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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내 남편은 억만장자: Chapter 4111 - Chapter 4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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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11화

전태윤은 웃으며 말했다.“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하지만 우리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전씨 가문의 장손으로, 가업을 이어받을 운명일 거야.”“그런데 아이가 평범한 아이일 수도 있잖아요.”전태윤은 그녀에게 다시 입을 맞추고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럴 리가. 내 자식이 어떻게 안 훌륭하겠어? 뛰어난 부모에게서 하찮은 자식이 나올 리 없다는 옛말이 헛말이겠어? 아비가 훌륭한데 내 새끼도 당연히 뛰어날 거야.”하예정은 남편의 얼굴을 살짝 집으며 가볍게 웃었다.“정말 자신감이 대단하시네요. 아이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자신감 넘치시네요! 여보, 이제 자요.”그녀가 하품을 하자 전태윤이 낮게 대답했다.“응, 자자. 너 먼저 자. 난 당신이 자는 모습 보고 잘래.”하예정은 조용히 눈을 감더니 이내 잠들었다.한편, 하예진은 아직 남편과 통화를 이어가고 있었다.30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노동명의 지지와 격려 덕분에 마음속 깊이 억눌려 있던 불안감이 말끔히 사라졌다.그녀에게는 큰 가문의 가주 자리를 맡아본 경험도, 대기업을 이끌어본 경험도 없었다.하지만 배울 수 있었고 또 도와줄 사람들도 많았다.누구나 경험은 없던 시절부터 시작되는 법이며 삶은 한 걸음씩 내디디며 만들어가는 것이었다.“당신도 쉬어야 하는데 내가 너무 오래 잡고 있었네요. 그래도 마음이 한결 편해졌어요. 나도 이제 조금 자야겠어요. 내가 돌아가면 제대로 인사할게요.”하예진은 미안한 듯 말했다.노동명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부부끼리 그런 말 하지 마. 고민이 있으면 나한테 털어놓고 날 믿어 준다는 것만으로도 난 행복해. 고맙다는 말도 하지 마. 정말 감사하고 싶으면... 뭐, 너도 알잖아.”하예진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당신 건강을 위해서 그러는 거예요.”노동명은 결혼하고 따뜻한 집과 아내를 얻고 나니 은근히 스킨십을 점점 더 바라는 사람이 되어 갔다.아직 두 다리가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었기에 하예진 역시 그의 몸을 걱정하고 있었다. 하여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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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12화

노동명은 황급히 말했다.“나 그냥 너무 좋아서 그래. 기분이 벅차서. 잠을 자는 데는 전혀 문제없어. 여보, 내가 이렇게까지 들뜬 이유는 당신이 사랑한다는 말을 너무 아껴서 그래. 그러니까 자꾸 불안해지더라고. 괜히 내가 더 많이 사랑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혹시나 죄책감 때문에 내 마음을 받아준 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도 늘 들고.”하예진은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동명 씨, 나는 어린애가 아니에요. 서른도 훌쩍 넘었고 이혼도 한 번 겪었어요. 재혼은 그만큼 더 신중해야 하는 일인데 결혼을 장난처럼 받아들일 리가 있어요? 당신에게 마음이 없었으면 결혼하자는 말 자체를 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리고 죄책감 때문이라는 건 더 말도 안 돼요. 당신이 사고 난 건 내 잘못이 아닌데 그런 이유로 결혼할 사람도 아니에요.”하예진은 언제나 이성적인 사람이었다.한 번 이혼으로 마음이 크게 다쳤던 만큼 재혼도 매우 신중하게 생각했다.서로 감정이 있고 상대와 상대방의 가족이 그녀와 아들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했다.