. 그러다 보면 금방 바닥나겠죠. 저희도 사정이 정말 어려워요.”정민욱 형제는 정일범의 하소연을 묵묵히 들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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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8화

정일범 형제가 시킨 일은 불법적인 폭력 행위였다. 그런 일을 하다가 붙잡혀 자신들에게까지 수사가 미치기라도 하면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했고 몇 년 동안 자유를 잃을 가능성도 있었다.몇 년씩 감옥에 갇힐 위험을 감수하며 고작 2억 원을 받는다는 건 정말로 그만한 가치가 없는 일이었다.“저희도 윤미를 미워하긴 합니다만 저희는 시골에 살고 있어 강성 시내와도 멀고 윤미와도 멀리 떨어져 있어요. 저희 쪽에서 먼저 시비를 걸지 않는 이상 윤미도 저희를 건드리지는 않을 거예요. 우리는 지금처럼 조용히 살면 그만이에요. 형편이 조금 나빠도 그럭저럭 먹고사는 데 지장은 없고 마음 편히 살 수 있잖아요. 윤미를 서둘러 없애야 하는 사람은 당신들이죠. 윤미가 살아 있는 한 손해를 보는 것도 정일범 씨 쪽이고 영향도 가장 크게 받죠. 물론 체념하고 회사를 그만두고 이씨 가문에서 발을 빼고 강성을 떠나 버린다면 상황은 달라지지만. 저희처럼 시골로 내려가서 살면 조용하고 좋은 점도 많죠. 윤미에게 당할 걱정도 없고 저희에게 줄 보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무엇보다 범죄를 저지를 필요도 없잖아요.”보수가 40억 원에 못 미친다면 정민욱이 움직일 이유는 없었다. 그는 이윤미가 살아 있는 한 누구의 이익을 깎아 먹고 또 누구에게 가장 불리하게 작용하는지까지 차근차근 짚어 나갔다.그들도 이윤미를 미워하고 이윤미도 그들을 증오하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그들을 죽이려고 할 정도로 잔혹하게 굴지는 않았다.그들은 마음속으로는 이윤미가 죽기를 바랐지만 실제로 그녀를 해칠 계획을 세운 적은 한 번도 없었다.급한 쪽은 정씨 집안의 세 형제였다.값이 맞지 않는다면 정민욱 형제는 그냥 시골로 돌아가 예전처럼 막일하며 살아가면 그만이었다.집에 비록 얼마 되지 않는 논밭뿐이지만 마음만 먹으면 농사짓고 살아가는 데에는 아무 문제도 없었고 굶어 죽을 일은 더더욱 없었다.2억 원 때문에 그 큰 위험을 감수할 이유는 도무지 없었다.“형, 우리 아직 밥도 못 먹었으니까 일단 가서 밥부터 먹자. 먹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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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9화

