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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71 Chapters

제4371화

전창빈이 말했다.“저는 처음부터 민아 씨를 보고 온 거예요. 제 눈에는 민아 씨밖에 없어요. 둘째 아가씨는 그저 아가씨일 뿐이에요. 다른 마음을 품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그는 줄곧 다른 여자들과 선을 지켜 왔다.그리고 다행히도 선우민아도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전창빈은 선우민아가 한때 자신과 선우정아를 이어 주려 했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 더군다나 선우정아가 그에게 품었던 감정이 사랑이 아니라 순수한 호감과 존중에 불과했다는 점이 정말 다행이었다.“그럼 기회가 되면 할머니께 말씀드려 볼게요. 둘째 아가씨 일도 조금 살펴 달라고요.”사랑하는 사람이 한때 자신을 동생에게 밀어내려 했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전창빈은 자연스럽게 선우정아의 앞날까지 마음에 두게 되었다.괜히 어색해질 일은 미리 막아 두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할머니는 아시는 분들도 많고 인맥도 워낙 넓으시잖아요. 민아 씨를 알아보신 것처럼 둘째 아가씨에게도 좋은 사람을 소개해 주실 수는 있을 거예요.”선우민아가 고개를 저었다.“할머니 연세도 있으신데 그런 일까지 더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아요. 그건 우리 둘이 천천히 살펴보면 돼요. 인연이라는 게 원래 때가 오지 않으면 우리가 아무리 애써도 소용없잖아요.”선우정아는 훌륭한 사람이라 언젠가는 분명 그녀에게 어울리는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다.“이제 올라가서 쉬어요. 오늘은 정말 좀 피곤하네요.”전창빈은 그녀를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가 미리 점검해 두고 문제가 없다고 확인한 객실로 데려갔다.“생활용품은 전부 새것이에요.”그녀의 습관을 알고 있는 전창빈은 침대부터 세면용품까지 모두 새로 준비해 두게 했다.침대 시트와 이불은 물론이고 세면도구 역시 늘 새것만 쓰도록 준비해 두었다.“이 방은 거의 손님이 머무르지 않아요. 제가 집에 있을 때 가끔 며칠씩 여기서 잘 때가 있거든요. 창문이랑 베란다가 정원을 향하고 있어서 전망이 좋아요. 그래서 종종 이 방을 써요.”다른 게스트룸들은 주로 친척이나 가까운 지인들이 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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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2화

“혼인신고를 하고 나면 한 달 안에는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요. 그런데 우리 두 집이 워낙 먼데 결혼식은 어디서 하는 게 좋을까요? 관성에서? 아니면 우리 쪽에서? 아니면 양쪽에서 한 번씩 하는 게 낫나요? 당신은 형제 중 여섯째지만 결혼은 인생에서 몇 번 없는 큰일이잖아요. 저는 당신이 서운해하는 건 싫어요. 관성에서도 우리가 결혼했다는 걸 확실하게 알렸으면 좋겠어요.”전창빈의 친척과 지인 대부분은 관성에 있었다. 만약 결혼식을 A시에서만 치르고 관성에서는 하지 않는다면 그가 괜히 소외되는 느낌을 받을 것 같았다.그녀는 그런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자신을 위해 그가 이미 많은 것을 내려놓았다는 것도 알고 있었으니까.전창빈이 웃으며 말했다.“그럼 양쪽에서 한 번씩 하는 게 좋겠네요. 친척들이랑 지인들 다 모여서 같이 축하도 받고요.”그 자신은 크게 개의치 않았지만 집안 어른들은 분명 예민하게 여길 터였다.하여 두 곳 모두에서 식을 올리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선우민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먼저 관성에서 하고 그다음에 우리 쪽에서 해요. 저는 시집가는 거지 당신이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건 아니니까요.”전창빈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민아 씨 생각대로 해요. 저는 어디서 하든 상관없어요. 관성에서 따로 결혼식을 안 해도 괜찮지만 우리 집안 어른들께서 아마 아쉬워하실 거예요.”“그럴 수밖에 없죠. 결혼은 인생에서 큰일이지 장난이 아니잖아요. 누구나 당당하게 행복한 신부나 신랑이 되고 싶어 하니까요.”전창빈은 그녀를 품 안으로 끌어안았다.“민아 씨, 이렇게 배려해 줘서 고마워요.”선우민아가 부드럽게 웃었다.“뭘 그런 걸로 고마워해요. 당신도 저를 위해 많이 배려해 주잖아요. 연인 사이인 만큼 서로 이해하고 챙겨야죠.”사랑과 결혼은 두 사람이 함께 마음을 쓰며 가꿔 가야 하는 일이다. 한 사람만 일방적으로 애쓰고 다른 한쪽이 받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마음이 식고 관계도 끝나고 말 터였다.두 사람은 잠시 그렇게 안고 있었다.전창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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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3화

