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만인을 아우르는 군신: Chapter 21 - Chapter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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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딸도 잃고 가업도 잃고 전부 다 잃었다.“아니, 난 서원의 장군 엄지웅의 삼촌이야. 넌 날 죽일 수 없어!”유상혁이 절망에 빠진 채로 애원했다.서현우가 말했다.“엄지웅이라고? 데려와.”곧이어 유상혁은 군복을 입은 남자가 사지가 묶인 채 끌려오는 걸 보았다.“유상혁! 당신은 내 철천지원수야!”서원의 장군 엄지웅이 눈을 희번덕이며 유상혁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죽여.”탕!총소리와 함께 엄지웅의 머리통이 터졌다.유상혁은 제정신이 아닌 듯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엄지웅은 서원의 장군입니다. 군대에 들어온 지 12년째인데 그간 저지른 죄행은...”홍성은 엄지웅에게 36개의 죄명을 선고했고 그 하나하나가 열 번 죽어도 모자랄 정도의 악행이었다.죽어도 전혀 안타깝지 않은 자였다.서현우가 유상혁에게 물었다.“또 있어?”유상혁은 입술을 덜덜 떨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이제 말도 못 하네. 그럼 내가 대신 말해주지.”서현우가 손을 휘적였다.“다 나와.”십여 명의 사람들이 엔뉴 호텔에서 걸어 나왔다.그들은 모두 우물쭈물하면서 불안해했다.그들 모두 유상혁과 사이가 꽤 좋은 사람들이었고 그중 일부분은 파트너거나 유상혁에게 속아 이용당한 사람들이었다.그들 모두 지위가 높았다.유상혁은 그들을 하나하나 보면서 무감각해졌다.그는 자신이 마치 광대처럼 느껴졌다. 아무리 대단한 척해봐도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리고 그 사람들은 마치 흉악한 야수처럼 유상혁을 산채로 집어삼킬 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서현우가 덤덤히 말했다.“또 다른 배후가 있나?”“권시혁! 맞아! 권시혁도 있어!”유상혁이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난 권시혁의 사람이야! 넌 날 죽일 수 없어!”서현우의 눈빛에 한기가 스쳐 지나갔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고개를 숙인 뒤 물었다.“권시혁, 당신 사람이라는데.”“총사령관님, 그건 모함입니다.”한 노인의 목소리가 휴대폰에서 흘러나왔다.“제 명예를 걸고 맹세합니다. 전 유상혁과 그 어떤 접점도 없습니다. 부디 총사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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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당신이 그동안 온갖 악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유혜린도 저렇게 막무가내로 날뛰는 성격으로 자라지 않았을 거야. 그랬다면 내 동생한테도 그렇게 악랄한 짓을 하지 않았겠지!”서현우가 고함을 질렀다.“유상혁 당신은 못된 짓을 일삼고 이 중연시에서 제멋대로 날뛰고 설쳤어. 당신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았는지 알아? 그들이 애원할 때 당신은 측은하게 여긴 적 있어? 당신은 죽어 마땅해!”“아니!”유상혁이 벌떡 일어섰고 총구가 다시 한번 서현우에게 향했다.“유상혁!”천우성이 고함을 질렀다.호위들이 즉시 무기를 들어 일제히 유상혁에게 시커먼 총구를 겨눴다.천우성이 명령만 내린다면 유상혁의 몸에는 수많은 구멍이 생길 것이다.하지만 천우성은 감히 명령을 내릴 수 없었다.식은땀이 그의 이마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유상혁은 궁지에 몰린 야수처럼 마지막까지 발버둥 치려 했다.천우성이 명령을 내린다면 유상혁은 곧바로 방아쇠를 당겨 서현우와 함께 죽으려 할 것이다.천우성은 그런 모험을 할 수 없었다.사실 유상혁도 그럴 생각이었다.어제까지만 해도 그는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유상혁이었다. 삼중문과 막대한 부를 소유한 지하 세계의 왕이자 중연시의 하늘이었다.그러나 지금의 그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그리고 서현우가 자신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는 오늘 반드시 죽게 될 터였다.살 방법이 전혀 없다면 상대가 어떤 신분이든 무슨 의미가 있을까?남강 총사령관은 물론이고 설사 상대방이 국주라고 해도 그는 상대와 함께 죽을 것이다!“난 어차피 죽을 거야. 그러니까 너도 나랑 같이 죽어야 해! 하하하...”유상혁은 정신 나간 사람처럼 웃어댔다. 두 눈에 핏발이 선 그는 마치 모든 것을 걸었다가 전부 잃어버린 도박꾼처럼 소리를 질렀다.“서현우! 네가 뭔데? 6년 전 넌 그냥 탈주범이었어. 변변찮은 놈이었다고! 그런데 네가 뭐가 그리 잘나서 갑자기 남강의 총사령관이 된 거야? 네가 뭐가 그리 잘났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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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걱정하지 마. 내가 남강에 없어도 적국이 다시 쳐들어오지 않을 거야. 너희들이 남강을 지킨다면 나도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아.”