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만인을 아우르는 군신: Chapter 31 - Chapter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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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장
서태훈은 마음속의 고통을 철저히 숨겼다.그는 이미 모든 굴욕을 습관처럼 받아들였다."용 보스, 몇 년 전에 내게서 빌린 돈을 돌려줄 수 있나요?"서태훈의 눈에는 애원하는 빛이 보였다.예전의 용귀는 서 씨 가문 밑에서 일했고 서태훈은 그를 소홀히 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서태훈은 흔쾌히 그에게 돈 까지 빌려주었다.심지어 빌려준 돈은 모두 합산하면 거의 몇 억에 달했다.그러나 농부와 뱀의 이야기에서 처럼.서태훈이 쫓겨나자 용귀의 태도는 금시 바뀌었고 예전에 서태훈 앞에서 비천한 만큼 날뛰었다.만약 이전의 서 씨 가문이라면 1억은 그다지 큰 돈이 아니었고, 서태훈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그는 복수를 원하고, 주지현에게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하며, 다시 재기해야 한다. 한 푼이라도 소중히 여겨여 할 마당에, 하물며 몇 억이라는 거금을?그래서 서태훈이 여기로 온 거였다.분명히 모욕을 당할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반드시 와야 했다."오오, 맞아요, 생각났어요!"용귀는 문득 깨달았다."맞아요, 내가 몇 년 전에 서 씨네 집에서 돈을 좀 빌렸는데, 얼마나 되죠?""1억 정도. 이자는 필요 없구요. 원금만 갚아주시면 되어요." 서태훈은 말했다."1억? 이렇게 적은 돈이었어요?"용귀가 눈살을 찌푸리며 "아니에요! 내가 10억 넘게 빌린 걸로 알고 있는데 잘못 기억하신 거죠? 에이, 서가주님, 왜 그러세요?"라고 말했다.용귀는 얼굴에 불만의 기색을 띄고, 말을 이었다."서가주님, 10억은 당신에게 아주 적은 돈이죠. 당신 손가락 틈새에서 새어나온 것도 이 정도보다 많아요. 천하의 서가주님께서 왜 이러십니까? 10억이 뭔데요? 그렇죠?"서태훈은 이를 악물며."용 보스, 1억만 빌렸으니 1억만 갚으시면 돼요."라고 답했다."차용증은요?" 용귀가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그 말을 듣고 서태훈은 고개를 숙였다.차용증?당시의 서가주는 그것이 필요했을까?1억, 확실히 손가락 틈새에서 새어나온 적은 돈이다. 그 당시의 서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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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장
"하하하!"용귀는 웃긴 농담을 들은 듯 차가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병신.너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6년 전 낭패를 보고 도망쳐놓고 이제 와서 군복을 입었다고 내 앞에서 잘난 척하는 거야? 너 설마 아직도 내가 네 앞에서 비굴하게 비위나 맞추며 사는 똘마니 용귀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이에 서현우가 웃으며 물었다. "그래서 지금의 넌 얼마나 잘났는데?"“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잖아.한동안 그 명망이 높던 서씨 가문.지금은 어떻게 됐는데?하지만 나를 봐!”용귀는 자랑스러운 듯 가슴을 치며 말을 이어갔다.“지금 내가 명령만 내리면 병신이 된 너랑 아무런 쓸모없는 니아비는 절대 이 중연시에서 살아남지 못할거야.”"무서워 죽겠네."서현우는 말로는 무섭다고 하지만 표정엔 전혀 놀란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그럼 유상혁과 비교하면?”"유..."득의양양해서 말을 이어가려던 용귀는 하마터면 침에 사레가 들릴 뻔했다.그는 의아해하며 서현우를 바라보았다.삼중문이 갑자기 사라지고 나서 많은 소문들이 돌았었다.그들이 건들지 말았어야 할 인물을 건드려서 그렇게 된 거라고.설마 그 일이 서현우랑 연관이 있는 건가?아니야.그럴 리가 없어.