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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내 남편은 억만장자: บทที่ 4131 - บทที่ 4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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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1화

정일범은 정민욱과 정민혁을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두 사람은 술을 마신 터라 술기운이 올라 들뜬 모습이었고 얼굴도 빨개졌다.그들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정일범은 캐리어 손잡이를 놓으며 정민욱에게 밀어주었다.정민욱이 캐리어를 눕혀 열자 안에는 돈다발이 꽉 들어 있었다.한 묶음당 2천만 원인 현금이 질서 있게 나란히 놓여 있었다.두 형제는 눈을 크게 뜨고 손을 떨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현금을 한눈에 본 적이 없던 그들은 이 돈이 곧 자신들의 몫이라는 생각에 저절로 입가가 활짝 벌어졌다.두 사람은 각각 한 묶음을 집어 들고 입에 가져가 한 번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아, 너무 좋아! 물론 더 많으면 더 좋고.”정민욱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정민혁도 맞장구쳤다.“나도 그래. 형, 우리 일단 열 묶음씩 집어넣고 캐리어는 이대로 끌고 가서 조용히 나눠 갖자. 당분간은 엄마나 형수님한테도 말하지 마.”알고 있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았다.사실 두 형제는 집에서 아내에게 비교적 엄격하게 관리받는 편이었다.평소 막일로 벌어오는 돈도 거의 모두 아내에게 가져다줬고 아내들도 남편이라면 집안의 무거운 짐을 마땅히 떠안아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그래도 아내들이 돈을 관리하는 것이 결국 가족을 위한 일이고 자녀들에게 쓰이는 돈이니 두 형제도 기꺼이 대부분의 수입을 건넸다.하여 자연스레 그들의 손에 남는 용돈은 늘 보잘것없었다.정민욱 형제는 손에 넣은 이 큰돈을 일단 몰래 그들만의 비상금으로 두고 싶었다.일이 끝난 뒤 나머지 돈까지 받으면 그때 가서 아내들에게 말하되 일 인당 4억 정도만 받은 것처럼 속일 생각이었다. 어차피 아내들이 감히 정일범에게 찾아가 따지지도 못할 테니 가능한 일이었다.두 형제는 2억 정도의 비상금만 손에 넣어도 앞으로의 살림살이가 훨씬 여유로워질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당연하지. 아무한테도 말 안 해. 지금 이 자리의 다섯 사람만 아는 거야.”정민욱은 정일범 형제 쪽에서 비밀을 흘릴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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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2화

정일군은 다시 다이닝룸으로 들어가 사람들이 손도 대지 않은 음식과 남겨 둔 술까지 빠짐없이 챙겨 모두 포장했다.몇 개나 되는 주머니를 들고나온 그는 그것들을 정민욱에게 건네며 말했다.“비밀스레 일하려면 정말 도움 좀 받으러 온 사람처럼 보여야 사람들이 의심 안 합니다. 남은 음식은 가져가세요. 저녁에 데워 먹어도 되고 귀찮으면 나가자마자 버려도 됩니다. 술은 버리지 마세요. 우리 형제는 손도 대지 않고 두 분만 마신 거라 깨끗해요. 그리고 이 술은 진짜 귀한 술이에요. 당신들 사는 동네에서는 돈이 있어도 이런 건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있다고 해도 대부분 가짜일 테고요.”정민욱은 정일군이 건네준 음식과 아직 남아 있는 술병을 받아 들었다.그 술이 귀한 술이라는 건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알 수 있었다.정일군이 챙겨주지 않았더라도 그는 기어코 부탁해서라도 가져가고 싶었을 것이다.태어나서 그렇게 맛있는 술은 처음이었다.“다 준비됐으면 이제 나가죠. 우리도 회사에 다시 들어가 봐야 해요.”