서현우가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남강에서 지낸 6년 동안 난 이 세상, 우리나라와 국민에게 부끄럽지 않았어. 하지만 내 가족에겐 너무 미안해. 난 내 여동생을 보호하지 못했고 이건 내 남은 생으로 메워야 할 일이야.”무력감과 막연함이 깃든 그들의 눈빛에 서현우는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약속할게. 혹시나 적국이 다시 남강에 쳐들어온다면 돌아갈게. 신병의 신분으로 남강을 지키고 용국을 지킬 거야. 이만 돌아가. 난 병원에 가서 내 동생을 볼 거니까 아무도 방해하지 마.”서현우가 떠났다.“조심히 가세요!”안정산은 안타까운 얼굴로 깊이 허리를 숙였다. “조심히 가세요!”구양 장로가 낙담한 표정으로 엎드려 절을 했다.“조심히 가세요!”천우성이 옷매무새를 정리한 뒤 허리를 숙여 예를 갖췄다.“조심히 가세요...”이천용의 눈동자에 비친, 햇빛을 받은 서현우의 뒷모습은 유독 쓸쓸했다.이천용은 괴로운 얼굴로 손을 들어 서현우의 뒷모습에 대고 경례했다.오늘부터 남강은 총사령관이 없다.천우성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감찰사님...”이천용이 낙담한 얼굴로 말했다.“행동개시해요.”“네.”천우성이 떠났다.잠시 뒤 중연시 곳곳에서 사람들이 잡혔다.누군가의 수하들이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전부 잡혔다.그중에는 유혜린과 함께 서나영이 고문당하는 모습을 본 두 부잣집 도련님도 있었다.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가장 잔혹한 심판이었다.중주의 한 호화로운 펜션 안, 누군가 득의양양해서 웃음을 터뜨렸다.“별 쓸모없는 도구들을 잃는 것으로 남강 총사령관을 퇴위하게 만들 수 있을 줄은 몰랐네. 값져! 충분히 값진 일이야! 하하하하...”...중연시는 1급 전투태세에 돌입했지만 반나절만에 해제됐다.총독 천우성은 언론 앞에서 모든 적국의 스파이들을 처리했다고 선포했다.사람들은 기뻐하면서 연신 칭찬했다.하지만 권력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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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서현우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의 마음속은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이 정도로 책임감이 없는 아버지도 고통이라는 것을 느낄까? 나와 동생을 걱정하기나 할까?’한줄기의 눈물이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서현우의 눈동자가 눈물에 가려져 흐릿해졌다.그는 어릴 적부터 몸이 약해 줄곧 서태훈으로부터 병다리라는 욕을 듣고 살았다. 서태훈은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종일 바깥일에만 집중했다.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서태훈은 알코올 중독으로 세월을 보내며 집에 돌아오지 않는 날이 수없이 많았다.엄마를 잃은 두 남매는 아버지마저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환경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며 목숨을 연명했다.서현우는 그가 미웠다.얼마 후, 서태훈은 여자 한 명을 데려왔는데 여자에겐 그와 비슷한 나이의 아들이 있었다.그들이 바로 주지현과 주민식이었다.어머니가 돌아가신지 반년도 채 되지 않았음에도 아버지는 새장가를 갔다. 그것도 아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남자에게 의지하려고 하는 과부에게 말이다!서현우는 서태훈이 더더욱 미웠다.주민식은 틈만 나면 서나영을 괴롭혔다. 서현우가 나서서 혼내주면 그는 곧장 부모님에게 고자질을 했다. 그럴 때마다 서태훈은 자초지종도 모른 채 다짜고짜 서현우에게만 벌을 줬다. 무릎을 꿇고 잘못을 뉘우치라는 것이었다. 뉘우치지 않는다면 그날은 밥도 주지 않았다.하지만 서현우는 단 한 번도 굴복한 적이 없었다. 밤새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다고 해도, 배가 고파 정신까지 잃을 정도가 돼도 말이다.그때마다 서나영은 몰래 서현우에게 음식과 물을 가져다주었다. 서태훈은 서현우에게 단 한 번도 자애로운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서현우는 자신이 왜 하필 서태훈의 아들로 태어났는지 분통하고 또 분통했다!그는 자애로운 아버지가 필요했다! 아버지가 대단한 서씨 가문의 가주가 아닌 일개 노동자, 농민, 심지어 거지라도 상관없었다. 아버지가 그의 생일을 기억하고, 생일날 웃으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뒤 “아들, 아빠가 많이 사랑해!”라는 말 한마디만 해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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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깨어나셨으면 이만 가세요.”돌연 서현우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깜짝 놀란 서태훈이 눈을 뜨자 아무런 표정도 없는 경직된 아들의 모습이 들어왔다.그 눈빛은 낯선 이를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서태훈이 입술을 떨며 말했다.