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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내 남편은 억만장자: Chapter 4361 - Chapter 4370

4373 Chapters

제4361화

여운별은 확실히 똑똑해졌다.아니, 정확히 말하면 훨씬 성숙해졌다.부모라는 버팀목이 사라졌고 남매와도 멀어졌으며 이제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도 아니었다.이런 상황에서 철이 들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잠시 어색하던 분위기는 금세 가라앉았고 세 사람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여운별을 따라 술집 안으로 들어갔다.그 무렵, 관성 공항.전창빈은 양손에 큼직한 캐리어를 하나씩 끌고 있었고 선우민아는 빈손이었다.그는 한 손을 비워 그녀의 손을 잡고 싶었지만 선우민아가 사양했다.“가방 두 개나 끌고 있잖아요. 그것만 해도 충분히 힘들 텐데 저까지 잡고 갈 필요 없어요. 어린애도 아닌데요.”전창빈이 옅게 웃으며 말했다.“사람이 많잖아요.”선우민아는 예전 같았으면 외출할 때마다 경호원이 따랐는데 사람이 붐비는 곳에서는 자연스럽게 길을 터 주었다.지금처럼 아무도 곁에 없고 스스로 사람들 사이를 지나야 하는 상황은 정말 오랜만이었다.“사람 많아도 괜찮아요. 제가 남을 밀지 않는 한 남도 저를 밀지 않겠죠. 사실 이렇게 사람들 사이에 섞여 본 게 정말 오랜만이에요.”선우민아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사람들 사이를 걸으며 입을 열었다.“이제야 제가 진짜 현실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 같아요.”평소라면 그녀의 허락 없이 다가오려는 사람은 근처에 발도 들이지 못했다.경호원들이 먼저 나서서 모두 막아주었다.그래서 늘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전창빈이 웃으며 말했다.“사실 이렇게 소박하게, 평범한 사람들처럼 사는 것도 꽤 행복해요.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고 모두 건강하기만 하면 그걸로도 충분히 행복하잖아요.”선우민아는 가볍게 웃기만 하고 대답은 하지 않았다.그들이 보통 사람들처럼 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각자가 짊어진 책임이 너무 무거웠다.밖으로 나오자 문득 누군가가 불렀다.“도련님!”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바라보더니 양 집사와 경호원 한 명이 서 있었다.전창빈이 선우민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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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2화

이 아기가 태어나면서 전씨 할머니는 증조할머니가 되었다.전창빈은 조금 뜻밖이라는 듯 말했다.“형수님이 리조트로 돌아가서 산후조리 하신다고? 하긴, 거긴 조용하고 공기도 좋아서 지내기도 좋지.”일이 없을 때라면 서원 리조트에서 머무는 건 꽤 좋은 선택이었다.다만 평소에는 다들 일에 쫓기다 보니 본가가 멀다는 이유로 잠깐 들렀다가 급히 돌아서기 일쑤였고 그곳 특유의 고요함이나 여유를 제대로 느낄 틈이 없었다.가문의 어른들은 은퇴만 하면 리조트로 들어가 지내는 것을 더 좋아했다.한 달 내내 밖에 나가지 않아도 전혀 심심해하지 않을 만큼 리조트는 넓고 경치도 좋았디.산 아래에도 전씨 가문에서 오래 일해 온 사람들도 많이 살고 있었다. 전씨 할머니는 매일같이 나가 산 아래 살고 있는 할머니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소소한 일상을 나누며 지내셨다.날마다 여유롭고 느긋한 나날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양 집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하예정이 서원 리조트에서 산후조리를 하신다는 말에 전씨 가문의 어른들이 얼마나 기뻐하실지는 굳이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그때 선우민아의 휴대전화가 울렸다.그녀의 어머니에게서 온 전화였다.선우민아는 이내 전화를 받았다.“누나.”뜻밖에도 휴대폰 넘어에서 들려온 건 동생 선우민기의 목소리였다.“누나, 저 학교 다녀왔어요.”선우민아가 부드럽게 물었다.“그래, 숙제는 다 했어?”“저 진작에 학교 다녀와서 숙제도 다 끝냈어요. 그런데 누나는 창빈 형네 집에 놀러 가셨다면서요? 왜 저를 안 데리고 가셨어요? 집에 와서야 알았어요.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저 혼자 두고 가시다니.”“저도요!”옆에서 선우민수가 한마디 덧붙였다.선우민아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너희는 학교 다녀야 하잖아. 이번에는 같이 못 오고 다음에 오자. 다음에 방학하면 한동안 여기에서 누나랑 놀자.”선우민기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누나도 회사 다니시잖아요. 누나는 휴가도 내시는데 저도 학교 하루쯤은 빠질 수 있잖아요. 누나는 왜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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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3화