노동명은 그 모든 조건을 갖춘 사람이었기에 하예진은 끝내 그의 마음을 받아들였다.노동명은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그리고 하예진도 노동명을 사랑하게 되었다.노동명은 우빈을 친아들처럼 아꼈다.사고를 겪은 뒤 노씨 가문 어른들 역시 두 사람의 관계를 완전히 받아들였다.노동명이 행복하기만 하다면, 그리고 결혼을 원한다면 그가 누구를 선택하든 상관없다고 여겼다.이제 나이도 마흔을 바라보고 있었고 어떤 삶을 원하는지 스스로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내가 사랑한다는 말을 매일같이 하지 않는 건 일도 바쁘고 또 우리 나이면 감정이 더 깊어지잖아요. 굳이 입에 달고 살지 않아도 알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당신이 나를 사랑하고 나도 당신을 사랑한다는 걸.”노동명은 조용히 말했다.“여보, 우리 이제는 마음속에 있는 건 그냥 서로 솔직하게 말하자. 괜히 오해할 이유도 없잖아. 이제 알았으니까 더는 혼자 딴 생각 안 할게. 당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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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13화

다음 날.하예진은 점심이 되어서야 눈을 떴다.그녀는 새벽 네 시가 넘어서야 간신히 잠들었고 깊게 잠든 탓에 깨어 보니 점심 열두 시쯤 되었다.하예진은 화들짝 놀라 급히 몸을 일으켰다.그리고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씻은 뒤 곧장 아래층으로 내려갔다.1층은 조용했다.집 안에는 그녀가 걸어 내려가는 소리만 잔잔하게 울렸다.“윤미 씨. 윤미 씨!”이윤미를 두 번이나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다.아마 외출했거나 마당 쪽에 있는 듯했다.집 안에는 이미 맛있는 음식 냄새가 퍼져 있었고 점심 준비가 끝난 상태였다.하예진이 현관 쪽으로 향하던 순간, 바깥에서 이윤미가 방윤림과 몇몇 사람을 데리고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남편 노동명이었다.노동명은 휠체어에 앉아 있었고 경호원이 뒤에서 조용히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경호원은 캐리어를 끌고 있었으며 이윤미와 방윤림도 양손에 크고 작은 선물들을 들고 있었다.모두 노동명이 관성에서 챙겨 온 특산품들이었다.이윤미는 그 선물들을 보자마자 노동명에게 말을 건넸다.“이제 예진 씨가 이씨 가문의 주인이에요. 그리고 동명 씨는 예진 씨 남편이라 이곳도 이제 집처럼 드나드셔도 되는 곳이에요. 이렇게 많이 사 오실 필요까지는 없어요.”“윗분께 드리려고 준비한 선물이에요.”노동명이 공손히 말하자 이윤미는 그 말에 금세 웃으며 선물들을 받아들였다.이윤미는 나이는 하예진보다 어렸지만, 촌수로 따지면 분명한 윗사람이었다.“예진 씨, 일어나셨네요.”이윤미는 하예진을 보며 반갑게 웃었다.“누가 왔는지 보세요. 노동명 씨가 어젯밤 예진 씨가 잠을 못 잤다니까 걱정돼서, 새벽부터 비행기를 타고 온 거예요. 방금 막 도착했답니다.”하예진은 계단을 내려오며 그들에게 다가갔다.“여보, 어떻게... 올 거면 미리 말이라도 해주지...”말은 이렇게 했지만 반가움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 숨길 수가 없었다.경호원은 사모님을 보자 자연스럽게 비켜서며 그녀가 직접 휠체어를 밀 수 있도록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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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14화