용귀는 고개를 저으며 황당한 가능성을 털어버렸다.말도 안돼.중연시에서 신분과 지위가 있는 분들이라면 모두 다 예전의 서씨 가문 큰 도련님이 쓸모없는 병신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게다가 서태훈조차도 그를 무시하고 밖에서 괴롭힘을 당해도 내버려 두는데.그런 병신이 6년은 커녕 60년이라는 시간을 줘도 아무것도 못해낼 것이 뻔한데 뭘 해내겠어?용귀는 서현우의 어깨에 시선을 옮겼다.군 복무 중인 친척이 예전에 자신의 계급을 자랑하며 말한 적이 있는데 군복을 입으려면 무조건이 견장이 있어야 한다고 했었다.용귀가 갑자기 웃음을 드러냈다.견장이 없어!견장도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은 하찮은 병사에 지나지 않는다.남강 싸움터에 널리고 널린 게 바로 그런 병사들의 시체다.그들은 이름조차도 못 남기는 법이지.용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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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장
슉!서현우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검은 양복의 남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그들은 앞으로 쏘아나가는 순간 품속으로 손을 넣어 무언가를 꺼내 흔들었다.몽둥이었다.보지 않아도 이 사람들이 무조건 전문적인 군사 훈련을 받은 강자들이라는 걸 알 수가 있었다.각자 격투 기술을 가지고 있고 또한 모든 기술마다 아이들의 놀음이 아니라 충분히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기술들이이었으니까.남강 국경에 두면 모두 대장직을 맡을 수 있는 일급 고수들이었다."아..."얼마 지나지 않아 비명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서태훈은 자신을 잡고 있다 눈 깜빡할 사이에 쓰러진 두 남자를 보며 충격에 빠졌다.두 사람은 모두 다리를 싸안고 고통스러운 듯 소리를 질렀다.용귀를 포함 한 다른 사람들도 다.12초!이 많은 사람들의 다리를 부러뜨리는 데 12초밖에 걸리지 않았다.용귀의 아픔때문에 일그러진 얼굴은 왠지 험상궂었다.서태훈은 멍하니 제자리에 서서 움직일 담조차도 없었다.온몸에 소름이 끼쳐 등골이 으쓱한 게 많이 놀란 것 같았다."시끄럽네."다리가 부러진 채 땅에 드러누운 십여 명의 남자들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진 방 안은 유난히 시끄러웠다.서현우가 비명 소리에 눈살을 찌푸리자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다시 움직였다.그러고는 한 방에 비명을 지르고 있는 사람들을 기절시켰다.빨간 치마 여인은 앵두 같은 입술에 매혹적인 윤기를 띠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어때요?맘에 드세요?""그냥 그래."서현우는 덤덤하게 대답을 하고는 기절한 용귀쪽으로 다가갔다.서현우의 대답에 여인은 눈썹을 찡그렸지만 곧 공손한 자세를 되찾았다.구양 장로께서 무조건 이 남자의 분부에 따라야 한다고 직접 명을 내렸으니까.설사 몸을 깨끗이 씻고 순순히 그의 침대에 누워야 되는 상황이 와도 반항해서는 안 된다고.장로의 이런 태도에서 여인은 이 남자의 지위가 얼마나 높은 지를 알수가 있었다.그가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될 정도로.한편 서현우는 여인이 무슨 생각을 하건 상대할 마음도 없는 듯그냥 말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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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장