정일범은 시간을 확인하더니 이윤정의 두 오빠를 바라보았다. 이어 두 동생에게는 캐리어 두 개를 끌고 먼저 나가라고 지시하고 자신은 정민욱 형제와 나란히 걸으며 말을 이었다.“윤정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이일지 몰라도 우리 집에서 자라면서 스물다섯 살이 될 때까지 저희는 정말 친여동생이라고만 생각하며 아껴 왔어요. 윤정이가 세상을 떠난 뒤 저희도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당신들은 윤정의 친오빠니까 사정이 어려워 도움을 요청하러 온 거라면 저희도 모르는 척 지나지는 않을 거예요. 다만 지금 상황이 예전 같지 않아서 큰 금액을 드릴 형편은 안 돼요. 대신 이 두 캐리어에 옷을 챙겨놨으니 가져가세요. 맞는 건 입고 안 맞는 건 중고로 팔아도 돼요. 대부분 거의 새 옷들이고 브랜드 제품이라 중고라고 해도 사겠다는 사람은 분명 있을 겁니다.”그들은 죽은 사람도 아니고 시골에서는 이런 옷을 굳이 꺼릴 이유도 없었다.정민욱은 속으로 몇 마디 투덜거렸지만 겉으로는 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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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3화

“앞으로 무슨 어려움이 생기면 또 우리에게 찾아오세요.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반드시 돕겠습니다. 정말 손쓸 수 없는 일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정민욱은 겉으로는 사양하는 듯 말을 돌렸지만 적당한 밀고 당기기 끝에 결국 그 돈을 모두 받아들였고 두 형제는 연달아 감사의 말을 건넸다.“차를 불러드릴 테니 집까지 편하게 가세요.”정일범은 곧장 휴대전화를 꺼내 차를 불러왔다.물론 정민욱 형제는 실제로 강성을 떠날 생각은 없었다. 이들은 오늘 밤부터 바로 움직여 일을 끝낼 작정이었고 시간이 길어질수록 변수가 생길까 두려워 서둘러 이윤미를 처리하려는 마음뿐이었다.“고마워요. 이미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연기를 하기로 했으면 끝까지 해야 했다. 지금까지 상황을 완벽히 꾸며 온 만큼 이윤정의 두 오빠도 연기하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색 차 한 대가 실제로 도착해 주택 단지의 정문 앞에 조용히 멈춰 섰다.운전기사는 차에서 내려 조용히 걸어오더니 정일범 형제에게 공손하게 인사했다.“두 분을 댁까지 모셔다드려요. 윤정의 큰오빠와 둘째 오빠세요.”정일범은 정민욱 형제를 가리키며 지시했다.“알겠습니다.”운전기사는 곧바로 그들을 태우고 단지를 빠져나갔다.그 차가 멀어지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정일범 형제는 각자 자기 차로 돌아가 자리를 떠났다.단지 출입구에서 근무 중이던 경비원과 새로 부임한 동료가 몰래 수군거렸다.“방금 지나간 사람들 누군지 알아? 그중 한 명만 여기 사는 사람이야. 나머지는 아닌데... 차 세 대를 끌고 온 세 사람은 친형제야. 전부 이씨 가문의 세 아들이지. 이씨 가문 알지? 강성에서 꽤 유명한 가문인데 다른 가문이랑 완전히 달라. 거긴 아들 말고 딸한테 모든 걸 물려줘. 집안 권한도, 재산도, 회사도 다 딸한테 주거든. 물론 그중에서도 정통 혈통에서 태어난 딸만 가능하고 방계 쪽 딸들은 애초에 기회도 없어. 가주에게 딸이 여러 명이면 대부분 장녀가 전부 가주 자리를 이어받거든. 이씨 가문은 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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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4화