정민욱이 말했다.“2억을 더 얹어서 총 12억으로 하죠. 그래야 저랑 동생이 각각 6억씩 나눠 가질 수 있어요. 이보다 적으면 우리는 못해요. 애초에 이 일은 당신들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는 거라 당신들이 얻게 될 이익은 우리가 받는 돈보다 10배, 수십 배는 더 클 거 아니에요. 그리고 윤미를 반드시 죽여야 한다고 고집하는 쪽도 우리 아니라 당신들이죠. 우리는 이 일로 감옥에 갈 수도 있어요. 1인당 6억 정도라면 우리가 고려해 볼 수는 있어요.”정민혁도 맞장구쳤다.“맞아요. 우리가 가난하긴 해도 우리의 목숨도 소중해요. 우리더러 당신들을 위해 목숨 걸고 움직이라고 하면서 돈은 제대로 안 주겠다고요? 그런 좋은 일이 어디 있어요?”정일범은 좋은 술 한 병을 가져와 두 형제에게 한 잔씩 따라 주었다.그리고 자신은 과일주스를 마시며 말했다.“우리는 곧 운전해서 회사에 가야 해서 술을 못 마셔요. 같이 마셔 드리지 못해 죄송하지만 이 술은 제가 아끼던 좋은 술이에요. 밖에서 사려면 꽤 비싼 겁니다. 두 분 편하게 드세요. 맛있으면 가져가셔도 되고요. 보수 문제는 총 12억, 각각 6억 원을 받는 걸로 하죠. 다만 반드시 비밀은 꼭 지키세요. 들키지 않는 한 죽을 때까지 절대로 말해서는 안 됩니다. 이건 범죄라서 당신들도 목숨으로 갚고 싶지는 않을 테고 감옥에 가고 싶지도 않을 겁니다.”정민욱은 술을 두어 모금 마셨다.정말 좋은 술이었다.그는 단언하듯 말했다.“그건 당연하죠. 우리가 바보도 아니고. 오늘 일은 우리 엄마한테도, 제 아내한테도 절대로 말하지 않을 겁니다. 이제 서로 합의가 된 만큼 계약서를 하나 작성하시죠. 우리도 서명해야 일이 끝난 뒤에 당신들이 돈을 안 준다고 해도 어디 가서 하소연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먼저 4억 원정도 계약금을 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당신들이 정해 놓은 일정에 맞춰 우리가 움직일 수 있죠. 그리고 계획을 세우실 때 하예진 쪽 사람들을 최대한 붙잡아 둘 방도를 마련하는 게 좋습니다. 그 사람들이 소식을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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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0화

이은화가 세상을 떠난 뒤 정일범 형제는 이윤미가 냉정하게 계좌를 막아버릴까 봐 걱정해 매달 생활비가 들어오는 그 통장의 잔금을 전부 꺼냈다.정일범은 평소 그 카드의 돈을 거의 쓰지 않았다. 한 달에 수백만 원이란 돈쯤은 시계 하나 값도 안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그래서 1, 2년에 한 번쯤 그 돈을 다른 계좌로 옮기거나 현금으로 뽑아 들고 다녔다.그렇게 현금을 두둑하게 챙기고 다니면 여자를 유혹하기가 매우 쉬웠다. 두툼한 현금을 거리낌 없이 꺼내 보이면 넘어가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이번에 꺼낸 돈은 기억하기로 몇억 원쯤 되었고 그는 그 현금을 전부 금고에 넣어 잠가 두었다.예전에 이은화가 살아 있을 때는 씀씀이가 훨씬 컸다. 차를 바꿀 때 수억 원짜리 고급 차를 할부 없이 바로 일시불로 결제했고 집을 살 때도 마찬가지였다.이렇게 큰돈을 거리낌 없이 쓰는 데 익숙했던 정일범에게 수억 원은 보통 사람이 느끼는 수백만 원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하지만 그건 이제 과거일 뿐이다.그들의 행동을 감싸고 뒷수습해 줄 어머니가 이제 세상에 없다는 것을 깨달은 정일범은 더는 예전처럼 막 쓰지 못했다.앞으로 그들이 쓸 모든 돈은 남은 자산에서 꺼내 쓰거나 스스로 힘들게 벌어야만 하는 돈이었다.그들은 기분 내키는 대로 결근하거나 아예 출근하지 않기 일쑤였고, 그럴 때마다 이윤미든 하예진이든 가차 없이 그들의 월급을 깎았다. 그래서 한 달이 지나고 나면 월급이라고 할 만한 돈이 거의 남지 않았다.하여 이윤미와 하예진에 대한 원망은 점점 더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하예진의 뒤에는 든든한 세력이 많았고 하나같이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게다가 요 며칠은 노동명까지 그녀의 곁에 붙어 있어 정일범 형제는 하예진에게 손을 대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그렇다면 그들이 노릴 대상은 결국 이윤미였다.모든 불운의 시작은 이윤미가 강성으로 돌아온 그때부터였다.그녀를 없애지 않는 한 그들은 밤에조차 마음 놓고 잠들 수 없었다.정민욱 형제는 정일범이 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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