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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1화

“신경 쓰라는 건 아니고 그냥 하는 말이죠.”전태윤이 고개를 돌려 살며시 볼에 입을 맞추었다.“여보, 아직도 정신이 말짱하네. 우리 한 번 더 할까?”하예정은 말문이 막혔다.그녀는 그에게 매달려 또 한 번의 불타는 시간을 보냈다.하예정은 더는 말하고 싶지 않아 곧바로 꿈나라로 떠났다.그날 밤,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이튿날 아침 일찍 전유림은 사람을 시켜 밤새 만들게 한 감사패를 들고 병원으로 향했다.진소아가 퇴근하기 전에 그 감사패를 그녀에게 전했다.진소아는 매우 기뻐했다.의사로서 가장 기쁜 순간은 환자에게서 감사패를 받을 때라 두 사람은 함께 사진도 찍었다.이는 전유림이 간절히 바라던 일이었다.그렇게 해야만 당당하게 진소아의 사진을 가질 수 있었으니까.“진 선생님, 이제 퇴근하시죠? 제가 아침밥 대접할게요.”전유림이 자연스럽게 아침 식사를 제안했다.진소아가 웃으며 말했다.“감사패를 보내주셔서 너무 감사한데 제가 오히려 전유림 씨한테 대접해야죠. 제가 살게요. 저는 평소에 아침을 간단히 먹는 편이에요. 좋아하실지 모르겠네요.”그녀는 퇴근 후 병원 앞 작은 가게에서 대충 끼니를 때우거나 배를 곯은 채 집으로 돌아가 밥을 먹곤 했다.집에서 밥을 해 주는 아주머니가 매일 아침 차리는 메뉴는 몇 가지로 정해져 있었는데 여러 해를 그렇게 먹다 보니 이제는 좀 질려서 대부분 밖에서 간단히 해결하는 편이었다.“저는 가리는 거 없이 잘 먹어요. 설령 당장 저에게 가래떡을 사 주셔도 좋아할걸요.”전태윤 부부가 초고속 결혼했을 때 하예정은 전태윤에게 가래떡을 사다 아침밥을 대신했다.그는 뒤에서 동생들에게 늘 말하곤 했다. 결혼을 해 봐야 가래떡이라는 걸 먹어 본다고.그전까지는 그들은 정말로 먹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하예정이 전태윤을 현실로 끌어내리며 세상맛을 알게 했다.그 후로 그의 동생들도 가래떡이 뭐냐면서 나가서 직접 맛본 적이 있었다.비록 부유하게 태어나 행복한 생활을 해 왔지만 사실 음식을 가리는 편은 아니었던지라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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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2화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그녀는 전유림과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남자 동창은 뒤돌아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나서 자신이 싸 온 아침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삼켰다.몇 번째 거절인지 셀 수도 없었다.그와 진소아는 동창 사이였는데 연애를 떠나서라도 오래된 동창이 아침 한 끼 사 주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그러나 진소아는 매번 그의 호의를 정중하게 사양했다.그가 사 주겠다고 해도, 혹은 밥을 챙겨 와서 건네도 그녀는 예외 없이 고개를 저었다.동창은 이미 알고 있었다. 진소아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그럼에도 계속 반복되다 보면 언젠가 진소아가 자신의 마음에 감동해 받아들여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으며 버텨 왔다.그러나 아까 진소아 곁에 서 있던 전유림을 보는 순간 그는 깨달았다.자신은 영원히 그녀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그는 단번에 전유림이 진소아를 바라보는 눈빛을 포착했다. 그 눈빛은 자신이 진소아를 볼 때의 그것과 똑 닮아 있었다.전씨 가문의 여덟째 도련님이 진소아를 좋아하고 게다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그가 어찌 전유림과 겨룰 수 있겠는가.동창은 챙겨 온 아침을 들고 너싱 스테이션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다 멈칫하더니 그대로 근무 중인 간호사 한 명에게 건네주었다.‘이제부터는 포기해야겠다...’;그는 더는 버티지 않기로 했다.