선우민아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왜, 창빈 형이 안 돌아올까 봐 걱정돼? 그러면 맛있는 밥 못 먹을까 봐? 집에 다른 요리사도 여러 명 있잖아. 다른 사람이 만든 밥은 못 먹겠어?”선우민기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가 맛있는 것만 먹으려고 그러는 건 아니에요. 다른 아저씨들이 만든 음식도 먹을 수는 있지만 창빈 형이 만든 게 더 맛있어요. 그리고 형은 저희랑 같이 놀아 주잖아요. 또 창빈 형이 데리고 나가 주시면 뭘 해도 누나가 뭐라고 안 하시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창빈 형이랑 노는 게 좋아요.”선우민아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자신이 전창빈에게 한 번 봐주는 모습을 보이자 동생들이 아예 전창빈을 든든한 배후로 삼은 모양이었다.전창빈만 있으면 무슨 일이 생겨도 다 해결될 거라고 믿는 눈치였다.“걱정하지 마. 너희 창빈 형은 다시 누나랑 같이 집에 돌아갈 거야. 그만둔 것도 아니고 잠깐 휴가 낸 것뿐이야.”선우민기는 그제야 안도한 듯 물었다.“그럼 누나, 창빈 형은 왜 휴가를 내신 거예요? 그리고 누나가 같이 가시는 건... 창빈 형이랑 결혼하려고 그러시는 거예요? 누나, 우리는 누나 없는 건 싫어요. 창빈 형네 집으로 가서 살지 않으면 안 돼요?”선우민기는 여자가 결혼하면 남편 집에서 살게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그래서 마음이 더 급해졌다.전창빈을 좋아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선우민아가 여전히 자기들 곁에 있을 때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그녀가 전창빈 집으로 가 버린다면 그때는 전창빈이 아무리 좋아도 미워질 것 같았다.그것은 전창빈이 자기들의 누나를 데려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선우민아가 일부러 동생들을 놀리듯 말했다.“너희 창빈 형을 좋아한다며? 그런데 왜 누나가 창빈 형 집에 가서 사는 건 또 싫어해?”선우민기가 진지하게 대답했다.“우리가 창빈 형을 좋아하는 건 맞지만 누나를 더 좋아해요. 창빈 형이 누나를 우리한테서 데려가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 창빈 형을 좋아할 거예요. 하지만 창빈 형이 누나를 데려가 버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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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4화