선우민아가 웃으며 말했다.“그만, 그만요. 오늘 입에 꿀 바른 것처럼 너무 달콤해서 하는 말마다 제 마음을 녹이고 있네요.”그녀는 웃으며 그를 욕실 밖으로 밀어냈다.“창빈 씨도 이제 방으로 돌아가세요. 씻고 푹 쉬어요. 내일은 형수님이랑 조카 보러 병원에 가야 하잖아요. 잘 자요.”“민아 씨도 잘 자요.”전창빈은 좀처럼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끝내 선우민아가 가볍게 입맞춤으로 굿나잇 인사를 해 주자 그제야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선우민아는 상쾌하게 샤워를 마친 뒤 침대에 앉아 시간을 확인했다.시계는 아직 열한 시를 조금 넘긴 상태였는데 그녀에게는 충분히 이른 시간이었다.평소에도 자정 전에 잠드는 일은 드물었다.그녀는 휴대전화를 들어 선우정아에게 메시지를 보내 회사 상황을 물었다.하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고 대신 전화가 걸려 왔다.“언니, 아직 안 쉬었어요?”선우정아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이제 겨우 열한 시인데 이렇게 일찍 자긴 아직 이르지. 일찍 누우면 오히려 잠이 안 와. 난 팔자가 세서 밤새워서 일하는 사람이잖아.”선우정아가 웃으며 말했다.“언니, 그런 말 함부로 하면 벌받아요. 언니처럼 잘 지내면서 스스로를 팔자 센 사람이라고 하면 진짜 힘들게 사는 사람들은 뭐가 돼요. 전씨 가문의 사람들은 어때요? 다들 잘해 주시죠?”선우정아가 걱정스럽게 물었다.언니가 회사에 없는 동안 선우정아는 땅에 발을 내디딜 틈도 없이 정말 바빴다. 원래 언니 몫이었을 일까지 대신 맡느라, 하루 종일 정신없이 보내느라 전화를 걸 여유도 없었다. 그래서 이제야 부모님을 만난 소감이 어떤지 묻는 참이었다.“다들 정말 잘해 주셔. 귀한 손님이자 가족처럼 편하게 대해 줘서 전혀 부담이 없더라. 같이 있으니까 기분도 좋고. 나연이 말이 맞았어. 전씨 가문 분위기가 정말 좋아. 집 같은 느낌이라 처음 가봤는데도 금세 마음이 편해진 거 있지.”선우정아가 웃으며 말했다.“언니, 부모님도 만났으니까 이제 결혼 얘기도 금방 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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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4화