전씨 가문의 여덟째 도련님과는 상대가 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진소아는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전유림은 방금 마주친 그 의사가 자신의 또 다른 연적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조금도 티를 내지 않고 단 한 마디도 묻지 않았다.그는 진소아를 따라 병원 밖으로 나와 자주 간다는 그 작은 가게로 향했다.가게 크지 않았지만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한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곳이었다.많은 사람들이 아침을 먹으러 온 터라 주인 부부는 바쁘게 이리저리 뛰어다녔다.진소아를 본 주인이 웃으며 말했다.“진 선생님, 퇴근하셨네요. 자리가 없는데 혹시 포장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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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3화

전유림이 웃으며 말했다.“어디가 맛있고 깨끗한지는 진 선생님이 잘 아시니까 저는 따르기만 할게요.”진소아가 가볍게 웃었다. 그때 주인아주머니가 두유 두 잔을 가져다주었다.“유림 씨, 평소에 두유 자주 드세요?”진소아가 조용히 물었다.전씨 가문은 수십조 자산을 가진 재벌가였다.전유림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어릴 때부터 부유한 생활을 해 온 터라 아마 두유 같은 건 마셔 본 적이 없을지도 모른다.“마셔 봤어요. 자주 마시는 편인데 저는 직접 갈아서 마셔요.”밖에서는 한 번도 마셔 본 적이 없었다. 전씨 호텔에서조차 마신 적 없었다.“저도 시간이 되면 직접 갈아 마시는데 보통은 밖에서 사 마셔요. 집에서 밥해 주는 아주머니가 가끔 갈아 준비해 주시기도 하고요. 여기 두유 한번 드셔 보세요. 제가 마셔 보니 진짜 두유더라고요.”전유림이 두어 모금 마시고 말했다.“네, 진짜 두유네요.”향이 진했다.진소아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제가 자주 봐왔는데 여기 주인아주머니가 직접 두유를 갈아서 파시더라고요. 이 집이 장사가 제일 잘 되는 이유가 바로 주인아줌마와 아저씨가 정말 정직해서 덜 벌더라도 손님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에요.”쌀국수는 이내 밥상에 올랐다.두 사람이 잠시 얘기를 나누는 사이 국수 두 그릇이 나왔다.진소아는 손수 뜨거운 물로 일회용 젓가락을 씻어 건네며 물었다.“혼자 드실 수 있죠?”전유림이 일회용 젓가락을 받으며 말했다.“네, 이제는 혼자 먹을 수 있어요. 일주일 전만 해도 정말 못 먹었거든요. 움직이기만 하면 너무 아팠어.”일주일 전은 교통사고 난 지 사흘 정도 됐을 때라 상처가 채 낫지 않아서 아팠을 것이다.그러나 이런 생각을 진소아는 굳이 꺼내지 않았다.“한번 드셔 보세요.”진소아가 먼저 먹기 시작했다.그녀는 전유림의 표정과 손짓도 살며시 살폈다. 그가 거부감 없이 잘 먹는 모습을 보니 참 드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전씨 가문의 도련님이 이렇게 소탈하다니, 진소아의 마음속에 전유림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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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4화

전유림은 그 고기국수가 정말 맛있었다.게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사 준 음식이기에 더욱 맛있었는데 두 그릇이 더 나와도 모두 비울 수 있을 것 같았다.“우리 과장님 아니었으면 유림 씨가 전씨 가문의 도련님이시라는 사실도 믿지 못했을 거예요. 너무 소탈하시고 정말 친근감이 있네요.”전유림이 웃으며 말했다.“그건 진 선생님이 우리를 잘 몰라서 그래요. 우리는 원래 가정 환경이 아주 좋긴 하지만 우리 모두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에서 자랐거든요. 그분들은 옛날 사람이라 고생도 많이 하셔서 우리를 엄격하게 키우셨어요. 우리 형제들도 나름대로 고생을 좀 해 봤죠. 할머니는 항상 말씀하셨어요. 고생 속에서 고생을 이겨내야 사람 위에 사람이 된다고. 또 우리는 음식을 가릴 수도 없었고 감히 가리지도 못했어요. 누가 편식하면 할머니가 지팡이로 내리치셨으니까요. 그래서 독립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능력도 그때 길렀어요. 어릴 때부터 자기 일은 자기가 해야 한다고 하셔서 많은 생활 기술을 배워야 했죠. 