“현... 현우야...”“가세요. 상처는 거의 회복됐어요. 이곳은 당신을 환영하지 않아요.”서태훈은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현우야, 내가 정말...”“듣고 싶지 않아요.”서현우가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말했다.“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일 뿐이에요. 가세요. 이제 더이상 나영이가 당신의 짐이 되는 일은 없을 거예요.”그의 말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서태훈의 가슴에 박혔다. 하지만 그에게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서태훈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너희들에게 지은 죄가 많다. 이만 가마.”서태훈은 허리를 부여잡고 힘겹게 발걸음을 뗐다. 그 순간 서태훈의 얼굴엔 고독과 비통함으로 가득했다.서현우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지만 여전히 용서 할 수 없었다. 모든 사람은 반드시 자신이 저지른 잘못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이니 말이다. 문밖에서 홍성이 음식을 들고 걸어오고 있었다. 서태훈을 마주친 그녀는 몸을 옆으로 기울이고는 고개를 숙이고 한마디도 하지 않고 지나갔다.그때 서태훈이 돌연 걸음을 멈추고 간절한 눈빛으로 홍성을 바라보았다.“아가씨.”홍성이 고개를 들어 서태훈을 쳐다보았다. 서태훈의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엔 간곡함이 담겨 있었다.그 모습에 홍성은 깜짝 놀랐다.“아... 아가씨가 우리 현우의 여자친구인가요?”서태훈이 물었다.홍성이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저었다.“제가 어찌 감히...”서태훈이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말씀하세요.”“제발... 현우를 잘 보살펴주세요... 현우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사랑도 못 받으며 자란 아이예요...”홍성은 마음속 어딘가에서 저릿함을 느꼈다.“부탁할게요...”서태훈이 떠났다.병원을 채 나서기도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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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서현우는 눈빛이 날카로워졌다.그는 더욱 지체하다가는 할머니는 목숨을 잃게 될 거라는 사실을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할머니의 옆엔 5, 6살 남짓한 여자아이가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는데 아이가 입은 옷은 여기저기 꿰맨 자국이 있고 낡아 보였으나 아주 깔끔하고 청결했다. 아이는 새하얗고 백옥같은 피부를 갖고 있었는데 그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아이를 본 순간 서현우에게는 당황스러움이 몰려왔다. 아이가 한 사람과 너무나도 닮아있었기 때문이었다.바로 서현우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많은 빚을 진 사람이자 가장 잊기 어려운 사람인 진아람이었다.“아저씨, 아줌마, 제발 부탁드릴게요. 할머니를 살려주세요... 제발이요... 엉엉엉...”서럽게 울고 있는 아이의 커다란 눈동자엔 간절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서현우는 잠시 고민하다가 아이에게로 향했다.거기엔 아이가 그 여자와 닮았다는 이유뿐만 아니라 할머니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는 이유 또한 있었다. 그에게 살릴 능력이 있다면 시도해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그는 남강의 총사령관으로서 천하를 지키는 것을 사명으로 여겼었다. 이제 그 지위가 없다고 해도 사람 한 명의 목숨은 살려야 하지 않겠는가.“잠시 물러서 주세요.”서현우는 인파를 뚫고 할머니의 곁으로 다가가 앉아 그녀의 맥을 짚어보았다.서현우는 섬세하게 할머니를 살폈다. 병이 무엇인지 보아낼 수 있다고 해도 자만하지 않고 더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병의 원인을 정확히 알아내 제대로 치료할 수 있다.“아저씨, 할머니를 살려주세요... 제발요...”아이는 급기야 일어나 서현우에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아이야, 걱정하지 마. 할머니는 괜찮으실 거야.”서현우가 아이를 일으켰다.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는 이 여자아이에게 친밀감을 느꼈다. 아이가 우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저렸다.아마 진아람과 닮았기 때문이겠지.그때 구경하던 사람들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젊은이, 속임수에 당하지 말아요. 요즘은 좋은 일을 한 게 도리어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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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할머니는 사회의 최하층에 머무르며 갖은 풍상고초를 겪었고 그 결과 사람들의 매정함에 습관이 되어있었다.