“회사도 아주 바쁠 텐데. 갑자기 이렇게 와도 돼요?”하예진 씨가 걱정스레 묻자 노동명이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관리진을 그렇게 많이 뽑아놨는데 회사 하나 제대로 못 돌리면 내가 왜 그 사람들을 월급 주겠어? 설령 조금 모자라면 우리 세 형도 시간 날 때마다 가서 도와줄 거야. 정남이랑 태윤이도 내가 자리를 비우면 대신 챙겨 줄 거야. 걱정하지 마. 노씨 그룹은 내가 잠시 비웠다고 무너질 회사가 아니야.”지금 이 순간 노동명에게는 회사보다 아내가 훨씬 더 중요했다.노씨 그룹은 그의 세 형이 살피고 있었고 그가 키워 온 경영진도 충분히 일을 잘 처리할 수 있었다.세 형이 노동명을 원망하기라도 하면 그는 곧바로 지금 자신의 다리도 성치 않고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며 불쌍한 척했다.그러면 형들은 마음이 금세 약해져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다시 묵묵히 회사를 챙겨주곤 했다.노동명 일행은 집 안으로 들어갔다.“우선 식사부터 하시죠.”이윤미가 말했다.집안에는 난방이 잘 되어 있어 들어서는 순간 노동명은 금세 더워졌다.그걸 바로 알아차린 하예진이 재빨리 그의 외투를 벗겨 주었다.“여보, 우리 함께 가서 손 씻고 와요.”하예진 씨가 부축하려 하자 노동명이 고개를 저었다.“안 도와줘도 돼요. 이 정도 거리는 나도 걸을 수 있어.”그는 스스로 천천히 걸어 세면대로 향했다.하예진도 그의 뜻을 존중하며 조용히 뒤에서 따라갔다.이윤미는 도우미 아줌마를 부르지 않고 방윤림과 함께 주방에서 직접 준비한 음식을 하나씩 작은 식탁으로 가져왔다.이씨 저택에는 다이닝룸이 여러 개 있었다.가족이 모두 모일 때는 작은 다이닝룸 옆의 큰 다이닝룸을 쓰는데 그곳에는 20명도 한 번에 앉을 수 있는 긴 식탁이 있다.손님을 많이 초대하는 연회라면 가장 큰 다이닝룸에서 자리를 마련했다.그러나 지금은 네 사람뿐이라 가장 작은 다이닝룸에서 식사하는 것이 가장 알맞았다.“오늘 음식은 우리 방윤림 씨가 직접 만든 거예요. 맛 좀 보세요.”이윤미가 말했다.“방 비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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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15화

노동명이 말했다.“나 편식 안 해. 당신이 집어주는 건 뭐든 좋아. 우선 국물부터 한 그릇 줘.”그는 언제나처럼 하예진을 맞춰 주었다.평소 두 사람의 관계도 늘 이런 방식이었다.그가 하예진을 세심하게 챙겨주고 하예진도 그를 잘 챙겼다.하예진은 국물 한 그릇을 떠서 남편 앞에 놓고 그가 먹기 좋게 반찬을 한 점 집어 그의 그릇에 올려 주었다.그러자 노동명도 바로 아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집어 그녀의 그릇에 옮겨 주었다.맞은편에는 이윤미와 방윤림이 실눈을 뜬 채로 앉아 있었다.“동명 씨, 이번에는 얼마나 머무르실 생각이에요?”이윤미는 이씨 가문의 저택이 노동명의 집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속으로는 그의 기반이 여전히 관성에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사업도, 가족들도 모두 그곳에 있었고, 노동명 역시 관성에서 지내는 것을 더 편안해했다.노동명이 대답했다.“제 아내의 사업이 안정되면 돌아가려고요.”그는 하예진이 이씨 가문 저택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을 때까지 곁을 지켜 줄 생각이었다.이윤미는 미소를 띠며 하예진을 보았다.“예진 씨, 이번엔 사람 참 잘 골랐네요. 앞으로 어떤 곤란이 생겨도 이 사람은 절대 예진 씨 곁을 떠나지 않을 거예요.”하예진은 남편에게 반찬 하나를 더 집어주며 말했다.“그러게요. 한 번은 잘못 선택했으니까 두 번째는 신중해야죠. 이번에는 제대로 선택한 것 같아요.”그녀는 노동명을 그윽하게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우리 약속했잖아요. 당신이 떠나지 않으면 나도 떠나지 않는다고. 끝까지 함께한다고.“그리고 딸도 빨리 하나 낳아야죠. 하하. 혹시 주변에서 둘째 재촉하는 사람은 없어요? 그럼 제가 오늘은 나쁜 역할 좀 할게요. 딸 하나는 꼭 있어야 해요. 동명 씨 뒤를 잇기도 하고 우리 이씨 가문의 후계자도 되어야 하잖아요. 딸은 하나면 충분해요. 괜히 둘 낳았다가 문제 생기면 안 되죠. 당신 외할머니랑 제 엄마처럼 또 사이 틀어지게 할 필요는 없잖아요.”이윤미는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딸이 둘일 경우, 한 명만 후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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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16화