우리 형제들이 요리를 잘한다는 말을 들어 보셨을 텐데요?”진소아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형제분들이 모두 요리를 잘하신다고요? 그건 정말 들어 본 적이 없어요.”지금까지 그녀의 삶은 전씨 가문의 형제들과는 전혀 관계없었다.하루아침에 그들을 알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기에 그런 이야기들을 관심 있게 들여다보지 않았다.전유림을 알게 되기 전까지 진소아는 자신과 전씨 가문의 도련님들은 아예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라고 여겼다.다른 세계 사람인 이상,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왜 챙겨 보겠는가.다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유명한 일들은 예외였다.예를 들어 전씨 가문 큰 도련님 전태윤이 초고속 결혼했던 일, 정체를 숨겼다가 아내에게 들통나 크게 이혼을 요구했다는 소문 말이다.물론 결국 이혼하지는 않았고 지금은 아들에 딸까지 모두 낳고 행복하고 살고 있다.아, 그리고 전씨 가문의 큰며느리가 딸을 낳았을 때도 꽤 화제가 되었다.무엇보다 전씨 가문은 몇 대째 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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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5화

물론 전씨 그룹이 정말 위기에 빠져 문을 닫을 정도라면 관성 상류층 전체가 뒤흔들릴 것이고 수많은 중소기업이 줄줄이 무너질 터였다.“계속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해요. 시대 흐름에 뒤처지지 말아야죠. 그렇지 않으면 쉽게 떨어지게 돼요. 사실 경영자의 부담도 엄청나요. 우리 세대에서는 전씨 그룹이 괜찮을지 몰라도 다음 세대까지 장담할 순 없잖아요. 할머니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었어요. 정말 위기를 맞으면 대책을 세우는 한편 실패할 때도 마음에 새기고 담담하게 맞서야 한다고요.”진소아가 입을 열었다.“전씨 할머니에 관한 얘기는 많이 들었어요. 상류층이든,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든 할머니 이야기가 나오면 칭찬이 끊이지 않더라고요. 보통 현명한 아내를 맞으면 3세대가 번영한다고 하잖아요. 할머니께서 바로 그런 분이신 것 같아요.”전유림이 웃으며 말했다.“저희 할머니는 정말 좋은 분이세요. 우리 모두 할아버지, 할머니 곁에서 자랐는데 어릴 때 저희 부모님들은 사업 때문에 너무 바쁘셔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저희를 돌보고 가르치는 일을 맡으셨거든요. 사실 부모님들이 그냥 귀찮으셨던 건지도 몰라요. 마땅히 자신들이 해야 할 책임을 조부모님께 떠넘기신 거죠. 저는 늘 우리 부모님은 서로 진짜 사랑하시는 분들이고 우리 형제들은 그냥 우연히 생긴, 그러니까 원 플러스 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 부모님뿐만 아니라 큰아버지와 큰어머니도 마찬가지였어요. 부부 사이가 정말 좋으셔서 아들들은 그냥 생긴 덤이죠. 그래도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저희를 가장 예뻐해 주셨어요.”진소아는 그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동시에 전씨 가문에 대한 궁금증도 한껏 커졌다.“유림 씨, 차를 직접 몰고 오셨어요? 아니면 택시를 타셨어요?”두 사람은 거리의 반쯤을 걷다가 이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진소아의 전기 자전거는 아직 병원 주차장에 세워져 있었다.“기사님이 데려다주셨는데 벌써 가셔서 택시를 타야 할 것 같아요. 사들인 집은 이제 이전 절차를 시작해야 해서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할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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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6화