“새로 와서 잘 모를 거야. 난 여기서 일한 지 좀 돼서 예전에 이씨 가문의 큰아들이 이 단지에 살 때 흘러들어온 얘기도 들었거든.”남들 집안일이라는 건 크게 터지지 않으면 밖으로 잘 알려지지 않는 법이다.언론이 잡아낸 큰 사건만 세상에 퍼지고 나머지는 그 집안 안에서만 조용히 돌다 사라지는 법이었다.경비원들이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는지 정일범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모든 준비를 빈틈없이 마쳤다고 굳게 믿으며 이제 오늘 밤 계획만 실행하면 된다고 생각했다.이윤미를 처리하고 이윤정과 이은화를 위해 복수하고 어머니에게서 떨어져 나간 모든 재산을 되찾을 것.절대로 이윤미가 그 재산을 독차지하게 둘 수는 없었다.정일범은 이윤정과 이은화의 죽음을 전부 이윤미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이윤미가 두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었고 그래서 지금의 모든 비극이 시작된 것처럼 보였다.그러나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윤미가 아니었어도 이경혜는 언젠가 돌아와 자신의 어머니에게 일어난 일을 바로잡으려 했을 것이기 때문에 이씨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이은화 쪽 후손들이 이씨 가문을 무사히 이어받는 일도 애초부터 불가능했다.더구나 한성근은 아직 살아 있었다. 그는 이경혜의 어머니를 보좌하던 특별 비서였다.그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경혜를 비롯한 누구보다도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그였다. 그가 살아 있는 한 이은화 쪽은 결코 유리한 판세를 잡지 못할 것이다.정일범 형제는 강한 상대에게는 꼼짝 못 하면서 약한 쪽만 골라 덤비는 사람들이다.그들은 관성의 여러 재벌 가문을 건드릴 엄두는 내지 못하고 결국 화살을 이윤미에게만 쏘았다.관성의 몇몇 가문들과 비교하면 이윤미가 확실히 가장 약하고 가장 손대기 쉬운 존재였다.그들이 가장 증오한 사람도 이윤미였고 모든 좋지 않은 일의 책임 역시 그녀에게 떠넘겼다.세 형제가 회사를 향해 돌아가는 동안 회사 사무실 휴게실에서 낮잠을 자고 있던 이윤미는 어둠 속에서 움직이던 방윤림이 보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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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5화

정일범 별장에서 일하는 도우미들은 이미 오래전에 방윤림에게 매수된 상태였다.방윤림이 부탁만 하면 언제든 그의 말대로 움직였고 이번에 올라온 영상과 녹음 파일 역시 그들이 방윤림에게 넘긴 자료였다.방윤림은 그 자료들을 다시 이윤미에게 보내주었다.증거를 모두 확인한 이윤미는 더 이상 쉬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가 간단히 씻은 뒤 휴대전화를 챙겨 곧바로 휴게실을 나섰다.이어 커피를 직접 내려 뜨거운 김이 오르는 잔을 들고 책상 앞으로 와 자리에 앉았다.커피를 한 모금씩 맛보며 마음을 가다듬고 있는데 그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똑똑.”“들어오세요.”이윤미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무실 문이 밀리며 열리며 정일범이 보였다.그를 보자 이윤미의 눈빛이 아주 잠깐 흔들렸지만 표정만큼은 아무렇지 않은 듯 평온했다.그녀는 뜨거운 커피를 한 모금 더 넘기며 정일범이 다가오는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윤미야.”정일범은 애써 미소 지으며 이윤미를 괜히 다정하게 불렀다.그녀는 커피를 내려놓으며 자세를 바로 세웠다.“이름만 따로 부르지 말고 그냥 풀네임으로 불러. 그렇게 부르면 듣기만 해도 불편해. 그리고 억지로 웃지 않아도 돼. 지금 표정은 웃는 게 오히려 더 어색해서 내 기분만 나빠지니까.”정일범의 억지로 짜낸 미소는 그대로 굳어 버렸고 얼굴도 바로 굳어졌다.정일범은 더는 연기할 생각도 없이 그대로 맞은편 의자에 털썩 앉았다.“난 애초에 너한테 웃어 주고 싶지도 않아. 널 볼 때마다 따귀를 몇 대쯤 후려갈기고 싶은 심정이거든.”그는 이를 악물며 얼굴에는 눈앞의 여동생을 정말로 한번 패고 싶은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이윤미는 오히려 미소 지었다.“이제야 내가 아는 오빠답네. 어차피 나를 보면 이를 갈 정도로 싫어할 텐데 굳이 친한 남매인 척할 필요도 없잖아. 이런 쪽이 더 자연스럽잖아? 나는 오빠가 나한테 늘 그렇게 차갑게 대하는 게 이제 익숙하거든.”“너라도 좀 동생답게 굴었다면, 우리를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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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6화