이때 빨간 치마 여인이 다가와 작고 아담한 휴대폰을 용귀에게 건네주었다.용귀는 의아한 표정으로 여인을 바라보았다.이에 여인은 서현우 쪽을 한번 힐끗하고는 말을 이었다."영훈 도련님이야.도련님께서 바꾸래."용귀의 이마에 순간 식은 땀이 흘렀다.이 여자.직접 주영훈과 통화할 자격이 있다니!핸드폰을 건너 받은 용귀는 벌벌 떨며 입을 열었다.“영...영훈 도련님...”핸드폰 건너편으로부터 차디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용귀야.감히 내 친구를 건드려?간땡이가 부었나?""아닙니다.영훈 도련님..."용귀는 온몸이 나른해지는 듯했다.주영훈이 물었다."빚이 얼마지?"용귀는 표정 하나 없는 서현우를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2십...2백만이요.""갚아.갚을 수 없으면 목숨을 내놔.알았어?""예.예.예.걱정 마세요 도련님.꼭 갚을게요!""핸드폰 내 친구한테 돌려줘."용귀는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빨간 치마 여인에게 돌려주었다.용귀의 눈앞엔 바로 붉은 치마 여인의 희고 매끄러운 두 다리였다.예전 같았으면 그는 분명 흥분했을 것이지만 지금은 힐끔거릴 엄두도 못 내고 그냥 필사적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여인은 빙그레 웃으며 핸드폰을 들고 자리를 옮겼다.그러고는 1분도 안 돼서 돌아와서는 서현우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며 말했다."현우 도련님.용귀가 빚 진 2백만 외 주영훈이 개인 명의로 이자 2백을 더 지불해 드리겠답니다."서현우는 의아한 눈길로 여인을 보며 물었다."주영훈과는 친구?"이에 여인은 입을 가리며 웃었다. "아니요.저랑 친구할 자격이 없는 놈이에요."여인의 말에 용귀는 충격에 빠졌다!주씨 가문의 제일 후계자.주씨 가문 미래의 가주가 이 여인과 친구할 자격이 없다니!그리고 더 이상한 건 이 여인이 지금 자신이 주영훈한테 대하는 것 처럼 서 씨 가문 쓸모없는 도련님한테 공손한 태도로 대한다는 것이다!서현우...용귀는 순간 눈앞이 흐리멍덩해지는 것 같았다.쓸모없는 놈.병신.쓰레기.찌질이...예전에 서현우한테 씌워진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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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장
도륜 협회?서현우도 도륜 협회를 잘 알고 있다.도륜 협회는 여러 상인들이 모여 구성된 실력이 아주 강하고 방대한 상업 조직으로 적지 않은 지역의 경제 명맥을 장악하고 있다.남강 국경에서 전쟁이 10년간 지속되는 동안 도륜 협회에서 많은 자원을 제공했었다.그리고 그 곳엔 권세가 막강한 인물들이 아주 많았다.서남의 갑부 임원희가 바로 그중의 한 명이다.하지만 서현우가 제일 의외였던 건 킬러 세력 천책연맹도 이 일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그것도 그럴 것이 이익이 있으면 갈등도 있는 법이니."내 신분을 알아?"서현우가 물었다.이에 최윤정은 공손하게 대답을 했다.“도련님께서 제가 알기를 원한다면 전 알고 있는 거고 모르길 원한다면 모르는 겁니다.”최윤정도 사회에 있을 만큼 있은 사람인 듯했다.능구렁이 같은 대답이었지만 듣기엔 그렇게 거북한 감은 들지 않았다. 특히 미녀가 한 말이라 그런지 한 여인을 정복한 것만 같은 쾌감을 주는 것이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그러나 서현우는 여전히 개의치 않아했다.숨길 것이 없다고 생각하니까.서 씨네 병신 도련님으로서의 과거든 남강 총사령관으로서의 과거든.이후 서현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최윤정도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차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천천히 어디론가로 향했다.그러던 중 서현우가 갑자기 낮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멈춰!"끼익...천천히 달리던 고급차가 서현우의 말에 바로 멈추었다.후방의 세 번째 차도 2초 후에 멈췄다.앞에서 달리고 있던 첫 번째 차의 운전기사는 3초 후 백미러로부터 후방 차들이 따라오지 않는 모습을 보고 바로 멈추었다."현우 도련님?"최윤정이 의아한 표정으로 서현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서현우는 얼굴에 그늘이 진 채 차 문을 열고 내렸다.최윤정도 순간 얼굴색이 변해서는 자신의 말이 서현우의 심기를 건드린 줄 알고 급히 우산을 들고 따라 내려 서현우를 쫓아갔다.같은 시각.첫 번째 차의 검은 양복 두 명과 세 번째 차의 검은 양복 네 명도 빠른 걸음으로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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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장