선우정아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우리가 친정에서는 자매로 지내고 시집가서는 동서가 되면 얼마나 좋아요.”선우민아가 고개를 저었다.“그런 생각을 안 해 본 건 아니야. 하지만 창빈 씨의 형들은 이미 다 짝이 있고 아래로는 아직 어린 남동생들만 남았는데 전씨 할머니께서도 그쪽은 아직 신경 쓰지 않으시더라고.”선우정아가 킥킥 웃으며 말했다.“언니, 농담이에요.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요.”“맞다. 지난번에 예진 리조트에 갔을 때 예씨 가문 미혼 도련님들을 몇 명 봤어. 그중에서 일곱째 도련님이 너랑 꽤 잘 어울리는 것 같던데 나중에 기회 되면 전씨 할머니께 부탁해서 한번 이어 줄게.”선우정아가 놀라 외쳤다.“언니, 진짜로요? 농담이에요. 나는 아직 결혼할 생각 없어요. 적어도 지금은요. 서른쯤 되면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겠지만...”선우정아는 언니가 진지하게 남자를 소개해 주려 한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사실 선우정아는 평생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집에 있어도 부모님과 동생이 내쫓을 리 없고 본인 재산도 넉넉해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선우민아가 부드럽게 말했다.“물론 진심이지. 언니는 네 인생을 두고 농담하지 않아. 너도 언니와 나이 차이 얼마 안 나잖아. 언니가 좋은 사람을 만난 것처럼 너도 행복했으면 좋겠어. 예씨 가문 분위기도 전씨 가문 못지않게 좋고 집안 남자들도 능력 있고 외모도 꽤 멋진 편이야. 너랑 잘 어울릴 거야. 예씨 가문의 일곱째, 여덟째 도련님 나이도 너랑 비슷하고. 네가 원한다면 나중에 자리를 마련해서 두 사람 모두 만나 보게 해 줄게. 누구를 마음에 들어 하든 다 좋을 거야.”선우정아가 난처한 기색으로 말했다.“언니, 난 지금 연애할 마음이 없어요. 제발 이 문제는 더 이야기하지 말죠. 그리고 예씨 가문 도련님들도 굳이 내가 아니어도 결혼할 상대가 많잖아요. 제가 그분들 중에서 고른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요.”선우민아가 되물었다.“정말로 연애할 생각이 전혀 없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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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5화

현재 선우정아는 큰언니 선우민아, 그리고 셋째 동생 선우수아, 넷째 동생 선우지아와 함께 선우씨 가문의 회사를 떠받치고 있었다.동시에 자신의 개인 사업도 꾸준히 키워 나가고 있었는데 훗날 남동생들이 가업을 이어받게 되었을 때 혹시라도 자신을 쫓아낼까 봐 미리 대비해 두려는 생각이었다.남매 사이가 아무리 돈독해도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일 뿐이다.이해관계가 얽히기 시작하면 남동생들이 그녀를 의심하거나 견제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었다.선우정아는 차라리 혼자 사는 편이 더 자유롭고 마음 편하다고 느꼈다.장녀 선우민아가 결혼해 아이까지 낳게 되면 어른들은 손주를 돌보는 데 만족하며 더는 그녀의 결혼을 재촉하지 않을 터였다.겉으로 보기에는 부모도 그녀의 혼사를 서두르지 않고 말로는 자기 결혼은 자기가 알아서 하라며 자유연애를 존중하는 척했지만 선우정아는 그 속내를 알고 있었다.두 남동생이 아직 어려 가업을 책임질 능력이 없기 때문에 자신과 자매들이 계속해서 가문을 지켜 주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컸던 것이다.만약 그녀가 연애를 시작한다면 상대가 같은 도시 사람이라면 그나마 나을 것이지만 타지 사람이라면? 부모가 가장 먼저 반대에 나설 것이 분명했다.결코 말처럼 자유로운 결혼을 허락하지 않을 터였다.차는 선우씨 저택으로 돌아왔다.대문이 열리고 차량이 안으로 들어가더니 선우정아네 별장 앞에서 멈춰 섰다.한밤의 저택은 정원 가로등이 모두 켜져 있었지만 숨을 죽인 듯 조용했다.가정부들은 이미 퇴근한 뒤였다.그들의 근무 시간은 오전 여섯 시부터 밤 열 시까지였고 퇴근 후에도 주인이 부르면 추가 근무를 하기는 했지만 대체로 선우정아 일행이 늦은 밤에 돌아올 때는 굳이 사람을 부르지 않았다.필요한 것이 있으면 직접 챙기면 되었고 누군가의 시중을 받을 이유도 없었다.야식을 먹고 싶을 때도 간단한 음식 정도는 스스로 준비해 먹을 수 있었다.늦은 밤 요리사를 깨우는 일은 선우민아에게서나 있을 법했다. 그러나 선우민아는 야식을 즐기는 편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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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6화