수많은 멸시와 박대를 받았고 거기엔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까지 동반했다.할머니는 이미 오랫동안 누군가의 따뜻한 도움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할머니, 우리 오늘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났어요. 솔이도 크면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살 거예요.”아이는 눈물을 훔치며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솔이 착하네.”할머니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바닥을 집고 천천히 일어나 아이에게 돈을 주며 길옆 편의점에 가 생수 한 병 사 오라고 심부름을 시켰다. 할머니는 호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손수건을 꺼내 물에 적셔 조금 전 자신이 토해냈던 토설 물을 깨끗이 치운 뒤에야 아이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떴다.할머니 한 분을 살린 건 서현우에게 있어서는 그저 지나가는 작은 일에 불과했기에 크게 마음에 담지 않았다.서현우가 점심 식사를 마치고 병원에 돌아왔을 땐 간호사가 이미 서나영의 몸을 깨끗이 닦아준 뒤였다. 서나영의 얼굴엔 여전히 군데군데 멍든 자국이 남아있었지만 그래도 많이 호전되었다.서현우가 늘 그랬던던 것처럼 침대 옆에 걸터앉아 서나영에게 이야기를 해주고 있던 그때, 돌연 핸드폰이 울렸다.이천용이었다.서현우가 전화를 받자 이천용이 먼저 입을 열었다.“총사령관님...”“난 이제 총사령관이 아니야.”서현우가 덤덤히 말했다.이천용은 잠시 침묵하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항복한 적국과의 담판이 순조롭지 않아요. 낭연을 피운 일이 어떻게 그들의 귀에 들어갔는지 태도가 확연히 바뀌었어요.”서현우의 이마가 찌푸려졌고 눈빛은 얼음장같이 차가워졌다.“알았어.”단 세 글자만 대답한 뒤 서현우는 전화를 끊었다. 이어 그는 단 한 번도 걸어본 적 없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뚜... 뚜...통화연결음이 몇 번이나 울려서야 전화가 통했다. 핸드폰 너머로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총사령관님?”서현우가 입꼬리를 슥 올리며 말했다.“첼스, 난 이제 총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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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그 일은 이제 끝났어.”중앙에 자리 잡고 앉아있던 남자가 말했다.“용국은 서현우의 공로를 잊지 않을 거야. 하지만 나라엔 지엄한 국법이 있어. 낭연을 피운 건 서현우가 자체적으로 남강 총사령관의 자리를 내려놓았다는 걸 의미해. 이제 더이상 거론할 필요 없어. 감찰사는 수고했어. 이제 돌아가서 쉬어.”이천용은 고통스럽게 눈을 감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를 떠났다.그 시각 남경에 있는 남경 무생군 십이장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서현우가 아니었다면 오늘날의 성과는 절대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평소 침착함을 잃지 않던 남강 책사도 울음을 터뜨렸다. 서현우가 없었다면 그는 이미 전장에서 가루가 되어 죽었을 것이다.남강은 조용히 가라앉았고 더는 환호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그 이유는 남강 군사들이 이번 전쟁으로 인해 비록 용국은 승리했지만 그들은 가장 존경하는 총사령관님을 잃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사자가 만면에 미소를 띤 채 공을 세운 군사들에게 훈장을 내리러 남강의 모든 장군들을 소집시켰다.홍성이 돌연 자리에서 한 발자국 나서며 입을 열었다.“상은 필요 없습니다. 총사령관님을 불러주십시오!”“상은 필요 없습니다. 총사령관님을 불러주십시오!”십이장이 일제히 일어나 소리쳤다.사자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때 누군가 돌연 회의실 문을 열었다. 남강의 병사 몇 명이었다.그들은 퉁퉁 부은 얼굴로 씩씩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수백 미터나 되는 천을 펼쳤다.그 위엔 군사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이 피로 적혀있었다.“보고드립니다! 남강 무생군 12단, 전략지휘부, 보급부, 척후군단... 도합 122만 3963명의 병사들이 피로 간청드립니다. 저희들은 상은 필요 없습니다. 그저 총사령관님께서 남강에 돌아오게 해주십시오!”사자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창밖을 내다보니 군사들의 기대감과 비통함이 가득 담긴 두 눈이 그를 향해 반짝이고 있었다.그들은 모두 가무잡잡한 남강의 사내들이다. 그들은 무식하거나 또는 목숨을 내놓고 싸우는 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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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제가... 더 도와줄 건 없을까요?”