폭우가 미친 듯이 대지를 휩쓸고 있었다.마치 모든 어둠을 깨끗이 씻어내려는 것 마냥.하지만 어두운 건 세상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다.고막을 진동하는 빗소리 속에서 사람들의 신경은 모두 서현우의 손에 집중되었다.서현우의 침술을 보는 것은 일종의 즐거움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그 자연스럽고 거침없는 손길은 서현우가 자신의 의술에 대한 절대적인 자신감과 극도의 공제력에서 비롯된 것이다.또한 그것이 그가 사신의 손에서 목숨을 빼앗아 올수 있는 배짱이기도 하다.서현우의 침이 한참 노부인의 몸에서 오간 후 노부인은 차차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침을 회수한 후 서현우는 노부인을 들어 안았다.그러고는 고개를 숙여 솔이에게 물었다."솔이야.집이 어디야?""저기요."솔이는 부서진 나무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서현우는 노부인을 안고 그들의 집으로 향했다.집에 들어가기도 전에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방안은 어두컴컴했다.전등은 있지만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전원을 끊어버린 게 분명했다.천장엔 몇 군데가 구멍이 났고 빗물이 그 구멍들을 타고 바닥에 놓인 대야에 떨어지고 있었다.서현우는 노부인을 구석진 침대에 눕히고 나서 집을 훑어보기 시작했다.집은 아주 허름했다.집안엔 침대 하나와 커버에 패치투성이지만 두부처럼 가지런하게 개여져 있는 이불 한 채.낡아 빠진 옷장 하나와 나무 탁자 하나.나무 의자 두 개가 전부였다.부서진 나무문 옆에는 벽돌로 쌓은 흙아궁이이고 다른 한쪽에는 깨진 타일에 나무토막으로 만든 탁자가 있었다.그 위에는 깨끗한 그릇과 젓가락.그리고 아직 다 먹지 못한 남은 음식들이 있었다.다른 한 구석에는 물병.깡통.고철 등이 많이 쌓여 있었다.그 외엔 아무런 가구도 없었다.전기 제품은 말할 것도 없었고.이것이 바로 최하층에서 사는 가난한 사람들의 가장 진실한 모습이다.하지만 이 중에서도 서현우가 가장 신경 쓰였던 건 문을 마주하고 있는 벽에 걸려 있는 흑백 액자 두 개였다.왼쪽 액자속에는 주름이 가득한 백발 노인이 남강군만이 입을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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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장
서현우는 부드럽게 솔이를 보며 말했다."솔이야.그럼 이 아줌마랑 집에 가서 옷 갈아입어.""네."솔이는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닦고는 최윤정의 곁으로 다가갔다.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최윤정을 바라보며 귀엽게 웃었다."언니 너무 이뻐요."이에 최윤정은 이쁜 미소를 지었다.순수하고 귀여운 솔이가 맘에 들었던 모양이다.그는 솔이의 작은 손을 잡으며 말했다."솔이 너 참 귀엽구나.언니랑 옷 갈아입어러 가자.""네."최윤정은 솔이를 데리고 옆집으로 갔다.두 사람은 한참이 지나서도 돌아오지 않았다.하지만 서현우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그의 청력이 남달라서 옆집에서 울려 퍼지는 샤워 소리와 웃음 소리가 고스란히 귓속으로 들어왔으니까.문밖의가 비가 아무리 크다 해도.20분 후.두 사람 대신 우산을 쓴 남자가 급히 문밖으로부터 달려와서는 꽁꽁 싸맨 포장봉투를 서현우에게 건넸다."도련님.약을 사왔습니다.""고마워."서현우는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는 봉투를 열어 약을 틀리게 사오지 않았는지 확인한 다음 약을 달이기 시작했다.한약 냄새가 곧 집 안에 가득 찼다.이때 최윤정과 솔이가 돌아왔다.두 사람은 이미 목욕을 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최윤정이 갈아입은 옷은 솔이 엄마의 것인 듯했다.두 사람은 몸매가 비슷했는지 옷이 딱 들어맞았다.