“제가 산 자재는 모두 좋은 것들이었어요. 환경에도 해가 없는 재료였고요. 인테리어해주시는 분들도 매우 뛰어나서 일도 꼼꼼하게 잘해 주셨거든요. 그분들은 워낙 일을 잘해서 찾는 사람이 많다 보니 예약해야 할 정도예요. 그런데 그분들이 시골에서 도시로 일하러 올라오시려면 숙소를 마련해 드려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매일 시골과 도시를 오가느라 제대로 일할 수도 없고 기름값만 낭비하게 되니까요. 제 집을 실내장식 할 때는 근처에 있는 오래된 주택을 빌려서 기사분들 숙소로 쓰다가 공사가 끝나면 바로 집으로 돌아가셨어요. 한 달에 내는 임대료도 그리 비싸지 않았거든요.”전유림이 말을 이었다.“저도 직접 자재를 사고 인테리어 기사분들을 직접 구할 생각이에요. 진 선생님 집을 공사하신 분들이 괜찮으시다면 저게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숙소는 제가 마련해 드릴 수 있고 결제 문제도 충분히 협의 가능합니다.”사실 전씨 그룹은 과거 부동산 사업에도 손을 댔던 터라 자체적으로 보유한 공사팀이 적지 않았다. 그 때문에 인테리어 기사가 부족할 일도 없었고 자재를 직접 사들여야 할 이유도 없었다. 집사에게 한마디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일이었다.그러나 그는 진소아와 대화의 끈을 이어 가기 위해 자재는 직접 사기로 마음먹었다.그러다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그녀와 수시로 연락하며 물을 수 있지 않은가.그리고 진소아가 휴식 할 때는 그녀와 함께 자재를 사러 다니자고 도움을 청할 수도 있었고 그렇게 되면 두 사람이 만나는 일이 자연스레 늘어날 터였다.연락이 잦아지고 서로를 알아 가면 그때 고백을 하고 그녀의 마음을 훔치면 완벽했다.진소아가 고개를 살짝 돌려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유림 씨, 집을 이번이 처음 사시는 건 아니죠? 그동안 집을 사셨을 때는 인테리어를 업체에 맡기셨어요? 아시는 기사분들이 따로 계시지 않았어요? 이런 일은 직접 하실 필요 없는 것 같은데...”부유한 재벌가 도련님이라면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게 아닌가.집을 샀으면 한마디만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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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7화

진소아가 덧붙였다.“어떤 자재가 필요한지, 양은 얼마나 필요한지, 당 기사님께서 다 알려주실 거예요. 그걸 보고 사러 가기만 하면 돼요.”전유림은 정말 고마운 척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요즘 상처 회복 중이라 시간이 좀 남아서 마침 인테리어 일을 직접 챙겨보려고 했어요. 내가 살 집을 내 손으로 꾸민다니 그 의미가 남다르잖아요.”두 사람은 병원으로 돌아왔다.진소아는 전기 자전거를 타고 병원을 벗어난 뒤에야 전유림을 태웠다.병원 주차장은 워낙 사람이 많아서 불편했기 때문이다.전유림은 자전거 뒤에 올라타며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제 몸무게가 많이 나갈 텐데 괜찮으시겠어요?”“유림 씨는 우리 오빠랑 비슷해서 충분히 태울 수 있어요. 유림 씨만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으시면 돼요.”전유림이 웃으며 대답했다.“부끄러울 게 뭐가 있겠어요. 사람들이 제가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데 이마에 ‘전씨 가문 여덟째 도련님’이라고 써 붙인 것도 아니잖아요. 게다가 전기 자전거를 탄다고 해서 창피한 일도 아니고 교통 규칙만 잘 지키면 되죠. 차는 그냥 이동 수단일 뿐이에요. 비싼 차든 싼 차든, 하는 일은 똑같잖아요?.”진소아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일 뿐이라고 생각했기에 차 자체에는 큰 욕심이 없었고 쓸 수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병원에서 진씨 진료소까지는 차로 십여 분 거리였다.가는 내내 두 사람은 헬멧을 쓰고 있어서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전유림은 그녀가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일부러 말을 아꼈다.평소에도 기사에게 운전을 맡길 때면 기사가 집중력을 잃지 않도록 거의 대화하지 않는 편이었다.어릴 적부터 전씨 할머니께서 무엇을 하든 온 마음을 쏟아부으라고, 하지 않을 거면 아예 손을 대지 말라고, 한 가지 일에 온 마음을 다해 집중해야지 여러 일을 동시에 하지 말라고 하셨다.진씨 진료소에 도착했을 때 임도준이 벌써 진료소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진소빈은 자리에 없었다.휴가가 예정보다 일찍 끝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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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8화