질문을 다 하고 나서야 선우민기는 전화를 끊었다.선우민아가 웃으며 말했다.“제가 그렇게 보고 싶어서 전화한 줄 알았더니 사실 그냥 창빈 씨 집에 놀러 가고 싶었던 거였네요. 제 동생들이 창빈 씨를 정말 좋아해요.”전창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도 그 아이들이 참 좋아요. 제 미래의 처남이라는 신분을 떠나서도 정말 착하고 귀여운 아이들이에요. 어른스러운 면도 있고 그렇다고 아이다운 천진함도 그대로 가지고 있잖아요.”그는 다시 선우민아의 손을 잡았다.“여름방학 때 또 한 번 와요. 그때 다시 여기에서 지내요.”선우민아가 말했다.“이제 아가씨 말고 그냥 제 이름으로 불러요. 아니면 우리 가족들처럼 민아라고 불러도 되고요.”전창빈은 웃으며 답했다.“이미 입에 붙어서요. 제 마음속에서 민아 씨는 언제나 제 아가씨예요.”선우민아는 그의 잘생긴 얼굴을 가볍게 만지더니 자연스럽게 그의 어깨에 몸을 기댔다.공항에서 서원 리조트까지는 차로 거의 두 시간이 걸린다.전창빈은 그녀에게 잠깐 눈을 붙여도 괜찮다고, 도착하면 깨워주겠다고 했다.선우민아가 고개를 저었다.“비행기에서 세 시간이나 잤어요. 지금 또 자면 오늘 밤에 잠을 못 잘 것 같아요.”따르릉!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이번에는 선우민아의 휴대폰이 아니라 전창빈의 전화였다.장소민에게서 걸려 왔다.전창빈은 선우민아의 손을 살며시 놓고 전화를 받았다.“아들, 이제 비행기에서 내렸지?”“네, 엄마. 지금 집으로 가는 중이에요. 양씨 아저씨가 마중 나오셨어요. 일곱 시 반쯤이면 도착할 것 같아요. 혹시 배고프시면 먼저 식사하세요. 우리 기다리지 마시고. 우리는 비행기에서 뭐 좀 먹어서 아직 배 안 고파요.”집에서는 평소 저녁 여섯 시쯤이면 식사를 시작했다.식사 시간은 웬만해서는 바뀌지 않았기에 전창빈은 식구들을 모두 기다리게 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장소민이 말을 이었다.“괜찮아. 우리도 안 고파. 오후에 차도 마셔서 허기질 정도는 아니야. 너희가 도착하면 그때 같이 먹자. 민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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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5화

저녁 일곱 시 반 무렵 전창빈과 선우민아를 태운 차가 서원 리조트 안으로 들어섰다.차는 서원 리조트 안쪽 길을 따라 조용히 달려갔다.산 아래에 이르자 전창빈은 선우민아가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도록 양 집사에게 창문을 내려 달라고 했다.서원 리조트 입구에서 본채까지 이어지는 길 위로 펼쳐진 야경은 웬만해서 좀처럼 감탄하지 않는 선우민아도 잠시 말을 잃게 했다.그녀가 감탄했다.“나연이 말이 맞았네요. 전씨 가문은 사계절이 모두 그림 같다고 하더니 정말이네요.”리조트는 야경마저도 흠잡을 데 없이 아름다웠다.전창빈이 부드럽게 웃었다.“내일 아침 식사하고 나서 리조트 안을 천천히 둘러봐요. 오늘은 아무래도 여유가 없을 것 같아요.”모두가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선우민아에게는 첫 방문인 만큼 도착하자마자 어른들에게 둘러싸일 게 분명했기 때문에 오늘 밤 산책은 어려울 터였다.어차피 며칠 머무를 예정이라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그래요.”차에서 내리자 전창빈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현관 앞에는 중년 여자가 서 있었다.환한 얼굴로 두 사람을 맞이한 그녀는 먼저 전창빈에게 공손히 인사한 뒤 선우민아에게도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그녀는 미소 지은 채로 몸을 돌려 안쪽으로 종종걸음을 옮겼다.“창빈 도련님께서 여자 친구분과 함께 오셨어요.”순간, 선우민아의 마음속에는 알 수 없는 긴장감이 스쳐 지나갔다.그러나 곧 사라졌다.생각해 보면 그녀는 전씨 할머니가 직접 점찍어 둔 사람이다.전씨 가문의 어른들이 먼저 마음에 들어 한 사람이지 그녀가 전창빈에게 다가간 것이 아닌데 무엇을 걱정할 필요가 있겠는가.전씨 가문 사람들은 분명 그녀를 반갑게 맞이할 터였고 트집을 잡을 것 같지도 않았다.선우민아 역시 자신이 매우 뛰어나다고 여겼고 전씨 가문에서 굳이 흠을 잡을 만한 부분은 없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이내 마음을 다잡고 전창빈이 이끄는 대로 그대로 서 있었다.양 집사와 경호원이 두 캐리어를 모두 옮긴 뒤에야 그녀도 천천히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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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6화