하지만 소박한 검은색과 회색을 위주로 한 옷이었다.딱 봐도 2~3년은 입은 낡은 옷이었다.그러나 옷이 아무리 낡았어도 최윤정의 매혹함을 감출 수는 없었다.솔이가 갈아입은 옷도 엄청 수수했지만 앳 된 얼굴이 인형마냥 귀여워서 그런지 저도 모르게 아껴주고 싶어진다.서현우는 나쁜 놈들이 어떻게 이렇게 귀여운 얼굴을 보고 주먹을 날릴 수가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니들 대체 뭐야?우리 삼촌이 진짜 용귀라고!용 보스!너희들은..."큰비가 좀 작아지자 밖에서 미친 듯이 고함치는 소리가 들려왔다.솔이는 소리에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서현우가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용귀 보고 당장 기어 오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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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장
청년은 용귀의 험상궂은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삼촌...""난 니 삼촌이 아니야!사람을 잘못 봤어!난 너 같은 개자식을 모른다고!"지금 이 순간 용귀는 눈앞의 청년을 물어 죽이고 싶었다.두 다리와 모든 것을 바쳐 간신히 목숨을 건졌는데!설마 이 나쁜 놈 때문에 목숨을 여기에 버려야 하는 건 아니겠지?최윤정이 느릿느릿 걸어와 차가운 표정으로 물었다."진짜 몰라?""진짜에요!진짜 몰라요!난 이 사람을 몰라요!"용귀가 겁에 질려 말했다.청년은 어리둥절해졌다.최윤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난 이 아이의 몸에 있는 뼈들을 하나하나씩 아작 낼 건데.의견 없는 거지?"용귀는 바닥에 엎드려 병아리가 쌀을 쪼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없습니다!난 이 사람을 본 적도 없습니다!감히 현우 도련님의 미움을 사다니.죽어도 쌉니다!""삼촌!"청년은 온몸을 떨고 있었다.냉기가 뼛속까지 스며드는 것만 같았다.그의 어깨를 다독이며 보호해 주겠다던 삼촌이 어떻게..."전 분명 삼촌이 시켜서 온 거라구요!전..""꺼져!잡놈아!너 대체 누구야?왜 날 해치려는 건데?"용귀는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그냥 목숨만 지키고 싶을 뿐.최윤정이 입을 열었다."끌고 가."검은 양복 한 명이 앞으로 나와 청년의 멱살을 잡고 마치 짐승을 끌듯 끌고 갔다."용귀 이 개자식아!내가 네 조카잖아!우리 아빠가 네 친형제라고! 니가 어떻게...아!"너무 시끄러웠는지 검은 양복 남자가 한 방을 날렸다.청년은 아파서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그러고는 더 이상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검은 양복은 쓰레기를 버리듯 그를 바닥에 누워 있는 다른 네 남자 옆에 버렸다.최윤정은 용귀에게 말했다."돈 준비해 놓고 있어.”"이미...이미...준비해 놓았습니다."용귀는 자신이 지금 인생에서 가장 어두운 순간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조금만 잘못되면 영원히 어둠 속에 갇혀있어야 된다는 것도.최윤정은 그에게 눈길 한 번 더 주지 않고 자리를 떴다.서현우만 아니었으면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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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장
솔이가 그린 그림에는 엄마.솔이.그리고 노부인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서현우는 모든 그림을 보고나서 칭찬도 해주었다.이에 솔이는 활짝 웃었다."솔이 아빠는?"서현우가 물었다.이 물음을 물었을 때 서현우의 기분이 그닥 좋지는 않았다.아버지와 남편이라는 두 배역은 남자들의 평생의 책임이자 영광이다.서태훈은 비록 아직 살아 있지만 서현우는 한 번도 부성애를 느껴본 적이 없었다.그래서 솔이의 그림 속에서 아버지의 그림자를 못 봤을 때 같은 처지에 처해 있는 친구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따라서 한 번도 나타나지 않은 이 남자에 대해 다소 분노를 느꼈다.