정일범이 말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가 너한테 심하게 군 것도 아니잖아. 그런데 넌 늘 우리를 사람 취급도 안 했잖아. 우리 아버지도 그렇고. 네가 이씨 가문에 돌아온 지도 몇 년은 되었어. 우리가 너한테 극진했던 건 아니어도 최소한 막 대하진 않았잖아. 그런데 너는 애초부터 우리를 가족으로 여기지 않았어. 네가 우리 가족들과 어울리지 못한 거지 우리가 널 내친 건 아니야.”정일범은 이윤미만 보면 하고 싶은 말이 끝없이 쏟아졌다.그녀가 자신들과 정을 나누지 않고 늘 선을 긋는다고, 같은 편이 아니라고 탓하는 말들뿐이었다.이윤미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오빠가 나보다 나이가 많긴 하지만 벌써 기억이 안 나? 오빠가 내 뒤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내가 하나씩 다시 꺼내서 말해 줘야 기억이 나겠어? 내가 이 집안에서 자리 못 잡은 게 아니라 오빠들이 처음부터 나를 밀어냈던 거야. 오빠들은 날 동생으로 여긴 적이 없어. 오빠들 마음속의 진짜 동생은 이윤정 하나뿐이겠지. 나는 돌아오지 말아야 했을 사람이고 가주 자리를 빼앗으러 온 사람 취급했잖아. 내가 당신들 여동생이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겠지. 아버지가 나한테 어떻게 했는지 나도 알아. 내가 정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무정한 사람은 아니야. 오빠들이 진심을 조금이라도 보여 줬다면 나는 그 세 배는 돌려줬을 거야. 아쉽지만 오빠들은 그러지 않았잖아. 나한테 진심 한 톨도 줄 마음이 없었잖아.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오빠가 옛일 들춰서 뭐 하려고 그래? 결국 이긴 사람이 다 갖고 진 사람은 밀려나는 법이지. 그러니까 더는 이씨 가문의 재산에 미련 두지 마. 소송하면 엄마 재산에서 뭐라도 떼어 갈 수 있을 거라고 착각도 하지 말고. 엄마 유언장에 아주 정확하게 적혀 있어. 대부분의 재산은 나한테 넘기셨고 일부는 조카들 몫이야. 그리고 오빠들도 완전히 빈손은 아니지. 솔직히 엄마가 남겨준 그 정도면 평생 걱정 없이 살 만큼은 돼. 그리고 오빠가 여기 앉아서 나한테 시비 걸 시간이 있으면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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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7화

정일범은 몇 번이나 입을 열어 동생의 말을 끊어보려 했지만 끼어들 틈이 없었다.이윤미의 말은 쉴 새 없이 쏟아졌고 그는 얼굴을 굳힌 채 그녀를 노려볼 뿐이었다.눈빛으로 사람이 죽일 수만 있다면 이윤미는 이미 수십 번 죽었을 것이다.이윤미는 말을 마치고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 뒤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나 오빠들 생각해서 입이 바짝 마르도록 말했어. 난 할 말은 다 했어. 오빠들이 전에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 이씨 그룹을 절대 넘기지 말라고 했지. 근데 솔직히 말해서 내가 안 넘겼다고 해서 그 자리를 내가 지킬 수 있었을 것 같아? 이씨 가문의 사람들 가운데 우리 편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해? 큰이모 편을 든 건 아니지만 우리 편이 되어줄 사람은 거의 없어. 엄마에 대한 불만도, 우리에 대한 불만도 이미 다들 속에 쌓여 있어. 지지도 없는데 싸움에서 어떻게 이겨? 결국 이씨 그룹은 언젠가는 다시 큰이모 쪽으로 돌아갔을 거야. 그럴 거면 차라리 내가 먼저 넘기는 게 나아. 원래 그 사람들 몫이었으니까. 이렇게 해야만 우리도 살길이 남아. 끝까지 버티다가 서로 싸움판만 만들고 난리 나는 것보다는 훨씬 낫잖아.”