이씨 가문의 젊은이들 가운데 이씨 그룹 본사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대부분은 이씨 그룹의 자회사에서 일했고 그곳에서는 평범한 직원들과 다를 바 없이 하루 종일 고되게 일하며 한 달에 100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았다.이씨 가문의 친척이라고 해서 높은 연봉을 받는 일은 절대 없었다.능력이 없고 게다가 게으르기까지 하다면 자회사조차 들어가지 못했다.이은화는 생전에 늘 말했다. 이씨 그룹에는 빈둥거리는 사람을 둘 수 없다고, 회사에서 아무 일도 안 하고 월급만 받아 가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고.이씨 가문의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은 명절마다 이씨 그룹에서 주는 명절 선물과 넉넉한 보너스였다.이 선물과 보너스는 나이도, 촌수도 따지지 않고 모두에게 똑같게 나누어주었다.갓난아기든, 여든 넘은 어르신이든 똑같았다.하예진은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말했다.“그냥 우리 운명에 맡길래요. 제가 딸을 못 낳는다 해도 예정이나 소현이가 딸을 낳을 수도 있으니까요.”전씨 할머니가 알고 지내던 이름난 점쟁이는 하예정과 전태윤이 아들과 딸을 모두 얻게 되는 사주라고 했고 그들에게 딸이 태어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했다.성소현도 딸을 낳을 가능성도 있었다.어쨌든 이씨 가문에 후계자가 비는 일은 없을 것이다.“얼른 식사하세요. 이런 무거운 이야기는 그만하고.”방윤림이 웃으며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그가 직접 만든 음식들을 맛보라며 모두에게 권했다.다들 웃으며 분위기를 바꾸었다.식사 후, 네 사람은 편하게 정원을 거닐고 있었다.지금의 이씨 저택은 예전보다 직원들이 훨씬 적었다.이윤미는 불필요한 사람들을 곁에 두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하예진 역시 그녀와 성향이 비슷하여 저택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최소한으로 줄였다.게다가 지금 저택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대부분 이경혜가 직접 골라 들인 사람들이었고 일 처리가 빠르고 깔끔해 이윤미는 매우 만족하고 있었다.이은화가 살아 있을 때 저택의 직원들과 집사까지 전원 교체되었다.단 한 사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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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17화

방윤림이 걸음을 멈추자 이윤미도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멈췄다.“왜요? 하기 싫은가 봐요?”그녀가 묻자 방윤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낮게 말했다.“아가씨께서 시키는 일은 제가 반드시 할 겁니다. 그런데 그 일을 지금 바로 해야 하는 건가 해서요. 조금만 미루면 어떨까 해서...”이윤미의 표정은 곧바로 굳어졌다.“윤림 씨! 날 믿어줘요. 그리고 당신 자신도 믿고요. 나는 자신을 지킬 수 있고 윤림 씨도 날 지킬 수 있는 사람이에요. 다치긴 하더라도 목숨이 위험할 일은 없어요.”조금 앞에서 걷고 있던 하예진과 노동명은 두 사람이 멈춘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계속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그 사이 자연스레 거리가 벌어졌다.이윤미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손을 뻗어 방윤림의 얼굴을 붙잡더니 발끝을 살짝 들며 그의 부드러운 입술에 입을 가볍게 맞췄다.방윤림은 순간 멈칫하더니 곧바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고는 힘 있게, 깊게 입을 맞췄다.두 사람의 마음은 오래전부터 자연스레 서로에게로 기울었다.하지만 방윤림은 먼저 스킨십을 시도한 적이 없었기에 언제나 먼저 다가가는 쪽은 이윤미였다.이윤미는 그가 평생 모셔야 할 주인이라 그 앞에서 선을 넘는 태도를 보이는 건 결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러나 그녀가 먼저 다가오는 순간 주저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입맞춤이 끝나자 이윤미의 숨결은 가볍게 떨렸다.방윤림은 그녀의 허리를 감싼 채 조심스레 품에 안고 그녀가 숨을 고르게 했다.