물론 다른 사람이 모르는 사연이 있을 수도 있으니 서현우가 솔이에게 물어본 것이었다.하지만 서현우의 물음에 솔이의 웃음이 처음으로 입가에 굳어 버렸다.그러고는 입을 다문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묵묵히 그림들 속에서 적지 않은 그림들을 뽑아 서현우의 앞에 놓았다.스파이더맨.슈퍼맨.거인...모두 세계를 구했던 조작된 영웅들이다.솔이의 눈가엔 눈물이 맺힌 듯했다.하지만 그는 울지 않고 꿋꿋하게 대답했다."이 사람들이 바로 솔이의 아빠예요."서현우는 가슴 한편이 찔린 듯 아파났다.솔이는 나이는 어리지만 이미 철이 들었다.“아빠가 영웅이야?”"네."솔이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아빠는 영웅이에요!""엄마가 그랬어?"솔이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엄마는 아빠가 나쁜 사람을 잡으러 가서 솔이를 보러 올 시간이 없는 거라고 했어요.하지만 언젠가는 돌아올 거예요."서현우는 솔이의 머리를 애틋하게 만지며 부드럽게 말했다."맞아.삼촌도 솔이의 아빠가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라고 믿어.솔이의 아빠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우러 간 거니까 솔이가 이제 어른이 되면 꼭 솔이 보러 돌아올 거야."솔이는 활짝 웃었다.눈가의 눈물이 빛났다.얼마 안 지나 솔이는 하품을 하기 시작했다.비도 맞고 통곡까지 했으니 피곤할 법도 했다.그러고는 얼마 안 돼서 서현우의 품에서 잠이 들었다.서현우는 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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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장
방안엔 촛불이 켜져 있었다.끝까지 버티고 이사를 가려 하지 않는 자들은 물과 전기를 쓸 자격이 없다.그래서 최윤정은 흙아궁이로 나뭇조각들을 태워 저녁을 만들 수 밖에 없었다.색이 빠져 누렇게 된 탁자 위에는 반찬 네 종과 국 한 그릇이 놓여져 있었다.고기는 없지만 색깔과 향기가 모두 갖추어져 있어 충분히 침을 꼴깍하게 만들었다.제한된 조건으로 이 정도까지 할 수 있다니.최윤정의 요리 솜씨는 보통이 아니었다.잠자고 있던 솔이가 코를 찡긋거리며 일어났다.향기로운 반찬 냄새에 깬 듯했다.서현우는 솔이를 안아서 식탁 앞에 앉혔다.최윤정이 깨끗한 그릇과 젓가락을 가져다주었다.하지만 솔이는 젓가락을 받지 않고 먼저 서태훈을 향해 인사를 했다."할아버지 안녕하세요.저는 솔이라고 해요."마음이 아플 정도로 철이 들었다."솔이 참 착하네."서태훈은 솔이를 보자마자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그를 바라보노라니 상처가 가져다주는 아픔도 많이 줄어드는 듯했다.서현우가 입을 열었다."솔이야.밥 먹어.""할머니는?""할머니는 아직 안정이 필요하셔.하지만 아저씨가 약속할게.내일 아침이면 할머니께서 깨여나실 거야."솔이는 그제서야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젓가락을 들어 밥을 먹기 시작했다.어둠 속에서 피곤함이 고스란히 묻은 그림자 하나가 집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그러다 집안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재빨리 달려갔다."솔이야!"여자의 목소리는 매우 듣기 좋았다.목소리의 주인이 얼마나 예쁠지 안 봐도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하지만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 빛이 여인의 얼굴에 비추는 순간 솔이를 제외한 나머지 세 사람은 모두 다 멍해졌다.여자는 하나도 이쁘지 않았다.심지어 험상궂었다.그녀의 얼굴에는 여러 개의 흉터가 나있었다."엄마."솔이는 그릇과 젓가락을 내려놓고 여인을 향해 달려갔다.여인은 솔이를 품에 안고 고개를 들고 경계하는 듯 세 사람을 쳐다보았다.그러다 눈빛이 서현우를 향한 순간 온 몸이 떨렸다.그 순간.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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