과연 소문은 헛말이 아니었다.전씨 가문의 어른들은 하나같이 관리가 잘되어 있었다.미래의 시부모로 보이는 사람들 역시 겉보기에는 기껏해야 사오십 대쯤으로 보였을 뿐 전혀 예순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얼굴에 남아 있는 여유와 품위만 보아도 젊은 시절에 분명 미남미녀였을 터였다.그리고 대대로 이어진 좋은 유전자가 전창빈 세대에 이르러서는 형제들 전부를 훤칠한 외모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제야 왜 그렇게 많은 여자가 전씨 가문에 시집오기 위해 애를 쓰는지 선우민아는 이해가 갔다.전씨 가문은 관성 최고의 재벌가로 재력은 말할 것도 없고 집안의 아들들도 하나같이 뛰어난 인물들이었으며 각자 자기만의 사업을 가지고 있었다.무엇보다 가풍이 반듯했다. 전씨 가문의 남자들은 결혼하면 바람을 피우지 않았고 평생 사랑과 가정에 충실했다.이렇게 잘생긴 남편이 평생 아내를 보살펴 줄 텐데 이런 남편과 이런 시댁을 마다할 여자가 어디 있겠는가.직접 겪기 전까지 선우민아는 전씨 가문의 도련님 같은 남자는 소설 속에나 등장하는 인물이라고,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기고 있었다.실제로 전씨 가문에 시집온 여자라면 누구라도 남들의 부러움과 질투를 한 몸에 받을 만했다.자신이 바로 전씨 할머니가 전창빈을 위해 점찍어 둔 신붓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선우민아는 의외로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거부감은커녕 오히려 전창빈이 마음을 두고 구애할 대상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다행스럽게 여겼다.전씨 할머니는 선우민아를 세심하게 살피며 이것저것 챙겨 주었고 두 사람이 관성에 며칠 머무를 예정이라는 말을 듣더니 더욱 기뻐했다.선우민아가 가져온 선물만 해도 두 캐리어를 가득 채울 정도였다. 그녀는 직접 가방을 열어 하나하나 꺼내며 준비해 온 선물을 모두의 손에 건넸다.하예정네 가족 세 사람의 선물은 다음 날 병원으로 문병을 갈 때 전달하겠다며 따로 남겨 두었고 하예진네 가족의 선물까지 빠짐없이 챙겨왔다.아니, 정확히 말하면 꼼꼼한 쪽은 전창빈이었다.선물값은 선우민아가 냈지만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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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7화

전유림이 다시 웃으며 말했다.“미안, 말이 너무 빨랐어. 내가 괜히 말실수했네.”그러고는 전창빈을 제 뒤로 밀어 놓고 재빨리 다이닝룸으로 들어가 평소 앉던 자리에 털썩 앉았다.전창빈은 결국 가장 마지막에 다이닝룸으로 들어왔다. 그는 사랑하는 여자 친구의 곁에 앉고 싶었지만 선우민아의 왼쪽에는 그의 어머니가, 오른쪽에는 전씨 할머니가 자리하고 있었다.두 분 모두 함부로 다가설 수 없는 존재들이었기에 그는 할 수 없이 예전부터 앉아 오던 자리로 얌전히 돌아가 앉았다.식사할 때 전씨 할머니는 수시로 회전 식탁을 돌리며 선우민아에게 음식을 집어주었다.“창빈의 요리 실력이야 내가 잘 알죠. 처음 요리를 배울 때 가르쳐 준 사람도 저예요. 그래도 몇 가지는 내가 직접 만든 거니까 한번 드셔 보세요.”선우민아의 입맛이 까다롭다는 사실은 이미 모두 알고 있었다.그래서 이날 저녁 식사를 위해 전씨 할머니는 손자며느리가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요리사에게 마음을 다해 요리하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럼에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할머니는 직접 몇 가지 음식을 더 준비했다.연세만 아니었더라면 아예 한 상 가득 손수 차리고 싶었을 것이다.선우민아는 다소 난처한 웃음을 지었다. 입맛이 까다롭긴 했지만 그럴 만한 환경에서 자라 왔고 그녀 주변에서도 누구나 그녀의 입맛을 맞추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전씨 가문에 처음 인사를 드리는 자리에서만큼은 자신의 까다로운 입맛이 결코 반가운 장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할머니께서 창빈 씨의 요리 스승이시라면 당연히 맛있겠죠. 저도 한번 먹어 볼게요.”선우민아는 전씨 할머니가 집어준 음식을 맛보았다.많은 시선이 쏠린 자리였던 만큼 설령 입에 맞지 않더라도 할머니의 체면을 생각해 어떻게든 먹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녀는 속으로는 마치 큰 결심을 하듯 조심스럽게 그 음식들을 맛보았다.그런데 예상과 달리 맛이 꽤 익숙했다.전창빈이 만들어 주던 음식과 맛이 비슷해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었다.아니, 꽤 맛있었다.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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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8화