이윤미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내가 이렇게 마음 쓰고 있는데 오빠들은 그걸 알아주지도 못하잖아... 내 뜻도, 내 마음도 이해할 생각이 없고. 됐어. 더 떠들어 봐야 소용없어. 이런 얘기, 내가 몇 번이나 되풀이했는지 오빠도 알잖아. 지겹게 들었겠지. 나한테 왜 온 거야?”이윤미는 그제야 정일범이 왜 찾아왔는지 그 이유를 물었다.정일범은 몇 번이고 깊게 숨을 들이켜며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눌렀다.잠시 숨을 고른 뒤에야 들고 온 제안서를 이윤미에게 내밀었다.“내가 만든 이 기획서 좀 봐줘. 하예진 그 여자에게 가져갔더니 안 된다더라. 우리를 한참이나 꾸짖으면서 쓸모도 없고 회사에서 자리만 차지한다느니, 본업도 못 한다느니 하더니 아예 나가라고까지 하더라고.”정일범은 점점 목소리를 낮추었다.“도대체 무슨 권리로 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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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8화

정일범은 말없이 입술만 달싹였다.‘내가 그렇게까지 형편없나...’그는 스스로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예전에는 이은화가 있었기에 손댈 필요조차 없었다. 위에서 내려온 요구를 대충만 말해 주면 그의 엘리트 직원들이 알아서 기획안을 완성해 주었고 윗선에서도 늘 만족했다.정일범은 그저 칭찬을 기다리면 그뿐이었다.모두가 자신을 능력 있는 사람이라 떠받들었고 그런 날들이 쌓이다 보니 그는 정말로 자신이 뛰어난 줄로만 알았다. 그리고 그때 그는 자신의 친여동생이 이윤정이 아니라 이윤미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하지만 이윤미는 어릴 때부터 시골에서 자랐고 여리고 순해 보였으며 작은 일에도 겁부터 먹는 성격으로 보였다.게다가 회사에 들어와서도 눈에 띄는 성과가 없었고 그저 존재감 없는 사람으로 지냈다.그러다 보니 정일범에게는 욕심이 생겼다. 자신이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그는 이은화 앞에서 여러 번 자기 뜻을 내비쳤다.이씨 가문의 첫 번째 남성 후계자가 되고 싶다며 필요하다면 어머니의 성을 따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하지만 이은화는 끝내 고개를 저었다.아들들을 아끼는 마음과 별개로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이씨 가문의 모든 것이다.가문의 규칙은 바꾼 게 많았어도 딸이 후계자가 된다는 이 한 가지는 단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그것만큼은 끝까지 지켜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윤미야, 나 정말 신경 써서 작성한 거야. 아직도 부족해? 난 내가 잘했다고 생각했는데...”정일범의 목소리에는 억울함이 서려 있었다.정일범은 마음을 다해 일을 했는데 이 정도로 부정당할 줄은 몰랐다.이윤미는 무뚝뚝하게 말했다.“그건 오빠 생각이고. 오빠 생각은 소용없어. 나와 예진 씨가 보기에 괜찮다고 생각하게 해야 해.”정일범의 얼굴은 또 굳어졌다.한참 뒤에야 그는 그 기획서를 집어 들어 열어 보며 이윤미에게 물었다.“어떻게 수정하고 어떻게 다시 해야 하는지 가르쳐 줘.”“내가? 그럼 오빠 월급을 나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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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9화