진소아는 관성 종합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그곳은 이 도시에서 가장 명망 높은 병원이었다.비록 병원에서 버는 수입이 자기 진료소를 차렸을 때보다는 적을지 몰라도 그녀는 아직 젊었다.큰 병원에서 몇 년, 아니 십수 년을 일하며 경험을 쌓은 뒤 훗날 진료소를 열었을 때 환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법이 아닌가.“임 선생님 안목도 참 좋으시네요. 소아 선생님 좋죠.”그가 임도준의 안목을 칭찬하며 이내 진국림에게 농을 던졌다.“진 선생님, 제자가 조카사위가 되면 얼마나 좋으시겠습니까.”그동안 임도준이 줄곧 진국림을 찾아 의술을 배워 온 터라 엄밀히 말해 정식으로 스승과 제자로 관계를 맺은 건 아니었지만 스승과 제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자주 진씨 진료소를 찾는 사람들이라면 두 사람의 그런 인연을 대부분 알고 있다.진국림은 임도준을 두어 번 흘겨보았다. 그러고는 환자의 맥을 짚고 목과 폐를 살핀 뒤에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우리 소아는 아직 도준을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두 사람이 꼭 함께하게 될 거라는 보장은 없어요. 우리 앞에서 농담하는 건 괜찮지만 소아 앞에서는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애가 워낙 수줍음도 많고 이미 도준과 분명히 선을 그으면서 남녀 감정은 없다고 말했어요. 그냥 선후배 사이라고 하면서요.”임도준이 더욱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아저씨, 저는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예전부터 소아를 쭉 좋아해 왔어요. 끝까지 버티겠습니다. 소아가 다른 사람에게 시집가지 않는 한 저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바로 그때, 진소아가 전유림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임도준은 고개를 들어 두 사람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았다.처음에는 눈이 번쩍 뜨이며 얼굴에 미소가 번지면서 몸을 일으켜 자신이 사 온 꽃다발을 들고 반갑게 맞으려 다가갔다.그러나 진소아 뒤를 따라 들어오는 전유림을 보는 순간 임도준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이내 날카로운 경계심이 그의 마음을 가득 채웠다.‘이 남자는 누구지?’너무나 위협적이었다.나이 차이는 거의 없어 보였지만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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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9화

진소아는 그 꽃다발을 다시 한번 밀어내며 미안한 듯 말했다.“선배, 이 꽃은 받지 않을게요. 앞으로도 저를 위해서 꽃 사지 마세요.”전유림은 자연스럽고도 무심한 듯 진소아 곁에 서서 말없이 임도준을 바라보았다.임도준은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자 묘하게도 참 잘 어울려 보였다.“소아야, 이쪽 분은?”임도준은 더 이상 전유림을 단순한 환자로 보지 않았다.두 사람이 함께 돌아왔는지 아니면 따로 들어왔는지는 몰랐다. 한 명이 앞서고 한 명이 뒤따라 들어왔고 지금은 전유림이 진소아 곁에 서서 자신을 경계하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마치 진소아를 감싸는 흑기사처럼.진소아가 고개를 돌려 전유림을 가볍게 바라보며 대답했다.“제 환자분이세요. 잠시만 앉아 계세요. 사적인 일 좀 정리하고 이따가 민심 아파트로 가요. 제 집 인테리어 구경도 시켜 드릴요.”