선우정아는 투덜대듯 말했다.김서희는 원래 가법을 중시하는 사람이었다.그녀는 집에 있을 때조차 화장하고 하이힐을 신었으며 옷차림 또한 언제나 단정하게 유지했고 잠자리에 들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화장을 지울 뿐이었다.이미 밤이 깊었음에도 딸을 기다리며 거실에 앉아 있는 지금까지도 김서희는 여전히 화장을 지우지 않았다.어느 순간에도 단정하고 품위 있는 고상한 모습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사람이었다.선우정아는 어머니가 그렇게 스스로를 단속하며 사는 삶이 피곤한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자신은 그 모습이 몹시 버거워 보였다.“언니가 며칠 휴가를 내서 그 업무를 제가 대신 맡고 있거든요. 그래서 요즘 일이 너무 많아서 늦게 들어오는 거예요. 오늘은 그나마 일찍 온 편이에요. 앞으로 며칠은 더 늦을 수도 있어요. 엄마, 급한 일이 있으면 전화하세요. 굳이 이렇게 늦게까지 기다리지 않으셔도 돼요.”김서희가 못마땅한 듯 말했다.“전화하면 몇 마디 하지도 못하고 바쁘다며 끊잖아. 아침에는 네가 나가기 전에 엄마가 아직 일어나지 못해서 얼굴도 못 보고 결국 밤에나 이렇게 기다릴 수밖에 없잖아. 용씨 가문의 장남이 널 계속 따라다닌다던데 그 사람은 어때? 괜찮아 보여? 너는 그 사람에게 마음이 있어? 용씨 가문은 H시에 있어서 A시와도 가까워. 가까운 쪽은 차로 한 시간 남짓이면 되고 도시 중심까지 가도 두 시간 정도면 충분하니 아주 먼 거리도 아니야. 민아와 전씨 가문의 거리보다는 훨씬 가깝잖니. 그 사람이 진심이라면 한 번쯤은 기회를 줘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선우정아는 곧장 자세를 바로잡으며 어머니를 바라보았다.딸의 시선을 받자 김서희는 의아해하며 물었다.“왜 그렇게 엄마를 빤히 쳐다봐?”선우정아가 곧장 받아쳤다.“엄마, 혹시 용찬 씨한테 뭐라도 받은 거예요? 왜 그 사람 편을 들어요?”김서희는 곧장 딸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타박했다.“엄마가 그런 사람으로 보이니? 네가 큰언니랑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민아는 이제 자리를 잡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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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7화

“엄마는 용찬 씨가 정말 저를 좋아한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건 제가 아니라 선우씨 가문의 조건이에요. 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도 아니라고요. 언니보다 제가 더 만만해 보이니까 쉽게 공략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해서 매일같이 들러붙는 것뿐이에요. 아무튼 앞으로 제 앞에서 용찬 씨 이야기하지 마세요. 저는 그 사람을 좋아하지도 않고 기회를 줄 생각도 없어요. 결혼은 더더욱 불가능해요.”선우정아는 어머니가 갑자기 조급해진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했다. 선우민아와 전창빈의 관계가 공개되면서 집안 분위기 좋고 능력까지 갖춘 사돈을 보게 되자 괜히 마음이 급해진 것이다.어쩌면 속으로는 선우민아를 부러워하거나 질투하는 마음도 조금쯤 섞여 있을지도 모른다.김서희는 여전히 고집하며 다시 말을 이었다.“용찬 씨랑 제대로 만나 본 적도 없으면서 그 사람 마음이 진짜인지 아닌지 어떻게 단정해? 우리 가문을 실제로 이끄는 건 네 언니야. 네가 시집을 가더라도 집안 사업에 영향 줄 일은 없어. 용찬 씨도 그 점을 알고 있을 거야. 그래서 계속 너를 따라다니는 거겠지. 너도 이제 20대를 훌쩍 넘겼어. 반올림하면 서른이라고 해도 될 나이인데 아직 남자 친구 하나 없다는 게 엄마로서는 마음에 걸려. 원래는 조급해하지 않았는데 네 언니에게 약혼자가 생기니까 괜히 더 신경이 쓰이더라. 너도 민아에게 전혀 뒤지지 않아. 민아가 좋은 사람을 만났다면 너도 충분히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어.”김서희는 조카가 좋은 혼처를 잡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부터 딸의 혼사까지 덩달아 걱정하기 시작했다.“창빈 씨가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너도 그 사람에게 꽤 호감을 보였잖아. 왜 그때 더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어? 엄마가 보기에는 그 청년이야말로 정말 보기 드문 인재인 것 같던데.”선우정아는 어머니를 향해 거침없이 말했다.“그건 엄마가 창빈 씨가 관성 재벌가의 여섯째 도련님이라는 걸 알고 계셨기 때문이잖아요. 만약 그 사람의 집안 배경을 몰랐다면, 그냥 언니의 전속 요리사에 불과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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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8화