물론 전창빈 스승이 이들뿐이었던 것은 아니었다.전씨 그룹 호텔에서 일하는 요리사들 역시 각자 자신만의 특기 요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전창빈은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빠짐없이 묻고 배웠다.지금의 솜씨는 그렇게 여러 사람의 장점을 두루 흡수한 결과였다.저녁 식사 뒤에도 전씨 할머니는 선우민아의 손을 잡고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이어 갔다.그날 밤에 선우민아가 전씨 할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전창빈은 사랑하는 여인의 곁에 앉을 틈이 없다는 걸 깨닫자 위층으로 올라가 게스트룸을 다시 살폈다.사실 게스트룸은 이미 장소민이 준비해 두었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은 전창빈은 하나하나 직접 확인하며 다시 정리했다.선우민아가 불편함 없이 자기 집처럼 편안하게 지내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밤 10시가 되어서야 전창빈은 비로소 그녀 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전씨 할머니가 피곤하다며 먼저 자리를 뜨자 집안 어른들과 형제들도 차례로 흩어졌다.전창빈은 선우민아 옆에 앉자마자 그녀의 손을 꼭 잡고 투정을 부렸다.“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 아가씨가 오시자마자 저는 바로 찬밥 신세가 됐죠. 문을 들어선 순간부터 오늘 밤 내내 저는 한 번도 아가씨 곁에 앉지 못하고 할머니께 붙잡혀 계셨잖아요.”선우민아가 웃으며 말했다.“할머니한테 우리 할머니 모습이 겹쳐 보였어요. 저도 조부모님과 사이가 좋아서 당신 할머니와 얘기하다 보니 그만 빠져들었네요. 창빈 씨를 신경 쓰지 못한 건 미안해요. 이제 제 이름으로 불러요. 당신 집에서까지 계속 아가씨라고 부르면 가족분들이 불편해하실까 봐 그래요. 지금 창빈 씨는 제 남자 친구이지 제 요리사가 아니잖아요.”전창빈이 살짝 몸을 기울여 조심스럽게 그녀의 얼굴에 입을 맞췄다.선우민아가 피하지 않는 것을 보자 전창빈은 그제야 용기를 얻은 듯 자연스럽게 그녀의 입술로 다가갔다.짧은 입맞춤이 끝나자 전창빈은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그의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선우민아는 그의 품에 잠시 머물렀다가 이내 가볍게 밀어내며 똑바로 앉았다.“민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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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9화