전유림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렇게 말하고는 걸어가 진국림 부부에게 가볍게 미소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진료를 기다리며 줄 서 있던 환자 중, 이 풍경을 알아본 사람들은 다들 무슨 일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이곳을 자주 찾는 단골 중 한 아주머니가 이정자를 잠시 살피더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소아 씨 남자 친구예요? 저는 그동안 임 선생님인 줄 알았어요. 매일 와서 도와드리는데 그 정도면 친척이 아니고서야 그렇게 부지런할 수 없잖아요.”아주머니는 임도준의 귀에 들어갈까 봐 목소리를 더욱 낮추었다.진소아가 임도준을 마음에 두지 않는다는 사실은 나이 든 환자들도 이미 다 알고 있었다.진소아가 퇴근해서 돌아올 때마다 임도준을 보면 진료소에 급한 일이 없는 한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버렸다.그런데 만약 그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이 있었다면 그렇게 피했을까.임도준도 참 집요했다. 2년 동안 의술을 배운다는 핑계로 날마다 와서 진료소 일을 도와주었지만 헛수고로 끝날지도 몰랐다.아, 완전히 헛된 수고는 아니었다. 그가 올 때마다 진국림은 흔쾌히 의술을 가르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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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50화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진소아는 바쁘게 출근하겠지만 임도준은 아이를 돌볼 수 있었다.그러나 아쉽게도 임도준의 가족이 그를 발목 잡을 것이다.부모와 형제, 심지어 조카들까지 모두 그의 도움이 필요했기에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저 많은 친척을 도와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터였다.들려오는 말에 따르면 임도준 집안의 친척들은 머리가 아프거나 열이 조금만 나도 바로 임도준에게 약을 지어 달라고 하지만 약값은 주지 않는다고 했다.만약 임도준이 해결하지 못하면 인맥을 동원해 큰 병원에 입원시켜 달라고까지 한다고 했다.큰 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은 오히려 작은 일이었다. 문제는 상대방이 병원비가 없어서 임도준이 대신 내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진소아는 지금 관성에서 가장 좋은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임도준이 진소아를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진소아의 직장도 눈여겨보았을 것이다. 앞으로 임도준 집안 친척들이 입원하거나 진료받을 일이 있을 때 편리하게 부탁하려는 뜻도 담겨 있지 않은가.진씨 가문은 위로 여섯 대째 의술을 업으로 삼아 왔다.직접 개인 진료소를 운영하는 이들도 있고 진소아처럼 대형 병원에서 근무하는 이들도 있으며 사립 병원에 몸담은 이들도 있다.하여 의학 분야만큼은 그들의 인맥이 매우 넓었다.임도준은 자신의 능력만으로 지금의 성과를 이루어 낸 점에서 분명 뛰어났다. 그러나 그는 임씨 집안에서 유일하게 의대를 나와 출세한 사람이다.그가 진소아에게 마음을 두었으면서도 진씨 가문이 의학계에서 쌓아 올린 인맥과 위세를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는 말은 결코 거짓이었을 터이다.“아, 저분은 소아 선생님의 환자분이셨군요. 나는 임 선생님의 경쟁자인 줄 알았어요.”이정자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연적이라면 임 선생님한테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세요?”그 아주머니가 다시 한번 전유림을 바라보았다.전유림은 진료를 볼 줄 몰랐고 약도 지을 줄 몰랐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있기는 싫어 대신 돈을 받아 주는 일을 거들었다.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훑어보는 시선을 느꼈지만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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