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그 사람들의 선택이고 그 사람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행복이에요. 제 공은 아니에요.”전씨 할머니는 웃었다. 어쨌든 그녀의 눈에는 하예정이 복덩이였다.전태윤은 두 사람 앞에 따뜻한 물을 한 잔씩 따라 놓았다.“여보, 차에서 목마르다 했잖아. 먼저 물부터 마셔.”하예정은 컵을 받아 들었다.전씨 할머니는 전태윤을 바라보며 말했다.“앞으로 너랑 예정이랑 밖에 나갈 때 보온병 꼭 챙겨 가. 예정이가 목마르면 바로바로 마실 수 있게.”“우리가 멀리 가는 것도 아닌데요.”“멀리 안 가도 준비는 해야 해. 이건 태윤이가 생각이 모자란 거야.”전씨 할머니는 손주며느리에게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늘 손자만 나무랐다.전태윤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네...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아내가 필요하다고 한 걸 그때 바로 챙기지 못하면 집에 돌아와서 전씨 할머니에게 한 소리 듣는 건 늘 그의 몫이었다.“어서 가서 예정이 씻을 물부터 받아 놔. 나랑 예정이랑 좀 이야기하고 있을게. 물 다 받아지면 불러 줘.”할머니가 전태윤에게 일렀다.하예정이 말했다.“할머니, 저 혼자도 물 받을 수 있어요.”하지만 남편이 집에 있으면 전태윤은 늘 먼저 욕조에 물을 받아 두고 갈아입을 옷까지 챙겨 놓았다.그녀가 허락하기만 한다면 씻는 것까지 도와주려 할 만큼 세심했다.전태윤은 그녀를 돌보는 데서 조금도 허술함이 없었다.전태윤을 아는 사람들은 그를 이렇게 바꿔 놓은 사람이 바로 하예정이라고 뒤에서 감탄하곤 했다.사람들은 전태윤에게 그런 다정하고 살뜰한 모습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그가 남긴 인상이라곤 늘 차갑고 어딘가 쉽게 다가가기 힘든 사람이었기 때문이다.“태윤을 시켜야지. 남편을 두고 뭐 하겠어? 아내를 챙기고 필요할 땐 든든하게 받쳐 주는 게 남편이지.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남편을 찾고 의지해야 해. 안 그러면 남편이 무슨 소용이 있겠어?”하예정이 웃음을 터뜨렸다.“할머니, 태윤 씨는 할머니 친손자예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태윤 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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