“평소에는 왜 이런 말 안 하셨어요? 저 예쁘다는 말도 한 번 안 하셨잖아요.”선우민아가 웃으며 그를 놀렸다. 괜히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에 그녀는 더 놀리고 싶어졌다.“우리가 아직 확실한 사이가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말하지 못했죠. 괜히 일부러 잘 보이려고 하는 사람으로 보일까 봐, 저를 안 좋게 볼까 봐 걱정됐거든요. 민아 씨, 제 눈에는 당신이 정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으로 보여요. 사랑해요. 저는 오직 민아 씨만 사랑할 거예요.”선우민아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알겠어요. 장난이에요.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돼요. 콩깍지가 씌어서 창빈 씨의 눈에 제가 제일 예뻐 보이는 거겠죠.”자기 외모에 대해서는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예쁜 편이긴 했지만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할 만큼의 절세미인은 아니었다.국색천향이나 풍화절대라 불릴 정도의 미인들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조금은 부족했다.어쩌면 전씨 가문에서는 그저 무난한 수준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전씨 가문은 원래 남자들은 훤칠하고 여자들은 또 저마다 다른 매력을 지닌 가문이었다.그 가문으로 시집온 여자들 가운데 눈에 띄게 못난 사람은 없었다. 성격은 달랐지만 모두 각자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내일 병원에 가서 형수님이랑 조카 좀 보고 와요. 아주 작은 아기를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에요.”선우민아가 마지막으로 갓난아기를 본 기억은 사촌 동생이 태어났을 때였다.어느새 오륙 5,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지금은 선우민수가 유치원 5세 반에 다니고 있었고 올해 9월이면 형과 같은 초등학교에 입학할 예정이었다.선우민수는 예전부터 선우민기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싶다고 말해 왔다.두 형제는 사이가 무척 좋았고 누나들도 그 모습에 흐뭇했다.선우민아 자매들은 두 남동생이 어릴 때부터 형제애가 깊어 앞으로도 서로 의지하며 지내길 바랐다. 그래야 훗날 형제가 힘을 합쳐 선우씨 가문의 책임을 함께 짊어질 수 있을 테니까.“저는 더 오래됐어요. 아홉째 동생이 태어난 뒤로 우리 집에는 십몇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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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0화

산 위아래로 사람들이 오가니 적막할 틈이 없었고 그만큼 안전도 보장되었다.사람이 많다는 건 늘 누군가의 눈길이 닿아 있다는 뜻이었다.만약 이렇게 일손이 많지 않았다면 가문에 변고가 생겨도 누구도 알아채지 못할 터였다.양나연에게서 들은 바로는 관성에서는 전씨 가문 사람들에게 감히 손을 대는 이가 없다고 한다. 전씨 가문의 권력도 이유였지만 전씨 가문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소씨 가문의 존재가 더 크게 작용했다.소씨 가문이 떠오르자 선우민아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창빈 씨, 소씨 가문에 관한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혹시 한번 인사드리러 가도 괜찮을까요? 불편하다면 무리하지 않으셔도 돼요.”전창빈이 웃으며 답했다.“괜찮아요. 정남 형이랑 제 큰형이 가까운 사이거든요. 우리 두 가문도 오래된 인연이고요. 정남 형의 아버지는 저희 할머니의 친아들이나 다름없어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곳이지만 우리 전씨 가문 사람들에게는 자기 집 드나들듯 편한 곳이에요. 내일 형수님이 퇴원하시잖아요. 아마 효진 누나도 오실 거예요. 그때 서로 소개해 드릴게요. 효진 누나는 정남 형의 아내이기도 하고 제 형수님의 절친이거든요.”선우민아가 의아한 듯 물었다.“창빈 씨 형수님의 절친이 형수님의 절친이랑 결혼한 거예요?”“네. 형수님이랑 효진 누나가 함께 서점을 운영하거든요. 큰형이 큰형수님 보러 자주 들르다 보니 효진 누나를 좋게 봐서 정남 형에게 소개했죠. 그렇게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연애하고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았어요. 효진 누나의 집안은 재개발로 상가와 건물을 여러 개 보유하고 있어 매달 들어오는 임대 수익만 해도 보통 사람이 평생 벌어도 닿기 힘든 수준이에요.”선우민아가 웃으며 물었다.“그럼 창빈 씨의 주변에는 우리 정아에게 어울릴 만한 괜찮은 사람은 없어요?”그 질문에 전창빈은 잠시 말이 막혔다.그는 잠깐 생각하더니 미안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둘째 아가씨는 정말 훌륭한 분이죠. 그런데 제가 아는 또래의 괜찮은 사람들은 이미 결혼했거나 만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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