이윤미가 조용하게 말을 건넸다.“윤림 씨, 난 당신에게 빨리 시집가고 싶어요. 귀찮은 일들을 다 정리하고 나면 예진 씨에게 인수인계만 하면 나도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예진 씨가 자리를 잡으면 우리도 떠나서 바로 혼인신고하고 결혼해요. 이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내가 마음이 불안해서 결혼해도 제대로 시작하는 기분이 들 것 같지 않아요.”방윤림은 그녀의 볼을 조심스럽게 쓸어내렸다.그는 깊은 애정을 담은 눈빛으로 이윤미를 바라보며 단단한 목소리로 약속했다.“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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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18화

며칠 동안 병가를 내고 모습을 감추었던 정일범 형제는 이 소식이 들리자마자 언제 아팠냐는 듯 멀쩡하게 회사에 다시 나타났다.태도 역시 달라진 것이 없었다.예전처럼 회사에서 기세등등하게 굴며 제멋대로 행동했다.하예진이 내려보낸 업무 지시에 다른 직원들은 제시간에 정확히 처리했지만 정일범 형제 셋만큼은 늘 미루고 미루다가 여러 번 재촉을 받고서야 겨우 제출했다.그마저도 마감에 맞추어 억지로 만든 수준이라 하나도 볼 것 없었다.“세 분이 제출한 보고서가 이 모양입니까? 이 형편없는 보고서는 대체 뭐예요? 부대표 자리에 앉아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 이렇게 일하면 어떡합니까? 본인들이 받은 월급에 이런 결과물을 내놓는 게 부끄럽지도 않아요?”대표 사무실에서 반달 모양의 책상 앞에는 하예진이 앉아 있었고 정일범 형제들은 줄줄이 서 있었다.그녀는 그들의 보고서를 툭 내려놓으며 단호하게 쏘아붙였다.정일범이 슬쩍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하예진...”“누가 앉으라고 했습니까? 그리고 회사에서는 나를 이 대표라고 부르세요. 저는 이제 이씨입니다. 앞으로 제 이름은 이예진입니다.”그녀는 말을 도중에 끊고 차갑게 그에게 일어나라고 명령했다.“이런 태도라면 어느 회사에서도 버티기 힘들 겁니다. 부 대표님들, 마지막으로 말씀드립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한다면 저도 더는 눈감아 드리지 않아요. 당신들이 누구의 아들이든, 우리 그룹은 자리만 차지하고 일하지 않는 사람은 환영하지 않습니다!”“이 대표님, 이런 일은 원래 아래 직원들이 하던 겁니다. 저희가 직접 할 필요 없어요. 그런데 지금 당신이 우리 비서까지 다 정리했잖아요! 우리가 왜 직접 해야 합니까? 그리고 우리도 임원인데 업무가 생기면 아래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관리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하예진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녀가 이씨 그룹을 이어받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이 바로 그들의 비서들을 해임한 일이다.하예진은 그동안 아래 직원들에게 맡겨져 있던 여러 업무를 이제 세 형제가 직접 처리하도록 했다.솔직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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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19화

“지금 이 가문의 일을 맡고 있는 사람은 나지, 당신 어머니가 아니에요. 일을 못 하겠으면 부대표 자리를 내놓고 월급만 축내는 일을 그만두세요.”하예진은 정일범 형제들이 이런 식으로 게으름을 피우며 버티게 둘 생각이 전혀 없었다.세 사람은 회사 밖에서 투자 사업을 벌여도 손해 보는 일이 훨씬 더 많았다.그나마 안정적인 건 예전에 사둔 건물과 상가에서 나오는 임대료뿐이었다.그래서 정군호는 늘 아들들에게 고향으로 내려가 건물과 상가를 더 사두고 임대료로 먹고살라고 조언하곤 했다.직접 투자하여 장사하는 것보다 훨씬 위험이 적고 안정적이기 때문이다.그리고 상가 임대가 잘 나가지 않으면 되팔아 돈을 확보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업에 투자하면 번번이 손실만 날 뿐 아니라 일이 꼬이면 빚까지 지기 일쑤였다.이은화가 살아 있을 때는 자신의 개인 재산에서 얼마나 많은 돈을 꺼내 몰래 아들들의 빚을 대신 갚아 주었는지 셀 수도 없었다.