정일범이 불쾌한 어조로 말했다.“내가 일을 안 한다는 거야? 윤미야, 내가 이씨 그룹에 들어왔을 때 너는 어디서 뭘 하고 있었는지도 몰랐을 때거든!”이윤미는 비웃으며 말했다.“그래, 맞아. 오빠는 이씨 그룹엔 일찍 들어왔지. 하지만 오빠가 실제로 이루어낸 성과가 뭐가 있어? 내 말은 오빠 본인의 실력으로 이룬 성과 말이야. 예전에 오빠가 이루어낸 그 실적들, 전부 오빠가 해낸 게 아니잖아. 그게 어떻게 생긴 건지 오빠가 누구보다 잘 알잖아. 내가 이씨 가문에 들어온 시간이 짧지만 지금 내가 어떤 자리에 앉아 있는지 안 보여? 내 말 알아들었어? 계속 여기에서 일하고 싶으면 제대로 좀 해. 할 거면 좀 잘해. 자꾸 남의 성과를 가로채기만 하지 말고.”정일범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내가 한두 마디 했는데 너는 왜 이렇게 말이 많아? 나도 얼굴이란 게 있는데 체면 좀 봐주면 안 돼?”“오빠, 얼른 가서 일이나 해. 나도 좀 있으면 나갈 거라서.”윤미는 더 이상 이야기하기 싫었다.정일범은 한동안 말없이 서 있다가 서류를 집어 들고 몸을 일으켰다.그는 이윤미를 한참 바라보며 무슨 말을 하려는 것 같았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에서 돌아섰다.이윤미는 그의 모든 표정을 놓치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정일범이 아무 말 없이 등을 돌려 나가고 있었다.“오빠.”이윤미가 문득 그녀의 오빠를 불렀다.정일범이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며 짜증 내듯 물었다.“왜, 또 뭐?”이윤미는 진지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오빠, 엄마는 돌아가셨지만 우리는 피 한줄기로 이어진 남매야. 평생 가족으로 남아야 하는 사이잖아. 엄마도 분명 우리가 서로 돕고 잘 지내길 바라셨을 거야. 안 그래? 명절이 되면 우리 남매끼리라도 엄마 묘소에도 찾아가야 하잖아. 다른 친척들은 엄마를 너무나 원망하니까 아무도 보러 가지 않을 거야.”이은화가 수십 년간 가주 자리를 맡았지만 그동안 저지른 잘못이 너무 커 일가친척들의 원망을 깊이 샀다.게다가 이은화는 죗값을 치르지 못한 채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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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40화

정일범은 사무실로 돌아와 물 한 잔을 전부 들이켰다.그리고 무거운 몸을 의자에 내려놓더니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이윤정의 친오빠에게 연락했다.입가에 닿은 물잔 사이로 낮고 굵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계획대로 움직이세요. 윤미가 오늘 하루 호텔에서 손님을 만날 예정이에요. 일 끝나면 바로 그곳에서 식사하기로 되어 있어요. 회의와 저녁까지 겹치면 시간이 꽤 걸릴 테니 호텔을 나설 때는 밤이 될 거예요. 밤중에 다른 데 갈 가능성은 적으니까 윤미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에서 대기하고 계세요. 차량 번호는 XXXX에요. 기억하셨죠?”정일범은 이윤미의 차 번호를 또다시 읊조리듯 말했다. 이미 문자로도 보내 두었으니 특별히 건망증이 아닌 이상 기억하지 못할 리 없었다.“기억했어요. 그럼 본격적으로 준비에 들어가야겠네요. 어떻게든 윤미가 술을 마시게 해야 해요. 취기만 돌면 우리 일이 한결 수월해질 텐데...”그들이 계획한 차 사고가 과연 성공할지 장담할 수 없었지만 술에 취한 상태라면 성공 확률은 훨씬 높아질 터였다.만약 이번 작전이 성공하지 못하면 두 번째 방법을 써야 했다.바로 이윤미를 납치하는 것!“윤미가 무술을 배운 적은 없지만 어릴 때부터 동네 아이들과 자주 싸우면서 자라서 싸움을 아주 잘해요. 술에 취하시지 않는 한 납치하기 정말 어려울 거예요.”비록 그들이 이윤미를 아껴주지는 않았지만 한집에서 함께 자란 탓에 그녀의 습성과 성격은 잘 알고 있었다.정일범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제 동생들도 도와드리러 갈 거예요. 두 사람 다 싸움 좀 할 줄 알아요. 게다가 다 큰 남자 네 명이 여자 한 명을 못 이겨요? 아무리 싸움을 잘해도 성인 남자 네 사람을 상대하기는 어려울 거예요. 술자리에서는 술을 피하시기 어려울 테니 분명 한두 잔은 마실 거예요. 그때 재빨리 제압하여 차에 태우고 바로 손발을 묶은 다음 테이프로 입을 막으면 돼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휴대전화를 가져가는 거예요. 경찰에 신고할 기회를 주면 안 돼요.”정민욱이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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