용찬의 아버지 용태호야말로 배은망덕한 인간이었다.“엄마, 강성 이씨 가문의 얘기를 들어봤어요?”선우정아가 어머니에게 물었다.김서희가 고개를 저었다.“엄마는 밖에 잘나가지도 않고 강성은 우리랑도 멀잖아. 거기 이씨 가문에 무슨 일이 있었는데?”선우정아는 이씨 가문에서 벌어졌던 일을 차분히 설명해 주었다.“용씨 가문의 대리 가주가 그렇게까지 조급해하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자기가 이씨 가문의 가주처럼 끝까지 이용만 당하고 쫓겨날까 봐 두려웠던 거예요. 그래서 일부러 우리 자매에게 아들을 들러붙게 한 거예요. 결국 자기 살길을 마련하려는 계산일 뿐이에요. 만약 용씨 가문의 직계 혈통인 아이가 살아 돌아와 가문을 되찾겠다고 나서면 용찬 씨네는 지금 쥐고 있는 모든 걸 돌려줘야 해요. 그걸 어떻게 거부할 수 있겠어요? 전임 가주님의 모든 증표를 그 아이가 갖고 있다고 하던데요. 용씨 가문의 핵심 인물들은 사람을 따르는 게 아니라 증표를 따르는 사람들이에요. 누가 증표를 쥐고 있느냐에 따라 주인이 바뀌는 거죠. 그때 우리가 사돈이 되어 있다면 우리 선우씨 가문도 절대 무사할 수 없어요. 결국 용찬 씨네 편을 들게 될 테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휘말릴 가능성이 커요. 자칫하면 우리 가문이 희생양이 될 수도 있고요. 그 사람들의 진짜 목적은 결혼을 발판으로 삼아서 서서히 우리 가문의 사업에까지 손을 뻗치려는 거예요.”선우정아는 숨을 고른 뒤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때가 되면 우리 것을 자기네 것으로 만들겠다는 계산이에요. 우리 집 재산도 몇 대에 걸쳐 힘들게 일군 거지 어디서 뚝 떨어진 게 아니잖아요. 예전에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 아버지랑 큰아버지는 집안을 지켜 낼 여력이 없었잖아요. 그때 우리 가문과 조금이라도 인연이 닿았던 사람들부터 회사의 오래된 임원들까지 전부 우리 재산을 나눠 가지려고 달려들었어요. 그 몇 년 동안 겪었던 위기를 엄마도 잊으신 건 아니죠? 언니와 제가 앞장서서 버텨 냈으니까 지금의 선우씨 가문이 있는 거지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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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9화