물론 가끔은 돈을 벌 때도 있었다.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이씨 그룹에서 받아 간 소규모 사업 건 때문이었다. 이씨 그룹이 손실을 떠안아 주니 그들은 절대 적자를 보지 않았지만 그만큼 그룹의 이익이 깎여 나갔다.정일범 형제가 챙긴 돈이라는 건 결국 그룹의 손해를 기반으로 얻은 이익이었다.정일범의 얼굴에는 불쾌함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그는 당장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치밀어 오르며 하예진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하예진은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그 눈빛은 날카롭고 단단했다.“형.”정일군과 정일호가 서둘러 정일범의 소매를 잡아당겼다.셋 중 가장 눈치 빠른 정일호는 억지웃음을 띠며 책상 위에 흩어진 서류들을 주워 들며 말했다.“이 대표님, 바로 돌아가서 수정하겠습니다. 제대로 만들어 와서 대표님께서 만족하실 때까지 꼼꼼하게 확인하겠습니다.”정일범은 몇 번 깊게 숨을 들이켠 끝에 결국 시선을 거두어들였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동생의 손에서 서류를 빼앗아 들고 고개를 홱 돌려 사무실을 걸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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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0화

가장 먼저 움직인 사람은 이윤미였다.그녀가 엘리베이터에서 걸어 나오자 정일범이 그 앞을 막아서며 길을 비켜주지 않았다.이윤미는 오빠들과 싸움할 생각이 없었기에 조용히 그들을 에돌아 대표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정일범 형제들은 그녀가 멀어지는 뒷모습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형, 가자.”정일군이 먼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정일범은 그제야 시선을 거두고 두 동생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탔다.정일호가 낮게 말했다.“형, 방 비서가 출장 갔대. 윤미가 외지로 보냈다더라고. 열흘에서 보름은 안 돌아온대. 며칠 동안 윤미가 움직일 때도 늘 경호원들뿐이었어. 방 비서가 정말 보이지 않더라고. 내가 사람을 시켜서 조사해 봤는데 며칠 전에 비행기로 강성을 떠난 게 맞대. 형, 어떻게 할까?”정일범은 목소리를 낮추며 대답했다.“여긴 회사야. 이런 얘기 함부로 꺼내지 마. 저녁에 집에 가서 다시 얘기하자.”두 동생은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곧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세 사람은 화난 표정으로 엘리베이터에서 걸어 나왔다. 그리고 각자의 사무실로 향하면서 하예진 험담하기 시작했다.그 험담은 누가 봐도 일부러 들으라고 하는 소리였다.평소에도 하예진과 사이가 좋지 않은 데다 갑자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걸어가면 회사 직원들에게 수상하게 보일 것이라 그들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직원들은 세 부대표가 새로 온 대표 뒷담화하는 모습을 이제 당연한 풍경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직원들 가운데 일부는 몰래 하예진에게 달려가 이 사실을 일러바치며 환심을 사려 했고 또 다른 이들은 자기 일만 잘하면 된다는 듯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았다.반면 일부는 이윤미에게 찾아가 은근히 하소연하며 절대로 이씨 그룹의 대표 자리를 넘겨서는 안 된다고 부추기기도 했다.이윤미가 떠나는 순간 정일범 형제들이 새로운 대표에게 그대로 쫓겨날 것이 뻔하다면서 말이다.회사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새 대표와 전임 대표 사이의 갈등은 이미 되돌릴 수 없을 만큼 깊었고 세 부대표는 전임 대표의 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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