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공간에서 그들의 숨소리와 심장박동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수진 씨." 계지원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가 갑자기 입을 열자 예수진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의 모습에 계지원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눈빛은 마치 수백만 개의 별들이 반짝이는 느낌이었다. 나이를 먹어도 그는 이렇게 맑은 눈빛을 지니는 매혹적인 남자였다. "나 때문에 놀란 거예요?" 그가 부드럽게 물었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말하니까 깜짝 놀랐잖아요." 예수진이 투덜거렸다. "오늘 기자회견에서 일을 말하는 거예요?" 예수진은 가슴이 떨려왔다. 기자회견에서 계지원이 했던 말만 생각하면... 감정이 복잡해졌다. 예수진은 숨을 한껏 들이쉬고 천천히 말했다. "지원 씨, 나는 정말 당신을 오랫동안 원망해 왔어요. 알아요? 왜 나한테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거예요?" 예수진의 눈시울이 순간 붉어졌다. 예전에 억울했던 기억만 생각하면, 계지원이 견뎠을 아픔만 떠올리면 가슴이 아려왔다. "당신이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요. 삼촌과 연애라니, 누가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 "잠깐 역겨운 게 낫죠. 역겨운 게 당신을 원망하는 것보다 낫죠." 그 정도란 말인가.계지원은 예수진이 그의 핏줄을 알았을 때 결코 역겹지 않았다. 예수진이었기에 괜찮았다. 그저 절망스러움만 느꼈을 뿐이다. "내 출신을 알고 난 후에 말할 기회가 있지 않았어요?" 예수진이 캐물었다. "그때 당신은 하도경과 함께했었잖아요." 옛기억에 그는 가슴이 다시 한번 짓밟혔다."내가 만약 하도경이랑 계속 함께 했다면 나를 평생 가슴에 묻어둘 건가요?" "그래요." 계지원이 주저 없이 대답했다. 그의 칼날 같은 대답에 예수진은 다시 눈물이 차올랐다. "나를 빼앗아 오고 싶은 생각은 없었나요?" "아니요, 당신의 행복에 비하면 나의 감정은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어떻게 그렇게 장담해요? 나랑 하도경이 함께하면서 반드시 행복할 거라고 어떻게 장담하는데요?" "그의 곁에서 당신은 너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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