김서희는 입술을 오므리다가 말을 이었다.“엄마도 네 앞에서만 이런 얘기를 하는 거야. 밖에 나가서 떠들 생각은 없어. 네 큰어머니 앞에서도 이런 말을 꺼내지 않아. 내 딸도 아주 훌륭해. 누구와 경쟁하면서까지 남자 하나를 붙잡을 필요는 없잖아.”그저 조금 아쉬울 뿐이었다.전창빈 같은 사윗감을 놓쳤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을 따름이었다.“그런데 전씨 가문 할머니는 도대체 네 언니를 어떻게 알게 된 거래?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여기저기 다니면서 손주 며느릿감을 직접 살핀다더니...”김서희는 전씨 할머니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선우정아가 차분하게 대답했다.“저도 잘 몰라요. 전씨 할머니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어요. 중요한 건 그분이 선택한 사람도 언니고 창빈 씨가 사랑하는 사람도 언니라는 거예요. 저는 그 사람에게 이성적인 감정이 전혀 없어요. 그러니까 엄마도 앞으로 창빈 씨가 아깝다는 말 같은 건 하지 마세요. 괜히 오해만 살 수 있으니까요.”“알았어.”김서희는 더 말을 잇지 않았다.이미 늦은 밤이었고 집안은 조용했다.이건 어디까지나 모녀 둘만 나눈 사적인 대화일 뿐이었다.김서희가 몇 마디 아쉬움을 내비친 건 어디까지나 혼잣말에 가까운 푸념이었을 뿐이다.딸에게 언니와 남자를 두고 경쟁하라고 부추길 마음은 전혀 없었다.선우정아도 매우 뛰어난 사람이고 자존심도 강한 사람이라 굳이 자매 사이에서 남자를 두고 다툴 이유도 없었다. 그녀의 말처럼 전창빈이 재벌가 도련님이 아니라 평범한 요리사였다면 김서희는 과연 그 관계를 찬성했을까.그렇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선우민아의 어머니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선우민아는 눈이 높은 데다 선우씨 가문을 책임지고 있는 인물이었다.어중간한 남자로는 그녀의 마음을 얻기 어려웠을 터였다.결국 혼인은 비슷한 수준의 집안끼리 맺는 편이 가장 어울리는 법이다.“엄마, 많이 늦었어요. 얼른 올라가서 쉬세요.”“그래. 너도 무리하지 말고 감당 안 되면 수아랑 지아에게 일을 조금 더 나눠 줘.”김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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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0화

김서희에게 딸은 집안을 떠받치는 버팀목 같은 존재였다.만약 친정 식구들이 여전히 선우씨 가문의 재산을 노린다면 그 피해는 결국 딸에게 돌아가게 될 터였다.자식이란 어머니에게 가장 약한 부분이면서도 동시에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될 존재이다.“맞아요.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늘 성공만 할 수는 없는 법이죠. 장사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도 실수할 때는 있으니까요. 우리 가문이 한두 분기 손해 보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에요. 방향을 조정해서 다시 흑자로 돌려놓은 적도 있었잖아요. 저는 저 자신도 믿고 언니도 믿어요.”선우정아의 그 말에는 힘겨운 언니에 대한 이해와 안쓰러움이 고여 있었다.“그래, 이제 그만 자자.”김서희는 더 말을 잇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딸에게 한마디 더 당부한 뒤 위층으로 올라갔다.방에 들어서자 남편 선우진우는 이미 잠에서 깨어났다.김서희가 문을 여는 소리를 듣더니 그는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아직도 안 자고 어디 다녀온 거야? 설마 벌써 아침은 아니겠지?”밖을 보니 여전히 어두웠다.“이제 막 새벽이에요. 정아가 돌아오기를 기다려서 잠깐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 애가 매일 일찍 나가고 늦게 들어오다 보니 엄마인 저조차 며칠째 얼굴을 제대로 못 봤잖아요.”“정아가 많이 바쁘긴 하지. 특별한 일 없으면 괜히 방해하지 않는 게 좋겠어. 그런데 무슨 얘기 했어?”김서희는 화장대 앞에 앉아 몸에 걸고 있던 주얼리를 하나씩 풀어 내려놓으며 말했다.“민아에게 남자 친구가 생겼잖아요. 정아도 민아와 나이 차이가 얼마 안 나는데 요즘 H시 용씨 가문의 도련님이 정아를 쫓아다닌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정아에게 마음이 있는지 물어봤는데 애가 말하더군요. 용찬이라는 남자를 좋아하지도 않고 결과가 있을 일도 없으니 자기 인생사에 신경 쓰지 말라고요.”선우진우가 말을 건넸다.“그러게 왜 딸 일에 간섭해. 걔는 자기 생각이 있는 아이야. 용씨 집안 그 도련님? 웃기지 마. 살인범의 아들이잖아. 그 사람 아버지가 저지른 짓을 생각하면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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