이천용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서현우는 용국을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바쳤다. 적국을 때려잡아 항복시키는 것으로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지켰다.이러한 호국 공신은 그에 걸맞은 상을 받지 못했을뿐더러 자리에서까지 물러나게 되었다.“네가 날 도울 수 있는 유일한 건 바로...”서현우가 덤덤히 말했다.“지금 이 순간부터 나와 연락을 끊는 거야. 아니면 네 금용 감찰사의 위치도 위험해 질 거야. 그건 날 절벽 끝으로 미는 것이나 다름없어. 나 서현우는 이미 용국에 부끄러움 없이 최선을 다했어. 남은 여생은 중연시에서 평안하게 머물 수 있게 해줘. 내 가족의 곁을 지키면서 말이야. 이건 내 여동생과의 약속이기도 해.”그 말을 한순간 서현우의 머릿속에 또다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침대 커버를 가슴에 껴안고 자신을 쳐다보던 그 아이 말이다.서현우의 가슴이 저릿해 왔다.“몸조심해요.”무거운 몇 글자를 내뱉은 후 이천용은 전화를 끊었다. 서현우의 말이 정확하다는 걸 그는 똑똑히 알 수 있었기에 그를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병실 안, 서현우는 전화를 끊은 후 십몇 초짜리 영상을 다시 한번 재생시켰다.남강 군사들이 천지가 떠나갈 듯 목놓아 군가를 부르고 있었다.치열했던 6년 총사령관으로서의 시간이 이 순간 종지부를 찍었다.서현우는 선봉에 서서 누비던 피와 불이 어우러져 기승을 부리던 전장이, 결연한 의지로 목숨을 걸고 싸우던 군사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안녕, 전우여. 안녕, 남강이여.서나영은 여전히 기약 없이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병실은 침 하나 떨어지면 그 소리도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서현우는 과거의 기억 속에 빠져 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그 뒤로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돌연 들려온 초인종 소리가 그를 현실로 복귀시켰다.간호사가 서나영의 약병을 바꿔주러 온 것이었다.서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에서 나설 때 텅 비어있는 옆방 병실에 시선을 돌렸다.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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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구양이 알아낸 정보를 모두 읊어낸 뒤에야 서현우는 손의 힘을 풀었다. 의자에 달려있던 철제 손잡이는 이미 변형되어 찌그러졌고 명확한 손자국이 남아있었다.“어르신, 주지현 이 여자 정말 지독합니다! 명령 한 마디만 내려주시면 당장 그 모자의 목을 잘라 바치겠습니다!"“아니야. 내가 직접 할 거야.”서현우의 목소리는 얼음장같이 차가웠다.주지현!이 여자가 바로 서씨 집안을 불구덩이에 집어넣은 진정한 범인이다!이천용은 그쪽으로 조사하지 않았나? 아니면 조사해냈음에도 감히 말하지 않은 건가?그의 몸속에서 살기가 미친 듯이 피어올랐다.복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그 순간 뼈를 파고드는 차가운 한기에 저도 모르게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심지어 누군가는 충격에 바닥으로 넘어져 비명을 지르기까지 했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서현우가 살기를 거두어들였다.그는 눈 밑이 파르르 떨렸다. 마음속에서 불타오르는 분노는 온 세상을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대체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까지 극악무도할 수 있단 말인가!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불사하는 사림이다!구양이 또다시 입을 열었다.“어르신! 제가 사람을 보낼 테니 쓰세요. 천책 연맹의 사람은 아니니 걱정하지 마시고요.”서현우는 본래 필요 없다고 하려 했으나 다시 고민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들에게 직접 날 찾아오라고 해.”“네.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어르신의 신분을 알려주지 않을게요.”구양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서현우는 이제 남강의 총사령관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적국 9대 군신을 죽인 무시무시한 전투력과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는 의술을 갖고 있다. 때문에 여전히 천책 연맹이 모든 대가를 지급해서라도 도움을 줄 만한 사람이기에 충분했다.많은 사람들은 서현우와 연을 맺거나 그의 도움을 얻고 싶어 하지만 그 연결 방식조차 찾기 힘들어한다!구양은 서현우와 연락할 수 있고, 서현우를 도울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건 천책 연맹에겐 더없는 영광이라고 생각했다.주지현을 떠올리자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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