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는 저녁 약속이 있어서 여기서 계속 일할 거예요. 저녁은 직접 가져다드려요.”그녀의 말에 전창빈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전창빈은 미래의 아내가 될 사람의 저녁을 들고 조용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선우정아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나도 언젠가 나만 바라보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선우민아가 전창빈을 만난 건 분명 큰 행운이었다.아직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건 아니지만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볼 때의 시선은 이미 말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앞으로 서로 사랑하게 되어 연애도 할 것이고 양가 어른들이 반대하지 않는다면 부부로 이어지는 그림도 자연스럽게 떠올랐다.하지만 현실적인 걱정도 들었다. 선우민아는 결혼하더라도 멀리 시집갈 수 없는 사람이었다.그녀는 결혼하더라도 하루의 대부분 시간을 가업에 쏟아야 했다.그런 삶을 이해해 줄 배우자가 아니라면 오래가기 어려울 터였다.전씨 가문의 가풍이 좋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소문만으로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직접 보고, 직접 느껴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는 법이다.‘기회가 되면 가문의 어른들을 설득해서 관성으로 여행이라도 갈까? 언니만 잘 달래면 같이 갈 수도 있을 텐데... 관성에 가야만 전씨 가문의 진짜 분위기와 속살을 확인할 수 있어.’그러다가 금세 스스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지. 언니는 누구에게 떠밀려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지.’선우민아의 삶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고 전창빈과의 관계 역시 두 사람이 알아서 풀어가야 할 문제였다.선우정아가 나설 일은 아니었다.그 시각, 전창빈은 대표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안에서 들어오라는 허락이 떨어지자 그는 문을 열었다.“아가씨, 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얼른 식사하세요.”전창빈은 도시락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는 선우민아가 밥을 먹는 동안 다른 일에 얽매이지 않도록 책상 여기저기에 흩어진 서류들을 잘 정리해 주었다.전창빈은 늘 말했다.밥을 먹을 때만큼은 다른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식사 자체에 온전히 집중해야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